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장수가 축복이 되려면

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
입력일 2022-04-14 14:07 수정일 2022-04-15 09:43 발행일 2022-04-1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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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

런던비즈니스스쿨의 린다 그래튼 교수는 “장수가 저주가 아닌 축복의 삶을 누리기 위해선 노후준비로 금융자산이나 부동산 등 유형 자산보다 오래 일할 수 있는 자산을 축적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생산 자산, 활력 자산, 변형 자산의 3가지 무형자산이 바로 그것이다. 백세 시대엔 은퇴나 정년이란 단어는 사라지고, 최소 2~3개의 직업을 가지며 오랫동안 일을 해야 살 수 있는 세상이 되기 때문이다.

안영숙(66세) 씨는 전업주부로 청주에서 살았다. 2014년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서울을 오가며 은퇴 교육을 수강했다. 그것을 계기로 서울로 이사했다. 처음 몇 년간은 원하는 걸 배우고, 문화예술 관람과 여행 등으로 재미있게 보냈다. 문득 무주택자의 불안감에 부동산 스타디그룹에 가입해 부동산에 눈을 떴다. 집을 장만하자 남편 은퇴 후 고정 수입의 필요성을 깨닫고 64세에 수익형 부동산인 고시텔을 창업했다. 현재 일의 보람을 느끼며 워라밸을 만끽하며 산다.

전업주부에서 불과 5년 만에 창업에 성공한 변신의 힘은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새로운 환경과 변화를 수용하고 자신을 변화시키는 유연한 삶의 자세라고 생각한다. 남편 은퇴가 2년이나 남았음에도 설득하여 서울로 이사했다. 통상 나이 들면 익숙한 곳에 안주하거나 생활비가 적게 드는 시골로 옮기는 데 오히려 반대의 길을 택했다. 노후를 활동적이고 즐겁게 살기 위해선 다양한 강좌와 문화시설이 있는 서울이 적합하고, 주택 등 재테크 측면에서도 유리하다고 판단했단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나 도전정신 또한 남다르다. 교육 수료생들과 난생처음 뮤지컬에도 도전했다. 남자 배역이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공연 후 “열심히 하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라는 용기와 자신감을 찾았다고 한다. 그녀는 나이 많다고 도전을 포기한 게 가장 아쉽다는 김형석 교수님의 강연에 자극받아 늘 새로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럼 64세에 창업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은 무엇일까? 학습과 다양한 인간관계였다. 부동산 TV를 통해 독학하며 스타디그룹에 참여했다. 누구라도 쉽게 어울리는 특유의 친밀한 성격이 진가를 발휘했다. 부동산 카페 활동도 열심히 했다. 그곳에서 만난 고수들 진짜 대단하다며 한 가지라도 더 배우려고 노력하였고, 그들의 성공사례를 보며 창업에 눈을 떴다고 한다.

고수들이 부동산 관련 책 100권을 읽을 것을 권했다. 처음엔 이해가 되지 않아 애를 먹었다. 10권 정도 읽으니 익숙해지면서 토론, 현장 탐방, 사례 공유 그리고 각종 세법까지 두루 공부했다. 그리곤 돈 액수대로 작은 곳에 투자했고 부동산 상승기라 성공했다. 한두 번의 실수도 있었지만, 그런 것이 오히려 창업에 도움이 되었다고 긍정적이다.

안영숙 씨 사례에서 보듯 그녀는 기술·지식과 학습 능력 등의 생산 자산에 건강과 다양한 인간관계 등의 활력 자산 역시 갖추었다. 무엇보다도 자신을 변화시키는 변형자산은 탁월했다. 이 세 가지의 무형자산이 시너지를 작용해 시니어 창업에 성공한 것은 아닐까?

교육, 일, 은퇴라는 3단계 인생 프레임에선 학습이나 변화의 필요성이 적었다. 교육과 일이 반복되는 다단계 삶인 장수 시대엔 학습과 변화에 대처하는 능력이 승패를 좌우한다. 특히 변화에 둔감한 시니어에겐 새로운 환경과 전환기를 맞이할 때마다 유연하게 받아들이면서 자신을 변화시키는 ‘변형 자산’이 중요하다.

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