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흔들리는 세계

엄길청 미래경영학자·전 경기대 경영전문대학원장
입력일 2021-10-18 15:00 수정일 2022-05-22 18:29 발행일 2021-10-1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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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길청
엄길청 미래경영학자·전 경기대 경영전문대학원장

진위와 선악을 가려 바르게 판단하는 능력을 ‘이성’이라고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사회가 필요 없는 사람은 짐승이나 신이 틀림이 없다는 말로 인간에게 사회의 필요성을 극명하게 강조한 바 있다. 국가와 제도나 도덕 등은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공동의 선으로 만든 역사적 가치이자 규율이다. 그 가치의 존엄과 중대성을 지키느라 많은 개인들의 자유와 선호가 억압되어도 서로 물러서고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살아왔다. 대표적인 사례가 선거승패 수용의 정치감정이며, 사회적 힘과 재정성과의 격차를 용인하는 통합태도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정치와 경제현장에서 사회이성이 작동을 하지 않는 공동가치 인지시스템의 마취현상이나 불감증을 심각하게 느끼게 된다. 지금 우리나라와 미국은 전례 없는 부정선거의 주장이 꼬리를 문다. 한 개인의 일거수일투족도 거울처럼 비쳐진다는 정보스크린 사회에서 대통령선거가 상대진영의 노략질로 부정선거가 되었다고 주장하는 일이 한국과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자기들만의 확신편향이라고 하기엔 그 주장의 규모와 정치적 절규의 강도와 행동의 지속성이 일정한 정도를 넘어서고 있다.

심지어 스스로 민주자유국가의 전형이라는 미국은 선거승리로 취임하는 대통령을 무력으로 저지하기 위해 일단의 반대파 국민들이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의회를 점거하고 폭력이 난무하는 무정부적 지경에 이르기도 했다. 이번엔 다시 당시 패배한 공화당후보(트럼프)가 지난 선거가 1년도 채 안된 마당에 전국을 돌며 다음 대선을 위한 정치유세를 벌이고 있다. 미국 대통령이 아닌 ‘나의 대통령’을 뽑기 위한 열혈유권자들은 이미 생업도 포기하고 다음 선거가 3년이나 남은 지금, 자기가 선호하는 후보의 정치집회를 따라 전국을 무리를 지어 돌아다니고 있다.

한국은 바로 대선을 앞두고 있다. 양당구도의 정치현실에서 두 당의 정당후보자 선출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우리는 법률제도와 사회정의와 인간도덕의 역사적 진실에 대해 엄청난 혼란을 경험하고 있다. 특히 우리 사회는 엄정한 법률이나 진정한 도덕가치에 의해 하나의 국가가치 사회로 통합하기 어려운 심각한 공동가치 훼손의 우려가 금도(generosity)를 넘어서고 있다.

진영 마다의 국민들이 자기 가슴에 각기 다른 국가나 인륜의 가치관을 심어가기 시작하는 느낌이 비극적인 국가분열의 미래로 다가온다. 이러면 미구(soon)에 우리나라에는 가치분열과 진영분리라는 갈등표출과 절연의 역사로 다가온다, 대개의 크고 작은 전쟁이나 내분이 그랬다.

드디어는 검찰의 국가관리기능 작동에 대한 의구심과, 신성한 대법원의 판결도 시정잡배 같은 추한 거래의 오해와 패당적 작당의 검증도마 위에 오르는 비참한 형국이다. 하긴 양당에서 역대로 이렇게 많은 사법고시 출신 대선후보도 처음 본다. 그들 자신도 이젠 법의 무용과 법질서의 한계를 이미 알기나 하나보다.

그런데 미국이나 우리나라나 왜 이렇게 요즘 들어 더 자기진영의 정치권력 확보에 목매어 할까. 특히 무소불위의 큰 권력을 가진 대통령제의 나라에서 이런 일이 더 심하게 보여 진다. 이젠 내가 좋아하는 대통령을 가지려는 태도가 일단의 국민들에게서는 마치 종교를 따르는 정도의 심각한 사회적 의존성을 보인다, 개인의 지성적 가치도, 집단의 이성적 의지도 진영논리 앞에서는 이젠 하나로 단합하긴 어려운 극렬한 분단의 지점을 무섭게 미국과 한국 두 나라는 지나고 있다. 비단 정치만이 아니다, 사회가 돈을 보는 가치관이나, 쾌락에 무너지는 가족의 패악을 보면 이건 목불인견이자 도덕전통에 대한 참혹한 징벌이다.

요즘 미국이나 우리나라는 주택가격이나 주식가격을 무슨 떡 주무르듯이 만들어낸다. 맨해튼의 고가 아파트는 이제 한 채에 1천억 원 시대를 넘어 3천억 원을 호가하고 있고, 우리나라 서울의 아파트 평균 거래가격이 10억 원을 넘어서면서 최근 국민소득 3만 달러 나라의 수도에선 가장 비싸졌다. 주택이 국민 모두에게 필수적인 생존재라는 생각은 안중에도 없다.

주식가격은 여태 본데도 없는 신규 상장기업의 PER(주가수익배율)이 한순간에 수백 배(보통은 10~20배)가 넘어도 추종자들은 연일 상한가의 꿈을 가지고 따라나서려고 한다. 지금껏 한 번도 듣도 보도 못한 따상(주식상장 후 더블로 주가가 오르는 것)이란 말도 자주 듣게 된다.

분명 권력과 돈과 쾌락의 집단마취 증세이자 사회적 히스테리 현상인데, 이건 공산진영이나 일부 선진국가도 그렇다. 지금 소득 1만 달러의 목전에서 강압사회로 돌아가려는 중국 공산당 정부나, 성곽을 다시 쌓으려는 영국, 호주, 프랑스 등의 나라들도 글로벌교류의 변질과정에 들어가고 있다. 분명한 것은 지구촌 어디든지 지금은 미래 기대와 예측의 불확실성이 아주 높다는 사실이다. 향후에는 해외투자에 너무 쉽게 노출되지 말아야 한다. 해외투자는 그 자체가 국내보다 훨씬 위험하고 불안하지만, 지금의 사정은 더욱 그렇다. 이제 ‘위드코로나’로 인해 조금씩 상황이 좋아지더라도 소비나 투자나 방문이나 해외거래나 교류는 정말 신중히 하자.

엄길청 미래경영학자·전 경기대 경영전문대학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