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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칼럼

[브릿지 칼럼] 상표권 효력은 어디까지

전소정 지심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상표권이 타인의 상표 사용에 대하여 미치는 효력은 원칙적으로 동일, 유사 범위이다. 상표권을 확보하면 다른 사람이 내 상표와 동일 또는 유사한 상표를 내 상품과 동일 또는 유사한 상품에 사용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런데 때로는 상표권의 효력 범위가 확장되는 경우가 있다. 상표와 상품의 유사 범위 모두 일정 조건에 부합할 경우 확장될 수 있는데 이번 칼럼에서는 상품의 유사 범위가 어떻게 확장되는 지 살펴보겠다.먼저 상품의 유사 범위는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는지부터 이해할 필요가 있다. 상표를 출원할 때 대부분은 상품을 내 마음대로 작성하기 보다는 국제분류에서 통용되는 표준명칭으로 된 상품을 전자출원시스템에서 지정하게 된다. 즉 국제분류에서 상품을 어떻게 분류했는지가 대략적인 유사 범위를 정하는 기준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원칙적인 기준을 판례에서 제시하고 있다. 상표 또는 상품의 유사 판단의 기준은 시장에서 수요자들이 출처를 오인하고 혼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는가 여부라는 것이다. 즉 시장에서의 출처 오인혼동 가능성 여부가 상품의 유사 판단 기준이다.원칙적 기준을 실제 사례에 대입해 본다면 의류와 가방은 유사 범위에 속할까? 국제분류에 따른 상품분류와 그에 따라 세분화된 유사군만을 고려한다면 의류와 가방은 유사하지 않다. 그러나 의류와 가방이 취급되는 시장에서 수요자들이 오인·혼동 가능성을 고려해 본다면 간단히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상당수 옷 가게나 인터넷쇼핑몰서 옷과 가방이 함께 판매되고 있는 실정을 생각해 본다면, A가 소유한 의류 브랜드와 B가 소유한 가방 브랜드가 유사하다면 수요자들로서는 해당 브랜드가 서로 연관된 브랜드라고 오인하거나 혼동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이 같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상표권의 효력 범위가 확장된다. 대법원 판례는 ‘토털패션화 경향 및 코디네이션 개념의 확산’에 따라 의류업체의 경우 의류뿐만 아니라 신발류 등 관련 장신용품까지의 제품을 다각화하여 생산·판매하는 추세에 있어, 이들 상품은 경제적 유연관계에 있는 유사한 상품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최근 필자의 사무소는 뷰티 제품(화장품)에 대한 상표권을 가진 고객이 의류 제품에 자신의 상표와 동일한 상표를 등록한 회사에 대해 상표권 무효 심판을 청구했다. 현재 계류중인 사건인데 쟁점은 뷰티 제품에 등록한 상표권이 의류에 대한 상표권에도 영향을 미치는가이다. 상기 판례의 태도를 빌려 온다면 뷰티 제품과 의류 제품도 광고나 주요 패션뷰티 잡지들에서는 이들을 함께 기사로 다루고 있는 거래현실이 주요하게 고려될 수 있다. 즉 뷰티 제품과 의류 제품도 악세서리, 신발 등과 같이 토탈패션경향, 코디네이션의 일환으로 간주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보여질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어느 정도 상표의 인지도가 높아야 상표권의 효력 범위가 확장되는 예외를 허락해주기 때문에 상표의 인지도를 어느 정도 인정 받을 수 있을지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상담을 하다 보면 상표권의 효력 범위를 굉장히 넓게 보는 고객들이 많다. 원칙은 상품의 유사군과 출처의 오인혼동가능성 유무에 따라 유사 범위까지 효력이 미치는 것이다. 다만 예외적으로 상표가 인지도가 높고 상품의 경업관계, 경제적 유연관계를 인정할 만큼의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상품의 효력 범위가 확장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전소정 지심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

2022-06-19 15:05 전소정 지심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

[브릿지 칼럼] 은퇴후 취미도 '다다익선'

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평생을 직장과 일 위주로 살아온 베이비붐 세대들은 은퇴 후 취미 활동에 소극적이다. 이렇다 할 취미가 없기 때문이다. 행복하고 안정된 노후를 보내려면 2~3개 취미는 갖고 있어야 한다. 지금 준비해도 절대 늦지 않다. 은퇴 후 꼭 필요한 취미활동 5가지를 추천한다.첫째, 요리 만들기이다. 아내의 식사 준비 부담도 덜고 또 향후 혼자 해결해야 할 경우를 미리 대비하기 위함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준비한 식사 한 끼는 아내로부터 최고의 찬사를 받는다. 아내와의 묵은 감정이나 식구들 간의 서먹서먹한 분위기도 요리로 해결할 수 있다. 가족의 소통과 화합엔 이보다 더 좋은 게 없다. 단시간에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성취감과 가족들을 즐겁게 해주는 보람을 만끽한다. 가부장적인 성격으로 황혼이혼이 걱정되거나 가족과 화목해지고 싶은 분에게 특히 필요하다.둘째, 노래 배우기와 악기 연주이다. 대중가요 노래 교실이나 합창단에 참가하면 기분 전환과 스트레스 해소엔 그만이다. 비교적 배우기 쉬운 오카리나, 하모니카, 기타. 색소폰 등 악기 하나 정도 다룰 줄 알면 노후가 풍성해진다. 판소리나 사물놀이, 단소, 대금 등 국악을 하면 한결 품격이 있어 좋다. 실력이 늘수록 자존감과 함께 삶에 활력이 생긴다. 나이 들수록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우울해지기 쉽다. 노래 부르기와 악기 연주는 우울할 때 자신을 흥겹게 한다.셋째, 사진 촬영이다. 사용이 쉽고 편리한 디지털카메라와 스마트폰의 출현으로 사진 촬영은 대중화되었다. 비용도 적게 들고 실시간으로 많은 사람과 공유할 수 있어 인기다. 사진 취미를 가지면 여행을 많이 가게 된다. 출사 준비로 부지런해지고 많이 활동하게 되어 건강에도 좋다. 자연이나 사람을 찍다 보면 세상에 대한 애정도 생기고, 자연의 신비도 배운다. 좋은 사진은 추억을 간직한 선물로 대환영이다. 동영상 편집이나 SNS까지 익히면 다방면으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넷째, 독서와 글쓰기이다. 혼자 읽는 독서에서 나아가 독서 토론이나 글쓰기에 도전하자. 글을 쓰면 생각이 정리되어 논리와 맥락을 갖출 수 있다. 당시의 생생한 정서도 기록할 수 있다. 이참에 책도 한번 써보자. 책을 쓰려면 많은 관련 자료를 찾게 되어 다독은 기본이다. 시너지가 생겨 진정한 독서가 이때부터 시작된다. 평소 자기 경험, 생각, 느낌 등을 글로 써보는 것은 자기 계발에 으뜸이다.마지막이 등산이나 걷기이다. 등산은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취미 활동이다. 목표 개념이 있는 백대명산이나 둘레길 완주 등 챌린지 프로그램에 도전하면 즐거움이 배가된다. 도전 과정의 사진과 느낀 소감을 블로그에 모으면 한 권의 책이 된다.은퇴 후의 취미 활동은 노후의 어엿한 일이다. 이왕이면 많은 시간을 잘 활용하여 필살기 수준으로 만들면 좋다. 이를 봉사활동이나 직업으로 연결하면 새로운 인생 2막이 열린다.시청각 장애인 헬렌 켈러는 “행복의 문 하나가 닫히면 새로운 다른 문이 열린다. 그러나 닫힌 문만 바라보다 우리를 향해 열려 있는 새로운 문을 보지 못한다.”라는 명언을 남겼다. 은퇴 후가 바로 그렇다. 좋아하는 취미를 찾아 몰입하면 나날이 성장하는 자신의 활기찬 모습과 함께 새로운 행복의 문을 발견할 수 있다.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

