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브릿지칼럼

[브릿지 칼럼] 사람은 사람에 끌린다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인간은 우월한 집단을 선호한다. 힘 있는 그룹이 비교적 약한 그룹을 배척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힘과 경제적 우월성을 가진 집단이 약자를 지배하는 생각이 고착되면 파시즘의 형태를 띤다. 파시즘의 대표적 성질은 다양성을 부정하는 것이다. 특히 한국은 파시즘과 배척주의가 유난히도 강한 나라다. 계층간 갈등이 두드러지고 상하구별, 우열에 의한 지배, 복종 심리가 강한 신분제 사회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배타적인 지역이 강남이다. 건물을 나서면 모든 공간이 인도나 차도 같은 이동 공간이다. 걸어서 갈 만한 거리에 공원도 없고 길거리에 벤치도 거의 없어 공짜로 누릴 수 있는 공간이 없다. 즉 돈 없는 사람은 강남에서 할 게 없다. 앉으려면 돈을 내고 커피숍에 들어가야 한다. 돈이 많은 사람은 4500원을 내고 스타벅스에 들어가고 돈이 없는 사람은 골목안 1500원 동네 커피숍에 들어간다. 그래서일까. 서울에만 1만8000개의 커피숍이 있다. 이 숫자는 서울의 편의점 9477개와 치킨집 7468개를 합한 것보다 더 많다.문제는 여기서부터 발생한다. 경제적 능력의 유무로 갈라놓은 도시에는 돈이 많은 사람과 적은 사람이 한 공간에 있을 가능성이 거의 없다. ‘호모 노마드, 유목하는 인간’의 저자 자크 아탈리(Jacques Attali) 교수는 “성을 쌓고 사는 자는 반드시 망할 것이고 끊임없이 이동하는 자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들의 성은 더욱 공고할 뿐이다. 이러한 배타주의로 인해 같은 도시에 30년 넘게 살아도 공통의 추억을 가질 가능성은 매우 낮다. 덴마크 코펜하겐을 살기 좋은 도시로 만든 얀 겔(Jan Gehl)은 사람에 관심을 두는 건축가다. 그는 시베리안 호랑이가 살기 좋은 환경을 잘 알면서 사람이 살기 좋은 환경에는 너무 무지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사람을 위한 도시를 만드는 일에 일조한다. 그가 벤치를 가지고 재미난 실험을 했다. 한 벤치는 화사한 꽃밭 앞에, 다른 벤치는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거리를 향해 배치해 어느 곳에 더 많이 앉는가를 알아보는 실험이었다. 결과적으로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며 사람 구경을 할 수 있는 벤치에 앉는 사람이 꽃밭 앞의 벤치에 앉는 사람에 비해 10배나 많았다. 이 실험의 결론은 ‘사람들은 역시 사람에 더 끌린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자연을 좋아하고 높은 빌딩을 선호한다 해도 결국 사람이 있는 곳이어야 더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낀다. 핫 플레이스가 늘 붐비는 것도 기본적으로는 인간의 심성에 그런 본능이 내재돼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공통의 추억이 생기고 도시가 더욱 창의적이며 경쟁력이 생긴다. 오히려 부자들이 더 많은 부를 창출할 수 있다는 얘기다.뉴욕의 경우에는 걸어서 10분 이내에 공원이 있어 산책할 수 있다. 2분만 걸으면 벤치를 쉽게 찾을 수 있으며 경제적 배경과 상관없이 센트럴 파크에서 일상을 향유할 수 있다. 이런 도시에는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공통의 추억을 가질 수 있으며 상하 구분 없이 계층간의 갈등을 해결할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혁신기업이 앞다퉈 공통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소통과 창의성을 촉진하는 것처럼 도시에도 모든 사람들이 공통의 추억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이 더욱 필요하다.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2022-01-20 14:59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브릿지 칼럼] 대선 결과, 여성표에 달렸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대선이 50일도 남지 않았지만 대혼전이다. 3월 9일 누가 웃을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판세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순까지만 하더라도 윤석열 후보가 대체로 앞서가는 추세였다면 연말과 연초 들어 이재명 후보가 역전하고 앞서가는 추세였다. 그러나 1월 초 윤석열 후보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가까스로 2차 봉합에 성공하고 새로 선대위를 꾸린 이후 빠른 속도로 지지율을 회복해 나가고 있다. 글로벌리서치가 JTBC의 의뢰를 받아 지난 16~17일 실시한 조사(전국1020명 무선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16.9%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차기 대선에서 누구에게 투표할지’ 물어보았다. 이재명 후보 34.6%, 윤석열 후보 32.9%, 안철수 후보 14%로 나타났다. 이 후보가 윤 후보를 오차범위내 수치상 앞서는 결과다. 비슷한 시기인 15~16일 실시된 중앙일보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한 조사(전국1006명 유무선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17.1%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이나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차기 대선에서 누구에게 투표할지’ 물어보았다. 윤석열 후보 35.9%, 이재명 후보 33.4%, 안철수 후보 15.6%로 나타났다. 이 조사는 윤 후보가 이 후보를 오차범위내 앞서는 결과로 나왔다. 조사 방법이나 조사 시기 등으로 구분하기도 어렵고 진보 성향이나 보수 성향 응답자가 더 많이 참여했는지 여부만으로 가려지지 않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말 그대로 대혼전이다.이번 대선이 역대 대선과 비교할 때 선거 막바지까지 대혼전으로 전개되는 가장 큰 이유는 변동성 때문이다. 역대 대선은 부동층이 있다고 하더라도 투표 결과에 치명적인 영향 즉 당선 후보가 누가 될지 선거 막판까지 결정적으로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 단지 부동층의 향방에 따라 득표 비율이 달라지는 정도로 해석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러나 이번 대선은 이념 선거와 이익 선거가 혼재된 복잡한 구도다. 진보와 보수는 진영 간 대결 구도인 ‘프레임 전쟁’으로 단단히 뭉쳐 있지만 선거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는 2030MZ세대, 여성, 중도층(엠여중)은 여전히 유동적이다. 변동성이 크다는 의미다. 20대 표심과 30대 민심은 조사 결과에 따라 매번 달라지고 있다. 중도층은 안철수 후보가 약진하면서 선거 막판에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다. 2030대 MZ세대와 중도층은 대혼전 판세 속에서 요동치고 있다.MZ세대와 중도층 지지율이 춤을 추고 있다면 어느 후보도 이들을 압도적으로 가져가기는 힘들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선거 판세가 다시 야권이 주도하고 여권 후보가 쫓아가는 그림이 되고 있다. 단일화까지 거론되고 있는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 지지율을 합하면 이재명 후보를 뛰어 넘고 정권 교체 여론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남아 있는 대선 기간 동안 단일화는 전체 선거판을 뒤흔들 가장 큰 변수다.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유권자들은 대선 후보 TV토론이 중요한 기준점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이 와중에 가장 큰 영향을 받고 그리고 후보들에게 주게 될 유권자층은 여성이다. 아직 특정 후보에게 오롯이 마음을 주지 않고 있다. 윤석열 후보의 배우자인 김건희씨 리스크나 이재명 후보의 대장동 부동산 리스크는 여성 유권자에게 더욱 민감한 문제다. 이념보다는 이익 즉 정치적 효능감이 우선인 여성 유권자층은 마지막 순간까지 표심을 정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대선은 여성이 결정한다.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2022-01-19 12:34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브릿지 칼럼] 투자의 기본은 지속가능이다

엄길청 미래경영학자·전 경기대 경영전문대학원장포드는 공업 모든 분야에서 생산체제의 기본을 찾아내고 그 시스템 지식을 널리 제공한 교과서 같은 기업이다. 이른바 ‘포드시스템’이다. 포드는 자동차를 직접 고안하고 설계한 기술창조의 당사자이다. 기계와 사람의 관계도 과학적으로 정립한 기업이다. 자동차의 시작부터 그들은 현장의 창조자였으며, 지금도 그들의 기술이나 기업정신은 고유하고 당당하다.GM의 과도한 성장을 지켜보면서도 포드는 기업 크기에 경거망동하지 않고 적당한 사이즈의 자신을 지켰다. 포드라는 브랜드도 어디에 내세워도 손색이 없다. 그런 역전의 용사 포드의 시가총액은 100조 원 남짓이다. 시가총액으로 보자면, 갑자기 나타난 테슬라의 10분의 1도 채 안 된다.현대차에게 포드는 기술의 어머니이자 디자인의 모태다. 초기 생산기술은 포드의 복제였다. 브랜드도 가져다 사용했다. 지금 현대차 로고도 타원형 테두리 안의 글자와 디자인만 어느 정도 다를 뿐, 포드의 그것에 영감을 두고 새롭게 만든 것이다. 현대차 집안의 기아차도 그렇다.일론 머스크는 1998년에 전자결제 소프트웨어 기업을 창립해 불과 4년 만에 이베이에 2조원 가까이에 팔고, 2002년에 테슬라를 세우고 시대를 앞서가는 아이디어로 전기차를 만들었다. 천재적인 자동차 기술전문가 집안 포드도 지금 이런 상황에 대응하느라 분주하다. 마침내 전기차 생산에 뛰어들어서 나름 박차를 가하고 있다.지금 포드는 자신의 수강생이었던 현대차보다도 전기차나 수소차에 조금 늦다. 하지만 그들은 그들만의 속도가 있다. 2030년까지 전기차 비중을 40%로 늘리겠다고 한다. 포드는 좀 부족해도 집안에서 운영을 한다. 현대차도 갤로퍼란 지프형 차를 만들던 정몽구 회장이 부친 사후에 삼촌에게서 경영권을 받아 이만큼 키웠다. 아마도 미래에 현대와 포드는 다시 과거처럼 협업하리라 본다. 둘은 오래 같은 기술로 원격으로 생산을 같이한 콜라보레이션 커플이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와 LG배터리, 포스코 등이 현대차와 협업할 가능성이 있다. 미래 정보기계화 생산기술의 종합지식 플랫폼을 만들려는 애플이 이런 미래차 조합을 먼저 파트너로 선점할 가능성도 높다.미래의 자산을 고르는 안목에서 가장 먼저 볼 것은 지속가능한 기업생존 가능성이다. 벅셔 헤더웨이를 운영하는 워렌 버핏은 원래 섬유회사와 보험회사로 만든 기업을 투자기업의 플랫폼으로 사용한다. 그리고 생활형 굴뚝 제조기업에 주로 투자해왔다. 그가 2000년 전후 미국의 닷컴버블 투자시대에 전통의 굴뚝기업 투자를 고수한 이력은 역사에 남는 교훈이다. 나이 90에 지금도 그는 장수형 기업에 주로 투자한다.채권투자 이론에 ‘만기전략’이라고 있다. 만기에 맞는 채권을 고르려면 금리 민감도가 영향을 준다. 마찬가지로 지속가능한 기업의 주식을 고르려면 기술개발 민감도가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전기차나 배터리, 저탄소기술은 아직 그런 단계가 아니다.지금 주변의 주식투자자나 개발기업들도 주로 단기 승부사가 많다. 미국 당국이 인플레이션을 수습하는 이면에는 긴 호흡의 진정한 기술혁신자들을 가려내기 위함도 있다. 연초 글로벌증시는 그런 조짐을 담고 부채의존이나 단타형의 투자자에게 주의신호를 보내는 중이다.엄길청 미래경영학자·전 경기대 경영전문대학원장

