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브릿지칼럼

[브릿지 칼럼] 디테일한 금융정책 펼쳐야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악마는 디테일에 있다’고들 하지만 오히려 거기엔 아름다움과 심오한 조화가 있다고 생각하는 한 사람이다. 자연의 디테일 속에는 악마가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악마는 디테일 그 자체에 있다기 보다는 제대로 살펴보지 못하도록 만드는 편견과 배타 속에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앞선다.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과정에서 늘 시비가 되는 것이 바로 ‘디테일의 악마’다. 재난지원금을 소득 하위 88%에게 지급한다고 정한 것이 옳은지 그른지를 떠나 경계선상에 있어 혜택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겐 ‘악마’로 느껴질 것이다. 대개의 정책이란 것이 어떤 기준을 설정하고 그 기준 안에 드는 경우 혜택을 주거나 제한을 가하는 형식이고 그건 정책이 가지는 본질적 한계다.저소득층이나 저신용자를 위한 금융지원제도 또한 정책이란 점에서 같은 고민이 있다. 저금리나 정부보증 등으로 금융소외계층을 지원하는 정책금융상품에도 일정한 소득이나 신용기준 등이 있어 기준의 경계선에 있어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신용회복위원회의 채무조정도 그러한 경계선문제를 갖고 있다. 그나마 법원의 회생이나 파산면책 제도에서는 구체적 타당성을 살필 수 있다.신복위의 채무조정을 잘 거쳐 변제계획에 따른 상환을 완료해 신용회복이 완료된 어떤 자영업자의 얘기다. 신용정보회사의 신용등급은 상향되었는데 개별 금융회사나 보증기관에 채무조정 기록이 남아있어 대출을 받지 못했다 한다. 신용등급이 높아져 정책금융상품 대상도 되지 못했다. 차라리 채무조정을 하지 않았으면 일부 정책금융상품 신청 대상은 되었다며 푸념한다. 이런 점은 가히 ‘디테일의 악마’라 할 수 있다.저소득층에게 저금리로 대환 해 주면 일정부분 부담을 줄여주는 측면은 있지만 그렇다 해서 부채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되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결국 소득으로 채무 원리금을 일정기간 내에 상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주어야 본질적 해결이 될 것이다.‘디테일’을 언급한 김에 한 가지 짚는다.한 사람의 삶 전체를 통관해 볼 경우 그 속에는 다양한 ‘디테일’이 있다. 기쁨도 있지만 고통과 좌절도 있다. 그러나 그 기쁨, 고통, 좌절 모두 상대적이고 주관적이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빵 한 조각은 별 의미 없는 디테일이겠지만 장발장에게는 삶에 직결된 사태였다.30만원이 없어 일주일 후에 50만원을 갚기로 하고 불법 사채업자에게 빌려 몇 번만 연체하면 ‘죽음의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소위 ‘30-50’대출인데 이자도 비싸지만 일주일 후에 갚지 못하면 이자가 원금이 되는 식이기 때문이다. 민간기구인 더불어사는사람들은 평균 30만원을 빌려주는데 무이자·무보증이다. 지난 10년간 4500여명에게 16억을 대출해 주었다. 대손율은 3% 정도에 불과하다. 재원은 주로 기부금이다. 규모는 작아도 이 정도 기간의 성적이라면 성공적 모델이라 할 만하다. 하나의 예를 든 것이지만 민간이 자발적으로 자체 재원을 마련해 정부가 하기 어려운 ‘디테일’을 보듬고 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정부 정책금융재원의 아주 작은 규모라도 이런 민간기구들을 통해 조금씩 소외된 부분을 어루만지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편견과 배타로 디테일을 만연히 ‘악마’라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그 디테일 속의 ‘천사’를 찾으려 노력하면 찾아지리라.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

2021-11-11 14:08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

[브릿지 칼럼] 증세 없는 복지강화는 허구다

박봉규 2022 세계가스총회 조직위원장정치의 계절이다. 대선 후보자들은 저마다 국가 발전 청사진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들을 제시하고 있다. 표를 얻어야 하는 공약의 특성을 감안해 보수적으로 판단하더라도, 이들 내용대로만 된다면 우리나라는 곧 선진 경제강국이요, 모두가 함께 잘 사는 복지국가가 될 것이다.공약 실천에는 제도와 문화, 그리고 행태를 바꾸는 노력 외에 많든 적든 돈이 투입되어야 한다. 돈이 문제다. 재정이 투입될 수밖에 없는 귀가 솔깃한 내용을 나열하는 후보도 정작 그 많은 돈을 어디서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에 대해선 엉거주춤하다. 마지못해 하는 대답도 불요불급한 세출 구조조정이나 전용 또는 예산절감을 통한 재원 마련 정도다. 어림없는 일이다.지금 나라 형편을 보면 돈 쓸 곳은 많아지는데 수입이 더 늘어날 가능성은 보이지 않는다. 고령화와 함께 인간다운 삶을 위한 복지수요의 확대로 재정수요는 큰 폭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어떤 형태이든 기본소득이 도입되면 그 규모는 훨씬 더 커진다. 반면 성장 잠재력은 떨어지고 세입기반은 약화되어 현행 제도를 유지하는 한 조세수입이 크게 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늘어나는 재정수요에 대응하려면 국민들이 세금을 더 내거나 빚을 내야 한다.필요하다면 국채를 발행할 수도 있다고 한다. 물론 가능하다. 우리 국가채무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거나 국가채무 비율의 절대적 기준 자체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빚을 내는 것은 한시적 위기를 극복할 때나 가능한 일이지 매년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경우에는 사용할 수 없는 대안이다. 무엇보다 나랏빚을 늘리는 일은 지금 세대의 안일을 위해 미래세대의 희생을 강요하는 일이다.복지 확대와 인프라 투자를 계속하려면 증세가 불가피하다. 국민들이 싫어하고 표가 달아나는 일이라도 책임 있는 정치인이라면 정면 돌파해야 한다. 미래세대를 걱정하는 기성세대라면 이런 정치인의 호소에 동참해야 한다. 듣기 좋은 얘기만 하고 재정 부담에는 어정쩡한 태도로 ‘내 임기 5년만 넘기면 된다’는 자세는 결코 지도자의 태도가 아니다.증세의 방향과 속도를 포함해 국민적 합의를 끌어내는 일이 시급하다. 기존 예산 중 불요불급한 부분을 절약하고 재정지출 구조를 합리화해 예산의 효율성을 높이는 일이 첫째다. 각종 비과세 감면제도의 조정을 통해 실효세율을 높이거나 고소득자, 자산가 등을 중심으로 핀셋 증세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재정수요를 충당하기 어렵다. “너는 부자니 더 내라”며 강요하는 것도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 간이과세 기준의 조정 등을 통해 소득이 있는 사람이면 얼마라도 납부하도록 하는 것이 조세 원칙의 보편성에도 맞고, 국가에 무엇을 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당당함도 생길 수 있다. 부가세 인상은 최후의 수단이 될 것이나 필요하면 이 또한 해야 한다. 증세를 공약하고 세금을 올리면 자신과 정부의 인기는 떨어지고 심하면 다음 선거에서 패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을 뛰어넘어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사람만이 진정한 국가지도자가 될 자격이 있다. 국민들 또한 마음속으로는 그러한 지도자를 바랄 것이다.박봉규 2022 세계가스총회 조직위원장

2021-11-10 15:06 박봉규 2022 세계가스총회 조직위원장

[브릿지 칼럼] 과학기술 비전 가진 리더를 바란다

권희춘 (사)한국인지과학산업협회 상근부회장 겸 美 캐롤라인대 AI·드론학과 교수4차 산업혁명이라고 하는 사회적, 기술적 변화가 서서히 진행되는 시점에서 우리나라는 이제 새로운 대통령 후보를 선출하는 경선이 각 당 진영에서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대통령이 되겠다고 하는 후보자들의 토론장을 보면 국민 표를 의식해서 각자의 대선 캠프에서 작성해 주는 과학기술에 대한 정책의 내용만 읽을 뿐, 자신의 식견이나 혜안을 가진 분을 보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대통령 후보가 과학기술 분야에 어떤 생각과 식견을 가지고 있느냐’는 요즘 나에게 대단한 관심사이기도 하지만, 대한민국의 5년간의 미래를 가늠해볼 중요한 잣대이기도 하다.우리는 이명박이란 전직 대통령을 잘못 선출한 탓에 세계 최고의 IT분야 강국에서 후진국으로 밀려난 뼈아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는 대통령으로 선출되자마자 정부 조직개편을 통해 정보통신부를 해체하고, 기술 전문 공무원을 행정직에 대거 배치했다. 그 결과 우리는 당시 가장 중요한 상품이었던 안드로이드 기반의 스마트폰 도입 정책이 캄보디아보다 늦게 도입된 역사를 가지게 됐다.지나온 세월을 보면 정보통신부의 역할은 우리나라 IT분야와 과학기술 분야에서 전문가를 장관으로 채용하면서부터 눈부신 발전을 했다.일일이 업적을 논의하는 것은 차치하고서라도, 정부 부처 핵심부서의 기술 전문직 공무원이 미래를 예측하고 설계하고 전문가의 조언을 듣고 정책을 입안하고 실현한다면 우리나라의 미래발전은 보장된 것이나 다름없다.세계 무대를 보라. 코로나 팬데믹으로 얼어붙었던 각 국가들이 위드코로나 정책으로 바꾸면서 이제는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기술 정책과 미래 비전을 논의해야 한다. 치밀하게 준비하고, 투자하고, 개발해서 전 세계를 아우르는 제품과 기술력을 가져야 살아남을 수 있다.한국이라는 좁은 땅덩어리를 가진 나라가 아니고 과학기술 분야에서 전 세계를 리드하는 나라를 만들어줄 대통령이 필요한 시기이다. 이명박 정부의 기술정책 실패를 교훈 삼아 이제는 다시 한번 과학기술 분야와 정보통신 분야에서 1등을 하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그래서 대통령이 되려는 분들에게 4차 산업 혹은 5차 산업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전문가를 통해 학습해주기를 당부드린다. 인공지능, 드론, 로봇, 바이오 분야 등등 하루가 다르게 신기술이 나오는 분야에 대한 혜안을 가지시기를 바란다.그와 아울러 지방자치와 맞물려 새롭게 지자체의 장으로 출마를 준비하는 많은 분들이 과학기술 분야를 잘 학습해서 좋은 정책을 지역에 맞게 만들고, 당선되면 반드시 시행하기를 바란다.앞으로 점점 경제인구의 절반 이상이 MZ세대로 변해가며 인구는 줄어드는 현실에서, 중장년층의 경제활동을 도울 수 있는 분야는 바로 과학기술 분야이기 때문이다.아인슈타인은 그의 저서에서 “과학의 위대한 목표는 최대한 많은 경험에서 얻은 사실을 최소의 가설이나 원리에서 추론한 논리적 해석으로 설명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미 경험한 사실을 반복하는 누를 범하지 말아야 하며, 그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를 논리적으로 추론해내야 한다.권희춘 (사)한국인지과학산업협회 상근부회장 겸 美 캐롤라인대 AI·드론학과 교수

