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브릿지칼럼

[브릿지 칼럼] 新자녀사용설명서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가정의 달이다. 때 마침 떠오르는 건 자식농사 걱정이다. 그만큼 힘든 건 없어서다. 남녀·빈부 무관한 부모 공통의 공감대다. 최소한 자식농사에선 평등한 것이다. 앞으로는 더 어려워질 듯하다. 시대변화가 자식농사의 결정방식을 뒤흔들기 때문이다. 자녀가 잘 되기를 바란다면 달라진 시대변화의 이해가 먼저다. ‘교육→취업→결혼→내집→승진’의 모범적인 생애경로는 궤도이탈에 고전한다. 당장 저성장으로 취업난이 심하니 공부를 잘해도 좋은 일자리는 찾기 어렵다.당사자인 자녀부터 변하기 시작했다. 부모가 걸어왔던 인생궤적은 거부된다. 힘들기도 하거니와 따라간들 미래불안은 똑같다는 투다. 대놓고 엄마·아빠처럼 살지 않겠다는 속내마저 손쉽게 표출된다. 인생 별 것 없다는 자조적 현실인식이 적잖다. 이른바 ‘청년득도(得道)론’의 제기다. 조로(早老) 사회가 양산한 늙어버린 청년의 등장이다. 좌절조차 극복보다 적응으로 받아들이는 신인류의 탄생이다. 그러니 향상심은 별로다.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인내보다 눈앞의 즐거운 생활에 집중한다.달라진 자녀사용설명서가 절실한 때다. 자녀는 달라졌고 훈수는 튕겨진다. 그럼에도 예전방식의 성공스토리를 고집하면 관계만 악화된다. 건국이후 최초로 부모보다 가난해질 게 확정적인 세대는 노력만큼 돌려 받은 기성세대와 다른 셈법에 익숙하다. ‘열심히’와 ‘넉넉히’는 공존하기 힘든 인과관계란 걸 일찍부터 깨달았다. 한국사회의 내로남불형 공정·정의·평등의 속살마저 봤기에 ‘선배세대=표리부동’의 인식마저 확대된다. 사회보험 등 세대부조형 제도조차 교묘히 숨겨진 착취체계로 힐난한다.입신양명(立身揚名)은 설 땅을 잃었다. 투입에 비례한 성과라는 상식과 계층 상승은 없다. 돈과 권력·명예를 원세트로 가졌던 성공모델도 사실상 끝났다. 부모만 굳건한 신화로 맹신하지 자녀는 허망한 주술로 이해한다. 고집스레 ‘열심히’만 내뱉는 부모일수록 자녀와의 거리·간극만 벌릴 뿐이다. 헬조선이라 느끼는 자녀가 분노·체념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도와주는 역할이 중요하다. 먼저 살아봤다고 가르치려 들면 곤란하다. 다른 길인데 안내한들 먹히지 않는다.자연스레 졸업·취업과 결혼·출산의 연결고리는 수정된다. 달라진 자녀는 새로운 카드를 만지작거린다. 취업하지 않고, 결혼하지 않는 인생게임에 한 표를 던진다. 좋은 일자리 기준조차 바꿔버린다. ‘고연봉·야근 vs 저연봉·칼퇴’의 선택지를 물었더니 MZ세대의 절대다수가 후자를 택했다는 조사가 이를 뒷받침한다. 지켜보는 부모로선 속 탈 노릇이나, 자녀에겐 당연한 결과다. 인내는 쓰나 열매가 달다면 아예 안 참고 안 먹겠다는 부류다. 미래보다 현실이듯 가족보다 본인이 먼저인 경향과 연결된다. 하물며 취업하라, 결혼하라 강조한들 꼰대지수만 높아질 따름이다.그렇다면 바람직한 부모역할은 뭘까. 역시 기본은 공감과 응원이다. 시대가 변해도 안 바뀌는 건 영원한 안전장치로서 부모자녀의 애정관계다. 자녀가 걸어갈 길이 뭐든 인정하고 도와주는 무한한 확신·지지가 절실하다. 더 이상 표준·모범인생은 없다. 대신 다양성의 인생모델이 시나브로 안착된다. 성숙사회의 선진국처럼 밥벌이·일자리의 다양성이 새로운 생애궤도로 선택된다. 부모라면 달라진 시대의 새로운 호구지책부터 이해·수용하는 게 먼저다.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2022-05-12 14:27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브릿지 칼럼] 나쁜 사람은 정말 나쁠까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독립영화를 후보작들로 꾸린 들꽃영화제가 열리고 있다. 개막작으로 ‘좋은 사람’이라는 정욱 감독의 영화가 상영됐다. 영화 주인공인 교사는 지갑을 훔친 아이를 찾으려고 반 학생들에게 말한다. “자기행동을 반성하고 고치면 얼마든지 좋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어지간히 진부한 느낌이다. 게다가 반성할 줄 모르는 사람은 나쁜 사람이라는 것 같아서, 또 좋은 사람 되기가 그리 간단한 일일까 싶어 묘한 의문과 반발심마저 든다. 끝까지 의심받는 아이를 보호하며 믿어주던 선생은 알고 보니 알콜 문제와 분노조절의 어려움으로 이혼한 상태였다. 어린 딸이 자신을 잘 따르지 않으면 화를 내며 윽박지르기도 했다. 그렇다면 그는 나쁜 사람이었던 걸까.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학생에게 보인 관심과 친절은 가식이거나 자기만의 의로움이었을까. 또 반 친구를 모함한 학생에게 분출된 그의 분노는 그저 조절되지 않은 폭력에 지나지 않았던 걸까.상담을 하다보면 종종 자신의 세계가 너무나 확연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는 경우를 만난다. 언젠가 부모의 이혼소송을 경험하던 20대 청년이 무조건 모친의 잘못임을 주장하며 부친을 위해 증언하겠다고 나섰다. 그는 주 양육자인 모친과 늘 심한 갈등을 빚어왔고 고통스런 시간 속에 살아왔다. 그의 판단이 맞고 틀리고를 떠나 정말 그의 생각대로 모친은 나쁘기만 하고 좋은 면은 전혀 없는 사람일까.갈등의 골이 깊은 부부들은 자기 상처에 대한 보상심리가 커 상담사가 자신들 중 누가 잘못한 사람인지, 더 나쁜지를 가려주기 바란다.아예 자신을 피해자로 규정하고 위로를 요구하며 상대는 비난받아야 마땅하다고 여기는 경우도 많다. 이럴 경우 이들은 상대를 비롯해 자기생각과 다른 어느 누구의 말도 듣지 못한다. 좋거나 나쁜 두 가지 선택만이 가능한 자기만의 프레임에 갇혀 사람도 삶도 보지 못한 채 잘잘못만 가리려 든다.흔히들 객관적 시각으로 상황을 보길 원한다. 하지만 과연 객관적 시각이란 걸 가질 수 있을까. 나라는 주체에서 갖게 되는 주관적 시야를 벗겨낼 수나 있는 걸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조금 뒤로 물러나 시야를 넓히려는 노력이다. 자신이 못 본 또 다른 세상을 향해 마음과 정신을 너그럽게 열고 집중하는 것. 좋고 나쁨에 국한된 경직성에서 풀려나 조금이라도 유연해질 수 있다면 그만큼 우리는 좀 더 나와 상대를 이해하고 용서하며 사랑할 수 있다.홍상수 감독의 영화 ‘북촌방향’에서 주인공인 영화감독은 말한다. 어떤 일에는 수많은 우연이 작용하는데 그 일이 일어난 이유를 알고 싶은 우리는 그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해서 그것 때문이라고 믿어버린다고. 그렇다. 우리는 답을 알고 싶기에 답 하나를 골라 정한 뒤 그것으로 정리하며 편해지려 한다.하지만 사람은 좋기만 한 사람도, 나쁘기만 한 사람도 없다. 대부분의 우리는 홍상수 감독 영화의 인물들처럼 찌질하고 비루하며 부도덕한 면을 지녔다. 동시에 인간적이고 제법 똑똑한 면이나 나름 성실한 구석도 있는 마이웨이 보행자들이다. 어떤 사람이라고 규정하기 전에 내 앞의 사람에게 충실히 말 걸고 많이 안아주면 어떨까.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

