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새해엔 가화만사성

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
입력일 2022-01-05 14:12 수정일 2022-04-24 23:51 발행일 2022-01-0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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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

100세 시대가 되면서 가족관계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노년기 부부 기간이 늘어나고, 자녀의 독립이 늦어져 한 집에서 함께 생활하는 기간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은퇴한 남편이 가정에서 환영받지 못하고 오히려 가족에게 불편한 존재가 된다고 하니 씁쓸하다. 현역 시절 일과 공적 관계를 우선시하며 가족 관계를 등한시한 결과이다. 은퇴 후에야 비로소 깨닫고 후회한다. 노후가 행복하려면 은퇴 후 건강한 가족관계의 회복이 시급한 최우선 과제이다.

가족관계에서 배우자가 중요하다. 남은 인생, 함께 지내는 시간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최근 은퇴 후 부부간의 갈등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은퇴자들이 많다. 은퇴의 여유를 즐길 겨를도 없이 황혼의 전쟁이 시작되는 것이다. 특히 언쟁이 생기면 싸우는 내용보다 싸우는 방식 즉 상대를 비난하거나 경멸하는 잘못된 대화 방식으로 관계가 더욱 악화돼 안타깝다. 가족 관계의 급속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소통하는 교육을 한 번도 제대로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이다. 

부부 관계의 핵심은 상호 존중과 이해이다. 기대는 줄이고 현재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인정해야 한다. 자신의 취향을 강요하거나 상대를 바꾸겠다는 생각은 금물이다. 서로 다른 차이를 인정하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배우자의 시간과 공간을 침범하지 않으면서도 함께 하는 “따로 또 함께”라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전업주부의 가치도 인정하여 “수고했다, 고맙다, 사랑한다”라는 감정 표현을 많이 하고, 가사를 분담해야 한다. 서로에게 매력을 느끼도록 각자가 노력해야 하며, 상대의 단점을 보완해 주는 동반자가 되어야 가정이 번영한다.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가정의 안녕과 발전을 위해 봉사한다는 자세로 살아야 행복할 수 있다. 

자녀는 부모의 선택으로 태어난지라 무한책임이 있다. 최근 자녀 리스크라는 말이 생겼다. 청년 세대의 취업난으로 독립이 늦어져 교육비와 결혼 자금 등으로 노후 준비를 못 하거나, 모아놓은 노후 자금마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청소년기까지는 따뜻하게 돌봐주되, 성인이 되면 독립시켜야 한다. 따라서 독립과 자립정신이 핵심이다. 때론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며 무관심과 비켜 서 있기로 시행착오를 겪게 하고, 스스로 일어날 수 있는 자립심을 키워주는 것이 중요하다. 지나친 집착과 기대는 자녀의 장래를 망치게 한다. 성인이 되면 독립된 인격체로 성인 대우를 하며 자녀로부터 은퇴하는 것이 무한책임에서 벗어나는 최선의 길이다.

손주와도 지나친 애정보다 오랜 인생 경험을 바탕으로 좋은 습관과 인격 형성에 도움을 주는 보조 역할로 그쳐야 한다. 자칫 버릇없고 의존적인 아이로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가족은 복잡한 관계라 많은 사랑과 노력을 쏟아야 한다. 2022년 새해에는 가족을 뭉치게 하는 가치관, 행동 수칙이나 가훈 등을 만들어 실천하자. 버킷리스트도 작성하여 꿈을 공유하자. 소통 교육도 수강하여 변화 노력도 하자. 화합된 가족의 힘은 실로 대단하여, 노후의 행복은 가족에게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새해는 모름지기 가화만사성 하는 해가 되었으면 한다.

김경철 액티브시니어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