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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칼럼

[브릿지 칼럼] 이 가을에 청년들은

엄길청 국제투자전략가/국제투자리서치포럼 회장왕조가 오래가면 어디든지 몰락을 한다. 유럽에서 누세기를 창창하던 왕조들도, 조선왕조도 그랬다. 그 기울어지는 나라의 울타리를 허물고 일본이 무력으로 강제점령을 하는 사이에 우리 조상들은 수탈이란 수탈은 다 당하며 살아야 했다. 그 후 한국전쟁이 마지막 있던 것조차도 모두 다 앗아가고 국민적인 가난을 남겼다. 그 가난이 이제 저만치 멀어진다.세계은행 자료로 보면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GNI)이 2021년에 3만 5168달러로, 이제는 명실 공히 부유한 나라의 대열에 안착했다. 물론 아직 앞선 부자나라들의 평균치인 4만 달러를 완전히 넘지는 못했지만, 선진국 중에서 가장 높은 소득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을 보면 이 또한 시간이 가면 가능할 것으로 본다.우리나라는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연평균 2.8%의 소득성장률을 보인 반면 전체 OECD 선진국의 평균 소득성장률은 -0.2%였다. 같은 기간에 소득성장률이 우리에 근접한 나라는 미국으로 2.5%였는데, 이는 3억 명이 넘는 거대 인구로 6만 달러가 넘는 고소득 구간에서 이룬 성과로는 참 경이로운 일이기도 하다. 우린 이렇게 인구 5000만 명이 넘는 나라로 세계에서 6번째로 부유한 나라가 되었다.우리에게 침략전쟁은 민족의 재앙이고 삶의 악몽이다. 그래서 누구보다 간절히 평화를 바라고, 나라 지키는 일에 지금도 집집마다 젊은이들이 나가서 목숨을 건다. 러시아가 침공한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는 마음이 가장 아픈 나라이다.과학과 역사에서 전하는 우리의 뿌리를 보면 인류의 근원지에서 긴 세월 동쪽으로 이동해온 투지와 문명의 민족임은 틀림이 없다. 실크로드의 상인으로 알려진 소그드(sogd)상인들이 동서로 귀한 물건을 실은 대상을 이끌고 다니면서 믿는 것은 ‘돈’과 ‘믿음’이었다고 한다. 장사 길에서 위험에 처하면 이 두 가지가 해결을 해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평화를 사랑 하는 자신들임을 알리느라 늘 문화공연단을 동행했다고 한다.먹고 살만 하면 공연히도 분란이 생겨나는 게 인간사이다. 가난해도 사랑이 넘치는 일은 얼마든지 있지만, 부유함은 사람의 마음과 마을의 사이를 부패하게 만들기 십상이다. 정기적으로 받는 급여를 뜻하는 샐러리(salary)라는 단어는 사람사이에 필수적 역할이란 의미에서 소금이 어원이란 해석도 있다. 고대시대 전쟁에 나가는 사람의 일당은 계속 집 걱정하지 말고 잘 싸우라는 지속의 의미로 임금(wage)라고 부른다.우리 청년들은 요즘 집 밖에서 할 일들이 많지 않으니 급여도 임금도 만만치가 않다. 나라는 부유해졌는데 젊은 국민들은 자기 나라와 자기 사회와 자기 지역에서 자기가 필요한 것을 얻고 받을게 별로 없어 보인다. 상당수는 심지어 자기 집안에서도 그렇다.이런 가운데 정치현장에 유난히 젊은 세대들이 많아지고 있다. 소통세대다운 직접정치의 시대현상이기도 하고, 참여정치 문화의 진전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들도 세대적인 돈과 믿음의 바라는 바가 있다면 그걸 얻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지 같아 보이기도 한다.요즘 큰 정치 이슈도 주로 MZ세대들이 만들고 청년들이 주도하며 논쟁을 가져간다. 여야 이슈의 배후에는 대체로 젊은 국민들이 포진하고 있다. 원로들의 눈에는 그들이 금도를 넘지 않은 가운데, 선배들이 잘 품어 주는 게 답일지 모르지만, 그들의 문제는 그게 전부가 아닌 것 같다.나라와 사회가 격동기에 처해서 청년들의 급여와 미래세대의 임금이 여의치 않으면 가정과 가족의 환경에서 먼저 이런 문제가 완화되어야 하지만, 그게 안 되는 가정이 부지기수이다. 그리고 부모나 자녀들이나 정치여론 조사에서 사회형편의 추이를 살핀다. 대통령도 여야정치인도 요샌 여론추이에 절절 맨다. 점점 내 문제나 가정이나 가족 문제도 인과관계의 구성이나 사태호전의 기미를 주로 집 밖에서 찾고 살핀다. 이젠 남녀의 갈등까지도 젊은 국민들 사이에서 등장해 모두를 쓰리고 당황하게 한다.프랑스도 이탈리아도 아니 영국도 독일도 국민소득 3만 달러의 고개에서 국가사회는 흔들리고 찢기고 갈라지기 일쑤였다. 모두 돈이 겉으로의 문제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내용들이 돈과 무관하지도 않았다.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는 코로나 직후 하루하루 살기가 어려워진 세태를 보고, 청년들에게 1인당 1억 6000만 원 정도의 기본자본을 나누어 주자고 제안한 바가 있다. 조달 재원도 그는 제안을 했다. 언젠가 우리도 논의할 개연성이 머리를 스친다.나누어 갖는다는 말에 sharing도 있고, 몫의 배분이란 의미에는 divide도 있다. 주식을 소유하면 share holder라 부르고, 배당금을 dividend라고 한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국가의 경제적 정체성이 이제 산업과 과학의 총체적인 주체가 되어간다. 이전처럼 국민들의 경제력을 모아서 국가경제가 이룩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경제를 일으켜서 그 과실을 국민들이 정의롭고 공정하게 배분하는 세상으로 가는 길목이다. 이대로 가면 정치투표의 주권을 국가적 경제활동의 배분주권으로 치환하자는 논쟁의 시기도 멀지 않은 듯하다.가을이다. 누군가는 추수가 기다려지지만 우리 청년들은 유난히 허허롭다. 그들에게 적으나마 추수의 기쁨을 줄 수 있는 힘과 능력이 부모에게 부치는 가정일수록 이번 가을은 총체적으로 쓸쓸하다.엄길청 국제투자전략가/국제투자리서치포럼 회장

2022-08-29 08:30 엄길청 국제투자전략가/국제투자리서치포럼 회장

[브릿지 칼럼] 과몰입에서 벗어나는 법

김시래 성균관대 겸임교수 겸 롯데자이언츠 마케팅자문위원프로야구의 응원전에 뛰어들었다. 자문을 맡았으니 순리라고 생각했다. 가랑비에 옷이 젖듯 빠져들고 말았다. 좋은 시절엔 다 좋다. 문제는 나쁠 때다. 연패에 빠지자 부작용이 찾아들었다. 대패를 당한 날엔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한숨이 잦아지고 우울증이 따라왔다.4연승을 하다 7연패를 당하는 것이 야구다. 열 번 싸워 여섯 번 이기면 우승을 노리고 네 번 이기면 바닥으로 처지는 게 한 시즌 144경기를 내달리는 프로야구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번갈아 온다. 구단에 계신 분도 일희일비는 소모전이라고 했다. 사람 마음이 뜻대로 되던가. 잘 던지던 투수가 난타당하고 잘 맞은 타구가 수비수 정면으로 날아가 승부가 기울었는데도 이닝을 채우기 위해 던져주는 투수와 끌려나온 타자의 모습은 안쓰러웠다. 뒷골목에 끌려가 두들겨 맞는 아이를 손도 못쓰고 방관하는 무력감이랄까. 이런 지나친 감정이입은 광고주 영입을 위해 프레젠테이션에 발표자로 나서 선발투수 역할을 맡아 가슴 졸이던 과거가 동병상련으로 작용했던 듯하다. ‘순간을 즐기라(win the moment!)’는 구단 홍보 영상을 맡은 사람이 승패의 스트레스에 빠졌으니 흉내만 내는 거 아니냐며 아내가 혀를 찼다. 요즘은 좋은 소식이 날아들길 기대하는 마음으로 산다. 뉴스 보듯 힐끔거리며 채널을 드나든다. 지나친 몰입에서 벗어나야 즐기게 될 것이다.유년기의 술래잡기를 떠올려보자. 저녁상을 차려놓은 엄마의 존재를 잊을 만큼 열중했다. 온 몸이 땀에 젖어 곤한 잠에 빠졌지만 하루만 지나면 그 곳으로 다시 달려갔다. 마르지 않는 샘처럼 쓸수록 에너지가 솟아나는 게 몰입이다. 이틀 밤을 지새웠던 광고공모전의 추억도 그랬다.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르는 시간은 놀라운 성과의 원천이다. 그러나 뭐든 지나치면 독으로 변한다. 일 때문에 바빠서 쉴 수도 없고 먹지도 못한다며 오열하는 유명 여가수가 자신의 영상을 공개한 뒤 며칠이 안가 자신의 행동을 사과한 일이 있다. 스타덤의 스트레스가 현실감을 차단한 탓이다. 이게 심해지면 아예 작동 불능이 된다. 야구선수와 골퍼들의 입스(Yips)가 그렇다. 포수가 도루를 막으려 송구할 때 공이 뿌려지지 않거나 골퍼가 손목이 굳어 스윙 자체가 안되는 증상이다. 아직 오지도 않았고 어쩌면 있지도 않을 실패의 불안감 때문이다.몰입이 인간을 향하면 비극적 결말로 치닫는다. 김유신의 말은 주인이 술에 취하자 천관녀의 집으로 향했다. 주인이 늘 하던대로 길을 잡았다. 그녀는 김유신의 어미가 극구 반대한 기녀였다. 술에서 깬 김유신은 말을 베고 안장을 버려둔 채 집으로 돌아갔다. 애마의 목을 자르고 사랑을 끊어내는 냉혈한이 되고 나서야 그 곳을 탈출할 수 있었다.과몰입을 벗어나는 방법은 뭘까. 틈이 있어야 바람이 드나들어 습기와 부패를 막아준다. 사람도 떨어져 있을 때 상처받지 않는다.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라. 좋은 방법이 있다. 어디로든 걸어나가라. 다가서는 풍광과 스쳐가는 바람결이 삶의 리듬과 루틴을 되찾아 주리라.김시래 성균관대 겸임교수 겸 롯데자이언츠 마케팅자문위원