2022-06-16 14:18 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

[브릿지 칼럼] 세계의 전쟁과 경제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중국 관영매체인 화구시보 자매지인 글로벌 타임스는 지난 5월6일 한국국가정보원이 아시아국가로는 최초로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의 사이버방위센터(CDCOE)정회원으로 가입했다고 보도했다. 글로벌타임스의 해설위원으로 활동중인 전 환구시보편집인인 후시진(胡錫進)은 “한국이 이웃국가들에 적대적으로 대하는 길을 택한다면 이 길의 끝은 우크라이나가 될 수 있다”는 글을 올려 논란이 일었다. 세계통상으로 일어난 한국의 무역거래액 1위 국가인 중국과의 혐오거래는 적극 극복과제다. 더구나 펜데믹으로 어려운 처지에 러·우크라이나전쟁으로 자원이 빈곤한 한국에서는 원유와 곡물 또 다양한 원자재 가격의 폭등에 따른 금리인상 등은 ‘경제태풍’이란 위기 속에 빠진 현실이다.제2차대전후 겨우 탄생한 대한민국의 눈으로 보면 세계전쟁은 끊임없이 있어왔다. 우선 한국이 탄생 직후 1950년 6월25일 터진 한국전쟁은 1953년 7월 어렵사리 미·북 휴전에 돌입했다. 베트남전쟁(1960년 6월~1975년 4월)은 북베트남과 대립한 남베트남을 지원한 미국이 패전한 전쟁이다. 한국도 참여해서 수많은 한국청년들의 사상자들이 생겨났다. 패배한 남베트남 지도부의 무능과 부패는 미국을 낯 뜨겁게 했다.2001년 9월11일 미국 뉴욕중심부에서 쌍둥이 빌딩이 무너진 ‘911항공기테러사건’이 터져 세상이 깜짝 놀랐다.아프카니스탄 전쟁(2001년 10월~2021년 8월)은 미국이 오사마 빈 라덴을 지원한 탈레반정권을 축출하기 위한 전쟁이었다. 종전 후 미국이 적극 후원한 부패덩어리 아프카니스탄 대통령이 수많은 돈을 날리면서 비행기로 도주한 풍경이 또 미국을 낯 뜨겁게 했다.이제 러·우전쟁 중에 우방을 동원하면서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330억달러 지원을 의회에 요청했다. 지난 3월 의회가 승인한 136억달러의 두배가 넘고 러시아 국방예산 (659억달러)의 절반 수준이다. 2차대전후 거의 끊임없이 미국은 세계곳곳에서 전쟁을 수행해 오면서 그 많은 돈과 사람 생명을 잃어왔다. 왜 그럴까?제2차대전 달인, 영웅출신으로 미국 제34대 대통령에 오른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고별연설에서 전쟁에 필요한 전투기, 무기, 전함 등을 공급하는 ‘군산복합체’(MIC)라는 권력조직에 대한 경고가 매우 의미심장했다.군산복합체는 미국의 독특한 현상이다. 제2차대전중 록히드 마틴, 레이시온, 노스롭 그르먼, 보잉, 제너럴 다이나믹스, L3해리스 등 6대 방위산업체는 전쟁기간에 연방정부와 많은 계약을 체결하고 큰 이익을 얻어왔다. 싱크탱크와 미디어도 모두 그 안으로 이끌려 들어갔고 복합체의 본부가 되어 있다. 2020년 11월말 미국의 진보적 매체인 ‘자코뱅’기사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당선인의 국가안보팀이 군산복합체의 대변인들로 채워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무장관 지명자인 토니 블링컨,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지명자인 레이크 설리번, 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장 지명자 등은 오바마정부시절 이력을 활용해 군수업체자문회사를 설립하거나 싱크탱크 등에서 일하면서 돈벌이를 하는 동시에 군산복합체의 이해관계를 대변해 왔다고 한다. 그들 모두 현직에서 활약 중이다.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2022-06-15 14:21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브릿지 칼럼] 인구재앙에 무심한 한국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ESG가 화제다. 기업의 존재이유를 주주중심 이익추구에서 사회문제 해결주체로 전환하는 새로운 이슈다. 지구생태계의 과부화나 친환경을 위한 탈탄소화 등이 중점화두다. 그 자체로 시의적절하고 바람직한 문제제기다. 질적인 번영 없는 양적인 성장이 갖는 약점과 한계를 극복하자는 차원이다. 다가올 미래이슈지만, 지속가능성을 생각할 때 방치하기 힘든 사회문제라고 봐서다.충분히 옳고도 당연한 관심사다. 눈앞의 이익에서 한발 비켜선 외롭되 의로운 접근이다. 탐욕이 빚어낸 공유지의 비극이란 외상장부를 물려주지 않으려는 정의로운 일이다. 후대까지 배려한 그야말로 바람직한 공공·공익적 트렌드다. 들불처럼 번지는 ESG의 유행이 반갑고 소중한 이유다. 진정성 없는 이른바 ‘워싱(Washing)’사례가 빈번하나 대놓고 하지 않는 것보단 낫기에 나쁘잖다.다만 아쉬움은 남는다. 정확히는 소외·박탈감이다. 직접·즉시성이 떨어지는 환경에조차 이렇듯 뜨거운 관심·애정을 갖는데, 왜 정작 중요한 인구문제는 무심하게 방치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주지하듯 인구문제는 꽤 심각하다. 관련통계는 한국사회가 인구병의 중대한 위험고비에 진입했음을 경고한다. 0.81명(2021년)의 출산율은 한국사회의 절멸공포가 실존적임을 알려주는 상징지표다. 당장은 아니나 조만간 사회전반의 지속가능성을 훼손할 어떤 잠재위기보다 확정적인 불행신호다.그럼에도 시큰둥한 분위기다. 어렵고 복잡한 근본수술은 방치하는 와중에 손쉽고 단순한 대증요법만 반복해 내성과 고통만 키워냈다. 데면데면하며 흘려보낸 시간낭비야말로 후속세대의 집단적인 출산파업이라는 값비싼 부메랑으로 되돌아왔다. 새로운 국민은 덜 태어나고 기존국민이 사라지면 망국은 당연지사다. 청년 등 취약한 연결고리부터 충격은 시작됐다. 고용·주거의 공고한 진입장벽을 기성세대가 높여갈수록 뒤를 잇는 청년의 선택카드는 줄어들며 기존모델에 맞서 거부·저항한다. 곧 해결될 것이란 근거부족의 낙관론에 심취할수록 청년의 각자도생은 심화된다.누구나 체감할 인구재앙은 곧 현실화된다. 시간이 거의 없다. 삶이 빠듯해졌다면 원인은 하나같이 인구재앙의 파급효과 탓으로 정리된다. 10~20년 후에야 본격화될 악재니 아직 괜찮다고 여긴다면 오산이다. 수많은 위기를 이겨냈으니 인구병도 치유할 것이라는 생각이라면 곤란하다. 켜켜히 쌓인 인구병의 진행경로를 볼 때 파국적인 궤도진입은 기정사실에 가깝다.최소한 ESG·기후변화만큼만이라도 공감하고 걱정하는 게 바람직하다. 내 자녀의 앞날과 직결되는 사회문제로 인식할 때 부모특유의 애정이 시너지를 내며 해법모색에 다가선다. 어쩌면 인구재앙은 환경파괴보다 더 외롭고 심각한 한국병의 원류다. 탈탄소·친환경이야 국제이슈로 공동대응에 따르면 되지만, 인구문제는 당사자가 아니면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 한국만의 당면과제다. 아쉽게도 학계는 인구문제의 회복반전을 기대하지 않는 눈치다.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반전보다는 충격완화와 변화적응으로 대응방향을 정리한다. 인구재앙에 무심한 한국사회의 현실한계를 정확히 인식한 결과다. 책임을 떠넘기며 현실탐욕에 함몰된 한국사회에 던지는 냉정한 경고가 아닐 수 없다.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2022-06-13 14:17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브릿지 칼럼] 추앙은 힘이 세다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나를 추앙해요!” 세상 재미없고 단조롭게 살던 염미정이 이름도 모르는 구씨를 향해 던진 드라마 속 대사다. 추앙이라니. 낯설고 어색하다 못해 해괴하기까지 하다. TV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는 ‘추앙’ 붐을 일으키며 막을 내렸고 아직껏 그 여열이 뜨겁다. 그런데 왜 사랑이 아니고 추앙이어야 했을까. 흔히들 사랑은 가장 고귀하고 위대한 감정이라는 데 동의한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경험은 제각각이고 정의도 다각적이다. 그 중 일부를 소개하자면 스턴버그는 사랑의 세 가지 요소로 친밀감과 열정 그리고 책임을 꼽는다. 책임이 빠진 사랑은 낭만적이지만 그러다 끝난다. 열정으로 채워진 사랑은 환희로 가득하지만 휘발성이 강해 쉽게 사라져버린다. 사랑은 세 가지 요소가 모두 갖춰질 때 완성되지만 실제로 세 요소의 균형을 고루 맞추기란 쉽지 않다. 초기에 높았던 열정의 비중이 낮아지면서 점차 책임의 비중이 높아지는 게 사랑을 오래도록 잘 유지하는 커플들의 일반적인 특징이다. 하지만 책임만으로 유지되는 사랑은 건조하기 짝이 없다.상담실을 찾는 대다수 내담자의 이슈도 늘 그 안에 사랑이 자리 잡고 있다. 누구나 멋지게 사랑하며 잘 살고 싶지만 실제로는 사랑만큼 복잡하고 따질 게 많은 감정도 없다. 상대가 아내나 남편이든 이웃이나 친구든 이리저리 재고 요구하고 잡아당기며 어떤 기준에 맞추려 애쓰고 불만족을 참아 넘기기 어려운 게 사랑이다. 얼마 전 이혼위기로 상담했던 부부의 경우 남편은 다시 같이 잘 살기 위해서는 아내가 이러저러해야 한다고 조건들을 나열했다. 제시된 내용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 현실에서의 사랑은 늘 이렇게 상황과 조건에 따라 바뀌고 뒤집힌다. 심지어 부모와 자녀 사이의 사랑도 움직이는 건 매한가지다.사랑이 어렵고 복잡하다면 내가 이해한 추앙은 단순하다. 무조건적으로 존중하겠다는 결심이다. 그래서 상대를 가리지 않고 조건을 따지지도 않는다. 드라마 속 주인공은 상대가 무슨 일을 하는지 상관하지 않는 것을 넘어 심각한 알콜중독이고 미래에 대한 기약도 없지만 그를 받아들이기로 결정한다. 금주나 직업 변경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그러다보니 기쁜 일에 기뻐하고 슬픈 일에 슬퍼하며 떠나면 기다리고 오면 반긴다. 얼핏 참 비현실적이고 바보 같지만 철저하게 주체적이고 용감하다. 그래서 추앙은 힘이 세다.폴 토머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 ‘팬텀 스레드’에서 디자이너 레이놀즈는 웨이트리스인 알마에게 첫눈에 반하지만 그녀에게 온갖 까탈을 다 부린다. 알마는 레이놀즈의 과민한 성격 이면의 결핍과 불안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돌보면서 그를 지켜주기로 한다. 알마의 선택이 사랑의 정석이라고 주장할 생각은 없다. 다만 그들의 사랑이 아름다웠다면 그건 그녀의 다짐 때문이다. 끝까지 자신의 사랑을 지키고 완성하겠다는.이것저것 재는 사랑은 얼핏 세련되고 멋있어 보이지만 아슬아슬하다. 그에 비해 무모하고 촌스럽게 느껴지는 추앙은 그 자체로 힘 있게 서로를 끌어당긴다. 다짐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그 힘이 오히려 자신과 상대를 있는 그대로 보고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추앙이 갖는 힘이다. 너무 복잡한 사랑법에 둘러 쌓인 우리가 추앙에 열광하는 이유는 그래서다.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

