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사랑은 아무나 하나

한상우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입력일 2016-04-26 10:32 수정일 2016-04-27 17:26 발행일 2016-04-26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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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우교수
한상우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돈 명예 권력은 모든 사람이 똑같이 나눠 가질 순 없지만 인간의 행복은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누려야 합니다. 그러나 모두가 누려야 할 행복이지만 저절로 얻어지지 않습니다.

선하고 착하게 산다고 얻어지지 않고 타인에게 헌신적이고 희생적으로 산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언제나 변함없이 행복해 지는 방법은 오직 배우자, 자식 그리고 나 자신과 열렬히 사랑하는 삶을 살 때뿐입니다. 그런데 이들 중 단 한사람과도 제대로 사랑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을 인생을 좀 살아본 사람은 다 압니다. 그래서 저는 사랑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고 감히 말합니다. 하지만 사랑은 아무나 해야 합니다. 우리 모두가 사랑을 해야 하고 모두가 행복해져야 합니다.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을 얻기 위해서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사실은 건강한 자기(self)가 있어야만 진짜 사랑이 가능해 진다는 사실입니다.

건강한 자기를 가지기 위해서는 공감적인 부모가 필요합니다. 부모와의 일상 속에서 매일 매일 공감을 느끼고 체험하면서 자라게 되면 공감을 주고받지 않으면 불편하고 행복하지 않게 느낍니다. 따라서 유아기부터 초기 성인기까지 매우 긴 과정동안 공감적인 부모의 양육을 통해 건강한 자기가 만들어 지는 것입니다.

부모로부터 공감을 충분히 받은 아이는 성장과정 내내 자신의 욕망에 자유롭게 집중할 수 있고 그래서 자신에게 공감하는 능력이 만들어 집니다. 자신을 공감하는 능력이야 말로 자존감의 원천이며 일생동안 타인의 시선에 휘둘리지 않게 됩니다. 자신을 공감하는 능력으로 타인을 공감함으로서 항상 타인에게 좋은 느낌을 주는 사람, 즉 매력적인 사람이라고 할 수 있지요.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자신 스스로에게 늘 공감하고 아내에게 열렬히 공감하고 자식에게 적극적으로 공감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또 이것을 매일 매일 반복합니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고 따라서 우리가 가진 에너지의 대부분을 쏟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도 여력이 남으면 부모 형제 친구에게 공감해야 하는 것이지요. 이런 사람은 힘든 삶 속에서도 행복을 느끼고 시련도 잘 극복해 냅니다. 반대로 부모로부터 공감을 충분히 받지 못한 아이는 자신이 욕망하는 것에 집중하지 못하게 되고 또한 부모의 무의식적 불안이 자식에게 전달되어서 자신의 욕망에 집중하는 것에 방해 받습니다. 그래서 자신을 공감하는 능력이 빈약해지고 타인을 공감하는 능력도 보잘 것 없게 됩니다. 이런 상태에서는 많은 에너지를 불안과 답도 없는 고민으로 낭비하기 때문에 정작 필요한 일에 자신의 에너지를 사용하지 못하고 만성적 에너지 고갈을 느끼게 됩니다. 이 말을 듣고 나서 주변을 살펴보시면 아마도 가족 아닌 사람에게 열렬히 공감하고 집에 와선 공감과 담을 쌓고 사는 남편과 아빠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 모두는 행복한 사람이 되고 싶어 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영원한 사랑을 꿈꿉니다. 건강한 사랑에 도달하는 방법을 알기만 한다면 우리 모두는 사랑을 완성시켜 나갈 수 있습니다. 시집 제목 “내가 지금 아는 것을 그때 알았더라면”처럼 몰라서 노력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우리에게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한상우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