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어떻게 국민을 먹여 살릴 것인가

박봉규 2022 세계가스총회 조직위원장
입력일 2022-01-10 14:04 수정일 2022-04-08 16:18 발행일 2022-01-1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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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규 2022 세계가스총회 조직위원장

조선을 설계한 정도전 사상에는 두 기둥이 있다. 정치적으로는 백성이 나라의 근본이라는 것이요 경제면에서는 백성은 먹는 것으로 하늘을 삼는다(民以食爲天)는 것이다. 그는 백성이 도적이 되는 것은 그들의 천성이 악해서가 아니라 먹고 살기 위한 한 방편일 따름이요 따라서 백성을 제대로 먹여 살리지 못하는 나라는 이미 나라가 아니라고 했다. 그래서 그는 고려 말 지배층의 횡포를 타파하고 도탄에 빠진 민생을 구하기 위해 고려를 무너뜨리고 새 나라를 여는데 앞장섰다.

그가 꿈꾼 백성이 주인 대접을 받으면서 경제적으로 풍요를 누리는 사회는 조선은 물론 어느 시대에서도 완벽히 실현되기는 어려웠지만 그 이상만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하다. 오히려 쉽게 만족을 가져다줄 수 없는 과제이기에 더욱 절실한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에게 먹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

송파 3모녀의 비극과 같은 가슴 아픈 사연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해방이후 2세대에 걸친 노력 끝에 절대빈곤에서 벗어났을 뿐만 아니라 경제선진국 대열에도 진입하였다. 그러나 소득격차와 양극화 현상에 더하여 자산의 편중이나 기회의 불평등이 상대적 박탈감을 넘어서 새로운 사회계층이 형성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그 위에 코로나로 인한 경제위기는 비정규직이나 자영업자와 같은 취약계층이나 취업이 어려운 청년층, 가난한 노년층과 같은 경제적 약자에게 더 큰 고통을 가져다주었다. 지금도 여전히 먹고사는 문제 내지는 인간답게 사는 문제가 중요한 이유이다.

선거의 계절을 맞아 각 진영에서는 경제문제의 해결을 위해 다양한 공약을 제시하고 있다. 크게 보면 보수는 규제완화를 통한 기업주도의 파이 키우기를, 진보는 분배 확대와 평등한 기회의 보장을 강조한다. 그러나 누가 집권하던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결국 성장을 통한 파이 키우기와 파이를 공정하게 나누는 시스템 구축 사이에 조화를 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우리 사회는 이미 폭넓은 중산층의 형성, 시민의식의 성숙과 관료들의 축적된 역량으로 어떤 세력이 집권하더라도 극단의 정책은 수용될 수 없는 성숙단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이념은 약화되고 실용이 중시되는 사회가 된 것이다.

정책의 원칙이나 내용보다는 누가 개인과 사회가 신명나게 뛰놀 수 있는 멍석을 깔아줄 수 있는 능력과 진정한 실천의지를 가지고 있느냐가 관건이다. 시급한 현안을 해결하는 것에 더하여 지속적으로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일에 방점이 찍혀야 한다. 일상적인 삶의 문제는 똑똑하고 자기 삶에 투철한 개인과 시장에 맡기면 된다. 지난 20년 동안 논의만 무성하고 좀처럼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는 교육제도 개편, 노동개혁, 연금개혁 등이 그 예가 될 것이다. 듣기 좋은 내용보다는 꼭 해야 하지만 내 임기 중에는 피하고 싶은 사안에 대한 실천로드맵이 제시되어야 한다. 여기에 더하여 미래세대와의 자산배분 또한 빼놓을 수 없다. 표를 의식하고 현세대의 고통을 피하기 위해 표와 목소리가 없는 미래세대에게 부담을 지우는 것은 비겁한 일이다. 먹는 것을 하늘로 여기는 백성에는 지금의 국민만이 아니라 미래세대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박봉규 2022 세계가스총회 조직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