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브릿지칼럼

[브릿지 칼럼] 비지니스맨의 연상력

김시래 동국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겸임교수“멀리가려면 물러서는 법을 알아야 해”. 3호선 녹번역 승강장안전문에 쓰여있는 ‘그네’라는 시다. 발끝에 힘을 모으고 허리를 숙여 앞으로 힘차게 구르면 허공에 높이 솟아올라 바람을 갈랐다. 그 문장은 힘겹게 코로나를 건너가는 우리네 자화상과 겹쳐졌다. 이번엔 오미크론이란다. 섬멸됐다고 환호성을 지르는 순간 끈질기게 추격해오는 적들이 몰려드는 공상과학영화의 한 장면 같다. 지금의 환란이 환경의 소중함을 깨달아 지구촌에 든든한 방어막을 두르는 계기가 될 것이란 희망의 메시지로 읽혔다. 사물의 의미는 때와 장소에 따라 맥락이 달라진다. 물론 여기에도 수준이 있고 급수가 있다. 사과가 있다. 어떤 생각이 떠오르는가? 먹고 싶어 침이 고인다고? 아침에 먹어야 황금사과라는데? 저녁에 먹으면 속이 쓰려 소화에 안좋단다. 부녀회에 모인 회원들의 사과다. ‘누구나’의 사과다. 화가의 사과는 어떤 것일까? 세잔느가 그린 사과는 원근의 소실점이 없다. 그는 전체적인 입장에서 대상을 묘사하지 않았다. 위에서 보고 옆에서 보고 밑에서 본 모습을 보이는 그대로 담았다. 사과 하나 하나의 모습에 주목한 것이다. 그의 화법은 피카소의 큐비즘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세잔느의 사과는 개별성의 사과다. 존엄성의 사과다. 식물학자에게 사과는 어떤 의미일까? 그는 물과 비료를 주고 공기를 살펴 사과의 성장을 관찰하고 기록한다. 토양과 기후의 조건이 사과의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따질 것이다. 식물학자의 사과는 생명과 성장의 사과다. 일본 아오모리현 농부의 사과는 또 다른 사과다. 어느 한 해 태풍이 들어 열 개 중에 아홉 개가 땅으로 떨어졌다. 그것을 퇴비로 썼을까? 이웃에게 나눠줬을까? 그 농부는 발상력이 뛰어났다. 떨어지지 않은 사과를 보고 시험에 떨어지지 않는다는 생각을 떠올렸다. 그는 매달린 사과에 ‘합격사과’라고 이름을 붙여 손해를 만회했다. 농부의 사과는 관점의 사과다. 생존의 사과다. 자, 여기 충주 사과와 홍성 사과가 있다. 맛도 비슷하고 크기도 비슷하고 가격도 비슷하다. 당신이라면 어떤 사과를 고르겠는가? 유심히 살펴보라. 시식 코너에서 공짜로 주는 사과를 고른다. 조건이 비슷하면 먹어 본 사과를 선택한다. 이 사과는 주부의 지갑을 노리는 사과다. 광고인의 사과다. 여기에 시대의 시선을 담아내면 연상력의 급수가 달자진다.지긋지긋한 마스크를 보자. 원래 추운 겨울 보온용이나 감기 예방용이다. 중국에서 황사가 몰려오더니 먼지를 막는 수단이 되었다. 독일의 한 치과의사는 마스크에 혓바닥을 그려 넣었다. 이를 뽑는 아이의 공포를 막는 아이디어다. 코로나 시대엔 세균을 차단해서 목숨을 지켜주는 생활 필수품이 되었다. KF94는 차단력의 마스크다. 일하는 사람을 위한 끈 없는 마스크나 외모를 감안한 연예인 마스크도 있다. 입 냄새를 막기 위해 향기를 코팅한 마스크도, 초등학교 학생들의 얼굴 파악이 안되어 마스크밖에 학생의 이름을 표기할 마스크도 나왔다. 비즈니스맨의 연상력은 70억의 인구만큼이나 다양한 관점이 있다는 믿음에서 출발한다. 먼지처럼 쌓여있는 선입견과 돌처럼 굳어진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한다.김시래 동국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겸임교수

2021-12-16 14:00 김시래 동국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겸임교수

[브릿지 칼럼] 적어도 왕은 그래서는 안 되었다

박봉규 2022 세계가스총회 조직위원장즉위당시 광해군에게는 할 일이 많았다. 안으로는 임진왜란으로 피폐해진 민생을 회복시키고, 밖으로는 명·청 교체기에 외교정책을 재정립하는 일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이런 시대적 과제에 기민하고 훌륭하게 대처했다. 대동법을 시행해 공물의 폐해를 바로 잡고 실리외교로 명과 청의 요구를 적절히 조율해 나갔다.그러나 그는 ‘정치’에 실패했다. 당파 간의 싸움이 극심한 상황에서 자신의 정치적 기반을 굳히고 나라 일을 추진하기 위해선 사대부 사회의 통합이 절실했다. 위민이나 목민의 개념은 있었지만 오늘날의 ‘민주’ 개념은 없었던 시절이었기에 양반계층의 통합이 바로 오늘날의 국민통합에 해당한다.갈등이 극심할수록 왕은 이를 조율하고 통합해 신하들끼리 상호 견제하면서도 백성을 위해 일하게 하는 운용의 묘를 찾았어야 했다. 한 당파의 권력독점을 허용해선 안 되었다. 그러나 그는 소수정파였던 대북파에 매달려 그들을 편애하고 상대당파를 배척하며 스스로 고립되어 갔다.왕과 사대부들의 이해관계는 국가를 경영하는 지배계층이라는 면에서는 같지만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결코 같을 수 없다. 신하들 입장에서는 타 정파를 배척할수록, 심지어는 자기정파 내에서도 상대를 쳐낼수록 자기 권한과 역할은 강해지기 마련이다. 모든 권력은 독점추구의 속성이 있다. 겉으로는 대의와 국익을 내세우지만 자기 이익과 안위를 생각하는 것 또한 인간의 본성이다. 자신을 버리고 오로지 공익에만 헌신하는 사람들을 우리가 존경하는 이유이다. 그만큼 어렵다.정치의 계절을 맞아 각 후보의 캠프마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고 있다. 대통령이 되려면 실로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들 중에는 국가 경영에 대한 철학과 경륜을 가진 사람들도 있지만, 한 정치인의 평처럼 ‘이익과 기회를 찾아 몰려든 파리 떼’ 같은 자들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왕과 신하가 추구하는 목표나 방향이 다른 것처럼 대통령후보와 캠프의 이해관계 또한 항상 일치하는 것이 아니다. 당선이라는 목표는 같지만 한 꺼풀만 속을 파고 들어가면 상황은 달라진다. 여론조사 결과가 유리하게 나오고 당선 가능성이 커질수록 칸막이를 치며 ‘내 몫’을 더 확보하려 한다. 상대방과 그 정책을 포용하기는커녕 자기파 안에서도 자리다툼과 밀어내기가 횡행한다. 공식조직보다 캠프 중심으로 선거전을 치른 결과의 후유증을 보면서도 시정되지 않고 있음은 안타까운 일이다.특정 당파나 그에 속한 사람들은 좁은 안목과 자기이해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하더라도 대통령 또는 후보자는 그래서는 안 된다. 당내 경선 과정에서의 인간적 섭섭함을 뛰어넘고 정책의 차이를 한 용광로에 넣어 용해시키는 것 또한 후보자 몫이다. 왕자의 난을 거쳐 집권한 태종은 왕이 된 후 공신들을 억압하고 새로운 피를 수혈하면서 세종의 태평성대를 준비했으나, 계유정난으로 집권한 세조는 공신들을 형제로 대우함으로써 통제받지 않는 공신집단의 불법행위로 백성들의 삶은 힘들어갔다.공신이나 신하들의 이해관계에 포획되지 않고 반대파의 능력까지 국가경영에 활용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지도자의 자질이다. 독단, 독선, 독주의 국정운영은 실패하기 마련이다. 이를 제대로 파악하고 운용하지 못한 광해는 결국 인조반정에 의해 왕좌에서 쫓겨나고 실패한 왕으로 기록되고 말았다.박봉규 2022 세계가스총회 조직위원장