2022-01-17 13:57 엄길청 미래경영학자·전 경기대 경영전문대학원장

[브릿지 칼럼] 노인고독사와 시청률

김시래 성균관대학교 미디어융합대학원 겸임교수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20년 방송광고비는 3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7.6% 감소했다. 6년째 하락세다. 반면 온라인광고비는 7조5000억으로 15.4% 증가했다. 코로나도 한 몫을 거들어 증가추세가 여전하다.온라인 광고는 그 특성상 TV광고시대에선 볼수 없는 경향이 있다. 인터넷 시장엔 수많은 대안들이 즐비하다. 제품의 특장점을 부각시켜야 클릭에서 구매로 연결된다. 속전속결의 단도직입형 카피가 대세다. 제품의 특장점을 있는 사실 그대로 전달한다. “봄방학 세일 70프로!” 라고 있는 그대로 알린다. 소비자는 혜택과 관련된 정보를 비교하고 확인해서 선택하면 그만이다. 여기엔 부작용도 있다. 인터넷의 바다는 망망대해라서 규제의 손길이 닿을 수 없는 곳이 있다. 여기에 과장과 허위가 도사린다. “나 말고 아무도 못가져, 염산 테러한 전남친 프러포즈…” , “부자스님, 여대생에게 72억 주며 요구한 것…”, “63억 로또”, “땅굴서 나온 187억, 전국민에 나눠준다”.  그러니 소비자들은 여전히 온라인광고를 불신하고 있다. GroupM ‘디지털 마케팅의 소비자 신뢰’라는 보고서는 23개국 1만4000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조사 대상자 중 절반 이상(56%)이 자신과 관련된 데이터에 대해 통제를 원하며, TV광고가 디지털 형식보다 브랜드에 더 긍정적인 인상을 준다고 밝혔다. 64%는 부적절한 콘텐츠 옆에 있는 브랜드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고, 37% 소비자가 디지털 광고가 거슬린다고 대답했다. 디지털 기술이 가야할 길은 무엇일까? 그 해답을 TV시청률 실시간 조사기관 ATAM에서 발견했다. 지자체와 손잡고 독거노인들의 TV시청 행태를 이용해 고독사를 막고 치매 증상을 조기에 발견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이다. 이성희 대표(59)는 “노인들의 TV시청패턴은 일정한 반복행태를 보인다. TV을 켜고 끄고, 시청하는 평소의 시청행태와 달리 텔레비전 시청을 아예 하지 않거나, 시청채널이 바뀌지 않거나, 3개월이상의 누적 데이터와의 일치율이 30%미만으로 떨어지면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에 붉은색 경고등이 켜져서 텔레비전에 부착한 피플미터, 즉 시청률 조사기기가 신호를 분석해 평소와 다른 시청 유형을 감지한다”고 했다. 경기도 파주 파평면에서 시작된 이 ‘고독사 방지 프로젝트’의 수혜자  문명자(85)할머니는 “이렇게 있다가 죽으면 아무도 모르고 어쩌나하다가 이제 영감 있는 것처럼 든든해요”라고 흐믓해했다. 이 고독사 제로 프로젝트는 건강관리시스템 특허 인증을 받은데 이어, 누적된 TV시청 데이터를 활용하고 머신러닝 기반의 데이터 분석을 통해 치매 조기 진단 지표 개발에도 활용될 예정이다. 재방송 시청이 잦아지면 치매 의심 징후로 판단해 검사를 권유하기도 한다. 독거노인 인구가 늘어가는 트렌드와 데이터 기술이 접목된 좋은 사례다. 문제는 기술의 진보가 아니다. 생활에 미치는 선한 영향력이다. 이는 만들고 쓰는 사람에 달려있다. 사람을 향하는 기술을 고대한다.김시래 성균관대학교 미디어융합대학원 겸임교수

2022-01-16 15:09 김시래 성균관대학교 미디어융합대학원 겸임교수

[브릿지 칼럼] 제복 입은 사람이 존경받는 사회

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가까운 지인분에게 아들이 셋이 있는데 장남은 군인이고 나머지 두 아들은 모두 소방관이다. 본인 역시 은퇴 후 보건소에서 근무하며 어려운 코로나 시국에 방역업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계시다. 참으로 존경스러운 가족이다.요즘 아이들의 장래 희망 직종에는 유튜버, 연예인, 의사 등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예전 미국 유학시절 봉사활동을 통해 만났던 미국 초등학생들의 경우에는 단연 1위가 소방관(fire fighter)이었다. 세월이 꽤 지난 지금은 많은 변화가 있겠지만 여전히 선호직업 10위 안에 소방관, 경찰, 군인이 포함된다고 한다. 제복을 입고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분들에 대한 진심어린 존경심과 동경이 있기 때문이다. 잠시라도 생활하며 겪었던 미국과 조금 비교해 보자. 미국 경찰의 경우, 추가 수당을 제외하고 연봉이 대략 5만달러 정도부터 시작해서 5년이 넘으면 대략 2배 정도 상승한다고 한다. 22년 이상 근무한 후 은퇴하면 상당량의 연금 수령이 가능한데 평균적으로 6만달러 정도라고 하고, 여기에 상당한 금액의 추가수당이 나온다고 한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워싱턴DC에 인접한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지역에서 기본 연봉이 9만달러인 한 소방관이 18만달러의 초과근무수당을 받아 총 27만달러를 받아갔다(2017년)고 한다. 이는 경찰서장보다도 많은 급여라고 하는데 초과수당을 신청할 수 없는 고위직 인사의 연봉보다 높아진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시·카운티 정부 공무원 가운데 급여 수준이 가장 높은 직업으로 일반 경찰관과 소방관이 꼽히기도 한다. 최근 과도한 대응 등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실제 미국에서는 경찰에게 주취를 이유로 저항한다거나 흉기를 휘두르며 경찰의 명령에 불복종한다는 것은 감히 상상할 수가 없다. 그들은 시민을 보호하고 시민의 안전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순경 1호봉 기준 대략 연간 2000여 만원 선에서 기본급이 정해진다. 10년차(경장 10호봉)가 되어도 연봉이 채 2배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초과수당과 위험수당 등이 더해지면 조금 더 금액이 커지겠지만 연봉 상승률이 매우 낮은 편이다. 사실 경제 규모가 엄청나게 차이가 나는 나라와 1대 1로 비교하는 것에는 다소 무리가 있으나 시민을 위해 봉사하고 헌신하는 분들이라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기에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실제로 경찰, 소방관, 군인들은 직업 이전에 사명감을 가지고 국민 보호 의무를 준수하기 위해 자신들의 목숨을 담보로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한여름 찌는 듯한 더위에도 방호복을 입고 화마와 싸우며 근무하는 소방관들, 흉기로 무장하고 마구잡이로 휘둘러대는 범죄자들과 상대해야 하는 경찰관들, 전쟁터에 나가 목숨을 걸고 싸우고, 국토방위 의무를 준수하기 위해 불철주야 고생하는 군인들, 이들이 어렵고 힘든 현장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는 환경을 먼저 만든 이후에, 그 누구든 책임을 다하지 못했을 때 무능과 무책임을 들먹이며 비난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미국만큼은 아니더라도 자긍심을 갖고 존경받으며 일할 수 있을 만큼 급여 체계도 올리고, 어린 학생들이 사회에서 존경받는 소방관, 경찰관, 군인이 장래 희망이라고 큰 소리로 말할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

