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혼자 사는 법을 익힐 때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입력일 2022-04-11 13:56 수정일 2022-04-15 09:44 발행일 2022-04-1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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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수 교수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

인지하지 못해도 시대는 급변한다. 변화를 추동하는 혁신적인 분야가 아니라도 눈 깜짝할 새 시대가 변했다는 건 누구나 동의한다. 격동의 인구구조만 봐도 한국의 변화 양상은 파워풀하다. 불과 몇 년 전의 장래추계조차 먹혀들지 않는다. 자연감소(출생-사망)는 10년, 총인구감소는 8년이나 앞당겨졌다. 각각 2019년, 2020년에 이미 도달해 경고음과 함께 쓰나미가 일렁인다.

먼 미래라 여겼기에 여유로웠다. 하지만 더는 곤란해졌다. 시대 변화에 한참 못 미치는 정책 대응을 볼 때 충격과 파장은 각자도생으로 전가될 분위기다. 스스로 살아내는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가족구성의 본능조차 꺾은 채 나홀로의 삶을 택한 청년세대가 급증했다. 결혼 포기로 미래 위험을 제거한 것이다. 이들이 또 늙어간다. 50세 시점으로 따지는 생애미혼(평생비혼)은 2025년 남녀 각각 21%·12%로 추정된다. 총각아저씨·처녀아줌마의 양산이다. 또 늘어난 황혼이혼은 중고령세대의 각자도생 실천 버전이다. 환갑에 결혼을 깨도 20~30년을 살아가니 위험회피·후생증진의 셈법이 먹혀든다. 게다가 굳이 헤어지지 않아도 어차피 인생 후반전은 혼자일 수밖에 없다.

이로써 싱글시대는 본격화한다. ‘나홀로 산다’야말로 유력한 생애모형 중 하나다. 한국의 인구구조를 볼 때 솔로인생의 지배력은 공고하다. 남녀노소 누구든 언젠가 해당될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인 까닭이다. 결혼·출산 등 과도한 관계비용이 저성장·가치관의 전환과 맞물려 인구구조를 급변시킨 것이다. 결국 표면화된 싱글사회는 인구변화의 종착지로 유력하다. 눈치 빠른 시장은 벌써 새로운 잠재수요로 싱글 고객에 방점을 찍는다. 혼자도 잘 살도록 틈새형 상품·서비스를 내놓는다. 상식이던 가족형 적분소비로부터 벗어나 새로운 독신형 미분소비의 구매력에 주목한 결과다.

‘혼자 사는 법’을 익혀야 할 때다. 아직은 아닐지언정 언젠가 닥칠 수 있기에 하나둘 싱글 생존법을 체득하는 게 좋다. 색안경을 낄 필요는 없다. 이는 삶을 잘 살아내는 전략이자 주변을 배려하는 예의다. 고정관념과 선입견은 빨리 버릴수록 낫다. 버텨본들 각자도생 사회에서는 동의받기 어렵다. 가족조차 챙겨주기 힘든 사회인데 정책에 의탁하기란 특히 더 곤란하다. 나홀로 잘 살아낼 때 갈등 비용은 줄어든다. 그러자면 미리미리 하나둘 혼자 사는 법을 연습하는 수뿐이다. 공고했던 성별 역할은 설 땅을 잃었다. 남성전업·여성가사의 표준가족형은 유물로 전락한지 오래다. 시대는 다기능을 원한다. 넘치도록 부유하지 않다면 생활수요의 본인 해결은 기본이다.

전통의 가족은 각자 역할만 해내면 평화롭고 화목했다. 지금은 가족 자체가 사라지고, 역할조차 넘나든다. 일하는 엄마와 밥하는 아빠도 늘어난다. 직업과 살림의 구분 없는 전천후형 인적자원이 대접받는다. 2040세대에겐 뉴노멀에 가까운 상식이다. 받아들이기 힘든 고정관념·시대변화의 교차 지점에 선 5060세대라도 더는 여유가 없다. 혼자 사는 법은 받드시 익혀야 할 과제다. 이를 통해 가족·배우자의 소중함을 아는 건 덤이다. 시간은 빠르고 변화는 날쌔다. ‘나홀로’는 인구 변화가 던진 미래 경고 속의 생존 힌트로 제격이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