[브릿지 칼럼] 지금은 무주택자 유주택자 모두가 불행하다

오세준 평택대학교 국제도시부동산학과 교수
입력일 2020-07-26 13:59 수정일 2020-07-26 14:00 발행일 2020-07-2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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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준 평택대학교 국제도시부동산학과 교수

서울 주택, 특히 아파트 가격의 비정상적 폭등은 온 국민을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은 1년에 1000만원 저축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아파트 값 몇억 원은 아주 우습게 올라간다. 집값과 더불어 전셋값도 덩달아 오른다. 임차인들은 몇 년간 저축한 돈이 전셋값 올려주는데 몽땅 들어가 버리면 그나마 다행이고 이제는 감당조차 안돼 외곽으로 밀려난다. 30평대 아파트 전셋값이 10억 원이 넘고 매매가가 20억 원이 넘는 지금의 서울 아파트 시장은 분명 비정상이다. 열심히 일해서 차곡차곡 저축하여 자식들 공부시키고 내집 마련하는 우리네 삶의 방식에 대하여 근본적인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열심히 일할 맛이 안 난다.

그렇다면 지금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집값이 폭등했으니 행복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하나도 안 행복하고 걱정만 많아졌다’이다. 혹자는 ‘집값 몇 억 올랐는데 그깟 보유세 몇 백, 몇 천이 대수냐’고 하지만 모르는 소리다. 주택은 지역성을 가진 재화이므로 수익률만 좇아 다른 지역으로 쉽게 이동하기 어렵다. 주변 집값 다 올랐고, 세금 때문에 가지고 있지도 팔지도 못하게 하는데 귀농귀촌 말고는 답이 안 보인다. 허나 이마저도 어렵다. 젊을 때는 학교나 직장 때문에 어렵고, 나이 들어서는 병원 때문에 실행에 옮기기가 쉽지 않다.

주변 집값은 안 오르고 내 집만 올랐다면 모를까 온 동네 전부 올랐으니 징벌적 세금폭탄으로 인해 지금 집 팔아 더 크고 좋은 집은커녕 집을 줄여가야 할 상황이다. 보유세가 이제는 일반인이 감당할 한도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십수년 간 살고 있는 터전에서 밀려날 판이다. 집 팔아 세금 다 떼이고 나면 외곽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주택시장에서도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주택의 측면에서만 본다면 지금은 무주택자, 유주택자 모두가 불행하다. 왜 이렇게 되었나. 집값 급등의 원인을 투기세력 탓으로 몰아가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2주택을 포함한 다주택자를 집값 급등의 주범인 투기세력으로 규정지었다. 여기서 문제는 평범한 2주택자도 함께 투기세력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평생 열심히 일하고 저축해 모은 종잣돈으로 조그만 주택을 구입해서 임대 놓고 임대료 받아서 노후생활하는 사람들, 지금 당장 집 팔아야 하는가? 맞벌이 부부가 반드시 한 지역에서만 직장생활을 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다른 지역으로 발령이 날 수도 있고 각기 다른 지역에서 꽤 오랫동안 생활을 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 이 경우 각각의 지역에서 주택을 구입하면 안 되니 한집은 반드시 전월세로만 살아야 하는가? 그렇다면 노후에 퇴직금 등 목돈으로 주식투자 하여 리스크를 감당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 2주택자를 무조건 투기세력이라고 규정하면 선의의 피해자가 생긴다.

서울, 강남 집중화의 근본 원인을 봐야 한다. 왜 그리로 몰릴 수밖에 없는가. 서울 집값이 급등하는 원인은 한정된 공간에 많은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지 오래전부터 그 곳에서 평범하게 살고 있었던 주민들 때문이 아니다. 왜 그 곳으로 수요가 모일 수밖에 없게 되었는지, 이 수요를 분산할 방법은 없는지에 대해 고민해야지 세금으로 때려잡을 생각만 해서야 되겠는가.

오세준 평택대학교 국제도시부동산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