2022-01-13 14:11 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

[브릿지 칼럼] 서민금융 정책은행 설립해야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 한 농부가 밭에 놔두었던 호미며 괭이가 지난여름 폭우에 휩쓸려 가 버리자 농기구 보관용으로 밭가에 조그만 창고를 만들었다. 할멈이 아파 새참을 못 가져오게 되면서 멀리 계곡에서 호스로 물을 끌어와 간단한 요기도 하고 목도 축일 수 있게 됐다. 가끔 땡볕을 피해 잠시 눈이라도 붙일 요량으로 얼기설기 지붕을 얹고 한 몸 누일 판자도 들여 놓았다. 어설픈 대로 나름 유용한 농막은 되었다.IMF외환위기의 고통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신용카드를 통한 소비 진작책이 작동했고 위기를 졸업할 무렵인 2002년경에는 ‘카드대란’이란 봇물이 되어 터지고 말았다. 카드대금 연체는 신용불량자 양산으로 이어졌을 뿐 아니라 사기죄로 처벌받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카드돌려막기가 막히자 다른 금융기관 채무 또한 무더기 연체로 이어져 부채폭탄이 되었다.부채폭탄이 터질 지경이 되자 부랴부랴 채무조정을 위해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가 만들어졌다. 신복위가 금융기관과 협약을 맺어 일정한 기준에 따라 채무감경과 분할납부로 당장의 급한 불은 일부 끌 수 있게 되었다. 이와 함께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통해 금융기관의 부실채권을 매입해 채무조정을 대대적으로 실시하기에도 이르렀다.설상가상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자 이미 터져버린 부채도 부채지만 재기를 위한 지원 대책이 절실해졌다. 미소금융, 바꿔드림론, 햇살론, 새희망홀씨 등 서민정책금융상품이 속속 출시되었다. 채무조정 및 서민정책금융상품 운영 재원은 신용회복기금(캠코)과 기업·금융기관 출연금과 휴면예금으로 조성된 기금(미소금융지원재단)이 주축이 되었다. 신용회복기금은 IMF외환위기 극복과정에서 부실금융기관 및 부실징후기업을 회생시키기 위해 조성된 부실채권관리기금의 잉여금이 재원이었다.신용회복기금은 국민행복기금으로 명칭이 변경되어 운영되다가 2016년 설립된 서민금융진흥원 자회사로 편입되었고 미소금융 또한 서민금융진흥원에 이관되었다. 이로써 흩어져 있던 서민금융지원 기능이 하나로 통합되었다.개괄적으로 살펴본 것처럼 서민금융과 관련된 정책은 특수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그때그때의 사정에 맞추어 기획되고 시행되어왔다. 마치 농부가 필요에 의해 이것저것 갖다 붙이다 보니 농막이 된 것처럼 서민금융진흥원 출범으로 일단은 하나의 통합기능까지는 갖추어졌다.그런데 재원을 들여다보면 정책의 지속가능성이나 확장성 관점에서 불완전한 측면이 있다. 주된 재원이 금융기관의 휴면예금인데 이 돈의 주인은 예금자다. 다만 소액이다 보니 말 그대로 은행에서 휴면상태로 있을 뿐이고 언제든 예금자가 반환청구하면 돌려주어야 할 돈이다.더구나 이자가 지급되는 돈이니 5년이 지나도 소멸시효가 완성되지 않는다고 2012년 대법원이 판결하자 약관을 고쳐 이자지급을 미루다가 마지막에 이자를 찾아갈 때 일괄 지급하는 방식으로 바꾸어 2017년부터 다시 재원으로 활용하고 있으나 시효완성여부에 대한 시비가 남아 있어 여전히 법률 리스크가 있는 돈인 것이다.결국 다른 방식의 재원확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채권발행, 차입, 기부금 등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는 있다. 그러나 수익창출 능력이 전제되지 않은 부채를 통한 자체 자금조달에는 한계가 있다. 2020년 말 서민금융진흥원의 자산구성을 보면 전체 자산 3조1천7백억 중 62%가 휴면예금·보험금이고 기부금은 7%에 불과하며 나머지 31%는 신용보증계정이다.재원조달과 관련해서는 일본정책금융공사의 재정투융자제도(FILP)와 같이 국채발행을 통한 직접 재정 투입과 더불어 정부 보유 주식의 배당금이나 정부보증채권 발행을 통한 방법도 고려할 만하다. 일본은 과거 FILP에서 우체국예금과 연기금도 활용했다.궁극적으로, 필자는 정책서민금융이 지속가능하고 확장성을 담보하는 방안으로 서민금융에 특화된 정책은행(Policy Bank) 설립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예금을 통해 재원을 조달하되 우체국예금처럼 원리금 전부의 지급을 정부가 보증하는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도 생각해 볼만하다. 부실충당 재원은 사회안전망 차원에서 복지재정으로 충당하거나 정책은행이 수익사업을 통해 조달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사회적 금융을 실천하는 민간기관에 대한 제도적 지원을 통해 프랑스의 Adie나 스페인의 MicroBank와 같은 성공적 모델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설계를 한 뒤에 집을 만들어야지 만들다 보니 지어진 집이야 농막이 되고 말 뿐이다. 이제라도 집의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설계를 해야 할 것이다.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

2022-01-12 08:43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

[브릿지 칼럼] 어떻게 국민을 먹여 살릴 것인가

박봉규 2022 세계가스총회 조직위원장조선을 설계한 정도전 사상에는 두 기둥이 있다. 정치적으로는 백성이 나라의 근본이라는 것이요 경제면에서는 백성은 먹는 것으로 하늘을 삼는다(民以食爲天)는 것이다. 그는 백성이 도적이 되는 것은 그들의 천성이 악해서가 아니라 먹고 살기 위한 한 방편일 따름이요 따라서 백성을 제대로 먹여 살리지 못하는 나라는 이미 나라가 아니라고 했다. 그래서 그는 고려 말 지배층의 횡포를 타파하고 도탄에 빠진 민생을 구하기 위해 고려를 무너뜨리고 새 나라를 여는데 앞장섰다. 그가 꿈꾼 백성이 주인 대접을 받으면서 경제적으로 풍요를 누리는 사회는 조선은 물론 어느 시대에서도 완벽히 실현되기는 어려웠지만 그 이상만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오히려 쉽게 만족을 가져다줄 수 없는 과제이기에 더욱 절실한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에게 먹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송파 3모녀의 비극과 같은 가슴 아픈 사연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해방이후 2세대에 걸친 노력 끝에 절대빈곤에서 벗어났을 뿐만 아니라 경제선진국 대열에도 진입하였다. 그러나 소득격차와 양극화 현상에 더하여 자산의 편중이나 기회의 불평등이 상대적 박탈감을 넘어서 새로운 사회계층이 형성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그 위에 코로나로 인한 경제위기는 비정규직이나 자영업자와 같은 취약계층이나 취업이 어려운 청년층, 가난한 노년층과 같은 경제적 약자에게 더 큰 고통을 가져다주었다. 지금도 여전히 먹고사는 문제 내지는 인간답게 사는 문제가 중요한 이유이다.선거의 계절을 맞아 각 진영에서는 경제문제의 해결을 위해 다양한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크게 보면 보수는 규제완화를 통한 기업주도의 파이 키우기를, 진보는 분배 확대와 평등한 기회의 보장을 강조한다. 그러나 누가 집권하던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결국 성장을 통한 파이 키우기와 파이를 공정하게 나누는 시스템 구축 사이에 조화를 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 사회는 이미 폭넓은 중산층의 형성, 시민의식의 성숙과 관료들의 축적된 역량으로 어떤 세력이 집권하더라도 극단의 정책은 수용될 수 없는 성숙단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념은 약화되고 실용이 중시되는 사회가 된 것이다.정책의 원칙이나 내용보다는 누가 개인과 사회가 신명나게 뛰놀 수 있는 멍석을 깔아줄 수 있는 능력과 진정한 실천의지를 가지고 있느냐가 관건이다. 시급한 현안을 해결하는 것에 더하여 지속적으로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 일상적인 삶의 문제는 똑똑하고 자기 삶에 투철한 개인과 시장에 맡기면 된다. 지난 20년 동안 논의만 무성하고 좀처럼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는 교육제도 개편, 노동개혁, 연금개혁 등이 그 예가 될 것이다. 듣기 좋은 내용보다는 꼭 해야 하지만 내 임기 중에는 피하고 싶은 사안에 대한 실천로드맵이 제시되어야 한다. 여기에 더하여 미래세대와의 자산배분 또한 빼놓을 수 없다. 표를 의식하고 현세대의 고통을 피하기 위해 표와 목소리가 없는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지우는 것은 비겁한 일이다. 먹는 것을 하늘로 여기는 백성에는 지금의 국민만이 아니라 미래세대도 포함되기 때문이다.박봉규 2022 세계가스총회 조직위원장