2022-06-12 15:41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

[브릿지 칼럼] 부동산시장 안정화 3대 이슈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이번 지방선거에서 여야는 다양한 부동산 공약을 발표했다. 지역 부동산의 가치를 상승시킬 수 있는 도로와 철도 신설과 규제 완화가 핵심이었다. 즉, KTX, 전철, 도로 같은 건설 분야와 재개발재건축, 조세, 금융 분야의 규제완화를 통한 공약들이 주류를 이루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의 부동산 공약들은 3개월 전 대통령 선거에서의 부동산 공약들과 뒤섞여 향후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윤석열 정부 집권이후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재개발·재건축 시장은 들썩이는 가운데 거래절벽 현상이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방선거가 치러졌다. 지방선거 이후 부동산 시장이 어디로 흘러갈지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지방선거 이후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와 금리상승 및 대출규제가 3대 핵심 이슈로 부상하게 될 것이다.이 3대 핵심 이슈는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킬 수도 있고, 반대로 부동산 시장을 과열시켜 투기를 유발 할 수도 있는 양날의 칼과 같다. 따라서 집권초기 윤석열 정부에게는 3대 핵심 이슈를 잘못 활용했다가는 집권 내내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먼저,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는 신중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검토 중인 대표적 것이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다.이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는 도심공급을 확대하겠다는 명분으로 용적률 상향, 인허가 기간단축 같은 것을 검토하고 있지만 투기를 불러올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도심 공급확대를 위해 재개발·재건축 규제 완화는 필수적이만, 투기대책을 세운 후 순차적으로 규제를 풀어야 한다. 또한 지역적 특성을 반영하여 시차를 두면서 규제를 풀어야 할 것이다.다음으로 급격한 금리인상보다는 시장상황을 고려해야 한다.정부는 지난 5월 26일 기준금리를 1.50%에서 0.25%포인트 인상하여 1.75%로 결정했다. 이로써 지난해 8월 0.50%에서 불과 9개월 사이에 다섯 차례의 인상을 통해 기준금리가 무려 1.25%포인트나 급등한 1.75%가 되었다. 당장 영끌투자를 통해 내집마련에 나섰던 2030 젊은 층들의 이자부담이 커지게 되었다.문제는 금리인상이 여기에 그치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여 대출자들의 부담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시장상황을 고려해 시장이 적응할 기회를 주면서 금리인상을 단행해야 한다.그리고 대출규제도 양날의 칼과 같다. 지난 2년간 급등하던 주택시장이 숨고르기를 하며 관망세를 보이는 이유는 대출규제의 영향도 크다. 분양가 9억원 이하 주택은 규제 지역 여부에 따라 중도금 대출을 40∼60%까지 받을 수 있다. 정부의 9억원 초과 중도금 대출금지라는 고강도 압박을 통해 시장을 어느 정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문제는 대출규제를 계속 묶어 둘 것인지, 아니면 실수요자 위주로 풀어줄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때이다. 정부는 대출규제를 풀 경우 무주택자에게만 풀지, 아니면 갈아타기 1주택자들까지 풀어줄지 고민해야 할 것이다. 다만,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대출규제를 전면적으로 푸는 것은 투기를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다.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

2022-06-09 14:10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

[브릿지 칼럼] 화물연대 불법 좌시 말아야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민주노총 화물연대가 또 다시 불법행위로 법질서를 위협하고 있다. 민주노총의 이러한 일탈 행위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서 그렇게 놀랍지는 않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고의적인 불법 행위가 방치되고, 그럼에도 처벌되지 않는 일이 이어지는 것은 정상적인 국가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일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화물연대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의 약칭으로 총파업이라는 구호를 앞세워 집단적으로 운송을 거부하고, 다른 사업자의 운송을 방해하는 행위 및 물리적 충돌을 일으키고 있다. 이와 관련한 불법 행위는 마땅히 사전 예방되거나 저지를 받아야 한다.이미 사전에 예측된 불법 행위에 대해 경찰이 적극적인 사전예방 조치를 행하지 않고 방치한 것은 법치 사회에서 법의 공백이 발생하는 일이라서 대단히 안타깝다.다행히 국토교통부가 경찰력 배치를 요청했다고 하니 치안 부재 상태가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운송 방해, 차로 점거, 운송기사 폭행, 차량 손괴, 사업장 봉쇄 등 불법행위의 가능성이 높은 만큼 경찰의 엄정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다른 사업자의 운행차량을 조직적으로 방해하는 행위는 법에 따라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 특히 폭력행위에 대해서는 엄하게 처벌해야 할 것이다.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폭력사태는 매 번 반복되어 발생해 왔다. 지난 2008년 파업 당시 비조합원의 화물차를 공격해 쇠구슬을 쏘고 타이어에 펑크를 내기도 했다.지난 2009년 파업 당시에도 포항지부의 한 조합원이 다른 사업자의 차량에 새총으로 쇠구슬을 쏴 차량의 창문이 깨지고 운전자가 부상을 입은 바 있다. 2012년에는 고속도로를 달리던 6대의 화물 차량에 돌멩이 또는 쇠구슬이 날아와 치명적인 피해를 입기도 했다.법을 어기는 것을 넘어 다른 사업자를 공격하고 폭력행위로 공격하는 행위는 매우 심각한 범죄행위이다. 조직적으로 폭력을 지시하였다면 이를 더욱 엄격히 처벌해야 한다. 이번 파업에서도 다른 사업자의 영업을 물리적으로 막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엄정한 법 질서 확립이 요구된다.화물연대 소속의 사업자들은 민주노총 소속이기는 하지만, 엄밀히 말해 노동자가 아닌 사업주들이다. 사업을 영위하는 주체가 동일한 업종 내에서 사업하는 사업자들을 방해하고 억압하는 것은 경쟁을 제한하는 것으로 매우 잘못된 일이다.사업자의 영업행위이니 본질적으로 노동 및 파업 관련 법규의 보호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민주노총이 사업자들을 조합원으로 받아들여 파업이라는 명분을 만들어 불법행위가 발생하도록 하는 것은 사회적 법질서를 어지럽히는 대단히 위험한 일이다.정부는 화물연대의 불법행위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화물연대 소속 사업자들의 폭력 행위가 조직적으로 발생한 것이라면 이 또한 더욱 엄히 처벌해야 할 것이다. 화물연대는 반복되는 불법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사업자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2022-06-08 14:19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브릿지 칼럼] 물의 연예인 복귀를 보는 두 시선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연예계는 사건사고들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아무리 잘 나가는 연예인이라도 속된 표현으로 “한방에 훅 가는” 경우를 적잖게 목격해왔다. 물의를 일으켰던 많은 연예인들 중 누군가는 성공적으로 복귀했고 또 누구는 아직도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기만 한다. 아예 영영 돌아오지 못하거나 심지어 비극적 최후를 맞이하기도 했다. 이경영, 송영창 같은 배우들은 흑역사를 딛고 컴백에 성공했지만 유승준, 신정환 등은 아직도 미디어, 시청자의 차가운 외면과 비판에 허덕이고 있다.배우 서예지의 전격적인 컴백이 논란을 낳고 있다. 서예지는 스태프 갑질, 남자친구 가스라이팅, 스페인 학력 위조로 인해 7개월 가량 활동을 중단해야 했다. 그런 그는 조심스러운 행보 대신 정면돌파를 선택했다. tvN의 복수 멜로 ‘이브’에서 그녀가 보여준 파격적인 정사신 등은 갑론을박을 일으켰던 것이다. 자숙 기간도 거의 없이 복귀 시점이 지나치게 빠르고 선정적 모습만 강조하는 무리수에 눈살 찌푸린 시청자들도 있지만 얌체처럼 눈치만 보는 대신 과감한 열정으로 대중의 마음을 얻으려는 모습에 박수를 보내는 이들도 많았다. 유튜브 채널의 ‘친중 논란’ ‘댓글 관리 의혹’ 등으로 한국 연예계를 떠나야 했던 가수 헨리도 JTBC 리얼 버라이어티 ‘플라이 투 더 댄스’에서 발빠른 컴백 행보를 시도하고 있다.대중들의 싸늘한 반응을 두려워하며 소위 ‘간을 보는’ 물의 연예인들도 많다. 논문 표절로 1년 반 넘게 대중에게 모습을 감추고 있는 트로트 가수 홍진영은 조심스럽게 복귀를 타진하고 있다. 재작년 드라마 출연 중에 음주운전으로 많은 이들에게 실망을 안겨준 탤런트 배성우도 가까운 지인의 낭독회 참여를 통해 컴백 분위기를 살펴보고 있다. 음주운전의 사회적인 해악성이 심각해진 요즈음 그의 복귀는 험난해 보인다.걸그룹 에이프릴의 중심 멤버였던 이나은은 멤버 사이의 왕따 논란, 기나긴 진실 공방 때문에 그룹 활동은 물론 당시 촬영했던 드라마에서도 하차했다. 그리 길지 않은 반성의 시간을 거쳐 이나은이 물의 연예인이라는 멍에를 벗어나 대형 연예기획사 나무엑터스와 전속계약을 체결한 움직임도 컴백을 향한 첫 걸음이다. 논란 당시 그는 왕따 가해자로 지목되었기 때문에 부정적 이미지를 벗기란 결코 쉽지 않겠지만 배우로서 본격적 활동을 시작하는 만큼 컴백의 성패는 물의 연예인 복귀의 중요 선례가 될 것이다.오늘날 연예인의 사회적 지위, 존재감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그에 따른 책임감도 무거워졌다.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이라면 그 물의의 정도에 따라 혹독한 대가를 치룰 수밖에 없다. 때로는 그 대가가 영구 퇴출일 수도 있다. 수많은 별들이 하루 아침에 뜨고 진다. 그런 연예계에 물의를 빚은 이가 은근슬쩍 돌아올 수는 없다. 법원의 판결처럼 딱 떨어지는 복귀 기준이나 방법은 없다. 다시 한번 기회를 얻으려면 진정성, 인내심으로 기다려야한다. 문제의 연예인이 진정으로 사과하고 어느 정도 자숙 시간을 거치 돌아온다면 대중도 덤덤하게 복귀를 받아들인다. 물의 연예인의 복귀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공정하지 않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대중의 정서는 비교적, 사실은 소름끼칠 정도로 정확하다.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2022-06-06 14:11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브릿지 칼럼] 확산되는 일본경제 위기론