2021-12-15 13:40 박봉규 2022 세계가스총회 조직위원장

[브릿지 칼럼] 탄성과 가소성

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어떤 물체에 힘이나 열 등의 외부적 자극을 가하면 변형이 일어나게 되고 외부의 자극을 받을 경우, 변형에 저항하려는 성질도 있고, 동시에 변형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상반된 성질도 함께 보여 준다. 변형에 저항하는 성질을 탄성(elasticity)이라고 부르고, 변형을 유지하려는 성질을 가소성 혹은 소성(plasticity)이라고 부른다. 다시 말해서, 탄성(elasticity)은 외부의 자극이 사라지면 물체를 원래의 모습으로 복원시키려는 성질이고, 가소성은 외부의 자극이 사라져도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성질이다. 모든 물체는 이러한 두 가지 성질을 다 가지고 있고, 외부 자극의 강도에 따라서 탄성과 가소성이 영향을 받아 우세한 성질이 발현된다.이러한 성질들은 비단 금속과 같은 물체에만 해당되는 것 같지는 않다. 가령 다이어트의 경우, 초심을 잃지 않고 변치 않는 굳은 결심으로 지속적인 운동을 하고, 식탐을 버리고 규칙적으로 생활한다면 아마도 원하는 결과를 꾸준히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소위 다이어트 요요 현상으로 이전의 몸무게로 돌아가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탄성이 우세한 경우다. 주말이나 긴 연휴, 또는 휴가를 보낸 경우도 상상해 보자. 월요일 출근해서 바로 일상으로 복귀하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는 것을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계속 쉬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아마도 사람도 물체처럼 탄성 내지 가소성의 영향을 받는 것일 것이다.참고로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가소성은 증가한다. 그러나 미량의 탄성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한다. 그래서 물체에 변형을 가하여 원하는 형상으로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외부 자극을 제거하면 어느 정도 원래의 모양으로 복원하려는 스프링 백(spring back) 현상이 있다. 그러므로 가소성을 이용하여 물체를 변형하고자 할 때에는 스프링 백(spring back)의 양을 미리 정확하게 예측하여 구부리거나 변형시키려는 강도를 결정해야 한다. 변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스프링 백을 넘어서는 변형을 반드시 주어야 하는 것이다.벌써 12월이 훌쩍 지나고 연말이 다가오고 있다. 세월의 가속도가 더욱 민감하게 느껴지는 시기이다. 올해는 코로나19로 모두에게 더욱 힘든 시기였다. 물론 코로나는 알파형, 베타형, 감마형, 델타형 변이에 이어 오미크론 변이까지 일으키며 여전히 창궐하고 있다. 과연 종식은 될 것인지 걱정이 매우 깊다. 이러한 중에도 예외적으로 탄성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 물가인 것 같다. 소비자 물가지수가 계속 기록적인 최고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11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3.7%로 지난 10월에 이어 약 10년 만에 또 최고치를 기록하며 무섭게 올라가고 있다. 내 월급만 빼고 다 오르고 있다는 말을 떠올려 보게 된다. 반면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있는 정치권은 원래로 돌아가려는 탄성(elasticity)이 매우 강해 보인다. 변화가 좀 보이는가 싶다가도 늘 제자리인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탄성과 가소성을 지닌 물체에서처럼 정치권에서도 스프링 백(spring back)을 고려하여 강한 변화를 통한 발전을 해야만 국민이 느낄 수 있지 않을까.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

2021-12-13 14:33 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

[브릿지 칼럼] 정치는 ‘구호’일지라도 정책은 ‘현실’이어야!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다산 정약용이나 삼봉 정도전은 정치인이었다. 그러나 다산의 ‘1표2서(경세유표, 목민심서, 흠흠심서)’나 삼봉의 조선경국전은 정치인의 정치서가 아니다. 정책서이면서 정치철학서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 두 정치인이 이렇게 세밀하고 현실적이며 구체적이고 명징(明徵)한 내용을 담은 서물(書物)을 유산으로 남겨 지금 우리가 접할 수 있게 된 건 우리 사회의 행운이다. 그러나 그분들 개인사로 보면 ‘행운’일 수만은 없다.두 분 다 정치인이었다가 전남 강진과 나주에서 유배생활을 하였다. 그곳 생활을 거치며 다산은 500여 권에 달하는 여유당전서를 집필했고 삼봉은 민초들의 삶 속에서 민본사상을 정립한다. 정치에서 강제 하차당한 ‘불행’으로 우리는 위대한 서물을 갖게 되었고 그래서 오히려 그분들의 불행이 후손인 우리에게는 행운인 것이다.정치의 계절답게 성장이니 공정이니, 기시감(旣視感)이 드는 구호가 난무한다. 정치행위의 속성이 그렇다 하더라도 구호가 정책으로 구현되지 못하면 메아리 없는 공허일 뿐이다. 그러나 정책으로 구현된 구호는 힘을 갖는다. 다산의 개혁이나 삼봉의 민본은 구체적 정책으로 현현(顯現)되었기에 평가가 되는 것이다.그런데 좀 더 내밀히 들여다보면, 다산이나 삼봉은 유배과정을 통해 백성들의 구체적 삶을 함께 겪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즉 현실을 경험하면서 그 바탕에 터 잡아 정책을 다듬었던 것이다. 한양의 정치 현장이 아니라 척박한 촌구석의 유배지에서 말이다.현실로 돌아와 보자. 집값 잡는다고 세금 왕창 올리자 잡으려던 집값에 되려 전가되고, 집 살 돈 틀어막으면 집값 떨어지겠지 했건만 전세금 못 올려줘 길거리에 나 앉을 상황을 만들질 않나, 부랴부랴 공급을 늘린다는 것이 원룸 수준이니 강남 집값하고 무슨 상관인가.당장의 연명을 위해 돈을 구해야 하는 절박함 앞에 이자율 조금 낮추는 게 무슨 의미가 있으며, 평생 저축해 집하나 장만해 노년이 되어 은행에 대출받으러 갔더니 소득이 없어 안 된다기에 하는 수 없이 대부업체에서 고금리로 빌릴 수밖에 없게 되어 빚만 늘질 않나, 채무조정 받아 열심히 모두 상환했건만 과거 연체이력 때문에 정책금융상품 대상은 못 된다 한다.현실에 기반하지 못한 정책은 비록 ‘배가 산으로 가는’ 최악의 경우는 아니라 하더라도 다양한 부작용을 가져온다. ‘현실’이란 시장만을 말하는 것도 아니요 현장만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시장은 만능이니 시장의 기능에 맡기자는 건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것일 수도 있다. 현장에만 매몰되어서는 한 발짝도 내디디기 어렵다.무릇 정책을 수립함에 있어서는 현실을 제대로 살펴야 함이 기본이고 시행 후 예상되는 부작용에 대한 꼼꼼한 대비는 물론 시행 후에도 언제든 수정·보완할 수 있다는 유연함을 가져야 할 것이며 시행경과에 대한 중간점검과 평가가 반드시 따라야 한다고 본다.한 가지 짚을 점은, 정책이 그 자체의 완결성을 위해 무리하게 성격이 다른 요소를 가져다 붙이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금리의 수준으로 다루어야 할 저신용자 대상 시장과 그 조차 접근이 안 되는 이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불법 사금융시장은 성격이나 관여자가 차별적일 뿐 아니라 대책 또한 완전히 달리 접근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

2021-12-12 15:06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

[브릿지 칼럼] 대드론(Counter- Drone)에 대응하는 방법

권희춘 (사)한국인지과학산업협회 상근부회장 겸 美 캐롤라인대 AI·드론학과 교수드론은 제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핵심 기술로써 일상생활에 깊이 파고들어 안전하고 풍요로운 사회건설에 이바지 할 수 있는 선한 기회도 제공하지만, 한편으로 국가 중요시설에 대한 테러용도로 및 국민의 안전을 위태롭게 만드는 데 악용될 수도 있다. 현재까지 우리 사회는 드론의 악용 가능성에 대한 준비가 매우 부족하며, 그 논의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드론의 악용 가능성 및 부작용과 관련해서 다양한 논점들이 존재하겠지만 국가가 드론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대응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양성하는데 집중해야 한다.첫째, 법·제도적 측면의 대응방안으로 드론 테러에 효율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드론 테러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 전환이 시급하고, 드론 테러에 대한 방어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실효적인 법적 안전장치를 조속히 마련하여 국가중요시설 및 국가기관 등에서 선도적으로 방어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최근에서 창원에서 드론으로 군사기지를 촬영해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위반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서 벌금100만원이 선고된 사례와 수도권 가스공급 중추 기지인 한국가스공사 인천기지본부에서 비행 허가를 받지 않은 드론이 발견돼 군과 경찰이 사건을 조사한 사건을 보듯 무방비로 드론이 군사기지나 국가 주요시설에 들어가서 촬영을 해도 과태료나 벌금정도로 끝내는 상황이다.드론 테러의 예방 및 선제적 대응을 위해 전문조직과 전문인력의 확보가 필요한바, 국가정보원, 경찰청과 지방경찰청 내에 전략적 차원의 특화된 전담팀을 신설할 필요성이 있다. 전담팀은 드론 테러의 발생 원인 및 특징, 유형 등을 체계적으로 분석하여 종합적인 대책을 수립하고, 드론 테러를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진압할 수 있는 실무역량을 제고시켜야 할 것이다.둘째, 기술적·물리적 측면의 대응방안으로 대드론(Counter-Drone) 기술의 활용을 제안했다. 드론을 이용한 테러 및 범죄에 대한 위협 인식이 확산되면서 대드론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드론을 무력화시키는 대드론 기술은 다양하며, 대드론 산업의 성장으로 새로운 기술들이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드론에 의해 초래되는 다양한 유형의 위협을 확실하고 정확하게 제거할 수 있는 완벽한 대드론 기술은 없기 때문에 각 기술들은 어떠한 특성을 갖고 있으며, 어떠한 장·단점을 가졌는지, 그리고 시설의 규모와 특성, 보안 중요도를 고려했을 때 어떠한 기술을 활용할 것인지 등을 체계적·종합적으로 분석해 시설의 상황 및 용도에 적합한 대드론 기술을 적용하여야 한다.마지막으로 드론으로 불법을 자행하면 처벌을 받고 국가적인 손해가 발생한다는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일반인들이 쉽게 드론을 사서 날리고 멋진 영상을 만들고 싶어하지만 자칫 잘못해서 비행금지구역에서 비행을 하다 적발되면 과태료와 사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아직 휴전중이고 외부의 적대적 세력이 드론을 활용해서 정보를 수집하고 필요하면 자폭용 드론으로 국가 주요시설이 공격당할 수 있는 상황이라 방어체계와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권희춘 (사)한국인지과학산업협회 상근부회장 겸 美 캐롤라인대 AI·드론학과 교수

2021-12-09 13:24 권희춘 (사)한국인지과학산업협회 상근부회장 겸 美 캐롤라인대 AI·드론학과 교수

[브릿지 칼럼] 상표권은 한번 등록하면 영원히 내 것일까?