2022-08-25 14:04 김시래 성균관대 겸임교수 겸 롯데자이언츠 마케팅자문위원

[브릿지 칼럼] 형편대로 사는 지혜

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지인 중에 인품이 참으로 훌륭한 분이 있다. 온화하고 합리적이고 마음이 따뜻한 분이다. 물론 불필요한 말이나 괜한 자기 자랑도 없을뿐더러, 재미 삼아 남의 얘기를 하거나 옮기지도 않는다. 말수가 적고 우스갯소리 같은 농담도 잘 안 한다. 그러나 고민도 잘 들어주고 함께 있는 사람들을 배려하고 늘 주변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준다. 그래서 만날 때마다 새삼 나 자신의 됨됨이와 행동을 돌아보며 남을 배려하며 살아야겠다는 반성과 더불어 나름의 긴장감도 든다.말수가 적은 그분이 평소 남에게 자주 하는 말이 있다. 그 하나는 ‘고맙다’는 말이고, 다른 하나는 ‘애썼다’는 말이다. 자판기 커피 한 잔을 사도 고맙다고 하고, 좀 나누고 싶은 게 있어 여쭤보면 물어봐 줘 고맙다고 한다. 일이 바빠 연락이 뜸했다고 오랜만에 연락하게 되면 열심히 사느라 애쓴다고, 건강 잘 챙기라고 한다.‘고맙다’, ‘애썼다’ 외에도 가끔 양념처럼 쓰는 말이 있다. 바로 ‘형편대로’라는 말이다. 형편(形便)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일이 되어 가는 상태나 경로 또는 결과’, 그리고 ‘살림살이의 형세’라는 뜻이 나온다.첫 번째 뜻으로 보면, “세상이 돌아가는 형편이 어떤지 궁금하다” 등과 같이 일이 되어 가는 상태 등의 의미로 사용할 수 있고, 두 번째 뜻은 살림살이의 형세, 즉 “형편이 안 좋다”든가 “형편이 어렵다”처럼 사용을 할 수가 있다. 지인이 자주 쓰는 ‘형편대로’는 두 번째 의미로 보인다. 내 살림살이 형편대로 하자는 말일 게다. 분수에 맞지 않게 남의 눈을 의식하고 따라 하다 보면 그야말로 형편에 맞지 않는 일들을 할 수도 있으니 무리하지 말고 그저 내 형편에 맞추어 예의를 지키며 살자는 의미이겠다.형편대로 산다면 매사에 별 무리가 없다. 어찌 보면 ‘애쓴다’라는 말과는 다소 상반된 의미일 수도 있겠다. ‘애쓴다’라는 말은 마음과 힘을 다하여 무엇을 이루려고 힘쓴다는 의미이니, 노력과 수고로움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상황에 다 맞는 것은 아니겠으나 애를 써서 될 일이 있고, 그저 형편에 맞추는 것이 오히려 나은 일이 있으니, 어찌 보면 상황마다의 판단은 본인의 몫일 것이다. 그러려면 먼저 내 형편을 잘 파악해야 하겠고, 상황마다 적절한 판단이 가능해야 하니, 통합적 사고가 필요해 보인다.아무튼 이 ‘형편대로’라는 말은 어느 상황에서도 쓸 수 있는 만능언어이다. 물가도 많이 오른데다가 월급은 늘 그 수준이다 보니 살림살이 역시 늘 고만고만하다. 코로나로 미뤄진 경조사 소식이 몰리는 달이면, 뻔한 살림에 일일이 다 챙기고 인사하며 살기가 녹녹지 않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개인적으로 아주 가깝진 않아도 모르는 척하기 애매한 지인들이 많이 생기기 때문이다. 아주 가까운 지인이 병을 얻었다. 안타까운 마음은 크지만, 옆에서 해줄 수 있는 게 많지 않으니 속상하다. 형편껏 되는대로 도움을 드리기로 했다. 매사 이렇게 형편대로 살면 힘든 시기도 그럭저럭 지혜롭게 보낼 수 있지 않을까. 본인의 형편을 알고, 나아가 상대의 형편을 헤아리려 노력하다 보면, 그다지 이해 못 할 일도 많지 않고, 섭섭할 일도 적어진다. 고맙다, 애썼다는 말과 함께 늘 형편대로 살자는 지인께 감사하다. 스승은 늘 내 주변에 있다.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

2022-08-24 14:03 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

[브릿지 칼럼] 패자부활전이 있는 사회

박봉규 2022 세계가스총회 조직위원장1960년대 고교 야구는 정말 인기 스포츠였다. 야구부를 둔 학교들이 대개 지역 명문 고교였기에 동문과 지역이 뭉쳐진 응원 열기는 지금 프로야구에 못지않았다. 특히 청룡기 대회는 패자부활전이 있어 유명했다. 올림픽 유도 경기도 패자끼리 겨루어 1위를 차지하면 동메달을 주지만, 청룡기 대회는 패자가 치루어야 할 경기 수가 많아 힘도 들었지만 우승까지도 가능하다는 데 묘미가 있었다.토너먼트 게임은 한 번 지면 탈락이라 매 경기에 혼신의 힘을 다해야 한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그 경기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쳐온 선수들에게는 너무 가혹하다. 한판 승부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아쉬움과 패자에 대한 배려로 월드컵 축구에서는 예선은 리그전으로 치르되 결선은 상위 팀끼리 토너먼트로 승부를 가리는 혼합형을 운용하기도 한다.삶은 매 순간 결단과 이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토너먼트 게임의 연속이다.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처럼 한 번 선택한 길은 되돌릴 수 없다. 그러나 한 번 결정으로 전체 승부가 갈리고 패자가 된 사람에게 재기의 기회가 제공되지 않는 사회는 비참하다. 사회가 발전하려면 그 안에서 끊임없이 패자부활전이 반복되어야 한다.역사를 보더라도 패자에 대해 포용력을 발휘한 국가, 유동성이 보장된 사회일수록 발전 가능성이 커진다. 패자 부활전이 보장되는 유동적인 시스템이 구축되어야만 개인은 실패로 나락에 떨어지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되고, 이러한 재기와 성공 스토리가 쌓여 국가나 사회 또한 앞으로 나가게 된다.우리 헌법은 사회적 특수 계급은 인정하지 않지만 해방 이후 2세대가 지나면서 자연스레 학력과 재력 직업 등을 바탕으로 새로운 신분 질서가 형성되고 있다. 경제적 양극화가 사회적 계층으로 이어지고 기득권층은 자신들의 우위를 자녀들에게 세습시키려 별의별 수단을 동원한다. 중산층에서도 탈락한 이들은 개인 노력만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한계를 절감해 사회 불만 세력으로 자라게 된다.우리나라는 자유 민주주의를 근간으로 한다. 삶에 대한 권리와 책임은 1차적으로 개개인이 져야 하고 이는 패자부활전에 참여하는 주체 또한 개인이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패자 부활전을 치를 의욕이 있는 개인이 활동할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은 국가의 의무이다. 벤처 기업계에만 재도전의 기회가 주어져야 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 모두에게 주어져야 한다.역경을 딛고 성공한 예외적인 스토리만 강조하면서 개인의 노력으로 모든 것이 가능하다는 환상을 심어주는 것은 온당치 않다. 보통 사람도 가능하게 제도를 정비하고 지원하는 것이 바른 길이다. 패자 부활전의 존재는 승자에게도 현실에 안주하지 않게 하는 자극제가 되어 사회 활력의 총합이 커지는데 기여하게 된다.교육제도 개혁을 통해 국민 각자가 타고난 자질과 노력에 의해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성공 트랙을 다양화 하는 일, 복지권 강화로 패자에게도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고 재도전을 지원하는 인프라를 까는 일이 중요하다. 내가 선택해서 간 숲속 길에서 방향을 잃었을 때 옛길로 되돌아 갈 수는 없지만 다시금 마음을 다잡고 새 길을 찾아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박봉규 2022 세계가스총회 조직위원장