2022-01-10 14:04 박봉규 2022 세계가스총회 조직위원장

[브릿지 칼럼] 임인년에는 K-Drone의 기적을 기대해 본다

권희춘 (사)한국인지과학산업협회 상근부회장 겸 美 캐롤라인대 AI·드론학과 교수.가전·IT 전시회 소비자가전쇼(CES 2022)는 해마다 1월이 되면 네바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일반 대중에게 공개되는 신기술 전시회다. 주로 미국의 소비자 기술 협회(CTA)로부터 지원을 받는다. 이 전시회에서 매년 수많은 제품 프리뷰가 쏟아지며 새로운 제품들이 전시장에 들어선다.코로나로 행사 규모는 많이 줄었지만, 전시회에 출품하는 기업이나 개인은 신기술을 한 장소에서 한눈에 볼 수 있어 인기 있는 전시회이기도 하다. 올해도 어김없이 전시회가 라스베가스에서 열리고 있는데 올해도 한국기업의 약진이 돋보이는 전시회라고 기사가 나오고 있어서 이제는 전 세계의 가전산업을 리드하는 나라가 한국이라는 기사를 종종 접하게 된다.작년에는 현대가 미국공유 자동차기업 우버와 손잡고 도심항공교통(UAM)인 드론택시를 전시해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현대가 자동차산업을 뛰어넘어 드론 택시사업에 참여한다는 의미로 전기자동차에 이어 드론으로 사람을 실어나르는 신교통체계의 흐름에 동참한다는 큰 의미이기도 했다.올해 전시회에도 새로운 개념의 미래도시 모빌리티의 비전을 발표했다. 현대자동차는 미래 모빌리티 비전 구현을 위해 신개념 모빌리티 솔루션으로 △UAM △PBV(Purpose Built Vehicle : 목적 기반 모빌리티) △Hub(모빌리티 환승 거점)를 제시했다.현대자동차는 세 가지 솔루션을 토대로 미래도시와 사람들이 공간과 시간의 제약에서 벗어나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겠다는 구상을 담았다고 한다. UAM은 PAV(Personal Air Vehicle : 개인용 비행체)와 도심 항공 모빌리티 서비스를 결합해, 하늘을 새로운 이동 통로로 이용할 수 있는 솔루션이며, PBV는 지상에서 목적지까지 이동하는 시간 동안 탑승객에게 필요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친환경 이동 솔루션이다. 여기에 Hub는 UAM과 PBV를 연결하는 공간으로, 사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교류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신개념 솔루션이다.현대자동차는 ‘UAM-PBV-Hub’를 축으로 하는 미래 스마트 모빌리티 비전으로 고객에게 끊김 없는(Seamless) 이동의 자유로움과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구체화했다고 한다. 미래의 스마트시티는 항공, 도로, 개인이동체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교통체계가 되며 고객에게 라스트마일 (Last Mile Delivery) 를 제공해야 한다. 임인년 호랑이의 새해가 우리에게 왔다. 2년간의 코로나19 여파는 우리 생활방식을 많은 부분에서 바꾸어 놓고 있다. 이제는 어쩌면 영원히 코로나 이전의 상황으로 다시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까지도 예상해 본다. “삶을 사는 데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기적은 없다고 믿든가 아니면 모든 것이 기적이라고 믿는 삶이다. 나는 후자를 믿는다”라고 말한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어렵고 힘든 시기에도 삶의 큰 변화가 일어는 기적이 일어나기를 기대해 본다.권희춘 (사)한국인지과학산업협회 상근부회장 겸 美 캐롤라인대 AI·드론학과 교수

2022-01-09 15:09 권희춘 (사)한국인지과학산업협회 상근부회장 겸 美 캐롤라인대 AI·드론학과 교수.

[브릿지 칼럼] 베트남에 부는 전기이륜차 바람

조경호 지오홀딩스 대표동남아시아 특히 베트남 오토바이 시장에서 변화의 움직임 포착되고 있다. 베트남 최대도시 하노이의 인민위원회는 기후변화에 적극 대처하는 국가정책 차원에서 오토바이의 도심진입 전면금지를 추진 중이다. 2030년으로 예정돼 있었는데, 5년 앞당겨 오는 2026~2030년께 변경 시행할 것을 예고했다. 이에 각국의 오토바이 생산 업체는 베트남 시장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다. 내연기관이 아닌 전기 오토바이로 승부수를 걸고 있는 것인데, 한국의 전기 오토바이 관련 중소기업들도 이를 주목하고 있다. 베트남 오토바이 시장은 연간 300만대의 새 오토바이가 판매되는 약 6조원 규모의 시장으로, 세계에서 4 번째로 크다. 자국 오토바이 생산업체가 전무한 베트남에는 일찍이 혼다(HONDA), 야마하(YAMAHA), 스즈키(SUZUKI) 등 일본업체들이 앞다퉈 조립생산공장을 지었고 특히 혼다(HONDA)의 경우 1996년 혼다 베트남(HONDA VIETNAM)을 설립한 이래 25년 동안 오토바이 전체 시장 점유율 7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오토바이가 베트남 교통체제의 중심이 된데 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첫째로 베트남의 기후 특성상 겨울이 없기 때문에 오토바이 주행이 큰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둘째로 도시집중화로 기업, 관청, 대학, 거주지가 구 단위로 밀집되어 있기 때문에 평균 일일 이동거리가 28km 안팎으로 상대적으로 주행거리가 짧다는 점이다. 셋째는 하노이시의 경우 연 평균 수입이 이제 막 5000 달러에 도달해 경제적으로 자동차를 구매하기에는 부담이 된다는 점 등이 있다. 이렇게 오토바이 중심 교통체제에서 견고하게 성장해 온 베트남 오토바이 시장의 상승세가 꺾인 것은 2020년이다. 그해 전체 오토바이 판매량이 전년 대비 약 18%가 하락 한 270만대를 기록했다. 오토바이가 극심한 교통혼잡과 공기 환경오염 등을 야기하는 주범일 뿐만 아니라 도시 인구밀집을 조장해 도시발전에 방해가 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그동안 오토바이에 대해 관대했던 베트남 당국의 입장이 점차 규제강화의 기조로 변화한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오토바이의 기동성, 이동의 편리함이 오히려 도심에 인구를 집중시켜 도시 발전에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지난 25년간 베트남 교통이동수단의 중심이 된 오토바이 시장의 아성에 금이 가기 시작하자 전기이륜차가 그 대체 수단으로 급부상 하고 있다. 2018년 베트남 최대 민영 기업인 빈(VIN) 그룹이 자회사 ‘VINFAST’를 설립하여 전기자동차, 전기이륜차 시장에 뛰어 들었고 2019년에는 중국의 유명 전기이륜차 메이커인 ‘YADEA’가 베트남 전기 이륜차 시장에 제품을 출시했다. 이밖에 베트남 로컬 중소업체들도 전기이륜차 시장 진입을 선포했다. 반면 혼다, 야마하, 스즈끼 등 파워트레인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는 전통적인 일본 오토바이 생산 메이커들은 현재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고가의 신제품 출시에 신경 쓰면서 판매망을 넓힐 뿐 전기이륜차 시장 성장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아하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한국기업들은 어떨까? 한국은 그 동안 글로벌 이륜차 시장에서 항상 후발주자였다. 오토바이의 경우 혼다 등 일본 기업에게 동남아시아 시장의 선두를 내주었고, 전기이륜차의 경우 중국업체에 밀렸다. 하지만 전체 전기차 생태계를 살펴보면 LG와 SK, 삼성 등 세계 ‘탑5’ 안에 드는 배터리 생산업체를 보유하고 있으며, 현대, 기아 등 기존 완성차 업체들도 유의미한 전기차 판매실적을 거두고 있다. 또 전기차 분야에서 차별화된 기술력을 갖춘 중소·중견기업들도 적지 않다. 기술력을 갖춘 한국기업에 지금 변화의 바람이 부는 베트남 이륜차 시장은 무척 매력적인 시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일본과 중국기업들을 제치고 베트남 전기 오토바이시장에도 ‘한류’의 바람이 불기를 기대해 본다. 조경호 지오홀딩스 대표

2022-01-07 07:00 조경호 지오홀딩스 대표

[브릿지 칼럼] 새해엔 가화만사성

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100세 시대가 되면서 가족관계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노년기 부부 기간이 늘어나고, 자녀의 독립이 늦어져 한 집에서 함께 생활하는 기간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은퇴한 남편이 가정에서 환영받지 못하고 오히려 가족에게 불편한 존재가 된다고 하니 씁쓸하다. 현역 시절 일과 공적 관계를 우선시하며 가족 관계를 등한시한 결과이다. 은퇴 후에야 비로소 깨닫고 후회한다. 노후가 행복하려면 은퇴 후 건강한 가족관계의 회복이 시급한 최우선 과제이다.가족관계에서 배우자가 중요하다. 남은 인생, 함께 지내는 시간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최근 은퇴 후 부부간의 갈등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은퇴자들이 많다. 은퇴의 여유를 즐길 겨를도 없이 황혼의 전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특히 언쟁이 생기면 싸우는 내용보다 싸우는 방식 즉 상대를 비난하거나 경멸하는 잘못된 대화 방식으로 관계가 더욱 악화돼 안타깝다. 가족 관계의 급속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소통하는 교육을 한 번도 제대로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이다. 부부 관계의 핵심은 상호 존중과 이해이다. 기대는 줄이고 현재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해야 한다. 자신의 취향을 강요하거나 상대를 바꾸겠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서로 다른 차이를 인정하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배우자의 시간과 공간을 침범하지 않으면서도 함께 하는 “따로 또 함께”라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전업주부의 가치도 인정하여 “수고했다, 고맙다, 사랑한다”라는 감정 표현을 많이 하고, 가사를 분담해야 한다. 서로에게 매력을 느끼도록 각자가 노력해야 하며, 상대의 단점을 보완해 주는 동반자가 되어야 가정이 번영한다.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가정의 안녕과 발전을 위해 봉사한다는 자세로 살아야 행복할 수 있다. 자녀는 부모의 선택으로 태어난지라 무한책임이 있다. 최근 자녀 리스크라는 말이 생겼다. 청년 세대의 취업난으로 독립이 늦어져 교육비와 결혼 자금 등으로 노후 준비를 못 하거나, 모아놓은 노후 자금마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기까지는 따뜻하게 돌봐주되, 성인이 되면 독립시켜야 한다. 따라서 독립과 자립정신이 핵심이다. 때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무관심과 비켜 서 있기로 시행착오를 겪게 하고, 스스로 일어날 수 있는 자립심을 키워주는 것이 중요하다. 지나친 집착과 기대는 자녀의 장래를 망치게 한다. 성인이 되면 독립된 인격체로 성인 대우를 하며 자녀로부터 은퇴하는 것이 무한책임에서 벗어나는 최선의 길이다.손주와도 지나친 애정보다 오랜 인생 경험을 바탕으로 좋은 습관과 인격 형성에 도움을 주는 보조 역할로 그쳐야 한다. 자칫 버릇없고 의존적인 아이로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가족은 복잡한 관계라 많은 사랑과 노력을 쏟아야 한다. 2022년 새해에는 가족을 뭉치게 하는 가치관, 행동 수칙이나 가훈 등을 만들어 실천하자. 버킷리스트도 작성하여 꿈을 공유하자. 소통 교육도 수강하여 변화 노력도 하자. 화합된 가족의 힘은 실로 대단하여, 노후의 행복은 가족에게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해는 모름지기 가화만사성 하는 해가 되었으면 한다.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