전소정 지심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상표권을 획득하면 10년 동안 독점배타권을 인정받는다. 게다가 10년의 존속기간이 끝나더라도 갱신만 하면 영구적인 상표권 확보가 가능하다. 그렇다면 상표권을 회득한 후 해당 상표를 사용하지 않거나 다른 상표를 사용하면 어떻게 될까.최근 카카오가 네이버와의 상표권 분쟁에서 승소했다. 카카오페이는 포인트 사업을 강화하면서 ‘카카오페이 포인트’라는 뜻의 조어상표 ‘카페인’에 대한 상표권을 획득하고자 했다. 그러나 해당 서비스업 분야에 선점된 네이버의 ‘네이버카페iN’, ‘NAVER 카페iN’, ‘카페인 caffeine’이 등록에 걸림돌이 되었고, 등록취소심판청구를 통해 해당 상표들을 모두 취소시키는데 성공하였다.불사용 취소심판이라는 이 제도는 상표를 등록 받은 후 3년 이상 국내에서 계속 사용하지 않을 경우 누구든지 등록상표의 취소심판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상표법 제119조 제1항 제3호) 이는 선출원주의를 보완하기 위한 제도로서 등록을 한 후에 상표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상표권을 유지한다면, 해당 상표를 진정으로 사용하고 싶은 자의 기회가 부득이하게 제한된다. 상표의 등록 후에도 상표의 지속적인 사용 관리가 필요하다는 말이다.이로 인해 출원 시부터 취소심판의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실무적으로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등록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여러 가지 요소를 결합하여 출원한 경우, 등록 후에 일부 요소를 뺀 상태로 사용한다면 취소심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즉 특허청이 상표를 등록해 줄 때에는 해당 상표 그대로 사용하는 것을 전제로 등록결정을 내려주기 때문에 등록된 상표와 다른 형태로 사용한다면 등록상표는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뜻이다.불사용 취소심판은 상표의 등록권자가 출원 시부터 염두에 두어야 할 내용이기도 하면서, 내가 출원하고 싶은 상표가 불사용 상태일 때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제도이기도 하다.카카오의 경우 ‘카페인’이라는 매력적인 상표를 도저히 포기할 수 없었던 것 같다. ‘네이버카페in’, ‘카페인’ 등의 상표가 버젓이 네이버 명의로 등록되어 있었지만, 이들이 불사용되고 있는 사실을 알고 적극적으로 취소심판을 청구하여 자신의 상표로 만들기에 이르렀다. 불사용 취소심판을 청구하면 그 사용에 대한 입증책임은 피청구인인 상표등록권자에게 있는데 네이버는 사용 사실을 객관적으로 증명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실무상으로도 불사용 취소심판은 내가 등록하고 싶은 상표가 이미 선점되어 있지만 불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그 걸림돌을 제거하는 가장 효과적이고 강력한 수단이 된다.상표권은 거의 영구적으로 소요할 수 있는 강력한 권리이다. 하지만 권리가 강하면 그에 따른 정당한 의무도 부여되어야 한다. 따라서 상표권자로서는 등록상표의 형태대로 잘 사용되고 있는지 관리할 필요가 있으며, 타인의 선점된 상표에 관심이 있다면, 등록된 상표라 하더라도 불사용 상태는 아닌지 조사하여 자신의 상표로 만들 수 있는지 적극적인 액션을 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전소정 지심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

2021-12-08 13:43 전소정 지심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

[브릿지 칼럼] 노후 살찌우는 감사의 마음

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유대인의 경전 탈무드에 “가장 지혜로운 사람은 언제나 배움의 자세를 갖는 사람이고, 가장 강한 사람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사람이며, 가장 행복한 사람은 감사하면서 사는 사람이다”라고 했다. 그렇다, 인생 2막에서 이 세 가지를 유념하고 실천하면 행복한 노후를 지낼 수 있다. 특히 감사하는 마음이 긍정의 에너지를 확산하며, 노후의 삶을 기적같이 바꾼다.감사하는 삶은 주변을 긍정적인 마음으로 바라보게 한다. 자존감과 자긍심이 높아져 자신과의 싸움에서도 승리를 끌어낸다. 감사는 세상을 대하는 태도다. 감사하면 훨씬 더 많은 기쁨을 되돌려 받는다. 인도의 시성 타고르는 “감사의 분량이 곧 행복의 분량”이라 하였다. 행복은 감사와 정비례하여 감사한 만큼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도 우린 감사나 고마움을 말로 표현하기보다는 마음에 담아두는 정서였고, 치열한 경쟁 속에 살다 보니 인색하였다. 욕심으로 가득한 욕망 위주의 삶을 은퇴 후엔 감사로 충만한 삶으로 바꿔보자.감사는 언제 어디서나 누구나 맘대로 사용할 수 있다. 아무리 써도 마르지 않는 샘물이다. 이 얼마나 훌륭한 미덕의 보석인가. 감사의 놀라운 힘을 보여주는 실험이 있다. 유리병에 각각 밥과 양파를 넣고 매일 한쪽엔 ‘감사합니다’, 다른 한쪽엔 ‘짜증 나’란 말을 반복했다. 놀랍게도 3주 후에 ‘감사 밥’은 다른 쪽이 썩는 동안 거의 부패하지 않았고, ‘감사 양파’는 훨씬 더 많이 성장했다. 이처럼 감사의 힘은 실로 위대하다. 인생을 성공으로 이끄는 에너지다.흔히 감사는 타인의 고마운 일에 보답하는 인사 정도로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 감사는 먼저 그 대상이 자기 자신에서 출발한다. 자신에게 먼저 격려하고 인정하고 칭찬하며, 감사해야 한다. 자신에게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은 타인에게 감사할 수 없다. 다음이 타인과 일상에서 일어나는 소소하고 당연한 것들에게도 감사의 의미를 부여하고 표현하는 습관을 기른다. 습관은 마음의 근육이 되어 긍정에너지가 생긴다. 매사를 보는 관점이 달라지면서 고난과 역경까지도 기회로 바라보게 된다.행복지수를 단순하게 ‘가진 것(분자)/바라는 것(분모)’으로 표기한다. 분자인 ‘가진 것’에는 이미 가진 것과 향후 자신이 아직 갖지 못한 것을 지금 원하는 것이 있다. 그간 우리는 주로 자신이 아직 갖지 못한 새로운 것에 집중했다. 자신이 이미 가진 것은 당연하게 느낀다. 그냥 갖고 있기에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아, 감사할 줄 모른다. 자신이 아직도 갖지 못한 것, 지금 당장 원하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이미 가진 것이 많은 부자임에도 불구하고, 계속 새로운 것만 추구하니 불행해질 수밖에 없다. 노후엔 마음을 내려놓아 분모인 ‘바라는 것’을 줄이고, 분자 중에서도 이미 가지고 있는 것에 감사해야 행복지수가 높아진다.“감사가 좋다”라는 말은 누구나 안다. 그런데도 실상 잘 실천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감사하는 마음은 쉽게 늙어 감사불감증에 걸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매일 감사 일기를 쓸 것을 권한다. 일상에서 느낀 감사한 마음을 매일 기록하면 감사로 살아갈 수 있다. “오늘 편안한 잠을 자서 감사합니다. 화창한 날씨를 주어 감사합니다”라고 말이다.해맑은 미소로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는데 3초면 족하다. 항상 배움의 자세를 견지하고, 자신을 사랑하며, 현재 가진 것에 만족하며 감사하는 하루로 인생 2막을 살아가자.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