2022-08-22 14:33 박봉규 2022 세계가스총회 조직위원장

[브릿지 칼럼] 제2의 다빈치 탄생을 희망하며

권희춘 (사)한국인지과학산업협회 상근부회장 겸 美 캐롤라인대 AI·드론학과 교수지난 1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자율주행차, 무인항공기, 무인선박 등 관련 부품·소프트웨어 전시, 도심항공교통(UAM) 동향 등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2022 무인이동체산업엑스포’가 열렸다.무인이동체란 자율주행과 원격조종이 가능한 이동체로 운용환경에 따라 드론·PAV, 주행로봇, 무인선박 등으로 구분된다. 무인이동체 범위에는 인공지능과 ICT, 로봇, 항공, 센서, 위성 GPS 등 첨단기술의 집약체로 모빌리티, 국방, 배송, 도시관리, 재난대응, 환경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 가능한 것이 포함된다.이번 전시회를 눈여겨봐야 할 점은 코로나 시국이던 지난 3년 동안 무인이동체에 관한 기술 발전이 획기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이다. 이는 영화에서나 가능한 다양한 무인이동체 관련 장비의 전시 및 시연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다. 다양한 국내 무인기(드론) 관련 기업들이 참여해 국산 드론용 소재 사용 항공기 부품, 배송드론, 다수드론 멀티제어 S/W, 장치체공 스캔 드론, 무인비행체 통합 관제 플랫폼 등의 최신 기술도 출품했다.특히 드론 관련 제품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세간의 관심 또한 높은 분야이고 미래 먹거리라고 할 만큼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제품이 많이 출시됐다. 드론과 운용 인프라, 서비스 플랫폼 등 미래 유망 산업의 시장 및 인력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정부와 기업의 신기술 개발과 인력 양성 관련 주요 성과도 전시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특히 드론 분야의 경우 전문가를 만드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기술과 노하우 접목도 필요해 지속적으로 융합인재의 양성이 필수적이다.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르네상스 시대의 대표적인 인물로서 만능의 천재라고 일컬어진다.‘최후의 만찬’, ‘모나리자’ 등 12개의 그림을 그린 대화가이며, 5000매의 노트와 1967년 스페인의 마드리드에서 발견된 700매의 노트를 남기기도 했으며, 전차·기관총·대포 등의 제작법을 개발했다. 관개 수리와 운하공사의 준설기의 제작기술과 회화와 조각에도 능통했다고 한다.그는 회화는 물론 문학, 음악, 의학, 특히 해부학, 식물학, 물리학, 광학, 역학, 수학, 지리학, 지진학, 천문학, 기상학, 건축학, 토목학, 수리학, 병기학, 화석학, 기계학 등에 능통하여, 이른바 그는 만능학을 정열적이고 독창적인 방법으로 연구했다고 한다.다빈치의 위대한 업적은 그가 활동했던 르네상스 시대와 무관치 않다. 이 시대는 ‘인간이 가진 고유 능력’을 중시한 매우 독특한 시기였다. 인간의 창의성을 높이 평가했던 이탈리아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 등 많은 후원가 덕분에 당시 예술가들은 창조적인 작품을 그릴 수 있었다.현재는 다빈치가 살던 시대보다 지식을 얻고 습득하는데 어려움이 없다. 관련 자료도 많고 쉽게 찾을 수 있는 기록들도 많아서 참고하여 필요한 분야의 융합제품을 만들어 내는데 어렵지가 않다.새나 곤충의 날갯짓을 보고 연구하여 비행기를 원리를 고안해낸 다빈치처럼, 지금의 젊은이들은 서울 한복판 강남에서 열리는 다양한 기술전시회나 콘퍼런스의 풍요로운 환경이 다빈치처럼 여러방면에서 창의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이른바 ‘르네상스인’을 탄생하기를 희망해 본다.권희춘 (사)한국인지과학산업협회 상근부회장 겸 美 캐롤라인대 AI·드론학과 교수

2022-08-21 14:10 권희춘 (사)한국인지과학산업협회 상근부회장 겸 美 캐롤라인대 AI·드론학과 교수

[브릿지 칼럼] 대학 이름도 상표권이 있다

전소정 지심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연세치과, 연세소아과, 연세안과… 우리 동네에만도 다양한 ‘연세’ 병원이 많다. ‘경희’태권도장도 한두군데가 아니다. 이런 이름을 보면 소비자들은 연세대학교를 나온 의사나 경희대학교를 졸업한 사범이 운영하는 곳이라 으레 생각한다. 운영자들의 의도도 크게 다르진 않다. 그러나 운영자와 소비자의 의도와 달리 대학교 이름을 사용한 상표들이 대학교의 상표권을 침해하는 행위가 될 수 있다는 점은 주의가 필요하다.병원이나 태권도장에 굳이 학교 이름을 넣고 싶어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연세’라는 대학교 이름에 쌓인 명성과 소비자들의 신용이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연세’라는 대학교 이름은 브랜드 가치가 높은 ‘상표’로서의 역할을 한다. 운영자로서는 ‘자신이 실력 있는 연세대학교 의대나 치대를 졸업했으니 소비자들은 실력을 믿고 안심하셔도 됩니다’라는 의사표시를 하는 것일 뿐, 연세대학교의 상표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을 하는 경우가 많다.그러나 이 주장 자체가 ‘연세’에 쌓인 신용과 명성에 편승하려는 의도를 자인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자신이 연세대학교 출신임을 드러내는 것은 광고 문구 등을 통해 서술할 수 있음에도 병원서비스업의 상표 자체에 ‘연세’를 사용하는 것은 ‘상표적 사용’으로서 바로 상표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그렇다면 상표권 침해의 기준이 되는 ‘상표적 사용’은 어떤 뜻일까? 이 뜻을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상표법에서 정의하는 ‘상표’와 ‘사용’의 의미를 이해해야 한다.‘상표’는 자기의 상품과 타인의 상품을 구별하기 위해 사용하는 표장이다(상표법 제2조). ‘사용’은 상품 또는 상품의 포장에 상표를 표시하거나 그 표시한 상품을 판매, 전시, 수입, 수출, 광고하는 행위를 행위를 포함한다. ‘연세치과의원’ 또는 ‘연세oo내과’ 등으로 표시할 경우 ‘연세’대학교 출신의 병원으로 인식되어 ‘연세’ 들어가지 않은 다른 병원들과 구별하기 위한 목적의 사용이고, 이를 병원 간판 또는 홈페이지에 표시하여 광고하는 행위이기에 ‘상표적 사용’이 분명하다. 다만, ‘스마일치과’라는 별도의 이름이 있고 홈페이지 등에서 ‘본원은 연세대학교 치과를 졸업한 의사선생님들이 진료합니다’라고 서술한다면 이 서술은 더 이상 상표적 사용이 아니다. 판례에서는 자신이 해당 학교의 출신임을 표시하기 위해 학교의 로고를 사용하는 것까지도 상표권의 침해로 보지 않는다.따라서 자신이 나온 명성 있는 대학의 이름을 자신의 상표에 사용하고 싶다면 그 욕구 자체가 대학 상표의 신용에 편승하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는 것임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대학교명을 대학교의 허락 없이 상표로 사용하는 것은 다른 상표명을 도용하는 것과 다른 차원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럼에도 자유롭게 대학교명을 사용하는 것은 대학교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기관이 아니라는 안일한 인식에서 비롯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대학교의 이름도 브랜드다. 대학에서도 이제는 상표권 행사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는 추세에 있기 때문에 대학 브랜드를 사용하는 상표의 경우 대학과 라이센스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라이센스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다른 상표를 고안하고 별도로 자신의 출신 학교를 홍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전소정 지심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

2022-08-18 14:04 전소정 지심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

[브릿지 칼럼] 나의 황금기 노년

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한국 철학의 대부인 연세대 김형석(102) 명예교수는 “인생의 황금기는 60에서 75세 사이이며 정신적 성장과 인간적 성숙은 한계가 없다”라고 했다. 그렇다, 주변을 돌아보면 노년에 황금기를 누리는 분들이 꽤 많다. 원로배우 윤여정(75), 오징어 게임에서 깐부로 유명한 오영수(78) 배우와 국민MC 송해가 그러하다. 한결같이 그 분야에서 꾸준히 쌓아온 노력의 결실이다.한편 퇴직 후 인생 2막에 성공하여 황금기를 누리는 은퇴자들도 부쩍 늘고 있다. 한형철 씨는 평생 다닌 은행에서 명예퇴직 후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를 고민했다. 기술을 배우고 자격증을 따는 등 다방면으로 노력하였지만, 불가능했다. 고심 끝에 평소 자신이 좋아했던 취미를 살려 오페라 해설가의 길에 도전했다. 관련 콘텐츠를 정리해 블로그에 꾸준히 올렸고, 올린 글을 책으로 출간한 게 좋은 반응이 왔다. 현재 오페라 해설, 강의와 칼럼 기고 등으로 바쁜 나날을 보낸다.이외에도 많다. 교장으로 퇴직 후 허약한 건강을 지키려고 시작한 보디빌더가 제2의 직업이 돼 헬스트레이너로 활동하는 서영갑(86)씨, 대기업 퇴직 후 5년 만에 세계 10대 트레킹 코스를 완주하고 여행 작가가 된 이영철(66)씨, 늦은 나이에 시니어 모델에 도전해 평생의 꿈을 이룬 김칠두(67)씨 등이 덕업일치로 황금기를 맞이했다.이처럼 은퇴 후 노년의 황금기는 젊은 시절 소위 직업적 측면에서 명예, 지위, 경제력 등에서 잘 나가던 때와는 사뭇 그 의미가 다르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소질과 역량을 맘껏 발휘하는 자아실현이나 자신이 이 세상에 태어난 무언가의 사명을 실천한다든지 혹은 봉사활동 등을 통하여 의미 있는 가치를 실현할 때 맞이한다. 따라서 물질적인 성공보다는 정신적인 측면에서 개인의 성장과 내면의 성숙에 가깝다.그럼 은퇴 이후의 삶을 황금기로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먼저 은퇴 이후의 삶이 인생의 새로운 황금기인 제3기 인생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장수로 한 번 더 새로운 인생을 살아보라는 기회가 주어졌다. 지금까지 터득한 연륜의 가치를 유감없이 발휘하는 절호의 기회로 이 기간을 활용해야 한다.둘째, 은퇴 이전에 화려했던 자존심을 내려놓아야 한다. 현역 시절의 갑옷을 벗고, 자신에게 집중해야 새로운 출발이 가능하다. 진정한 은퇴의 시작은 자존심과 체면으로부터의 은퇴다.셋째, 목표를 설정하고 중장기 계획으로 꾸준히 준비해야 한다. 구체적인 실행계획으로 퇴직 10년 전부터 사전에 준비할수록 좋다. 퇴직 이후라도 늦진 않지만, 최소 3~5년간 필살기 수준으로 집중적으로 노력해야 가능하다.마지막으로 목표 지향보다는 진행 과정을 즐겨야 한다. 좋아하는 일로 시작하면 중도에 포기하지 않는다. 자신이 과연 가치지향적인 삶을 살고 있는지 수시로 점검하면서 진행하는 과정에서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 그래야 목표에 미흡하더라도 후회하지 않는다.은퇴는 하던 일을 그만두는 위기가 아니라 새로운 일을 할 수 있는 기회다. 차근차근 준비하면 황금기로 만들 수 있다. 은퇴 이후 30여 년이나 되는 제3기 인생을 그냥 덤이나 인생의 자투리 정도로 착각하고 허비하면 큰 오산이다. 삶의 방식을 리모델링하거나 혁신하여 황금기로 살 것을 권장한다.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