2022-01-05 14:12 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

[브릿지 칼럼] 팬데믹 이후의 세상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새해가 다가왔다. 세계보건기구(WHO)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이 전 세계에서 코로나19로 500만여명이 목숨을 잃은 현재 이 전염병을 끝내기 위한 모든 수단과 자원, 근거를 확보했다고 밝힌다. 그러나 자국우선주의, 백신의 사재기 등으로 인한 불평등이 팬데믹을 부채질한다고 지적했다. 아프리카의 의료종사자 4명중 3명은 백신을 맞지 못했다고 꼬집었다.팬데믹 다음 단계의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차세대 키신저’ 파리드 자카리아박사가 들려주는 변화된 세상이 상당한 답을 제공한다. 그의 ‘팬데믹 다음 세상을 위한 텐 레슨’이라는 책이 이미 나와서 미국과 세계 도처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저자는 인도혈통 미국인으로 예일대를 거쳐 하버드대에서 정치학박사를 받았다. 국제정치전문지 ‘포린 어페이스’의 최연소 편집장과 ‘뉴스위크’편집장을 역임했다. 그러면서 권위있는 미 시사주간지 ‘네이션’이 ‘차세대 키신저’로 지목할 만큼 국제정치에 탁월한 안목으로 주목받았다. 또 현재 2억2천만의 시청자를 거느린 CNN의 간판 국제정세프로그램인 ‘파리드 자카리아 GPS’를 진행하고 100만명대의 팔로워를 거느린 인기인이다.자카리아박사는 코로나19 이전부터 전 세계가 목도해온 5G를 향한 경쟁, 글로벌경제의 디지털화, 끝없는 세계화, 미·중 양강체제와 미국의 쇠퇴, 다자주의와의 협력, 지속되는 불평등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래서 개인의 가치와 삶의 우선순위도 크게 달라진다는 것이다. 20세기에는 정부의 크기가 중요했다면 미래에는 정부의 능력, 정부의 질이 중요하다. 디지털로 삶이 영위되는 만큼 디지털경제와 물질경제의 판도가 바뀐다. 그러면서도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아리스토텔리스의 말처럼 미래에도 인간의 본성은 그대로다.자카리아박사가 날카롭게 지적한 내용 중 특히 가슴에 꽂히는 내용이 있다.“지난 몇십년동안 미국정부는 줄곧 형편없는 정치를 펼쳐왔다. 하지만 초강대국이란 권위덕분에 그 결과를 감출수 있었다. 이라크 점령부터 간단하게 지하철을 확장하는 문제까지 미국이 시도한 많은 것들이 재앙이었다.” 오래전 시작된 ‘쌍둥이 적자’(무역적자+재정적자)를 감출수 있는 것은 세계화폐 ‘달러발행권’과 ‘IT거대기업의 세계독점’으로 모면하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특히 세계2차대전(1939~1945년)이 마무리 되면서 1945년 7월26일 포츠담회담에서 전범국가인 독일과 일본을 분할점령하겠다고 결정했다. 그래서 독일은 미국, 영국, 프랑스, 소련이 분할 점령했다. 하지만 일본이 아니라 갑자기 한국을 남북으로 분할한 것은 뜻밖이었다. 엄연히 일본 분할점령도가 뚜렷이 있었다.베트남전쟁(1960~1975년)에 미국이 뛰어든후 마무리 상황도 이해난망이었다. 미국이 지원한 남베트남 지도부는 지극히 부패한후 전쟁직후 고국을 등졌다.아프카니스탄전쟁(2001~2021년)직후 미국이 지원한 돈으로 부패덩어리였던 아프카니스탄 대통령이 돈다발을 떨구면서 공항에서 탈주한 모습을 보면서 늘 반복하면서 느꼈던 미국의 모습이었다. 미국의 지성 자카리아박사의 지적처럼 수십년간 미국정부의 미숙을 깊이 공감한다. 한국의 동맹국인 미국의 현명을 기대한다.채훈식 기자 chae@viva100.com

2022-01-03 14:11 채훈식 기자

[브릿지 칼럼] 2022년 이커머스 시장의 키워드는 ‘속도전’

양정열 칸타코리아 대표위드코로나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이커머스 시장에도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국내 이커머스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1996년 ‘인터파크’ 쇼핑몰을 그 시작으로 볼 수 있다. 이후 다양한 오픈마켓은 물론 쿠팡을 비롯한 소셜 커머스 사이트가 등장하고, 검색엔진에서 시작한 네이버까지 가세하면서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꾸준히 확대됐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2년 국내 이커머스 시장규모는 200조까지 커질 전망이다. 더불어 이커머스로 구입하는 품목도 다양해지고 있다. 팬데믹 이전과 비교했을 때, 대다수 카테고리의 구매 경험이 증가했으며, 특히 신선식품이나 음식 배달 등 외부 활동 제한의 영향을 받는 카테고리의 경험률이 가장 크게 늘었다.그러나, 소비자가 온라인 쇼핑에서 기대하는 경험과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여러 숙제가 남아있다. 최근 칸타코리아가 ‘한달에 1회 이상 온라인 쇼핑을 하는 18세 이상 국내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이커머스 행동연구 조사 결과에 의하면, 90% 이상의 응답자가 ‘온라인 쇼핑 플랫폼은 내가 원하는 하는 제품, 서비스,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특히 국내 쇼퍼들은 신뢰할 수 있는 후기와 평점에 대한 개선 기대가 가장 큰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온라인 쇼핑 시 제품의 가격을 가장 많이 고려하고, 그 다음으로 무료·빠른 배송을 중시한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커머스의 확대가 오프라인 쇼핑의 축소를 의미한다고 볼 수는 없다. 칸타코리아 조사결과에서는 응답자의 65%가 오프라인과 온라인 매장에서 모두 구매 가능한 브랜드를 선호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 중 X세대나 밀레니얼 세대보다 Z세대의 선호도가 더 높게 나타났는데, 그 이유로는 매장에서 제품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즐거움을 들었다. 일례로 SSG닷컴에서 주문한 제품을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에서 픽업할 수 있는 서비스를 진행했는데, 이마트의 픽업 서비스는 두 달 만에 중단된 반면, 신세계백화점의 ‘익스프레쓱’은 이용률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단순한 제품 픽업을 넘어 피팅이나 교환 서비스까지 제공하며 옴니채널에 대한 니즈를 충족시키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례는 옴니채널은 단순한 통합이 아닌 각 채널의 특성을 반영해 소비자 경험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오늘날 이커머스 업계의 또 다른 화두는 바로 ‘즉시성’으로, 소비자가 바로 다운로드하여 즉시 사용하거나 볼 수 있는 디지털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에서는 2030 젊은 층을 중심으로 엔터테인먼트, 교육 및 게임 등의 콘텐츠를 디지털 형태로 바로 다운로드해서 사용하는 행태가 늘고 있다. 실제로, 2019년 대비 2021년 상반기 디지털 콘텐츠 결제 금액과 결제 건수 모두 3배 넘게 증가했다. 유·무료 플랫폼을 통한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나 공연을 유통하는 온라인 및 영상화 서비스의 확산으로 디지털 콘텐츠 사용은 더욱 증가하고 있다. 글로벌 OTT 서비스 시장 규모는 2018년 이미 박스 오피스 매출을 넘어섰다.또한, ‘라스트 마일’ 배송도 유통업계의 핫 키워드 중 하나다. 라스트 마일은 주문한 상품이 배송지를 떠나 고객이 수령하기 직전의 순간을 뜻한다. 국내 라스트 마일 배송의 대표적인 예는 음식 배달 앱 ‘배달의 민족’에서 제공하는 ‘B마트’라고 할 수 있다. 라스트 마일은 식품이나 생활용품 에서만 이슈가 되고 있는 것이 아니라, 패션 전문 쇼핑 앱들도 새벽 배송 등을 ‘배송 속도전’을 벌이며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보통 커뮤니케이션 채널로 여겨졌던 소셜 네트워크에서 역시 이커머스 경험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칸타코리아 조사결과에 따르면, 소셜 플랫폼을 통한 쇼핑 경험은 50%를 상회한다. 기존의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뿐 아니라, 카카오와 네이버 모두 라이브 커머스 기능을 강화하면서 라이브 커머스도 하나의 중요한 채널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인스타그램은 추천 기능이 강화된 쇼핑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페이스북은 앱 내 라이브 커머스 기능을 확대하며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20년 1조 원 미만이었던 국내 라이브 커머스 시장은 2023년 10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라이브 커머스를 이용해 본 경험이 있는 쇼퍼는 60%에 달한다. 기존에는 MZ 세대를 중심으로 그 인기가 특정 카테고리에 집중됐다면, 앞으로는 이용 연령층과 품목도 꾸준히 확대되면서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환경이 빠르게 변하고, 플랫폼 역시 다양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유통 브랜드들이 시장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선택 기준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것이다. 소비자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그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판매전략을 모색하고, 그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는 채널전략을 갖춰야 한다. 또한, 상품과 서비스를 소비자에 가능한 신속히 전달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고, 참여와 전환 모두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소셜 미디어 활용 전략을 구상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서비스와 고객 경험을 혁신할 수 있는 새로운 디지털 기술의 적용을 고려해야 할 때이다.양정열·칸타코리아 대표

