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박태환 일병 구하기, 올림픽 '시빌 워'?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입력일 2016-05-16 16:08 수정일 2016-05-16 16:09 발행일 2016-05-1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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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마린보이’ 박태환의 리우올림픽 출전 자격을 둘러싼 사태가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도핑 사건으로 한참 시끄러운 상황을 뒤로 한 채 리우올림픽 출전을 위해 국내 선발전을 성실하게 치렀던 그에게 대한체육회는 올림픽 출전 불가 방침을 내렸다. 이를 두고 국내 체육계는 물론 대중들도 갑론을박 중이다.

국제중재 등 법률 조치의 극단적인 방법을 피한 채 대한체육회에 한참 선처를 호소하는 것처럼 보이던 4월 26일, 박태환 측이 이미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대한체육회를 상대로 중재를 제소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중재 신청으로부터 4일 후 박태환이 연기를 신청하며 현재 중재절차는 중지된 상태다. 집안 싸움이 ‘CAS 제소’라는 국제적 분쟁거리로 불거지긴 했지만 박태환 측이 대한체육회와 원만히 조율할 가능성이 남아 있기는 한 셈이다. CAS가 대한체육회에 박태환의 중재 요청 사실을 전달하면서 ‘올림픽 출전 불가’가 최종 입장인지를 확인해 달라고 답변을 요구한 상태다. 이에 대한체육회의 입장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이번 사태의 쟁점은 ‘도핑 규정 위반 선수는 징계가 끝난 뒤 3년간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는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선발 규정이 ‘이중 처벌’에 해당해 선수의 출전 자유를 부당하게 제한하는지 여부다. 선수의 실력, 명성에 관계없이 도핑 등 위법행위에 대해 서릿발처럼 철저하게 엄중한 잣대를 적용해 처벌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적법성, 공정성이 결여된 집행, 과도한 처벌은 해당 선수는 물론 스포츠계의 진정한 자유를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는 마치 최근 마블코믹스의 슈퍼히어로 영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를 연상시킨다. 정의를 위해 공동체주의를 고집하는 아아언맨과 개개인의 진정한 자유를 내세우는 캡틴 아메리카의 대결에서 대한체육회와 박태환 사이의 치열한 격돌이 엿보인다.

그 누구도 아이언맨의 편에 서서 일방적으로 대한체육회 결정을 옹호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그 누구도 캡틴 아메리카의 탈을 쓰고 박태환 일병 구하기에 감히 나설 수도 없는 상황이다.

국내외 스포츠법 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하자면 현 사안은 적법성과 공정 시비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상황이다. 그 근거는 국가대표 선발규정상 결격사유가 모법(母法)의 위임이 없는 제한규정이라는 점, 대표 선발 자격의 여부를 판단하는 중립적인 기구 부재로 절차적인 공정성이 결여되었다는 점, 선발 제한 사유가 처벌의 비난 가능성 또는 처벌의 경중을 전혀 고려하지 아니한 채 획일적으로 규정되는 점 등이다.

2011년 10월 미국올림픽위원회(USOC)에서 문제 삼았던 오사카룰(도핑으로 6개월 이상 자격정지 대상 선수에게 정지기간 만료 후 차기 올림픽 출전을 불허하는 규정)은 도핑의 모법인 국제반도핑기구(WADA)에 근거가 없고 ‘이중처벌’(ne bis in idem)이라는 결정이 그 직접적인 선례다. ‘시빌 워’처럼 어느 편에 서든(Whose side are you on?) 당장 뾰족한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 상생의 길은 있을 것이다. 시빌 워(내전)가 아니라 외부 적을 상대로 박태환은 물론, 더 나아가 태극전사 모두를 구하는 편에 서야 할 것이다.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