2022-05-11 14:34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

[브릿지 칼럼] 규제 완화보단 공급 확대 먼저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실패를 바로 잡고자 급격한 규제완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 그러나 급격한 규제완화는 숨고르기 하고 있는 부동산 시장을 과열시키고 투기를 불러올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윤석열 정부가 검토 중인 대표적 규제완화 정책들은 재개발·재건축 규제완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 일시 완화,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 완화, 임대차 3법 폐지 등이다.먼저, 재개발·재건축 규제완화는 투기를 불러올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도심공급을 확대하겠다는 명분으로 검토 중인 재개발·재건축 관련 용적률 상향, 인허가 기간단축,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 같은 규제완화는 투기를 불러올 수 있다. 과거 정권의 사례를 보건데 재개발·재건축이 투기의 시발점이었다는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 투기방지책을 마련하고 시차조절을 하면서 순차적으로 규제를 풀어야 할 것이다.다음으로 조세정책 규제완화로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 일시 완화, 종합부동산세 과세기준 완화 등이 있다. 다주택자들이 소유주택을 처분할 수 있도록 양도세 중과세를 일시 완화하여, 시장에 매물이 많아지게 하겠다는 의도이다. 또한 종합부동산세의 과세기준이 너무 높아 1주택자들의 불만이 많은 현실을 감안하여 조정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 일시 완화가 정책의 일관성을 무너뜨리고, 투기를 정당화 시켜줄 수 있어 보완책이 필요하다.그리고 임대차 3법 폐지와 관련된 정책도 신중해야 한다. 임대차 3법의 대표적인 계약갱신청구권은 임차인이 원할 경우 2년 더 거주권을 보장해 주는 제도인데, 임대인과 임차인 간의 계약갱신청구권을 둘러싼 갈등도 심화되고 있어 폐지가 검토되고 있다. 또한 전월세상한제는 갱신계약 때 임대료 증액 상한선을 5%로 제한하는 제도인데, 계약갱신 물량과 신규 임대차 매물의 전세가격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이중가격 현상’이 심화되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도입 후 2년이 경과하면서 시행착오를 거치며 겨우 정착되어 가고 있는 제도를 폐지한다면 시장 혼란만 더 야기될 것이다. 폐지보다는 문제점들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문재인 정부 지난 5년간 20여 차례의 부동산 정책은 혼란을 거치며 겨우 안정세를 찾아가고 있다. 그러나 3000조에 이르는 부동자금은 언제든지 투기시장으로 몰려갈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며 시장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어설픈 규제완화 정책으로 투기판을 만들기 보다는 문재인 정부의 규제정책을 유지하면서 시장에서 부족한 공급 확대에 주력해야 한다.우리나라에서 부동산 시장이 안정된 시기는 노태우 정부의 주택공급 200만호의 영향을 받아 대량공급의 효과가 나타났던 1990년대 초반이었다는 점을 보면 시장안정을 위해서는 공급확대가 정답이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실패 했지만 유일하게 3기 신도시 건설을 추진한 것은 높이 평가받을 수 있다.윤석열 정부는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던 3기 신도시 조기건설을 통해 입주 시기를 앞당기고, 이에 더해 수도권에 10개 정도의 4기 신도시 건설을 추진하면서 대량공급 시그널을 주어야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을 것이다.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

2022-05-09 14:16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

[브릿지 칼럼] 대만이 한국을 추월한 이유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대만이 한국을 추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올해 1인당 GDP가 3만 6000달러를 넘겨 19년만에 한국을 추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금 대만의 자랑거리는 비메모리 반도체 회사인 TSMC이다. TSMC가 삼성의 기업가치를 앞지른 2019년 11월 이후 대만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TSMC는 세계 최대의 파운드리 회사로, 회사 이름은 ‘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다. 한국어로 번역하면 ‘대만반도체제조회사’다. 지금 세계 반도체 시장을 이끌고 있는 두 기업이 TSMC와 삼성전자다. 투자의 규모가 점차 커지는 산업의 특성을 고려할 경우 앞으로 두 기업이 모두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하나의 기업만이 우월성을 확보한다면, 어느 기업이 될까. 해외에서는 TSMC가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투자경쟁에서 TSMC가 앞서 가고 있다. TSMC는 미국에 이어 일본에도 대규모 공장을 세우고 있다. 한국이 중국과의 우호관계를 높여가는 과정에서 대만은 미국, 일본과의 긴밀한 관계로 나아갔다. 이러한 차이가 TSMC의 발빠른 투자를 가능하게 만들었다.과거 대만은 한국을 부러워했다. 삼성, 현대, LG, SK 같은 글로벌 기업으로 인해 한국의 경제력은 탄탄했고 세계시장에서 쉽게 뒤처지지 않는 경쟁력을 보였기 때문이다. 대만인들은 대기업을 키워내지 못한 자신들의 사업방식에 대해 스스로를 재평가했다. 대기업을 키워내기 위한 정책적 배려에 나섰고 드디어 그 과실을 얻었다.반면 한국 내부에서 대기업들은 좌파 경제학자들로부터 재벌, 오너경영이라며 비판을 받았다. 그런 대기업이 있었기에 세계는 한국을 성공한 나라로 부러워했지만, 대기업 비판론자들은 스스로의 자랑거리를 허물어뜨리기 시작했다. 좌파 지식인들은 대기업이 많은 한국의 경제구조를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하며 대만처럼 중소기업만 많은 나라가 좋은 경제구조라며 재벌해체론을 주장했었다.그들의 주장은 공정거래법 등 무수히 많은 대기업 규제를 만들어냈다. 반기업정서를 조장하는 잘못된 주장들이 입법화되면서 우리 기업경제는 정체하기 시작했다. 결국 한국에서 새로운 대기업이 나오지 못하는 규제 지옥의 환경이 만들어진 것이다.대만이 한국을 추월한 이유는 과거 대만이 한국에 뒤처졌던 이유와 일맥상통한다. 답은 기업경제에 있다. 기업경제가 활성화된 나라는 경제성장을 이루고 국민은 풍요를 누린다. 반면 기업을 성장하도록 만드는 제도를 외면한 나라는 국민 생활수준이 뒤처진다.다시 한국이 대만을 따라가야 하는 처지로 몰리고 있다. 그 책임은 정치에 있다. 1980년대 후반부터 누적되어온 반(反)기업 정책을 양산해온 정치권의 반성이 요구된다. 기업에 비우호적인 정치로 자신들의 권력을 누리려는 정치로는 미래가 없다. 정치권이 다시 기업경제를 살리는 정책을 내놓는 길로 나아가야 한다. 반기업, 친노조, 편가르기에서 벗어나 잘못된 규제들을 걷어내야 한다.정부는 시장경제의 확장을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 경제의 핵심 경쟁력은 기업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기업경제를 살리는 환경을 제공하는 나라가 흥한다.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2022-05-08 14:22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브릿지 칼럼] 장애인도 창작자다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출근길 시위를 둘러싸고 모든 이들에게 참 부끄러운 순간과 시끄러운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지하철 시위라고 해서 장애인의 이동권에 국한해 논할 것은 아니다. 2020년대를 살아가는 마당에 단순히 먹고 사는 문제를 뛰어넘어야 한다. 장애인 관련 문화예술정책도 시대에 따라 변화해야 한다. 최근 개최된 한국장애인문화예술단체총연합회 주최 ‘장애인 문화 예술권 확대 정책토론회’는 많은 이들의 고민을 드러낸다. 윤석열 정부 인수위원회에서 제시하는 정책들이 단순히 장애인의 문화향유권 차원에서 벗어나서 장애인의 문화예술 참여를 보장하려는 방향은 분명 박수 받을 일이다. 1990년대부터 충분히 논의돼 왔던 ‘박물관, 미술관 등 장애인 편의시설 개선’ 등의 수준이 아니라 ‘장애예술인 전용 공연장·전시장 조성’ ‘국·공립 공연·전시장 대상 장애예술인 공연·전시 활성화’ ‘장애예술인 작품의 공공기관 우선 구매’ 등의 방안들은 그나마 시대적 변화를 담아내고 있다.하지만 우리의 장애인 문화정책에는 더 근본적인 성찰과 함께 발상·접근의 전환이 필요하다. 우선 장애인 문화정책이 상정하고 있는 장애인을 단순히 ‘감상자’만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장애인도 ‘창작자’다. 형식적인 장애예술인지원법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장애인이 창작자로서 문화예술에 적극 참여하는 기회를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한다. 장애인은 오래전 산업혁명을 거치는 과정에서 육체적 기준에 따라 획일적으로 결정된 ‘노동능력 부족·상실’의 낙인때문에 이 사회의 밑바닥으로 추락하는 아픔을 수없이 겪었다.하지만 기술·정보혁명 속에서 ‘문화국가’로 접어든 시대다. 더 이상 장애인들이 구시대적인 노동의 관점에서 무능력자로 취급되거나 우리 사회에서 부당하게 소외될 명분은 전혀 없다. 장애인 전담 시설에서 장애인 교육전문가들이 문화예술 관련 교육을 실시할 것이 아니라 문화예술 전문 기관에서 문화예술 전문가들이 장애인에 대한 문화예술 교육을 전담해야 한다. 뛰어난 장애인 예술가들이 예전보다 더 많이 양성되기 위해서는 더 경쟁력 있는 문화예술 전문가들의 지속적 손길이 필요한 것이다.장애인 문화정책의 주도권도 달라져야 한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장애인 정책은 정부의 역할이나 업무로 여긴다. 물론 교통 등 장애인 일반시설에는 행정적 접점이 많으므로 공공 업무로 비춰질 구석이 많다. 하지만 장애인 문화정책은 공공 차원에서만 볼 것이 아니다. 우선 장애인이 누려야 하는 문화향유권에는 사회적으로 구축된 문화인프라와 관련되므로 공공적 도움이 필요하다. 하지만 ESG 경영이 도입되는 시대에 장애인 예술인을 양성하는 문화정책에서 민간 부분의 역할도 갈수록 커져야 한다. 기업은 장애인을 위한 단발성 문화행사 차원에 그치지 말고 재능있는 장애인을 세계적인 예술인으로 체계적으로 양성하고 나아가 장애 예술인들을 위한 재택근무 형태의 안정적 고용까지 전향적으로 추진해야한다.이미 한참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울퉁불퉁 넘어야할 둔턱도 너무 버겁다. 이제 우리 사회가 진정으로 손을 내밀어야 한다. 동정심이 아닌 동료 의식으로.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2022-05-05 14:18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브릿지 칼럼] 푸틴의 전쟁

