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규제개혁 천리길도 한걸음부터

박봉규 2022 세계가스총회 조직위원장
입력일 2022-04-20 14:08 수정일 2022-04-24 23:31 발행일 2022-04-2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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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규 2022 세계가스총회 조직위원장

경제정책의 궁극적 목표는 모든 국민을 골고루 더 잘 살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성장이 달성되어야 하는 동시에 그 과실이 경제활동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분배되어야 한다. 이 둘은 함께 추구되어야 할 과제지만 현실에서는 불가피하게 어느 한 쪽에 무게추가 실리기 마련이다. 문재인 정부도 성장을 간과한 것은 아니었지만 분배 개선과 이를 통한 성장에 방점이 찍혔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소득주도 성장보다는 민간의 창의력에 바탕을 둔 성장엔진을 다시 가동하겠다고 한다. 분배 개선도 결국은 성장을 통한 먹거리가 전제되어야만 가능하다는 발상이다.

민간의 경제활동을 지원 또는 독려하기 위한 정부정책에는 직접지원과 규제완화가 있다. 규제완화는 기업에게 활동의 자유와 공간을 넓혀준다. 기업 입장에서 규제는 그 존재 자체로 회피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간접적인 세금이다. 규제완화는 정부의 입장에서는 추가적인 비용이 들지 않으면서도 기업 부담을 덜어주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이다. 규제완화 필요성에는 누구나 공감한다. 규제완화 의지를 담은 다양한 용어도 탄생했다. 전봇대 뽑기에서 손톱 밑 가시제거를 거쳐 새 부총리 지명자는 기업의 다리에 매달린 모래주머니를 떼 주겠다고 한다.

그러나 규제완화가 의지나 말처럼 쉽게 되는 것이었다면 왜 모든 정부에서 그렇게 부르짖는데도 계속 그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을까? 규제완화를 위해선 규제를 통해 이익을 누리는 기득권층, 관료들의 보신주의, 정치적 해결보다는 무엇이든 법과 규제로 문제를 풀려는 국회의 입법 만능주의, 규제생산의 바탕이 되는 정부의 이념, 규제완화를 주장하다가도 정작 무슨 일이 생기면 정부는 손 놓고 뭘 하느냐 질타하는 언론과 국민의 태도 등 넘어야 할 산이 한 둘이 아니다. 원론에서는 찬성하다가도 내 이해에 관계되는 세부내용에 들어가면 이런저런 이유로 안 된다며 태도를 바꾸는 것이 사람들의 행태이다.

규제라는 쇠뿔은 단김에 빼야 할까, 아니면 천리 길도 한걸음부터 걸어야 할까? 대타협을 통해 쇠뿔을 단김에 빼는 방안은 큰 규제를 혁파해 가시적 성과를 내기에는 좋다. 그러나 혁명적 상황에서 국민 신뢰를 전제로 강한 리더십이 바탕 되지 않으면 추진되기 어려운 일이다. 새 정부 출범이라는 호기를 활용하면 가능할 수 있다. 그러나 일괄타결에 매달리다가 자칫 기회 자체를 놓칠 수도 있다. 

보다 현실적인 방안은 가능한 것부터, 작은 것에서부터 성과를 내 국민적 공감대를 넓혀가는 것이다. 조선시대 최대 개혁과제였던 대동법은 시범시행부터 전국 확대까지 무려 100년이 걸렸다. 처음부터 전국 동시시행을 밀어붙였더라면 반대파 공격에 중도 좌절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다행히 지난 대선 때 모든 후보가 규제개혁을 약속했고 그 중에는 공통공약으로 뽑아 낼 사항들도 많다. 대타협에 매달려 시간을 보내기 보다는 공통공약 가운데 실천 가능한 합의를 통해 작더라도 성과를 보여줌으로써, 그 효과 때문에라도 반대파들이 더 이상 자기주장을 못하게 해야 한다. 시간이 걸리는 사안이라면 임기 중에 완결시킬 필요도 없다. 지금 정부에서 이룬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 정부에서 또 한발을 내디딘다면 결국 우리는 바라는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박봉규 2022 세계가스총회 조직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