2021-11-08 14:24 권희춘 (사)한국인지과학산업협회 상근부회장 겸 美 캐롤라인대 AI·드론학과 교수

[브릿지 칼럼] 이재명 대선 공약 1호에 거는 기대

이계안 2.1지속가능재단설립자“성장을 회복하고 경제를 부흥시키겠다”. 넉 달 앞으로 다가온 제20대 대통령 선거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내건 제1호 공약이다. 이재명 후보는 ‘성장’이라는 말에 ‘공정성 회복을 통한 성장토대 마련, 전환적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전환성장을 투 트랙으로 하는 전환적 공정성장’이라는 짧지 않은 수식어를 붙여가며 ‘성장의 회복’을 제1호 공약으로 내걸었다.경제 성장에 목말라 했던 한 사람으로서 충분히 공감하고 기대한다. 아울러 “상상할 수 없는 대규모의 신속한 국가 투자에 나서겠다”고 천명한 것을 보며,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이재명 정부는 강력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한 ‘정부 주도의 경제성장 정책’을 추구한다는 것인가 생각해 본다.각종 선거에서는 어김없이 경제가 중요한 쟁점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특별히 경제가 주목을 끈 선거 중 하나는 ‘문제는 경제야, 바보들아!(It is economy, stupid!)’라는 선거 구호를 내건 빌 클린턴 후보가 당선된 1992년 말 제42대 미국 대통령 선거라는 데 달리 이견이 없을 듯하다.살아가며 먹고 사는 문제, 경제가 중요하지 않은 때가 있으랴만, 특히 대통령 선거에서 성장 회복을 여당 후보가 제1호 공약으로 내걸었다는 데 거듭하여 가슴 깊은 데서 나오는 지지와 성원을 보내며 몇 가지 사족 같은 말을 덧붙인다.첫째는 ‘정부 주도’라는 말의 함의이다. 시장 주도 자유시장경제의 대척점에 서 있는 정부 주도의 계획경제는 애시당초 생각도 해보지 않은 개념일 것이다. 그러나 혹시라도 경제성장을 빌미로 정부가 나서 일일이 구체적인 특정 산업이나 프로젝트를 정하고, 투자를 집행하고, 경영에 참여하겠다는 것은 아니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헌법이 천명하는 바와 같이, 국민 각자의 창의로운 경제활동을 최대한 보장하며 공정한 경쟁질서를 유지하여 시스템으로 국민경제를 최대한 활성화하겠다는 뜻이기를 소망한다.둘째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복잡한, 그러면서도 여전히 구멍이 숭숭 뚫린 복지제도를 공들여 다듬어 달라는 것이다. 제42대 미국 대선에 나선 클린턴이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와 함께 내건 구호는 ‘잊지 말자, 의료보험제도(Don‘t forget healthcare)’였다. 이를 상기해 성장의 회복 이상으로 복지도 공들여 준비해주기를 소망한다. 특히 보편적 복지가 전제되지 않는 성장이 지금의 양극화 문제를 초래했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기 바란다.마지막으로, 재선에 도전하는 현직 대통령을 향해 도전자 클린턴이 외쳤던 구호 ‘정권을 교체하자(No more of the same)’가 갖는 함의를 여당의 후보로서 현직 대통령과의 관계를 설정하는 준거로 삼아야 한다. 그리하여 제1호 공약 ‘성장의 회복’을 이룰 후속 공약들을 뽑아 세우기를 소망한다. 같은 당 현직 대통령의 성적표는 부인한다고 해서 없어지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야당 대통령 후보처럼 ‘갈아엎자’고 할 수는 더더욱 없는 것이리라.숫자로 결정하는 선거에 ‘성장의 회복’을 제1 공약으로 내건 이가 그 뜻을 펼칠 수 있는 제2, 제3의 공약이 무엇일지 성경에서 말하는 뱀 같은 지혜가 자못 기대된다.이계안 2.1지속가능재단설립자

2021-11-07 15:47 이계안 2.1지속가능재단설립자

[브릿지 칼럼] 100세 시대 생존 비결, 평생 학습

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수명이 길어짐에 따라 인생 프레임이 달라졌다. 우리는 그간 ‘학교(공부)-직장-은퇴’라는 3단계 인생 주기로 살아왔다. 학습 활동은 인생 초반기에 집중되었다. 그러나 이젠 시대가 바뀌었다. 초반기 학습의 한 가지 직업만으로는 기술혁신이 빠른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생존할 수 없다. 공부-직장-공부-직장’의 사이클을 반복하면서, 새로운 시대에 부합하는 자신의 인적 가치를 높이는 일이 필수인 시대가 되었다. 그렇다, 100세 시대에는 평생학습이 생존 비결이다먼저 평생 현역의 삶을 준비하자. 앞으로는 은퇴와 정년이라는 개념이 사라지고, 80세까지 일하며 최소 2~3개의 직업을 경험하게 된다고 한다. 20~30년간 번 돈으로 나머지 30~40년의 노년을 살아갈 수 없고, 한계에 봉착할 사회보장 때문이다.오래 일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과 지식으로 재무장하고, 제2의 직업도 준비해야 한다. 은퇴 후라도 늦지 않다. 은퇴 5년 전후가 골든타임이다. 우리는 자녀교육이나 초반기 대학 교육에는 사생결단하고 투자하면서, 정작 자신과 인생 2막을 위한 후반기 교육에는 소홀했다. 평생학습으로 자신의 인적 자원을 개발하고 특화해 오래 일할 수 있는 생존력을 높여야 한다.설령 재무 준비가 되어 있더라도 디지털 시대에 적응하고, 세상과 소통하며 성장하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배움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은퇴 후의 공부는 배움 자체가 즐겁고 좋아서 스스로 공부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좋아하는 취미 활동 관련, 어학, 역사, 인문학 등 평소 궁금하거나 호기심과 관심이 많은 분야에 대해 뭐든지 공부의 세계에 빠져보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다. 숨어 있는 잠재능력이나 재능이 발견될 수도 있다. 먼저 고령화 사회가 된 선진국들이 오랜 연구 결과 찾아낸 노후의 최고 행복은 바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공부하며 몰입하는 것이라고 한다.학교의 어원인 그리스어 스콜레(schole)는 ‘공부하다, 삶을 즐기다, 여가를 즐기다’는 뜻이다. 여기서 파생한 학교는 본래 삶을 즐기고 재미있게 사는 법을 가르치는 곳이라 한다. 은퇴 후엔 늘어난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행복의 관건이다. 다시 학교로 돌아가 지금부터라도 삶을 즐기고 재미있게 사는 법을 배우자. 문제는 ‘이 나이에 무슨 공부를 하느냐?’라는 부정적인 생각을 떨쳐 버리는 것이다. 최근 선진국에서는 현재의 교육제도만으로는 은퇴 후 40년에 걸친 행복한 노후를 영위하기 어려워 시니어 의무교육 제도를 논의 중이라고 한다. 모든 시니어를 대상으로  제2의 인생 설계를 위한 교육을 국가 차원에서 의무화한다는 것이다. 이런 교육을 통해 4차 산업혁명으로 파급되는 노동시장의 변화에도 대처한다. 시니어의 축적된 경험과 삶의 지혜를 젊은 세대들에게 전수하게 하고 봉사활동과도 연계시킨다면, 저출산 고령화 문제의 좋은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100세를 기준으로 보면, 60세 정년은 이제 막 인생의 반환점을 돌았을 뿐이다. 퇴장을 말하기에는 너무 이르다. 국가적으로도 손실이다. 노년기에 가장 좋은 일은 공부하는 것과 배우는 것이다. 평생학습으로 미래 세대에게 짐이 되지 않는 존경받는 어른으로 거듭나야 한다. 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