박종구 초당대 총장일본 경제 위기론이 널리 확산되고 있다. 엔저(低) 현상이 심화되면서 엔화 가치가 20년 만에 사상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1980년 이후 유지되어온 경상수지 흑자 기조도 흔들리고 있다.대장성 관료 출신인 노구치 유키오 히토쓰바시 명예교수는 “일본이 선진국 탈락을 목전에 두고 있다”며 낮은 노동생산성으로 인해 G7 자리를 한국에 뺏길 수 있음을 엄중히 경고했다. 미국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도 일본의 인구 감소를 지적하면서 일본의 소멸 가능성을 거론했다. 지난해 64만명 인구가 감소해 심각한 인구 절벽의 위험을 문제 삼았다.인구 절벽이 가파르다.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율이 29%를 넘어 세계 최고령국가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를 경험하는 거의 유일한 선진국이 되었다. 출산율도 주요 선진국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생산가능인구가 2015~2060년 약 3200만 명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도쿄 일극(一極)’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도쿄의 출산율이 47개 도도부현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향후 일본의 인구 감소 현상이 계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방소멸이 가속화 되면서 도농 격차, 지역간 불균형이 개선되기 어려운 양상이다.일본은 인구 감소 국가인 까닭에 생산성 향상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미국이나 유럽연합보다 생산성 증가율이 떨어진다. 1990~2015년 생산성 증가율은 0.88%에 그쳐 미국의 2.38%, 유럽연합의 1.54%와 격차가 상당히 크다. 낮은 생산성을 낮은 임금 수준으로 상쇄해 기업이윤을 유지하는 행태가 지배적이었다. 소위 ‘저차원 자본주의’를 시행해왔다.비정규직 비율이 급증했다. 1989년 19.1%에서 2021년 36.7%로 크게 늘어났다. 2020년 평균임금은 424만엔(약 4457만원)으로 우리나라와 비슷한 상황이 되었다. 경쟁 심화, 낮은 이윤으로 임금 인상이 어려운 구조가 고착되었다.제조업의 경쟁력이 예전 같지 않다. 제조업 경쟁력 지수 비교에서 한국과 중국은 상승세, 일본은 뒤처지는 양상이다. 유통산업의 생산성이 제조업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세이부, 다이마루 등 주력 업체 퇴보가 뚜렷하다.전략산업인 반도체의 몰락이 뼈아프다. 정부 정책 실패가 아닐 수 없다. 반도체산업 쇠퇴로 전문인력이 급감해 부활 자체가 어려운 지경이다. 일본의 반도체 산업 글로벌 점유율이 1988년 50.3%에서 2019년 10%로 급락했다. 경제산업성 전망에 따르면 2030년 점유율이 제로가 되어 사실상 퇴출될 가능성이 크다.국가채무비율이 256%로 대표적인 재정불량국가가 되었다. 재정 포퓰리즘의 산물이다. 힘든 구조조정을 회피하고 재정투입으로 경제위기를 벗어나려는 값싼 재정정책이 일본을 심각한 재정 절벽으로 내몰았다.사회보장비가 예산의 3분의 1을 넘는다. 매년 30조엔 이상 국가채무를 발행한다. 일본은행은 정부가 발행한 약 520조 엔의 국채를 떠안게 되어 물가상승에 대처하기 위한 금리인상 카드를 쓰기 어려운 상황에 직면했다. 흔들리는 일본 경제의 현주소는 구조조정을 외면하고 재정에 의존하는 포퓰리즘적 정책의 부작용을 극명히 보여준다.박종구 초당대 총장

2022-06-02 14:14 박종구 초당대 총장

[브릿지 칼럼] 사실이 아니라는 거짓말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검찰에서 모든 진실이 밝혀질 것입니다.” 새로운 정부의 인사청문회 후보자들이 한결같이 자신의 혐의를 부인할 때 흔하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어떻든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합니다”는 그나마 나은 경우다. 이 말 역시 자신이 잘못한 것은 없지만 국민적 관심사가 된 만큼 소란을 일으켜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의미에 불과하다. 대놓고 거짓말하는 정치인들이나 장관 후보자들을 보면서 어떻게 저리도 뻔뻔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한 마디로 대답할 수 있다. ‘자기정당화’(Self-justification)다.다수의 정치인들은 자신을 정당화하고 해롭거나 부도덕하거나 어리석은 행동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충동을 가지고 있다. 자신이 저지른 과오의 결과가 사소하든 중대하든 “내가 틀렸다. 내가 끔찍한 잘못을 저질렀다” 말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게다가 결과를 되돌릴 수 있는 가능성이 낮을수록 어려움 또한 커진다. 바로 그 때문에 ‘빼박’ 증거 앞에서도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여러 거짓말 전략을 이용한다. 대표적인 세 가지 거짓말 전략을 살펴보자.첫 번째 전략은 자기가 나쁜 일을 전혀 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이다. 자신이 부도덕하다거나 처음부터 나쁜 의도가 있었다고 인정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거짓말이 진실을 말하는 것보다 어려운데도 굳이 말도 안되는 거짓말을 늘어놓는 건 발각되었을 때의 부담보다는 거짓말로 얻어지는 단기적 보상만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의 거짓말을 상대가 눈치채지 못하고 넘어갈 때 얻게 되는 보상을 보다 크게 느끼며 정당화시키는 것이다. 거짓말과 허위의 난무는 우리 사회가 단기적인 보상을 얻기에 적합한 환경임을 반증하는 셈이다.두 번째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몰리면 마지못해 실수는 인정하지만 책임은 지지 않는 전략이다. 이때는 유체이탈 화법이나 수동태로 말하는 신공을 발휘한다. “해서는 안 될 행동이지만 경각심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에서…”라며 여전히 좋은 의도였다는 걸 강조한 후 최악의 방법을 선택한 것에 대해 거듭 해명한다. 이러한 행동 역시 자기정당화에 빠져 후폭풍을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한 결과를 낳는다.세 번째는 정치인들이 가장 많이 하는 방법으로 자기중심적으로 기억을 왜곡하거나 과장하거나 혹은 되도록 그 사건에 대한 기억을 지워버리려 애쓰는 전략이다. 자신의 책임을 받아들이든 아니든 죄책감을 없애기에 급급해 관심 밖으로 밀어낸다. 중대한 사건부터 일상의 소소한 일들에 이르기까지 기억이 자기중심적으로 왜곡되는 방식은 여러 가지다. 예를 들면 기부금을 실제보다 더 많이 낸 것으로 기억하고 투표하지 않은 선거에서 투표했다고 기억한다.바로 이 때문에 기억 연구자들은 니체의 다음 말을 즐겨 인용한다. “내 기억이 ‘내가 그것을 했다’라고 말한다. 내 자존심은 ‘내가 그것을 했을 리가 없다’라고 말하며 요지부동이다. 결국 기억이 굴복한다.”기억은 인간이 자기 자신을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허위 기억에 의지하면 자신을 용서하고 과실을 정당화할 수는 있다. 하지만 때로는 인생이 송두리째 흔들릴 수도 있다.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2022-06-01 15:00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브릿지 칼럼] 계양을 선거결과에 달린 것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지방선거 결과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수천 명의 후보자들이 당선을 목표로 숨 가쁜 선거 운동을 해왔지만. 6월 1일 투표 종료 후 개표 결과가 나오면 후보자 사이의 운명이 결정된다. 이번 지방선거는 대선 연장전 또는 2차전으로 불리고 있다. 대선 결과가 워낙 초박빙이었기 때문에 대선 여진이 계속 이어져 왔다. 신구 세력 갈등은 계속되었고 검찰 수사권 기소권 분리 법안으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거의 전면전을 벌이다시피 했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갈등으로 여야 간 골이 깊어졌고 내각 인선 논란으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하는 날에야 간신히 한덕수 국무총리가 인준을 받았다. 이번 지방선거는 대선으로 결정 나지 않은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승패를 일단락 짓는 선거다.대선 연장전이기 때문에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총괄선대상임위원장이다. 윤 대통령은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대통령 국정 수행 평가가 달라진다. 지방선거에서 승리한 것으로 평가받으면 국정 지지율은 더 올라가고 여소야대 국면에서 정치적 주도권을 잡게 된다. 리얼미터가 자체조사로 지난 5월 23~27일 실시한 조사(전국 2516명 유무선 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2.0%p 응답률5%,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지’ 물어본 결과 ‘잘하고 있다’는 긍정 평가 54.1%,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 평가 37.7%로 나타났다. 직전 조사보다 긍정은 더 올라가고 부정은 내려왔다. 지방선거에서 만약에 승리하게 된다면 60%가 넘는 긍정 지지율까지 기대하게 된다.한편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 선거에서 이재명 후보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느냐에 따라 한국 정치판은 달라진다. 만약에 이긴다면 이 후보가 향후 정국을 기사회생으로 헤쳐 나갈 동력이 만들어진다. 물론 경기도와 인천시 등의 선거 결과에 따라 평가는 또 달라지겠지만 무엇보다 보궐 선거 결과가 우선이다. 인천 계양을은 수십 년간 민주당의 텃밭이었고 이번에도 송영길 전 의원이 서울시장 출마로 이 후보가 전략 공천을 받는 곳이다. 공천 당시만 하더라도 낙승을 예상했던 지역인지라 만약에 낙선하는 경우 이 후보의 정치 생명은 치명타를 입게 된다. 간신히 이기더라도 정치적 평가는 절대로 후하지 않겠지만 낙선을 한다면 거의 재기 불능상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의힘 윤형선 후보가 정치 거물인 이 후보를 꺾는다면 전국적으로 지명도를 높이게 된다.인천 계양을 선거 결과는 하나의 지역구 당락에 그치지 않는다. 첫째로 정치인 이재명의 운명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회복 가능과 불능의 분기점에 서 있는 셈이다. 둘째로 더불어민주당은 계양을 선거 결과에 따라 당의 구심점을 지속할 수 있을지 여부가 달려 있다. 계양을에서 이 후보가 원내 입성에 실패한다면 8월 전당 대회 출마 여부도 불투명해진다. 더불어민주당은 선거 직전부터 시작된 당의 내홍 사태에 대해 수습하고 개혁 방향을 제시할 구심점이 사라지게 된다. 셋째로 텃밭인 지역구를 내려놓고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송영길 전 대표의 미래까지 불투명해진다. 이재명계의 진퇴 여부가 인천 계양을의 선거 결과에 달려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새정부의 운명 그리고 이재명 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의 운명까지 오롯이 인천 계양을 선거 결과가 좌지우지하게 된다.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2022-05-30 14:13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브릿지 칼럼] 모호한 단어들의 투자위험