2021-12-06 14:11 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

[브릿지 칼럼] 자영업자가 넘쳐나는 이유 Ⅱ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독일은 제1차 세계대전(1914~1918년)과 제2차 세계대전(1939~1945년)의 두차례 모두 전범국가였다. 그래서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패망후 동·서독으로 분단되어 소련과 미국·영국·프랑스에 대가를 치렀다. 그러면서도 분단된채 서독은 ‘라인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경제부흥을 일으키며 1990년 동·서독 통일도 이루면서 세계 최강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그들만의 ‘라인자본주의’의 특징은 산업자본과 금융, 노사간 협조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제조업 중심의 장기성장모델’로 독일주식회사란 별칭으로 불리기도 한다.독일은 인구 규모가 8310만명이고 경제규모도 미국(인구 3억3200만명)과 일본(1억2500만명)보다 작지만 수출액은 1조3800억 달러로 최상을 달리고 있다. 이는 기초과학과 기술연구에 힘쓴 결과 지금까지 100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것이 배경이다.또 독일의 경쟁력은 교육에서 출발한다. 기술교육과 직업교육·실용교육이 발달했다. 마이스터 제도는 장인들의 사회적 지위를 말해준다.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며 미국 뉴욕시립대 폴 크루그먼교수의 지적처럼 ‘독일식 교육과 제조업 수출경쟁력’이 독일의 강점인 것이다. 세계경제대전에서 독일의 지멘스와 SAP, 폭스바겐과 벤츠, BMW 그리고 BASF와 바이엘등 글로벌 대기업은 항공모함이고 ‘히든 챔피언’들은 쾌속정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형국이다.독일 경영학자 헤르만 지몬의 지적처럼 히든 챔피언은 세계시장 점유율 1~3위, 매출액 40억 달러이하 수준의 강소기업이다. 독일의 히든 챔피언은 1600여개 세계 55%를 점유하고 있다. 한국은 20~30개 수준이다.독일은 유치원 3년 초등학교 4년이 끝나면 기능직업을 택할지 대학을 택할지 선택한다. 약330개 공인된 직업교육에 약 48만개 기업이 직업 교육생을 받아 키운다. 대학은 30%가 선택하고 60~70% 다수가 공인된 직업교육을 선택한다. 반면에 한국은 고등교육 1위, 대졸 취업률 OECD 31위, 최하위권이다.2020년 신생아는 27만명이었다. 대학교 1년 입학생 수 55만명에 비해 앞으로 19년 후 27만명 모두가 대학에 간다한들 대학교, 반이상이 없어져야 한다.최근 여론조사에 대졸자 65%가 최포족(취업을 포기한 족)이라는 게 나왔다.대졸자를 못 쫒아가는 적정 일자리는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19년 9월 현재 대졸자수는 1512만명이고 적정일자리는 1080만개 뿐이었다.대졸자가 취업할 수 있는 화이트칼라의 수준은 독일처럼 고졸 30% 수준 이내다. 한국처럼 고졸 70~80%가 대학을 나오면 실업자가 되든 하향 일자리나 비정규직으로 가야한다. 대졸 비정규직은 284만명으로 문재인정부 4년여에 70여만명이 늘었다.취포족, 대졸 실업자, 비정규직 등 모두가 자영업자를 향하는 잠재 공급원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미숙한 자영업으로 가족의 재산을 말아먹고 OECD 최고 수준인 43%이상의 한국 노인 빈곤율을 높여왔던 ‘캥거루족’이 되곤 했다. 한국 교육개혁이 시급한 이유다.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2021-12-05 15:27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브릿지 칼럼] 은퇴해도 서울에 살어리랏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세월은 화살처럼 재빠르다. 늙을수록 속도는 더 붙는다. 나이 50이 엊그제인데 환갑이 눈앞서 손짓한다. 허둥대면 70은 금방이다. 맘은 청년일지언정 몸은 늙음에 맞설 수 없다. 60갑자 한바퀴의 쉼표는 받아들이는 수뿐이다. 시나브로 은퇴이슈와 불가피하게 대면해야 한다. 은퇴설계란 말처럼 사전기획이 요구되는 배경이다. 우선고민은 ‘어디서 살까’로 요약된다. 정년은퇴에 자녀숙제까지 끝냈다면 도시잔류보다 전원생활을 떠올리는 욕구가 자연스럽다. 꿈꿔온 로망이면 더 그렇다.단 신중은 이럴 때 강조된다. 늙어 거주공간을 바꾸는 카드는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익숙함과 새로움을 확실히 비교한 후 결정해도 늦지 않다. 성향·지향별 가중치는 다르나, 현역시절과 달리 보유자원이 한정적이라 실패하면 뒤끝이 길다는 건 똑같다. 이사는 연쇄효과가 큰 선택이라 특히 그렇다. 재도전의 제한현실을 숙지하며 기회비용을 면밀히 따지는 게 필요하다. ‘나는 자연인이다’처럼 맹목적 유행을 좇는 건 금물이다. 화면은 현실을 모두 담아내지 못하는 법이다.물론 초고령사회의 탈(脫)도시·향(向)시골 트렌드는 유력한 흐름 중 하나다. 빡빡한 도시인일수록 한적한 자연인의 갈망은 차고도 넘친다. 연(緣)이 있거나, 여유롭다면 시도해봄직한 대안이다. 잊었던 행복을 되찾았다는 사례도 많다. 회사인간·가족희생을 숙명처럼 여긴 베이비부머가 자기다움·내려놓기를 실현할 귀향·귀촌행렬을 이끄는 건 납득되는 현상이다. 단 모두가 마지막까지 웃는 건 아니다. 대개 시골 이사는 시간경과에 맞춰 ‘행복→갈등’으로 변질된다. 시골특유의 불편·불안·불만의 현실화다.본인만은 예외라고 자신하면 곤란하다. 비극과 희극은 백짓장 차이다. 화면에 안 담긴 냉엄한 일상은 늙을수록 치명적인 한계로 다가선다. 가령 75세면 건강수명은 얼추 끝나고 이후는 유병노후로 들어선다. 즉 거동불편·의료한계·관리불능에 이웃갈등·교류제한·금전부족까지 겹치면 시골살이는 재앙에 가깝다. 메리트가 핸디캡으로 전환된다. 따라서 현재욕구와 미래변화까지 포괄한 종합적인 판단이 필요하다. 아니면 언제든 손쉽게 되돌아올 출구전략이 필수불가결하다.‘도시현역 vs 시골은퇴’의 이분법은 수정대상이다. 예전엔 맞아도 지금은 아니다. 되레 ‘도시=은퇴’의 정합성이 더 맞다. 도시공간의 기반경쟁력은 늙어 기력이 쇠할 때 빛을 발한다. 불행노후를 구성하는 빈곤·고립·질병의 세가지 딜레마를 버텨내는 힘은 정작 시골보다 도시에 있다. 서울과의 결별은 다각적인 검토아래 단행되는 게 좋다. 또 대부분에겐 떠나지 않는 편이 훗날을 위해서는 맞다. 원망을 피하려면, 자산을 지키자면 서울을 떠날지언정 거리는 최소화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지방러(지방+er)의 서울행은 은퇴인구에서도 확인된다. 간병·의료를 위한 7080세대의 서울전입은 실체적이다. 자녀가 살거나 부유할수록 서울행은 잦다. 강남 3구만 해도 75세 이상 사회전입은 증가세란 통계도 있다. 노후와 도시가 어울린다는 메시지다. 한국도 곧 초고령사회가 된다. 길고 넓은 시선과 결정이 행복노후를 가름짓는 사회란 얘기다.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2021-12-02 14:12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기자

[브릿지 칼럼] 글로벌 공급망 공식의 격변

이계안 2.1지속가능재단설립자때는 100여년을 거슬러 올라가 1908년 10월 1일. 자동차왕 헨리 포드가 포드자동차의 20번째 모델인 Model-T를 시장에 출시했다. 부품의 표준화와 노동의 분업화를 통해 구현해 낸 컨베이어벨트 대량생산방식은 자동차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췄다. 대당 생산원가는 출시 당시 미화 825달러에서(현재가치 2만 3763달러) 1925년 260달러까지(3.837달러) 6분의 1로 하락했다. Model-T는 1909년 1만 666대 생산에서 시작해 1927년 5월 26일까지 누적 1468만 9528대를 판매하는 기적을 만들어냈다. 헨리 포드는 자동차의 대중화라는 꿈을 이룩했고, 그의 포디즘(Fordism)은 전세계 모든 제조업의 표준이 되었다.포디즘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것은 토요다자동차의 린(Lean) 생산방식이다. 린 생산방식은 생산시스템에 묻어있는 모든 낭비요소를 제거하는 것을 핵심가치로 한다. 생산시스템에 필요한 재고를 최소한으로 유지함으로써 낭비적 요인을 제거한 것이다. 생산 수요에 맞춰 적시에 필요한 만큼만 부품을 공급받는다. 이런 적시 생산방식이 JIT(Just In Time) 생산방식이다. JIT 생산방식은 특히 다품종 소량생산에 강점을 발휘하는 방식으로 소품종 대량생산에 비하여 다양화되어가는 소비자의 니즈를 맞추는데 더 유리하다. 린 경영과 이를 구현하는 JIT 생산방식으로 토요다자동차는 세계 제1의 자동차회사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자동차 한 대를 생산하기 위해 들어가는 부품은 엔진, 변속기부터 나사못까지 수만 개에 달한다. 엔진이나 변속기처럼 가격도 비쌀뿐더러 첨단기술 및 첨단소재가 필요한 중요한 부품도 있는 반면, 와이어 하네스나 차량용 반도체처럼 수급 여건이나 가격 측면에서 중요하지 않은 부품들도 많다. 특히 와이어 하네스나 차량용 반도체는 평소에는 별로 신경도 쓰지 않는 부품이었다. 적어도 코로나19라는 괴물이 우리를 습격하기까지는 그랬다.코로나19는 부품 표준화, 노동 분업화,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에 터잡아 활동하던 자동차산업에 직격탄을 날렸다. 평소에는 쳐다보지도 않던 와이어 하네스가 갑자기 중요해졌고, 저가의 차량용 반도체가 모자라서 조립 라인이 멈춰서는 사태가 발생했다. 요소수 부족 사태도 마찬가지다. Just In Time(JIT)이 Just In Case(JIC)로 바뀌는 순간이다. 지난 40여년간 경영의 예술이라고 불리던 JIT 방식의 공급망 관리체제가 이제는 가장 위험한 요소가 되어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비단 자동차산업만이 아니라 보건당국이나 주식시장 등을 포함한 국가 시스템 전체가 JIC의 공포에 빠져있다.코로나19와 같은 블랙 스완은 계속 발생할 것이다. 그뿐이랴. 다음 블랙 스완은 언제, 어떤 모습으로 그리고 얼마의 파괴력으로 우리를 습격할 것인지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 현시점에 JIC를 상정하고 대비책을 만들어 놓는 것이 가당치도 않은 일이다. 대비의 영역이 아니라 대응의 영역이다. 그때 그 순간에 어떤 지도력을 발휘하여 국가적 위기를 슬기롭게 넘어갈 수 있을 것인가. 다음 세대와 다음 지도자가 우리보다 지혜로울 것을 믿어야하지 않을까. 제20대 대통령선거를 100여 일 앞둔 이 시점에 갑자기 드는 생각이다.이계안 2.1지속가능재단설립자