2022-01-03 07:00 양정열·칸타코리아 대표

[브릿지 칼럼] 누가 대통령감인가

이계안 2.1지속가능재단 설립자강산이 변한다는 10년이 다섯 번이나 지났다. 하늘이 돈짝만 하게 보일 만큼 큰 청운의 꿈을 품고 입학한 대학교, 고등학교 4학년이라고도 불리던 교양과정부 1년을 마치고 경영학과에 입과하여 ‘경영학’을 배우기 시작한지. 그렇게 시간이 흐른 동안, 이제는 전 지구적으로도 굴지의 자동차 회사가 된 현대자동차의 대표이사 사장을 지내는 등 세상 사람들이 말하는 기업의 최고경영자로 경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명쾌하게 답을 못하는 것이 있다. 경영이 ‘예술이냐, 과학이냐’라는 질문이다.반세기 전 경영학과 학생으로 첫 번째 읽은 경영학 교과서는 지금은 경영학의 고전이 된 쿤츠(Koontz)와 오도넬(O‘Donnel)의 ‘경영학 원리(Principles of Management)’였다. 아직도 심심치 않게 받는 질문, “어떻게 나이 46세에 현대자동차 사장이 되었냐”는 질문을 받을 때 마다 주저하지 않고 평생 읽고 실천한 교과서가 있다며 소개하는 책이기도 하다. ‘경영이 예술이냐 과학이냐’라는 질문으로 시작하는 그 책에서 배우고 익힌 덕에 46세 나이에 현대자동차㈜사장이 될 수 있었다고.그 책에 의하면 경영은 때로는 온몸으로 익혀 의지를 갖고 실천해야 하는 예술이고, 때로는 사실 관계에 터잡아 보편적 원칙을 찾아세워야 하는 과학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직까지도 나 자신에 거듭해서 묻고 답한다. 경영은 예술인가 과학인가.벌써 2022년이다. 코로나19로 백성은 너나 할 것 없이 숨조차 가쁘게 보내는데, 제20대 대통령 선거에 나선 후보들의 외침은 서울에서 제주까지 전국 방방곡곡에 차고 넘친다. 누구하나 예외 없이 자기가, 그리고 자기만이 코로나19를 극복하고 경제 성장을 회복시킬 수 있다고 한다. 좋은 일자리를 넘치게 만들고,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고, 아이는 낳기만 하면 알아서 키워줄 수 있다고 한다.너나 없이 현 정부가 지급하는 재난지원금은 턱없이 부족하고, 실질적 혜택이 되려면 100조원까지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기를 뽑아주면 당장 실행하겠다는 말까지 덧붙이면서. 그리하여 뭇 백성 누구 하나 예외 없이 고루 잘 살고, 더 바랄 것이 없는 즐거움만 가득한 지상 천국으로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정치면 정치, 경제면 경제, 그 어느 하나 몸에 익혀 체화하지 못한 예술과 과학이 없는 전지전능한 대통령 감이라고 외친다.내가 좀 모자라서 강산이 5번이나 바뀐 짧지 않은 시간이 흐르도록 익히고 실천하기 위하여 마음과 뜻 그리고 힘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영에 대해서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자문자답을 반복하는지 모르겠다. 경영이 예술인지 과학인지, 또는 때로는 예술이고 때로는 과학인지, 그것도 아니면 예술이면서 동시에 과학인지.그러나 지금 대한민국의 제20대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이들이 모르는 일이 없고, 못할 일이 없는, 말 그대로 전지전능한 양 외쳐대는 것은 궁극적으로 대통령을 뽑을 뭇 백성을 너무나 가볍게 보는 처사가 아닐 수 없다. 오델로였던가? “나를 (있는 대로) 나라고 말하세요. 더도 덜도 말고(Speak of me as I am. Nothing exenuate)” 라고 말한 이가.이계안 2.1지속가능재단 설립자

2022-01-01 06:00 이계안 2.1지속가능재단 설립자

[브릿지 칼럼] 나와 친해지기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는 벌거벗은 나무, 나목으로 유명한 화가 박수근 전시가 한창이다. 그림을 팔아 식솔을 먹여 살렸다 해서 생계형 화가로 불린다. 거친 질감에 무심하고 단순한 형태로 그려진 그의 그림은 간결하고 소박하며 정감이 있다. 그의 삶 또한 그렇다. 그가 노트에 적은 글을 보면 그는 아내에게 자신이 가난해서 물질적인 풍요는 줄 수 없지만 끝까지 정신적인 행복을 책임지겠노라 약속한 뒤 궁핍하지만 가장으로서의 책임을 다한다. 그래서인지 그의 그림에는 주어진 생활에 묵묵했던 그의 내면이 잘 반영돼 있다. 그가 그린 소는 금방이라도 박차고 내달릴 듯한 이중섭의 소와는 전혀 다르다. 순한 눈으로 멈춰 서서 자기 자리를 벗어나지 않는다. 그림 속의 사람들도 길이나 밭에서 애를 업거나 짐을 이고 있는가 하면 걷거나 쉬거나 물건을 팔며 자신들의 현재에 충실하다. 소설가 박완서는 제정신으로 버티기 힘든 전쟁 후 의 그 참담한 시기에 미치지도, 술에 취하지도 않고 그림을 그리며 버텨낸 그를 소설로 기렸다.박수근은 미술교육조차 제대로 받아본 적 없지만 자신이 누구이고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심리학과 상담에서는 이러한 자기이해와 수용의 태도를 중시한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거나 누군가를 탓하지 않고 스스로 지금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며 자기 본연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어서다.상담실을 찾는 사람들의 요구와 기대는 각양각색이다. 불편한 기분이나 감정을 편안하게 어루만져주길 원하기도 하고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뾰족한 해법을 가이드해주기를 바라기도 한다. 또 자기 생각이 옳음을 확인받고 싶어하거나 맘 상하게 하는 상대의 태도를 바꿔달라고 청하기도 한다. 조금 세련된 내담자들은 자신이 왜 그러는지 알고 싶다며 변화를 위한 방법으로 자신을 탐색하고자 한다. 물론 그렇게 말하면서 정작 피상적인 수위에서 빙빙 돌기도 한다. 자신을 들여다보고 받아들이는 일은 정말 힘들기 때문이다.이혼상담 중에 있었던 일이 그 예다. 남편은 성적으로 모멸감을 주는 지속적인 언어폭력으로 아내의 마음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결국 정신과 약을 먹으며 버티던 아내는 가출과 함께 이혼을 결심했다. 남편은 상담 중에도 자신이 상대방을 얼마나 함부로 대하며 깊은 상처를 주었는지 이해하지 못했고 끝내 아내를 놓아줄 수 없다며 소송 진행을 선택했다.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그런 나를 긍정적으로 잘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그런 나와 사이좋게 잘 지내는 것. 그런 사람은 굳이 자신의 부족한 면을 숨기지 않는다. 아쉬운 대로 자기 삶을 조물조물 잘 만들어가며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행복은 문제가 없거나 성격이 좋고 싸우지 않을 때 주어지는 게 아니다. 그런 뒤죽박죽 일상 속에서 내 할 일을 하며 일상에 충실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내 품에 들어온다.한해가 저물고 새해를 앞두고 있다. 그럼에도 세상은 여전히 팬데믹으로 혼란스럽고 대선과 인플레의 요동, 우울과 혐오정서의 만연으로 어지럽다. 그럴수록 새해에는 더 잘 자고 밥도 잘 챙겨 먹으며 열심히 일하고 재밌게 놀면 좋겠다. 지금의 나를 잘 알고 내 할 일과 즐거움을 잘 찾아 견고하게 지켜내는 것이 곧 성장이고 행복이다.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

2021-12-30 14:02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

[브릿지 칼럼] 새해 부동산 시장 움직일 열쇠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상승세를 이어가던 부동산 시장은 단기 급등에 대한 피로감으로 대세하락기에 접어들었다는 주장과 여전한 공급부족과 계약갱신청구권의 본격시행으로 2022년도에 다시 상승할 것이라는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2022년도 부동산 시장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변수로는 금리상승, 대출규제, 계약갱신청구권 본격시행, 공급부족 등이다.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변수로는 대통령선거, 지방선거, 코로나 장기화 등이다. 이러한 변수들이 영향을 주고받으며 부동산시장은 흘러갈 것이다.먼저, 2022년에도 금리는 지속적으로 상승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2021년 2차례 인상을 통해 기준금리가 0.75%까지 상승했고, 시중 금리는 4~5%대를 형성하고 있다. 2022년에 2~3차례 정도 기준금리가 상승하면서 시중 금리는 6~7%까지 치솟게 되면 대출자들은 이자부담의 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또한 대출규제도 지속될 것이다. 2021년 대출규제가 강화되면서 거래량이 줄어들고 수요자들이 관망세를 유지하고 있다. 2022년에도 대출규제가 지속되면서 거래는 더욱 위축될 것이며, 상황에 따라 거래절벽이 장기화될 수도 있다. 대출규제는 거래를 줄이면서 매매시장을 안정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다. 그러나 대출규제로 실수요자들의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지면서 전세로 눌러 앉는 비율이 증가하면서 전세가격이 급등하는 문제도 발생할 것이다.그리고 계약갱신청구권의 본격시행으로 전세시장은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 2022년 7월은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후 처음으로 임대인들이 전세보증금을 제대로 올려 받을 수 있게 되는 시점이다. 2022년 7월이 되면 전세가격은 큰 폭으로 상승하여 세입자들이 큰 어려움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뿐만 아니라 여전히 공급부족에 시달리게 될 것이다. 서울 아파트의 적정 공급물량은 연 4만7604가구인데, 2021년 3만900가구가 공급되었고, 2022년은 1만8250호로 공급이 더욱 줄어들게 된다. 2021년 3기신도시를 비롯한 4차례의 사전청약이 진행되었지만, 입주는 2025년 이후에나 가능하다. 따라서 대량 입주가 시작되는 2025년까지 향후 2~3년간은 공급부족에 따른 시장불안을 지속될 것이다.가장 큰 영향을 미칠 변수는 3월에 치르지는 대통령선거가 될 것이다. 현재 당선가능성을 보이고 있는 여야 유력 두 후보 모두 2025년까지 180~205만호의 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하겠다는 공약을 공통적으로 내놓고 있다. 그러나 재개발·재건축 규제완화, 다주택자 양도세 일시완화, 대출규제 완화 등은 각 당의 득표 전략에 따라 공약이 정리될 것이다. 따라서 대선 결과 어떤 정권이 들어설지에 따라 시장은 크게 요동칠 것이다.누가 당선이 되던지 시장안정을 위해 금리상승, 대출규제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할지, 아니면 금리상승 폭을 줄이면서 실수요자 위주로 대출규제를 풀어 내 집 마련을 유도할지도 관심사다. 또한 다주택자 양도세 일시완화로 시장에 매물이 나올 수 있도록 숨통을 틔워 줄지, 그리고 공급확대를 위해 재개발·재건축 규제를 풀지도 관심사이다.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