2021-11-04 14:22 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

[브릿지 칼럼] 자영업자가 넘쳐나는 이유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으로 고통받다 지난해부터는 코로나19로 심각한 타격을 받았다. 그래서 지난 3월 국세청은 696만명의 자영업자 모두를 올해 세무조사 대상에서 뺀다고 밝혔다.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전국 소상공인·자영업자들과의 간담회에서 ‘불나방’ 발언으로 논란이 일었다.이처럼 자영업자에 대한 걱정이 이래저래 많다. 한국자영업연구원 권순우 원장의 지적대로 ‘최저임금 인상→기업수익 악화→고용 축소→가계소득 감소→수요 감소’라는 악순환의 위험을 고려해 균형감 있게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펴야 했다. 2020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의하면 취업자 중 자영업자 비중은 미국 6.3%, 일본 10.0%, 한국 24.6%다.따라서 자영업자 비중을 미국·일본 수준으로 줄이는 비전이 세워져야 한다. 자영업자가 많은 이유는 산업공동화가 심각했기 때문이다. 제조업 공장이 해외로 빠져 나갔다. 2011~2020년 누적치로는 49만1000개에 달한다. 지난 10년간 10대 재벌의 매출은 두 배 이상 늘었는데 종업원 수는 거의 그대로다.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른 10대 기업 중 1위, 삼성전자의 2011년 매출액은 120조8157억원에 종업원수는 10만1970명이었는데 2020년 매출액은 236조8069억원에 종업원수는 11만1274명(2021년 6월말 기준)이다. 매출은 1.96배 성장했으나 종업원은 거의 그대로다. 5위 현대차도 42조7740억원, 5만7105명이 103조9976억원, 7만641명으로 매출은 2.45배 성장했으나 종업원은 23% 늘었을 뿐이다. 더구나 현대차는 1996년 이후 25년간 국내공장 증설이 없었다.9위 LG전자도 그렇다. 28조971억원, 3만5286명에서 매출은 63조2620억원으로 늘었으나 종업원 수는 3만9099명으로 제자리다. 10위 기아차도 마찬가지다.정부로부터 극진히 혜택을 받는 한국의 10대 대표기업들이 성장하면서도 모두 해외에 나갔고 국내 일자리 기여가 거의 없었다. 중견·중소기업들도 모두 따라했다. 바로 생산시설 해외 이전, 오프쇼어링(Offshoring)이다.오프쇼어링만 문제가 아니다. 괴상한 기업문화가 있다. ‘직급정년제’라 할 수 있다. 신입사원 20명이 입사했다. 그 후 4~5년이 지나 12명이 과장이 되면 진급하지 못한 8명은 퇴직후 여기저기 전전하다 자영업자가 된다. 유럽에 가보면 한국과 달리 나이 지긋한 과장을 왕왕 본다. 물론 30대 새파란 부사장도 만난다. 과장 진급 후 5~6년 지나면 그중 7명이 부장이 되고 5명은 퇴직한다. 그 후 3명이 이사가 되면 4명은 퇴직후 자연스레 자영업자가 된다. 자영업자가 끊임없이 양산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자영업자 중 60~70%는 고배를 든다.그렇다면 대책은 없을까. 바로 리쇼어링(Reshoring), 기업의 자국 U턴 정책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보라. 자국 기업의 리쇼어링만이 아니다. 배터리와 반도체 등 타국의 기업까지 미국으로 들어오라 한다. 좋은 일자리와 경제성장과 경제안보 때문이다. 여야 대선 후보들이 강력한 리쇼어링 대책을 만들고 직급정년제란 괴상한 기업문화를 바꾸는 정책 대결을 펼치길 기대해본다.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2021-11-03 14:07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브릿지 칼럼] 코카콜라와 초코파이의 차이점

전소정 지심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지난해 상표 출원 건수는 총25만 7933건이었다. 코로나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상표 건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상표, 즉 브랜드의 포화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현실적으로 등록가능성이 높은 상표를 가지기가 매우 어렵다. 그러나 상표법에서 보호하는 상표의 개념, 등록요건을 잘 이해하고 상표를 선택하면 등록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상표의 식별력을 높여 등록가능성을 높이는 방법을 알아보자.식별력이란 상표는 내 상품과 타인의 상품을 구별하게 해주는 능력을 말한다. 소비자들은 ‘아디다스’나 ‘나이키’, ‘코카콜라’나 ‘펩시콜라’라는 상표만으로 상품을 구별한다. 그러나 상표가 상품의 특성을 직접적으로 나타내는 용어만으로 구성되었다면 수요자들은 이 상품과 저 상품을 구별하기 어려워진다. 이를 상표법적 용어로 ‘출처의 오인혼동 가능성’이라 말한다. 예를 들어, ‘초코파이’라는 상표는 대중에게 초코를 입힌 빵의 보통 명칭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더 이상 A회사의 ‘초코파이’와 B회사의 ‘초코파이’를 구별하게 해주는 능력, 즉 식별력을 갖추지 못했다. 식별력이 약한 상표는 상표법에서 보호 받는 상표가 될 수 없어 독점적으로 해당 상표를 사용할 권리를 가지지 못한다.한 상표가 얼마나 식별력을 갖고 있는지 판단하는 것은 전문가도 쉽지 않다. 상표 분쟁에서도 판사의 판결도 뒤집힐 수 있을 정도로 주관적인 영역이다. 그럼에도 식별력의 개념을 어느 정도 이해해야 식별력을 갖춘 상표를 선택할 수 있다. 식별력의 판단기준을 쉽게 설명하면 수요자들이 상표를 보고 그 상품의 특성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다면 해당 상표의 식별력은 약하다고 볼 수 있다. 실무를 하다보면 문제는 ‘직관적’인 인식 가능 여부라 할 수 있는데, 상품의 특성을 ‘암시적’으로 드러낸 상표는 식별력을 인정 받아 등록 받을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최근에 심사 결과가 나온 네오시스템즈의 원스톱 물류서비스 ‘택배플래너’의 경우 식별력이 있다고 볼 수 있을까? ‘택배플래너’라는 상표는 이 상품 또는 서비스가 ‘택배’와 관련된 것임을 명확히 알 수 있으나 ‘플래너’ 부분은 상품의 특징을 직접적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암시할 뿐이다. 결국 ‘택배플래너’는 택배 서비스 분야에 대해 상표권을 확보했다. 한 가지 예를 더 든다면, 배즙을 주 원료로 한 ‘갈아만든 배’는 해당 상표를 보고 상품의 특성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어 식별력이 약한 상표로 상표 등록에 성공하지 못했다. 비슷한 시기에 나온 ‘미녀는 석류를 좋아해’는 석류가 포함된 음료임을 직접적으로 설명할 수 있으나 ‘미녀’ 부분은 상품과의 관계를 암시적으로 드러낼 뿐 직접적으로 설명한다고 볼 수 없어 결국 상표 등록에 성공했다. 따라서 상표 등록의 가능성을 높이려면 우선 상표의 식별력부터 갖추어야 한다. 내 상표가 상품의 특징을 너무 직접적으로 설명하고 있지 않은지, 해당 업계에서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용어만으로 구성되어 있지 않은지, 현재 유행하고 있는 단어로만 조합되어 있지 않은지를 스스로 진단한다면 식별력을 높여 상표 등록에 성공할 수 있다. 도저히 내 상표의 이름 부분에서 식별력을 높일 수 없다면, 식별력 있는 도형 등을 추가하는 방법이나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후발적으로 취득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전소정 지심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

2021-11-01 14:11 전소정 지심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

[브릿지 칼럼] 노인 외출의 사회경제학

전영수 교수알면서 당하는 것만큼 안타까운 건 없다. 답답한 건 이런 불상사가 반복되는 현실이다. 특히 정책과정에서 현실과 대책의 엇박자가 잦다. 제 때 맞춰진 정책이 필요한데, 관점·시기의 미스매칭이 화를 키우곤 한다. ‘때’는 그만큼 중요한 변수다. 가성비 좋은 문제 해결을 원한다면 현실 반영이 전제된 대응체계가 시급하다.한국 사회의 변화 흐름은 꽤 역동적이다. ‘다이내믹 코리아’답다. 표준모델·일반경로란 건 무의미해졌다. 어제의 상식은 오늘의 유물이다. 그만큼 시대 흐름이 급격하다. 인구 변화가 대표적이다. 한국은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전대미문의 급변통계 보유국이다. 출산율은 2000년 인구위기선(1.3명)을 깬 이래 놀랍도록 내려꽂히고 있다. 2018년부터는 1명을 밑돈다. 2021년 0.7명대까지 떨어질 것으로 추정된다.이대로면 한국은 순식간에 초고령사회에 닿는다. 고령화율은 16.9%(2021년 9월)다. 2017년 고령사회(14%)가 됐는데, 초고령사회(20%)를 향해 매섭게 질주한다.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다. 추세를 보면 3~4년 후면 초고령사회가 확실시된다. 워낙 안 낳으니 예정대로 늙어가는 인구비중이 더 부각돼 비율을 끌어올린다. 최근 65세에 진입한 광의의 베이비부머(1955~75년생) 1700만명을 보건대 노인비중은 급증세다. 연 85만명씩 신규 노인이 배출된다.이로써 노년사회는 예고됐다. 정해진 미래다. 현재 고령화율 1위는 일본으로 29%대에 육박한다. 주지하듯 늙음이 촉발한 총체적 위기의 조짐이 뚜렷한 사회다. 갈등과 부담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된다. 산업역군의 대량 퇴장은 거리 풍경마저 늙음으로 뒤바꿨다. 당사자는 장수 재앙에 무기력하다. 재택간병은 개인 부담을 뜻한다. 해서 있는 듯 없는 최소 활동의 유령인구로 살아간다. 숨만 쉬며 집안에서 은둔한다. 노년 고립이다. 고립은 또 질병을 낳는다. 결국 노년은 빈곤·고립·질환의 트릴레마로 완성된다.초고령사회는 인류의 첫 경험이다. 일본처럼 몇몇 나라가 맞섰지만, 여전히 갈팡질팡이다. 현상이 문제가 돼선 곤란하다. 어쩌면 기회로 삼는 역발상이 해결의 힌트다. 뒷방 퇴물로 전락한 거대 인구의 재검토가 그렇다. 방치하면 경제순환과 사회구조는 유지될 수 없다. 그래서 절실한 게 예고된 미래에 올라탄 맞춤형 대응이다. 늙음을 방치하기보다 편입하는 뉴노멀이 그렇다. 대타협으로 늙음을 흡수할 때 위기는 기회가 된다. 아쉽게도 시간은 길게 주어지지 않는다. 때를 놓치지 않는 선제적 고민과 실체적 체계가 강구될 시점이다.대응 취지는 고령인구의 활력 유지에 있다. 잉여인구에서 활동인구로 유인하면 다목적 효용이 달성된다. 고립만 막아도 후생은 커진다. 거창한 정책도 필요하나, 당장은 할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 일본의 도야마시는 ‘외출정기권’이란 사업을 내놨다. 고령 주민의 외출 허들을 낮추고자 공공교통비를 낮췄다. 한국의 지하철 경로우대와 닮았다. 단 주간에 한정해 갈등 여지를 줄였다. 손주와 동반 외출시 공공시설 입장료도 없앴다. 각국의 벤치마킹은 잇따른다. 세대교류형 커뮤니티란 호평도 있다. 고립보다 활력을 통해 노인 소외에 맞설 한국형 대안 실험이 필요한 때다.전영수 교수