박종구 초당대 총장우크라이나 전쟁이 두 달을 넘어 장기전의 양상을 보여준다. 러시아군의 수도 키이우 공략이 실패하면서 주 전선이 우크라이나 동남부로 이동했다. 돈바스 지역에 대한 러시아군의 공세가 강화되면서 인명 피해와 경제적 손실이 천문학적 수준으로 늘고 있다.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제국 부활의 환상이 반동적인 침략 전쟁을 견인했다. 구소련의 해체를 20세기 최대의 비극으로 생각하는 푸틴은 대표적인 영향권 신봉주의자다. 우크라이나, 밸라루스 등을 러시아의 영향권으로 보는 푸틴에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통합은 자연스런 수순이다. 두 나라는 민족적, 문화적 동질성을 갖고 있어 우크라이나는 당연히 러시아의 품에 안겨야 된다고 생각한다.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지구촌은 커다란 격변에 직면할 것이다. 글로벌 에너지 시장에 변화가 불가피하다. 유럽연합(EU)는 천연가스의 40%, 원유의 25%를 러시아에서 수입한다. 독일은 의존도가 더 커 그 비율이 55%, 35%에 이른다. 독일 산업이 러시아 에너지에 종속되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EU는 연내 수입량 33%를 감축할 계획이다.그러나 수입 전면 금지는 2027년이 되어야 가능할 전망이다. 러시아는 친우크라이나 행보를 보인 폴란드와 불가리아에 대한 가스 공급 중단 조치에 나섰다. 유럽은 에너지 자립 없이는 러시아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값싼 에너지에 익숙해진 유럽 국가의 구조적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미국, 러시아, 중국의 3각 체제가 글로벌 질서의 뉴노멀이 될 가능성이 크다. 미·러 각축 속에서 중국은 아시아에서의 영향력 확대에 나섰다. 남태평양의 솔로몬제도와 안보협정을 체결했다. 솔로몬제도는 호주의 동쪽 연안에서 5시간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미국의 앞마당에 중국의 인민해방군이 모습을 보이는 양상이다.미국이 유럽에 전략적 관심을 기울이면서 미국의 아시아로의 회귀 전략(Pivot to Asia)이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간 협력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미국이 두 핵 보유국을 동시에 상대해야 되는 부담이 커졌다. 중국은 러시아의 최대 원유 구매국으로 러시아 생산량 30%를 수입한다. 러시아가 중국의 눈치를 보는 비대칭적 관계로 전환될 확률이 높다.푸틴은 러시아가 초강대국의 지위로 격상되기를 희망한다. 워싱턴 포스트 칼럼니스트 파리드 자카리아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서방 경도를 수용하지 못하는 것은 제국의 식민지가 떨어져나가는 것으로 잘못 인식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서유럽과 러시아의 관계도 재정립이 불가피하다.대화와 교류로 적대적인 러시아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환상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되었다. 우크라이나 침공은 유럽 지역 안보에 근본적 변화를 초래하게 된다. 러시아의 호전성에 놀라 중립적 입장의 스웨덴과 핀란드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품안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커졌다.옌스 스톨덴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 침공이 러시아와 나토와 서방 관계를 영원히 바꿔놓았다”고 주장한다. 핀란드는 러시아와 830마일의 국경을 접하고 있는데 나토 가입 지지율이 최근 60%로 치솟았다. 스웨덴도 비슷한 흐름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푸틴의 전쟁이다. 자신의 위신, 전략적 이해 여부에 따라 전쟁의 지속 가능성과 성패가 좌우될 것이다.박종구 초당대 총장

2022-05-02 14:14 박종구 초당대 총장

[브릿지 칼럼] 애플·아마존의 혁신 비결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2020년 기준 한국의 총연구개발비는 93조717억원으로 GDP 대비 4.81%다. 이는 이스라엘 4.93%에 이어 세계 2위에 해당된다. 하지만 한국은 과학 논문의 질적인 성과에서는 상대적으로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4월 4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따르면 2017~2019년 피인용 최상위 1% 논문 국가별 순위에서는 한국은 10위 안에 든 분야가 6개에 그쳤다. 컴퓨터·정보과학, 화학, 전기전자공학, 화학공학 등 피인용 최상위 1% 논문 점유율이 4~5%대에 그쳐 점유율이 40~70%대에 이르는 미·중과는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연구개발비율이 늘어나면 질적인 성과도 늘어야 하는 것 상식적이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사례를 살펴보자. 2000년대 마이크로소프트는 애플보다 10배나 많은 연구개발비를 들이고도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애플의 연구개발비는 3.5%로 구글의 15%나 메타의 21%보다 5~7배 이상 낮은 비율이다.상대적으로 낮은 연구개발비를 투자하고도 애플이 혁신적인 제품을 만들어내는 이유는 뭘까? 애플이 구매하는 부품 물량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공급업체들이 애플로부터 수주를 따내기 위해 신기술의 연구와 개발에 아낌없는 투자를 감행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에 애플은 자신이 연구개발에 거액의 비용을 투자하지 않더라도 공급업체들로부터 그들의 연구개발 성과를 계속 상납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까지가 우리가 아는 상식이다. 하지만 실질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경제학에는 ‘한계효용의 체감법칙’이 있다. 허만 고센이 주장한 이 법칙은 어떤 사람이 동일한 재화나 서비스를 소비함에 따라 느끼는 주관적 만족도 또는 필요도가 점차 감소한다는 것이다. 쉽게 예를 들자면 갈증이 있는 사람은 물을 마실 때 첫 모금에서 가장 큰 만족과 효용을 느낀다. 마시면 마실수록 그 가치는 점차 감소하게 된다.혁신도 마찬가지다. 처음에 많은 연구개발비를 투자하면 최신 설비와 더불어 새로운 마인드도 형성돼 효용과 성과가 높게 나타난다. 하지만 그 성과는 어느 정도가 되면 정점에 다다르면서 더 나은 혁신의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즉 ‘한계효용의 체감법칙’처럼 혁신의 가치가 하락하게 되어 더 이상의 혁신을 기대할 수가 없게 된다.그렇다면 방법은 없는 걸까? 미국의 인터넷 플랫폼 기업인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는 직원들에게 이런 실험을 했다. 연구개발비에 드는 비용을 줄이는 대신 가능한 많은 실험을 하게 했다. 실험 횟수를 100번에서 1000번으로 늘리면 혁신의 숫자도 극적으로 증가하게 된다며 많은 실험을 장려했다.흔히들 거대한 혁신을 도모하기 위해 연구개발비를 아낌없이 쏟아붓는다. 그 결과 어느 정도 성과는 나타나지만 더 이상의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연구개발비가 늘면 늘수록 ‘눈먼 돈’이 생기고 관리되지 않은 비용이 불필요하게 지출되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진정한 혁신은 고사하고 ‘어떻게 비용을 지출할 것인가’에만 집중하게 된다. 진정한 혁신은 풍족한 비용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자유로운 환경에서 비롯된다. 어느 정도 비용이 투입되었다면 이제는 혁신의 횟수를 늘려보라.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2022-05-01 14:08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브릿지 칼럼] 검수완박법, 여론이 반대하는 이유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여의도 정치권이 ‘검수완박’ 블랙홀에 빠져있다. 민생은 뒷전이고 검찰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문제를 두고 여야 간 충돌 국면이 진행되고 있다. 국민들은 야밤에 국회 법사위에서 여야가 고성과 야유로 뒤범벅이 되고 날벼락같이 안건 상정과 동시에 법안이 상임위원회를 통과하는 모습을 보며 ‘동물 국회’라고 비난을 퍼붓고 있다. 국민들의 비판과 우려에 아랑곳하지 않고 국회는 검수완박 대치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을 모두 개정해야 하는 검수완박법안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강행 의지로 질주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무조건 막아야겠다며 사생결단하고 있는 형국이다.현재 상황은 더불어민주당의 법안 통과 강행 의지로 흘러가고 있다. 국민의힘이 물리적으로 법안 통과를 견제할 수단은 마땅치 않다. 국회 임시회의를 종료하고 회기를 바꾸어 진행하면서 법안을 통과시킨다면 달리 통제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법안 하나는 4월 30일 통과시키고 나머지 법안은 5월 3일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정의당이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 진행 방해)를 종료시키는데 협력하지 않더라도 ‘회의 쪼개기’를 통해 법안 통과가 가능해서다. 더불어민주당의 강행 수순으로 가기 전에 박병석 국회의장의 중재로 여야간 합의안이 만들어졌지만 국민의힘 내부에서 중재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결국 파행으로 이어지고 말았다.그렇다면 검수완박법안에 대한 국민 여론은 어떨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통과된 법안은 더불어민주당이 애당초 제시한 원안과는 다르겠지만 검수완박법안에 대한 국민 여론은 호의적이지 않다. 한국갤럽이 자체조사로 지난 19~21일 실시한 조사(전국1000명 유선포함 무선전화면접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10.4%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나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검찰이 수사권은 경찰에 이양하고 기소권만 전담하는 법안이 추진되는 것’에 대해 물어본 결과 ‘검찰 수사권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55%로 나타났고 ‘경찰에 이양해야 한다’는 응답은 35%로 나왔다. 지지정당이 없다는 무당층과 정치 성향적으로 중도층에서 ‘검찰 수사권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더 높게 나타났다.국민 여론은 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을 반대하고 있을까. 우선 시간적인 문제점이다. 국민들을 위해 검찰 권력을 견제해야 한다는 점이 더불어민주당의 명분이지만 꼭 4월에 통과시켜야 한다는 강행 논리가 국민들에게 와 닿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로 넘어가면 거부권 행사로 유야무야 된다고 하지만 국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싸늘하다. 두 번째는 내용적인 문제다. 경제와 부패 그리고 올해 말까지 선거 수사를 검찰이 맡는다고 하지만 나머지 공직자, 방위산업, 대형 참사는 중요한 수사 영역이 아니라는 의미일까. 아직 수사 전담 조직이 만들어지지도 않았고 경찰이 얼마나 잘 감당할지 여부도 모르는 채 말이다. 마지막으로 공감성이다. 국민들이 반대하는 근본 이유는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고 검찰에 집중된 권력을 분산시킨다는 점이 아니다. 정치적 사보임을 통해 법사위 안건조정위원회까지 무력화시키고 ‘동물 국회’까지 만들어야 되는 이유를 몰라서다. 말로만 국민을 앞세우지 정작 강성 지지층만을 대변하는 국회가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다. 기왕 국민만 생각하고 도입할 거라면 제 기능을 못하는 국회 해산권을 법안으로 통과시키면 어떨까.배종찬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2022-04-28 14:13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브릿지 칼럼] 전쟁과 인플레이션