2021-12-29 14:59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

[브릿지 칼럼] '연봉 1위' 세종시가 곱지않은 이유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행정도시인 세종시가 평균 연봉 1위 도시 자리를 확고히 했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세종시가 2년 연속 1위 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2위는 서울, 3위는 울산이었다. 기업도시로 1위 자리를 오랜 기간 차지했던 울산은 이제 3위로 추락한 상태이다.울산은 지난 2018년 직장인 1인 평균 연봉이 4310만원으로 가장 높은 수준을 보여 1위 자리를 유지했었다. 2019년 세종이 4388만원으로 처음 1위 자리를 차지했고 울산은 4351만원에 그쳤다. 2020년 세종이 4515만원으로 높아지면서 4337만원을 기록한 울산을 크게 앞서게 된 것이다.기업도시 울산을 밀어내고 행정도시 세종이 1위 도시로 올라선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기업이 활력을 잃고 공무원 사회가 번성하는 우리 사회의 현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다.우리 나라 공직자에 대한 이미지는 좋다. 어려운 환경에서 묵묵히 헌신하던 분들의 이야기는 훈훈하다. 국민을 위해, 어려운 문제를 풀어가면서 더 나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사명감은 넘쳤다. 특히 경제성장 신화를 이끈 전설 속의 공무원들에게 국민은 존경을 표했다.청와대 경제수석을 지낸 김재익 같은 이가 나온 것은 역사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공무원 사회가 앞장서서 시장경제 체제로 나아가고자 했던 점은 우리 사회가 선진국 경제로 올라서는 기틀이 되었다. 아직도 ‘명령 경제’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중국을 비교해 봐도 이는 선명하게 드러나는 일이다.사실 우리나라 공무원은 성실하고 우수하고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어느 나라에 비해서도 뒤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우리나라가 지금 처한 상황을 보면, 그 우수한 인재들이 제대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우리 기업들이 활력을 잃기 시작한 지 벌써 30년의 시간이 지났다. 1980년 후반 공정거래법에 대기업 규제가 만들어지고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기업들의 성장세는 꺾였다.기업 투자를 격려하던 문화는 사라지고, 기업하는 이들을 범죄시하는 문화가 자리를 잡았다. 기업과 기업인을 처벌하는 법들이 무수히 만들어 졌다. 혁신으로 나아가려는 이들은 움츠려 들었고, 주어진 것을 나누고 편한 삶을 얻으려는 경쟁은 치열해졌다.공무원 일자리에 대한 선호도는 매우 높다. 민간에 비해 특권이 크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관존민비의 풍조가 다시 확산되면서 ‘공무원 우대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공무원과 민간인이 계층적으로 나뉘는 폐해를 우려할 정도이다. 법만 지키면 된다는 의식이 관료주의를 심화시키고 있고, 그렇게 관료 사회는 부처의 권한과 영향력을 확대하는 경쟁에 빠졌다.세종시는 거대한 전시관처럼 화려함을 갖췄다. 멋진 스카이라인, 쾌적한 환경, 신도시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 경제의 수준을 잘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거기에는 빠진 것이 있다. 우리 사회에 다시 활력을 넣겠다는 진취성과 상업성이다.세종시가 24시간 사람들에게 활력을 주는 도시의 기능이 갖춰질 때, 우리 사회는 다시 밝은 미래로 나아가고 있을 것이다.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2021-12-27 14:30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브릿지 칼럼]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2021년 연말 코로나보다 지긋지긋한 ‘이념논쟁’이 고개를 들고 있다. 1987년을 배경으로 남파 간첩과 여대생의 러브라인을 그린 JTBC ‘설강화’로 촉발된 역사 왜곡 논란이 시끄럽다. 단 2회 방영에 청와대 청원홈페이지 게재된 민주화운동 왜곡에 대한 비판과 방영중지 청원은 30만명의 동의를 훌쩍 넘어섰다. 불매운동 위협으로 광고주 기업들은 제작 지원을 중단했다. 당연한 수순으로 작가, 역사학자, 비평가에 OST 참여 가수까지 덩달아 논쟁에 뛰어들었다.우선 ‘설강화’에서 운동권이나 간첩 등 내용은 시대 분위기를 내는 소재로 사용될 뿐 역사 왜곡 의도를 발견하기 어렵다는 견해부터 조심스레 나온다. 운동권 폄훼론자들이나 국보법 운운 세력의 멘털리티는 다같이 열린 사회의 적이고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사회 초석이라는 어느 비평가의 목소리도 설득력을 갖는다.한편 작가의 펜이 늘 정의로워서 그 안에서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어느 작가의 강박 관념도 응원을 얻는다. 역사적 사실을 날조할 권리를 가진 창작자를 응징할 권리는 시민들에 있다는 어느 역사학자의 논리에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나아가 일본 위안부 미화 창작물까지 응징 범위를 넓히면서 창작자의 역사 날조 자유에 대한 사회·문화적 책임도 강조한다.JTBC는 “‘권력자들에게 이용, 희생당했던 개인들의 서사 창작물”이라는 전제 하에 “향후 드라마 전개 과정에서 왜곡, 폄훼 오해가 해소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리곤 시청자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예정보다 앞당겨 성탄절 전후 3회 연속 특별 편성까지 했다. 제작진은 부당한 권력이 개인을 억압하는 비정상적 과거의 되풀이를 막자는 의도로 ’설강화‘를 제작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편성까지 비정상적으로 앞당겨야 하는 작금의 억압은 과연 정당한 상황인지 묻게 된다. 제작진이 민주화운동에 2차 가해할 자격이나 군사정권에 정당성을 부여할 능력이 되는지도 궁금하다. 오히려 그 누가 무슨 권리로 다른 의견을 가진 시청자의 감상 권리, 비평 자유를 침해하고 창작자의 자기 검열까지 함부로 강요할 수 있나 싶다.물론 창작자의 책임은 엄격하다. 법적으로 명예훼손죄는 중대하며 사회, 문화적으로도 결코 자유롭지 않다. 하지만 역사관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드라마 소재로 역사가 등장하는 경우마저 진영 논리로 마구 재단하는 것은 오버 리액션에 불과하다. 2016년 김제동의 영창 개그에 무려 국감 증인을 신청했던 소동이 억지 개그였다면 드라마 소재에 대한 과민 반응은 나중에 또 다른 드라마 소재가 될 것이다.올해 초 2회 만에 조기 종영한 SBS ‘조선구마사’의 오점을 기억하고 있다. 중국풍 소품과 일부 실존 인물 왜곡 논란이 우리 드라마에 많은 시사점을 던졌다. 5·18 왜곡 처벌법도 등장하고 드라마나 코미디 소재도 극히 제한되는 답답한 현실을 돌아본다면 최근 주민 웹툰작가의 시민 독재·자기 검열 운운은 괜한 볼멘 소리가 아니다. 성역은 자꾸 만들어 감출수록 더 더럽혀질 뿐이다.우리는 ‘열린 사회’에 살고 싶다고 말한다. 하지만 막상 사도세자처럼 꽉 막힌 뒤주 속에 스스로 갇힌 것은 아닐까? 어느 법무부장관의 말처럼 그야말로 소설쓰는 횡포가 두렵다. 거창하게 칼 포퍼까지 들먹일 필요도 없다. 창작과 조작은 구별하자. 성숙한 민주주의라면 예술가의 창작 대신에 선동가의 조작을 검열해야 마땅한 시대다.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2021-12-26 14:26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브릿지 칼럼] 샤덴프로이데와 카르페 디엠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학교 다닐 때 나보다 공부를 못했던 친구가 승승장구하며 잘나갈 때 느끼는 씁쓸함. 그런데 코로나19로 사업이 힘들어졌다는 소식에 안타까움보다 고소함을 느낀다. 잘나가는 연예인이 과도한 노출 사진이 인터넷에 게재되면 안됐다는 생각보다 쾌락을 느낀다. 이처럼 다른 사람의 불행을 보면서 느끼는 긍정적 정서를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고 한다. 직장 상사가 어리석은 실수를 저질러 망신당하는 것을 보며 쌤통이라고 생각하는 것, 경쟁 팀의 실패에 희열을 느끼는 심술궂은 마음까지 모두 샤덴프로이데에 해당된다. 샤덴프로이데는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 상황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구글 트렌드에서 전 세계를 대상으로 ‘Schadenfreude’를 검색한 결과 평균 20선 이하였다가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장된 2020년 9월~10월에는 최대 100까지 급상승했다.코로나19와 같은 위기가 닥칠수록 우리 대부분은 자신을 더 좋게 생각하고 싶어하고 긍정적인 심리를 유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한다. 그 중 가장 쉬운 방법이 능력이나 자질 면에서 자신이 남들보다 우위에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는 것이다. 남들의 실패를 보면 자신의 부족감이 누그러지고 절실했던 우월감을 잠깐이나마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우리는 자신의 존재가치 즉 자존감을 얻기 위해 끊임없이 남보다 우월한 부분을 찾기 위해 남과 비교를 시도하는 뇌구조를 가지고 있다. 남보다 더 나은 부분을 발견했을 때 느끼는 쾌감이 자신의 열등감을 극복하고 자존감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준다. 결국 샤덴프로이데는 비뚤어진 감정이지만 긍정적인 측면도 있는 것이다.문제는 샤덴프로이데가 전염된다는 점이다. 마음속으로는 그렇게 느꼈더라도 밖으로 드러내지 못하던 감정이 집단화되면 대범해진다. 심지어 남의 불행을 바라보는 즐거움을 얻는 데서 그치지 않고 불행을 직접 유발하는 데 동조하기까지 한다. 2020년 상반기를 뜨겁게 달궜던 화제작 ‘부부의 세계’에서도 가장 섬뜩했던 이는 바람 핀 남편이 아니었다. 그걸 나만 모르고 다들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친구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공모에 적극적으로 가담해 주인공을 속이기까지 했다. 그것이 주는 공허한 위안과 가짜 우월감이 그들에게 필요했기 때문이다.이런 샤덴프로이데 감정을 반복적이고 일상적으로 자주 느끼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문제의 원인을 개인주의적 관점보다는 구조적 관점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강하다. 즉 ‘지금의 어려움은 자신의 결함 때문에 빚어진 개인적인 문제’(개인주의적 관점)라기 보다는 ‘사회제도 탓, 코로나19 탓, 정부 탓으로 빚어진 문제’(구조적 관점)라고 해석한다.그렇다면 이런 샤덴프로이데 심리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샤덴프로이데를 구글 트렌드에 검색하면 연관 검색어 1위가 ‘카르페 디엠’(Carpe Diem)이다. 지금 살고 있는 현재 이 순간에 충실하라는 뜻의 라틴어다. 2021년을 마감하는 시점에서 남과 비교해 가짜 우월감을 드러내기 보다는 오롯이 현재의 자신을 기쁘게 하는 일을 찾아보자. 행복은 거기부터 시작된다.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2021-12-22 14:05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브릿지 칼럼] 이재명·윤석열 운명, ‘가족 리스크’에 달렸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이번 대선은 배우자 대선 아니면 아들 대선이 될 가능성이 농후해졌다. 대통령 선거일까지 80일이 채 남지 않았지만 대선 판세는 미궁 속으로 빠지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사이의 치열한 접전이 계속되고 있다. 어느 쪽이 우세하게 더 앞선다는 분석이 불가능할 정도로 ‘깻잎 반장’ 차이의 혈전이 계속되고 있다. 한국갤럽이 자체조사로 지난 14~16일 실시한 조사(전국1000명 휴대전화RDD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13%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누가 다음번 대통령이 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이재명 후보 36%, 윤석열 후보 35%로 나타났다.선거 여론조사는 추세가 중요하다. 불과 4주 전까지 오차범위 밖으로 앞서가던 윤 후보의 지지율은 이재명 후보에게 추월당하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지난달 5일 국민의힘 최종 후보로 결정된 이후 윤 후보의 지지율은 치솟았다. 윤석열 컨벤션 효과였고 ‘윤벤션’으로 불리기도 했다. 정권 유지보다 더 높은 정권 교체 여론에 올라탄 윤 후보의 지지율이었다. 그렇지만 김종인과 이준석 두 인물과 갈등을 빚으면서 윤 후보의 지지율은 하락했다. 지난달 말 가까스로 봉합이 되었지만 그 이후 좀처럼 반등 계기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사람 때문이다. 윤 후보의 배우자인 김건희씨 관련 의혹이 급속도로 불거지며 윤 후보의 지지율은 정체되거나 하락세다.이재명 후보 역시 ‘가족 리스크’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상승세가 자칫하면 꺾이게 될 판이다. 이 후보의 아들이 불법 도박 사이트에서 여러 차례 도박을 한 혐의가 드러났고 마사지업소에 방문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마사지 업소 방문 후 기록한 글의 내용에 의해 성매매 의혹까지 따라 붙었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이 후보 부부가 아들에게 5000만 원을 증여한 것으로 알려지는데 돈의 출처가 어디이고 이 돈이 아들의 도박에 사용되었는지 여부를 의심받는 상황이다.김종인 국민의힘 선대위 총괄상임위원장은 ‘후보자를 뽑는 선거이지 배우자를 뽑는 선거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김건희씨의 각종 의혹이 결혼 전 일이라며 방어에 나섰다. 한편 이 후보의 아들 파행에 대해 ‘20대는 좌충우돌이고 부모가 어떻게 자식의 개인사까지 다 알겠느냐’고 감싸고도는 반응까지 나온다. 과연 그럴까. 유권자들은 이번 대선을 후보자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평가로 인식하고 있다. 후보자에 대한 검증과 평가를 하는데 있어 배우자와 가족 역시 예외가 아니다.‘가족 리스크’가 봇물처럼 터지는 대선 전장에서 후보자의 태도는 더 큰 문제다. 대통령이 될 지도 모를 유력 후보의 의혹 해명은 신속해야 하고 충분해야 하며 정확해야 한다. 윤 후보는 배우자 김건희씨의 무조건적인 대변인이 아니다. 유권자가 도무지 받아들이기 어려운 참담한 의혹과 논란에 대해 김건희씨가 직접 정확하고 충분하게 해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윤 후보의 지지율에 되돌리기 힘든 타격이 예상된다. 이재명 후보 또한 다르지 않다. 자식의 의혹이라고 방어에 급급하면 더 큰 논란으로 번지게 된다. 유력 후보의 ‘가족 리스크’가 유권자의 짜증과 분노를 폭증시킬 정도로 암담한 수준이다. 유권자 표심에 결정적 영향을 줄 정도다. 그래서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대선 운명은 바로 ‘가족 리스크’에 달렸다.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2021-12-20 13:56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브릿지칼럼] 이슈가 아니라 이익이다

