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이재명 대선 공약 1호에 거는 기대

이계안 2.1지속가능재단설립자
입력일 2021-11-07 15:47 수정일 2021-11-12 22:12 발행일 2021-11-08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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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안 2.1지속가능재단설립자

“성장을 회복하고 경제를 부흥시키겠다”. 넉 달 앞으로 다가온 제20대 대통령 선거에 나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내건 제1호 공약이다. 이재명 후보는 ‘성장’이라는 말에 ‘공정성 회복을 통한 성장토대 마련, 전환적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전환성장을 투 트랙으로 하는 전환적 공정성장’이라는 짧지 않은 수식어를 붙여가며 ‘성장의 회복’을 제1호 공약으로 내걸었다.

경제 성장에 목말라 했던 한 사람으로서 충분히 공감하고 기대한다. 아울러 “상상할 수 없는 대규모의 신속한 국가 투자에 나서겠다”고 천명한 것을 보며,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이재명 정부는 강력한 추진력을 바탕으로 한 ‘정부 주도의 경제성장 정책’을 추구한다는 것인가 생각해 본다.

각종 선거에서는 어김없이 경제가 중요한 쟁점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특별히 경제가 주목을 끈 선거 중 하나는 ‘문제는 경제야, 바보들아!(It is economy, stupid!)’라는 선거 구호를 내건 빌 클린턴 후보가 당선된 1992년 말 제42대 미국 대통령 선거라는 데 달리 이견이 없을 듯하다.

살아가며 먹고 사는 문제, 경제가 중요하지 않은 때가 있으랴만, 특히 대통령 선거에서 성장 회복을 여당 후보가 제1호 공약으로 내걸었다는 데 거듭하여 가슴 깊은 데서 나오는 지지와 성원을 보내며 몇 가지 사족 같은 말을 덧붙인다.

첫째는 ‘정부 주도’라는 말의 함의이다. 시장 주도 자유시장경제의 대척점에 서 있는 정부 주도의 계획경제는 애시당초 생각도 해보지 않은 개념일 것이다. 그러나 혹시라도 경제성장을 빌미로 정부가 나서 일일이 구체적인 특정 산업이나 프로젝트를 정하고, 투자를 집행하고, 경영에 참여하겠다는 것은 아니어야 한다. 대한민국의 헌법이 천명하는 바와 같이, 국민 각자의 창의로운 경제활동을 최대한 보장하며 공정한 경쟁질서를 유지하여 시스템으로 국민경제를 최대한 활성화하겠다는 뜻이기를 소망한다.

둘째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복잡한, 그러면서도 여전히 구멍이 숭숭 뚫린 복지제도를 공들여 다듬어 달라는 것이다. 제42대 미국 대선에 나선 클린턴이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와 함께 내건 구호는 ‘잊지 말자, 의료보험제도(Don‘t forget healthcare)’였다. 이를 상기해 성장의 회복 이상으로 복지도 공들여 준비해주기를 소망한다. 특히 보편적 복지가 전제되지 않는 성장이 지금의 양극화 문제를 초래했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기 바란다.

마지막으로, 재선에 도전하는 현직 대통령을 향해 도전자 클린턴이 외쳤던 구호 ‘정권을 교체하자(No more of the same)’가 갖는 함의를 여당의 후보로서 현직 대통령과의 관계를 설정하는 준거로 삼아야 한다. 그리하여 제1호 공약 ‘성장의 회복’을 이룰 후속 공약들을 뽑아 세우기를 소망한다. 같은 당 현직 대통령의 성적표는 부인한다고 해서 없어지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야당 대통령 후보처럼 ‘갈아엎자’고 할 수는 더더욱 없는 것이리라.

숫자로 결정하는 선거에 ‘성장의 회복’을 제1 공약으로 내건 이가 그 뜻을 펼칠 수 있는 제2, 제3의 공약이 무엇일지 성경에서 말하는 뱀 같은 지혜가 자못 기대된다.

이계안 2.1지속가능재단설립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