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브릿지칼럼

[브릿지 칼럼] 박태환 일병 구하기, 올림픽 '시빌 워'?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마린보이’ 박태환의 리우올림픽 출전 자격을 둘러싼 사태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도핑 사건으로 한참 시끄러운 상황을 뒤로 한 채 리우올림픽 출전을 위해 국내 선발전을 성실하게 치렀던 그에게 대한체육회는 올림픽 출전 불가 방침을 내렸다. 이를 두고 국내 체육계는 물론 대중들도 갑론을박 중이다.국제중재 등 법률 조치의 극단적인 방법을 피한 채 대한체육회에 한참 선처를 호소하는 것처럼 보이던 4월 26일, 박태환 측이 이미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대한체육회를 상대로 중재를 제소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중재 신청으로부터 4일 후 박태환이 연기를 신청하며 현재 중재절차는 중지된 상태다. 집안 싸움이 ‘CAS 제소’라는 국제적 분쟁거리로 불거지긴 했지만 박태환 측이 대한체육회와 원만히 조율할 가능성이 남아 있기는 한 셈이다. CAS가 대한체육회에 박태환의 중재 요청 사실을 전달하면서 ‘올림픽 출전 불가’가 최종 입장인지를 확인해 달라고 답변을 요구한 상태다. 이에 대한체육회의 입장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이번 사태의 쟁점은 ‘도핑 규정 위반 선수는 징계가 끝난 뒤 3년간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는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선발 규정이 ‘이중 처벌’에 해당해 선수의 출전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하는지 여부다. 선수의 실력, 명성에 관계없이 도핑 등 위법행위에 대해 서릿발처럼 철저하게 엄중한 잣대를 적용해 처벌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하지만 적법성, 공정성이 결여된 집행, 과도한 처벌은 해당 선수는 물론 스포츠계의 진정한 자유를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는 마치 최근 마블코믹스의 슈퍼히어로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를 연상시킨다. 정의를 위해 공동체주의를 고집하는 아아언맨과 개개인의 진정한 자유를 내세우는 캡틴 아메리카의 대결에서 대한체육회와 박태환 사이의 치열한 격돌이 엿보인다.그 누구도 아이언맨의 편에 서서 일방적으로 대한체육회 결정을 옹호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그 누구도 캡틴 아메리카의 탈을 쓰고 박태환 일병 구하기에 감히 나설 수도 없는 상황이다.국내외 스포츠법 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하자면 현 사안은 적법성과 공정 시비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상황이다. 그 근거는 국가대표 선발규정상 결격사유가 모법(母法)의 위임이 없는 제한규정이라는 점, 대표 선발 자격의 여부를 판단하는 중립적인 기구 부재로 절차적인 공정성이 결여되었다는 점, 선발 제한 사유가 처벌의 비난 가능성 또는 처벌의 경중을 전혀 고려하지 아니한 채 획일적으로 규정되는 점 등이다.2011년 10월 미국올림픽위원회(USOC)에서 문제 삼았던 오사카룰(도핑으로 6개월 이상 자격정지 대상 선수에게 정지기간 만료 후 차기 올림픽 출전을 불허하는 규정)은 도핑의 모법인 국제반도핑기구(WADA)에 근거가 없고 ‘이중처벌’(ne bis in idem)이라는 결정이 그 직접적인 선례다. ‘시빌 워’처럼 어느 편에 서든(Whose side are you on?) 당장 뾰족한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 상생의 길은 있을 것이다. 시빌 워(내전)가 아니라 외부 적을 상대로 박태환은 물론, 더 나아가 태극전사 모두를 구하는 편에 서야 할 것이다.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2016-05-16 16:08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브릿지칼럼] '석유왕국' 사우디의 도박

박종구 초당대 총장세계 최대의 석유 수출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지난달 ‘비전 2030’을 발표하고 대대적인 경제개혁 청사진을 제시했다. 최근에는 21년 간 재임한 알리 이브라힘 알나이미 석유부 장관을 전격 교체했다. 석유 의존도를 줄이고 취약한 민간부문을 활성화해 과도한 정부 지원을 줄이겠다는 야심찬 개혁 드라이브다.‘비전 2030’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로 2020년까지 석유 수출대금이 차지하는 재정수입의 비중을 현재 90%선에서 70%까지 낮출 계획이다.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지분 매각 등을 통해 약 2조 달러 규모의 국부펀드를 조성해 ‘포스트 석유’시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구상이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민간부문 기여도를 현행 40%에서 65%로 끌어올리고, 광산업을 육성해 2020년까지 9만 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려고 한다. 문화 및 오락 산업도 육성해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이번 계획은 모하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왕자가 주도한 것으로, 석유 의존도를 줄여 지속가능한 경제 체제로 변화시키는데 주요 목적이 있다. 그는 알 아라비아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2020년까지 석유가 없어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한다”고 이번 조치의 배경을 설명했다. 뉴욕타임스 사설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작년 상반기 배럴당 100달러가 넘던 국제 유가가 40달러 선으로 폭락하고 상당기간 큰 폭의 유가 회복이 어려운 상황이 이번 계획을 발표한 핵심 요인으로 보인다. 석유 일변도 정책으로 다른 부문의 발전이 저해되고 경제 양극화와 산업간 불균형이 심화되었다. 특히 인구의 3분의 2가 넘는 30세 미만의 젊은이들이 정부 보조금에 의존해 취업에 필요한 교육과 기술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이에 따라 보조금 지급→근로의욕 저하→실업 증대→보조금 증가의 악순환이 되풀이되었다.국제사회는 이번 계획의 성공 여부에 큰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이라크, 시리아 내전으로 중동지역의 질서가 크게 흔들리고 있고 사우디도 예멘에서 값비싼 전쟁을 치르고 있다. 유가 하락으로 사상 최대 규모의 재정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실정이다. 런던 정경대의 스테판 헤르조그 교수는 “계획의 방향은 맞지만 실천 여부에 대한 의구심이 적지 않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도 모하마드 왕세자가 왕실과 재계, 종교계 등의 상충되는 이해관계를 조절해 개혁을 본궤도에 오르게 만드는 정치 역량을 갖고 있는 지가 관건이다. 중층적인 의사결정 구조 하에서 신속하고 단호한 집행 여부가 개혁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특히 우려되는 것은 취약한 정부 시스템이다. 규제 완화와 보건, 교육, 인프라 부문의 민영화는 효과적인 정부 규제와 감독을 필요로 하는데 행정 수준이 상당히 낙후되어 있기 때문이다. 잡 미스매치 문제도 심각해 구인난과 구직난이 공존하는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문제가 심화될 가능성도 크다.‘비전 2030’이 성공하려면 포용적 사회경제 시스템으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2급 시민으로 대접받는 여성과 시아파,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제도적 문화적 제약이 대폭 완화되어야 한다. 이러한 변화를 둘러싼 종교계 등 보수 집단의 반발을 어떻게 무마할 것인지도 중대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박종구 초당대 총장

2016-05-15 16:33 박종구 초당대 총장

[브릿지 칼럼] 스마트폰이 이끄는 플랫폼 혁명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겸 핀테크지원센터장지금으로부터 15만~25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가 지구에 등장했다. 도구를 사용할 줄 아는 인류는 돌, 청동, 철을 적극 이용하며 문명을 발전시켰다. 2007년, 인간은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도구를 개발했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스마트폰 없이 살기 어려운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 시대가 도래했다’고 말한다. 스마트폰은 소비 플랫폼 혁명, 금융 플랫폼 혁명, 생산 플랫폼 혁명을 이끈다. 첫째, 소비플랫폼혁명이다. 소비환경이 뿌리째 바뀌고 있다. 이젠 손안의 모바일 스마트폰만 이용하면 하루 24시간 언제 어디서든 물건을 구경하고 살 수 있다. 핀테크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잇는 O2O(online to offline) 시장을 발굴하여 소비의 새로운 패턴을 창출했다. 언제 어디서나 상품을 확인하고 구매하려는 소비자와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서비스로 소비자를 만나고자 하는 기업 사이에 핀테크가 자리하고 있다.글로벌 모바일 결제 시장은 2013년 2354억 달러에서 2017년 7210억 달러로 4년 동안 약 3배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스마트폰이 송금 및 지급결제 수단으로 점차 보편적으로 활용되고, 모바일 결제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관련 핀테크 기술도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둘째, 금융 플랫폼 혁명이 진행되고 있다. 핀테크 사업의 본격적인 확장은 스마트폰 이용자 수의 급격한 증가와 함께 이뤄졌다. 스마트폰을 통한 지급결제 서비스가 보편적으로 활용되면서, 다른 금융 서비스들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 늘어나고 있다.핀테크를 통해 생산투자에 참여하는 소비자인 파이낸슈머(Finansumer), 인베슈머(Invesumer), 렌슈머(Lensumer)도 등장한다. 이들은 생산자인 동시에 소비자이며 금융인이기도 하다. 소비하면서 투자도 하고 대출도 하며 생산에 참여한다.셋째, 생산 플랫폼 혁명이다. 핀테크 시대의 생산 환경은 세 가지 특징을 보인다. 기술 혹은 지식의 혁신 속도가 매우 빠르고 수익모델의 주기 또한 매우 짧다. 나아가 개개인이 아이디어의 생산자로서 시장에 진입하기 때문에 일인창조기업이 가능하다. 생산수단을 갖지 않은 개인도 생산자가 될 수 있다.핀테크 산업에서의 ‘생산’이란 지식의 융합과 조합을 의미하며, 이렇게 생산된 정보는 온라인에서 거래된다. 핀테크는 그 자체가 생산 플랫폼이다. 이제 생산을 하는 이들은 은행이 아니라 핀테크 기업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 핀테크 업체들은 소상공인에게 대출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생산자들이 다수의 대중으로부터 투자받을 수 있도록 생산자와 대중 사이를 연결해준다.특히 크라우드 펀딩은 핀테크로 인한 생산 플랫폼의 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상품 개발, 행사 개최 등을 비롯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온라인으로 공개하고 익명의 다수로부터 십시일반 투자를 받는다.핀테크는 대기업에 비해 경영환경이 열악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게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작용한다. 해외 송금, 간편 결제, 경영자금 조달 등 다방면에서 핀테크를 적극 활용하여 시장에서 살아남을 경쟁력을 확보해나갈 수 있는 기회다.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겸 핀테크지원센터장

