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같은 백신 다른 효과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입력일 2021-11-21 14:32 수정일 2021-11-21 14:33 발행일 2021-11-2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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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가 짧은 시간에 확진자와 사망자를 발생시킨 것도, 짧은 시간에 대규모로 백신을 맞는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백신 개발 기간도 1년 정도로 비교적 짧다 보니 백신에 대한 우려가 큰 것도 사실이다. 결국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이 혈전증을 일으킨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AZ 백신 접종을 중단하는 등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혈액 응고로 혈관이 막히는 심부정맥 혈전증의 경우 전 세계에서 매년 1000명당 1명꼴로 발생한다. 1000만명 중 연간 1만명의 심부정맥 혈전증이 발생한다는 의미다. 1000만명 백신 접종자 중에서 연간 1만명의 심부정맥 혈전증이 보고된다고 하더라도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없기 때문에 코로나19 백신으로 혈전증이 생긴 사람들은 자연발생 혈전증으로 봐야 한다.

독특한 현상은 다음의 통계인데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접종자 중 AZ 백신에 대한 각국 이상반응 신고는 영국 0.56%, 독일 0.76%, 덴마크 0.28%인데 반해 한국은 1.5%로 유럽국가의 2배에서 5배까지 많다. 똑같은 백신인데 왜 유독 한국에서만 이상반응 신고가 많을까?

식수를 선별하기 위해 두 가지 옵션에 대한 실험을 해보자. 옵션 A를 실행하면 오염된 물을 마셔서 죽을 위험성이 5%에서 2%로 낮아진다. 옵션 B를 실행할 경우 위험성이 1%에서 0%로 낮아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옵션 B를 선택했다. 그런데 확률적으로 보면 이 선택은 참으로 어리석다. 왜냐하면 옵션 A를 선택하면 사람들이 죽을 확률이 3%나 줄어드는 반면 옵션 B는 1%만 줄어들기 때문이다. 객관적으로 옵션 A가 3배나 더 나은 것이다. 그럼에도 다수의 사람들은 왜 옵션 B를 선택한다.

인간은 위험성을 직관적으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확률을 계산해야 한다는 생각을 즉각적으로 하지 못한다. 특히 방사능 또는 유독성 화학물질에 의한 오염 위험성의 확률이 99%이든 1%이든 똑같이 두려워한다. 오로지 리스크가 전무한 상태, 즉 제로 리스크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의사결정의 오류를 ‘제로 리스크 편향’(Zero-risk Bias)이라고 한다.

똑같은 백신인데 유독 한국에서만 이상반응 신고가 많은 이유도 제로 리스크 편향과 관계가 있다. 한국에서 접종 중인 AZ 백신만 유독 부작용이 많은 불량품일리는 없다. 결국 철저한 신고정신에 의한 것이다. 백신 효능보다 부작용에 대한 보도가 더 많이 쏟아지고 특히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단정적으로 ‘혈소판감소성혈전증 사망’ 등을 제목으로 뽑는 언론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실제 혈전 증상은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압도적으로 많이 나타난다. 네이처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자의 2%(인구 10만명당 2000명)에게 혈전이 생기고, 중환자실까지 가는 중증 감염자는 20% 이상이 혈전이 생긴다. 결국 백신의 이익이 부작용 위험보다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제로 리스크, 완벽한 안전성이란 존재할까? 완벽한 안정성이란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줄이기 위해 차의 속도를 시속 0㎞까지 줄이라고 하는 것과 같다. 다수의 행복을 위해서는 제로 리스크의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