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나도 자연인이 되고 싶다

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
입력일 2021-11-14 14:09 수정일 2021-11-14 14:09 발행일 2021-11-15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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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

코로나 시대로 자유로운 외부 활동이 제한되다 보니 집에서 TV 채널을 돌리며 보내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늘어났다.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 보면 의외로 자주 접하게 되는 프로그램들이 꽤 있다. 그중 ‘나는 자연인이다’라는 프로그램이 나올 때는 채널을 고정하고 시청하곤 한다.

건강상의 문제, 사업의 실패 등 이런저런 개인적인 사연으로 속세를 떠난 사람들이 자연 속에서 나름 자신만의 개성으로 자유롭게 살아가는 모습을 담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여느 드라마처럼 앞뒤로 연속성을 지니지 않아 중간 어느 부분에서부터 봐도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게 시청할 수 있고, 답답하고 고단한 일상에서 뭔가 자연 속의 푸근한 휴식이 되는 느낌도 든다. 시청률도 꽤 나온다고 하고, 40대 이상의 남성들에게 상당히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한다.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모습이 생소하고 신기하기도 하지만, 스트레스가 많은 현대 사회에서 지금 있는 자리에서 훌훌 털고 일어나 손에 쥔 것들을 다 놓고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누구나 한 번쯤은 해 봤을 것으로 생각한다. 실제로 은퇴 후 귀농 귀촌을 꿈꾸는 도시인들도 꽤 많다.

복잡하고 치열한 도시 생활을 정리하고 공기 좋고 여유로운 전원에서 마당 텃밭에 상추도 키우고, 정성껏 가꾼 예쁜 꽃밭에 물도 주고, 반려견과 함께 산책도 하며 지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다.

필자가 좋아하는 경남 창원에는 싱싱한 해산물이 풍부한 남해바다가 있고, 역사가 깊고 수려한 무학산, 철쭉으로 유명한 천주산이 있다.

겨울에도 춥지 않고 공기도 맑고 깨끗해서 크고 작은 요양병원들이 많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통영, 거제, 부산도 가까운 거리에 있다. 산업단지가 있어 일자리도 많고, 주요 대기업들도 많이 있다.

물론 대형 쇼핑센터와 백화점도 있고, 규모가 제법 큰 대학병원도 몇 개 있다. 새로 지은 아파트들과 오래된 주택이 공존하며 도시의 역사와 전통을 느끼며 동시에 생활의 편리함도 추구할 수 있다. 출퇴근 시간에 아주 잠시 밀리는 것을 제외하면 교통체증도 거의 없고, 조금만 차로 달리면 그야말로 전원다운 풍경들이 펼쳐진다.

무학산 자락을 가로지르는 산복도로를 달리다 보면 봄에는 벚꽃, 동백이 흐드러지게 피고, 가을엔 단풍이 붉게 물들어 꽃과 함께 스며드는 세월의 흐름을 가슴 깊이 느끼도록 해준다.

느닷없는 창원예찬이 되었다. 혹시 ‘나는 자연인이다’를 즐겨보고 여유로운 삶을 꿈꾸지만 실천은 못하고 있는 독자분들이 계신다면, 마산 창원 진해를 아우르는 경남 창원을 눈여겨 보시기를 권한다.

유난히 피곤하고 힘든 날에는 먼 훗날 은퇴하고 마산 창원 진해 외곽 한적한 곳에 정착하여 등산도 하고 낚시도 가고, 텃밭에서 방금 따온 상추, 풋고추, 방앗잎에 보리밥을 싸 먹으며 정신적으로 여유로운 인생을 즐기는 상상을 해 본다.

시끄럽고 복잡한 세상사에 등 돌리고 물소리 바람 소리에 취해 보고 싶다. 너무 쉽게 말을 바꾸는 책임감 없는 사람들, 자신의 유익만을 구하며 이리저리 네거티브를 쏟아내는 사람들, 정작 본질은 사라지고 허울 좋은 껍데기로 언어유희를 하는 사람들, 잠시 다 잊고 서울, 수도권에서 벗어나 자연인으로 살아 보는 꿈을 꾼다.

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