엄길청 국제투자전략가·전 경기대 경영전문대학원장1981년은 최근 40년 내 가장 인플레이션이 극심한 해였다. 1979년 이란혁명으로 시작된 2차 오일쇼크로 3월 국제유가는 84달러 기록을 세우며 전 세계 인플레이션 환경을 조성했다. 한국정부도 물가관리에 국력을 집중해 ‘한 자리수 물가잡기’란 말이 유행했다. 공권력으로 물가를 잡아보려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올해 3월 미국 소비자물가가 40년 전 1981년 12월 이래 가장 높은 8.5%다. 독일도 7.3% 상승률로 1981년 11월 이후 최고기록을 세웠다.지구촌 고물가에는 코로나19보다 러시아 침공이 더 결정적인 원죄라 하겠다. 주가는 급락했고 미국국채 금리도 종종걸음으로 올라왔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미 국채 10년물은 1% 이상 급등했다.인플레이션은 전쟁 이전에 공공의 숙제였지만 전쟁발발에 기정사실이 됐다. 미 연준(FRB) 파월 의장은 두 차례 금리인상을 5월 한 번에 단행하겠다 예고한 상태다. 러시아에서 에너지를 공급받는 독일은 성장률 전망치가 4.6%에서 1.8%p 하향 조정되는 등 유럽 전역이 피해범주에 들어섰다. 우리도 무디스에서 3.0% 성장률을 2.7%로 조정했다.투자분석가로서 인플레이션을 다루게 되는 상황은 정말 두렵다. 주식시장에 감당하기 힘든 압박을 주기 때문이다. 공급에서 오는 인플레이션이 가장 난감하다. 공급지 사정이 호전되지 않으면 앉아서 당해야 한다. 아직 중진국이던 한국은 1980년에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을 정도다. 2020년 코로나 사태를 제외하고 우리는 그동안 단 두 번의 마이너스 성장이 있었는데 1998년 외환위기 시절과 이 때였다.하지만 인플레이션 장기화 가능성을 전망해 보면 아직은 그리 비관적이지 않다. 러시아 철군 기대는 어렵지만, 오래 전쟁을 수행할 수는 없다고 본다. 이미 전쟁수행에 필요한 재정의 한계치를 넘겼기 때문이다. 사태의 불연속 변수는 항상 돈에서 온다. 성능 좋은 무기 보다는 군수와 병참에서 힘이 나온다. 러시아의 아킬레스다. 러시아는 종전 후 유럽에 에너지를 장기적으로 공급할 수 없을 수 있다. 이미 에스토니아는 러시아 없는 에너지 공급정책을 실행 중이며, 독일도 장기적으로 러시아에서 벗어나겠다고 한다. 러시아에게 우크라이나 침공은 자충수일 수 있다.중국이 6%대 이하 성장률로 내려가고 있다. 구조적으로 5% 이하 성장률로 접어들 전망이다. 선진국들은 이제 장기적으로 공산품이나 농작물, 원자재 공급을 중국과 러시아, 인도, 이슬람권 등 정치사상이 자유와 민주 가치와 다른 세계에 기대지 않을 태세다.2016년 이후 반도체 생산과 소비가 급증했지만 관련 자연소재류 가격은 심각하게 높아지진 않았다. 반도체기술 스스로의 과학화와 생산지능의 혁신효과다. 자동차 신소재나 배터리 등도 신차 생산이 늘면 함께 수요가 늘지만, 혁신속도도 강화되어 만성 인플레이션을 초래하진 않을 것이다.미국의 금리인상 정책도 예상보다는 좀 낮춘 상태에서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은 관리될 수 있다고 본다. 당장의 주가하락이 멈추기에는 눈앞 현실들이 엄혹하지만, 눈을 감으면 기다릴 만한 배후도 짐작이 간다.유럽의 명 투자자 코스톨라니는 “주식을 사두고 긴 잠을 자고나면 문제는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명언을 남겼다. 그도 우크라니아 부근 헝가리가 고국이다.엄길청 국제투자전략가·전 경기대 경영전문대학원장

2022-04-27 14:07 엄길청 국제투자전략가·전 경기대 경영전문대학원장

[브릿지 칼럼] 고객의 마음 사로잡는 마케팅

김시래 성균관대 겸임교수 겸 롯데 자이언츠 마케팅 자문위원롯데 자이언츠 야구단의 마케팅 자문을 맡아 부산을 오간다. 부산사직구장의 개막전을 보고 돌아오는 날의 열차편은 역방향이었다. 서울로 끌려가는듯 어두운 부산역이 멀어져갔다. 순방향에서 볼 수 없는 새로운 풍경이 창가로 펼쳐졌다. 서울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부산과 이별하는 느낌이었다.환경이 바뀌면 시선이 바뀌고 새로운 관점이 생겨난다. 비즈니스맨이 낯설음을 찾는 것은 그 때문이다. 관점의 종착역은 자신이 아니라 상대의 마음이다. 물건 파는 주인의 마음을 담아내야 할 광고 문구는 더더욱 그렇다. 자신의 철학이나 입장을 앞세운다면 아마추어다. 자칫 삼천포로 빠지기도 한다.금융회사 광고를 맡을 때다. 회장이 직접 고객이 믿고 맡길 수 있는 이미지를 만들어 달라고 했다. 우리는 그 회사의 재무건전성이 개선되었다는 사실을 강조하기로 했다. “체질개선, BIS비율 12.03%”이란 최근 성과를 대문짝 만하게 헤드라인에 올렸다. 그리고 강남 요지에 위풍당당하게 솟아 있는 사옥을 배경 이미지로 사용했다.당당한 자신감이 필요하다고 서두를 꺼낼 때부터 회장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 광고를 꺼내 들자 그의 얼굴엔 당황한 빛이 역력했다. 실적이 강조된 헤드라인과 자화자찬의 비주얼은 그의 의도를 정반대로 비켜나갔다.그가 자신의 속내를 털어놓았다. 고객들이 자신을 투자의 귀재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강점이지만 반대로 불안감을 가진 고객들이 늘어나서 장기거래가 가능한 우량고객이 부족하다고 했다. 따라서 신뢰와 믿음을 줄 수 있는 금융회사의 이미지가 필요하다고 했다.몇일 후 장바구니를 담은 자전거를 탄 주부가 밝게 웃는 모습을 배경으로 “살림이 조금 피었다고 장바구니를 가득 채우지 않겠습니다. 밤 밝혀 일하는 당신을 위해 환한 웃음으로 집안을 밝히겠습니다. 새 옷으로 옷장을 채우는 대신 희망으로 통장을 채우겠습니다. 금융경쟁력이 우리의 미래를 좌우합니다.”라는 카피를 채택한 광고를 제시했다. 그는 만족했다. 그의 속내는 ‘우리는 잘 나간다’가 아니라 ‘우리는 착하다’는 이미지였다.상대의 입장에 서면 화법도 달라진다. ‘단계별 접근법’을 주장한다고 하자. 그런데 상대는 골프광이다. 방법이 보이는가? “파 5홀에서 티샷이 러프에 빠졌을 경우 우드로 핀을 직접 공략하는 방법과 숏 아이언으로 페어웨이로 탈출한 뒤 핀을 공략하는 방법 중 어떤 것이 더 합리적인 방법일까요?” 라고 물어야 한다. 광고(廣告)가 아니라 적고(的告)의 시대다. 상대는 누구인가? 그들의 직책, 나이, 지위, 성별은 무엇인가? 전문가인가, 비전문가인가? 사무직인가, 기술직인가? 축구를 좋아하는 사람인가? 음악 감상을 좋아하는 사람인가?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CEO에게 직설과 강공의 문장은 먹혀들 리 없다. 유교적인 생활 습관을 가진 사람에게 지나치게 자유분방한 메시지는 곤란하다.롯데 자이언츠의 새로운 슬로건은 ‘Win the Moment’(순간에 전부를)이다.올해로 40주년을 맞은 구단에 기대하는 부산 팬들의 정신을 담았다. 매순간 집중력을 잃지 않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선수단의 결의다. 게임의 승리보다 게임의 즐거움을 안겨 드리겠다는 구단의 약속이다. 열정적인 노력은 의미 있는 결실로 반드시 연결된다는 믿음은 모두의 좌표가 되야 한다.김시래 성균관대 겸임교수 겸 롯데 자이언츠 마케팅 자문위원