2016-05-12 10:44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겸 핀테크지원센터장

[브릿지 칼럼] AI가 뭔지 알고나 하는 소리인가

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최근 우리나라를 먹여 살릴 성장동력에 관한 전문가 여론조사에서 수위를 차지한 것은 단연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이었다. IoT는 정부주도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볼 수 있겠으나 수면 아래에 있던 AI가 급부상한 저변에는 아마도 알파고 충격이 컸던 데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알파고의 고향인 영국에서는 시민들이 냉담한 반응을 보인데 반해 우리나라에서는 IT전문가가 아닐지라도 나름대로 한마디씩 소견을 피력하기에 이르렀으니 그도 그럴 만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응답결과를 냉정히 분석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응답 결과 자체에 내재된 모순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수위를 차지한 둘을 제외한다면 나머지 중에서는 어느 분야가 앞으로 중요할 것 같으냐는 항목에 대해서 응답자들이 이구동성으로 소프트웨어(SW)분야라고 답을 한 점이다. AI와 SW의 차이를 전혀 구분할 줄도 모르는 이들이 대거 설문에 참여했다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그래서 AI와 SW는 어느만큼 연관성이 있느냐에 대해 한번쯤 교통정리를 하고 넘어갈 필요를 발견하게 된다. IT분야는 하드웨어(HW)와 SW, 그리고 빅데이터로 대변되는 데이터 분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데 AI는 HW분야도 아니고 데이터분야도 아니며 SW분야 중 하나라는 사실을 우선 인지해야 한다. SW분야 중 가장 큰 부분은 운영체계(OS)와 데이터베이스(DB)다. 이 둘은 SW라는 파이 중 무려 80% 몫을 상회한다.그렇다면 AI는 무엇인가. AI의 정체는 OS와 DB를 그 작동 하부구조로서 필연적으로 요구하는 것으로 SW 전체 파이의 대략 10% 정도를 차지한다. OS와 DB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분야다.구글이 제공하는 강력한 OS와 구글이 제공하는 초강력 DB를 하부 인프라로 해서 알파고가 위용을 발휘한 것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알파고는 돌아갈 수도 없는 기계였고 한낱 고물덩어리 신세를 면치 못했던 것이다. 인간 퀴즈왕을 연파한 IBM의 왓슨 역시 그랬다. 알파고를 영국이 제작해내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자체 OS와 DB가 없다 보니 종국에는 구글에 인수 당하고만 일이 벌어진 수순에 주시해야 한다. 해외용병격 기계가 되지 않게 하려면 선결적으로 무엇부터 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더라도 누구나 알 만하다.IoT는 SW와는 판이하게 다른 종목이지만 AI는 전혀 그렇지 않다. 만약 우리의 먹거리 성장동력이 SW와 IoT라고 나왔다면 합리적으로 나온 결과로 받아들일 수 있겠다. 정부로부터 1500억원을 지원받을 ‘AI연구소’가 우리나라에서 설립 준비 중이라는 내용은 동문서답형 설문조사결과와 더불어 설상가상급 소식이다. 그 정도 규모의 연구비면 선진국 수준의 OS와 DB엔진을 제작해 세계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기에 충분한 규모다. 연구자 개인이 그렇게 연구하겠다면 거기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사상누각이 될 공산이 큰데 그런 ‘전략’에 국민 혈세가 투입된다면 그건 순리상 잘못된 일이며 바로 잡아야 한다.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2016-05-11 17:13 이해린 기자

[브릿지 칼럼] 옥시 불매운동이 확산된 이유

정인호 VC경영연구소 대표‘가습기 살균제’로 최대 피해를 낸 옥시의 전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시민단체는 물론 주부 커뮤니티, 지방자치단체장, 동네 약국, 연예인들까지 불매운동에 동참을 선언했다. 대형마트인 롯데마트는 이번 주 내로 옥시 전제품에 대한 발주를 중단했다. 이마트 또한 현재 매대에서 옥시 제품을 즉각 철수시켰고 진열 매장의 면적도 50% 가량 줄였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지난 5월 3일 옥시는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사과를 했다. 사고 발생 5년 만이었다. 5년이나 지나 사과를 한 이유는 검찰 수사와 불매운동 압박에 밀려 마지못해 하는 사과라는 목소리가 크다. 이 5년 동안 옥시는 거짓말을 일삼으며 책임 회피에 급급한 모습을 보여왔다.사태를 종합해보면 잘못보다 더 위험한 것은 거짓말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잘못을 했으면 그 잘못에 대해 솔직히 인정하는 것이 최선이다. 지금의 자리를 잃을 수도 있겠지만 용서받을 여지가 생긴다. 특히 우리 사회는 인정 사회라 진정성 있는 반성에 약하다. 그런데도 왜 거짓말을 선택하는 것일까?사람들은 자신의 자존감(Self-esteem)이 위협받는다고 느낄 때 거짓말을 하기 시작한다. 더욱이 자신의 치부가 드러나려 하거나 비난받을 상황에 직면하면 자신의 견해나 행동방침을 바꾸기보다 훨씬 더 완강하게 정당화하려는 경향이 있다. 논박의 여지가 없는 증거조차 자기정당화라는 심리적 갑옷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다.이러한 매커니즘은 자기고양 편향(Self-serving bias)에 의해 형성된다. 이기적 편향, 자기위주 편향 등으로도 불리는데 성공에 대한 책임은 인정하는 반면 실패에 대한 책임은 부정하는 것을 말한다. 가령 잘된 일에 대해서는 자신에게 모든 공을 돌림으로써 긍정적인 이미지를 유지하려 하지만 잘못된 일에 대해서는 경제 상황이나 남의 탓을 하는 등 외부 요인의 영향으로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다.이 편향은 남을 속이기 위한 의식적 거짓말과 무의식적 자기정당화 사이에서 작용하며 현실을 왜곡시킨다. 자신에게 유리한 이야기는 덧붙이고 불편한 사실은 지워버린다. 사실에 자신의 결백을 돋보이게 하도록 손질을 가하기도 한다. 이같은 기제는 사람을 거짓말쟁이로 만들어 거짓과 진실 사이가 불투명해지고 자기정당화라는 심리적 갑옷은 더욱 견고해진다.옥시가 무책임한 행동을 거듭한 데는 ‘어차피 이렇게 된 것’이라는 심리도 한몫 한다. 일단 거짓말을 하면 거기에 코가 꿰이는 경향이 있다. 거짓말이 드러났음에도 또 거짓말로 덮으려 하고 그 거짓말이 들통 났는데도 다시 거짓으로 얼버무리는 식이다.어떤 사람이 자신이 공동 저술한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부정하기로 결정했다고 하자. 그렇게 결정함으로써 그는 밀려드는 첫 증거들의 압박에 맞서 더 강한 거짓말을 해야 한다.그러면 두 번째 압박이 밀려든다. 항복하거나 잘못을 인정할 가능성은 적어진다. 매 번 거짓말을 할 때마다 판돈을 두 배로 올리는 셈이다. 다시 판돈을 두 배로 올림으로써 앞서의 실수를 정당화하려는 유혹에 빠진다. 거짓말은 더 큰 거짓말을 낳고 매 번 잠재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그 속에서 결국 피해를 보는 사람은 자기 자신이다. 가습기 살균제로 피해를 입은 이들의 분노가 갈수록 거세지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글. 정인호 VC경영연구소 대표