엄길청 국제투자전략가·전 경기대 경영전문대학원장어차피 투자는 미래의 가치를 상상해 오늘의 지분을 사는 일이다. 그만큼 막연하고, 일단은 관념과 허상의 가치를 기대의 대상으로 한다. 분석가들은 기업의 미래이익을 추정(estimated)하거나, 기대(expected)한다고 하고, 예측이 잘못되면 미스(miss)했다고 한다. 심지어 미래사업 이익을 설정(projected)해 투자에 반영하기도 한다.그래서 투자시장은 주식이든 주택이든 갈수록 투자자 사이에서 수사(rhetoric)되는 말들이 드라마틱하고 판타지를 연상하는 말들의 아우라(aura)를 활용하며 공연히 들썩이게 하는 단어들이 무책임하게 나돈다. 여기에 더 거품을 얹는 증권시장 주변의 거간꾼들이나 SNS상의 라우드 크라이어(loud drier)들이 주식이나 주택의 투자시장에는 아주 많다. 요즘은 이런 류의 일을 업으로 삼아 유튜브나 팟케스트를 기업형으로 도전하는 일단의 정보사업자들도 있다. 얼마 전 그 중 하나는 대선 정국에 끼어들어 세간의 주목을 끌기도 했다. 심지어 매스미디어조차 요즘은 슬그머니 이런 기류의 잡음도우미로 끼어들기도 한다. 참 걱정되는 소통세상의 편린이다. 순진한 투자자들은 이런 난기류에서 시장의 투자모드(mode)를 찾아보려 하지만, 곧잘 이런 탁류 같이 호도하는 투기무드(mood)에 빠지기 쉽다. 끊이지 않는 투자시장의 정보 호사가(nosy parker)들은 오늘도  어느 시장의 나변에서 투자자들을 매일 부추기고 언제나 들뜨게 하거나 코너로 몰아간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 자기 장사속이다. 물론 때론 가공의 공포도 소란상품(noise goods)으로 끼워서 판다. 이런 호사가들이 쓰는 언어의 수단은 근사하고 거부하기 어려운 가치미학적 레토릭들이거나, 단호하고 추상같은 언어단두대들이 대부분이다. 투자분석가로서 가장 경계하며 관찰하는 정보기류들이 바로 모호한 단어들이 무시로 묘사되는 증시의 현실들이다. 그 중에 사회, 소셜이란 단어는 정말 근사하고 따뜻하지만 그 회계적 가치성은 모호하다. 그 자체로 선하고 맑은 상상을 주는 인문언어의 마력이 있지만, 회계가치성에서는 다른 얼굴이 담겨 있다. 미디어란 단어도 그렇고, 커머스도 그렇고, 컨텐츠란 단어도 그렇고, 마켓플레이스란 단어도 소셜이란 이 글자와 만나면 회계모호성을 더 키우는 것 들 중의 하나이다. 벤쳐란 단어도 그렇고, 인큐베이터란 단어도 그런 범주에 드는 신종 문명의 상업언어들이다. 그런데 이 단어들이 바로 여기에 소셜을 붙이면 더 매혹미가 있다.2022년 5월에 소셜 미디어업계가 발칵 뒤집어지고 있다. 여기에는 소셜 커머스가 당연히 연동되고 소셜 벤쳐도 관련성을 지닌다. 페이스북이 오래 전에 이미 난관의 신호를 보내긴 했지만, 이제는 본격적으로 소셜미디어로 성장한 비지니스 모델들이 위기를 만나고 있다. 트윗트, 스냅챕 등이 지금 미국증시에 근심덩어리가 되고 있다. 스냅이란 회사는 5월 중 하루에 주가가 3분의 1이 사라졌다. 우리도 안정권에 있는 네이버조차 고점 대비주가 하락이 큰 편이고, 카카오도 지난해 시가총액 경사가 이젠 지나간 무지개처럼 기억이 바랜다. 우리 영화 ‘오징어’도 고맙게 잘 키워주었지만, 한때 영화판을 뒤집을 것 같던 넷플릭스도 요즘 주가가 벼랑에 있다. 이들이 주로 소셜과 미디어와 마켓플레이스가 융합된 비지니스 모델들이다. 여기에 결제서비스들이 거들고 있고, 그 언저리를 가상화폐도 기웃거리는 중이다.그런데 러시아발의 무도한 전쟁으로 세계상황이 리얼과 실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연일 놀랍게 물가가 오르고, 금리가 급등하는 것도 그 탓이다. 그런데 무슨 수평적 접속경제에 힘이 붙겠는가. 정보와 소통과 유통과 판매와 소비와 물류는 수평적 연결비지니스이다. 그 뒤에는 저장과 이동의 비용이 있고 특히 커질수록 장소의 이동이 넓게 퍼진다. 그 비용이 눈물만큼만 올라도 이들의 수익은 즉결심판대에 오른다.장소를 특정하고, 단골소비자도 이해하고, 판매관리와 재고도 잘 규격화된 타켓이란 미국 유명 소매점포회사가 이 와중에 수익이 내려가 역시 5월 중에 주가가 단숨에 250달러에서 150달러로 급락했다. 이처럼 사회, 즉 소셜이 붙는 사업들은 소마진 대범위의 망사업(net commerce)이기 때문에 작은 비용의 충격도 견디기 어렵다. 이건 사회적 용어의 특징이다. 교육도, 복지도, 문화도 사회가치와 연동하면 낮은 수익과 넓은 범위에 걸쳐 있어야 한다. 그래서 대개는 공공과 정부가 담당을 한다.스마트기술이 나오면서 소셜비지니스가 각광을 받고 있지만, 실물의 공세가 파상적인 이 시점에서 소셜비지니스는 이 시험대를 통과해야 한다. 더 강해지고 현명해지는 비즈니스 모델들의 진화가 나오긴 하겠지만, 현재 투자자들에게 익숙한 소셜비지니스들은 상당한 시간동안 신중한 스탠스를 권하고 싶다. 이런 사업들은 취지는 좋은데 늘 수지가 문제다.엄길청 국제투자전략가·전 경기대 경영전문대학원장