2022-04-25 14:03 김시래 성균관대 겸임교수 겸 롯데 자이언츠 마케팅 자문위원

[브릿지 칼럼] 인생의 세 가지 불행

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요즘은 신용카드 사용을 많이 하다 보니 현금 볼 일이 많지 않다. 드물긴 하지만 가끔 지갑 안에서 나오는 오천원권에는 조선의 학자이자 문신인 율곡 이이(李珥) 선생이 나온다. 어머니는 오만원권에서 볼 수 있는 신사임당으로, 모자가 지폐 인물이 된 최초의 사례라고 한다.퇴계 이황과 함께 조선을 대표하는 유학자이고, 이론에만 몰두하지 않고 현실 개혁에도 적극적으로 노력한 정치가로 평가되고 있다. 그가 말한 인생의 세 가지 큰 불행이 있다. ‘소년등과(少年登科),’ ‘중년상처(中年傷處),’ ‘노년고독(老年孤獨)’이다. ‘소년등과’란 소년(어린 나이에)으로서 과거 시험에 급제한다는 뜻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은데, 너무 일찍 젊은 나이에 성공하게 되면, 자만하기 쉽고, 남들보다 일찍 이룬 성공에 도취 되어, 발전을 멈추거나 혹은 오만해지기 쉬워 많은 난관이 따를 수 있다는 뜻이다. 어린 나이에 엄청난 성취를 해낸 것은 참으로 부럽고도 훌륭한 일이겠으나, 다는 아니겠지만 많은 경우 큰 시련 없이 성공하다 보니 주변의 어려움에 공감력이 부족하기 쉽고, 자신은 쉽게 해내는 일을 주변 사람들이 이루어내지 못하는 것에 답답해할 수 있다. 심한 경우에는 타인을 쉽게 무시하고 지적하기 쉽고, 더 나아가 안하무인(眼下無人)적 태도를 가질 수도 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주변에 적이 많아지게 되고, 대인관계가 나빠지면서 점점 외롭게 되기 쉽기 때문에 반드시 경계해야 하는 일로 삼은 것이다.두 번째 불행은 ‘중년상처’다. 의학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못했던 옛날에는 사소한 병으로도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나라처럼 체계적으로 국민건강을 챙기는 나라에서는 수명도 많이 늘었고 배우자가 죽는 경우도 많이 줄었다. 그런 의미에서 열심히 건강을 챙기다 보면 그래도 좀 쉽게 피할 수 있는 불행이 아닐지 싶다. 인생의 굴곡을 함께 하는 배우자와 건강하고 단단한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함께 살아갈 수 있다면 참으로 큰 복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서로간에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고 희생이 따라야 한다. 모든 인간관계가 그러하듯이. 세 번째 불행은 ‘노년고독’으로, 두 번째 불행과 마찬가지로 건강관리를 잘하면 피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와는 좀 달리 노년이 될수록 주변에 친구와 같은 사람이 있어야 된다는 뜻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요즘 흔히 쓰는 말로 ‘나 때는 말이야’로 시작하여 상대가 원치 않는 훈계나 조언을 하지 말고, 누구를 만나든 좀 더 지갑을 자주 열려고 노력하고, 상대의 이야기를 잘 경청할 줄 알아야 한다. 노화로 인해 주변 상황에 대한 탄력성이 떨어질 수 있다. ‘친구는 내 문제를 해결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 내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이다’라는 말이 있다. 다른 이의 말을 경청하는 태도만 가져도 주변에 누군가 함께 외로움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법륜스님은 ‘불행하지 않으면 그게 행복이다’라고 말씀하신다. 인생의 세 가지 불행만 피해도 많이 행복해질 수 있겠다. 나의 성공에 자만하지 말고, 건강관리 잘하고, 내 주변에 함께 있는 사람들에게 감사하며 살아야겠다.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

2022-04-24 14:44 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

[브릿지 칼럼] 대부업 명칭 강제 끝내자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한국FPSB 부회장우리나라 모든 사금융을 제도권으로 포섭한 때는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2002년이었다. 그 해 대부업법이 시행되면서였다. 70년대에 기업형 대부업체들을 제도화하긴 했었으나 당시는 부분적이었다. 정부가 대부업법을 새로 만드는 수준의 전면 개편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당초 개정 법률안의 명칭은 ‘소비자신용법’이었다. 채무조정요청권을 비롯한 금융소비자의 권익을 향상시키는 내용이었다. 이 법률안은 최근 기존 대부업법을 존속시키고 소비자신용법안에서 담은 개인채무자 보호에 관한 내용을 담은 내용의 별개 법률로 제정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필자는 기존 대부업법을 대체할 소비자신용법 제정 소식에 관심을 갖은 부분이 있었다. 바로 현행 대부업법에서 대부업체의 상호에 ‘대부’라는 명칭을 강제하는 내용이었다. 20년 전 법 제정 당시에 일본의 대금업법을 참조했었는데 상호에 표시할 문자를 강제하는 내용은 우리 법 입안자들의 창의성이 발휘된 부분이었다.그런데 비록 정부 스스로 철회했지만 소비자신용법안에 이 부분은 그대로 살리고 있었다. 필자가 아는 바로는 인허가나 등록업종 중 상호에 특정 문구를 강제로 넣도록 하는 제도는 없다. 오히려 특정문구를 인허가 등을 받거나 등록한 업체 외에는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은 있다. 20년 전에는 특정 문구를 강제할 입법정책적 필요가 있었겠지만 지금 법률을 대대적으로 개정하면서는 이 부분에 대해 재고해 볼 여지는 있다고 생각한다.금융이용자와의 관계에서 대부업체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통로는 광고이다. 그런데 현행법에서도 광고에 대부업등록번호를 넣게 되어있고 과도한 채무의 위험성을 알리는 경고 문구를 쉽게 알아볼 수 있게 광고내용과 구분되도록 하고 있다. 상호에 굳이 ‘대부’라는 명칭사용을 강제하지 않아도 소비자에게는 당초 입법자의 의도가 전달되고 있다. 지자체에 따라서는 등록번호에 ‘대부’라는 표시가 없기도 하지만 이에 대한 통일을 기하면 자연 명칭강제를 하지 않아도 입법목적은 달성된다.이러한 명칭 강제는 업종별 구분의 의미가 아니다. ‘은행’ ‘증권’ ‘보험’이란 문구는 해당 업종을 허가받은 사업자에 대해 배타적 사용특권을 부여하는 것인 반면 대부업체에게 ‘대부’는 등록에 따른 특권이 아니라 의무로만 작용한다. 식당 영업을 하려 등록할 때 ‘백반’ ‘찌게’ ‘분식’과 같은 메뉴에 적을 내용 중 대표 메뉴를 간판에 붙이라고 강제한다면 어떻겠는가. 대부업을 제도화한 취지는 모든 사금융을 양지로 끌어내 정부의 관리감독을 통해 하나의 산업으로서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고 금융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이는 대부업법의 목적에서도 밝히고 있다.이제 제도가 시행된 지 강산이 두 번이나 변하는 시간이 흘렀고 대부업도 성숙하였을 뿐 아니라 중저신용자를 위한 금융수요 충족에 하나의 축 기능을 하고 있다. 아직도 20년 전 제도 도입 초기의 모드로 대부업을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모든 금융의 태생은 사금융이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온라인 환경에서 새로운 금융영역으로 등장한 P2P금융(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의 경우 작년까지는 대부업법의 적용을 받아 왔다. 따라서 상호에 ‘대부’라는 문구가 대출을 실행하는 자회사에 강제되었다. 그런데 작년부터 별도의 특별법 적용을 받으면서 상호에 적용되는 특정 문구를 강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등의 문구를 배타적#8231;특권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을 택했다. 어쩌면 ‘대부업’이란 명칭에서 덧씌워진 부정적 이미지가 대부업의 건전한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 지금 시점에서 법의 목적 중 하나인 ‘대부업의 건전한 발전’을 법 스스로가 제한하는 작용을 하고 있지 않은가도 짚을 대목이라는 것이다.이왕에 법률에 손을 댄다면 상호에 특정 문구를 강제하는 부분에도 관심을 가지고 검토했으면 한다. 아직 시기상조라면, 일단 금융위원회에 등록하도록 되어있는 대형 업체부터 강제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무릇 이름이란 지칭되는 사람에겐 소중하고 중요하기에 작명에 신중을 기하기 마련이고 이는 사업체 상호의 경우도 같다. 사람이나 기업이나 불리는 대로 본질이 형성되는 측면이 있음도 새길 일이다. 때로는 긍정적으로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wag the dog) 결과도 있는 법이다.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한국FPSB 부회장

