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주거생활도 '통합'을 논해야 할 때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정책연구실장
입력일 2016-04-20 11:04 수정일 2016-04-20 11:04 발행일 2016-04-2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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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연구실장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정책연구실장

20대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 끝났다. 국민들은 분열과 갈등으로 얼룩진 정치권에 표심으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내 정치인들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대통합시대’를 원하는 국민 의식이 정치권 위에 있음을 확인할 수 있는 계기였다. 통합은 정치권 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필요하다. 나뉨은 대상과 시대에 따라 자연스러운 사회적 현상이기도 하지만, 고착화될 경우 부정적 파급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주거에서도 나뉨으로 인한 고통이 심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최근 부모와 자녀세대의 주거분리 현상이다. 주거에서 느끼는 기성세대와 청년 간 세대갈등도 격화되고 있다.

이로 인한 고통은 각각의 두 세대가 ‘살 만한’ 주택의 수요를 증가시킨다. 결국 주택부족 문제를 가져와 개인과 사회의 부담을 가중시키게 된다. 결혼 전부터 자녀세대의 가구분화가 발생하고, 자녀를 결혼시키면서 ‘더 살 만한’ 주택을 찾아 분가 시키는 것은 이제 보편적인 현상이 됐다. 부모세대는 자녀들의 집 마련에 힘들고, 자녀세대는 늘어만 가는 전월세 부담에 힘들다. 부모의 뒷받침이 없는 청년들은 사회에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주거빈곤에 시달리게 된다.

우리 나라에서 부모와 기혼 자녀, 손자녀가 함께 거주하는 3세대 가구 비율은 매년 감소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3세대 거주가구 비율은 2000년 5.7%에서 2010년 3.8%로 줄었다. 서울의 경우 작년 말 기준 부모와 기혼 자녀세대가 함께 살고 있는 비율은 약 5.7%에 불과하다.

이제 주거생활도 분리가 아닌 통합을 논의할 때다. 부모의 경제적 부담과 자녀의 주거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세대 통합 거주를 장려해야 한다.

노인가구 증가세가 가팔라지고 있는 점도 세대 통합 거주의 필요성을 대두시킨다. 65세 이상 노인 가구의 약 79%가 독거노인이나 노인부부가구이며, 이들 중 약 70%가 자가주택에 살고 있다. 노인 자가가구는 1인당 주거면적이 넓어 주거 과소비 구조를 보인다. 반면 관리비는 많이 나오고 소득수준은 낮아 생활 곤란가구도 많다.

청년층 임차가구도 임대료나 대출 부담이 크며 1인당 주거면적이 좁아 주거 과소비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세대 통합 거주는 젊은 층의 주거·육아문제, 노령가구의 경제적·사회복지적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

무턱대고 세대 통합을 논할 수 만은 없다. 이 같은 거주방식은 서로의 필요에 의해 서로가 원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 최근 주택산업연구원의 조사결과는 이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해 주고 있다. 전체의 81.6%에 이르는 가구가 주거비 부담을 줄이거나 육아 돌봄, 노부모 돌봄 등을 이유로 세대 통합형 거주에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통합 거주를 하더라도 프라이버시 보장이 안되는 ‘가족형 일반주택’에서는 살고 싶어 하지 않았다. 독립성이 보장되는 주택에서만 같이 살 의향이 있다는 것.

이를 위해 기존 주택을 분리하여 부모와 기혼 자녀세대가 같이 살 수 있도록 하거나 세대구분형(멀티홈)·복층형 주택 공급을 늘리는 방식 등이 도입될 수 있다. 세대간 주거생활을 통합할 경우 가구의 주거비 부담 감소 뿐 아니라 서민주거안정에 대한 정부의 정책적 부담도 크게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정책연구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