2022-08-17 14:13 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

[브릿지 칼럼] 대우조선해양, 과연 미래가 열릴까?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조선업은 수주산업(受注産業)이다. UAE에 원전을 수출하는 등 대형발전시설과 선박, 산업용기계와 대형플랜트 등을 생산하는 산업이 바로 전형적인 수주산업이다.또 유력한 경기지표(景氣指標)가 절대적 고려사항이다. 6~7년의 불황기의 고통을 이겨내야 3~4년의 호황기의 기업번영을 이어갈 수 있다.2000년 이후 한국은 실질적으로 세계조선산업을 선도하게 됐다. 현대중공업그룹, 삼성중공업 그리고 대우조선해양(이후 대우조선), 3대사가 주인공들이다.그 중 대우조선은 끊임없이 말썽꾸러기였다. 지난 7월22일 대우조선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파업이 종결됐다. 장장 51일의 파업, 도크를 점거해서 생산을 중단시킨 최초의 사례였다. 하청노조파업은 일단락되었지만 22년째를 맞는 KDB산업은행(이후 산은)의 대우조선관리 책임론이 부각되고 있다.박근혜 정부 후기 방만경영을 해오던 대우조선은 감사원 감사결과 2년 동안 1.5조원의 분식회계를 하고서도 2000억원의 성과급 잔치를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대우조선 전 CEO인 남상태 전 사장과 고재호 전 사장 등은 유죄판결을 받았다. 또 대우조선 전 CFO(최고재무책임자)인 산은 출신 김갑중 전 부사장도 유죄판결을 받았다. 관련회계법인 안진도 책임을 면키 불가했다. 결국 안진의 이정희대표 조차 사퇴했다. 이명박정부와 박근혜정부 대대로 40%가 넘는 경영비전문 정치인들의 낙하산 사외이사(감사위원) 논란도 문제꺼리였다.이런 가운데에서도 1999년 산은의 기업개선작업이래 대우조선 매각은 끊임없이 이어왔지만 무능일변도였다. 2019년 1월말 현대중공업에 인수된다는 발표가 있었다. 2019년 2월 11일 삼성중공업은 인수의사 없음을 밝혔다.결국 대우조선과 현대중공업의 결합은 EU의 반대로 무산됐다. LNG운반선등의 독점 때문이다. 이를 무리하게 추진한 산은 이종걸회장의 재벌편애에 따른 책임론이 뒤따르고 있다. 지난 3월 임기를 시작한 대우조선의 현 박두선사장은 문재인 전 대통령의 동생과 한국해양대학교 동기로 취임전부터 ‘낙하산 알박기’란 논란도 뒤따랐다.이제 윤석열 정부 출발 후 산은 회장에 강석훈 전 성신여대 경제학교수가 들어섰다. 전임자 이종걸 회장과 같이 모두 경영현실에 어두운 경제학자들이다. 산은을 혁신·지휘하고 산하기업인 대우조선의 새 주인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우조선이 다시 시장에 나올 경우 포스코, 한화, 효성이 거론되고 있다. 국제시장에서 2세, 3세 경영세습에 따른 투명경영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는 한국의 재벌기업보다 또 선박의 주원료인 후판(6mm이상의 두꺼운 철판)을 생산하는 포스코와 집중논의하고 방만경영 속에서 성장한 대우조선 경영진보다 현대중공업그룹등에서 성장한 재무전문가, 기술과 수주전문가를 새롭게 탄생하는 대우조선에 경영자로 투입해 혁신을 강행하면 어떨까 싶다. 물론 우선 산은도 개벽해야 된다.또 대우조선 노조는 최근 퇴임한 문성현 전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의 충고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는 “민주노총이 경사노위에 들어와서 대안을 마련하라”고 말했다. 호황과 불황이 반복되는 조선업 특성, 즉 현실을 납득해야 한다는 뜻이다.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2022-08-15 14:24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브릿지 칼럼] 은퇴 후 동네는 '보물 창고'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50세 전후가 되면 퇴사압력이 시작된다. 50대 중반까지만 버텨도 다행일 정도다. 고령은퇴를 넘어 중년퇴직이 다반사란 얘기다. 한해 100만 넘게 태어나 사실상 베이비부머의 상징그룹이 된 70년 개띠를 보자. 올해 53세로 시나브로 퇴사 마지노선에 다가섰다. 정년이 남았지만, 명예퇴직이란 타이틀로 물러남을 권유받는 처지가 많다. 중년가장의 무거운 짐을 감안할 때 심각한 사회문제일 수밖에 없다. 늦어진 자녀독립과 길어진 부모봉양에 무거운 본인노후까지 삼중부담의 위험지대에 직면하는 것이다. 해당인구를 볼 때 개인을 넘어 사회위기로 전이될 잠재적 악재다.뾰족한 대안카드가 있다면 인생후반전을 위한 훌륭한 출발일 수 있다. 그게 아니면 퇴사이후의 시간은 아무 것도 못 하는 무위(無爲)의 거대공포가 펼쳐진다. 떠나며 잊혀지는 절대무위의 관계단절이 본격화된다. 실제 주변에선 부러울 정도로 잘 나가던 이가 일과 떠나며 점차 사라지는 사례가 잦다. 뭐라도 할 줄 알았지만, 의외로 동작그만인 채 옹송그린 삶을 보내는 경우다. 불가피한 사정도 있지만, 꽤 많은 빈도는 스스로 집밖을 나서지 않는 자발적인 은둔스타일이 적잖다. 인생무상인 게 열정적인 전성기를 보낸 이들조차 한때의 추억만 떠올리며 시간을 보낸다. 잘 내려오는 법을 익힐 때다. 익숙한 직장과의 결별은 생소한 하루와의 반복을 뜻한다. 수명연장을 볼 때 허투루 보내기엔 꽤 긴 시간이다. 돈벌이가 급하다면 더 절실한 취업·전업·창업카드를 찾을 일이다. 호구지책에서 자유로워도 무위염려는 건재하다. 되레 외부활동과의 접점모색은 더 힘들고 까다롭다. 일만 찾아도 출퇴근의 시간루틴은 당연하지만, 아니면 활동·만족을 맞출 적절한 소일거리는 멀어진다. 취미든 봉사든 본인만의 가치기준·투입수준을 찾는 게 우선되는 이유다.이때 유력한 후보영역은 동네·마을로 갈무리된다. 월급쟁이로 살아온 인생에게 지역공간은 낯익되 생소한 곳이다. 잘 알지만 잘 모르는 이중공간인 셈이다. 평생 주간인구(직장출근)와 야간인구(자가취침)로 분리돼 살다 24시간의 정주인구로 변신했으니 사실상 낮 시간·공간을 모르는 이방인이나 다름없다. 엄연히 순환형의 사회생태계가 가동되지만, 야간인구의 존재·역할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웃도 모르거니와 참여도 없다. 하지만 이곳에 인생2막을 살아갈 기회·활로가 있다. 고정관념만 깨면 동네는 많은 잠재력을 지녔다. 소득활동이든 여가기회든 무궁무진한 연결지점이 존재한다.지역발전론에서는 동네를 보물로 비유한다. 감춰진 보물을 찾아 구슬처럼 잘 꿰면 생산·소비·투자의 경제적 순환효과가 달성된다. 또 지역현안에 참여형 활동주체로 나서면 사회적 파급가치도 기대된다. 신뢰자본의 구축으로 건강한 마을공동체에 기여할뿐 아니라 거래비용이 낮아져 원가절감도 실현된다. 어차피 언젠가는 은퇴할 수밖에 없다면 마을데뷔는 시간문제다. 일찍 나서 먼저 쌓을수록 기대효과는 극대화된다. 기회는 커진다. 향후 한국사회의 최대의제 중 하나는 지역발전, 곧 로컬리즘이다. 지역자체의 지속가능성을 수립·확대하는 과제야말로 트렌드에 가깝다. 현역시절 쟁여둔 막강한 경험·노하우가 마을과 만나면 확장·효과성은 무제한에 가깝다. 결국 동네에서 보물찾기는 본인과 가족·이웃이 함께 엮어낼 행복한 노후모델로 치환된다.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2022-08-11 14:08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브릿지 칼럼] 마음의 상처는 오래 간다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기록적인 폭우가 재난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적지 않은 사망자와 몇백명의 이재민이 발생하는 등 이미 그 피해 정도가 상당한데도 집중호우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재난이 발생하면 재난 피해자들과 그 지역사회를 돕기 위한 심리 사회적 지원 프로토콜이 움직이는데 전문가들에 의한 심리적인 지원이 점차 그 중요성과 효율성을 확인해가고 있다. 사실 세월호 사태나 쌍용자동차 분쟁 등 주요 이슈가 있을 때마다 전국의 상담사들이 자원봉사에 나섰다. 이번 코로나19 상황에서도 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코로나 핫라인을 만들어 무료로 전화상담을 유지해왔다. 재난 후의 사회적 심리지원은 피해 주민과 지역사회에 대한 재난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다. 그 중 심리적 지원은 대체로 조정자와 심리상담 전문가, 특정유형의 훈련받은 자원봉사자들로 구성되며 이들은 각기 서로 다른 시간에 피해자들을 만나 그들의 욕구와 필요에 대해 반응하며 돕는다.연구에 따르면 자연재해는 인간이 유발한 재난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한 영향을 미치면서 전체 공동체를 파괴할 수 있기 때문에 개인의 고통으로 이어진다. 여기서 몇 가지 변수들이 상황을 개선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 우선 희생자라는 느낌보다는 생존자라고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소속감을 느낄 때 절망에서 벗어날 수 있는 힘이 더 강해져서다.또 사회적 분위기 개선을 향한 노력이 필요한데 이는 재해가 나만의 불행이 아닌 한 공동체가 겪은 고통이라는 인식이 있을 때 가능하다. 아울러 자신의 삶에 대한 통제력을 유지해서 무기력감과 의존을 피할 수 있어야 한다. 오래된 일상을 복구해 불확실성을 줄여야 함은 물론이다. 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이들의 신체적 무결성이 우선적으로 보장돼야 하고 재해지와 가까운 환경에서 수행돼야 한다. 재난 트라우마가 만성적인 증상으로 가지 않도록 직접적인 방법을 통하는 것이 좋다. 정상적인 반응을 보이는 생존자를 알리거나 소셜 네트워크를 활성화하는 것도 상황의 악화를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수년 전 화재피해를 경험하고 모친을 잃은 사람이 있었다. 그녀는 1~2년 심리상담을 받고 극복했다고 여겼으나 그렇지 않았다. 여전히 화염에 휩싸인 집과 모친을 구하지 못한 데 대한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음에도 옛일에서 다 회복된 것처럼 남들과 다를 바 없이 행동하며 티내지 않고 살았다. 하지만 이젠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대응하는 자신의 태도가 그녀를 힘들게 했다. 수년이 지났어도 TV뉴스에 화재보도가 나올 때면 당시 악몽이 떠올라 벌벌 떨게 된다. 관련 주제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듣거나 말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곤 했지만 사람들은 시간이 꽤 지났으니 괜찮아졌으리라 여긴다. 이에 대해 아직도 그렇지 않다고 말 못하던 그녀는 자신이 타인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것이 두려웠음을 자각하고서야 자기보호에 편안하고 적극적이 될 수 있었다.그녀와 같은 우리 주변의 재난 피해자들과는 자칫 할 수 없는 일을 약속하지 않아야 한다. 무언가를 강요하거나 대립하지도 않아야 한다. 특히 피해 당사자를 향한 잔소리나 지시는 마치 그들보다 우월한 위치에 있다는 느낌을 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자살이나 타살의 위협에 민감해야 하며 생존자가 말하길 원하면 무슨 말이나 신념이든 들어주는 게 필요하다. 마음이 힘든 이웃을 돕는 것은 결국 우리 모두가 심리적 돌봄을 배우고 주고받는 삶의 과정이다.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