2022-04-21 09:03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한국FPSB 부회장

[브릿지 칼럼] 규제개혁 천리길도 한걸음부터

박봉규 2022 세계가스총회 조직위원장경제정책의 궁극적 목표는 모든 국민을 골고루 더 잘 살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성장이 달성되어야 하는 동시에 그 과실이 경제활동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분배되어야 한다. 이 둘은 함께 추구되어야 할 과제지만 현실에서는 불가피하게 어느 한 쪽에 무게추가 실리기 마련이다. 문재인 정부도 성장을 간과한 것은 아니었지만 분배 개선과 이를 통한 성장에 방점이 찍혔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소득주도 성장보다는 민간의 창의력에 바탕을 둔 성장엔진을 다시 가동하겠다고 한다. 분배 개선도 결국은 성장을 통한 먹거리가 전제되어야만 가능하다는 발상이다.민간의 경제활동을 지원 또는 독려하기 위한 정부정책에는 직접지원과 규제완화가 있다. 규제완화는 기업에게 활동의 자유와 공간을 넓혀준다. 기업 입장에서 규제는 그 존재 자체로 회피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간접적인 세금이다. 규제완화는 정부의 입장에서는 추가적인 비용이 들지 않으면서도 기업 부담을 덜어주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다. 규제완화 필요성에는 누구나 공감한다. 규제완화 의지를 담은 다양한 용어도 탄생했다. 전봇대 뽑기에서 손톱 밑 가시제거를 거쳐 새 부총리 지명자는 기업의 다리에 매달린 모래주머니를 떼 주겠다고 한다.그러나 규제완화가 의지나 말처럼 쉽게 되는 것이었다면 왜 모든 정부에서 그렇게 부르짖는데도 계속 그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을까? 규제완화를 위해선 규제를 통해 이익을 누리는 기득권층, 관료들의 보신주의, 정치적 해결보다는 무엇이든 법과 규제로 문제를 풀려는 국회의 입법 만능주의, 규제생산의 바탕이 되는 정부의 이념, 규제완화를 주장하다가도 정작 무슨 일이 생기면 정부는 손 놓고 뭘 하느냐 질타하는 언론과 국민의 태도 등 넘어야 할 산이 한 둘이 아니다. 원론에서는 찬성하다가도 내 이해에 관계되는 세부내용에 들어가면 이런저런 이유로 안 된다며 태도를 바꾸는 것이 사람들의 행태이다.규제라는 쇠뿔은 단김에 빼야 할까, 아니면 천리 길도 한걸음부터 걸어야 할까? 대타협을 통해 쇠뿔을 단김에 빼는 방안은 큰 규제를 혁파해 가시적 성과를 내기에는 좋다. 그러나 혁명적 상황에서 국민 신뢰를 전제로 강한 리더십이 바탕 되지 않으면 추진되기 어려운 일이다. 새 정부 출범이라는 호기를 활용하면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일괄타결에 매달리다가 자칫 기회 자체를 놓칠 수도 있다. 보다 현실적인 방안은 가능한 것부터, 작은 것에서부터 성과를 내 국민적 공감대를 넓혀가는 것이다. 조선시대 최대 개혁과제였던 대동법은 시범시행부터 전국 확대까지 무려 100년이 걸렸다. 처음부터 전국 동시시행을 밀어붙였더라면 반대파 공격에 중도 좌절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다행히 지난 대선 때 모든 후보가 규제개혁을 약속했고 그 중에는 공통공약으로 뽑아 낼 사항들도 많다. 대타협에 매달려 시간을 보내기 보다는 공통공약 가운데 실천 가능한 합의를 통해 작더라도 성과를 보여줌으로써, 그 효과 때문에라도 반대파들이 더 이상 자기주장을 못하게 해야 한다. 시간이 걸리는 사안이라면 임기 중에 완결시킬 필요도 없다. 지금 정부에서 이룬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 정부에서 또 한발을 내디딘다면 결국 우리는 바라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박봉규 2022 세계가스총회 조직위원장

2022-04-20 14:08 박봉규 2022 세계가스총회 조직위원장

[브릿지 칼럼] 드론과 자율비행

권희춘 (사)한국인지과학산업협회 상근부회장 겸 美 캐롤라인대 AI·드론학과 교수오늘날 드론은 다양한 기능과 센서의 융합으로 성능 자체가 고도화되고 사용 범위 또한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드론의 시장이 커져감에 따라 소비자들의 수요도 변하고 있는데 현재 소비자들의 만족감은 단순히 손으로 조종하는 수동조작만으로 채울 순 없다. 방송분야에서는 자율적으로 움직이며 촬영을 해야 하고 경찰이나, 소방관과 같은 구조활동이 필요한 곳에서는 실외, 실내와 같은 다양한 환경에서도 자율주행과 영상을 통한 재난, 안전분야 관측 기능도 요구되고 있다.일반인들에게도 많은 수요가 있지만 공통적으로 드론이 스마트하게 움직이기를 바라고 있다. 여기에서 스마트함이란 정해져 있는 경로대로 드론이 스스로 움직이거나 처음부터 드론이 판단해 자율주행 하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1일 1드론의 시대가 점차 다가오고 있는 지금 일반인들뿐만 아니라 전문가들에게도 드론은 조종기를 통한 수동조작이나 위성항법시스템 기반의 경유지, 목적지 정도의 기능으로만 사용할 수 있다.전 세계 드론시장에서 자율적인 움직임을 테마로 본다면 다양한 기능과 퀄리티로 가장 유명한 중국의 DJI도 GPS 기반의 정해져 있는 경로를 따라가는 ‘웨이포인트’ 기능이거나 영상처리를 통해 인식된 피사체를 따라가는 정도의 기능을 하고 있다.웨이포인트를 하기 위해서는 드론의 위치 좌표와 목표 지점의 좌표가 필요하다. 따라서 드론의 자기 위치 인식은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GPS 기반의 알고리즘에서는 GPS를 통해 드론과 목표의 좌표를 표현할 수 있지만, GPS가 없는 상황이라면 기준값이 없기 때문에 좌표를 표현할 수 없다. 향후 드론의 비행이 많아지면 드론이 다녔던 길 혹은 궤적을 따라 최적의 고도와 방향을 가지고 자율로 비행하는 드론의 비행이 누적되고 축적될 것을 대비해야 한다. 궤적은 ‘내가 걸어온 발자취’로 볼 수 있다. 드론은 목적지와 방향에 따라 주어진 혹은 허락된 항로로만 비행을 해야 하는 이유에 해당한다. 드론의 비행이 기존 항공기처럼 복잡하고 체계적인 규정이 아직 확정되지 않아서 많은 논란이 있고 범위와 규모, 항로 같은 지상이나 GPS를 데이터 통신을 통한 드론비행 경로 정보에 대한 항행 빅데이터의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드론의 자율주행을 위한 몇 가지 개발 단계를 살펴보도록 보면, 드론의 자율주행을 위한 기계학습 및 인공지능 기반제어 및 신호처리 기술 개발이 필요하고, 무선 네트워크에서 전송데이터의 지연, 결함, 손실 등을 보상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반 알고리즘 개발도 있어야 한다. 드론의 완전 자율주행을 위한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환경 구축 해서 충분한 드론 테스트 비행을 해야 하며, 완전 자율주행 드론 제작 및 주행 실험을 다양한 환경에서 진행돼야 한다. 다양한 연구와 실험은 무인으로 초기 일정 구간을 수많은 Sortie(항공기 출격)도 또한 포함된다. 숲 속 길은 제일 먼저 걸어간 사람이 그 길을 만든 최초의 시작이다. 하지만 숲 속은 가시덩쿨이 막아서고 제일 앞장선 사람에게 생채기를 줍니다 남들이 한번도 가지 않는 미지의 길, 가시밭길을 끝없이 개척해서 가는 것 그것이 성공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권희춘 (사)한국인지과학산업협회 상근부회장 겸 美 캐롤라인대 AI·드론학과 교수

2022-04-18 14:06 권희춘 (사)한국인지과학산업협회 상근부회장 겸 美 캐롤라인대 AI·드론학과 교수

[브릿지 칼럼] 상표 등록 100%를 보장할 수 없는 이유

전소정 지심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특허법률사무소가 받는 상표 출원 비용은 대개 출원 절차를 대행해 주는 비용에 대한 수수료(착수금)와 1년 정도의 심사 기간을 거친 뒤 등록결정시에 받는 수수료(등록 성사금)로 구성돼 있다. 때때로 상표 출원 비용 체계에 익숙하지 않은 고객들은 착수금 외에 등록 성사금을 또 받는 것을 납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상표 등록을 100% 보장할 수는 없기에 대리인의 수수료 체계 절차를 대행해 주는 수수료와 성공 시에 받는 보수를 분리하여 책정하기 때문이다.그렇다면 상표 등록은 어째서 100%의 성공률을 보장할 수는 없는 걸까. 간단한 검색만으로 상표의 등록가능성을 미리 타진할 수 있다고 보는 고객들은 상표의 등록가능성을 100% 보장하지 못한다는 말에 실망하곤 한다. 하지만 이는 상표의 등록요건과 심사의 속성을 좀 더 깊이 이해한다면 생각을 바꿀 수 있다. 실무에서 주로 문제가 되는 상표의 등록요건은 상표의 식별력 여부와 유사 여부이다. 식별력 여부는 해당 상표가 상품의 속성 등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말로만 구성되어 있는지 여부를 말한다. 예를 들어 ‘갈아 만든 배’ 주스는 배를 갈아서 만든 주스라는 상품의 속성을 직접적으로 표시한 상표이므로 식별력은 없다. 나의 상품과 타인의 상품을 구별하게 해주는 능력이 식별력인데 ‘갈아 있는 배’는 특정인에게 독점력을 인정해줄 만큼의 식별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음을 누구든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문제는 식별력을 인정하기가 애매한 케이스에서 발생한다. ‘미녀는 석류를 좋아해’ 상표는 과연 식별력을 인정할 수 있을까? 실제로 특허청 심사 단계에서 거절되었던 이 상표는 이후 심판 단계에서 다시 등록결정 되었다. ‘미녀는 석류를 좋아해’는 이 주스를 마시면 미녀가 될 수 있다는 상품의 효능을 암시할 뿐 직접적으로 드러낸 상표는 아니라는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특허청이 이후 심판 단계에서 결정을 번복했기 때문에 식별력 인정 여부에 다툼이 존재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상표의 유사 여부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민들레영토’와 ‘민들레’는 유사할까? 실제로 대법원까지 갔던 이 사건에서 결국 ‘민들레영토’ 라는 카페는 주지저명한 카페이고, ‘민토’라는 약칭으로도 자주 호칭되는 바 ‘민들레’만으로 구성된 상표와는 수요자들이 출처를 오인, 혼동할 가능성이 낮아보인다는 이유로 유사하지 않다고 판결했다. 따라서 상표의 식별력 여부나 유사 여부는 심사나 판결에 있어서 ‘주관적’인 요소가 개입될 수 밖에 없다. ‘객관적’ 측정이 출원 초기부터 어렵기 때문에 상표의 등록가능성을 100% 보장한다는 것은 상표 등록 심사의 타고난 주관적 속성과 합치되지 않는다. 따라서 변리사 등 대리인은 상표의 등록가능성을 100% 보장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대리인으로서의 노하우와 역량을 발휘하여 등록가능성을 최대한 정확하게 판단하고 등록가능성을 끌어올리는 방법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하며, 의뢰인도 상표 등록의 주관적 속성을 좀 더 이해한다면 비용 체계에 대한 오해를 불식하고 상표의 등록가능성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최선의 방법을 함께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전소정 지심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

