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지능적·조직적 금융범죄 예방할 독립기구 만들자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
입력일 2021-10-11 14:06 수정일 2022-05-22 18:28 발행일 2021-10-12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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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

“이번에 상장할 가상화폐에 투자하면 원금보장되고 연 수 십% 수익이 생깁니다.” “특급정보 통해 수 백% 수익을 낼 주식을 알려줄테니 회원가입하세요.”

누구나 문자 메시지 등 여러 경로로 한번 쯤 권유 받았음직 한 내용이다. 원금이나 확정이익을 보장하면서 투자할 것을 권유하는 유사수신행위는 그 자체가 불법일 뿐 아니라 ‘폰지사기’로 이어져 큰 피해를 입히고 만다. 주식투자에 관한 종목상담과 같은 ‘1:1 상담’을 하기 위해서는 요건을 갖추어 당국에 투자자문업 등록을 하여야 하나 단순히 신고만으로 영업을 할 수 있는 유사투자자문업자에 의해 이루어지는 경우 불법이다.

보이스피싱은 그 수법이 날로 진화해 이제는 검찰을 사칭하는 전통적 수법보다는 문자나 메신저를 통해 악성앱으로 유도하는 스미싱 수법이나 가짜 은행사이트로 연결시키는 파밍 수법으로 진화되었다. 이들 범죄는 사기범죄 유형에 속한다 할 것인데, 개인 대 개인 간에 발생하던 사기범죄가 발달된 전기통신기술과 익명화된 군중을 특성으로 하는 현대사회에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는 범죄로 진화된 모습이다. 또한 지속적·조직적으로 이루어져 피해의 범위가 크고 그 수법이 고도화 된 지능형 범죄이자 피해가 공식적으로 잘 잡히지 않는 암수범죄이기도 하다. 더하여 피해계층이 주로 서민들이라는 점에서 우리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이 매우 크다.

그런데 이들 범죄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익 또는 이익의 제공이나 피해의 예방을 해 주겠다며 결국 돈을 사취하는 것인데, 보이스피싱의 경우는 금융기관의 플랫폼(인터넷뱅킹, ATM 등)을 악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불특정 다수로부터 투자를 미끼로 돈을 사취하거나 금융기관의 시스템을 악용하여 지리적·시간적 제약 없이 행해진다는 특성을 가진다. 그런 점에서 이런 범죄 유형을 ‘금융사기’로 명명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이러한 금융사기는 지능적, 조직적 측면이 있는 반면 현재 이에 관한 종합적이고 지속적인 정보수집과 이를 분석하여 예방책을 마련하는 측면에서 이를 관장하는 기관이 없다. 나아가 일반의 경각심을 고취시키기 위한 홍보를 수사기관에 기대하거나 또 임무로 부여할 일도 아니다. 수사기관은 개별 사건에 매몰되어 예방 측면이나 범죄수법의 종합적·체계적 연구에 눈을 돌릴 겨를이 없을 뿐 아니라 연구기관들이 간헐적인 연구결과를 내 놓는다 해도 이를 현실에 반영시키는 역할을 하는 주체도 없다.

현재 금융감독원이 일부 피해신고 접수나 통계생성 등의 역할을 하고 있으나 고유 업무도 아닐 뿐 아니라 인력 또한 턱 없이 부족하다. 그 이전에 금융기관에 대한 검사·감독 업무를 하는 금융감독원에게 업무 특성과 동떨어진 역할을 맡기고 있는 자체가 궁여지책이라 본다.

서민들을 대상으로 한 지능적이고 조직적인 금융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이제라도 통합된 컨트롤타워를 구축할 것을 제안한다. ‘금융범죄정보원’ 정도로 명명하고 관련 정보의 수집, 분석, 범죄예방을 위한 연구, 대국민 홍보 및 수집된 범죄 사안에 대한 수사기관이첩 등의 업무 정도를 맡기면 될 것이다. 영국의 사기정보분석국은 사기피해자들의 정보를 분석하여 피해확산을 방지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고 예방교육, 경고활동 등을 통해 피해를 방지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은 민간기구인 전미지능범죄센터가 범죄예방을 위한 조사, 교육, 연구 등을 담당하고 있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