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50대를 잡아야 대선에서 이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입력일 2021-11-18 13:51 수정일 2021-11-18 13:52 발행일 2021-11-19 19면
인쇄아이콘
배종찬(사진)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20대 대통령 선거가 110일밖에 남지 않았다. 유력 대선 후보인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는 MZ세대 표심 잡기에 분주하다. 이 후보는 메타버스를 타고 지방 행보와 청년 세대 표심 잡기에 여념이 없다. 윤 후보는 MZ세대를 겨냥한 동영상을 만들고 최근에는 한국시리즈를 직관했다. 40대 이상 세대는 대체로 표심이 결정되어 있다면 아직 마음이 정해지지 않은 MZ세대 공략을 이번 대선의 핵심 변수로 보는 셈이다.

후보의 판단이든 선대위의 판단이든 2030세대를 이번 대선의 중요 유권자층으로 인식한 분석에 이견은 없다. 유권자의 33%나 되는 MZ세대가 집단적으로 특정 후보나 정치 세력에 힘을 실어준다면 당선에 더욱 가까워진다.

MZ세대는 2017년 대통령 선거를 비롯해 이전 선거에서 특정 후보에게 몰표를 주지 않는 분산 투표 성격이 강했고 투표율도 대체적으로 다른 연령대에 비해 낮았지만 지난 총선부터 달라졌다. 지난해 국회의원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에 힘을 실어 주었던 MZ세대 표심은 올해 4월 재보궐 선거에서는 여당에 대한 실망감으로 국민의힘을 선택했다. 또 지난 6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2030 세대는 이준석을 최초의 MZ세대인 제 1야당 대표로 만들었다.

기득권에 실망하고 분노한 MZ세대는 다른 세대와 충돌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정치권의 각성을 요구하고 있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이후 몇 차례 유권자의 투표 기준 변곡점이 있었다. 1997년 대선까지는 지역주의가 중요한 기준이었고 그후 2017년 대선까지는 이념이 중요한 기준이 되었다. 이번 대선 역시 이념 진영간 대결 구도인 프레임 전쟁이 강하게 작동되고 있지만 2030세대를 중심으로 탈이념, 탈지역적인 세대 기준의 정책 선거 성격이 강해지고 있다.

MZ세대는 대선 후보들을 이념의 잣대가 아닌 실질적인 이익 투표 기준에서 바라보고 있다. 얼마나 많은 이익을 청년 세대에게 줄 후보인지 세밀하게 관측하고 있다. 그렇지만 대선 후보들이 안간힘을 쓴다고 해도 MZ세대 마음을 잡을 수 있을 것인지 회의적이다. 50대의 중요성은 그래서 더 주목받게 된다.

50대는 1987년 이후 학번부터 90년대 초반 학번이 주를 이루고 있다. 유권자층을 열 살 단위로 나눌 때 가장 많은 유권자 비율이 50대다. 50대 중반을 기준으로 정치 성향에서 보수와 진보를 나누게 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40대는 이재명 후보, 60대 이상은 윤석열 후보에게 쏠려 있다면 50대는 팽팽하다.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고 있다. 4개 여론조사 기관(케이스탯리서치, 엠브레인퍼블릭,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 한국리서치)이 자체조사로 지난 8~10일 실시한 조사(전국1009명 무선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32.5%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대선에서 누구에게 투표할지’ 물어보았다. 50대만 놓고 보면 이재명 후보 42%, 윤석열 후보 40%로 거의 차이가 없었다. 진보와 보수로 거의 비슷하게 나누어지는 50대는 이념 프레임 전쟁에서 전략적으로 더 중요해진 세대다. 잡고 싶지만 사실상 잡히지 않는 MZ세대만 바라보다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될지 모를 일이다. 더 냉정하게 대선판을 바라본다면 MZ세대가 아니라 50대를 잡아야 대선에게 이긴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