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종부세, 이대로 괜찮은가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입력일 2021-11-25 14:20 수정일 2021-11-25 14:21 발행일 2021-11-2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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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종합부동산세(종부세)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된 종부세 고지서가 지난 22일 발송됐다. 과세 대상이 건국 이래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섰다. 발송 전 정부가 “98% 국민은 종부세와 무관하다”며 우려를 일축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양새다.

종부세는 지난 2005년 ‘부자세’ 성격으로 도입됐다. 1인당 소유하고 있는 전국 대상 주택의 공시가격 합계액이 6억 원을 초과하면 종부세의 대상이 된다. 올해 종부세 산출의 3요소인 공시지가, 공정시장가액 비율, 세율이 모두 오르면서 과세 대상이 급격히 확대된 것이다.

정부는 종부세 부담을 낮추겠다며 1주택자 과세 기준을 공시지가 11억 원으로 높였지만, 집값이 상승하면서 납부 대상자들의 조세 부담은 오히려 늘어났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서울에서 ‘똘똘한 두 채’를 보유한 사람은 한해 부담해야 할 보유세(재산세+종부세)가 1억 원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금은 국가의 살림에 쓰기 위한 것이어야 한다. 만약 세금이 국민의 재산 형성 자체를 방해하는 수준으로 커진다면, 개인의 소유권을 침해하는 약탈적 세금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의 종부세가 바로 그렇다. 2개 이상의 주택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과세 기준이 6억원으로 확 낮아진다.

조정지역에 주택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세율이 상승한다. 세금의 본질을 넘어 주택 소유 자체를 방해하는 수준에 이른 것이다. 여기에 집주인들이 월세를 올려 세금을 보전하는 상황이 발생하다 보니, 집주인과 세입자의 갈등이라는 부작용까지 발생하고 있다.

한국 종부세의 문제점은 실현하지도 못한 소득에 과도한 세율로 세금을 거둔다는 점이다. 가격이 비싼 주택에 더 많은 세금을 걷는 누진적 세율 구조는 대부분의 나라가 채택하고 있지만, 소득이 없는데도 일단 고가의 주택을 소유하고 있기만 하면 세금을 높게 매기는 점은 문제가 크다. 만약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걷고 싶으면, 소득에 따른 세금을 보편적으로 거두는 것이 합리적이다. 세금은 단순하고 모든 납세자에게 보편타당해야 정당성이 있다.

해외에서는 부동산 관련 세금을 어떻게 운영하고 있을까. 미국의 주택 보유세(재산세)는 집을 처음 사들일 당시 집값이 과세 기준이 되는데, 이로 인해 집값이 우상향한다고 가정하면 한 집에서 오래 살수록 재산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아지게 된다. 연 1만 달러까지는 재산세를 낸 만큼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고, 인상폭이 물가 상승률 이하로 제한되어 있어 전체적인 조세 부담이 상대적으로 낮다. 물론 주마다 부동산 세금이 다양하다는 점도 장점이 크다. 일본에서는 보유세의 급격한 증가를 막기 위해 한국의 공시가격에 해당하는 ‘주택평가액’을 3년에 한 번만 측정한다고 한다.

한국의 종부세는 국민의 재산 형성을 방해하는 약탈적 세금이자, 국민을 갈라치는 정치적 세금에 불과하다. 따라서 해외에서는 부동산 관련 세금을 어떻게 수납하여 운용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국내 부동산 세금 정책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누진세와 같은 세제를 합리적으로 조정해 주택 실수요자에게 과한 조세 부담을 지우지 않는 방안을 생각해 본다면 작금의 종부세 논란이 잦아들 수 있을 것이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