2021-12-01 13:55 이계안 2.1지속가능재단설립자

[브릿지 칼럼] 좋기만 한 사람은 없다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흡입력이 굉장하다. 아니 너무 무서워 눈을 돌리기 어려웠다. ‘오징어 게임’에 이어 개봉과 동시에 넷플릭스 1위를 차지한 ‘지옥’ 얘기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괴생명체가 임의로 선택한 대상을 참혹하게 살해하는 내용인데 흥미로운 건 이런 죽음을 둘러싼 종교적 프레임과 사람들의 반응이다. 신의 결정이라며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과 무조건적인 복종의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 그리고 KKK단을 연상시키는 화살촉 시위대와 성경 속 바리세인처럼 냉소적인 사제들에 이르기까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기능을 지워버린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세상은 가히 공포스럽다. 여기서 소름끼치도록 잔인하고 무서운 건 의도를 알 수 없는 초자연적 사건이 아니라 분별하길 멈춰버린 사람들의 모습이다.이처럼 어떤 사건이나 대상을 절대적 현상이나 존재로 이상화하며 이에 대해 복종하는 이면에는 완벽하게 보호받고 싶은 의존욕구가 자리 잡고 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나를 안심시켜주고 안전하게 돌봐주길 바라는 기대다. 대인관계에서도 이처럼 상대에 대해 과도한 환상을 품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심리학에서는 이를 ‘이상화’라고 한다. 상대가 갖는 실제모습과 한계를 인식하지 않고 지나치게 긍정적이거나 완벽한 모습으로 확대해서 받아들이는 것이다.관계에서의 이상화는 때로 극단적인 경우로 나아가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인간의 성장과 발달에 늘 함께 하는 일상적 심리현상이기도 하다. 우리는 종종 어느 누군가에게 집중하며 그를 아주 좋은 사람이거나 완벽한 사람으로 여기는 환상을 갖곤 한다. 어린아이는 엄마나 아빠를 세상에서 가장 믿음직스럽고 모르는 게 없으며 그들의 말은 모두 맞는 최고의 사람으로 생각한다. 커서 연인을 만나면 세상에 그보다 나를 더 사랑해줄 수 있는 사람은 없고 이보다 더 착하거나 따뜻한 사람은 없다고 여긴다.아쉽게도 세상에 그런 사람은 없다. 좋기만 한 부모도 없고 착하기만 한 연인도 없다. 부모도 때론 자식을 시기하고 미워하며 공격한다. 자식 역시 때로는 부모를 원망하며 무시하고 배척한다. 그렇게 부정적이고 불편한 무의식 속 마음들이 의식의 표면 위로 표출돼 주고받으며 갈등과 봉합, 원망과 이해를 나누며 조금씩 성장해가고 관계가 무르익어가는 것이 우리 삶이다. 하지만 그 과정은 때로 짜증스럽고 힘들다.소중한 사람에게 실망하거나 그를 미워하는 일은 고통스럽다. 그보다는 상대를 좋은 사람, 훌륭한 사람으로 만들어 관계를 잘 유지할 이유를 갖고 있는 것이 훨씬 맘 편하고 간단하다. 부모를 비난하거나 떠나는 일도 어렵다. 그보다는 자신의 부족함을 자책하거나 부모는 자식이 무조건 사랑해야 하는 존재라고 스스로에게 의무나 도리를 부여하는 것이 더 쉽다.하지만 건강한 관계는 그렇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상대를 완벽한 존재로 만들어 그 안에서 보호나 사랑을 받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불완전한 존재임을 이해하고 이상화 욕구를 조절하면서 상대를 수용해야 한다. 마음이 공허하고 우울할수록 우리는 상대에게 완벽히 의존할 방법을 추구하게 된다. 쉽지는 않지만 친밀한 사람이 미울 때 상대가 미운 내 불편한 마음을 견딜 수 있어야 하고 잘못을 용서할 수 있어야 성숙한 관계다.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

2021-11-29 14:11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

[브릿지 칼럼] 양날의 칼인 부동산정책 신중히 도입하고 추진해야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문재인 정부가 집권 후 도입한 20여 차례의 부동산 대책 중 정부의 의도와는 다른 역효과가 나타난 정책들은 재개발·재건축 규제, 분양가상한제, 임대차3법 도입, 대출규제 등이다.먼저, 투기를 잡기 위한 재개발·재건축 규제가 공급위축을 불러왔다. 그 결과 도심에서 대량공급이 가능한 재개발·재건축 시장을 위축시켜 공급부족을 불러와 주택가격을 폭등시키고, 전세대란까지 불러오게 만들었다.또한,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하여 민간공급을 위축시켜 공급부족에 따른 가격급등을 불러왔다. 분양가상한제는 민간의 과다한 이익을 방지하고, 실수요자들에게 저렴한 분양가에 내집마련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지나친 규제는 민간의 수익감소를 불러와 공급시장에서 민간공급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그리고 계약갱신청구권을 포함함 임대차3법의 도입도 무주택 세입자들에게 피해가 돌아가는 결과를 가져왔다. 공급이 부족하여 전세가격이 상승하는 시점인 2020년 7월말에 도입하여 불붙은 시장에 기름을 붙는 결과를 가져왔다.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이후 전세가격은 급등하였으며, 지금도 전세물량 부족으로 가격상승이 지속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같은 아파트라도 기존 전세가격과 새로 갱신되는 전세가격이 큰 차이를 보이는 폐단을 가져왔으며, 세입자와 집주인 간 실거주 여부를 둘러싼 분쟁과 갈등도 지속되고 있다.마지막으로 대출규제도 서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정부의 갑작스런 대출규제로 중도금을 납부 중이던 서민들까지 피해를 보고 있다. 또한 전세대출 규제로 급등한 전세보증금을 마련하지 못한 세입자들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만들고 말았다.정부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으로 서민들이 피해를 보는 것 이외에 정책이 오락가락하면서 신뢰를 잃은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재건축 조합원 2년 실거주 의무를 도입했다가 폐지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투기를 막겠다고 재건축 조합원의 경우 2년 이상 실거주자에게 입주권을 주는 제도를 도입하였다. 그러나 이 제도가 기존 세입자를 내 쫓고, 전세물량 부족문제를 불러와 전세가격 급등으로 이어진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도입 2년 만에 폐지하였다.또한 다주택자들을 압박하여 시장에 매물을 내놓게 하겠다는 의도로 도입된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제도 정책의 효과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당초 정부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를 강화하여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으면 공급이 증가하여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을 하였다. 그러나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고 버티거나 증여를 하고 있어 정책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제도를 일시적으로 완화하여 숨통을 터 주자는 여론과 계속 유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맞서고 있어 정부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부동산 정책은 양날의 칼과 같고, 정부의 의도와는 다른 역효과가 나타나거나 엉뚱한 결과로 귀결될 수 있으므로 정책을 도입할 때 신중을 기해야 한다.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

