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투자의 기본은 지속가능이다

엄길청 미래경영학자·전 경기대 경영전문대학원장
입력일 2022-01-17 13:57 수정일 2022-04-08 16:18 발행일 2022-01-1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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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길청 미래경영학자·전 경기대 경영전문대학원장

포드는 공업 모든 분야에서 생산체제의 기본을 찾아내고 그 시스템 지식을 널리 제공한 교과서 같은 기업이다. 이른바 ‘포드시스템’이다. 포드는 자동차를 직접 고안하고 설계한 기술창조의 당사자이다. 기계와 사람의 관계도 과학적으로 정립한 기업이다. 자동차의 시작부터 그들은 현장의 창조자였으며, 지금도 그들의 기술이나 기업정신은 고유하고 당당하다.

GM의 과도한 성장을 지켜보면서도 포드는 기업 크기에 경거망동하지 않고 적당한 사이즈의 자신을 지켰다. 포드라는 브랜드도 어디에 내세워도 손색이 없다. 그런 역전의 용사 포드의 시가총액은 100조 원 남짓이다. 시가총액으로 보자면, 갑자기 나타난 테슬라의 10분의 1도 채 안 된다.

현대차에게 포드는 기술의 어머니이자 디자인의 모태다. 초기 생산기술은 포드의 복제였다. 브랜드도 가져다 사용했다. 지금 현대차 로고도 타원형 테두리 안의 글자와 디자인만 어느 정도 다를 뿐, 포드의 그것에 영감을 두고 새롭게 만든 것이다. 현대차 집안의 기아차도 그렇다.

일론 머스크는 1998년에 전자결제 소프트웨어 기업을 창립해 불과 4년 만에 이베이에 2조원 가까이에 팔고, 2002년에 테슬라를 세우고 시대를 앞서가는 아이디어로 전기차를 만들었다. 천재적인 자동차 기술전문가 집안 포드도 지금 이런 상황에 대응하느라 분주하다. 마침내 전기차 생산에 뛰어들어서 나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금 포드는 자신의 수강생이었던 현대차보다도 전기차나 수소차에 조금 늦다. 하지만 그들은 그들만의 속도가 있다. 2030년까지 전기차 비중을 40%로 늘리겠다고 한다. 포드는 좀 부족해도 집안에서 운영을 한다. 현대차도 갤로퍼란 지프형 차를 만들던 정몽구 회장이 부친 사후에 삼촌에게서 경영권을 받아 이만큼 키웠다. 아마도 미래에 현대와 포드는 다시 과거처럼 협업하리라 본다. 둘은 오래 같은 기술로 원격으로 생산을 같이한 콜라보레이션 커플이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와 LG배터리, 포스코 등이 현대차와 협업할 가능성이 있다. 미래 정보기계화 생산기술의 종합지식 플랫폼을 만들려는 애플이 이런 미래차 조합을 먼저 파트너로 선점할 가능성도 높다.

미래의 자산을 고르는 안목에서 가장 먼저 볼 것은 지속가능한 기업생존 가능성이다. 벅셔 헤더웨이를 운영하는 워렌 버핏은 원래 섬유회사와 보험회사로 만든 기업을 투자기업의 플랫폼으로 사용한다. 그리고 생활형 굴뚝 제조기업에 주로 투자해왔다. 그가 2000년 전후 미국의 닷컴버블 투자시대에 전통의 굴뚝기업 투자를 고수한 이력은 역사에 남는 교훈이다. 나이 90에 지금도 그는 장수형 기업에 주로 투자한다.

채권투자 이론에 ‘만기전략’이라고 있다. 만기에 맞는 채권을 고르려면 금리 민감도가 영향을 준다. 마찬가지로 지속가능한 기업의 주식을 고르려면 기술개발 민감도가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전기차나 배터리, 저탄소기술은 아직 그런 단계가 아니다.

지금 주변의 주식투자자나 개발기업들도 주로 단기 승부사가 많다. 미국 당국이 인플레이션을 수습하는 이면에는 긴 호흡의 진정한 기술혁신자들을 가려내기 위함도 있다. 연초 글로벌증시는 그런 조짐을 담고 부채의존이나 단타형의 투자자에게 주의신호를 보내는 중이다.

엄길청 미래경영학자·전 경기대 경영전문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