2021-10-31 15:11 전영수 교수

[브릿지 칼럼] 내 인생은 나의 것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우리 삶의 어두운 단면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전 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는 넷플릭스 시리즈물 ‘오징어 게임’. 나락에 떨어져 더 이상 갈 곳이 없다고 여기는 등장인물들은 생명을 담보하는 파국적 선택을 하며 어떻게든 자신의 삶을 소생시켜보려 애쓴다. 이들이 경험하는 게임의 세계는 설정의 잔인함을 차치하더라도 게임에 대한 주도권이 실제로는 없다는 점에서 그들이 살아온 세상과 다르지 않다.오징어 게임 같은 가상의 극한 상황은 아니라도 우리는 종종 일상에서 선택권을 갖지 못해 경험하게 되는 재미없는 상황들을 만난다. 가고 싶지 않지만 아내를 따라 백화점을 돌아다니게 된 남편이나, 친구들과 놀고 싶지만 부모와 친척집을 방문해야 하는 자녀가 겪게 되는 불편감 등이 그렇다. 하지만 이렇게 단순히 재미없고 불편한 마음 정도가 아니라 통제의 수위가 매우 높고 지속적인 경우의 문제는 심각하다.무서운 눈빛으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던 한 남자는 어릴 때부터 늘 ‘말도 안되는 소리 하지 마라’는 얘기를 들으며 자랐다. 보수적인 그의 부친과 조부는 초등학생이던 그에게 여자아이랑 놀거나 함께 있는 것마저 허락하지 않았다. 연기를 하고 싶었던 그는 대학 학과나 진로를 정할 때도 늘 반대에 부딪혔다. 결국 그는 가족을 떠나 자기사업을 시작하며 많은 돈을 벌었다. 하지만 아무도 옆에 없는 온기 없는 삶이 너무 외로웠고 마음에 어느 누구도 담을 수 없게 짜증과 분노로 가득차 있었다.   심한 우울증으로 자살사고에 시달리는 한 여자 역시 자기 삶의 통제력을 갖지 못했다. 부친은 폭력적이고 힘없는 모친은 딸에게 힘들다고 하소연하며 의존한다. 그녀는 부모 집에 내려가는 게 싫지만 그래도 엄마의 하소연을 안 들어 줄 수 없고 힘들다는 가게 일을 안 도울 수 없어서 주말마다 회사일을 마치고 지방에 있는 엄마에게 내려간다. 사라져버리고 싶은 충동에 압도되곤 하는 그녀는 몇년째 약물로 버티며 살아내고 있었다.체스판 위의 말처럼 자기 주도권을 갖지 못할 때 경험되는 대표적인 감정은 무력감이다. 이 무력감을 잘 극복하지 못하면 모든 걸 포기하고 무기력한 상태를 유지하려 하거나 분노에 가득 차 세상에 적대적인 태도를 취하곤 한다. 부정적인 시각과 다른 사람을 믿지 못하는 마음이 커져 어느 누구에게도 마음을 내주거나 받아들이지 못한 채 자신만의 방에 스스로를 가두고 그런 자신을 합리화한다. 자신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세상을 탓하고 거리를 두거나 남을 지배하고 군림하는 것에서 보상받으려고 하기도 한다.내 시간과 공간, 에너지 등의 사용에 통제권을 갖길 원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인간의 욕구다. 누구나 내 생각과 뜻에 따라 무언가를 선택하고 의욕을 내며 나라는 사람의 삶을 잘 가꾸며 살기 원하기 때문이다. 사람답게 사는 것은 나로 산다는 것이고 내 삶의 자율성을 갖는 것이다. 무력감의 영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누군가를 지배하고 통제해서도 안되지만 내 삶의 주도권을 내주어서도 안 된다.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는 전문가를 찾아 도움을 요청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로 극복하고 넘어서야 우울과 분노에 사로잡히지 않는다.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

2021-10-28 14:19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

[브릿지 칼럼] 보금자리주택·뉴타운 재도입해야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문재인 정부는 공급확대 보다는 수요억제 정책을 펴다가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을 폭등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 부동산 시장의 기본원리인 수요와 공급이라는 단순논리를 무시하고 반 시장적 규제정책을 펴다가 실패했다.문재인 정부의 실패는 꾸준한 공급만이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각인시켜 주었다. 현재 급등하는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대량공급 확대방안을 찾아야 하는데, 과거 정부에서 효과적이었던 대량공급 정책들을 재검토해 봐야 한다. 공급측면에서 효과적이었던 정책은 뉴타운사업과 보금자리주택이었다. 뉴타운사업과 보금자리주택은 대량공급이 가능한 정책들로써 시장안정에 큰 역할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자치단체장 또는 정권이 바뀌면서 정치적 논리에 따라 대부분 폐기되었다. 부동산 정책은 정치적 논리에 따라 운영되기보다는 좋은 정책은 계속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주택가격과 전세가격 급등은 효과적인 공급정책들은 정치논리로 폐기하고, 재개발재건축 규제로 공급을 위축시키거나, 도시재생에 몰두하다 공급의 골든타임을 놓친 결과다. 부동산 정책의 실패가 국민들에게 주는 피해는 엄청나다. 집값은 2배 폭등은 물론 전월세도 폭등하여 극심한 고통과 주거불안을 겪고 있다. 주택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먼저, 서민들의 내 집 마련에 효과적이었던 보금자리주택을 재도입을 검토해야 한다. 보금자리주택은 무주택 서민을 위해 공공부문을 통해 직접 공급하는 주택으로 2009년부터 중소형 분양주택 70만 가구와 임대주택 80만 가구 등 총 150만 가구를 공급하는 정책이었다. 그 당시 무주택 서민들의 많은 관심을 받았으며, 대량공급을 통해 시장을 안정시키는데도 큰 기여를 하였다.또한 대량공급이 가능한 뉴타운사업도 재도입을 검토해야 한다. 뉴타운사업은 민간주도 도시정비사업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서울시에서 2002년부터 추진한 기성시가지 재개발방식이었다. 뉴타운사업은 대규모 도심재개발사업으로 종래의 소규모 단위의 재개발보다 대량공급이 가능해 공급측면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았다. 대표적인 은평 뉴타운은 105만평의 면적에 1만6172호의 주택과 녹지 및 11개 학교가 조성되었다. 길음 뉴타운은 주거중심형으로 37만평의 면적에 1만4100호의 주택과 4개 소공원 및 1개 신설학교가 조성되었다. 왕십리 뉴타운은 도심형으로 10만평의 면적에 5000호의 주택과 7개의 공원 및 2개 학교가 조성되었다. 그리고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풀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재개발·재건축이 투기의 원흉이라 보고 집권 내내 강력한 규제를 통해 시장을 위축시켰다. 재개발·재건축을 투기의 관점에서 보고 규제만 할 것이 아니라 고갈된 도심 토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하여 공급을 확대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 활용해야 한다. 주택부족으로 시장이 불안한 현 시점에서 대량공급이 가능한 정책들은 정치적 논리를 떠나 재도입을 검토해 봐야 한다. 특히 재개발·재건축을 투기의 관점에서 규제만 할 것이 아니라 용적률 상향을 통해 부족한 주택공급을 확충하는 수단으로 활용해야한다.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