2021-11-28 14:43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

[브릿지 칼럼] 종부세, 이대로 괜찮은가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종합부동산세(종부세)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된 종부세 고지서가 지난 22일 발송됐다. 과세 대상이 건국 이래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섰다. 발송 전 정부가 “98% 국민은 종부세와 무관하다”며 우려를 일축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양새다.종부세는 지난 2005년 ‘부자세’ 성격으로 도입됐다. 1인당 소유하고 있는 전국 대상 주택의 공시가격 합계액이 6억 원을 초과하면 종부세의 대상이 된다. 올해 종부세 산출의 3요소인 공시지가, 공정시장가액 비율, 세율이 모두 오르면서 과세 대상이 급격히 확대된 것이다.정부는 종부세 부담을 낮추겠다며 1주택자 과세 기준을 공시지가 11억 원으로 높였지만, 집값이 상승하면서 납부 대상자들의 조세 부담은 오히려 늘어났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서울에서 ‘똘똘한 두 채’를 보유한 사람은 한해 부담해야 할 보유세(재산세+종부세)가 1억 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세금은 국가의 살림에 쓰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만약 세금이 국민의 재산 형성 자체를 방해하는 수준으로 커진다면, 개인의 소유권을 침해하는 약탈적 세금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의 종부세가 바로 그렇다. 2개 이상의 주택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과세 기준이 6억원으로 확 낮아진다.조정지역에 주택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세율이 상승한다. 세금의 본질을 넘어 주택 소유 자체를 방해하는 수준에 이른 것이다. 여기에 집주인들이 월세를 올려 세금을 보전하는 상황이 발생하다 보니, 집주인과 세입자의 갈등이라는 부작용까지 발생하고 있다.한국 종부세의 문제점은 실현하지도 못한 소득에 과도한 세율로 세금을 거둔다는 점이다. 가격이 비싼 주택에 더 많은 세금을 걷는 누진적 세율 구조는 대부분의 나라가 채택하고 있지만, 소득이 없는데도 일단 고가의 주택을 소유하고 있기만 하면 세금을 높게 매기는 점은 문제가 크다. 만약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걷고 싶으면, 소득에 따른 세금을 보편적으로 거두는 것이 합리적이다. 세금은 단순하고 모든 납세자에게 보편타당해야 정당성이 있다.해외에서는 부동산 관련 세금을 어떻게 운영하고 있을까. 미국의 주택 보유세(재산세)는 집을 처음 사들일 당시 집값이 과세 기준이 되는데, 이로 인해 집값이 우상향한다고 가정하면 한 집에서 오래 살수록 재산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아지게 된다. 연 1만 달러까지는 재산세를 낸 만큼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고, 인상폭이 물가 상승률 이하로 제한되어 있어 전체적인 조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다. 물론 주마다 부동산 세금이 다양하다는 점도 장점이 크다. 일본에서는 보유세의 급격한 증가를 막기 위해 한국의 공시가격에 해당하는 ‘주택평가액’을 3년에 한 번만 측정한다고 한다.한국의 종부세는 국민의 재산 형성을 방해하는 약탈적 세금이자, 국민을 갈라치는 정치적 세금에 불과하다. 따라서 해외에서는 부동산 관련 세금을 어떻게 수납하여 운용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국내 부동산 세금 정책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누진세와 같은 세제를 합리적으로 조정해 주택 실수요자에게 과한 조세 부담을 지우지 않는 방안을 생각해 본다면 작금의 종부세 논란이 잦아들 수 있을 것이다.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2021-11-25 14:20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브릿지 칼럼]쪼개야 판다, 분할소유권·조각투자의 시대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뭉쳐야 찬다? 쏜다? 이제는 쪼개야 판다. 미술 컬렉팅은 백만장자들의 놀음으로만 알았다. 음악 저작권은 몇몇 유명 작곡가들의 독차지로 여겨왔었다. 그러나 이제는 뭐든지 쪼개고 또 쪼개야 한다. 그래야 더 많은 돈이 흐르고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든다. 수년 전부터 이색적인 대체투자 시장이 분할소유권 또는 조각투자로 불리며 자리 잡았다. 이러한 투자는 고가 미술품을 다수 소비자들이 플랫폼에서 공동구매해 분할소유하는 형태로 시작되더니 음악저작권까지 분할거래하는 형태로 발전했다. 짭짤한 수익과 참여하는 재미를 찾는 MZ세대에게는 안성맞춤 투자처였기 때문이다. 미술품과음원 저작권 분할거래는 2017년부터 선보였다. 음악·미술품 등에 대한 소액 투자는 처음엔 흥미로운 뉴스거리로 치부됐지만 점차 대중적 확장성을 확보하면서 무시 못할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시장의 양적 성장과 함께 번뜩이는 아이디어, 다양한 마케팅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아예 상장 및 상설 거래소의 개념을 분할소유권 플랫폼에 도입해 마치 주식처럼 빈번한 거래를 가능케 하는 ‘아트스탁’ 사업구조는 초기 단계부터 커다란 주목을 끌고 있다.분할소유·조각투자는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개념이 아니다. 현재의 욕구와 시대정신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경제적 계산에 밝은 MZ세대는 일찍이 소셜커머스 공동구매를 통해 할인받는 맛을 보았고 에어비앤비, 우버 등의 공유경제에서 규모의 경제, 위험 분산을 충분히 경험했다. 영끌로 내집 마련도 물 건너갔고 주식, 비트코인도 불안불안하다. 이같은 상황에서 조금 더 안전한 투자처를 찾는 와중에 디지털에 익숙한 2030 청년층이 스마트폰의 원스톱 클릭으로 간편하게 소액으로 투자하는 매력에 빠져든 것이다.평소 꿈꾸지도 못했던 문화 콘텐츠를 잠시나마 혹은 작게나마 소유한다는 자부심 그리고 상대적으로 단기간에 쏠쏠하게 얻는 차익은 충분히 짜릿하다. 여기에 블록체인, 디파이 등 테크놀로지까지 뒷받침되면서 미술, 음악콘텐츠 조각투자 열풍은 가능하게 된 것이다. 다발적으로 시작된 미술품 분할소유권 플랫폼과 달리 국내 유일의 음악저작권 플랫폼 뮤직카우는 초창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출범 당시 옛날 음원들에 대한 간헐적 옥션 위주로 거래가 겨우 진행됐다. 그러다 올해 초를 기점으로 윤종신·선미·이무진을 내세운 공격적인 홍보, 브레이브걸스의 ‘롤린’ 역주행 신화 등으로 이제는 최신 인기곡들의 저작권도 쉴새없이 거래되고 있다. 작년 말 2만원대에 판매되던 ‘롤린’의 저작권은 올해 초 유튜브에서 화제가 된 이후 130만원대로 치솟았다. 무려 50배의 대박 수익이다. 저작권 투자가 돈이 된다는 인식이 스며들면서 더이상 가수의 인기는 가수만의 것이 아니다.명품, 운동화 등 수집품은 물론 건물까지 분할소유권 시장은 다양화되고 있다. 하지만 조각투자의 갈 길은 아직도 멀다. 정보의 비대칭성, 수수료 등 열악한 수익구조, 약관의 불공정성부터 우선 극복해야 한다. 또한 과대평가된 수익률, 금융업체와 유사한 사업형태,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방침으로 인해 금융당국, 세무관청의 감시 대상이 될 것이다. 결국 성패의 관건은 투자자 보호다. 쪼개야 판다. 하지만 안전하게 잘 쪼개야 계속 팔 수 있다.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2021-11-24 14:12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브릿지 칼럼] 한국경제 옥죄는 3대 고질병

박종구 초당대 총장저출산·고령화와 생산인구 감소, 경직적 노동시장, 재정 포퓰리즘. 한국 경제를 옥죄는 3대 고질병이다. 저출산과 고령화 파고가 거세다. 지난해 합계출산률은 0.84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바닥 수준이다. 고령화 속도가 지나치게 가파르다. 지난해 65세 이상 비율은 15.7%다. 2024년 19.2%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2025년에는 초고령사회 진입이 확실시된다.2017년부터 감소세로 돌아선 생산인구 둔화가 계속되고 있다. 25~49세 핵심 생산인구는 2008년 이후 계속 줄고 있다. 생산현장의 노령화도 우려스럽다. 평균연령이 48세를 넘어섰다. 생산인구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독일은 2015년 100만명의 중동 난민을 받아들였다. 일본은 출입국관리법을 개정해 34만명의 외국인 근로자를 수용키로 했다. 한국 경제는 보다 전향적인 이민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선진국중 이민문호를 개방하지 않고 선진국 지위를 유지한 국가는 없다.비정규직과 단기 근로자가 급증하고 자영업자의 고용 여건이 악화되는 등 고용절벽이 심화되는 양상이다. 비정규직이 800만명을 넘어섰다. 사상 최대 규모다. 지난해 대비해 64만명, 2016년 8월에 비해선 162만명이나 늘어났다. 임금근로자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2017년 32.9%에서 2020년 36.3%, 그리고 올해 8월 현재 38.4%로 상승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격차도 157만원으로 확대되었다.공공기관은 무늬만 일자리격인 체험형 인턴만 늘리고 채용형 인턴 실적은 부진하다. 단기 일자리만 양산한다는 비판이 무성하다. 과도한 친노조 정책으로 대기업 등 정규직 일자리만 과보호되고 있다. 고용시장의 유연성이 낮아 신규 채용을 기피하고 있다. 30대 대기업 집단은 지난해 신규 고용을 18000명 줄였다. 공기업의 금년 상반기 채용 인원은 1900명 선에 머물렀다. 고용절벽을 해소하기 위한 실용적인 정책은 실종되고 재정 퍼붓기만 한다는 비판이 매섭다. “청년층 고용 회복이 두드러졌다”는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발언은 고용시장의 실상과는 거리가 멀다.재정 포퓰리즘이 한계를 넘어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역설하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자영업자 손실보상금 50조원을 제안했다. 주요국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늘린 재정지출을 점차로 축소할 방침인데 우리나라는 반대로 가는 양상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국가채무비율은 2030년 78.9%로 급등해 연간 국채이자만 39조 원을 지급하도록 되어 있다.국제통화기금(IMF)은 우리나라가 선진 35개 국가중 국가채무 증가속도가 2위라고 발표했다. 미국과 유럽연합처럼 기축통화국이 아닌 우리나라는 국가채무나 외환 안정성을 각별히 유념해야 한다. 국가채무 증가는 일단 가속화가 붙으면 통제하기가 어렵다. 1990년대 초 60%대에 머물던 일본의 국가채무비율은 20년만에 250%대로 급상승했다. 손쉽게 재정확장에 나선 결과 대표적인 재정 불량국가로 추락한 것이다. 포퓰리즘을 배격하고 재정규율을 지키는 노력이 필요하다.OECD는 한국 경제가 2030년대에 0%대로 성장이 둔화될 가능성을 경고했다. 3대 질병 치유를 소홀히 하면 선진 한국호가 좌초될 수 있다. 실사구시적 정책 추진이 시급하다.박종구 초당대 총장