2016-05-09 15:35 정인호 VC경영연구소 대표

[브릿지칼럼] '전월세 상한제'의 신중론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정책연구실장올해도 기록적인 전세난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작년 한 해 동안 전국 전세가는 4.73% 올랐다. 올 들어 전세가 상승률은 다소 둔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1~4월 전세가 상승률은 0.48% 수준으로 작년 동기(1.65%)와 비교하면 약 29% 수준이다. 그러나 전세가구의 주거소비 패턴이 자가구입보다는 반전세나 월세로 이동하는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 되고 있어 임차가구의 주거비 부담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전세난은 주택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의 하락과 주택담보대출 자격 강화 등의 복합작용으로 나타나고 있다. 올 들어 주택가격은 0.06% 상승해 작년 같은 기간 상승률(1.07%)의 6% 수준이다. 이처럼 집값 상승 기대감 감소로 집주인이 전세로 공급하기보다는 반전세나 월세로 전환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다.20대 국회에서는 전월세 상한제 도입에 대한 논의가 재점화될 조짐이다. 작금의 주택시장 상황에서 전월세 상한제가 조속히 도입돼야 하는가, 아니면 여전히 위험한 정책인지를 고민하게 된다. 이론적으로나 경험적으로 볼 때 임대료 규제는 단기적으로 임대주택 공급량을 급격히 감소시키지 않으나 통제된 가격에 따라 공급은 비탄력적인 상태를 유지하게 만든다. 임대료 규제에 따라 임대인 소득의 일부가 임차인에게 귀속되는 임대료 보조 효과를 가져오게 되며, 이론적으로 소득 재분배 효과가 나타나기도 한다.그러나 임차인은 내 집 마련보다는 임차로 거주하려는 성향을 보이게 돼 임대주택에 대한 초과수요가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상태로 임대료 규제가 계속될 경우 시장임대료 규제로 인해 임대소득이 감소하는 결과를 가져와 임대주택 공급은 감소하게 되고 수요 대비 임대주택 부족량은 더욱 증가할 수 있다.결과적으로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임대주택 공급량이 줄어들지 않지만 중장기적으로 임대주택 공급량 감소와 주택서비스 및 유지비 투자 감소로 주택의 질적 저하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임대주택시장의 수급불균형은 악화되고 주택 품질은 저하되는 새로운 문제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또한 우리나라의 임차시장은 전세시장과 월세시장을 구분해 볼 필요가 있다. 전세시장은 공급자 우위시장을 형성하고 있으나 월세시장은 월세물량 증가로 점차 수요자 우위시장으로 변화되고 있다. 월세시장 동향을 보면 월세 전환 매물이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월세가격과 월세이율이 감소하는 현상을 보인다. 이런 현재의 월세시장에서 굳이 상한제를 도입할 필요성이 있을까 의문이 생긴다.전월세 상한제는 계약갱신권 제도와의 연계로 도입돼야 의미가 있다. 따라서 계약갱신권 제도와 같이 도입할 경우 단기적인 임대료 급등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임대인 우위시장에서는 전월세 상한제가 자칫 불 위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전월세상한제는 현 정부의 정책 기조와도 맞지 않는다. 현 정부는 전월세 상한제 도입으로 인한 부작용보다는 제도권 임대주택 물량을 확대하여 임대료 규제 효과를 얻으려고 하고 있다. 전월세 상한제를 도입할 경우 뉴스테이 등 민간임대 활성화에 역행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정책연구실장

2016-05-08 16:07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정책연구실장

[브릿지 칼럼] 답답한 증시…거시경제 둔화에 상승동력 난망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올해 1분기 실적이 나쁘지 않았다. 실적 발표를 마친 150개 기업의 영업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4.5% 늘었다. 실적 발표 전 예상치(-3%)는 물론 발표 과정에서 상향 조정됐던 전망치 모두를 뛰어넘었다. 작년 1분기에 거래소 기업들이 사상 최대인 35조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는데, 올 1분기는 거기에서 또 4.5%가 늘었다.문제는 선진국이다. 미국의 기업 이익 증가율이 -7%대를 기록했다. 이익 감소 기간이 작년 2분기부터 4분기째 이어지고 있는데, 금융위기 이후 최장 기간이다. 감소율도 2009년 1분기 -26.9% 이후 가장 높다. 2009년은 금융위기의 영향력이 최고조에 달하던 시기였으므로 이익이 줄어드는 게 당연하다. 지금이 그 때 실적과 비교된다는 건 이익이 굉장히 안 좋다는 의미다.독일, 일본, 중국 등도 비슷하다. 독일의 경우 이익 전망치가 계속 올라가고 있지만 속도가 빠르지 않아 주식시장에 얼마나 힘을 실어줄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일본과 중국은 최근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이익 전망이 계속 내려오고 있어 전망이 밝지 않다.거칠게 보면, 기업 이익은 경제 성장을 구성하는 부가가치를 기업 단위로 잘라 놓은 것이다. 따라서 세부적인 숫자에서 차이가 있어도 전체적인 흐름은 거시경제 지표와 비슷한 경우가 많다. 올해 1분기 국내 경제 성장률이 2.7%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2분기에 높아졌다가 하반기에 다시 2.5%로 낮아질 걸로 전망하고 있다.다른 나라의 성장 전망도 좋지 않다. 미국의 1분기 성장률이 0.5% 상승에 그쳤다. 2014년 1분기 이후 최저치이며 작년 4분기와 비교해 3분의 1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올해 남은 기간 성장률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성장률이 뚜렷하게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일본과 유럽은 1%를 넘기는 것도 버거울 지경이다. 당분간 거시경제 지표 둔화가 기업이익을 압박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거침이 없을 것 같던 한국 증시의 주가가 한달 반째 2000선에 묶여 있다. 움직이는 폭이 상하 50포인트를 넘지 않을 정도로 좁다. 1분기 이익에 대해 시장의 기대가 컸었다. 정체돼 있는 주가를 풀어낼 수 있는 유일한 키였기 때문이다. 이익이 두드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서 시장 전망이 답답해졌다. 1분기 이익이 나쁘지 않아 실적 발표가 계속되는 5월 중순까지는 그럭저럭 시장을 유지해 갈 것 같은데 그 이후는 마땅한 재료가 없다.국제유가가 바닥 대비 70% 상승했다. 신흥국 통화도 추가 상승이 힘든 수준까지 올라왔다. 이번 상승을 촉발시켰던 낮은 가격과 신흥국으로의 쏠림 현상이 대부분 해소됐다. 조만간 주가의 방향이 결정될 것 같은데 약세가 될 확률이 높다. 2000선에서 강력한 저항력을 봤고, 이를 뚫기 위해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했기 때문이다.당분간 대형주, 중소형주를 가리지 않는 빠른 순환매가 나타날 것 같다. 낙폭 과대 대형주는 주가가 많이 올랐고, 중소형주는 최일선에 있는 주식조차 하락해 주의가 필요하다. 새로운 성장주를 찾아내든지, 아니면 3~4월에 상승했던 건설, 철강, 화학주의 주가가 떨어질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 시장이 여러 종목을 끌어 올릴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2016-05-04 16:49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브릿지 칼럼] 뿌리산업을 살리자

박봉규 건국대 석좌교수뿌리산업이란 주조, 금형, 용접, 열처리 등 산업생산의 기초공정을 담당하는 산업을 말한다. 3D 업종의 대명사요, 청년들의 취업기피 영역이다. 산업체에 종사하는 분들의 평균연령도 높아 머지않아 이들이 산업현장을 떠나고 나면 산업 자체가 없어질 위험에 노출된 산업이다. 영세한 하청중소기업이 대부분이고, 공해업종이라 지역사회에서도 홀대받는 영역이다. 조만간 우리가 포기할 수밖에 없는 분야로 치부되고 있다.그러나 아니다. 뿌리산업은 전통제조업의 토대이다.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모든 공산품에 내재되어 최종제품의 품질과 성능은 물론 제품자체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요인이다. 모든 첨단제품도 결국 그 바탕에는 뿌리산업의 경쟁력이 자리잡고 있다. 스위스의 손목시계, 독일의 고급자동차, 이탈리아의 핸드백과 같은 세계적 명품들에는 든든한 뿌리산업의 뒷받침이 있다.뿌리산업은 일반적인 인식과는 달리 개도국의 기술추격을 물리치는 데에도 유용한 수단이다. 공정의 특성상 암묵지로 체화되어 몸과 손끝으로 느껴야하는 기술이므로 단기간 내에 기술습득이 어렵고 개도국에서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선진국의 마지막 기술영역이다. 기능올림픽에서 메달을 석권했던 우리의 기능공들이 포진해 있는 곳이다. 하청중소기업 형태로 그것도 저임금 노동자들을 다수 고용하고 있어 서민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꼭 필요한 산업이다.시간은 뿌리산업에 불리하게 흐르고 있다. 고령 근로자들의 은퇴로 기술의 맥이 끊어지는 것과는 별개로 이들 산업은 도시재개발과 환경을 이유로 외곽으로의 이전을 강요받고 있다. 그러나 이들 산업은 그동안 주변지역, 업종, 교통망과 연결되어 자연스레 자리를 잡아 왔기에 장소이전을 강요하면 이전보다는 폐업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더 크다.지금이라도 경쟁력 열위와 3D업종의 특성상 입지난을 겪고 있는 이들을 위해 시설 현대화와 환경개선 추진에 필수적인 협동화나 집적화 지원에 정부가 팔을 걷어부쳐야 한다. 기업의 집단화, 공동화, 협업화를 통하여 기존 뿌리산업 집적지의 생산성 향상과 입지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규모의 영세성이나 가난한 근로자들이 대도시에 거주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들 뿌리산업에 특화된 맞춤형의 소규모 산업단지나 친환경의 아파트형 공장을 건립하고 친환경 설비구축을 지원해야한다. 여건상 집단화가 어렵다면 기존 집적지에 대한 입지환경 규제를 완화하여 현재의 위치에서 사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무등록 공장의 제한적인 양성화와 함께 공동폐수처리시설, 공동연구장비의 보급, 시제품제작지원 등의 공공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도시외곽에 최적의 입지공간을 갖춘 새로운 단지를 만들고 신성장동력으로 첨단산업을 육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뿌리가 없는 첨단산업, 기반이 없는 신성장동력산업으로는 고용창출과 지역경제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산업화 시기를 통해 어렵게 구축해놓은 우리의 강점을 활용해야 한다. 뿌리깊은 나무가 바람에 흔들리지 않듯이, 현실에 단단히 발을 디디고 있어야만 또 다른 경제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다.박봉규 건국대 석좌교수

