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제복 입은 사람이 존경받는 사회

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
입력일 2022-01-13 14:11 수정일 2022-04-24 23:52 발행일 2022-01-14 19면
인쇄아이콘

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

가까운 지인분에게 아들이 셋이 있는데 장남은 군인이고 나머지 두 아들은 모두 소방관이다. 본인 역시 은퇴 후 보건소에서 근무하며 어려운 코로나 시국에 방역업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계시다. 참으로 존경스러운 가족이다.

요즘 아이들의 장래 희망 직종에는 유튜버, 연예인, 의사 등이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예전 미국 유학시절 봉사활동을 통해 만났던 미국 초등학생들의 경우에는 단연 1위가 소방관(fire fighter)이었다. 세월이 꽤 지난 지금은 많은 변화가 있겠지만 여전히 선호직업 10위 안에 소방관, 경찰, 군인이 포함된다고 한다. 제복을 입고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분들에 대한 진심어린 존경심과 동경이 있기 때문이다. 잠시라도 생활하며 겪었던 미국과 조금 비교해 보자. 미국 경찰의 경우, 추가 수당을 제외하고 연봉이 대략 5만달러 정도부터 시작해서 5년이 넘으면 대략 2배 정도 상승한다고 한다. 22년 이상 근무한 후 은퇴하면 상당량의 연금 수령이 가능한데 평균적으로 6만달러 정도라고 하고, 여기에 상당한 금액의 추가수당이 나온다고 한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워싱턴DC에 인접한 버지니아주 페어팩스 지역에서 기본 연봉이 9만달러인 한 소방관이 18만달러의 초과근무수당을 받아 총 27만달러를 받아갔다(2017년)고 한다. 이는 경찰서장보다도 많은 급여라고 하는데 초과수당을 신청할 수 없는 고위직 인사의 연봉보다 높아진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시·카운티 정부 공무원 가운데 급여 수준이 가장 높은 직업으로 일반 경찰관과 소방관이 꼽히기도 한다. 최근 과도한 대응 등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기도 했지만, 실제 미국에서는 경찰에게 주취를 이유로 저항한다거나 흉기를 휘두르며 경찰의 명령에 불복종한다는 것은 감히 상상할 수가 없다. 그들은 시민을 보호하고 시민의 안전을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순경 1호봉 기준 대략 연간 2000여 만원 선에서 기본급이 정해진다. 10년차(경장 10호봉)가 되어도 연봉이 채 2배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초과수당과 위험수당 등이 더해지면 조금 더 금액이 커지겠지만 연봉 상승률이 매우 낮은 편이다. 사실 경제 규모가 엄청나게 차이가 나는 나라와 1대 1로 비교하는 것에는 다소 무리가 있으나 시민을 위해 봉사하고 헌신하는 분들이라는 점에서는 차이가 없기에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실제로 경찰, 소방관, 군인들은 직업 이전에 사명감을 가지고 국민 보호 의무를 준수하기 위해 자신들의 목숨을 담보로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한여름 찌는 듯한 더위에도 방호복을 입고 화마와 싸우며 근무하는 소방관들, 흉기로 무장하고 마구잡이로 휘둘러대는 범죄자들과 상대해야 하는 경찰관들, 전쟁터에 나가 목숨을 걸고 싸우고, 국토방위 의무를 준수하기 위해 불철주야 고생하는 군인들, 이들이 어렵고 힘든 현장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는 환경을 먼저 만든 이후에, 그 누구든 책임을 다하지 못했을 때 무능과 무책임을 들먹이며 비난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미국만큼은 아니더라도 자긍심을 갖고 존경받으며 일할 수 있을 만큼 급여 체계도 올리고, 어린 학생들이 사회에서 존경받는 소방관, 경찰관, 군인이 장래 희망이라고 큰 소리로 말할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