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베트남에 부는 전기이륜차 바람

조경호 지오홀딩스 대표
입력일 2022-01-07 07:00 수정일 2022-04-24 23:51 발행일 2022-01-0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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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호 지오홀딩스 대표

동남아시아 특히 베트남 오토바이 시장에서 변화의 움직임 포착되고 있다. 베트남 최대도시 하노이의 인민위원회는 기후변화에 적극 대처하는 국가정책 차원에서 오토바이의 도심진입 전면금지를 추진 중이다. 2030년으로 예정돼 있었는데, 5년 앞당겨 오는 2026~2030년께 변경 시행할 것을 예고했다. 이에 각국의 오토바이 생산 업체는 베트남 시장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다. 내연기관이 아닌 전기 오토바이로 승부수를 걸고 있는 것인데, 한국의 전기 오토바이 관련 중소기업들도 이를 주목하고 있다. 

베트남 오토바이 시장은 연간 300만대의 새 오토바이가 판매되는 약 6조원 규모의 시장으로, 세계에서 4 번째로 크다. 자국 오토바이 생산업체가 전무한 베트남에는 일찍이 혼다(HONDA), 야마하(YAMAHA), 스즈키(SUZUKI) 등 일본업체들이 앞다퉈 조립생산공장을 지었고 특히 혼다(HONDA)의 경우 1996년 혼다 베트남(HONDA VIETNAM)을 설립한 이래 25년 동안 오토바이 전체 시장 점유율 7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오토바이가 베트남 교통체제의 중심이 된데 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첫째로 베트남의 기후 특성상 겨울이 없기 때문에 오토바이 주행이 큰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둘째로 도시집중화로 기업, 관청, 대학, 거주지가 구 단위로 밀집되어 있기 때문에 평균 일일 이동거리가 28km 안팎으로 상대적으로 주행거리가 짧다는 점이다. 셋째는 하노이시의 경우 연 평균 수입이 이제 막 5000 달러에 도달해 경제적으로 자동차를 구매하기에는 부담이 된다는 점 등이 있다. 

이렇게 오토바이 중심 교통체제에서 견고하게 성장해 온 베트남 오토바이 시장의 상승세가 꺾인 것은 2020년이다. 그해 전체 오토바이 판매량이 전년 대비 약 18%가 하락 한 270만대를 기록했다. 

오토바이가 극심한 교통혼잡과 공기 환경오염 등을 야기하는 주범일 뿐만 아니라 도시 인구밀집을 조장해 도시발전에 방해가 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그동안 오토바이에 대해 관대했던 베트남 당국의 입장이 점차 규제강화의 기조로 변화한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오토바이의 기동성, 이동의 편리함이 오히려 도심에 인구를 집중시켜 도시 발전에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지난 25년간 베트남 교통이동수단의 중심이 된 오토바이 시장의 아성에 금이 가기 시작하자 전기이륜차가 그 대체 수단으로 급부상 하고 있다. 2018년 베트남 최대 민영 기업인 빈(VIN) 그룹이 자회사 ‘VINFAST’를 설립하여 전기자동차, 전기이륜차 시장에 뛰어 들었고 2019년에는 중국의 유명 전기이륜차 메이커인 ‘YADEA’가 베트남 전기 이륜차 시장에 제품을 출시했다. 이밖에 베트남 로컬 중소업체들도 전기이륜차 시장 진입을 선포했다. 

반면 혼다, 야마하, 스즈끼 등 파워트레인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는 전통적인 일본 오토바이 생산 메이커들은 현재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 고가의 신제품 출시에 신경 쓰면서 판매망을 넓힐 뿐 전기이륜차 시장 성장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아하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한국기업들은 어떨까? 한국은 그 동안 글로벌 이륜차 시장에서 항상 후발주자였다. 오토바이의 경우 혼다 등 일본 기업에게 동남아시아 시장의 선두를 내주었고, 전기이륜차의 경우 중국업체에 밀렸다. 

하지만 전체 전기차 생태계를 살펴보면 LG와 SK, 삼성 등 세계 ‘탑5’ 안에 드는 배터리 생산업체를 보유하고 있으며, 현대, 기아 등 기존 완성차 업체들도 유의미한 전기차 판매실적을 거두고 있다. 또 전기차 분야에서 차별화된 기술력을 갖춘 중소·중견기업들도 적지 않다. 

기술력을 갖춘 한국기업에 지금 변화의 바람이 부는 베트남 이륜차 시장은 무척 매력적인 시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일본과 중국기업들을 제치고 베트남 전기 오토바이시장에도 ‘한류’의 바람이 불기를 기대해 본다. 

조경호 지오홀딩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