2016-05-02 16:08 박봉규 건국대 석좌교수

[브릿지 칼럼] 대우조선, 과감한 구조조정 단행할 새주인 찾아줘야

김우일 대우Mamp;A 대표대우그룹 해체 직전 마지막 구조조정본부장을 지낸 필자에게 대우조선은 20여 년간 뼈아픈 고통과 회생의 기쁨을 동시에 가져다 준 잊을래 야 잊을 수 없는 분신과 같은 기업이었다. 대우그룹 기획조정실에서 25년을 근무하는 동안 거의 15년을 대우조선 경영 정상화에 매달렸기 때문이다.1970년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중공업 육성 정책에 의해 설립된 대한조선공사는 거제도에 국내 최대 규모의 조선소 건립에 나섰다가 부실에 처해 산업은행에 경영권이 넘어갔다. 박 전 대통령은 김우중 회장을 대우조선 경영정상화의 적임자로 낙점했고, 김우중은 박정희 정부의 금융지원을 받아 대한조선공사를 인수했다.하지만 1987년 조선경기가 침체되면서 대우조선은 다시 위기를 맞았다. 노태우 정부는 2500억원에 달하는 금융지원과 상장사였던 대우중공업과 합병을 통해 대우조선을 상장시켜 자금조달의 숨통을 틔어줬다. 대우도 2000억원의 유상증자를 비롯해 부동산 매각과 알짜배기 계열사 매각(제철화학, 풍국정유)으로 자구노력도 병행해 가까스로 정상화에 성공했다.그러나 1997년 시작된 외환위기로 대우조선은 또 다시 위기를 맞았다. 막대한 차입금을 보유하고 있었던 대우조선에는 6조원의 공적자금이 투입됐고 산업은행으로 주인이 바뀌었다.2000년대 중반 잠시 살아나는 듯하던 조선 경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서서히 부진에 빠지기 시작해 급기야 2013년에는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이 막대한 누적적자를 기록했다. 이에 반해 산업은행 관리 하에 있던 대우조선만 흑자를 시현했다. 하지만 대우조선의 이 같은 흑자는 부실을 은닉, 이익을 만들어낸 것으로 판명됐다.정부는 지난해부터 부랴부랴 비상계획과 구조조정을 시행하고 자금 수혈을 하며 정상화에 안간힘을 쓰고있다. 그러나 나아지지 않는 조선경기와 부진한 구조조정 등으로 뚜렷한 정상화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이에 따라 최근 정부 일각에서는 근원적인 공급초과를 해소하기 위한 3대 조선소(현대, 삼성, 대우)간의 통폐합이 거론되기도 한다. 3개를 2개로 통합하여 공급을 조절하자는 것이다.하지만 방대한 거제도 조선소 부지, 거대한 도크, 40년간 국제시장에서 쌓아온 수주실적, 영업 및 생산 노하우, 국제적 브랜드 등을 고려하면 현재 대우조선의 무형가치는 1000조를 들여도 다시 만들 수가 없다.더욱이 조선 3사를 단순한 수요와 공급의 원리로 통·폐합해버린다면 다시 경기가 살아날 때 이에 대처할 방도가 없다.따라서 칼날 같은 구조조정으로 과체중을 도려내고 하루빨리 주인을 찾아주는 길이 현재로서는 최선의 방책이다. 특히 정부나 채권단 스스로 과감한 구조조정에 나설 수 없다면 ‘헐값 매각’이라는 비난을 두려워 하지 말고 적극적인 새 주인 찾기에 나서야 한다. 현재 대우조선의 주가(5000원) 수준이면 인수할 기업은 얼마든 나올 수 있다.인수자의 범위도 의례적인 대기업 위주, 국내자본의 테두리를 벗어나 대우조선을 정상화시킬 역량을 갖춘 곳이라면 외국기업, 외국사모펀드 등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김우일 대우MA 대표

2016-05-01 16:35 김우일 대우M&A 대표

[브릿지 칼럼] 석유 전자상거래, 과연 누구를 위한 제도인가?

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올해로 석유시장에 전자상거래제도가 도입된 지 3년이 됐다. 이 제도는 2012년 3월 첫 출발할 때부터 논란이 많았다. 원유가 배럴당 100달러를 오르내리던 당시, 정부는 석유가격의 투명성 제고와 경쟁촉진을 통한 유가인하 차원에서 이 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취지는 좋지만 석유시장에 현물 전자상거래제도를 도입한 전례가 세계적으로 없을 뿐더러, 석유시장의 현실을 모르는 정책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그러나 “기름 값이 이상하다”는 당시 이명박 대통령 한 마디에 눌려 정부는 알뜰주유소와 전자상거래제도 도입을 밀어붙였다. 출발 당시 수입 석유와 국내 정유사 제품과의 경쟁 촉진을 위해 석유수입사들에게 리터당 16원씩의 수입부과금을 환급해 주는 인센티브를 주었다. 국내 석유제품과 비교해 16원 저렴한 파격적인 특혜 효과로 초기에는 일본산 경유 등이 1조원 이상 수입돼 국내 시장을 상당수 잠식했다. 그러나 수입부과금이 8원으로 축소되고, 국제 석유시장의 가격체제가 바뀌면서 국내로 유입되는 수입석유의 량은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정부는 시장 유지를 위한 고육책으로 국내 정유사들을 끌어들인다.당초 1년간 한시적으로 도입됐던 수입부과금 환급 제도는 해가가면서 바뀌어 현재 경쟁매매 시는 리터당 8원, 협의매매 시는 4원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인센티브 덕분에 전자상거래 시장은 올 3월말 현재 경유는 1만8398만 리터가, 휘발유는 7450만 리터가 거래돼 국내 소비량의 10%대에 육박하고 있다.양적으로 보자면 개장 이후 3년 만에 국내 석유시장에서 자리매김을 한 것 같지만 한 꺼풀 벗겨내고 보면 치명적인 문제를 안고 있다. 전자상거래의 가장 큰 장점은 불특정 다수의 공급자와 구매자가 온라인상에서 만나 가격과 물량을 경쟁적으로 흥정하며 가격인하를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석유 전자상거래의 경우 경쟁매매에 대한 차등적 인센티브에도 불구하고 경쟁매매가 전체 거래량의 50% 미만이다. 나머지는 협의매매로 이는 장외에서 미리 매도자와 매수자가 가격을 정하고 돈을 전자 상거래시장에서 오가는 거래다. 이렇게 되면 애초 기대했던 경쟁을 통한 유가인하라는 취지는 사라지고 만다. 결국 협의매매를 통한 거래 당사자들만 이득을 볼 뿐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없게 되는 것이다.해마다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많았다. 소비자 가격 인하는 미흡한 반면 협의매매를 통해 매도자인 정유사와 대리점들만 이익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억지 춘향 격으로 발을 담그고 있는 정유사들은 이러한 지적에서 하루 속히 벗어나고 싶어 한다. 덩치 큰 정유사들이 석유수입부과금 환급금까지 챙겨가는 탐욕집단으로 자칫 국민에게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또 한 가지 문제는 거래 시 쌍방에게 부과되는 KRX(한국거래소)의 수수료다. KRX는 올해 초부터 수수료를 2배 인상하여 경쟁매매는 거래 금액의 0.04%, 협의거래는 0.05%를 부과하고 있다. KRX는 전자상거래 운영비를 충당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주장하지만 업계는 이러한 부담이 오히려 유가인상의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이러한 가운데 정부는 지난 15일 수입부과금 환급을 1년 더 연장하는 석대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 차제에 수입부과금 인센티브가 유가인하에 효과가 있었는지, 시장유지를 위한 연명책에 불과한 것은 아니었는지에 대해 냉철하게 따져볼 일이다.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

