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대부업 명칭 강제 끝내자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한국FPSB 부회장
입력일 2022-04-21 09:03 수정일 2022-04-24 23:31 발행일 2022-04-2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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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한국FPSB 부회장

우리나라 모든 사금융을 제도권으로 포섭한 때는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2002년이었다. 그 해 대부업법이 시행되면서였다. 70년대에 기업형 대부업체들을 제도화하긴 했었으나 당시는 부분적이었다. 

정부가 대부업법을 새로 만드는 수준의 전면 개편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당초 개정 법률안의 명칭은 ‘소비자신용법’이었다. 채무조정요청권을 비롯한 금융소비자의 권익을 향상시키는 내용이었다. 이 법률안은 최근 기존 대부업법을 존속시키고 소비자신용법안에서 담은 개인채무자 보호에 관한 내용을 담은 내용의 별개 법률로 제정하는 것으로 변경되었다.

필자는 기존 대부업법을 대체할 소비자신용법 제정 소식에 관심을 갖은 부분이 있었다. 바로 현행 대부업법에서 대부업체의 상호에 ‘대부’라는 명칭을 강제하는 내용이었다. 20년 전 법 제정 당시에 일본의 대금업법을 참조했었는데 상호에 표시할 문자를 강제하는 내용은 우리 법 입안자들의 창의성이 발휘된 부분이었다.

그런데 비록 정부 스스로 철회했지만 소비자신용법안에 이 부분은 그대로 살리고 있었다. 필자가 아는 바로는 인허가나 등록업종 중 상호에 특정 문구를 강제로 넣도록 하는 제도는 없다. 오히려 특정문구를 인허가 등을 받거나 등록한 업체 외에는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은 있다. 20년 전에는 특정 문구를 강제할 입법정책적 필요가 있었겠지만 지금 법률을 대대적으로 개정하면서는 이 부분에 대해 재고해 볼 여지는 있다고 생각한다.

금융이용자와의 관계에서 대부업체인지 여부를 확인하는 통로는 광고이다. 그런데 현행법에서도 광고에 대부업등록번호를 넣게 되어있고 과도한 채무의 위험성을 알리는 경고 문구를 쉽게 알아볼 수 있게 광고내용과 구분되도록 하고 있다. 상호에 굳이 ‘대부’라는 명칭사용을 강제하지 않아도 소비자에게는 당초 입법자의 의도가 전달되고 있다. 지자체에 따라서는 등록번호에 ‘대부’라는 표시가 없기도 하지만 이에 대한 통일을 기하면 자연 명칭강제를 하지 않아도 입법목적은 달성된다.

이러한 명칭 강제는 업종별 구분의 의미가 아니다. ‘은행’ ‘증권’ ‘보험’이란 문구는 해당 업종을 허가받은 사업자에 대해 배타적 사용특권을 부여하는 것인 반면 대부업체에게 ‘대부’는 등록에 따른 특권이 아니라 의무로만 작용한다. 식당 영업을 하려 등록할 때 ‘백반’ ‘찌게’ ‘분식’과 같은 메뉴에 적을 내용 중 대표 메뉴를 간판에 붙이라고 강제한다면 어떻겠는가. 

대부업을 제도화한 취지는 모든 사금융을 양지로 끌어내 정부의 관리감독을 통해 하나의 산업으로서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고 금융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함이다. 이는 대부업법의 목적에서도 밝히고 있다.

이제 제도가 시행된 지 강산이 두 번이나 변하는 시간이 흘렀고 대부업도 성숙하였을 뿐 아니라 중저신용자를 위한 금융수요 충족에 하나의 축 기능을 하고 있다. 아직도 20년 전 제도 도입 초기의 모드로 대부업을 접근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모든 금융의 태생은 사금융이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온라인 환경에서 새로운 금융영역으로 등장한 P2P금융(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의 경우 작년까지는 대부업법의 적용을 받아 왔다. 따라서 상호에 ‘대부’라는 문구가 대출을 실행하는 자회사에 강제되었다. 그런데 작년부터 별도의 특별법 적용을 받으면서 상호에 적용되는 특정 문구를 강제하는 방식이 아니라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 등의 문구를 배타적‧특권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을 택했다. 

어쩌면 ‘대부업’이란 명칭에서 덧씌워진 부정적 이미지가 대부업의 건전한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 지금 시점에서 법의 목적 중 하나인 ‘대부업의 건전한 발전’을 법 스스로가 제한하는 작용을 하고 있지 않은가도 짚을 대목이라는 것이다.

이왕에 법률에 손을 댄다면 상호에 특정 문구를 강제하는 부분에도 관심을 가지고 검토했으면 한다. 아직 시기상조라면, 일단 금융위원회에 등록하도록 되어있는 대형 업체부터 강제하지 않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무릇 이름이란 지칭되는 사람에겐 소중하고 중요하기에 작명에 신중을 기하기 마련이고 이는 사업체 상호의 경우도 같다. 사람이나 기업이나 불리는 대로 본질이 형성되는 측면이 있음도 새길 일이다. 때로는 긍정적으로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wag the dog) 결과도 있는 법이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한국FPSB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