2021-11-22 13:58 박종구 초당대 총장

[브릿지 칼럼] 같은 백신 다른 효과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가 짧은 시간에 확진자와 사망자를 발생시킨 것도, 짧은 시간에 대규모로 백신을 맞는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백신 개발 기간도 1년 정도로 비교적 짧다 보니 백신에 대한 우려가 큰 것도 사실이다. 결국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이 혈전증을 일으킨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AZ 백신 접종을 중단하는 등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통계에 따르면 혈액 응고로 혈관이 막히는 심부정맥 혈전증의 경우 전 세계에서 매년 1000명당 1명꼴로 발생한다. 1000만명 중 연간 1만명의 심부정맥 혈전증이 발생한다는 의미다. 1000만명 백신 접종자 중에서 연간 1만명의 심부정맥 혈전증이 보고된다고 하더라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기 때문에 코로나19 백신으로 혈전증이 생긴 사람들은 자연발생 혈전증으로 봐야 한다.독특한 현상은 다음의 통계인데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접종자 중 AZ 백신에 대한 각국 이상반응 신고는 영국 0.56%, 독일 0.76%, 덴마크 0.28%인데 반해 한국은 1.5%로 유럽국가의 2배에서 5배까지 많다. 똑같은 백신인데 왜 유독 한국에서만 이상반응 신고가 많을까?식수를 선별하기 위해 두 가지 옵션에 대한 실험을 해보자. 옵션 A를 실행하면 오염된 물을 마셔서 죽을 위험성이 5%에서 2%로 낮아진다. 옵션 B를 실행할 경우 위험성이 1%에서 0%로 낮아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옵션 B를 선택했다. 그런데 확률적으로 보면 이 선택은 참으로 어리석다. 왜냐하면 옵션 A를 선택하면 사람들이 죽을 확률이 3%나 줄어드는 반면 옵션 B는 1%만 줄어들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 옵션 A가 3배나 더 나은 것이다. 그럼에도 다수의 사람들은 왜 옵션 B를 선택한다.인간은 위험성을 직관적으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확률을 계산해야 한다는 생각을 즉각적으로 하지 못한다. 특히 방사능 또는 유독성 화학물질에 의한 오염 위험성의 확률이 99%이든 1%이든 똑같이 두려워한다. 오로지 리스크가 전무한 상태, 즉 제로 리스크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의사결정의 오류를 ‘제로 리스크 편향’(Zero-risk Bias)이라고 한다.똑같은 백신인데 유독 한국에서만 이상반응 신고가 많은 이유도 제로 리스크 편향과 관계가 있다. 한국에서 접종 중인 AZ 백신만 유독 부작용이 많은 불량품일리는 없다. 결국 철저한 신고정신에 의한 것이다. 백신 효능보다 부작용에 대한 보도가 더 많이 쏟아지고 특히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단정적으로 ‘혈소판감소성혈전증 사망’ 등을 제목으로 뽑는 언론이 많아졌기 때문이다.실제 혈전 증상은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압도적으로 많이 나타난다. 네이처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자의 2%(인구 10만명당 2000명)에게 혈전이 생기고, 중환자실까지 가는 중증 감염자는 20% 이상이 혈전이 생긴다. 결국 백신의 이익이 부작용 위험보다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제로 리스크, 완벽한 안전성이란 존재할까? 완벽한 안정성이란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줄이기 위해 차의 속도를 시속 0㎞까지 줄이라고 하는 것과 같다. 다수의 행복을 위해서는 제로 리스크의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2021-11-21 14:32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브릿지 칼럼] 50대를 잡아야 대선에서 이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20대 대통령 선거가 110일밖에 남지 않았다. 유력 대선 후보인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는 MZ세대 표심 잡기에 분주하다. 이 후보는 메타버스를 타고 지방 행보와 청년 세대 표심 잡기에 여념이 없다. 윤 후보는 MZ세대를 겨냥한 동영상을 만들고 최근에는 한국시리즈를 직관했다. 40대 이상 세대는 대체로 표심이 결정되어 있다면 아직 마음이 정해지지 않은 MZ세대 공략을 이번 대선의 핵심 변수로 보는 셈이다.후보의 판단이든 선대위의 판단이든 2030세대를 이번 대선의 중요 유권자층으로 인식한 분석에 이견은 없다. 유권자의 33%나 되는 MZ세대가 집단적으로 특정 후보나 정치 세력에 힘을 실어준다면 당선에 더욱 가까워진다.MZ세대는 2017년 대통령 선거를 비롯해 이전 선거에서 특정 후보에게 몰표를 주지 않는 분산 투표 성격이 강했고 투표율도 대체적으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낮았지만 지난 총선부터 달라졌다. 지난해 국회의원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에 힘을 실어 주었던 MZ세대 표심은 올해 4월 재보궐 선거에서는 여당에 대한 실망감으로 국민의힘을 선택했다. 또 지난 6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2030 세대는 이준석을 최초의 MZ세대인 제 1야당 대표로 만들었다.기득권에 실망하고 분노한 MZ세대는 다른 세대와 충돌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정치권의 각성을 요구하고 있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이후 몇 차례 유권자의 투표 기준 변곡점이 있었다. 1997년 대선까지는 지역주의가 중요한 기준이었고 그후 2017년 대선까지는 이념이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이번 대선 역시 이념 진영간 대결 구도인 프레임 전쟁이 강하게 작동되고 있지만 2030세대를 중심으로 탈이념, 탈지역적인 세대 기준의 정책 선거 성격이 강해지고 있다.MZ세대는 대선 후보들을 이념의 잣대가 아닌 실질적인 이익 투표 기준에서 바라보고 있다. 얼마나 많은 이익을 청년 세대에게 줄 후보인지 세밀하게 관측하고 있다. 그렇지만 대선 후보들이 안간힘을 쓴다고 해도 MZ세대 마음을 잡을 수 있을 것인지 회의적이다. 50대의 중요성은 그래서 더 주목받게 된다.50대는 1987년 이후 학번부터 90년대 초반 학번이 주를 이루고 있다. 유권자층을 열 살 단위로 나눌 때 가장 많은 유권자 비율이 50대다. 50대 중반을 기준으로 정치 성향에서 보수와 진보를 나누게 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40대는 이재명 후보, 60대 이상은 윤석열 후보에게 쏠려 있다면 50대는 팽팽하다.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고 있다. 4개 여론조사 기관(케이스탯리서치, 엠브레인퍼블릭,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 한국리서치)이 자체조사로 지난 8~10일 실시한 조사(전국1009명 무선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32.5%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대선에서 누구에게 투표할지’ 물어보았다. 50대만 놓고 보면 이재명 후보 42%, 윤석열 후보 40%로 거의 차이가 없었다. 진보와 보수로 거의 비슷하게 나누어지는 50대는 이념 프레임 전쟁에서 전략적으로 더 중요해진 세대다. 잡고 싶지만 사실상 잡히지 않는 MZ세대만 바라보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될지 모를 일이다. 더 냉정하게 대선판을 바라본다면 MZ세대가 아니라 50대를 잡아야 대선에게 이긴다.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2021-11-18 13:51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브릿지 칼럼] ‘노후’가 아니라 ‘미래’다

엄길청 미래경영학자·전 경기대 경영전문대학원장유튜브 등을 보면 노후준비에 관한 좋은 콘텐츠와 댓글들이 많이 올라와 있다. 베이비부머들이 고령사회로 본격 진입하는 시기이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미리 노령연금을 들라는 소리가 가장 많다. 주거환경과 소일·취미는 어떻게, 가족관계와 삶에 대한 준비는 어떻게 하라는 얘기들이 대종을 이룬다. 미래 세상의 변화와 추이를 내다보고 삶을 예상해주는 얘기들은 별로 없다. 그냥 노후를 일정하게 정형화 해놓고 어떻게 대응하자는 말 들이다. 노후에는 돈이 얼마나 있어야 하고, 어디서 누구와 지내야 하는 지는 지금 단계에서 특정하기 어렵다. 정말 각자가 닥쳐봐야 아는 일들이다. 빠르다고 했던 산업사회의 변화도 지금의 세상혁신에 비하면 느리다. 곧 싱규랠리티(singularity), 특이점 시대를 지나게 된다. 이미 세상은 비대면, 탄소제로, 대체에너지, 전기·수소차, 메타버스, 디지털코인, NFT 등 하루가 천일처럼 변한다. 미래를 살아가려면 나이 불문하고 더욱 공부하고 대응하고, 가능하면 연부역강의 정신과 능력과 생명의 기반을 다지고 길러야 한다. 일각의 삶에서라도 나름의 장렬(heroic)함이 채워져 있어야 한다.지금 70대인 분들은 1인당 국민소득이 5000~1만 달러 전후의 시기에 왕성하게 활동했고 1990년대부터 2000년대 까지가 수입의 절정기였다. 본인 대학진학률도 낮고, 자식 키우고 가르치고, 부모님 봉양에 애쓰느라 노후를 준비한다는 게 쉽지 않은 시기였다. 100세 기준으로 30년 정도 수명이 남았다고 할 때, 이들은 국민소득이 두 배 가량(연간 2.4% 성장 시)이 늘어난 6만 달러대로 올라가는 동안을 쭉 노후생활을 해야 한다. 그런데 이 시기에 실질금리는 제로에 가깝다. 어떤 안전자산이나 장기안전 상품에 들었더라도 대체로 재산의 증식보다는 원금 유지 정도이다. 1950년대 후반 출생자들까지 65세 이상으로 본격 진입하면 1500만 명 가까이가 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된다. 누구도 안정된 노후 미래 환경을 점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장년과 노년들의 노후는 제도적이고 사회적인 배려가 높지 않을 가능성이 아주 농후하다. 인생은 따지고 보면 본질이 혼자다. 공동체의 의존과 보호는 그래서 개인에겐 참으로 중요하다. 그런데 이렇게 노후는 변화무쌍한데 대부분의 노후정보들은 미래의 심리적 안정이나 편안한 일상의 구상을 팔면서 때론 노익장의 결기와 도전을 희석시키기도 한다. 단색화로 유명한 박서보 화백은 나이 들어 더 크게 주목받는 화가이다. 평생 가르치던 대학에서 퇴직 후 비로소 자신이 원하는 단색화에 집중해 세계의 화단을 놀라게 했다. 전기공학자 황규빈 박사는 자신이 실리콘밸리에 세운 회사에서 스스로 은퇴하고, 다시 사회기부용 벤처사업체를 차려 번 돈은 다 기부 한다. 두 분은 구순과 팔순을 넘긴 분들이다.아프고, 힘들고, 외로운 일은 나이든 인생이면 누구도 피하지 못한다. 그래서 노후의 근사한 피난지대나 나만의 안전구역은 어디에도 없다. 나이가 들수록 부강한 정신이 부유한 돈보다 더 요긴하다. 노후는 인생의 저녁이 아니라, 인생에서 만나는 어느 ‘그녁(there)’이다. 나이가 들수록 인생은 온전히 하나를 이루기에도 많이 부족한 시간이다.엄길청 미래경영학자·전 경기대 경영전문대학원장