2016-04-28 14:37 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

[브릿지 칼럼] 사랑은 아무나 하나

한상우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돈 명예 권력은 모든 사람이 똑같이 나눠 가질 순 없지만 인간의 행복은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누려야 합니다. 그러나 모두가 누려야 할 행복이지만 저절로 얻어지지 않습니다. 선하고 착하게 산다고 얻어지지 않고 타인에게 헌신적이고 희생적으로 산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언제나 변함없이 행복해 지는 방법은 오직 배우자, 자식 그리고 나 자신과 열렬히 사랑하는 삶을 살 때뿐입니다. 그런데 이들 중 단 한사람과도 제대로 사랑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인생을 좀 살아본 사람은 다 압니다. 그래서 저는 사랑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고 감히 말합니다. 하지만 사랑은 아무나 해야 합니다. 우리 모두가 사랑을 해야 하고 모두가 행복해져야 합니다.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얻기 위해서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사실은 건강한 자기(self)가 있어야만 진짜 사랑이 가능해 진다는 사실입니다.건강한 자기를 가지기 위해서는 공감적인 부모가 필요합니다. 부모와의 일상 속에서 매일 매일 공감을 느끼고 체험하면서 자라게 되면 공감을 주고받지 않으면 불편하고 행복하지 않게 느낍니다. 따라서 유아기부터 초기 성인기까지 매우 긴 과정동안 공감적인 부모의 양육을 통해 건강한 자기가 만들어 지는 것입니다.부모로부터 공감을 충분히 받은 아이는 성장과정 내내 자신의 욕망에 자유롭게 집중할 수 있고 그래서 자신에게 공감하는 능력이 만들어 집니다. 자신을 공감하는 능력이야 말로 자존감의 원천이며 일생동안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게 됩니다. 자신을 공감하는 능력으로 타인을 공감함으로서 항상 타인에게 좋은 느낌을 주는 사람, 즉 매력적인 사람이라고 할 수 있지요.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자신 스스로에게 늘 공감하고 아내에게 열렬히 공감하고 자식에게 적극적으로 공감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또 이것을 매일 매일 반복합니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고 따라서 우리가 가진 에너지의 대부분을 쏟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여력이 남으면 부모 형제 친구에게 공감해야 하는 것이지요. 이런 사람은 힘든 삶 속에서도 행복을 느끼고 시련도 잘 극복해 냅니다. 반대로 부모로부터 공감을 충분히 받지 못한 아이는 자신이 욕망하는 것에 집중하지 못하게 되고 또한 부모의 무의식적 불안이 자식에게 전달되어서 자신의 욕망에 집중하는 것에 방해 받습니다. 그래서 자신을 공감하는 능력이 빈약해지고 타인을 공감하는 능력도 보잘 것 없게 됩니다. 이런 상태에서는 많은 에너지를 불안과 답도 없는 고민으로 낭비하기 때문에 정작 필요한 일에 자신의 에너지를 사용하지 못하고 만성적 에너지 고갈을 느끼게 됩니다. 이 말을 듣고 나서 주변을 살펴보시면 아마도 가족 아닌 사람에게 열렬히 공감하고 집에 와선 공감과 담을 쌓고 사는 남편과 아빠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우리 모두는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영원한 사랑을 꿈꿉니다. 건강한 사랑에 도달하는 방법을 알기만 한다면 우리 모두는 사랑을 완성시켜 나갈 수 있습니다. 시집 제목 “내가 지금 아는 것을 그때 알았더라면”처럼 몰라서 노력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우리에게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한상우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2016-04-26 10:32 한상우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브릿지 칼럼] CEO직을 즐기는 KMW 김덕용회장

이해익 경영컨설턴트‘대통령직을 즐기는 케네디’미국 대통령 존 F. 케네디(1917~1963, 1961~1963년 재임)를 묘사한 미국신문 헤드라인이다. 본 순간 짜릿했다. 1960년대 초 일이니 반세기도 전 고등학교시절이었다. 깊은 인상을 받았다. 단순히 자신의 일을 좋아서 하는 게 아니라는 거다.케네디는 40대 초반의 용모가 준수한 하버드대학 출신의 엘리트였다. 게다가 11명 부하의 생명을 건진 해군함장으로 태평양 전쟁 영웅출신이었다. 영국대사를 역임한 부자 아버지를 둔 동부 명문가의 아들이기도 했다. 재색겸비한 그의 30대 부인 재클린 케네디와 어린 아들 딸들과 함께 찍은 사진은 미국인들에게 희망과 행복이란 메시지를 던지기에 충분했다.“그러므로 미국민 여러분. 나라가 여러분에게 무엇을 해줄 것인가를 묻지 말고 여러분이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먼저 물으십시오.” 1961년 1월20일 미국 35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그가 한 연설은 인구에 회자되며 널리 퍼져 나갔다. 프런티어정신, 개척자정신을 일깨웠다. 그리하여 미국은 인간에게 영원히 미개척지로 남아있을 것 같았던 달에 첫 발자국을 뗄 수 있었다.지금도 미 국민들에게 케네디는 워싱턴, 링컨, 루즈벨트 반열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자신의 삶을 즐긴 한 인간에 대한 세인의 사랑과 열광이리라. “무엇을 아는 것은 좋아하는 것만 못하고 무엇을 좋아하는 것은 즐기는 것만 못하다.” 공자 말씀이다. 즐긴다는 것의 가치는 동과 서가 다르지 않고 고대와 현대가 따로 없는 것이다.직업상 수많은 CEO와 깊은 얘기를 나누며 살아왔다. 얼굴 생김이 다르듯 사업을 하는 스타일이 저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그 중 자신의 일을 즐기는 CEO를 접하면 보기에도 좋다.벤처 1세대인 케이엠더블유(KMW)의 김덕용회장은 CEO직을 즐긴다. 한국의 수많은 벤처기업들이 지난 사반세기 동안 명멸했다. 어느 순간 일어나나 싶다가는 사라지곤 했다. 대부분 샛길로 빠졌기 때문이다. 뭔가 기술개발을 이뤄 상품화에 성공하고 상장에 성공하여 돈방석에 앉는 순간 초지(初志)를 잃는 경우가 흔했다. 상당수가 주식테크, 부동산테크에 빠져 재벌흉내를 내다가 고생을 겪었다. 또 ‘일꾼’에서 ‘말꾼’으로 변신해서 매스컴을 즐기며 강의와 연설에 열중, 짐짓 연예인(?)으로 둔갑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가 아예 딴 길로 가서 대통령을 하겠다는 이도 나타난 판국이다.KMW의 김덕용회장은 1990년 초에 사업을 일으켰다. KMW는 부침을 거듭하며 통고를 겪으면서도 곁눈질하지 않았다. 무선통신장비사업과 발광바이오드(LED)조명사업을 주축으로 세계시장에서 독보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미국 메이저리그 시애틀 매너리스 홈구장인 세이코프필드 경기장 주조명을 발광다이오드(LED)로 교체하는 점등식을 했다. 지금도 회장 사무실 바로 옆에 크레이지연구소를 두고 스스로를 ‘공돌이’라 칭하며 미친 듯 연구에 탐닉하고 종횡무진 뛴 결과물이므로 김 회장의 감회는 남다를 것이다.“올해 실적이 전년보다 큰 폭으로 개선될 것입니다. 현 추세라면 2020년 매출액 1조원 달성 목표에 변함이 없습니다”라고 김 회장은 강조한다. 박수를 보낸다.이해익 경영컨설턴트

2016-04-25 13:59 이해익 경영컨설턴트

[브릿지 칼럼] 세상의 ‘신호’를 훔쳐라

정보철 이니야 대표.“아빠, 계절이 바뀌는 것을 어떻게 알아?” 여덟 살 딸이 묻자 달력을 보면서 말했다. “5월로 넘어가잖아.” 하지만 딸은 귀에 손을 갖다 대고 말했다. “아니야. 소리로 알아. 봄의 소리가 들려, 여름에는 여름의 소리가 들리지.”세상은 소리로 자신을 표현한다. 사물뿐만 아니라 사건, 실체, 현상, 대상, 과정 등 세상을 구성하는 모든 것은 소리를 보내고 있다. 우리의 몸과 마음 그리고 영혼의 소리도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소리를 듣는다고 생각하지만, 소리를 듣지 못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정확히 말하면 소리에 묻혀 있는 그림자를 보지 못한다. 그 소리의 그림자가 신호, 즉 기미다.우리는 겉으로 드러난 소리만 들을 뿐 소리 속에 숨어 있는 신호를 보지 못할 때가 많다. 신호를 감지하는 것은 삶에서 의미가 깊다. 신호는 ‘진실’과 ‘진실 같은 것’, 즉 사이비(似而非)를 구분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진실은 전면에 등장하기 전에 신호를 보낸다. 아주 작은 미세한 파동으로 자신의 전체를 드러내려한다. 그런 작은 파동이 낌새 또는 기미이고, 이것을 읽어내는 능력이 바로 지기(知機)다. 낌새를 읽고 받아들이는 능력, 바로 지기가 삶의 승패를 좌우하는 것이다삶의 길목에서 중대한 선택을 해야 할 때, 선택의 갈림길에서 진실은 선택의 기준이 된다. 진실이 미세한 신호를 통해 본 면목이 드러나는 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기미를 읽는 자는 역사의 승자이고, 기미를 무시하는 자는 역사의 패자로 귀결되는 것은 다반사이다. 그렇다면 이 기미를 잘 알아차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공자에게 묻지 않을 수 없다.공자의 제자들은 스승인 공자에게 네 가지가 없었다고 했다. 그 네 가지는 ‘의필고아(意必固我)’를 이른다. 여기서 ‘의(意)’는 근거 없는 억측, ‘필(必)’은 자기주장을 기필코 관철시키려는 자세, ‘고(固)’는 융통성 없는 고집, ‘아(我)’는 자신을 내세우는 것을 말한다.의필고아가 없는 마음은 열려 있는 마음, 그 자체다. 인간과 자연, 삶과 역사가 던지는 수많은 신호를 아낌없이 받아들이는 것은 마음이 열려있을 때 가능한 일이다. 신호에는 진리가 담겨 있다. 무릇 진리를 추구하는 자는 신호에 민감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음이 닫혀 있어서는 안 된다. 열린 마음이어야만 가능한 일이다.서두로 돌아가 보자. 여덟 살 아이는 봄이 오는 것을 달력이 아니라 자연의 소리로 먼저 알아차렸다. ‘봄’의 진실은 달력일까, 자연의 변화일까?때 묻지 않은 아이의 열린 마음이 봄의 진실을 활짝 열었다. 세월이 흘러 나는 이제 분명히 안다. 아이의 봄과 어른의 봄은 다르다는 것을…. 달력의 봄을 버린 지 이미 오래다. 열린 마음으로 세상이 보내는 신호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싶은 열망 때문이다.정보철 이니야 대표