2022-08-10 14:03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

[브릿지 칼럼] 尹정부 공기업 개혁에 거는 기대

박종구 초당대 총장윤석열 정부의 공공기관 개혁 법안이 발표되었다. 예산을 100% 절감하고 정원을 3만명 줄일 계획이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누적된 비효율을 수술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새 정부에서는 공공기관의 비효율과 방만 경영을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며 고강도 개혁이 추진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공기업 개혁은 악화된 재무건전성을 회복하는데 최우선 순위를 두어야 한다. 공기업 부채는 2017년 493조원에서 2021년 583조원으로 90조원 급증한 반면 당기순이익은 4조 3000억 원 흑자에서 1조 8000억 원 적자로 악화됐다. 임직원 수도 10만명이 늘어나 지난해 말 44만명에 이르렀다. 이자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는 공기업이 5개에서 18개에 늘어날 정도로 방만 경영이 심각한 수준이다.공기업의 수익성이 나빠지면서 정부지원이 급증해 지난해 총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8.4%나 된다. 정부가 도입한 재무위험기관 집중관리제도를 엄격히 적용해 새 정부 5년 동안 재무건전성이 획기적으로 제고되도록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특히 고위험군에 속하는 에너지와 사회간접자본(SOC) 공기업의 부채 관리에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과도한 급여 및 복지제도를 손질해야 한다. 350개 공공기관의 평균 연봉은 7000만원에 육박한다. 중소기업 평균의 두 배를 상회한다. 생산성 대비 높은 임금과 직업 안정성으로 신도 부러워하는 직장이 되었다. 도덕적 해이 또한 도를 넘어섰다. LH공사, 한국광물자원공사, 한국전력 등은 사회복지기금 과다 출연, 자본잠식 상태에서 대규모 성과급 지급, 한전공대 설립 비용 자회사 부담 전가 등 방만 경영의 민낯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저리의 주택융자금 지원, 임직원 명예퇴직 부정 수급 등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공기업에 대한 과잉보호를 시정해야 한다. 공사채는 국내 초일류 대기업보다 평균 0.2%포인트 낮은 금리로 조달이 가능하다. 정부의 묵시적 지급보증 때문이다. 정부는 국책사업을 공기업에 무리하게 떠넘기는 관행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책금융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공기업 부채 비율도 OECD 평균보다 월등히 높은 편이다.올해 4만 4000명, 내년 10만명의 대학 진학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한전공대를 설립한 것은 정치적 포퓰리즘의 단적인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이명박 정부때 무분별한 해외자원 개발 추진으로 한국석유공사 등이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것은 타산지석이 아닐 수 없다.인사가 만사라는 말처럼 공기업 개혁은 유능한 최고경영자 선임에 성패가 달렸다. 성공한 기업의 성과 뒤에는 늘 뛰어난 최고경영자가 있다. 낙하산 인사, 보은 인사가 사라져야 한다. 시장과 국내외 투자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검증된 인사가 최고경영자로 영입될 때 공기업의 환골탈퇴가 가능하다.기획재정부와 조세재정연구원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민 72%가 “강도 높은 개혁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하드웨어적 구조조정 못지 않게 공기업 종사자의 의식 변화가 필요하다. 새 정부에서 공기업이 혁신의 주체가 되기를 기대해본다.박종구 초당대 총장

2022-08-08 14:18 박종구 초당대 총장

[브릿지 칼럼] 토지임대부와 환매조건부 주택공급제도 마련해야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최근 몇 년 사이 급등한 주택가격으로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이 어려워졌다. 청약통장을 통한 내집 마련 역시 경쟁률이 높아 당첨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그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는 것이 최근 논의되고 있는 토지임대부 주택과 환매조건부 주택이다.먼저 토지임대부 주택이란 토지소유권은 공공기관에서 보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공급방식이다. 건물만 분양하기 때문에 분양가격은 일반주택의 50% 이하로 저렴하다. 분양 후 일정 기간이 지나야 전매가 가능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임대기간을 40년 이상으로 정하여 갱신계약이 가능하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 관련법을 통해 경기 군포 부곡지구에 389세대의 토지임대부 주택을 공급 하였으나 고분양가로 실패했다. 2012년에는 ‘토지임대부 주택 공급촉진을 위한 특별조치법’을 제정하여 서울 강남 자곡동과 우면동에 각각 358세대, 402세대를 공급했지만 주민 반발로 역시 실패하면서 법이 폐지됐다.다음으로 환매조건부 주택은 공공이 주택을 공급하고, 분양받은 사람이 주택을 매각할 경우 반드시 공공기관에만 매각해야 하는 주택이다. 주택을 매각할 경우 처음 분양가격에 적정한 이율을 적용하여 공공기관이 매입하며, 분양가격은 일반주택의 60~70% 수준으로 공급된다. 환매조건부 주택 역시 2007년 경기 군포 부곡지구에서 시범 실시됐으나 역시 고분양가로 인해 실패했다.그러나 지금은 과거와 상황이 많이 달라져 토지임대부 주택과 환매조건부 주택을 도입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지금은 소득대비 주택가격이 지나치게 상승해 있고, 토지가격을 뺀 건축비만으로 분양한다면 시중시세의 반값에 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에 수요자들의 호응이 높을 것이다. 지금은 주택가격이 지나치게 급등해 있기 때문에 60~70% 수준의 저렴한 가격에 분양된다면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지난 7월 6일 서울주택도시공사는 강서구 마곡지구에 분양한 아파트의 원가가 3.3㎡당 최대 1317만원으로 서울시내에서 25평형 아파트를 짓는 실질원가는 1억5000만원 수준이라 밝혔다. 서울주택도시공사는 지방공기업도 토지임대부와 환매조건부 주택의 매입이 가능하도록 주택법을 개정해 준다면 올 하반기부터 3억~5억원에 분양이 가능하다고 국회의 법 개정을 촉구했다.서울주택도시공사는 일반적으로 땅의 원가는 평당 500만원이고, 건물 짓는 원가는 평당 평균 600만원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익을 고려하여 평당 700만~800만원대에 분양한다면 1억7000만~2억원 미만으로 얼마든지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주택도시공사는 건물만 분양해 집값을 낮춘 이른바 ‘반값 아파트’인 토지임대부 주택을 올 하반기 중 공급할 계획이다.지나친 주택가격 급등으로 내 집 마련의 꿈을 포기한 서민들을 위해 정부는 토지임대부와 환매조건부 주택공급을 서둘러야 한다. 특히, 서울주택도시공사 등 지방공기업도 반값 아파트인 토지임대부와 환매조건부 주택의 매입이 가능하도록 국회의 주택법 개정을 통해 서민들이 반값으로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

