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칼럼] 이슈가 아니라 이익이다

엄길청 미래경영학자·전 경기대 경영전문대학원장
입력일 2021-12-19 14:50 수정일 2022-05-22 18:23 발행일 2021-12-20 19면
인쇄아이콘
20211114010003988_1
엄길청 미래경영학자·전 경기대 경영전문대학원장

GE는 미국에서 100년 동안 ‘100대 기업’을 유지해 온 유일한 기업이다. 2017년 중반에 주가가 200달러가 넘었다. 이후 줄곳 내려 2020년에는 코로나 충격까지 겹치면서 50달러 근처로 하락했다. 그 해 적자를 기록했고 100조원 이상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그러나 현재 주가 100달러도 안되는 상태에서 기업 청산가치라 할 PBR(주가자산가치비율)은 여전히 3배가 넘는다.

엑슨모빌은 세계 최대 시가총액의 최강 기업이었다. 2015년 주가가 100달러를 넘길 정도로 2010년대 초반 몇 년 동안 상승기조를 유지했다. 하지만 2020년에 고가 대비 3분의 1도 안 되게 급락했다. 그 해 적자가 난 것이다. 그 후 주가는 PBR이 1배 근처로 내려와 일반 기업의 청산가치 정도에 머물고 있다.

두 기업이 호조였던 2010년대 전반은 미국이 2008년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라는 부동산금융 발 글로벌 금융위기를 넘기느라 양적완화로 엄청난 유동성을 푼 직후였다. 돈이 증시로 넘쳐오자 대형 투자자들은 익숙한 우량 대기업에 본능적으로 투자했다. 블랙록 같은 세계적 자산운용사도 이런 시기에는 대형우량주에 기본적으로 먼저 주식을 배분하기 마련이다. 이런 때는 일반투자자들이 PER(주가수익비율)이나 PBR 등 기본지표를 무시하고 사들이기도 한다.

요즘 ETF라고 포장하는 테마주에도 이런 과잉투자현상은 역력하다. ETF는 미국 통화당국의 금리인상과 테이퍼링이 예고된 상태에서 곧 시중유동성이 더 빨려 들어가기 전에 대중투자 고객들을 쉽게 주식시장으로 이끌려는 투자영업 기법의 하나다. ETF라고 해서 상대적이고 절대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전가의 보도’가 아니다.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주식이 판을 치는 요즘, 미국의 저력 있는 기술주인 3M, 인텔, 시스코시스템즈 등은 PER이 여전히 10~20배이다. 일본은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초반 한 때, 나라 전체가 적정 PER을 무시하고 시장평균이 선진국증시 평균의 5배가 넘는 70배까지 오르다가 거품으로 ‘잃어버린 30년’을 맞았다.

지금은 엄청난 고 PER주인 테슬라지만 미래 주가는 자기가 만드는 이익성과를 따라 가게 된다. 지금은 전기차 이슈로 PER이 수백 배가 넘지만 결국 평균 20~30배의 PER로 조정된다. 애플도 한 때 50배를 넘던 PER이 요즘은 20~30배 언저리다. 이것이 엄연한 증시의 역사성이다. 비트코인도 이 문제에 언젠가는 답해야 한다.

누구도 주식투자에 너무 몰입적이거나, 지나치게 낙관적이어선 결코 안 된다. 항상 조심하고 유념하고 자제하면서, 분할하고 때론 쉬어가며 투자해야 한다. 주식은 현금이나 저축, 땅이나 금과는 전혀 성질이 다른 위험자산이다. 담대하고 도전적이며 냉정하고 반전의 야망이 있는 내면의 기질이 없다면 굳이 주식투자는 하지 마시라.

돈은 안전이 기본이고, 화폐자산의 안전은 현금흐름이다. 정부통화 공급은 마중물에 불과하고, 기업에서 이익증대가 나와 주어야 그게 진짜 현금흐름이고 이것이 주식의 내재가치를 만든다. 2021년 코로나 주가는 대체로 마중물 현상이었다. 더 진정한 미래 주가의 해답은 기업들이 2022년에 자기사업에서 지속적인 이익증대로 보여주어야 한다.

엄길청 미래경영학자·전 경기대 경영전문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