2016-04-24 14:24 정보철 이니야 대표

[브릿지 칼럼] 이륜차 정책, 이대로 놔둘건가?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국내 이륜차 시장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불모지이고 오직 단속만 있는 후진국형 시스템이다. 지난 2007년만 해도 연간 이륜차 판매는 약 29만대에 이르러 30만대 시장이라고 할 수 있었다. 현재는 10여만대가 판매된다. 국내를 대표하는 이륜차 메이커 두 개 중 하나는 주인이 두 번이나 바뀌었고 나머지 하나는 명맥은 이어오고  있으나 70% 이상을 일반 자동차 부품 생산으로 라인을 바꾼 상황이다. 엄밀히 얘기하면 국내 이륜차 산업은 없는 셈이다.이 정도이니 친환경 이륜차 개발이나 생산은 남의 일이고 고배기량 이륜차는 이미 수입사에 넘어간 상황이다. 정부는 아예 미래형 이륜차 개발 등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일반 자동차에만 초점을 두고 있다. 정부의 책임이 가장 크다는 뜻이다. 시장은 더욱 가관이다. 오직 단속에 따른 부정적인 시각만 키워 일반인이 보는 이륜차 시각은 폭주족과 퀵서비스의 부정적인 인식만 팽배하다. 시스템은 당연히 엉망이다. 이륜차 사용신고제도도 시작부터 엉망이고 검사제도도 고배기량 대상부터 하고 있으나 역시 정리가 되어 있지 않다. 보험제도는 종합보험은 거의 없고 있어도 비용이 너무 비싸다. 사고가 나면 모두가 피해자가 될 정도이다. 정비 시스템도 당연히 엉망이다. 자격증은 당연히 없고 길거리에서 적당히 작업하면 된다. 이륜차 면허증 취득 시에는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안전교육도 없고 골목에서 적당히 기능만 익히면 된다. 폐차제도는 아예 없다. 실제로 현재 운행되는 이륜차 운행대수는 전혀 파악이 되지 않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고속도로나 자동차 전용도로로 다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금은 자동차와 같이 꼬박꼬박 받고 있다. 권리는 보장되지 않는 분야가 바로 이륜차다. 국내 이륜차 산업과 문화는 없다고 단언한다.정부는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제도 개선에 나서지 않고 있다. 정부의 의지가 중요한 이유다. 선진국에서는 이륜차는 공로상에 다니는 이동수단의 하나로 간주하고 배려하고 보호하고 특히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함께 개발하고 있다. 이제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진정한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일반 자동차와 함께 이륜차 활성화는 기본이다. 정부와 지자체도 관심을 가지고 하나하나 풀어나가야 한다. 앞서 언급한 문제뿐만 아니라 더욱 다양한 문제를 선진국을 벤치마킹하면서 풀어나간다면 분명히 한국형 선진 이륜차 시스템은 안착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이륜차는 당장 연비가 좋고 기동성이 좋으며 좁은 주차면적과 단순한 관리 등 다양한 장점을 내포하고 있다. 물론 보호막이 없다보니 사고가 발행하면 치명적인 단점도 있으나 이러한 특성은 결국 우리가 어떻게 주변 교통 인프라를 조성하고 제도적 안정감을 주느냐에 달려 있다.현재의 심각한 각종 문제점을 한꺼번에 풀기보다는 중요한 문제를 우선 고려해 한두가지씩 순차적으로 진행했으면 한다. 특히 향후 미래 차종은 마이크로 모빌리티라는 초소형 친환경 교통수단이 활성화 될 것으로 판단되는 만큼, 이륜차도 이 범주에 포함되는 중요한 미래형 교통수단이 될 수 있음을 정부는 잊지 말아야 한다.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2016-04-21 13:48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브릿지 칼럼] 주거생활도 '통합'을 논해야 할 때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정책연구실장20대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 끝났다. 국민들은 분열과 갈등으로 얼룩진 정치권에 표심으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 정치인들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대통합시대’를 원하는 국민 의식이 정치권 위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였다. 통합은 정치권 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필요하다. 나뉨은 대상과 시대에 따라 자연스러운 사회적 현상이기도 하지만, 고착화될 경우 부정적 파급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주거에서도 나뉨으로 인한 고통이 심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최근 부모와 자녀세대의 주거분리 현상이다. 주거에서 느끼는 기성세대와 청년 간 세대갈등도 격화되고 있다.이로 인한 고통은 각각의 두 세대가 ‘살 만한’ 주택의 수요를 증가시킨다. 결국 주택부족 문제를 가져와 개인과 사회의 부담을 가중시키게 된다. 결혼 전부터 자녀세대의 가구분화가 발생하고, 자녀를 결혼시키면서 ‘더 살 만한’ 주택을 찾아 분가 시키는 것은 이제 보편적인 현상이 됐다. 부모세대는 자녀들의 집 마련에 힘들고, 자녀세대는 늘어만 가는 전월세 부담에 힘들다. 부모의 뒷받침이 없는 청년들은 사회에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주거빈곤에 시달리게 된다.우리 나라에서 부모와 기혼 자녀, 손자녀가 함께 거주하는 3세대 가구 비율은 매년 감소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3세대 거주가구 비율은 2000년 5.7%에서 2010년 3.8%로 줄었다. 서울의 경우 작년 말 기준 부모와 기혼 자녀세대가 함께 살고 있는 비율은 약 5.7%에 불과하다.이제 주거생활도 분리가 아닌 통합을 논의할 때다. 부모의 경제적 부담과 자녀의 주거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세대 통합 거주를 장려해야 한다.노인가구 증가세가 가팔라지고 있는 점도 세대 통합 거주의 필요성을 대두시킨다. 65세 이상 노인 가구의 약 79%가 독거노인이나 노인부부가구이며, 이들 중 약 70%가 자가주택에 살고 있다. 노인 자가가구는 1인당 주거면적이 넓어 주거 과소비 구조를 보인다. 반면 관리비는 많이 나오고 소득수준은 낮아 생활 곤란가구도 많다.청년층 임차가구도 임대료나 대출 부담이 크며 1인당 주거면적이 좁아 주거 과소비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세대 통합 거주는 젊은 층의 주거·육아문제, 노령가구의 경제적·사회복지적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무턱대고 세대 통합을 논할 수 만은 없다. 이 같은 거주방식은 서로의 필요에 의해 서로가 원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최근 주택산업연구원의 조사결과는 이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해 주고 있다. 전체의 81.6%에 이르는 가구가 주거비 부담을 줄이거나 육아 돌봄, 노부모 돌봄 등을 이유로 세대 통합형 거주에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통합 거주를 하더라도 프라이버시 보장이 안되는 ‘가족형 일반주택’에서는 살고 싶어 하지 않았다. 독립성이 보장되는 주택에서만 같이 살 의향이 있다는 것.이를 위해 기존 주택을 분리하여 부모와 기혼 자녀세대가 같이 살 수 있도록 하거나 세대구분형(멀티홈)·복층형 주택 공급을 늘리는 방식 등이 도입될 수 있다. 세대간 주거생활을 통합할 경우 가구의 주거비 부담 감소 뿐 아니라 서민주거안정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부담도 크게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정책연구실장