2022-08-07 14:41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

[브릿지 칼럼] 대통령의 책이 궁금하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누구에게나 휴식 없는 삶은 황폐하다. 윤석열 대통령이 휴가를 갖는다는 소식이 그래서 반갑다. 정치의 한 복판에서 일에 빠져 있다 보면 리더의 역량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이번 첫 휴가가 충분한 휴식과 여유로운 시간을 통해 국정운영의 비전을 다시 가다듬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대통령이 휴가 때 읽는 도서 목록이 매년 화제가 되고 있다. 사람들은 대통령이 어떤 책을 읽는지 매우 궁금해 한다. 대통령의 생각이 궁금하고, 그가 어떤 방향을 지향하는 지에 대해 알고 싶기 때문이다.한 나라를 대표하는 정치인이기에 대통령은 휴식 기간에도 정치적 활동을 할 수 밖에 없다. 대통령이 “이런 책을 읽고 있다”고 하는 말은, 곧 “내가 지향하는 미래는 이런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함이다. 이는 정치의 본질적 속성상 불가피한 일이다.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유’라는 단어를 35번이나 언급할 정도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중시하는 대통령이다. 자유가 그의 정치 철학이자 비전인 셈이다. 이를 국정에 잘 반영하기 위해서는 그의 정치 철학을 담은 책을 함께 공유하고 실천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밀턴 프리드먼의 선택할 자유는 윤석열 대통령이 ‘인생의 책’으로 꼽아 큰 화제가 되었던 책이다. 자유주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철학의 깊이가 깊다는 것을 짐작케 해 준다.이 책은 20세기 초반 대공황 이후 전 세계에 사회주의 정책들이 늘어나면서 자본주의가 위기를 맞았을 때, 다시 자유주의 정책들을 회복시켜 나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그런 자유주의 철학에 바탕을 둔 정책들을 적극 실천해 냄으로써 미국과 세계경제가 번영의 길로 나아가도록 하는 ‘시대전환의 리더십’을 펼쳐 보였다.우리 사회는 산업화 이후 민주화를 거치면서 다양한 문제점에 직면해 있다. 인기 영합주의와 집단 이기주의가 득세하고, 기득권과 특권을 얻고 누리려는 세력들이 정치세력화에 성공했다. 이들로부터 국민을 지키는 일이 바로 이 시대의 정치인이 꿈꾸어야 할 비전이다.역사의 한 순간이 지나면 반드시 새로운 세상이 열리게 마련이다. 자유는 진보할 수도 있고, 또 반대로 퇴보할 수도 있다. 그 순간마다 누군가는 결단을 하고 실천을 한다. 그 방향과 원칙이 미래를 바꾼다.다행히 대한민국의 근대사는 자본주의가 성숙하는 성공의 역사이다. 자유와 자유기업의 발전을 위해 헌신한 40명의 전문가들이 평가한 역사 속 자유의 순간들을 담은 책 자유의 순간들을 읽다 보면, 어떻게 그 이전과 그 이후가 달랐고 또 어떻게 삶이 변했는 지를 잘 알려준다. 그 변화의 원동력이 무엇인지를 역사의 순간에서 되돌아보는 것은 지혜를 얻게 해 준다.새로운 시대를 여는 ‘혁신’은 낡은 것에 대한 분노와 억눌린 것에 대한 반발이 에너지로 승화될 때 일어난다. 그런 변혁의 순간에는 올바른 원칙과 비전을 제시하는 리더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 휴가가 윤석열 대통령이 우리 사회를 혁신의 길로 이끌어 나가는 지혜를 충전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2022-08-04 14:13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브릿지 칼럼] 표절 유감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오마주, 레퍼런스, 무의식적 영향… 아리송한 말들이 난무하고 있다. 대한민국 음악계를 들었다 놨다 하던 작곡가 겸 방송인 유희열이 쏘아올린 ‘표절’이라는 공이 대중음악계를 뒤숭숭하게 흔들고 있다. 유희열의 최근 작품 ‘아주 사적인 밤’이 그래미상에 빛나는 일본 작곡가 류이치 사카모토의 곡과 유사하다는 어느 네티즌의 의문 제기와 함께 그가 예전에 발표한 수많은 인기곡들도 표절 시비에 소환됐다. 표절은 우리 대중음악계의 고질적인 적폐였다. 인터넷 등 미디어환경이 발달되기 전에는 실제로 표절 천국이기도 했다. IT와 소셜미디어의 발달에 따라 외국음악에 대한 접근성이 놀랄 만큼 발전하면서 오늘 날에도 표절 시비는 끊이지 않는다. 가요계의 혁신으로 불리우는 서태지, 박진영 뿐 아니라 수많은 히트곡들이 표절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시사토론에 나와 얘기하는 작곡가도 칼럼에 “표절을 비판하는 그 누구도 감히 깨끗하다고 장담할 수 없다”고 적었다.그래서 다들 쉬쉬하면서 공론화하지 못했다. 방송국으로부터 표절 판정을 받아서 공식적으로 방송금지를 받은 몇몇 곡들을 제외하고 표절시비는 유야무야되기 일쑤였다. 표절을 법률적으로 판단하는 법원도 가요사 70년에 걸쳐 표절 판정을 내린 경우는 MC몽의 노래 딱 1곡이었다. 그나마 1심에서 확정됐을 뿐이고 1, 2심의 결론을 뒤집었던 박진영의 ‘썸데이’ 사건처럼 대법원까지 가서 목숨 걸고 다투었다면 결론이 달라졌을지도 모른다.표절은 무척 점잖은 표현이다. 물건을 훔치는 절도와 다름 없다. 어쩌면 더 악질적인 범죄인지도 모른다. 부지불식 간에 교묘하게 더 많은 소비자들을 우롱하기 때문이다. 표절이 의도적이든 아니든 표절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원저작자와 대중의 몫이다.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영향을 받았다는 변명은 다른 창작자들에 대한 예절이 없는 범죄자의 변명이다.모든 범죄가 그러하듯 범인이 악의적으로 의도하지 않았다면 형사적 책임을 감경받거나 심지어 처벌을 면할 수도 있다. 하지만 표절의 경우는 작곡가와 하늘만 알고 있는 ‘의도’에 모든 것을 맡길 수 없다. 의도, 과정과 관계없이 유사성, 침해라는 냉정한 결과가 발생하면 마땅히 책임져야 한다. 물론 작곡가들도 악의적 의도 없는 경우까지 ‘표절 작곡가’라는 멍에를 씌우는 현실은 불만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12개의 음만으로 만드니 서로 유사할 수밖에 없다는 핑계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창작의 어려움은 너무도 당연하니까.힙합에서 사용하는 샘플링 기법에 각종 소프트웨어, 가상악기 덕분에 유사 노래들은 더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표절을 잡아내는 기술도 발전할 수 있다. 학술논문의 경우 유사도 검사를 통해 사전에 표절의 근절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유사한 메커니즘이 더 늦기 전에 음악계에도 도입돼야 한다. 그동안 아무 노력 없었던 집단적 게으름이 오늘날의 유희열을 만든 셈이다.흔히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그 와중에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을 우리는 ‘창작자’라고 부른다. 그만큼 창작은 기약없이 고통스럽다. 그만큼 표절이라는 악마는 의식, 무의식 중에 달콤하게 인간을 유혹한다. 오마주, 레퍼런스 등 어려운 미사어구로 호도하지 말자. 우리는 잘 안다. 누가 창작자인지. 누가 예절 없는 표절자인지.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2022-08-03 14:46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브릿지 칼럼] 8월 8일은 '섬의 날'

양진형 한국섬뉴스 대표매년 8월 8일은 섬의 가치와 중요성에 대한 국민의 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섬의 날’이다. 이에 따른 ‘제3회 섬의 날’ 기념행사가 8월8∼14일까지 전북 군산시 고군산 일원에서 개최된다.섬의 날 지정은 2016년 8월 전남지역 한 방송사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처음 제기됐다. 전남은 국내 3383개 섬 중 54.5%인 1844개를 보유한 섬의 고장이다. 섬은 해양영토 확보뿐만 아니라 경제성장을 이끄는 동력이자 삶의 터전으로써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섬을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전남도의 제안에 따라 정부는 2018년 섬의 날을 법제화했다.8월 8일로 정해진 이유는 8이 섬의 무한한 발전 가능성(8=∞)을 상징하고 국민이 기억하기 쉬운 날인데다 휴가철 먹거리·볼거리가 풍부해 섬 관광 활성화에 적합하기 때문이다.이번 행사는 ‘섬, 대한민국을 띄우다’라는 주제로 7일간 개최된다. 행사장에는 섬의 가치와 중요성을 공감하는 전시관, 정부와 지자체 등이 추진하는 섬 관련 정책과 섬의 매력 등을 소개하는 정책홍보관 등이 들어선다. 섬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직접 판매하는 특산품 직거래 판매장 개설과 섬 주민 가왕 대전도 진행될 예정이다.또한 한국도서학회 등이 주최하는 국제학술대회와 신안군, 군산시, 통영시, 보령시 섬 주민들10개팀의 섬 발전 우수사례도 발표될 예정이다. 한국섬진흥원에서 일본의 섬 정책 기구인 이도센터와 일본대사도 초청한다.주최 측은 MZ세대 등이 가상 현실에서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섬을 체험할 수 있도록 제페토에 ‘제3회 섬의 날’ 맵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섬의 날 제정의 취지대로 국민의 의식을 고취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지난해 통영 섬의 날 행사를 통해 느낀 점은 섬 관련 지자체의 화려한 부스 앞에 정작 주인공이 되어야 할 섬 주민들과 관광객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진정한 섬의 날 행사가 되려면 폭넓은 주민·관광객의 참여 속에 학술대회를 통해 실체적 섬의 문제점과 진단 및 대안이 모색돼야 한다.우리나라 섬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저출산·고령화로 섬의 인구 감소는 육지보다 훨씬 빠르고 깊게 진행되고 있어 섬 소멸의 위기가 쓰나미처럼 밀려오고 있다. 이러한 추세라면 향후 50년 후, 현재 유인도의 6.7%가 무인도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거기에 사람이 접근하기 어려운 섬 주변 해안에는 축적된 해양쓰레기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또한 먼바다에 있는 섬사람들이 한번 육지에 나오려면 많게는 일주일 정도까지 허비해야 하는 등 이동권이 제약받고 있다. 모든 국민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섬을 오갈 수 있도록 ‘여객선 공영제’ 도입도 시급한 실정이다.이러한 현실에서 진행되는 섬의 날 행사는 준비단계부터 ‘섬 주민의, 섬 주민에 의한, 섬 주민을 위한’ 행사가 되어야 한다.섬의 날 근거인 섬개발촉진법 제1조(목적)는 “이 법은 섬의 생산·소득 및 생활기반시설의 정비·확충으로 생활환경을 개선함으로써 섬 지역 주민의 소득 증대와 복지 향상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음을 잊지 말자.양진형 한국섬뉴스 대표