엄길청 미래경영학자·전 경기대 경영전문대학원장GE는 미국에서 100년 동안 ‘100대 기업’을 유지해 온 유일한 기업이다. 2017년 중반에 주가가 200달러가 넘었다. 이후 줄곳 내려 2020년에는 코로나 충격까지 겹치면서 50달러 근처로 하락했다. 그 해 적자를 기록했고 100조원 이상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그러나 현재 주가 100달러도 안되는 상태에서 기업 청산가치라 할 PBR(주가자산가치비율)은 여전히 3배가 넘는다.엑슨모빌은 세계 최대 시가총액의 최강 기업이었다. 2015년 주가가 100달러를 넘길 정도로 2010년대 초반 몇 년 동안 상승기조를 유지했다. 하지만 2020년에 고가 대비 3분의 1도 안 되게 급락했다. 그 해 적자가 난 것이다. 그 후 주가는 PBR이 1배 근처로 내려와 일반 기업의 청산가치 정도에 머물고 있다.두 기업이 호조였던 2010년대 전반은 미국이 2008년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라는 부동산금융 발 글로벌 금융위기를 넘기느라 양적완화로 엄청난 유동성을 푼 직후였다. 돈이 증시로 넘쳐오자 대형 투자자들은 익숙한 우량 대기업에 본능적으로 투자했다. 블랙록 같은 세계적 자산운용사도 이런 시기에는 대형우량주에 기본적으로 먼저 주식을 배분하기 마련이다. 이런 때는 일반투자자들이 PER(주가수익비율)이나 PBR 등 기본지표를 무시하고 사들이기도 한다.요즘 ETF라고 포장하는 테마주에도 이런 과잉투자현상은 역력하다. ETF는 미국 통화당국의 금리인상과 테이퍼링이 예고된 상태에서 곧 시중유동성이 더 빨려 들어가기 전에 대중투자 고객들을 쉽게 주식시장으로 이끌려는 투자영업 기법의 하나다. ETF라고 해서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전가의 보도’가 아니다.소프트웨어와 콘텐츠 주식이 판을 치는 요즘, 미국의 저력 있는 기술주인 3M, 인텔, 시스코시스템즈 등은 PER이 여전히 10~20배이다. 일본은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초반 한 때, 나라 전체가 적정 PER을 무시하고 시장평균이 선진국증시 평균의 5배가 넘는 70배까지 오르다가 거품으로 ‘잃어버린 30년’을 맞았다.지금은 엄청난 고 PER주인 테슬라지만 미래 주가는 자기가 만드는 이익성과를 따라 가게 된다. 지금은 전기차 이슈로 PER이 수백 배가 넘지만 결국 평균 20~30배의 PER로 조정된다. 애플도 한 때 50배를 넘던 PER이 요즘은 20~30배 언저리다. 이것이 엄연한 증시의 역사성이다. 비트코인도 이 문제에 언젠가는 답해야 한다.누구도 주식투자에 너무 몰입적이거나, 지나치게 낙관적이어선 결코 안 된다. 항상 조심하고 유념하고 자제하면서, 분할하고 때론 쉬어가며 투자해야 한다. 주식은 현금이나 저축, 땅이나 금과는 전혀 성질이 다른 위험자산이다. 담대하고 도전적이며 냉정하고 반전의 야망이 있는 내면의 기질이 없다면 굳이 주식투자는 하지 마시라.돈은 안전이 기본이고, 화폐자산의 안전은 현금흐름이다. 정부통화 공급은 마중물에 불과하고, 기업에서 이익증대가 나와 주어야 그게 진짜 현금흐름이고 이것이 주식의 내재가치를 만든다. 2021년 코로나 주가는 대체로 마중물 현상이었다. 더 진정한 미래 주가의 해답은 기업들이 2022년에 자기사업에서 지속적인 이익증대로 보여주어야 한다.엄길청 미래경영학자·전 경기대 경영전문대학원장

2021-12-19 14:50 엄길청 미래경영학자·전 경기대 경영전문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