2016-04-20 11:04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정책연구실장

[브릿지 칼럼] 소통의 기본은 배려하는 마음

윤기설 한국폴리텍대학 아산캠퍼스 학장소통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높다. 정치권은 물론이고 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자들도 소통의 필요성을 강조하곤 한다. 하지만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하고 배려하는 기본원칙을 외면함으로써 소통이 안되는 경우를 많이 목격하게 된다. 여당이 공천과정에서 애매한 기준과 잣대를 들이대다가 결국 내부 불만을 증폭시키고 국민 불신으로 이어져 20대 총선에서 참패한 것도 내부 구성원들의 존재를 무시한 소통의 부재 때문이다.‘출필고 반필면(出必告 反必面)’이란 말이 있다. 예기의 곡례 편에 나오는 고사성어로 ‘나갈 때는 반드시 알리고, 들어오면 반드시 얼굴을 보이라’는 뜻이다. 밖에 나갈 때는 무슨 일로 나가는지 알리고 집에 돌아와서는 안전하게 잘 다녀왔다고 인사를 하도록 함으로써 자식으로서 도리를 갖추게 한 것이다. 그래야 어른들이 괜한 걱정으로 애를 태우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유교문화에서는 어른에 대한 이러한 배려와 소통을 당연히 해야 할 행동으로 규정지었다.이러한 보고(報告)문화는 어느 정도의 굴레와 속박이 필요한 기업, 특히 다른 기업과의 거래가 활발하고 상하관계가 분명한 민간기업일수록 더욱 정착돼 있다. 촌각을 다투면서 상사의 확인과정을 거치는 작업을 다룰 경우 수시로 진행사항과 결과를 보고해야 업무가 원활하게 처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기업에선 보고와 소통은 생명이다. 상사라고 해서 어디를 가는지 말도 하지 않은 채 없어지고, 부하직원 역시 보고를 제대로 안하고 자리를 뜬다면 그 조직은 제대로 굴러가기 힘든 죽은 조직이나 마찬가지다. 알림과 보고 문화는 직장내 구성원간에 지켜야 할 예의이자 배려로 소통을 위한 필수요소이다. 그러나 업무분위기가 느슨한 조직에선 구성원들이 당연히 지키고 배려해야 할 보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소통이 안되는 경우도 많다.어떤 경영자는 소통을 활성화하기 위해 사무실 문을 활짝 열어놓기도 한다. 누구라도 찾아와 의견을 개진하기 쉽게 문턱을 낮춘다는 취지로 조직원들에 대한 배려의 표출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최고경영자의 마인드가 바뀌지 않는다면 문턱을 아무리 낮춘다고 해도 심리적 거리감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소통이 제대로 되기 위해선 ‘오픈도어’보다 ‘오픈마인드’가 더 중요하다.선진기업 최고경영자들이 소통을 통해 직원들과의 거리감을 좁히려는 것도 조직원 입장에서 생각하는 배려의 마음 때문이다. 미국 TD인더스트리즈의 경우 일반사무직들이 사무를 보는 부서 한 켠에 사장의 집무공간이 있다. 직원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다가가기 위해서다. 거대 공룡 IBM이 위기에 처한 2003년에 CEO가 된 샘 팔미사노 회장은 직원들과 소통하면서 혁신을 밀어붙여 회생에 성공했다. 그는 이때 많은 직원들과의 대화와 토론을 통해 경영혁신에 동참해 줄 것을 호소하며 IBM의 핵심가치를 수립했다. 1년에 한 번, 팔미사노는 전 세계 7곳에 있는 IBM의 연구소장들과 함께 하루 종일 마라톤 토의를 하면서 미래경영의 방향을 그리기도 했다. 경영자와 직원들이 소통을 통해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며 공감대의 폭을 넓혔기에 혁신이 가능했다. 결국 기본원칙을 지키면서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는 게 소통의 비책 아닌가 생각해본다.윤기설 한국폴리텍대학 아산캠퍼스 학장

2016-04-19 07:00 윤기설 한국폴리텍대학 아산캠퍼스 학장 기자

[브릿지 칼럼]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기업구조조정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보면, 당연히 골리앗이 우세할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다윗보다 덩치도 크고 힘도 압도적으로 강하기 때문이다. 산업 분야에서도 다윗과 골리앗은 존재한다. 조선업에서 빅3는 세계, 국내 어디에서나 알아주는 기업이다. 상당 기간 우리 경제의 캐시 카우 역할을 해 왔다. 무너질 것 같지 않은 골리앗과 같은 존재다. 하지만 골리앗이 위험하다. 세계를 주름잡던 ‘조선 빅3’를 포함해 상당수의 조선사들이 부실에 빠져 구조조정을 피하기 어렵게 되었다.역사는 반복되는가. 오래 전 유럽의 조선사들이 아무것도 가진 것 없던 정주영의 현대에게 무너졌었다. 이제는 중국의 조선사들이 성장하여 한때 세계 최강이라던 한국의 빅3를 위협하고 있다. 세상에 영원한 강자도 약자도 없다. 이런 저런 문제들이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떨어뜨렸고 수익성은 떨어졌다. 사업을 재편하지 않으면 모두가 공멸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문제는 이를 받아들이는 태도에서 나온다. 사업을 재편하여 고비용 구조를 해소하고 효율을 높여야 하지만, 이러한 구조조정을 받아들이는 것은 뼈아픈 일이다. 누구나 고통스러운 일을 꺼려하기 마련이다. 경영진 스스로 책임을 지고 결단을 내리기 어렵고, 근로자들의 반발도 심하다. 더구나 법과 행정은 구조조정에 우호적이지 않아 부실을 털어내는 것은 쉽지 않다. 채권은행들은 자신들의 투자가 부실채권으로 전락하는 것을 꺼려하고 정치인들은 정치적 위험을 고려해 덮고 넘어가고 싶어 한다.이러한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다 보면 부실은 심화되고 만다. 한 마디로 사업재편의 타이밍을 놓쳐 버린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게 될 우(愚)를 범하고 마는 것이다. 천문학적인 부실 규모가 누적되어도 대마불사를 외치며 힘겨루기로 버티는 정치 게임이 벌어진다.기업이 사업을 계속 영위하기 위해서는 이익을 꾸준히 내야 한다. 그것이 기업 존재의 첫 번째 조건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시적인 사업재편을 통한 효율성을 유지해야 한다. 그렇지 못한 기업들은 문을 닫는 것도 감수해야 하는 것이 기업의 세계다.이번 조선업계의 부실 심화는 금융 공기업의 책임 회피가 있어 더 심각해졌다. 부실한 기업에 대한 과감한 구조조정이 필요하지만 시장논리에서 벗어난 정치적 판단이 계속 자금을 지원하게 만든 것이다. 국책금융기관들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곳이다. 국민의 피땀 어린 세금으로 고비용 저효율의 기업들에게 밑 빠진 독에 물붓기와 같이 돈을 지원하고 있는 것은 잘못이다. 최소한 구조조정을 조건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이라도 채택했어야 했다.이제는 총선도 끝났다. 구조조정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모두가 공멸하지 않으려면 과감하고 신속한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 비주력 사업은 과감히 매각을 하고, 주력 사업들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사업재편을 실천해야 한다. 정부는 기업 구조조정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기업간 MA, 사업재편에 대한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구조조정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고통을 이겨내야 희망 찬 미래를 맞이할 수 있다.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

2016-04-17 17:00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

[브릿지칼럼] 쿡방 인기 속 아픈 현실

정인호 VC경영연구소 대표최근 TV 예능프로그램의 큰 트렌드는 요리를 소재로 한 ‘쿡방’과 ‘먹방’이다. 쿡방은 ‘쿡(cook)’과 ‘방송’이 결합된 것으로 요리하는 것을 보여주는 방송을 일컫는다. 먹방 또한 ‘먹다’와 ‘방송’이 결합해서 나온 말로 연예인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주로 보여준다. 그렇다면 왜 쿡방과 먹방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일까?첫째, 사람들은 미각이 아닌 시각과 청각으로 먹는다. TV 속 요리를 하거나 먹는 모습을 보면 자율감각쾌감 반응(ASMR, 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이 자극된다.즉 도마에 야채를 썰거나 지글지글 음식이 끓는 소리와 시각이 극대화되어 실제 음식을 먹는 것 같은 생동감과 쾌락이 더해진다. 쿡방을 보다가 자연스레 배달음식을 시켜본 경험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쿡방의 예상했던 그 맛과 실제 배달된 음식의 맛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이런 맥락에 맞춰 방송국에서는 생동감있고 맛있는 소리를 더욱 극대화하기 위해 영상에 인위적인 씹는 소리를 입힌 ASMR 촬영기법을 도입하기까지도 한다. 둘째, 소비자의 욕구 불만이다. 인간은 가장 낮은 단계인 생리적 욕구부터, 안전의 욕구, 사회적 욕구, 존경의 욕구 그리고 가장 높은 자아실현의 욕구라는 다섯 가지의 기본적 욕구를 가진다. 심리학자 에이브라함 매슬로가 주장한 이 욕구 5단계는 하위 욕구가 충족되면 점점 상위 욕구에 관심이 높아지고 그들의 욕구에 의해 동기가 유발된다는 이론이다. 클레이트 앨더퍼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좌절과 퇴행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경기 불황으로 유통업계가 전반적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나홀로 호황을 누리는 사업이 있다. 바로 편의점이다. 편의점 3사 평균매출은 전년대비 20~30%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43% 급증했다. 편의점이 이렇게 장사가 잘 되는 이유는 주 소비자인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15.8%였던 1인 가구 비율은 5년 만에 21.3%로 급증했다.이처럼 1인 가구의 증가율이 높은 이유는 ‘먹고 살기 힘들다’는 것을 반증한다. 매슬로의 욕구단계에 따르면 하위욕구가 충족돼야 상위욕구로의 진전이 이루어진다고 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나타나는 현상은 오히려 욕구가 퇴행되어 가고 있다. 즉 앨더퍼가 주장한 것처럼 경제적 어려움과 취업난, 정치적 불만과 국가적 불안이 더해지면서 욕구좌절이 일어나 상위단계의 욕구진전은 고사하고 인간의 기본적인 생리 욕구도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이처럼 가장 낮은 생리적 욕구부터 충족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니 소비자의 지갑은 닫히고 편의점 같은 작은 소비를 통해 그나마 음식의 즐거움을 해소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쿡방이 인기 있는 이유는 ‘대리만족’이다. 직접 먹지 않더라도 보기만 해도 즐거운 대리충족이 소비자의 욕구를 간접적으로나마 해소해주기 때문이다.마지막 이유는 외로움이다. 한 가족실태조사에서 ‘가족간 대화가 전혀 없다’는 비율이 30.9%로 나타났다. 문제는 갈수록 이 수치가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MBC ‘마이리틀텔레비전’처럼 네티즌들의 실시간 댓글에 따라 진행되는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고 있다. 맛있는 음식을 요리하면서 자신의 댓글을 주고받으며 외로움을 이겨가는 것이다. 슬프고도 아픈 현실이다.정인호 VC경영연구소 대표