2021-10-27 14:38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

[브릿지 칼럼] 무리한 탄소중립 계획 재검토해야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지난 10월18일.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 ‘2030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상향안’과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최종안’을 발표했다. NDC 상향안은 오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는 것으로 목표를 상향 조정하는 내용이다.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2050년에는 석탄 및 LNG 발전을 완전 금지하고 재생에너지 비율을 70.8%까지 늘리는 완전한 탄소중립 방안(A안)과 LNG 발전 5%, 재생에너지는 60.9%까지 늘리는 절충적 방안(B안) 두 가지로 구성되었다. 이러한 발표 내용에 연일 과학계와 산업계, 정치계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우리의 관련 과학기술이 아직 미비하다는 점이다. 정부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주요 수단으로 제시한 CCUS(이산화탄소 포집, 활용, 저장 기술)와 무탄소 가스터빈, 수소환원제철 등의 신기술은 아직 실험 단계에 머물러 있다. 상용화할 만큼 안전성과 경제성이 확보되었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는 의미이다. 심지어 대체 물질이 없는 반도체 공정의 핵심 재료인 불화수소에 대해서도 무작정 ‘사용량 78% 감축’을 통보했다. 정부는 획기적으로 탄소를 줄일 수 있는 적절한 기술이 아직 발명되지 않았는데도 “탄소 배출 제로(0)로 만들 수 있다. 안되면 공정을 멈춰서라도 되게 해야 한다”고 선언한 셈이다.둘째, 기업에 혼란을 야기한다. 당장 기존의 탄소중립기본법에서는 2030년 NDC가 35%였지만 이번 결정으로 인해 갑자기 40%로 높아졌다. 게다가 탄소중립 시나리오는 하나로 확정하지 않고 두 가지 상황을 애매하게 가정했다. 이처럼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정부 정책 속에서, 기업은 전략 수립 과정에서 막대한 규제 리스크를 안게 된다. 그로 인해 기업은 큰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게 된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근로자와 소비자에게 돌아갈 것이다.셋째, 비용에 대한 고려가 없다. 기업이 탄소중립을 위해 부담해야 할 비용에 대해서는 정부가 어떤 대책도 마련하지 않았다. 당장 수소환원제철 기술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포스코 조차도 기존 고로를 모두 바꾸는 데 40조원이 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는 순전히 규제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이다. 기업이 비용에 대한 부담을 전부 떠안게 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지원할 수 있는 것은 해 주고, 못 해준다면 규제를 해제하는 것이 자연스럽다.환경 문제는 대단히 중요하다.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실에 부합하는 방식을 고려해야 한다. 효용과 비용도 반드시 함께 고려해야 한다. 산업계의 실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명분을 앞세워 규제를 몰아붙여서는 곤란하다. 그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기업과 국민에게 돌아갈 뿐이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탄소중립 계획은 기업계에 타격을 줄 수 있는 무리한 정책이다. 감축량을 미리 정해놓고 거기에 무조건 맞추려 할 게 아니다. 정부는 관련 기술의 개발 현황, 목표 달성에 소모되는 비용, 기업에 가해질 수 있는 리스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합리적인 정책을 다시 내놓아야 할 것이다.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2021-10-25 14:09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브릿지 칼럼] 음악 오디션 유감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여기를 둘러봐도 가수 오디션, 저기를 돌려봐도 음악 경연 프로그램이다. 재방송까지 틀어대니 가히 음악 오디션 천국이다. 10년 전쯤 M.net의 ‘슈퍼스타K’가 케이블채널로서 놀라운 시청률을 기록한 이후 ‘K-Pop Star’ ‘위대한 탄생’ 등이 지상파까지 점령했다.  하지만 금세 식상해져 버리고 시청자들이 외면하자 음악 오디션은 시들했었다. 그러다 재작년부터 트로트 오디션이 급부상하면서 각종 음악 오디션들이 연말까지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다.남녀 트로트 오디션 시리즈로 짭짤한 돈맛을 본 TV조선은 K팝 분야로 확장하며 노골적인 욕심을 내기 시작했다. 장르, 국적을 뛰어넘는 ‘내일은 국민가수’라는 문어발 확장 노선은 상업주의의 발톱을 대놓고 드러낸다. 별다른 개성이나 차별화도 없다. ‘미스 트롯’ ‘미스터 트롯’의 MC 김성주의 진행을 필두로 포맷도 거의 판박이다. 계열사 신문까지 하루가 멀다 하고 광고성 기사로 도배를 하고 있지만 어떤 차별점이나 개념, 철학도 없다. 시청자의 선택권, 공공성도 외면한채 그저 돈벌이에만 혈안이다. 음악 오디션의 원조 M.net은 ‘걸스플래닛 999 : 소녀대전’으로 오디션 대세에 동참한다. 한·중·일 3개국 합동으로 각국에서 99명의 소녀들이 출전해 최종 9명을 뽑는다. ‘프로듀스101’의 불미스러운 조작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인데 큰돈의 흐름을 놓칠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아무리 방송 기획의 자유가 있다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양심은 기대했었다.공익성을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하는 지상파 공영방송들도 다르지 않다. KBS는 7080 흘러간 음악을 내세워 ‘우리가 사랑한 그 노래 새가수’를 선보이고 있다. 오디션에서 경쟁의 차원을 떠나 추억을 찾아보자는 기획은 공감할 만하지만 결국 예전 히트곡들을 부르는 젊은 가수들의 경연장일 뿐이다. 오디션의 단골 손님 이승철, 성시경 등은 안전장치다. 공영방송에 대한 최소한의 기대가 있는 시청자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시청률은 바닥권을 헤매고 있다. 지상파 방송들의 사정과 처지는 대동소이하다. 공영성은커녕 기본적 수준까지 의심받고 있는 MBC는 2개의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지난 올림픽방송 등의 실수를 만회하려 했다. 그러나 아이돌 지망생들이 펼치는 ‘극한데뷔 야생돌’은 한때 인기를 끌었던 ‘진짜 사나이’의 억지 패키지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MBC표 걸그룹 프로젝트 ‘방과후 설렘’도 CJ 연출팀을 모셔와서 결국 방송국만 바뀐 ‘프로듀스 101’에 그치고 말았다.안 봐도 뻔한 음악 오디션들에 비해 그나마 신선한 장르에는 눈길이 간다. 퍼스트무버보다는 패스트팔로워 전략으로 고만고만한 오디션을 내놓았던 MBN은 조심스레 ‘국악’ 카드를 꺼내들었다. 최근 이날치 밴드 등의 급부상에 힘입어 ‘조선판스타’에서 실력파 ‘K소리꾼’을 발굴하려고 한다. 참신함과 용기를 바탕으로 MC 신동엽을 필두로 국악계 대모 신영희 명창에 김조한 등 팝스타들을 심사단에 포진시켜서 쉽게 접근하기 힘든 장르에 어렵게 도전하고 있다. 오징어게임 덕분에 한류의 흐름이 한없이 넓어지는 마당에 우리 전통 소리가 세계인의 귀에도 아름답게 들릴지 차분하게 두고 볼 일이다. 적어도 명분은 살아있으니까.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2021-10-24 14:25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브릿지 칼럼] 회색 코뿔소가 어른거리는 한국 경제

박종구 초당대 총장홍남기 경제부총리는 지난달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회색 코뿔소와 같은 위험요인들은 확실하고 선제적으로 제거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발언했다. 우리가 무시하는 명백한 위험인 ‘회색 코뿔소’가 도처에 널려 있다. 글로벌 가치사슬이 약화되면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석유·가스값이 7년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중국은 전력 공급에 적신호가 울렸다. 부동산 버블 붕괴로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5.9%로 하향조정했다. 한국은 4.3%를 유지했지만 낮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경제활동의 주체인 기업의 활력 제고가 시급하다. 코로나19 대응, 복지 강화를 위한 재정 풀기가 한계에 이르렀다. 내년도 정부예산이 600조원을 넘어서고 국가채무비율도 50%를 상회할 전망이다. 주요국 가운데 재정적자 증가 속도가 가장 가파르다. 안드레아스 바우어 IMF 한국미션단장은 부채가 폭발하지 않도록 장기적 틀에서 재정정책을 운용할 것을 주문했다.경직적인 노동시장, 중대재해처벌법, 촘촘한 규제가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우리나라의 한계기업 비중은 18.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4위를 기록했다. 2016년 15.7%에서 2020년 18.9%로 상승했다. 2017-2020년 기업이익의 연평균 증가율은 -1.7%를 기록했다. 성장엔진이 식어가고 있는 징표로 볼 수 있다. 기업이익 감소가 투자 위축과 고용 부진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다.지난해 상위 1% 기업이 전체 법인세의 60.9%를 부담했다. 삼성전자 등 5개 기업의 부담율이 9%에 달한다. 특정 기업의 업황에 세수가 크게 영향받는 기형적 구조가 아닐 수 없다. 미국 조세재단의 분석에 따르면 법인세의 조세경쟁력 순위는 OECD 36개국 중 33위로 바닥 수준이다.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기업의 우려가 크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중소기업중앙회가 실시한 조사 결과, 응답기업의 67%가 법규 준수가 어렵다고 응답했다. 의무범위가 과도하게 넓어 경영자 부담 가중, 종사자 과실로 피해 발생해도 처벌 가능, 과도한 형벌 수준 등이 주요 애로 사항으로 꼽혔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신속한 보완이 시급하다.경직적 고용시장과 전투적인 노사관계가 여전하다. 파리바게트 사태는 뒤틀린 노사관계의 민낯을 보여준다. 세계경제포럼(WEF) 평가에서 노동시장이 51위로 평가되었다. 노사협력 130위, 정리해고비용 116위를 기록했다. 정부의 적극적 리쇼어링 정책에도 불구하고 2017년 이후 단지 52개 기업이 돌아왔다. 대기업은 현대모비스 1개사 뿐이다. 높은 노동비용과 경직적 노사관계가 주된 요인으로 지적된다.국회예산정책처는 2025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 4만달러 시대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잠재성장률을 2%로, IMF는 1.8%를 제시했다. 서울대 김세직 교수 연구는 조만간 ‘제로 성장 시대’를 예측하고 있다. 기업을 옥죄는 정책이 계속되면 성장잠재력이 가파르게 추락할 수 있다. 비대해진 공공부문을 축소하고 공기업 개혁을 통해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지속적인 성장을 견인하는 것은 기업의 창의와 열정 그리고 기업가 정신이다. 친투자, 친시장 정책으로의 전환이 시급하다.박종구 초당대 총장

