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꼭 국방부 청사여야만 했나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입력일 2022-04-13 14:04 수정일 2022-04-15 09:43 발행일 2022-04-1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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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익 경영 컨설턴트

“청와대를 임기 시작일인 5월 10일 개방해 국민에게 돌려 드리겠다”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3월 20일 공식화했다. 또 대통령 집무실은 용산의 국방부 자리에 옮길 것도 밝혔다. 이로써 청와대는 1948년 대한민국 건국 이후 74년 만에 새롭게 태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 그 자리는 일제치하 때 총독관저가 들어선 곳이었다. 1926년 경복궁 홍례문구역 앞마당에 총독부청사를 신축했고 1937년에는 경복궁 뒤뜰에 총독관저를 신축해 사용해왔다. 사실상 85년 만이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군정 청사는 중앙청이었다. 총독관저에는 존 하지 중장이 주거했다가 이승만 대통령이 경무대 이름으로 주거했다. 그러다 윤보선 대통령 때 청와대로 명칭을 변경했다. 14대 김영삼 대통령이 중앙청을 해체하여 경복궁을 복원하기로 한 후 1996년 11월 13일 철거가 완료됐다.

파란이 많았다. 거기서 거주한 총독이나 대통령들도 거의 파란만장이다. 8대 총독 고이스 구니아키는 A급 전범으로 종신형을 살다가 옥중 사망했다. 3대, 5대 총독을 지낸 사이토 마코토는 최장수 총독을 역임한 후 2·26사건 때 젊은 장교들에게 총살당했다.

대한민국 대통령들은 어떠한가. 초대~3대 이승만 대통령은 4·19 혁명으로 하와이로 쫓겨나가 객사한 셈이다. 5~9대 박정희 대통령은 군 출신으로 쿠데타를 일으켜 장기집권을 누리다가 심복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의 저격으로 사망했다. 11~12대 전두환 대통령과 13대 노태우 대통령은 군 출신으로 12·12 군사반란과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압의 주범으로 퇴임하여 옥고를 치른 후 병사했다. 16대 노무현 대통령은 5공 비리의 ‘청문회 스타’였지만 퇴임 후 친형과 가족 비리로 검찰소환을 받았다. 같은 해 투신했다.제17대 이명박 대통령은 옥고 중이고 18대 박근혜 대통령은 옥고를 5년 치르다 사면됐다.

대통령 집무실이 들어갈 국방부가 있는 용산지역도 한국 수난의 땅이었다. 1882년 임오군란으로 청나라 군대가 용산에 주둔했다. 1904년 일본은 용산 일대 389만㎡를 강제수용했고 1915년에는 둔지산(屯芝山) 일대 238만㎡를 2차 추가 수용했다. 해방 후 미8군사령부가 용산기지로 입주했다. 이곳도 140년 만에 돌아오는 셈이다. 대통령 집무실로 결정된 국방부 건물에 급하다 보니 비집고 들어가는 형국이다. 군사기지와 대통령집무실이 함께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미국 백악관 앞에서 하듯 평화시위도 가능해야 하는데 군사기지에서 그게 가능한가. 시간을 갖고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를 용산지역 남동부 둔지산 남쪽에 백악관처럼 깨끗하고 소박하게 신설해 입주하는 게 바람직하다. 배산임수(背山臨水)이기도 하다. 서울 중심지역에 합참 등 군사기지가 있는 것도 문제다. 이참에 미국 국방부(펜타곤)가 백악관이 있는 워싱턴 D.C. 밖 버지니아주 엘링턴에 위치해 있듯이 서울 북쪽으로 나가야 한다.

대통령 관저가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으로 결정되면서 정부와 군부요인들 관저가 지나치게 호화롭고 쓰는 비용이 불투명하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선진국처럼 대통령과 국무총리에게만 관저를 제공하고 비용도 투명하게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해익 경영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