2022-05-29 16:00 엄길청 국제투자전략가·전 경기대 경영전문대학원장

[브릿지 칼럼] 광고인의 특별한 관점

김시래 성균관대 겸임교수 겸 롯데자이언츠 마케팅자문위원여기 계란이 있다. 어떤 용도로 쓸까? 삶아먹거나 부쳐 먹는다. 냉면의 고명으로 쓴다. 음식의 관점이다. 기상천외한 개그맨 전유성씨는 달랐다. 미국 이모님에게 선물로 드릴수도, 가난한 할머니에게 구호품으로 전할수도 있다고 했다. 수제자 최양락씨는 그가 계란을 사용하는 방법은 5만8천가지가 넘을것이라고 했다. 발산적 사고를 더해보자. 콜롬부스의 달걀이나 바위를 깨는 계란이 된다.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라는 진화론적 명제가 될수도 있다.1784년 벤자민 프랭클린은 평범한 생각의 반대편을 주목했다. 당시 파리사람들은 양초가 너무 비싸서 골머리를 앓았다. 겨울이 오자 해가 빨리져서 비싼 양초가 많이 필요했던 것이다. 어떻게 해결했을까? 값싼 양초를 만들거나 양초의 수명을 늘렸을까? 아니면 유통을 개선해서 가격을 다운시켰을까? 그는 관점을 이동했다. 문제의 본질인 시간을 들여다 보았다. 썸머타임의 기원이다.역발상은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는 예술가의 주특기다. 피에로 만초니는 자신의 배설물을 90개의 캔에 담아 금과 같은 가격으로 팔았다. 예술의 가치는 아름다움이 아니라 낮설음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의자하나를 바닥에 뒤집어 놓고 붙인 이름은 ‘세계인의 대좌’다. 엉덩이로 지구를 떠받친다는 역설이다. 페르난도 보테로의 미인은 늘 뚱뚱했다. 여인의 피부 면적이 넓어야 풍부한 색감을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특별한 관점의 달인은 광고인이다. 광고인은 사시사철 새로운 관점이 담긴 광고를 세상에 내보낸다. 특별하되 보편적 관점이 녹아든 광고라야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다. 리(lee)청바지의 광고를 보자. 대부분의 여성은 자신이 날씬하지 않다고 여긴다. 그러면서도 옷을 살 때는 자신의 몸에 꼭 맞는 사이즈를 구입한다. 청바지는 다른 옷들과 달리 세탁기에서 나오더라도 다림질없이 입는다. 원단의 특성상 뻑뻑해서 다리를 밀어넣기 쉽지않다. 버둥대며 발끝을 올리거나 점프를 하며 허리춤을 끌어올린다. 카피라이터는 그런 여성들의 속마음을 끌어냈다. 미끄러지듯 청바지를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늘밤 모든 미국 여성들은 리 청바지를 미끄러지듯 입을 수 있다(Tonight all american women was slipping into the lee jean)”란 헤드라인은 금전등록기를 울렸다.광고인의 관점은 돈으로 환산되는데 늘 두 개의 관문이 버티고 있다. 의심스런 눈초리로 성과를 재촉하는 광고주와 과소비를 부추긴다고 여기는 소비자다. 광고주에게 선택받지 못하면 소비자앞에 나서지 못한다. 광고품평회에서 탈락이 거듭되면 승진의 대열에서 낙오한다. 눈썰미와 눈칫밥으로 광고주의 입맛을 맞춰야 파트너의 자격을 얻는다. 광고주의 영광된 과제를 받아들면 소비자의 욕망이 기다린다. 시대의 흐름을 더해야 한다. 카피는 짧아야한다. 이미지는 놀라워야한다. 소비자의 머리속에 착 달라붙어야 하기 때문이다. 나이키의 ‘Just do it’ 이나 아디다스의 ‘Impossible is nothing’도 그렇게 태어났다.사람을 모으고 가치를 높이는 광고인의 관점력은 자본주의 혈류를 뚫는 마중물이다. 그들이 생계를 걸고 수행하는 관점력의 문장을 간과하지말라.김시래 성균관대 겸임교수, 롯데자이언츠 마케팅자문위원

2022-05-26 14:22 김시래 성균관대 겸임교수 겸 롯데자이언츠 마케팅자문위원

[브릿지 칼럼] 알 수 없는 인생

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1944년부터 시작된 골든 글로브 시상식은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ollywood Foreign Press Association)가 주관하는 영화상이다. 매년 1월 영화·TV의 우수 작품에 수여되며, 뮤지컬, 코미디 부문과 드라마 부문에서 작품상, 감독상, 남녀 주연상 등을 시상한다. 우리나라 배우들 중에서는 엄청난 인기몰이를 했던 ‘오징어게임’에 출연했던 배우 오영수가 한국 배우 최초로 올해 1월에 79회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을 받았다.2001년도에 있었던 제58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는 연기 잘하는 명품배우 톰 행크스(Tom Hanks)가 캐스트 어웨이(Cast Away)라는 작품을 통해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캐스트 어웨이는 아카데미 시상식뿐만 아니라 여러 영화 드라마 관련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톰 행크스의 연기가 무척이나 인상적인 영화이다.영화 제목인 캐스트 어웨이를 영영사전에서는 to leave (someone) alone somewhere (such as on an island) as a result of a storm, shipwreck, etc. 로 말하고 있다. 배 등의 난파, 폭풍 등으로 누군가를 어딘가에 혼자 남겨놓는다는 의미로, 영화는 비행기 추락으로 무인도에 홀로 살아남은 톰 행크스의 생존기를 다루고 있다.추락 직전까지 시간을 분 단위로 나누어 바쁘게 살던 주인공 톰 행크스가 의도치 않게 출장 중 캐스트 어웨이 되어 무인도에서 4년이란 긴 시간을 보내는 과정이 그려진다.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던 주인공은 섬에 표류한 지 4년 만에 거친 파도를 헤치고 탈출을 감행하여 마침내 집으로 돌아오게 되지만, 4년간 그가 변화한 만큼이나 세상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무인도에서 그에게 힘이 되었던 연인 캘리도 이미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되어 있었다. 영화의 마지막에 그는 이렇게 읊조린다. I gotta keep breathing. Because tomorrow the sun will rise. Who knows what the tide could bring? 계속 숨을 쉬어야 한다. 내일은 또다시 해가 뜰 것이기 때문이다. 파도가 뭘 가져다줄지 누가 알겠는가?인생이 어떻게 될지 예측 불가라는 뜻처럼 들린다. 평생 연기를 하며 열심히 살아온 배우 오영수가 한국 최초로 골든 글로브 시상식에서 남우조연상을 받은 것만 봐도 그렇다. 지금 당장은 힘들 수도 있겠지만 조금 참고 기다리다 보면 좋은 날이 올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지금 꽃길을 걷고 있다고 해서 평생 탄탄대로가 보장되는 것도 아닐 것이다. 인생이 팍팍하고 힘들다고 느껴질 때는 가능한 인내와 여유를 가지고 버텨보자. 그렇게 단단한 마음가짐으로 버텨내다 보면 언젠가 좀 더 편안한 시간이 오지 않을까. 지금 이순간 정말 남들이 부러워하는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언젠가 올 수도 있는 어려운 시기를 준비하는 마음가짐을 가져 보도록 하자. 어려운 시기를 보내는 주변 사람들도 보살피고, 심하게 비 오고 바람 많이 부는 그때를 위해 우산도 점검해 보자. 인생이 우리에게 무엇을 가져다줄지 아무도 모르니까.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

2022-05-25 15:14 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

[브릿지 칼럼] ‘서울영테크’에서 검증된 재무상담 서비스의 실효성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한국FPSB 부회장“정보가 너무 많아 선택하기 어려운 시기에 무엇을 어떻게 할지를 몰랐는데 개인 맞춤형 상담을 받을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나중에 유료 전환된다 하더라도 계속 이용할테니 꾸준히 상담 가능한 시스템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네요”서울영테크 사업에서 재무설계 상담을 받은 상담후기 중 하나이다. (사)한국FPSB는 작년 11월부터 서울시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서울영테크’ 사업을 수주 받아 신청자를 대상으로 맞춤형 재무설계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상담은 한국FPSB가 양성하고 있는 재무설계 전문가인 CFP(국제재무설계사)와 AFPK(재무설계사) 자격자들이 맡고 있다. 60여명의 전문자격자가 투입되었음에도 신청 건 폭주로 실제 상담을 받기 위해서는 3개월 이상의 대기가 필요할 정도로 상담에 대한 관심과 만족도가 높다.서울영테크 사업은 자산이 부족한 청년의 재테크 교육 및 상담 지원을 통한 경제적 자립을 도모하기 위한 취지로 시작됐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상담 내용은 금융상품이나 목돈마련 등 단편적인 것에 국한되지 않고, 돈과 관련된 삶과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한편 재무건강진단에 대해서는 이미 그 효과성이 입증된 바 있다. 한국FPSB가 진행한 ‘가계재무건강검진 캠페인’에서 참가자들은 재무설계상담에 대해 93%의 높은 만족도를 보였고 “재무진단의 필요성, 그리고 전문가 도움의 필요성을 알았다”는 응답이 가장 높았다. 또한 향후 계속해서 정기적 상담을 받겠다는 응답이 86%로 재무건강진단이 실제 가계의 재무적, 심리적 안정에 기여함이 확인되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금융소비자보호법은 이를 제도적인 정책으로 자리매김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법률제정 과정에서 2012년 마련된 정부안은 금융상품판매업겸영 가능하게 하는 등 탄력적으로 제시되었으나 이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일반인들이 전문적·중립적 자문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금융상품자문업이 시장의 수요를 흡수하지 못하고 겉돌고 있었던 것이다.또한, 지난해에 국회 논의를 거쳐 최종 제정된 금융소비자보호법도 마찬가지로 자문업자는 금융회사로부터 어떠한 이익도 수취 불가하고 소비자로부터 자문수수료만 수취 가능하도록 독립성 요건을 너무 엄격히 적용하다보니 2017년 자본시장법하에서 실패한 경험이 있는 독립투자자문업(IFA) 제도를그대로 답습하게 된다.제도 본격 시행 후 6개월이 지나도 단 한 개의 업체도 등록하지 않고 있다. 법률에 의해 등록해서 아무런 득이 없는데 자선사업가가 아닌 이상 누가 양지로 나와서 영업을 하려 하겠는가?금융소비자보호 패러다임 전환을 위해 금융상품자문업은 반드시 필요한 제도이나 출발도 못하고 금융소비자, 금융전문가 모두에게 외면 받고 있는 실정이 안타까울 뿐이다.영국의 경우 금융연금자문서비스(Money and Pension Service)를 출범시키는 등 자문을 통한 금융소비자보호는 글로벌 트렌드이다. 국내의 각종 연구에서도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해서는 금융교육보다 금융자문이 더 효과적이라고 하는 것이 대세이다. 그동안의 관행에 얽매인 행정을 타파하고 국민들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는 보다 적극적인 정책을 과감하게 전개하여야 할 것이다.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한국FPSB 부회장

