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탄성과 가소성

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
입력일 2021-12-13 14:33 수정일 2022-05-22 18:25 발행일 2021-12-1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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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

어떤 물체에 힘이나 열 등의 외부적 자극을 가하면 변형이 일어나게 되고 외부의 자극을 받을 경우, 변형에 저항하려는 성질도 있고, 동시에 변형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상반된 성질도 함께 보여 준다. 변형에 저항하는 성질을 탄성(elasticity)이라고 부르고, 변형을 유지하려는 성질을 가소성 혹은 소성(plasticity)이라고 부른다. 다시 말해서, 탄성(elasticity)은 외부의 자극이 사라지면 물체를 원래의 모습으로 복원시키려는 성질이고, 가소성은 외부의 자극이 사라져도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성질이다. 모든 물체는 이러한 두 가지 성질을 다 가지고 있고, 외부 자극의 강도에 따라서 탄성과 가소성이 영향을 받아 우세한 성질이 발현된다.

이러한 성질들은 비단 금속과 같은 물체에만 해당되는 것 같지는 않다. 가령 다이어트의 경우, 초심을 잃지 않고 변치 않는 굳은 결심으로 지속적인 운동을 하고, 식탐을 버리고 규칙적으로 생활한다면 아마도 원하는 결과를 꾸준히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소위 다이어트 요요 현상으로 이전의 몸무게로 돌아가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탄성이 우세한 경우다. 주말이나 긴 연휴, 또는 휴가를 보낸 경우도 상상해 보자. 월요일 출근해서 바로 일상으로 복귀하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는 것을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계속 쉬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아마도 사람도 물체처럼 탄성 내지 가소성의 영향을 받는 것일 것이다.

참고로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가소성은 증가한다. 그러나 미량의 탄성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한다. 그래서 물체에 변형을 가하여 원하는 형상으로 만들었다고 하더라도 외부 자극을 제거하면 어느 정도 원래의 모양으로 복원하려는 스프링 백(spring back) 현상이 있다. 그러므로 가소성을 이용하여 물체를 변형하고자 할 때에는 스프링 백(spring back)의 양을 미리 정확하게 예측하여 구부리거나 변형시키려는 강도를 결정해야 한다. 변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스프링 백을 넘어서는 변형을 반드시 주어야 하는 것이다.

벌써 12월이 훌쩍 지나고 연말이 다가오고 있다. 세월의 가속도가 더욱 민감하게 느껴지는 시기이다. 올해는 코로나19로 모두에게 더욱 힘든 시기였다. 물론 코로나는 알파형, 베타형, 감마형, 델타형 변이에 이어 오미크론 변이까지 일으키며 여전히 창궐하고 있다. 과연 종식은 될 것인지 걱정이 매우 깊다. 이러한 중에도 예외적으로 탄성의 영향을 받지 않는 것이 물가인 것 같다. 소비자 물가지수가 계속 기록적인 최고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11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3.7%로 지난 10월에 이어 약 10년 만에 또 최고치를 기록하며 무섭게 올라가고 있다. 내 월급만 빼고 다 오르고 있다는 말을 떠올려 보게 된다. 반면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있는 정치권은 원래로 돌아가려는 탄성(elasticity)이 매우 강해 보인다. 변화가 좀 보이는가 싶다가도 늘 제자리인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탄성과 가소성을 지닌 물체에서처럼 정치권에서도 스프링 백(spring back)을 고려하여 강한 변화를 통한 발전을 해야만 국민이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