2022-04-17 15:08 전소정 지심특허법률사무소 대표 변리사

[브릿지 칼럼] 장수가 축복이 되려면

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런던비즈니스스쿨의 린다 그래튼 교수는 “장수가 저주가 아닌 축복의 삶을 누리기 위해선 노후준비로 금융자산이나 부동산 등 유형 자산보다 오래 일할 수 있는 자산을 축적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생산 자산, 활력 자산, 변형 자산의 3가지 무형자산이 바로 그것이다. 백세 시대엔 은퇴나 정년이란 단어는 사라지고, 최소 2~3개의 직업을 가지며 오랫동안 일을 해야 살 수 있는 세상이 되기 때문이다.안영숙(66세) 씨는 전업주부로 청주에서 살았다. 2014년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서울을 오가며 은퇴 교육을 수강했다. 그것을 계기로 서울로 이사했다. 처음 몇 년간은 원하는 걸 배우고, 문화예술 관람과 여행 등으로 재미있게 보냈다. 문득 무주택자의 불안감에 부동산 스타디그룹에 가입해 부동산에 눈을 떴다. 집을 장만하자 남편 은퇴 후 고정 수입의 필요성을 깨닫고 64세에 수익형 부동산인 고시텔을 창업했다. 현재 일의 보람을 느끼며 워라밸을 만끽하며 산다.전업주부에서 불과 5년 만에 창업에 성공한 변신의 힘은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새로운 환경과 변화를 수용하고 자신을 변화시키는 유연한 삶의 자세라고 생각한다. 남편 은퇴가 2년이나 남았음에도 설득하여 서울로 이사했다. 통상 나이 들면 익숙한 곳에 안주하거나 생활비가 적게 드는 시골로 옮기는 데 오히려 반대의 길을 택했다. 노후를 활동적이고 즐겁게 살기 위해선 다양한 강좌와 문화시설이 있는 서울이 적합하고, 주택 등 재테크 측면에서도 유리하다고 판단했단다.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나 도전정신 또한 남다르다. 교육 수료생들과 난생처음 뮤지컬에도 도전했다. 남자 배역이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공연 후 “열심히 하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라는 용기와 자신감을 찾았다고 한다. 그녀는 나이 많다고 도전을 포기한 게 가장 아쉽다는 김형석 교수님의 강연에 자극받아 늘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그럼 64세에 창업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은 무엇일까? 학습과 다양한 인간관계였다. 부동산 TV를 통해 독학하며 스타디그룹에 참여했다. 누구라도 쉽게 어울리는 특유의 친밀한 성격이 진가를 발휘했다. 부동산 카페 활동도 열심히 했다. 그곳에서 만난 고수들 진짜 대단하다며 한 가지라도 더 배우려고 노력하였고, 그들의 성공사례를 보며 창업에 눈을 떴다고 한다.고수들이 부동산 관련 책 100권을 읽을 것을 권했다. 처음엔 이해가 되지 않아 애를 먹었다. 10권 정도 읽으니 익숙해지면서 토론, 현장 탐방, 사례 공유 그리고 각종 세법까지 두루 공부했다. 그리곤 돈 액수대로 작은 곳에 투자했고 부동산 상승기라 성공했다. 한두 번의 실수도 있었지만, 그런 것이 오히려 창업에 도움이 되었다고 긍정적이다.안영숙 씨 사례에서 보듯 그녀는 기술·지식과 학습 능력 등의 생산 자산에 건강과 다양한 인간관계 등의 활력 자산 역시 갖추었다. 무엇보다도 자신을 변화시키는 변형자산은 탁월했다. 이 세 가지의 무형자산이 시너지를 작용해 시니어 창업에 성공한 것은 아닐까?교육, 일, 은퇴라는 3단계 인생 프레임에선 학습이나 변화의 필요성이 적었다. 교육과 일이 반복되는 다단계 삶인 장수 시대엔 학습과 변화에 대처하는 능력이 승패를 좌우한다. 특히 변화에 둔감한 시니어에겐 새로운 환경과 전환기를 맞이할 때마다 유연하게 받아들이면서 자신을 변화시키는 ‘변형 자산’이 중요하다.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

2022-04-14 14:07 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

[브릿지 칼럼] 꼭 국방부 청사여야만 했나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청와대를 임기 시작일인 5월 10일 개방해 국민에게 돌려 드리겠다”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3월 20일 공식화했다. 또 대통령 집무실은 용산의 국방부 자리에 옮길 것도 밝혔다. 이로써 청와대는 1948년 대한민국 건국 이후 74년 만에 새롭게 태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 그 자리는 일제치하 때 총독관저가 들어선 곳이었다. 1926년 경복궁 홍례문구역 앞마당에 총독부청사를 신축했고 1937년에는 경복궁 뒤뜰에 총독관저를 신축해 사용해왔다. 사실상 85년 만이다.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군정 청사는 중앙청이었다. 총독관저에는 존 하지 중장이 주거했다가 이승만 대통령이 경무대 이름으로 주거했다. 그러다 윤보선 대통령 때 청와대로 명칭을 변경했다. 14대 김영삼 대통령이 중앙청을 해체하여 경복궁을 복원하기로 한 후 1996년 11월 13일 철거가 완료됐다.파란이 많았다. 거기서 거주한 총독이나 대통령들도 거의 파란만장이다. 8대 총독 고이스 구니아키는 A급 전범으로 종신형을 살다가 옥중 사망했다. 3대, 5대 총독을 지낸 사이토 마코토는 최장수 총독을 역임한 후 2·26사건 때 젊은 장교들에게 총살당했다.대한민국 대통령들은 어떠한가. 초대~3대 이승만 대통령은 4·19 혁명으로 하와이로 쫓겨나가 객사한 셈이다. 5~9대 박정희 대통령은 군 출신으로 쿠데타를 일으켜 장기집권을 누리다가 심복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의 저격으로 사망했다. 11~12대 전두환 대통령과 13대 노태우 대통령은 군 출신으로 12·12 군사반란과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압의 주범으로 퇴임하여 옥고를 치른 후 병사했다. 16대 노무현 대통령은 5공 비리의 ‘청문회 스타’였지만 퇴임 후 친형과 가족 비리로 검찰소환을 받았다. 같은 해 투신했다.제17대 이명박 대통령은 옥고 중이고 18대 박근혜 대통령은 옥고를 5년 치르다 사면됐다.대통령 집무실이 들어갈 국방부가 있는 용산지역도 한국 수난의 땅이었다. 1882년 임오군란으로 청나라 군대가 용산에 주둔했다. 1904년 일본은 용산 일대 389만㎡를 강제수용했고 1915년에는 둔지산(屯芝山) 일대 238만㎡를 2차 추가 수용했다. 해방 후 미8군사령부가 용산기지로 입주했다. 이곳도 140년 만에 돌아오는 셈이다. 대통령 집무실로 결정된 국방부 건물에 급하다 보니 비집고 들어가는 형국이다. 군사기지와 대통령집무실이 함께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미국 백악관 앞에서 하듯 평화시위도 가능해야 하는데 군사기지에서 그게 가능한가. 시간을 갖고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를 용산지역 남동부 둔지산 남쪽에 백악관처럼 깨끗하고 소박하게 신설해 입주하는 게 바람직하다. 배산임수(背山臨水)이기도 하다. 서울 중심지역에 합참 등 군사기지가 있는 것도 문제다. 이참에 미국 국방부(펜타곤)가 백악관이 있는 워싱턴 D.C. 밖 버지니아주 엘링턴에 위치해 있듯이 서울 북쪽으로 나가야 한다.대통령 관저가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으로 결정되면서 정부와 군부요인들 관저가 지나치게 호화롭고 쓰는 비용이 불투명하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선진국처럼 대통령과 국무총리에게만 관저를 제공하고 비용도 투명하게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2022-04-13 14:04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브릿지 칼럼] 혼자 사는 법을 익힐 때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인지하지 못해도 시대는 급변한다. 변화를 추동하는 혁신적인 분야가 아니라도 눈 깜짝할 새 시대가 변했다는 건 누구나 동의한다. 격동의 인구구조만 봐도 한국의 변화 양상은 파워풀하다. 불과 몇 년 전의 장래추계조차 먹혀들지 않는다. 자연감소(출생-사망)는 10년, 총인구감소는 8년이나 앞당겨졌다. 각각 2019년, 2020년에 이미 도달해 경고음과 함께 쓰나미가 일렁인다.먼 미래라 여겼기에 여유로웠다. 하지만 더는 곤란해졌다. 시대 변화에 한참 못 미치는 정책 대응을 볼 때 충격과 파장은 각자도생으로 전가될 분위기다. 스스로 살아내는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가족구성의 본능조차 꺾은 채 나홀로의 삶을 택한 청년세대가 급증했다. 결혼 포기로 미래 위험을 제거한 것이다. 이들이 또 늙어간다. 50세 시점으로 따지는 생애미혼(평생비혼)은 2025년 남녀 각각 21%·12%로 추정된다. 총각아저씨·처녀아줌마의 양산이다. 또 늘어난 황혼이혼은 중고령세대의 각자도생 실천 버전이다. 환갑에 결혼을 깨도 20~30년을 살아가니 위험회피·후생증진의 셈법이 먹혀든다. 게다가 굳이 헤어지지 않아도 어차피 인생 후반전은 혼자일 수밖에 없다.이로써 싱글시대는 본격화한다. ‘나홀로 산다’야말로 유력한 생애모형 중 하나다. 한국의 인구구조를 볼 때 솔로인생의 지배력은 공고하다. 남녀노소 누구든 언젠가 해당될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인 까닭이다. 결혼·출산 등 과도한 관계비용이 저성장·가치관의 전환과 맞물려 인구구조를 급변시킨 것이다. 결국 표면화된 싱글사회는 인구변화의 종착지로 유력하다. 눈치 빠른 시장은 벌써 새로운 잠재수요로 싱글 고객에 방점을 찍는다. 혼자도 잘 살도록 틈새형 상품·서비스를 내놓는다. 상식이던 가족형 적분소비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독신형 미분소비의 구매력에 주목한 결과다.‘혼자 사는 법’을 익혀야 할 때다. 아직은 아닐지언정 언젠가 닥칠 수 있기에 하나둘 싱글 생존법을 체득하는 게 좋다. 색안경을 낄 필요는 없다. 이는 삶을 잘 살아내는 전략이자 주변을 배려하는 예의다. 고정관념과 선입견은 빨리 버릴수록 낫다. 버텨본들 각자도생 사회에서는 동의받기 어렵다. 가족조차 챙겨주기 힘든 사회인데 정책에 의탁하기란 특히 더 곤란하다. 나홀로 잘 살아낼 때 갈등 비용은 줄어든다. 그러자면 미리미리 하나둘 혼자 사는 법을 연습하는 수뿐이다. 공고했던 성별 역할은 설 땅을 잃었다. 남성전업·여성가사의 표준가족형은 유물로 전락한지 오래다. 시대는 다기능을 원한다. 넘치도록 부유하지 않다면 생활수요의 본인 해결은 기본이다.전통의 가족은 각자 역할만 해내면 평화롭고 화목했다. 지금은 가족 자체가 사라지고, 역할조차 넘나든다. 일하는 엄마와 밥하는 아빠도 늘어난다. 직업과 살림의 구분 없는 전천후형 인적자원이 대접받는다. 2040세대에겐 뉴노멀에 가까운 상식이다. 받아들이기 힘든 고정관념·시대변화의 교차 지점에 선 5060세대라도 더는 여유가 없다. 혼자 사는 법은 받드시 익혀야 할 과제다. 이를 통해 가족·배우자의 소중함을 아는 건 덤이다. 시간은 빠르고 변화는 날쌔다. ‘나홀로’는 인구 변화가 던진 미래 경고 속의 생존 힌트로 제격이다.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2022-04-11 13:56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브릿지 칼럼] 지금은 스태그플레이션에 대비할 때