2022-05-23 16:23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한국FPSB 부회장

[브릿지 칼럼] 그 많던 명태는 어디로 갔나

권희춘 (사)한국인지과학산업협회 상근부회장 겸 美 캐롤라인대 AI·드론학과 교수.‘북어 한 마리 주고 제상 엎는다(보잘것없는 것을 주고 큰 손해를 입힌다는 의미)’.한국 속담에서 ‘흔하고 값싼 생선’으로 등장하는 명태는 한때 한국에서 가장 많이 잡히는 생선이었다.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 1943년 명태 어획량은 21만톤으로 국내 전체 어획량의 28%를 차지했다.강원 고성 민요 ‘명태 잡는 소리’ 등 어부들의 뱃노래에도 자주 등장했다. 어부들은 생태, 동태, 북어, 노가리 등 다양한 이름도 붙여줬다. 밥상에 흔치않게 등장했던 생선이었다.그랬던 명태가 한국에서 자취를 감췄다. 명태 어획량은 1990년대 들어 1만톤 아래로 급감했고, 2017년에 이르러선 한 해 동안 연·근해에서 잡힌 명태의 양이 1톤에 불과할 정도로 어획량이 줄었다.정부는 2019년부터 국내 명태잡이를 전면 금지했고, 2014년부터 현재까지 인공 양식한 명태 치어 160만 마리 이상을 방류하는 등 복원 사업에 힘을 쏟고 있다고 한다.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구 온난화로 1980년대 후반 동해안 명태 산란지 수온은 80년대 초반보다 약 2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차가운 물에 사는 한류성 어종 명태가 알을 낳을 곳이 줄어들었다.과거에는 환경문제를 나라별로 따로 처리하는 경향이 있었다. 영국에서 벌어진 스모그 현상은 우리와는 관계없다고 생각했고, 황사는 우리만이 겪는 재해로 여겼다.환경감시에 필요한 최적의 도구 ‘드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를 바란다. 인공지능기능을 내장하고 원거리를 비행하며 넓은 지역을 실시간으로 감시 및 정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환경 감시에는 지구의 환경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활동뿐 아니라 새로운 오염원을 찾아내는 활동도 포함된다.이상기후로 인한 오염, 사고로 인한 오염 등등 과거에는 이 같은 감시 활동을 모두 사람이 직접 해야 했다.기계를 들고 직접 사고 현장까지 가거나, 환경 유해 물질을 배출하는 기업을 일일이 돌아다니며 단속해야 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드론이 환경 감시에 투입되고 있다.오염원이 산악지역이나 접근이 어렵고 수풀에 가려서 실시간으로 오염원 배출 사실을 인간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없었던 일을 이제 드론이 척척해내고 있다는 사실이다.그러나 이런 최신드론 기술을 활용한 환경오염감시의 노력이 더해지고 있지만, IPCC 6차 보고서 ‘기후변화의 완화’ 보고서는 각 나라 간의 이견 차이로 채택이 되지 못하고 있다.화석연료 기반의 경제성장을 도모해 온 개발도상국 등의 발전 계획을 가로막게 되고, 개도국 주민들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등의 취약계층에게 가해지는 부정적 영향도 고려했다고 한다.’미래는 현재 우리가 무엇을 하는가에 달려있다‘라는 마하트마 간디의 말처럼 지금은 편리하고 남는다고 막 사용해도 되고 아끼고 보존하지 않으면 우리 다음 세대는 지금과 같은 좋은 환경을 물려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상기 하기 바란다.권희춘 (사)한국인지과학산업협회 상근부회장 겸 美 캐롤라인대 AI·드론학과 교수.

2022-05-22 15:18 권희춘 (사)한국인지과학산업협회 상근부회장 겸 美 캐롤라인대 AI·드론학과 교수. 기자

[브릿지 칼럼] 공직자 전문성 높이자

박봉규 2022 세계가스총회 조직위원장우리나라가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나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진입하려면 이러이러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고 많은 개선이 이루어지도 했다. 그러나 반드시 해결되었어야 할 과제이지만 지금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각 분야에서 전문가를 육성 활용하고 대우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전문가의 필요성은 그동안 주로 산업 현장이나 경영관리 분야에서 강조되어 왔다. 그러나 정부 부문 또한 전문가를 필요로 한다. 우리나라가 개발연대와 같은 관주도 체제를 넘어 시장의 영향력이 커지고 사회적 다양성도 증대하고 있지만 그래도 정부정책이나 규제 역량이 직간접적으로 국가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결코 작지 않다. 우리는 특정 대책이 끼칠 수 있는 부작용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채 섣불리 정책을 시행했다가 시장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기도 하고, 외국과의 협상에서 역사적 배경이나 세세한 사항에 대한 누적된 정보의 부족으로 크게 손해를 보았다는 기사를 접하기도 한다.정부도 공직자에 대한 교육과 함께 업무를 분야와 직렬로 세분화하여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공직자의 자질이나 품성이 과거에 비해서나 사회의 다른 직업군에 비해 결코 뒤쳐지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공직에 대한 높은 차원의 국민적 요구를 수용하는 측면에서나 기술과 사회의 변화를 감안할 때. 지금과 같은 계급제의 틀과 순환보직이라는 제도가 강고하게 작동하는 한 전문가를 양성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계급제 안에서는 고위직으로 승진하고자 하는 열망을 가진 자들로 하여금 ‘너희들은 한 우물을 파면서 그 분야에서 전문가가 되어라. 나는 1년마다 순환보직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 관리자로 출세하겠다’는 행태를 막을 수 없다. 특정 분야에서 우직하게 전문성을 쌓아가는 사람은 보직 경쟁에서 밀리고 세월이 흘러 뒤돌아보면 얄팍하지만 다양한 경험을 쌓은 사람 밑에서 일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직위분류제 도입을 과감하게 더 확대하자. 공채를 통해 인재를 선발한 후 각 분야로 배정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업무 수행에 필요한 요건과 자질을 먼저 확정한 후 그 자리에서 오랫동안 일할 사람을 뽑자. 진급 기회가 적은 대신 수당을 통해 금전적으로 보상하고 명예를 높이는 비물질적 보상수단을 마련하자. 최근의 공직 풍토가 과거와 같은 출세만능 주의 풍토에서 벗어나 자신에게 맞는 업무에 충실하면서 스스로 공직에의 보람과 행복을 찾아가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다행이다.직위분류제를 확대함에 있어 함께 추진해야 할 또 다른 사안은 다양한 분야에 걸쳐 대폭적으로 실시해야 한다는 점이다. 몇 몇 자리에 대해서만 도입할 경우 과거 개방형 공채에서 보았듯이 무늬만의 직위분류제가 되거나, 전문가로 채용된 사람도 일반직의 기세에 눌려 주변부를 맴돌다 당초의 꿈을 접고 자신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다른 직장으로 옮기는 경우를 보아왔기 때문이다.공직사회의 전문성을 높이는 일은 공무원 개인의 행복을 증진시키는 것은 물론 국가경쟁력과도 직결된다. 공직자 개인에 대한 평생교육과 함께 직위분류제 확대와 같은 제도적인 장치를 함께 마련되어야만 실효를 거둘 수 있다.박봉규 2022 세계가스총회 조직위원장

