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쪼개야 판다, 분할소유권·조각투자의 시대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입력일 2021-11-24 14:12 수정일 2021-11-25 14:32 발행일 2021-11-2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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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뭉쳐야 찬다? 쏜다? 이제는 쪼개야 판다. 미술 컬렉팅은 백만장자들의 놀음으로만 알았다. 음악 저작권은 몇몇 유명 작곡가들의 독차지로 여겨왔었다. 그러나 이제는 뭐든지 쪼개고 또 쪼개야 한다. 그래야 더 많은 돈이 흐르고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든다. 

수년 전부터 이색적인 대체투자 시장이 분할소유권 또는 조각투자로 불리며 자리 잡았다. 이러한 투자는 고가 미술품을 다수 소비자들이 플랫폼에서 공동구매해 분할소유하는 형태로 시작되더니 음악저작권까지 분할거래하는 형태로 발전했다. 짭짤한 수익과 참여하는 재미를 찾는 MZ세대에게는 안성맞춤 투자처였기 때문이다.

미술품과

음원 저작권 분할거래는  2017년부터 선보였다. 음악·미술품 등에 대한 소액 투자는 처음엔 흥미로운 뉴스거리로 치부됐지만 점차 대중적 확장성을 확보하면서 무시 못할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시장의 양적 성장과 함께 번뜩이는 아이디어, 다양한 마케팅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아예 상장 및 상설 거래소의 개념을 분할소유권 플랫폼에 도입해 마치 주식처럼 빈번한 거래를 가능케 하는 ‘아트스탁’ 사업구조는 초기 단계부터 커다란 주목을 끌고 있다.

분할소유·조각투자는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개념이 아니다. 현재의 욕구와 시대정신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경제적 계산에 밝은 MZ세대는 일찍이 소셜커머스 공동구매를 통해 할인받는 맛을 보았고 에어비앤비, 우버 등의 공유경제에서 규모의 경제, 위험 분산을 충분히 경험했다. 영끌로 내집 마련도 물 건너갔고 주식, 비트코인도 불안불안하다. 이같은 상황에서 조금 더 안전한 투자처를 찾는 와중에 디지털에 익숙한 2030 청년층이 스마트폰의 원스톱 클릭으로 간편하게 소액으로 투자하는 매력에 빠져든 것이다.

평소 꿈꾸지도 못했던 문화 콘텐츠를 잠시나마 혹은 작게나마 소유한다는 자부심 그리고 상대적으로 단기간에 쏠쏠하게 얻는 차익은 충분히 짜릿하다. 여기에 블록체인, 디파이 등 테크놀로지까지 뒷받침되면서 미술, 음악콘텐츠 조각투자 열풍은 가능하게 된 것이다.

다발적으로 시작된 미술품 분할소유권 플랫폼과 달리 국내 유일의 음악저작권 플랫폼 뮤직카우는 초창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출범 당시 옛날 음원들에 대한 간헐적 옥션 위주로 거래가 겨우 진행됐다. 그러다 올해 초를 기점으로 윤종신·선미·이무진을 내세운 공격적인 홍보, 브레이브걸스의 ‘롤린’ 역주행 신화 등으로 이제는 최신 인기곡들의 저작권도 쉴새없이 거래되고 있다. 작년 말 2만원대에 판매되던 ‘롤린’의 저작권은 올해 초 유튜브에서 화제가 된 이후 130만원대로 치솟았다. 무려 50배의 대박 수익이다. 저작권 투자가 돈이 된다는 인식이 스며들면서 더이상 가수의 인기는 가수만의 것이 아니다.

명품, 운동화 등 수집품은 물론 건물까지 분할소유권 시장은 다양화되고 있다. 하지만 조각투자의 갈 길은 아직도 멀다. 정보의 비대칭성, 수수료 등 열악한 수익구조, 약관의 불공정성부터 우선 극복해야 한다. 또한 과대평가된 수익률, 금융업체와 유사한 사업형태,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방침으로 인해 금융당국, 세무관청의 감시 대상이 될 것이다. 결국 성패의 관건은 투자자 보호다. 쪼개야 판다. 하지만 안전하게 잘 쪼개야 계속 팔 수 있다.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