2021-10-21 13:59 박종구 초당대 총장

[브릿지 칼럼] 드라마 ‘오징어게임’에 빠져드는 이유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지난 9월 17일 넷플릭스에 공개된 한국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국내 드라마 최초로 전 세계 넷플릭스 드라마 랭킹 1위에 올랐다. 빚더미에 빠진 벼랑 끝 참가자들이 456억원을 쟁취하기 위해 벌이는 살벌한 경쟁, 게임에서 지면 목숨마저 빼앗기는 자극적인 설정이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인기 작품은 시대의 정서를 반영한다고 했다. 한국 사회에서 뜨거운 논란을 빚고 있는 공정성 이슈를 게임의 룰에 적용함으로써 적잖은 공감대를 형성했다. 거대한 게임판 속에서 무력하게 파편화된 참가자들에게 우리는 어떤 심리를 읽을 수 있을까?하버드 대학의 사회생물학자인 에드워드 윌슨은 “인간은 타고난 근시안”이라고 말했다. 원시인의 수명은 짧다. 그들은 하루하루가 모험이었고 오늘을 살지 못하면 내일이 없었다. 하루 벌어 하루 먹는 하루살이 생활이기 때문에 그날의 사냥은 생존에 매우 중요했다. 그래서 인간의 뇌구조는 장기보다 단기를 선호하도록 만들어졌다. 에드워드의 주장은 이러한 논리에서 파생되었는데 현대에도 그의 주장이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사람들에게 당장 100만원을 받는 것과 한달 후 110만원을 받는 선택지를 제안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금의 100만원을 선택한다. ‘나중의 꿀 한 통보다 당장 엿 한 가락이 낫다’는 속담에서 알 수 있듯이 근시안적 뇌구조를 가진 일반 투자자들은 장기투자 대신 단기 매매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오징어 게임에 참가한 모든 사람들도 근시안적 본능의 오류를 가지고 있다. 빚더미에 짓눌린 사람들이 단기간에 456억원의 상금을 얻기 위해 모였다는 점이다. 목숨을 담보로 한 사기같은 게임이 가능한 것은 짧은 시간에 일확천금을 향한 인간의 근시안적 본능 때문이다.오징어 게임은 스토리, 의상, 세트, 조명, 서사를 비롯해 모든 것이 매우 비현실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사람들이 공감하는 이유는 뭘까? 드라마를 통해 근시안적 본능을 일깨워 자신과 주인공 기훈(이정재)을 동일시하여 456억원을 성취했을 때 대리만족을 느끼기도 하고 마치 그 사람과 실제로 상호작용을 하고 있는 듯한 유사 사회적 상호작용을 경험하기도 한다.오징어 게임을 비롯한 일확천금의 모든 신화는 인간의 약점인 근시안적 본능을 이용한다. 공기로 움직이는 자동차, 물을 연료로 하는 보일러, 연료없이 저절로 움직이는 기차를 믿을 만큼 어리석은 사람은 없다. 하지만 여기에 ‘투자하면 대박이 된다’는 말만 덧붙이면 자석같이 사람들이 달라붙는다. 드라마의 궁극적 제작 의도가 그러하듯 적금 대신 로또를 좋아하고 기다리는 대신 당장 신용카드로 내일의 풍요를 당겨 쓰며 장기투자보다 단기투자를 좋아하는 근시안적인 사람들에게는 영락없이 ‘실패’라는 꼬리표가 달라붙는다.경제학자 케인스는 근시안적 본능을 지적하며 철저히 장기 투자로 큰돈을 벌었다. 그리고 그는 근시안적 본능의 오류에 빠진 이들에게 이렇게 경고한다. “인생은 짧다. 그래서 인간은 오징어 게임에 참가하거나 단기투자를 선호한다. 그러나 어떠한 상황에서도 일단 투자를 한 주식은 장기 보유해야 한다. 여러 해가 걸리겠지만 확실한 이익이 나거나 아니면 확실히 실수였다는 판단이 서기 전에는 함부로 매도하거나 행동해서는 안된다.”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2021-10-20 14:24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브릿지 칼럼] 흔들리는 세계

엄길청 미래경영학자·전 경기대 경영전문대학원장진위와 선악을 가려 바르게 판단하는 능력을 ‘이성’이라고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사회가 필요 없는 사람은 짐승이나 신이 틀림이 없다는 말로 인간에게 사회의 필요성을 극명하게 강조한 바 있다. 국가와 제도나 도덕 등은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공동의 선으로 만든 역사적 가치이자 규율이다. 그 가치의 존엄과 중대성을 지키느라 많은 개인들의 자유와 선호가 억압되어도 서로 물러서고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살아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선거승패 수용의 정치감정이며, 사회적 힘과 재정성과의 격차를 용인하는 통합태도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정치와 경제현장에서 사회이성이 작동을 하지 않는 공동가치 인지시스템의 마취현상이나 불감증을 심각하게 느끼게 된다. 지금 우리나라와 미국은 전례 없는 부정선거의 주장이 꼬리를 문다. 한 개인의 일거수일투족도 거울처럼 비쳐진다는 정보스크린 사회에서 대통령선거가 상대진영의 노략질로 부정선거가 되었다고 주장하는 일이 한국과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자기들만의 확신편향이라고 하기엔 그 주장의 규모와 정치적 절규의 강도와 행동의 지속성이 일정한 정도를 넘어서고 있다.심지어 스스로 민주자유국가의 전형이라는 미국은 선거승리로 취임하는 대통령을 무력으로 저지하기 위해 일단의 반대파 국민들이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의회를 점거하고 폭력이 난무하는 무정부적 지경에 이르기도 했다. 이번엔 다시 당시 패배한 공화당후보(트럼프)가 지난 선거가 1년도 채 안된 마당에 전국을 돌며 다음 대선을 위한 정치유세를 벌이고 있다. 미국 대통령이 아닌 ‘나의 대통령’을 뽑기 위한 열혈유권자들은 이미 생업도 포기하고 다음 선거가 3년이나 남은 지금, 자기가 선호하는 후보의 정치집회를 따라 전국을 무리를 지어 돌아다니고 있다.한국은 바로 대선을 앞두고 있다. 양당구도의 정치현실에서 두 당의 정당후보자 선출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우리는 법률제도와 사회정의와 인간도덕의 역사적 진실에 대해 엄청난 혼란을 경험하고 있다. 특히 우리 사회는 엄정한 법률이나 진정한 도덕가치에 의해 하나의 국가가치 사회로 통합하기 어려운 심각한 공동가치 훼손의 우려가 금도(generosity)를 넘어서고 있다.진영 마다의 국민들이 자기 가슴에 각기 다른 국가나 인륜의 가치관을 심어가기 시작하는 느낌이 비극적인 국가분열의 미래로 다가온다. 이러면 미구(soon)에 우리나라에는 가치분열과 진영분리라는 갈등표출과 절연의 역사로 다가온다, 대개의 크고 작은 전쟁이나 내분이 그랬다.드디어는 검찰의 국가관리기능 작동에 대한 의구심과, 신성한 대법원의 판결도 시정잡배 같은 추한 거래의 오해와 패당적 작당의 검증도마 위에 오르는 비참한 형국이다. 하긴 양당에서 역대로 이렇게 많은 사법고시 출신 대선후보도 처음 본다. 그들 자신도 이젠 법의 무용과 법질서의 한계를 이미 알기나 하나보다.그런데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왜 이렇게 요즘 들어 더 자기진영의 정치권력 확보에 목매어 할까. 특히 무소불위의 큰 권력을 가진 대통령제의 나라에서 이런 일이 더 심하게 보여 진다. 이젠 내가 좋아하는 대통령을 가지려는 태도가 일단의 국민들에게서는 마치 종교를 따르는 정도의 심각한 사회적 의존성을 보인다, 개인의 지성적 가치도, 집단의 이성적 의지도 진영논리 앞에서는 이젠 하나로 단합하긴 어려운 극렬한 분단의 지점을 무섭게 미국과 한국 두 나라는 지나고 있다. 비단 정치만이 아니다, 사회가 돈을 보는 가치관이나, 쾌락에 무너지는 가족의 패악을 보면 이건 목불인견이자 도덕전통에 대한 참혹한 징벌이다.요즘 미국이나 우리나라는 주택가격이나 주식가격을 무슨 떡 주무르듯이 만들어낸다. 맨해튼의 고가 아파트는 이제 한 채에 1천억 원 시대를 넘어 3천억 원을 호가하고 있고, 우리나라 서울의 아파트 평균 거래가격이 10억 원을 넘어서면서 최근 국민소득 3만 달러 나라의 수도에선 가장 비싸졌다. 주택이 국민 모두에게 필수적인 생존재라는 생각은 안중에도 없다.주식가격은 여태 본데도 없는 신규 상장기업의 PER(주가수익배율)이 한순간에 수백 배(보통은 10~20배)가 넘어도 추종자들은 연일 상한가의 꿈을 가지고 따라나서려고 한다. 지금껏 한 번도 듣도 보도 못한 따상(주식상장 후 더블로 주가가 오르는 것)이란 말도 자주 듣게 된다.분명 권력과 돈과 쾌락의 집단마취 증세이자 사회적 히스테리 현상인데, 이건 공산진영이나 일부 선진국가도 그렇다. 지금 소득 1만 달러의 목전에서 강압사회로 돌아가려는 중국 공산당 정부나, 성곽을 다시 쌓으려는 영국, 호주, 프랑스 등의 나라들도 글로벌교류의 변질과정에 들어가고 있다. 분명한 것은 지구촌 어디든지 지금은 미래 기대와 예측의 불확실성이 아주 높다는 사실이다. 향후에는 해외투자에 너무 쉽게 노출되지 말아야 한다. 해외투자는 그 자체가 국내보다 훨씬 위험하고 불안하지만, 지금의 사정은 더욱 그렇다. 이제 ‘위드코로나’로 인해 조금씩 상황이 좋아지더라도 소비나 투자나 방문이나 해외거래나 교류는 정말 신중히 하자.엄길청 미래경영학자·전 경기대 경영전문대학원장