2021-11-17 14:06 엄길청 미래경영학자·전 경기대 경영전문대학원장

[브릿지 칼럼] 58년의 경력자가 전하는 말

김시래 동국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겸임교수전현무(44)는 몸이 열개라도 바쁘다. 그가 몰입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빨리 끝내야 몸이 덜 피곤해져 다음을 준비할 수 있다.출연자에게 재미있는 답변을 유도하는 비결을 ‘빙의’라고 설명했다. 주제가 ‘꽃꽂이’라면 자신이 플로리스트가 되려는 백화점 문화센터의 수강생이 되어 질문을 던진다. 그러니 듣는 사람들에게 피와 살이 되는 질문이 쏟아진다.그는 얇지만 넓은 지식을 원한다. 사회자가 학자가 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다. 스테디셀러보다 베스트셀러를 읽어 오늘을 사는 사람들의 마음을 짚어낸다.그는 또 중국어를 배운다고 했다. 한류 예능이 뜰텐데 그들의 언어로 방송을 해야 그들의 존경을 얻는다고 믿는다. 열정에 예지력을 더했으니 생명이 길 것이다.나영석(45)은 관찰예능 프로그램의 대표 연출가다. ‘꽃보다 할배’, ‘삼시세끼’,‘윤식당’ 등을 준비하며 작가와 스탭의 의견을 빠짐없이 듣는다. 어떤 것에도 정답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결론이 빠르면 너무 뻔한 길로 들어섰다고 생각해서 다시 고민한다.그가 연차가 낮은 친구들의 생각을 듣는 방법은 독특하다. 이들은 자기 생각에 자신이 없어 의견을 내놓기 망설인다. 그래서 평소에 각각의 취향이나 독특한 성격을 파악한 후 그 방면의 대변자로 삼아 질문하면 술술 답변이 나온다고 했다.그는 또 삶의 일상적인 순간을 중시한다. 설거지같은 장면이다. 삶의 진실은 매일 반복되는 지루하고 힘든 순간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의 비범함은 일상의 평범함에서 비롯된다.오영수(77)는 58년 경력을 가진 늦깍이 스타다. ‘깐부’라는 유행어로 치킨업체의 모델 제의가 왔으나 거절했다. 신뢰와 배신을 의미하는 원 뜻과 통하지 않는데 이름이 같다고 출연하는 것은 내키지 않았다고 했다.그는 느릿느릿한 발성으로 연기한다. 생각을 먼저 하고 말을 꺼내면 말과 말 사이에 존재하는 침묵의 언어를 끄집어 낼 수 있다고 믿는다. 그의 연기관은 그가 전한 ‘나그네와 꽃’의 비유에서 드러났다. 예쁜 꽃을 보면 젊은이는 꽃을 꺾고, 중년은 꽃을 캐서 정원에 심는데 경지에 이른 사람은 그냥 두고 집으로 돌아온다는 이야기다.그는 지금의 성공이 한 길을 걸어온 것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잠시 물러서서 마음을 다스리는 시간을 갖겠다고 했다. 그는 자기자신의 이유로 살아가는 사람이다.시대의 주인공들이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은 특별할 것이 없었다. 열정과 공감능력, 진지한 태도는 시대를 불문한다. 유녹화홍(柳綠花紅), 버들은 푸르고 꽃은 붉다. 가을이 지나면 눈 내리는 겨울이 온다. 약동의 계절을 준비하는 자연의 변치않는 모습이다.우리도 걸어왔듯이 걸어가자. 흐름에 몸을 맡기되 중심은 지키면서 말이다. 변하는 것과 변치 않는 것을 가려내는 성숙의 시간이 오고있다.김시래 동국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겸임교수

2021-11-15 14:36 김시래 동국대학교 광고홍보학과 겸임교수

[브릿지 칼럼] 나도 자연인이 되고 싶다

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코로나 시대로 자유로운 외부 활동이 제한되다 보니 집에서 TV 채널을 돌리며 보내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늘어났다.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 보면 의외로 자주 접하게 되는 프로그램들이 꽤 있다. 그중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그램이 나올 때는 채널을 고정하고 시청하곤 한다.건강상의 문제, 사업의 실패 등 이런저런 개인적인 사연으로 속세를 떠난 사람들이 자연 속에서 나름 자신만의 개성으로 자유롭게 살아가는 모습을 담고 있는 프로그램이다.여느 드라마처럼 앞뒤로 연속성을 지니지 않아 중간 어느 부분에서부터 봐도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게 시청할 수 있고, 답답하고 고단한 일상에서 뭔가 자연 속의 푸근한 휴식이 되는 느낌도 든다. 시청률도 꽤 나온다고 하고, 40대 이상의 남성들에게 상당히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한다.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모습이 생소하고 신기하기도 하지만,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 사회에서 지금 있는 자리에서 훌훌 털고 일어나 손에 쥔 것들을 다 놓고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누구나 한 번쯤은 해 봤을 것으로 생각한다. 실제로 은퇴 후 귀농 귀촌을 꿈꾸는 도시인들도 꽤 많다.복잡하고 치열한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공기 좋고 여유로운 전원에서 마당 텃밭에 상추도 키우고, 정성껏 가꾼 예쁜 꽃밭에 물도 주고, 반려견과 함께 산책도 하며 지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다.필자가 좋아하는 경남 창원에는 싱싱한 해산물이 풍부한 남해바다가 있고, 역사가 깊고 수려한 무학산, 철쭉으로 유명한 천주산이 있다.겨울에도 춥지 않고 공기도 맑고 깨끗해서 크고 작은 요양병원들이 많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통영, 거제, 부산도 가까운 거리에 있다. 산업단지가 있어 일자리도 많고, 주요 대기업들도 많이 있다.물론 대형 쇼핑센터와 백화점도 있고, 규모가 제법 큰 대학병원도 몇 개 있다. 새로 지은 아파트들과 오래된 주택이 공존하며 도시의 역사와 전통을 느끼며 동시에 생활의 편리함도 추구할 수 있다. 출퇴근 시간에 아주 잠시 밀리는 것을 제외하면 교통체증도 거의 없고, 조금만 차로 달리면 그야말로 전원다운 풍경들이 펼쳐진다.무학산 자락을 가로지르는 산복도로를 달리다 보면 봄에는 벚꽃, 동백이 흐드러지게 피고, 가을엔 단풍이 붉게 물들어 꽃과 함께 스며드는 세월의 흐름을 가슴 깊이 느끼도록 해준다.느닷없는 창원예찬이 되었다. 혹시 ‘나는 자연인이다’를 즐겨보고 여유로운 삶을 꿈꾸지만 실천은 못하고 있는 독자분들이 계신다면, 마산 창원 진해를 아우르는 경남 창원을 눈여겨 보시기를 권한다.유난히 피곤하고 힘든 날에는 먼 훗날 은퇴하고 마산 창원 진해 외곽 한적한 곳에 정착하여 등산도 하고 낚시도 가고, 텃밭에서 방금 따온 상추, 풋고추, 방앗잎에 보리밥을 싸 먹으며 정신적으로 여유로운 인생을 즐기는 상상을 해 본다.시끄럽고 복잡한 세상사에 등 돌리고 물소리 바람 소리에 취해 보고 싶다. 너무 쉽게 말을 바꾸는 책임감 없는 사람들, 자신의 유익만을 구하며 이리저리 네거티브를 쏟아내는 사람들, 정작 본질은 사라지고 허울 좋은 껍데기로 언어유희를 하는 사람들, 잠시 다 잊고 서울, 수도권에서 벗어나 자연인으로 살아 보는 꿈을 꾼다.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

2021-11-14 14:09 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