2022-05-19 14:28 박봉규 2022 세계가스총회 조직위원장

[브릿지 칼럼] 세계가 인정한 소주 명칭

전소정 지심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김치, 소주, 고추장, 된장, 막걸리, 김밥 같은 대표적인 K푸드는 해외에서 어떻게 인식되고 있을까? 예전에는 K푸드가 대한민국의 고유 음식이라는 인식이 높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김치에 대해서도 일본(기무치), 중국(파오차이)이 자신의 고유 식품이라는 억지 주장을 펼치는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우리나라 정부나 기업으로서도 K푸드를 해외에 진출시킬 때 김치나 김밥 같은 우리나라 고유의 음식 명칭을 마치 하나의 브랜드처럼 상표로 출원해야 하는 건 아닌지 고민이 많았다. 원칙적으로 상표법에서는 고유명사에 대해서 특정인에게 독점되는 상표권을 허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K푸드가 우리나라의 고유 음식이라는 인식이 낮았기 때문에 제품명과 브랜드로서의 인식 간에 큰 괴리가 존재했다.K-POP의 열풍이 시작된 이후 K푸드에 대한 해외에서의 위상이 높아짐에 따라 K푸드의 명칭에 대한 해외에서의 법적 보호도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특허청은 최근 열린 ‘제32차 니스 국제상품분류 전문가회의’ 의제로 우리 고유 상품 명칭 10건을 니스 국제상품 명칭으로 추가할 것으로 제안했고, 이 가운데 한복, 소주, 고추장, 된장, 막걸리, 김밥 6건이 통과됐다고 밝혔다. 즉 이들 6개 상품에 대해서 앞으로 우리나라 고유 상품 명칭인 ‘한복’, ‘소주’, ‘고추장’, ‘된장’, ‘막걸리’, ‘김밥’ 으로 해외에서 상표 등록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니스에서 인정한 공식 상품 명칭은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에서 인정하고, 91개 회원국이 가입해 활용하는 국제통용 상품명칭으로, 여기에 등재되면 해외에서도 이 명칭에 해당하는 상품을 지정해 상표로 등록받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의류 분야에 내 상표를 등록 받고 싶다면 의류가 니스 분류라는 표준화된 공식 상품 분류집에 등재되어 있기 때문에 손쉽게 해당 상품을 지정하여 상표 출원을 하면 된다. 그러나 신규 제품과 서비스가 형성되는 속도를 니스 분류의 개정 속도가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어떻게 지정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항상 뒤따른다. K푸드 역시 해외에서는 새로운 제품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이들 상품에 대해 니스 분류에 공식화된 명칭으로 포함되면 기업들은 더욱 손쉽게 이들 상품에 대한 다양한 상표를 출원할 수 있다.K푸드의 니스 국제상품 명칭화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 해외에 진출하는 K푸드의 브랜드의 다각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K푸드가 자신의 고유 제품이라고 떠드는 불필요한 논란을 종식시킬 수 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해외 수요자들에게 김치, 김밥, 소주라고 다 똑같은 게 아니라 김치에도 여러 브랜드가 있고, 그 브랜드마다 고유의 맛과 품질이 다름을 알게 될 것이다. 예전에는 소주면 다 똑같은 소주인 줄 알았겠지만 다양한 브랜드의 소주를 통해 소주마다 도수나 맛이 천차만별이라는 것도 인지하게 되면서 결국 K푸드 시장이 해외에서 더욱 확장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앞서 니스 공식 상품 명칭에 등재된 우리 고유 상품 명칭은 김치(2005년), 불고기(2015년), 비빔밥(2016년) 등 3건이다. 이제 김밥, 소주, 막걸리, 된장, 고추장, 한복까지 이들 K푸드는 해외에서 공인 받은 공공연한 대한민국의 음식이 되었다. 필자가 애정하는 떡볶이도 공인 받을 날이 멀지만은 않은 것 같다.전소정 지심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

2022-05-18 14:09 전소정 지심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

[브릿지 칼럼] 100대 명산 올라 보니…

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코로나 대유행 기간, 누적된 스트레스도 풀고 건강도 챙길 겸 ‘나를 찾아 떠나는 명산 100 등반’이라는 챌린지 프로그램에 도전했다. 지난 2020년 6월에 시작해 올해 4월, 22개월간의 여정을 마쳤다. 아름답기로 유명한 전국의 명산을 오르내리며 보고, 듣고, 느낀 감회를 적어본다.등산은 과거 중장년층의 전유물이었다. 최근 소확행보다 소확성(소소하지만 확실한 성취감)을 추구하는 MZ세대의 열풍이 불면서 젊은 세대로 확산했다. 그렇다, 고통 없이 내면의 성장은 어렵다. 건강도 챙기고, 근면한 습관 형성과 동기부여엔 등산만 한 게 없다. 정상에서 얻는 뿌듯한 성취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산이 청춘남녀들로 젊어진 데다, CNN방송이 한국의 멋진 산과 등산 문화를 소개한 이후 외국인도 부쩍 늘어났다. 민둥산에서 이룩한 산림녹화는 세계적으로 성공한 모델이다. 우리의 산림녹화 기술, 멋진 명산과 등산 문화를 세계에 알려 관광객을 유치하면 어떨까.70대 고령자들이 날다람쥐처럼 등산하는 모습을 보곤 충격을 받았다. 필자도 고령인지라 처음엔 도전을 망설였는데 기우였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했었다. 거침없이 백두대간이나 백대명산에 도전하는 시니어들을 보면서 ‘0.7 곱하기 나이’를 실감했다. 백세 시대엔 현재 나이에 0.7을 곱한 것이 진짜 정신적·사회적 나이로, 80세는 56세, 70세는 49세와 다름없다는 것이 사실이었다. 필자도 이참에 생각을 바꿨다. 나이 때문에 포기한 것들을 재도전하고, 인생 2막의 계획도 수정하기로 결심했다.새삼스레 엄청나게 잘산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전국을 연결하는 촘촘한 도로망, 잘 정비된 등산코스와 각종 안전시설, 산속 곳곳에 설치된 쉼터와 공중화장실까지 어디 부족한 게 없었다. 화려한 등산복 패션에 히말라야 등반을 뺨칠 정도의 장비를 갖춘 등산객을 보면서 우리가 풍족하게 살고 있음에 자부심을 느꼈다. 정상에서 잘 정비된 산하와 휘황찬란한 도시 야경을 내려다보면서, 물려받은 이 땅을 잘 보존하고, 가진 것에 만족하며, 불평·불만 없이 살겠다고 다짐했다.마지막으로 부지런한 국민성과 성숙한 시민의식을 실감했다. 산악회 버스는 통상 아침 7시에, 먼 곳은 전날 밤 무박으로 출발한다. 집에선 최소 2~3시간 전에 서둘러야 갈 수 있다. 게으르면 엄두를 못 낸다. 시간 약속도 철저하다. 버스와 산에서의 공중도덕과 방역 수칙 준수도 모범이다. 곤경에 처한 등산객을 앞다투어 도우며 친절하다. 간식도 나눠 먹고, 쉼터에선 낯선 사람에게도 막걸리 한잔을 건네는 인심 또한 후하다. 정도 많다. 외국인들이 부러워하면서도 가장 이해하기 힘든 한국의 등산 문화다. 이 정도면 세계가 부러워하고, 장래가 촉망되는 희망의 나라라는 확신이 들었다.배낭을 꾸리면서도 삶의 지혜를 배웠다. 필요하다고 마구 넣다 보니 무거워 힘들었다. 우리네 인생길도 똑같았다. 사는 데 그리 많은 것이 필요치 않음에도, 너무 많은 욕심의 짐으로 버거워한 것은 아니었는지.우리나라 산은 정말 아름답다. 계절마다 갈아입는 형형색색의 모습은 실로 축복이다. 그간 산림 복원에 수고해 주신 분께 감사드린다. 건강한 신체를 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이젠 산이 우리를 감싸 주듯 타인을 포용하고, 이 땅에 태어난 것에 감사하며, 봉사하는 삶을 살아야겠다. 그간 산에서 배운 많은 것들을 요약하면 포용과 감사였다.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

2022-05-16 14:11 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

[브릿지 칼럼] 리더, 전쟁승리보다 전쟁예방해야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곡물과 오일가격폭등은 팬데믹으로 인한 공급망 문제로 나타난 인플레이션에 각국이 금리인상으로 대응하는 가운데 빌 게이츠조차 세계경제의 스태그플레이션(물가상승+경기침체)을 우려하고 있다.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예방할 수 없었나?중국 춘추전국시대의 병법의 대가 손자(孫武)는 “훈련되지 않은 병사를 전장에 보내는 건 죄악”이라고 강조했다. 진정한 국가지도자는 전쟁을 일으키거나 전쟁 발발후 창검을 들고 나서는 것보다 전쟁을 미리 예방해야 한다. 지도자는 안 죽고 병사와 민초들만 죽기 때문이다.브라질의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대통령은 지난 5월4일 미국 타임지와 인터뷰에서 러·우 전쟁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정상에게 동등한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전쟁을 부추기는게 아니라 피하게 만들 수 있었다”며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로 날아가 푸틴 대통령과 이야기해 볼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 목 밑에 위치한 우크라이나와의 근본적 갈등 원인은 뿌리가 깊다. 미국 보스턴 대학의 국제관계학교수인 조슈아 R. 이츠코워츠 시프린슨 박사가 2016년 5월30일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미국은 나토 동진(東進)을 않겠다는 러시아와의 약속을 어겼다”고 강조했다. 1989년말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1990년 2월초 모스크바에서 열린 회담 녹취록에 따르면 당시 미국 제임스 베이커 국무장관은 통독에 대한 협력의 대가로 나토가 “동쪽으로 1인치”도 확장하지 않을 것이라는 ‘철통같은 보장’을 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즉각적으로 당시 소련 대통령 미하일 고르바초프는 독일통일회담개시에 동의했다. 그러나 통독 후 1990년대 중반부터 폴란드, 헝가리, 체코, 발트해국가 등이 나토에 가입하자 러시아가 격분한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이뿐만이 아니다. 미국의 석학으로 불리는 국제관계학의 원로 존 미어샤이머교수에 따르면 “미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원인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그는 “러·우 전쟁의 씨앗은 2008년 4월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열린 나토정상회의때 뿌려졌다”고 봤다. 조지 W. 부시 당시 미국행정부는 이 회의에서 우크라이나와 조지아가 나토회원국이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푸틴과 러시아가 즉각 반발했다. 당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도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이 러시아를 자극할 것이라며 반대했지만 적극적으로 미국을 막지는 못했다. 가장 직접적 원인은 지난해 11월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디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이 체결한 ‘미국-우크라이나 전략적 파트너십헌장’이다. 푸틴은 “나토로부터의 위협”을 제거하기 위해 침공했다는게 미어샤이머교수의 시각이다.그는 1962년 소련의 쿠바 미사일기지건설로 미·소가 대립한 군사위기를 거론하며 지금 러시아가 느끼는 존재론적 위협을 강조했다. 어렵겠지만 우크라이나의 중립국화라는 러시아의 요구를 들어주는 ‘협상(modus vivendi)’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밝혔다.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2022-05-15 15:27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