이계안 2.1지속가능재단 설립자경기 침체가 목전에 다가오고 있다. 미국 연준이 빠른 금리인상과 조기 양적긴축에 대한 의지를 내비치면서 단기 금리가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장단기 금리차는 역전될 모양새고, 이것은 경기 침체를 예고하는 불길한 징후로 받아들여진다. 경기 침체는 평균 1년 반 정도 진행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올해 하반기부터 경기침체가 진행된다고 가정하면 내년 말까지는 어려운 시기가 지속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하는 시점이다.경기 침체의 원인은 단연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다. 이 전쟁은 전세계 원유 및 가스, 밀 등 곡물과 각종 반도체 소재까지 공급 차질 우려와 함께 관련 원자재 가격 급등을 초래했다. 그리고 전쟁 이후에도 이들 가격이 예전 수준으로 돌아가는데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문제는 바로 이 부분이다. 당초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까지만 해도, 원자재 가격발 물가 상승은 올해 상반기를 고점으로 점진적인 하향세로 전환될 것으로 보았다. 그런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이런 전망을 송두리째 흐트러뜨린 것이다.높은 물가는 소비를 훼손시킬 우려를 증폭시켰을뿐더러, 빠른 금리 인상으로 기업 경기를 위축시켜 일자리를 줄이고 소득을 감소시킬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높은 물가에 소득 감소, 바로 전형적인 스태그플레이션의 모습이다. 우리는 지금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괴물을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문제는 우리 정부가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준비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점이다. 인수위와 청와대가 갈등 관계를 표출하는 모양새다. 진보 정부에서 보수 정부로 권력 교체가 일어나는 상황이니 아무래도 그러려니 할 수밖에 없기는 하다. 그러나 갈등을 빚고 있는 이슈를 놓고 보면 하등 중요하지 않은 문제들이다. 도대체 대통령 집무실 위치나 개별기업 인사가 갈등거리이기나 한가.정작 국민들은 특히 소상공인들은 가뜩이나 코로나 방역으로부터 벗어나지도 못했는데 이번에는 스태그플레이션이라니. 3년을 고생하고 앞으로 또 2년을 더 고생해야 하는 위기다. 일반 국민도 마찬가지다. 내 월급 빼고 다 오른다고 하는 푸념처럼, 높아만 가는 물가에 월급 봉투는 점점 더 얇아지고 있다.가뜩이나 힘든 시간을 버텨온 국민들에게 보호막을 만들어 줘야 하는 것이다. 지금은 청와대와 인수위가 갈등을 빚어낼 시기가 아니다. 어떻게 정권을 잘 넘겨주고 넘겨받아서 다가올 위기를 슬기롭게 넘길 수 있을지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짜내야 할 때다.당장 눈 앞에 닥친 위기를 헤처나갈 수 있도록, 소상공인을 위한 지원금 처리가 시급하다. 높아만 가는 유가에 대응하여 유류세 인하뿐만 아니라 대중교통 교통비 보조금도 시급히 필요하다. 그러나 지금 정치권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 경기위축, 원재료값 상승, 금융비용 증가라는 삼중고를 겪게 될 산업 지원 방안이 조속히 마련되어야 한다. 산업이 어려워지면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국민 전체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대저 가장 좋은 정치는 국민이 함포고복(含哺鼓腹)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다.이계안 2.1지속가능재단 설립자

2022-04-10 14:52 이계안 2.1지속가능재단 설립자

[브릿지 칼럼] 어쨌든 정당한 폭력은 없다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올해의 아카데미 시상식은 전무후무한 사건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할리우드 배우 윌 스미스가 시상식 도중 코미디언 크리스 록의 뺨을 때리는 모습이 전 세계에 생중계됐기 때문이다. 스미스는 탈모 진단을 받은 뒤 삭발한 헤어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는 자신의 아내에게 록이 지나친 농담을 하자 격분하며 무대 위로 올라갔다. 스미스의 행동은 상대가 ‘맞아도 싸다’는 옹호론과 ‘용납될 수 없는 폭력’이라는 양분된 반응을 야기하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글로벌 여론조사업체 미디어 리얼리서치 코리아가 전세계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10명 중 4명이 ‘스미스와 똑같이 반응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참을 수 없는 모욕임은 동감하나 폭력 자체는 잘못’이라는 응답도 과반을 훌쩍 넘겼다(64.4%). 이는 대다수 사람들이 록의 행동이 부적절했다고 인정하는 동시에 폭력은 절대 용납될 수 없다는 데 꽤 많은 사람들이 적극 동조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평소에는 좋은 남편이지만 화가 나면 폭력적이 되어 아내와 갈등을 겪던 상담실의 한 내담자도 같은 생각이었다. 그는 이 사건을 두고 자신도 스미스와 똑같이 했을 것 같다고 했다. 더불어 왜 그것이 잘못인지 모르겠다고도 말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분노행동도 이유가 없는 게 아닌 만큼 아내가 자신의 그런 폭발적 행동을 이해해주길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이는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반성하고 스스로 고치려고 노력하는 책임 있는 자세와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아내의 관용과 희생을 통해 해결하려 하면서 자신을 정당화하는 모습이다. 록의 도 넘은 농담이 잘못이기에 스미스는 폭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었다는 논리다.자신의 아내를 모욕할 때 화나지 않는 남편이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부분에서 스미스의 분노가 너무 잘 공감된다. 오히려 아무렇지도 않다면 그런 그에게 더 화가 났을 거다. 하지만 상대의 마음과 입장이 잘 와 닿고 이해된다고 해서 그 이후 선택된 행동이 무조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심리적 공감과 선택된 행동에 대한 책임은 구별돼야 할 별개의 사안이다.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혼동하는 것 중 하나가 이해와 공감을 동의나 허락으로 여기는 것이다. 흔히 부모가 자녀를 훈육할 때 자녀의 얘기를 경청하며 이해하기 힘든 이유도 그것이다. 휴대폰을 구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신형으로 바꿔달라고 조르는 아이의 부모를 상상해 보자. 원하는 걸 갖고 싶은 아이 마음은 이해되지만 새 휴대폰을 사주는 건 다른 얘기다. 실은 이 같은 오해가 상대에 대한 이해와 공감을 더 어렵게 한다.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이해하는 것이 잘못된 일에 대한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니다. 자기행동의 책임은 어디까지나 본인에게 있다. 우린 그 이유가 담긴 상대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그 입장에 대해 아낌없이 공감해 줄 수 있으면 된다. 그러려면 가족이나 친구처럼 가까운 사람의 이야기부터 잘 들어주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잘못된 행동에 대해서는 따뜻한 공감이 아닌 따끔한 공감의 자세가 필요하다. ‘화나는 마음은 이해되지만 당신 행동에 동의하기는 어렵다’고.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

2022-04-07 14:33 안미경 예담심리상담센터 대표·교육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