2021-10-18 15:00 엄길청 미래경영학자·전 경기대 경영전문대학원장

[브릿지 칼럼] 李 당선도 정권교체라는 여론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차기 대선 경쟁이 날이 갈수록 가열되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더불어민주당의 최종 후보가 되었지만 내우외환이다. 안으로 이낙연 후보 지지층이 결선 투표로 가지 않는 결과에 반발했었고 밖으로 대장동 개발 의혹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은 다음달 5일이면 최종 후보가 결정된다. 유력한 후보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홍준표 의원이다. 이번 대선은 역대 대통령 선거와 전혀 다른 양상이다. 여당 후보가 결정되었지만 대선판을 뒤흔드는 의혹에 발목이 잡혀 경선 직후지만 지지율이 상승하는 컨벤션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대장동 의혹 수사가 급물살을 타면서 대선판 전체 변동성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역시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한 수사가 진전되면서 지지율에 부담이 가는 모습이다.후보 간 초박빙인 대선 판세와 별개로 차기 대선의 성격을 묻는 여론조사에서 국민 여론은 ‘정권 교체’에 무게가 잔뜩 실려 있다. 한국갤럽이 자체 조사로 지난 5~7일 실시한 조사(전국1000명 휴대전화RDD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14%)에서 ‘내년 대통령 선거 성격에 대해 어느 쪽에 더 동의하는지’ 물어보았다. ‘정권 교체를 위해 야당 후보 당선’이 52%로 절반을 넘겼다. ‘정권 유지를 위해 여당 후보 당선’ 응답은 35%로 나왔다. 정권 교체 여론이 정권 유지보다 17%포인트 더 높다. 이 정도면 차기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압도적인 우위를 보여야 합리적인 연결이 가능해진다. 차기 대선의 성격을 물어보는 질문 응답에서 정권 교체 여론이 거의 20%포인트 가까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대선 후보 적합도 조사나 가상대결 질문을 해 본 결과 여야 후보 간 비슷한 수준의 팽팽한 결과가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정권 교체 여론이 후보자 지지율로 연결되지 않는 이유는 우선 대통령 지지율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5년차 국정 수행 지지율은 대체적으로 40%대 초반 또는 내외로 나오고 있다. 역대 대통령과 비교하면 양호한 수준이다. 대통령 지지율이 35% 미만이라면 지난 대선 득표율과 비교되며 ‘레임덕’이라는 평가를 받을 텐데 높은 지지율로 정권 재창출 기반을 유지하고 있다. 두 번째 이유는 윤석열 후보와 홍준표 후보 모두 정권 교체 여론을 오롯이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윤 후보는 국정 수행 능력과 자질 면에서, 홍 후보는 본선에서 이길 가능성 측면에서 국민의힘 지지층에 불안감이 남아 있다. 세 번째 이유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대통령이 되는 것도 정권 교체로 인식한다는 점이다. 한국갤럽조사에서 정권 교체를 원하는 응답자 중 6%가 이 지사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과 홍준표 다음으로 높다. 정권 교체와 정권 유지 중에 어느 쪽인지 결정하지 못한 응답 유보층에서 이 지사를 지지하는 응답이 15%로 후보 중에 가장 높다. 여당 후보인 이 지사에 대해 유의미한 비율로 ‘정권 교체 후보’로 인정하는 응답이 나온다는 사실이다. 정권 교체 여론이 월등하게 높지만 국민의힘 후보들의 지지율이 압도적이지 않은 이유로 분석된다. 대선이 오징어 게임 내용보다 살벌한 프레임 전쟁으로 더욱더 치열해진다는 차원에서 이 지사를 ‘정권 교체 후보’로 인식하는 결과는 치명적인 변수가 되고 있다.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2021-10-18 14:32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기자

[브릿지 칼럼] 그 사람의 진면목

김시래 성균관대 미디어융합대학원 겸임교수·인터넷신문 광고심의위원유튜브에서 ‘보이지 않는 고릴라(Invisible gorila)’라는 실험 영상을 찾아보라. 사람들이 공을 주고받고 있다. 실험의 통제자가 하얀 옷을 입은 사람들이 공을 주고받는 횟수만 기억하라고 지시한다. 놀랍게도 사람들은 가슴을 두드리며 중앙으로 지나가는 거대한 고릴라를 보지 못한다. 공에 관심이 팔려 있기 때문이다.인식(Perception)은 무기력하다. 조작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무거워야 리모컨의 성능이 뛰어날 것 같고, 향수를 뿌린 방의 물건이 더 비싼 듯하고, 따뜻한 음료를 마신 심사위원의 평가가 후한 것은 그 때문이다. 마케팅은 이런 빈틈을 파고든다. 조건을 바꾸고 상황을 연출해서 ‘다홍치마’를 만들어 소비자의 욕망을 끌어당긴다. 명품 마케팅이 대표적이다. 시간을 확인하는데 수천만원짜리 시계가 필요할 것인가. 보들리야르는 이런 현대인의 소비 유형을 실질적 사용 가치가 아닌 소유와 과시에서 얻는 정서적 만족감인 기호 가치로 설명했다. 따지고 보면 허상에 불과한 소유적 삶을 경계하고 자기 삶의 주체로서 존재론적 삶을 살라는 에리히 프롬의 지적도 이런 인간의 인식적 불완전성에 근거한다. 요즘 정치인들이 입버릇처럼 주고받는 ‘프레임’이란 용어도 다를 바 없다.기업은 이류, 정부는 삼류, 정치는 사류라고 일갈했던 어느 기업가의 고언이 무색하리만큼 우리 정치판은 여전히 후진적이다. 대선판에 난무하는 독설과 비방전을 보라. 자기 점수보다 상대 점수를 깎아 승리하겠다며 프레임 전쟁이 한창이다. 원래 프레임은 ‘마음의 창’이라는 뜻이다. 공에 집중하면 고릴라를 보지 못하듯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려 있다는 개념이다. 이게 정치판으로 흘러들어가 범죄자의 용어로 변질됐다. 프레임을 걸고, 가두고, 씌운다고 난리법석이다. 함정을 파서 덫을 걸고 올가미를 씌워 짐승을 포획하는 악질 사냥꾼을 보는 듯하다. 그렇다면 능력과 비전을 갖춘 후보자를 찾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대학 시절 은사인 리대룡 교수는 괴팍했다. 수업에 늦으면 문을 닫아걸었다. 복도에서 담배를 피우며 인사를 거르다 혼쭐이 나는 학생이 많았다. 광고인은 철두철미한 상인이 돼야 한다며 시위도 못하게 했다. 말들이 많았다. 얼마전 그 분이 광고인을 기르라며 학교에 20억원을 내놓았다. 대단하다고 말들이 많다. 기부가 이어진다고 했다.누구든 행동으로 판단하라. 행동은 말보다 많은 것을 보여준다. 말로 감추려는 진실마저 드러낸다. 심성은 곱지만 허풍이 심한 친구에게 우정을 기대할 수 없다. 명석한 머리를 가졌지만 냉소적인 말투를 가진 파트너라면 오래가지 못한다. 인간의 진면목은 행동으로 드러난다. 오늘은 과거의 퇴적물이고 미래는 오늘의 부산물이다. 우리의 미래는 그가 남기는 말이 아니라 그가 보여주는 행동에 달려 있다.지금 그의 행적을 살펴라. 이 때 주의할 것이 있다. 즐겨찾는 인터넷 플랫폼을 경계해야 한다. 구글이나 네이버,유튜브나 넷플렉스 등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추천 알고리즘은 당신이 보고 싶은 영상, 듣고 싶은 뉴스를 골라 당신에게 전달한다. 그들이 의도한 프레임 속에 당신을 가두고 당신의 편향성을 강화한다. 골고루 살펴야 전모가 파악된다. 할 말은 참고 할 일은 해내는 사람을 찾아보자.김시래 성균관대 미디어융합대학원 겸임교수·인터넷신문 광고심의위원

2021-10-14 14:39 김시래 성균관대 미디어융합대학원 겸임교수·인터넷신문 광고심의위원

[브릿지 칼럼] 가스라이팅

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가스라이팅(Gaslighting)’이란 용어가 있다. 패트릭 해밀턴 원작의 연극에 기초해 1944년 미국에서 상영된 영화 ‘가스등’에서 유래한 말이다.고전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은 기억이 날 수도 있겠다. 부잣집 상속녀인 폴라(잉그리드 버그만)를 그녀의 남편(찰스 보이어)이 교묘하게 조정해 재산을 가로채려고 하는 내용으로, 남편이 아내를 억압하고 자신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도록 만들기 위해서 집 안의 가스등(Gaslight)을 억압의 도구로 이용하는데, 바로 여기에서 나온 용어이다.가스라이팅은 대개 가정, 학교, 직장, 연인 등 주로 밀접하거나 친밀한 관계에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생면부지의 남의 말을 신뢰하고 의존하게 되지는 않을 것이므로,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권력으로 누군가를 통제하고 억압하려 할 때 사용되는 방법이기에 보통 수평적인 관계보다는 수직적이고 비대칭적인 관계에서 주로 이뤄지게 된다.어른들은 혹여 자녀들이 실수를 하거나 잘못을 할 경우 (인간은 누구나 실수를 통해 배워간다), “거봐라. 네가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있느냐”고 다그치며 “엄마 아빠 말을 안 들어서 그렇게 됐다”고 한다.비단 가정 내에서 뿐만 아니라 연인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나 아니면 누가 너를 만나겠느냐, 우리가 싸우는 건 네가 너무 예민해서 그런 거라며 수시로 윽박지르고, 이게 모두 다 너를 사랑해서 그런 거라고, 너만 잘하면 우리 관계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억지로 설득을 시키고 통제한다.혹시라도 위에서 언급한 말들을 그동안 들어본 경험이 있다면 해당 인간관계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말했다시피 가정은 아주 작은 최소 단위의 사회이다. 부모와 자식, 형제자매가 함께 공동생활을 하며 가정 밖의 사회에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사회성을 배우게 된다. 함께 부딪히며 소소히 맞닥뜨리게 되는 분쟁 내지는 문제 발생 상황 속에서 타협하고 배려하며 문제해결 능력도 생기고 사회성을 체득하게 되는 것이다.그런데 가스라이팅이 빈번하게 발생하는 상황 속에서 자신을 의심하며 성장해 간다면 당연히 자존감이 낮아질 것이고, 안정적이지 못한 심리상태로 가정 밖의 사회에서 타인과 부대끼며 생활해 가야 한다. 예상되는 바와 같이 불안정한 사회생활로 이어지기 쉽다. 나는 왜 이 모양일까, 내가 하는 일이 그렇지 뭐, 이런 나를 누가 인정해 주겠어, 등의 자기 비하적 생각은 어떤 상황에서도 건강하지 않을 뿐더러 바람직하지도 않다.바람직하고 건전한 사회성을 키우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나를 사랑하는 마음가짐이 우선이다. 자신의 소중함을 늘 간직하고 되새기며 이를 기반으로 상대를 존중할 줄도 알아야한다. 나의 말 한 마디가 사랑하는 가족, 친구, 동료들에게 얼마나 큰 의미일 수 있는지, 상처를 줄 수도 있고 큰 힘이 될 수도 있다는 것도 알아야겠다. 같은 말이라도 상대에게 힘이 되는 말을 하며 살도록 노력해야 한다. 오늘 누군가에게 어떤 말을 쏟아냈는지 곰곰이 생각해 보며 살자.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