2022-08-01 14:02 양진형 한국섬뉴스 대표

[브릿지 칼럼] 군주로 가는 길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탑건: 매버릭’이 누적관객수 600만명을 돌파하면서 올해 국내에서 개봉한 외국영화 가운데 최고 흥행작으로 등극했다. 줄거리는 매우 단순하지만 미국 특유의 가족애와 박진감 넘치는 액션, 우정, 사랑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주인공 매버릭(톰 크루즈)의 리더십이 관람객들에게 뜨거운 감동으로 다가왔다. 교관이 된 첫날 매버릭은 두꺼운 F/A-18 매뉴얼을 들고 온다. 하지만 매뉴얼 따윈 진작에 독파한 교육생들이 금방 이를 우습게 여기는 것을 보고 적도 피차 알고 있는 정보이니 공부할 필요 없다고 매뉴얼을 쓰레기통으로 던져버린다. 이에 매버릭은 직접 실력을 증명해 보이라며 첫날부터 바로 근접공중전 훈련에 돌입한다. 매버릭의 이 행동은 영화의 전체 방향성을 암시한다.위기가 찾아왔다. 매버릭의 상사인 사이클론은 매버릭을 교관 자리에서 내리고 본인이 직접 교육을 담당하겠다고 통보한다. 하지만 매버릭은 대원들이 적의 미사일 밥이 되기를 반대하며 비행 허가도 받지 않은 채 F/A-18을 타고 연습장으로 출격한다. 엄청난 비행실력으로 자신이 제안한 작전방식을 2분 30초보다 무려 15초나 단축시킨 2분 15초만에 성공해 보인다. 매버릭이 자신의 작전안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모습에 교육생들도 경이와 환호가 섞인 감탄을 자아낸다. 자칫하면 상부의 허락 없이 전투기를 멋대로 몰았다는 죄명으로 군법회의에 넘겨져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결국 매버릭의 압도적인 실력을 실감한 사이클론은 그를 무단비행으로 징계에 회부하는 대신 자신의 군 경력을 걸고 당초 젊은 파일럿들로만 팀을 구성하기로 했던 것을 변경해 매버릭을 편대장으로 삼아 출격을 허락한다.매버릭의 행동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과 많이 닮아있다. ‘새로운 제도를 솔선해서 도입하는 것은 무엇보다 어려운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 게다가 성공이 보장되지 않는 만큼 운영에 위험이 따른다. 신제도를 도입하는 군주는 구제도를 토대로 순조롭게 살아온 모든 사람을 적으로 돌린다. ‘군주론’ 제6장에 나오는 얘기다.대부분의 사람들은 타인이 만들어 놓은 매뉴얼과 성공방식을 답습하며 길을 걷는다. 그 길은 힘들고 두렵지 않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우리는 많은 시간을 군주가 아닌 인민으로 살고 있다. 군주는 기존의 규칙이 아닌 자신만의 규칙으로 모두 함께 새로운 목표를 달성하게 하는 영향력을 발휘한다. 기업이 도산의 위기에 처해있을 때 과거의 성공방식과 매뉴얼에 집착한다면 그 사람을 리더 또는 군주라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뛰어난 군주는 리스크를 무릅 쓰고 시대나 상황에 적합한 규칙이나 제도, 약속을 도입해 영향력을 발휘한다. 그 영향력 안에 당신의 영향력을 담는 것이 군주로 가는 길이다.마키아벨리는 “군주는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일만 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때로는 신의, 우정, 인간성, 성실함, 규정 등과 정반대되는 행동도 필요하다. 그래서 리더이자 군주는 조직의 생존과 성공을 위해서는 비난을 받더라도 별 주저함 없이 악덕도 행할 수 있어야 한다. 그 과정 속에 영화는 감동을 자아내고 조직은 성장한다.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2022-07-31 14:05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브릿지 칼럼] 경찰 말고 경제 잡을 때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몇 년은 지난 것처럼 생각된다. 주변에 이렇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왜 그럴까. 정치는 국민들의 문제점을 풀어주기 위해 작동되는 것이야 하는데 정반대로 국민들의 걱정을 유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임기 시작하자마자 역대 유례없는 대결 구도로 치닫고 있다. 지방 선거를 통해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패배를 재확인 받았지만, 국정 지지율은 위가 아니라 아래로 향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스타일이 원인이다. 임기를 갓 시작한 대통령이 정책적 성과를 당장 거두기는 어렵다. 대통령의 지지율을 구성하는 3요소가 이념, 정책, 사람이라면 ‘인사’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어서다. 윤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헌법정신, 공정, 상식을 강조했다. 그렇지만 인사 과정과 결과 그리고 사후 대응을 보면 대통령이 기준으로 삼는 헌법정신, 공정, 상식은 국민의 그것과 무척 달라 보인다. 지지율이 곤두박질치는 결정적인 원인이다.대통령의 긍정 지지율이 임기 후반 같은 초라한 상황이지만 윤석열 정부와 대통령실은 현실 인식을 못 하고 있다.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설치를 앞두고 ‘갈 데까지 가보자’는 식의 충돌로 치닫고 있는 모습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중요 수사는 앞으로 만들어질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이 담당하는 등 경찰 권력이 비대해지므로 견제하고 통제할 수단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경찰은 총경 회의를 개최하면서 극도로 반발했고 이를 주도했던 류삼영 총경의 대기발령 조치에 대해 경찰 구성원들은 ‘내가 류삼영이다’, ‘나를 처벌하라’며 결사 항전을 불사하지 않는 태도다.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찰의 집단행동이 ‘하나회의 12.12쿠데타’라며 범죄시하는 대응으로 일관했다. 아무리 좋은 취지라도 강행으로 비친다면 좋을 일이 없다. 더군다나 이번 일은 예견된 참사다. 넥스트리서치가 SBS의 의뢰를 받아 지난 9~10일 실시한 조사(전국1010명 유무선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15.8%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 방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본 결과 ‘경찰 독립성을 훼손할 수 있어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이 47.9%, ‘비대한 경찰 권력을 견제할 수 있어 적절하다’는 응답 39%로 나타났다. 경찰 내부의 반발 여부를 떠나 국민들조차 찬성 여론이 더 많지 않다면 정책 소통이 더 필요하지 않았을까. 여론 결과를 보더라도 경찰국 강행 처리가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율에 긍정적인 도움이 되지 않아 보인다.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을 끌어올릴 마법의 주머니는 ‘경찰 잡기’가 아니라 ‘경제 잡기’에 달려있다. 미국 연준이 다시 0.75%의 ‘자이언트 스텝’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강달러 현상은 강화되고 우리 경제는 더욱 주름살이 깊어지게 될 전망이다. IMF를 비롯한 경제 관련 국제기구는 전 세계 경제 성장률을 연초보다 하향 조정하고 있고 우리나라는 올해뿐만 아니라 내년까지 하향 조정되는 극도의 위급 상황이다. 코로나19는 지난 몇 달 잠잠했다가 다시 기지개를 켜고 확진자가 급속도로 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재시행되고 영업시간 제한과 모임 인원 축소 결정이 내려지면 자영업과 소상공인은 초죽음 상태가 된다. ‘경찰국 설치’가 보수 지지층을 붙드는 단호한 대응이라면 경제를 살피고 물가를 잡는 국정 수행은 지지층뿐만 아니라 중도층과 진보층을 껴안을 수 있어 지지율 상승의 ‘황금주머니’가 된다.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2022-07-28 13:56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브릿지 칼럼] 돈을 다루는 미디어

엄길청 국제투자분석가·전 경기대 경영전문대학원장시간이 흐를수록 사람들의 생활양상은 대중의 영향을 더 파고든다. 누군가의 맛 집 추천이 모이면 휴대폰을 들고 그곳을 찾아 먼 길을 마다 않는다. 선동적이고 말초적인 유튜브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나약한 소셜 네트워크상의 소비나 투자의 팬덤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가뜩이나 두렵고 불안한 주식시장에서는 오죽하랴. 과거에도 주식시장은 사람과 사람을 통해 또는 인쇄물을 매개로 사발통문들이 거리에 넘쳐났다. 월스트리트저널도 그 중 하나였다.사업하는 사람 중에 고객이나 소비자가 자기보다 똑똑하길 바라는 사람은 없다고 봐야 한다. 내 주장과 제안에 혹 빠져, 나와의 거래에 응하고 넘어와 주길 바란다. 주식시장에서 사업하는 사람들은 그것이 제도권 기관이든, 세칭 투자정보시장의 아류업자이든 항상 거래가 많아지길 바란다. 그러나 투자와 거래는 전혀 다른 차원의 행동이다. 대중들은 투자하러 오는데, 시장 사업자들은 자신들이 만든 일정한 상품에 가입하라거나 애써 모아 둔 돈을 자기회사로 거두어 가길 바란다.이제 사회에서 ‘돈’은 생명이나 인권에 못지 않는 중요성을 지닌다. 주식시장의 허가된 업자들이나 유사수신업자들 모두 고객들의 돈을 더 받아가려 별별 수단을 다 쓴다. 예컨대 집합투자상품들이 있다. 한동안 ETF가 주목을 받았다. 언론들도 대단히 안정되고 좋은 수익 투자상품인 양 거들었다. 그러나 요즘 같은 주가 대세하락기에는 특정 테마나 시류에 편승해 만든 이런 상품 때문에 때론 시장 평균보다 더 많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모두 가입자의 투자결정을 용이하게 하려고 선택의 부담을 줄인 상품이다.요즘 개인 소셜 미디어가 발달 했다. 미디어가 우리에게 유익하려면 수용자의 자기지성과 자기윤리 검열의 능력이 아주 중요하다. 그러나 돈을 다루는 미디어 현장에는 남에게 영향을 미치려는 사람들이 구름처럼 숨어있다. 주식거래와 보험가입, 부동산 거래장소가 대표적이다. 개인들의 평소 자기 지식과 판단력이 갖춰지지 않으면 숱한 유혹과 감언이설에 쉽게 넘어간다.최근 크게 발달한 소셜 미디어들도 한 몫 한다. 언론은 공존의 가치를 만든다. 그 안에는 지식과 경륜과 집단지성의 책임감이 만든 게이트키퍼가 있다. 하지만 소셜 미디어의 개인 퍼블리싱에는 그런 내부 자정이나 안내자나 감시망이 전혀 없다. 그러면서도 특히 주식이나 부동산에서 호시탐탐 타인의 소중한 재산을 탐하는 나쁜 유혹들이 암약한다.최근 페이스북이 회사 이름을 바꾸고 트위터의 대주주 교체 얘기가 돌 정도로 대중정보 소통을 기반으로 한 개인미디어 사업이 한 고비를 맞고 있다. 사실 코로나 창궐이나 작금의 물가폭등은 오롯히 개인들이 스스로 자기 삶에서 다 부담을 져야 하는 문제들이다. 그 대안이 국가나 이웃에 있지 않는, 나만의 고유한 문제이기에 스스로 감당하고 지켜내야 한다.부동산이나 주식 투자는 시간이 오래 걸려야 성과가 나오는 실물가치 축적의 세계이다. 마을이 발달하고 기업이 성장해야 집값이 변하고 주가가 오른다. 특효약이 있을 리가 없다. 당장의 이 어려운 시국은 주식과 부동산에서 개인들의 인내와 냉정과 지혜를 시험한다. 더 침착하고 더 안정적으로 더 절제하며 나의 삶을 돌아보고 챙겨야 하는 시간이 지금 흐르고 있다. 부디 경제 언론인의 바른 길잡이를 원한다.엄길청 국제투자분석가·전 경기대 경영전문대학원장