2016-04-14 16:25 정인호 VC경영연구소 대표

[브릿지 칼럼] 기업 구조조정의 성공조건

박종구 초당대 총장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 경제에 적신호가 울리고 있다. 작년에 많은 기업이 매출액이 줄어드는 ‘축소경영’의 충격을 경험했다. 번돈으로 이자도 못내는 한계기업도 14.4%에 달하고 있다.생존 위기에 몰린 기업이 살 길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 밖에 없다. 이런 견지에서 제너럴 일렉트릭(GE), JC페니, 히타치의 성공 사례는 주목할 가치가 있다.GE는 1, 2위 시장점유율을 지키지 못하는 기업은 정리하고 성장성이 있는 기업은 인수하는 방식으로 ‘GE 왕국’을 구축했다. 제조업의 GE, 금융의 GE캐피탈과 함께 지상파채널인 NBC도 인수해 탄탄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는 GE를 위기로 몰아넣었다. GE캐피탈의 재무 상태가 크게 악화되었다. 300억 달러에 달하는 보유 부동산을 사모펀드 블랙스톤에 매각하고 캐피탈도 분할매각을 통해 대폭 축소했다. NBC는 컴케스트에 매각해 방송·영화산업에서도 철수했다. 이런 구조조정 덕에 주가가 7년래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JC페니는 114년 전통의 미국백화점 체인이다. 유통산업의 구조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해 판매부진, 부채 증가 등으로 위기에 빠졌다. 애플 스토어를 성공시킨 론 존슨을 최고경영자로 영입했지만 지나치게 이상적인 영업 정책으로 파산위기에 내몰렸다. 마이크 울만 전 최고경영자가 2013년 복귀하면서 반전의 계기를 잡았다. 중저가 상품 중심의 마케팅으로 떠나간 고객의 관심을 되돌리는데 성공했다. 강도 높은 비용 절감책으로 재무구조도 개선했다.히타치는 지난 2008년에 일본 제조업체 중 사상 최대 규모의 적자를 냈다. 이후 하드디스크드라이브 시장을 정리하고 인수합병을 통해 세계 3대 사회 인프라기업으로의 변신에 성공했다. 구조조정과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한 성장전략을 병행한 것이 반전 드라마의 비결이었다.구조조정 성공 사례가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 첫째로 ‘본업’에 충실하다는 점이다. GE의 제프리 이멜트 최고경영자는 “근본으로 돌아간다”는 신념으로 환골탈태에 나섰다. 비핵심 부문을 정리하고 에너지, 우주, 항공엔진 등 경쟁력 있는 부문에 집중했다. JC페니의 실적 향상도 중산층에 어필할 수 있는 상품의 브랜드 파워를 강화하는데 집중했던 덕이다. 불요불급한 자산 매각과 관리비 절감으로 재무상태를 개선했다.둘째로 최고경영자가 책임감을 갖고 구조개혁에 나선 점이다. 이멜트는 소통과 협업을 중시했다. 신중하고 일관성 있는 경영스타일로 구조개혁 작업을 본괘도에 올려놓았다. 포드의 앨런 멀럴리도 2008년 금융위기 전 선제적 구조조정으로, GM과 크라이슬러와는 달리 정부의 구제금융 없이 위기를 벗어났다. 가와무라 다카시 전 히타치 회장은 600억엔 흑자사업을 과감히 정리하는 등 통증을 수반한 개혁으로 부활을 견인했다.셋째로 단순히 한계사업을 정리한데 그치지 않고 미래 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경영전략이 병행된 점이다. 히타치가 정보기술과 접목한 전력, 철도 등 사회인프라 사업에 올인한 점이나 GE가 프랑스 알스톰사를 인수해 에너지 부문의 역량을 강화한 점 등은 미래를 지향한 승부수였다. 단기적 이익 대신 5~10년 뒤를 내다본 중장기적 포석이었다.성공적 구조조정을 통한 한국 기업의 대반전을 기대해 본다.박종구 초당대 총장

2016-04-13 15:00 박종구 초당대 총장

[브릿지 칼럼] 주민번호는 초강력 CCTV와 다르지 않다

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우리나라의 주민번호 활용도는 매우 광범위하다. 생활하는 구석구석에 그 번호가 개입하지 않는 영역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폭넓다.영국대학 교수 생활을 위해 입국비자를 받고 입국후 규정대로 ‘신상 주거 허가증’을 우체국에 가서 발급받았다. 발급장소가 주민센터나 동회나 구청이 아닌 이유는 영국에는 그런 것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신상이란 말이 들어간 이유는 증에 내장된 칩에 손가락 10개 지문과 홍채 정보 같은 특징이 저장된 탓이다. 성명, 생년월일, 주소도 기록된다. 허가증이란 의미는 그 신분증 없이는 외국인으로서 영국 국경 내에 거주할 자격이 없기 때문이다. 희한한 일은 내국인은 신분 확인용으로 오직 여권만 사용할 뿐이다. 여권이 전부이며 우리나라에 해당하는 주민증은 없다. 외국인용 허가증은 전자주민증인 탓에 한국 주민증보다 더 다양한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다. 그런데 특이한 일은 온갖 크고 작은 일을 겪으면서 1년이 지나도록 이 신분증을 보자는 데가 한 군데도 없었다는 점이다.부동산 계약시, 은행계좌 개설시에도 신분증은 사용되지 않았다. 어느 곳에서도 증을 보자고 요구한 적이 없었던 까닭이다. 어딜 가도 오직 성명과 주소, 단 두 데이터만 요구할 뿐이었다. 우리보다 발달된 신용사회라서 그런가 잠시 생각했으나 그게 아니었다. 전자신분증은 설령 있다고 하더라도 경찰전용이지 일상생활 속에서는 개념철학적으로 용납되지 않는 것이었다. 전세계에서 현재 주민번호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는 많으나 우리처럼 광범위하게 쓰는 나라가 또 있다면 중국뿐이다. 나머지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등 유럽 선진국과 아프리카 같은 후진국에서도 주민증은 영국처럼 일상에서는 전혀 사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주소를 입증하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에 자신의 자택으로 수신된 우편물의 겉봉투를 지참하고 다니는 것이 생활의 상식이요 지혜다.그러면 왜 주민증 같은 것을 무용지물화하며 오직 성명과 주소에만 의지하는 것일까.우리의 사고방식과는 현저하게 다른 차이를 이해하기 위해 세상에 태어나는 최초의 순간을 상기해봐야 한다. 출생과 더불어 성명이라는 데이터가 부여된다. 부모 성명까지 데이터로서 자연 기록된다. 동명이인 가능성을 배제하려면 주소라는 데이터가 필수불가결하게 기록된다. 결국 성명과 주소, 이 둘만 가지면 개인식별에 충분한 것이다. 추가데이터 없이도 정확히 짚어내는 작업이 가능하다. 성명과 주소라는 ‘인위적’ 가공을 거치지 않은 데이터 단 두 개만 가지면 식별 목적 달성에는 완벽하다. 거기다 만약 주민번호 같은 제3의 데이터를 식별목적으로 더 갖다 붙인다면 무슨 의미를 지닐까. 이에 대한 답은 한마디로 ‘무의미’다. 쓸데없는 과잉행위라는 뜻이다.이 지점에서 우리는 우리나라 정부가 국민식별 방법에 있어서 지난 40여년간 과도한,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과격’한 정책을 시행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더구나 주민번호가 개인정보 데이터에 관한 한 최상위 포식자로서 데이터 선후행 관계를 파악하는 데 마스터 키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유념한다면 그 어떤 CCTV보다도 추적 기능면에서 강력하다고 볼 수 있겠다. 군번과 전혀 다르지 않은 현행 주민번호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할 대상임에 틀림없다. 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2016-04-11 14:09 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