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인생의 세 가지 불행

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
입력일 2022-04-24 14:44 수정일 2022-04-24 23:31 발행일 2022-04-2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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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

요즘은 신용카드 사용을 많이 하다 보니 현금 볼 일이 많지 않다. 드물긴 하지만 가끔 지갑 안에서 나오는 오천원권에는 조선의 학자이자 문신인 율곡 이이(李珥) 선생이 나온다. 어머니는 오만원권에서 볼 수 있는 신사임당으로, 모자가 지폐 인물이 된 최초의 사례라고 한다.

퇴계 이황과 함께 조선을 대표하는 유학자이고, 이론에만 몰두하지 않고 현실 개혁에도 적극적으로 노력한 정치가로 평가되고 있다. 그가 말한 인생의 세 가지 큰 불행이 있다. ‘소년등과(少年登科),’ ‘중년상처(中年傷處),’ ‘노년고독(老年孤獨)’이다. 

‘소년등과’란 소년(어린 나이에)으로서 과거 시험에 급제한다는 뜻이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은데, 너무 일찍 젊은 나이에 성공하게 되면, 자만하기 쉽고, 남들보다 일찍 이룬 성공에 도취 되어, 발전을 멈추거나 혹은 오만해지기 쉬워 많은 난관이 따를 수 있다는 뜻이다. 

어린 나이에 엄청난 성취를 해낸 것은 참으로 부럽고도 훌륭한 일이겠으나, 다는 아니겠지만 많은 경우 큰 시련 없이 성공하다 보니 주변의 어려움에 공감력이 부족하기 쉽고, 자신은 쉽게 해내는 일을 주변 사람들이 이루어내지 못하는 것에 답답해할 수 있다. 심한 경우에는 타인을 쉽게 무시하고 지적하기 쉽고, 더 나아가 안하무인(眼下無人)적 태도를 가질 수도 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주변에 적이 많아지게 되고, 대인관계가 나빠지면서 점점 외롭게 되기 쉽기 때문에 반드시 경계해야 하는 일로 삼은 것이다.

두 번째 불행은 ‘중년상처’다. 의학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못했던 옛날에는 사소한 병으로도 사망하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나라처럼 체계적으로 국민건강을 챙기는 나라에서는 수명도 많이 늘었고 배우자가 죽는 경우도 많이 줄었다. 그런 의미에서 열심히 건강을 챙기다 보면 그래도 좀 쉽게 피할 수 있는 불행이 아닐지 싶다. 인생의 굴곡을 함께 하는 배우자와 건강하고 단단한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함께 살아갈 수 있다면 참으로 큰 복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서로간에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고 희생이 따라야 한다. 모든 인간관계가 그러하듯이. 

세 번째 불행은 ‘노년고독’으로, 두 번째 불행과 마찬가지로 건강관리를 잘하면 피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이와는 좀 달리 노년이 될수록 주변에 친구와 같은 사람이 있어야 된다는 뜻으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요즘 흔히 쓰는 말로 ‘나 때는 말이야’로 시작하여 상대가 원치 않는 훈계나 조언을 하지 말고, 누구를 만나든 좀 더 지갑을 자주 열려고 노력하고, 상대의 이야기를 잘 경청할 줄 알아야 한다. 노화로 인해 주변 상황에 대한 탄력성이 떨어질 수 있다. ‘친구는 내 문제를 해결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 내 말을 잘 들어주는 사람이다’라는 말이 있다. 다른 이의 말을 경청하는 태도만 가져도 주변에 누군가 함께 외로움을 나눌 수 있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법륜스님은 ‘불행하지 않으면 그게 행복이다’라고 말씀하신다. 

인생의 세 가지 불행만 피해도 많이 행복해질 수 있겠다. 나의 성공에 자만하지 말고, 건강관리 잘하고, 내 주변에 함께 있는 사람들에게 감사하며 살아야겠다.

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