2021-10-13 14:13 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

[브릿지 칼럼] 지능적·조직적 금융범죄 예방할 독립기구 만들자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이번에 상장할 가상화폐에 투자하면 원금보장되고 연 수 십% 수익이 생깁니다.” “특급정보 통해 수 백% 수익을 낼 주식을 알려줄테니 회원가입하세요.”누구나 문자 메시지 등 여러 경로로 한번 쯤 권유 받았음직 한 내용이다. 원금이나 확정이익을 보장하면서 투자할 것을 권유하는 유사수신행위는 그 자체가 불법일 뿐 아니라 ‘폰지사기’로 이어져 큰 피해를 입히고 만다. 주식투자에 관한 종목상담과 같은 ‘1:1 상담’을 하기 위해서는 요건을 갖추어 당국에 투자자문업 등록을 하여야 하나 단순히 신고만으로 영업을 할 수 있는 유사투자자문업자에 의해 이루어지는 경우 불법이다.보이스피싱은 그 수법이 날로 진화해 이제는 검찰을 사칭하는 전통적 수법보다는 문자나 메신저를 통해 악성앱으로 유도하는 스미싱 수법이나 가짜 은행사이트로 연결시키는 파밍 수법으로 진화되었다. 이들 범죄는 사기범죄 유형에 속한다 할 것인데, 개인 대 개인 간에 발생하던 사기범죄가 발달된 전기통신기술과 익명화된 군중을 특성으로 하는 현대사회에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는 범죄로 진화된 모습이다. 또한 지속적·조직적으로 이루어져 피해의 범위가 크고 그 수법이 고도화 된 지능형 범죄이자 피해가 공식적으로 잘 잡히지 않는 암수범죄이기도 하다. 더하여 피해계층이 주로 서민들이라는 점에서 우리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이 매우 크다.그런데 이들 범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익 또는 이익의 제공이나 피해의 예방을 해 주겠다며 결국 돈을 사취하는 것인데, 보이스피싱의 경우는 금융기관의 플랫폼(인터넷뱅킹, ATM 등)을 악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불특정 다수로부터 투자를 미끼로 돈을 사취하거나 금융기관의 시스템을 악용하여 지리적·시간적 제약 없이 행해진다는 특성을 가진다. 그런 점에서 이런 범죄 유형을 ‘금융사기’로 명명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이러한 금융사기는 지능적, 조직적 측면이 있는 반면 현재 이에 관한 종합적이고 지속적인 정보수집과 이를 분석하여 예방책을 마련하는 측면에서 이를 관장하는 기관이 없다. 나아가 일반의 경각심을 고취시키기 위한 홍보를 수사기관에 기대하거나 또 임무로 부여할 일도 아니다. 수사기관은 개별 사건에 매몰되어 예방 측면이나 범죄수법의 종합적·체계적 연구에 눈을 돌릴 겨를이 없을 뿐 아니라 연구기관들이 간헐적인 연구결과를 내 놓는다 해도 이를 현실에 반영시키는 역할을 하는 주체도 없다.현재 금융감독원이 일부 피해신고 접수나 통계생성 등의 역할을 하고 있으나 고유 업무도 아닐 뿐 아니라 인력 또한 턱 없이 부족하다. 그 이전에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감독 업무를 하는 금융감독원에게 업무 특성과 동떨어진 역할을 맡기고 있는 자체가 궁여지책이라 본다.서민들을 대상으로 한 지능적이고 조직적인 금융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이제라도 통합된 컨트롤타워를 구축할 것을 제안한다. ‘금융범죄정보원’ 정도로 명명하고 관련 정보의 수집, 분석, 범죄예방을 위한 연구, 대국민 홍보 및 수집된 범죄 사안에 대한 수사기관이첩 등의 업무 정도를 맡기면 될 것이다. 영국의 사기정보분석국은 사기피해자들의 정보를 분석하여 피해확산을 방지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예방교육, 경고활동 등을 통해 피해를 방지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은 민간기구인 전미지능범죄센터가 범죄예방을 위한 조사, 교육, 연구 등을 담당하고 있다.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

2021-10-11 14:06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

[브릿지 칼럼] 개혁, 일단 첫걸음부터

박봉규 2022 세계가스총회 조직위원장조선시대를 통틀어 최고의 생활개혁은 단연 대동법의 시행이다. 지역 특산물을 현물로 바치는 공물 대신 쌀로 통일해 내게 한 제도다. 백성들이 부담한 조세의 한 종류였던 공물은 지역 특산물을 임금께 진상한다는 좋은 뜻에서 시작된 제도였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징수과정에서는 부정과 부패의 온상이요, 조세정의 측면에서는 불평등의 대명사가 되었다. 무엇보다 공물은 재산세가 아닌 인두세였기에 부자나 가난한 자가 같은 몫을 부담한다는 것이 문제였다. 어떻게 하면 과세공평을 실현할 수 있겠는가. 간단하다. 모든 생산의 원천인 토지의 많고 적음에 따라 세금을 부담하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실행은 결코 간단하지 않았다.임진왜란이 끝난 후 피폐해진 백성들의 삶을 걱정한 광해군이 경기도에 시범 실시한 대동법이 전국에 걸쳐 시행되기까지는 꼭 100년이 걸렸다. 기득권 세력의 반대는 물론 시행을 위해 행정적으로 준비하고 보완할 사항이 그만큼 많았다는 뜻이다. 땅이 많은 양반과 부자들은 백성을 위한다는 핑계에 갖가지 구실로 제도시행을 방해했다. 시행효과는 없으면서 말로는 그럴듯한 대안을 제시하며 본질을 호도했다. 전국에서 한양으로 쌀을 운송하는 문제나 한양에서 필요한 물건을 구입할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현실적 한계도 있었다. 그러나 제도 시행의 성과가 입증되자 충청도를 거쳐 경상도와 전라도까지 전국에 확대 시행될 수 있었다.개혁은 어렵다. 사람은 변화를 싫어한다. 개혁에 대한 반대 목소리는 큰 데 비해 그 효과는 더디게 나타난다. 모두가 공감하는 개혁과제라도 이해당사자 간의 대타협을 통해 해법을 찾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기득권 세력은 절대 자기 몫을 양보하려 하지 않는다. 절체절명 위기에 처해 모두가 그것 아니면 다른 대안이 없을 때나 가능한 법이다. 유럽의 노동개혁이나 외환위기 당시 우리 개혁이 그 예다. 기득권 세력은 시간끌기로 개혁동력이 시들어지기를 기다리거나 부작용에 대한 침소봉대, 심지어는 개혁세력에 대한 인신공격으로 발목을 잡는다.현실적 대안은 개혁의 목표와 방향은 크고 장기적으로 제시하더라도 구체적 실천에 있어서는 작은 한걸음을 내디뎌 효과를 증명해 보이는 것이다. 성과에 호응한 국민여론이 제도의 확대 시행을 요구하는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도 정치·경제·사회 각 분야에 걸쳐 거창한 개혁과제들이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노사정 회의가 중심이 된 노동개혁에서 보듯이 지난 10년 동안 실천에서는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속 시원하게 한 칼에 해결하려다 시간만 끌고 개혁피로만 쌓인다.작더라도 일단 시작해 보자. 우선 방향만이라도 전환해 보자. 획일적 기준이 적용하는 일반학교 대신 창의적인 실험적 대안학교가 설립될 수 있게 해 주자. 제주도에 영리병원을 허용해 보자. 도서지역이나 일선 군인들 대상으로 원격진료를 더 확대해 보자. 경제자유구역에서는 규제를 완화해 시장과 민간의 창의가 발휘되도록 맡겨 보자. 그 성공을 바탕으로 문제점을 보완하면서 전국으로 확대해 나가자. 임기 중에 반드시 끝내야 하는 것도 아니다. 내가 다릿발 하나 세우면 다음 사람이 그 다음을 세워 다리를 완성하게 하는 것이다. 대동법도 처음부터 전국을 대상으로 동시에 시행되었더라면 분명 실패했을 것이다. 대동법을 시행한 선조에게서 우리가 배워야 할 지혜이다.박봉규 2022 세계가스총회 조직위원장

2021-10-07 15:47 박봉규 2022 세계가스총회 조직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