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서식지와 동위사회

엄길청 글로벌 애널리스트/미래경영학자
입력일 2020-07-29 14:05 수정일 2020-07-29 14:06 발행일 2020-07-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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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길청
엄길청 글로벌 애널리스트/미래경영학자

코로나 팬데믹의 공포와 피해가 우리 삶을 파고드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서울 주택가격과 행정수도 이전 문제에 온 국민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국면은 이제 서울 주택의 공급규제 중심에서 공급 확대로 급변하는 양상이며, 전 국토에서도 주거공급 환경개선의 예감을 갖게 한다.

사회학자 라이트 밀즈는 저서 ‘사회학적 상상력(the sociological imagination)’에서 “대도시 주거문제는 개인들 생활이 개선된다고 해서 구조적인 공공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므로 정치·경제적 쟁점의 고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이 책의 두 번역자 중 한 명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다.)

근자에는 집값 안정이 더욱 어려워지자 투기수요 억제로 집값을 잡아보려던 국토교통부 장관이 마침내 유동성의 문제임을 인정하며 공급경제 수단도 동시에 고려하는 모양새다. 같은 시기에 여당은 행정수도 이전을 거론하며 서울과 행정수도의 도시공급 구상으로 정치경제적 정책 스탠스를 한발 더 내딛었다.

이제 분명한 것은, 서울 집값 문제를 투기억제 정책이나 도시보존 정책으로만 다루지 않으려는 수단의 유효성이 보여진다는 점이다. 행정수도 이전 문제는 이해찬 대표가 헌법상 절차의 중요성을 제기해 혹시 모를 정치적 무리수도 미리 갈무리하려는 듯 보인다. 국토부 장관이나 여당 대표의 정치경제적 식견의 합리성과 통합성의 외연 확장을 보는 대목이다. 그러나 기왕에 정부여당이 다시 정책을 가다듬는다면 ‘서식지’와 ‘동위사회’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 보인다.

팬데믹 충격으로 우리 미래 삶의 주거문화는 도시 내 유목민에서 정착민으로 돌아갈 개연성이 커지고 있다. 점점 어딘가에 터전을 잡고 가족들의 안온한 거점을 마련하려는 마음가짐을 생각해 본다. 미래학자 페이스 팝콘과 리스 마리골드의 저서 ‘클릭! 미래 속으로(clicking)’에서 언급한 말들이 현실화화는 양상이다.

정주하는 생명체인 식물생태계는 서식지와 동위사회를 이루며 살아간다. 생활 양태가 같고 생명승계 대상으로 적합한 식물들이 군락을 이루며 살아가는 현실을 서식지(habitat)라고 한다. 식물정착 생태에는 종사회(synusia)란 단어도 있다. 식물생태사회 구조로 볼 때 개체에서 시작해 단위가 되고 지역을 만들어 서식하는 식물의 생태구조를 일컫는 말이다. 여기서 서로 다른 서식지 간의 구분과 보완의 동위사회가 만들어진다. 전적으로 사회적 문제의 해법으로 주거정책을 보고 그 해결책을 정치경제적 접근 위주로만 하기 어려운 점을 여기서 본다.

지역균형 발전은 누구나 그리는 희망사항이다. 그러나 시대가 재해나 전쟁으로 급변하게 되면서 국민들은 서서히 내면의 경험적 직관을 따르게 된다. 이탈리아 도시학자인 베네딕토는 청결, 품격, 대학, 과학, 상공인, 문화, 예술, 정주민 등을 도시발달의 요건으로 정리한 바 있다. 긴 세월의 삶을 천착해 보면 행정기관 이전이나 저렴한 주거환경만이 강력한 동기로는 부족함을 생각하게 하는 까닭이다.

도시의 성립과 발달은 좋은 취지나 정치력으로만 되는 일이 아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도시의 정착가치를 표준화하는 일은 역사를 통해보면 무리한 기대다. 관찰하고 반응하고 수정하고 보완하고 통합하면서 그렇게 긴 호흡으로 서울 집값 문제를 풀어보길 권한다.

엄길청 글로벌 애널리스트/미래경영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