2022-07-27 14:12 엄길청 국제투자분석가·전 경기대 경영전문대학원장

[브릿지 칼럼] 어른의 자격

김시래 성균관대 겸임교수 겸 롯데자이언츠 마케팅자문위원호구153은 호텔의 인력난을 해결하는 구인구직플랫폼이다. 최근 제주와 여수의 한 호텔과 협약을 맺고 대학생들을 보내 일과 휴양을 경험케했다. 행사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부담하고 장학금도 준다. 학생들이 돌아오는 날 식사를 대접하며 “디지털 시대의 경쟁력”이라는 주제로 강의도 한다. 현장에서 몸으로 체득한 경험이 세상살이에 큰 힘이 될 것이라는 내용이다.비가 퍼붓는 날 충무로에서 우연히 동국대학교 제자 진명준을 만났다. 그는 학교로 향하는 골목길에 위치한 ‘집시포차’의 어엿한 주인이다. 홍어집에서 나와 2차로 들른 그 곳은 깔끔하고 저렴해서 손님들로 가득했다. 후배들과 함께 일하고 동문들이 많이 찾아와 순항중이라며 홍대앞에도 분점이 있다고 했다. 선한 웃음과 함께 직접 조리한 계란탕을 내놓으며 많은 걸 배웠다는 말을 따뜻하게 전해주었다.박가은은 성균관대 사내 방송국의 국장이다. 한 학기내내 모자를 눌러 쓰고 쏘는 듯한 눈매로 수업에 열중했었다. 그녀가 보낸 메일은 학생들에게 현실적인 힘을 키우는 방법을 영상콘텐츠로 만들어 전하면 어떻겠느냐는 요청이었다. 녹화를 마친 후 받은 선물은 작은 케이크였다. 그 안에 여성용 시계가 들어있었다. 아내에게 주는 선물인 줄 알았다. 감사의 문자에 돌아온 답장은 진땀 흘리는 이모티콘이였다. 케이크를 포장하다 본인의 시계가 잘못 풀려 따라 들어간 것이였다. 그래서 우린 더 친해졌다.경기대학교 4학년 천세형은 디지털 광고대행사 애드쿠아의 카피라이터에 합격했다. 유니크한 관점에 디자인 감각까지 갖춰 크리에이터의 잠재력이 보이던 학생이였다. 한밤중에 공모전에 출품한 아이디어를 봐달라며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더니 드디어 자기 길을 찾았다. 고객의 혜택을 간결하면서도 자연스런 문장으로 전달하는 디지털 시대의 문장력을 익힌다면 단단한 기본기가 될 것이다.김대엽은 동서대학교 4학년이다. 몇 몇 동료와 함께 레드닷,클리오,깐느등 세계의 유명광고제에서 20개가 넘는 광고상을 거머쥐었다. 이들의 아이디어는 프로 광고인들 못지 않다. 디지털 테크를 가미해서 생활의 문제를 구체적으로 해결하는 솔루션들이다. 요즘 그들과 함께 롯데자이언츠의 구장을 찾는 부산 팬들을 위한 홍보 영상을 만들고 있다. 롯데자이언츠측에서 지역의 우수한 젊은이들과 협력하는 상생의 홍보 플랫폼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이번 프로젝트는 그들의 재능에 피와 살을 보태는 실전 경험을 안겨 줄 것이다. 디지털 세상의 무대는 책이 아니라 사건이 벌어지는 현장이다. 그 곳에 자기 길을 열어가려는 젊은이들이 있다. 고군분투하는 그들에게 등을 내줘 서게 하는 자가 어른이다. 그나저나 이 학생들을 발굴하고 조련한 류도상 교수도 제일기획의 동료였다. 혈기방장의 내 성정을 받아들여 곧게 펴 준 선배다. 인연은 또 있다. 광고적인 재미도 좋지만 팬들과 함께 만들고 함께 나눈다는 의미가 더 중요하다며 씩씩함과 단호함으로 이 프로젝트의 버팀목이 되고 있는 롯데자이언츠의 배선유 매니저다. 그녀도 현재 재직중인 성균관대학교 학생이였다. 일 속에 사람이 있다. 운칠기삼이란 말도 자신의 능력에 사람의 인연을 더하라는 뜻일게다. 우리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김시래 성균관대 겸임교수 겸 롯데자이언츠 마케팅자문위원

2022-07-25 14:07 김시래 성균관대 겸임교수 겸 롯데자이언츠 마케팅자문위원

[브릿지 칼럼] 나잇값

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시간이 빨리 간다는 말을 늘 입에 달고 살고 있지만, 정신없이 바쁜 일상 중에 문득 달력을 쳐다보면 세월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는지 새삼 실감하게 된다.새해 첫날 먹은 떡국 생각이 난다. 먹은 지 그리 오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올해도 이미 절반이나 훌쩍 지나가 버렸다. 덥고 습하다는 말을 연신 쏟아 내며 사는 여름철이지만 조만간 춥다는 말을 연발하는 시기가 곧 다가올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 여름 무더위를 어찌 보낼지 하는 걱정 자체가 기우인 것 같다. 너무나도 빠르게 흘러가는 세월이 유행가 가사처럼 야속하다는 생각마저 든다.나이 마흔을 불혹이라 하고, 오십을 지천명이라 한다. 논어 위정편(爲政篇)에서, 공자께서 “나는 나이 열다섯에 학문에 뜻을 두었고(吾十有五而志于學), 서른에 학문을 바로 세웠으며(三十而立), 마흔에는 미혹하지 않았고(四十而不惑), 쉰에는 하늘의 뜻을 깨달아 알게 되었으며(五十而知天命), 예순에는 귀가 순해져 남의 말을 들으면 그 이치를 깨달아 이해하게 되었으며(六十而耳順), 일흔이 되어서는 마음을 따라 무엇이든 하고 싶은 대로 하여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았다(七十而從心所欲 不踰矩)”라고 회고하였다. 그래서 흔히들, 나이 15세에는 지학(志學) 학문에 뜻을 두고, 30세에는 이립(而立), 뜻을 바로 세우고, 40세에는 불혹(不惑), 세상의 욕심에 미혹하지 않고, 50세에는 지천명(知天命), 세상의 이치를 깨닫고, 60세에는 이순(耳順), 귀가 순해지고, 즉, 소리가 귀로 들어와 마음과 통하기 때문에 거슬리는 바가 없고, 70세에는 종심(從心), 내 마음이 내키는 대로 살아도 크게 법도에 어긋남이 없다고 해석하고 있다.나이 쉰이 목전이다 보니, 문득 불혹의 마흔 시절을 돌아보게 된다. 불혹의 나이에는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데, 필자는 이런저런 세상의 유혹에 어지간히 현혹되고, 이리저리 휘둘리며 살아 온 것 같다. 지천명에는 하늘이 만물에 부여한 최선의 원리를 안다는데, 그래서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하늘의 원리를 이해하고 따르게 된다는데, 오랜 세월 동안 세파에 정신없이 휘둘리며 살아온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하늘의 뜻이 이해될지 의문스러워 마음이 심란하다. 물론 아무리 애를 쓰더라도, 매사 하늘이 정한 바대로 이루어진다는 건 여러 순간 느낀 바 있다. 그야말로 있는 노력 없는 노력 다하며 용을 써봐도 결과라는 것이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닌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세상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근간은 마음속의 욕심에 있는 것 같다. 피어오르는 욕심으로 생각의 중심을 잡지 못하게 되고, 흐트러짐으로 인해 마땅한 기본에 집중하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이순의 나이 예순까지는 아직 시간이 있으니, 자기만 생각하는 사람들의 말이 이해가 안 되어 어이가 없고, 경우 없이 쉽게 내던지는 말들에 화가 나더라도 아직 내 나이가 안되어 귀가 순해지지 않아 그럴 수 있다고 궁색한 핑계를 슬쩍 댈 수도 있겠다. 물론 시간이 지금 속도로 휙휙 빠르게 지나간다면, 정신 차리는 순간에 이미 종심(從心)을 행하며 살고 있을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침묵이 금이라는데, 금 모으는 심정으로 말을 아끼며 살아야겠다. 나잇값 하며 산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

2022-07-24 15:16 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