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옥시 불매운동이 확산된 이유

정인호 VC경영연구소 대표
입력일 2016-05-09 15:35 수정일 2016-05-09 15:35 발행일 2016-05-1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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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호 VC경영연구소 대표

‘가습기 살균제’로 최대 피해를 낸 옥시의 전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시민단체는 물론 주부 커뮤니티, 지방자치단체장, 동네 약국, 연예인들까지 불매운동에 동참을 선언했다. 대형마트인 롯데마트는 이번 주 내로 옥시 전제품에 대한 발주를 중단했다. 이마트 또한 현재 매대에서 옥시 제품을 즉각 철수시켰고 진열 매장의 면적도 50% 가량 줄였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지난 5월 3일 옥시는 기자회견을 열고 공식 사과를 했다. 사고 발생 5년 만이었다. 5년이나 지나 사과를 한 이유는 검찰 수사와 불매운동 압박에 밀려 마지못해 하는 사과라는 목소리가 크다. 이 5년 동안 옥시는 거짓말을 일삼으며 책임 회피에 급급한 모습을 보여왔다.

사태를 종합해보면 잘못보다 더 위험한 것은 거짓말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잘못을 했으면 그 잘못에 대해 솔직히 인정하는 것이 최선이다. 지금의 자리를 잃을 수도 있겠지만 용서받을 여지가 생긴다. 특히 우리 사회는 인정 사회라 진정성 있는 반성에 약하다. 그런데도 왜 거짓말을 선택하는 것일까?

사람들은 자신의 자존감(Self-esteem)이 위협받는다고 느낄 때 거짓말을 하기 시작한다. 더욱이 자신의 치부가 드러나려 하거나 비난받을 상황에 직면하면 자신의 견해나 행동방침을 바꾸기보다 훨씬 더 완강하게 정당화하려는 경향이 있다. 논박의 여지가 없는 증거조차 자기정당화라는 심리적 갑옷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다.

이러한 매커니즘은 자기고양 편향(Self-serving bias)에 의해 형성된다. 이기적 편향, 자기위주 편향 등으로도 불리는데 성공에 대한 책임은 인정하는 반면 실패에 대한 책임은 부정하는 것을 말한다. 가령 잘된 일에 대해서는 자신에게 모든 공을 돌림으로써 긍정적인 이미지를 유지하려 하지만 잘못된 일에 대해서는 경제 상황이나 남의 탓을 하는 등 외부 요인의 영향으로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다.

이 편향은 남을 속이기 위한 의식적 거짓말과 무의식적 자기정당화 사이에서 작용하며 현실을 왜곡시킨다. 자신에게 유리한 이야기는 덧붙이고 불편한 사실은 지워버린다. 사실에 자신의 결백을 돋보이게 하도록 손질을 가하기도 한다. 이같은 기제는 사람을 거짓말쟁이로 만들어 거짓과 진실 사이가 불투명해지고 자기정당화라는 심리적 갑옷은 더욱 견고해진다.

옥시가 무책임한 행동을 거듭한 데는 ‘어차피 이렇게 된 것’이라는 심리도 한몫 한다. 일단 거짓말을 하면 거기에 코가 꿰이는 경향이 있다. 거짓말이 드러났음에도 또 거짓말로 덮으려 하고 그 거짓말이 들통 났는데도 다시 거짓으로 얼버무리는 식이다.

어떤 사람이 자신이 공동 저술한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부정하기로 결정했다고 하자. 그렇게 결정함으로써 그는 밀려드는 첫 증거들의 압박에 맞서 더 강한 거짓말을 해야 한다.

그러면 두 번째 압박이 밀려든다. 항복하거나 잘못을 인정할 가능성은 적어진다. 매 번 거짓말을 할 때마다 판돈을 두 배로 올리는 셈이다. 다시 판돈을 두 배로 올림으로써 앞서의 실수를 정당화하려는 유혹에 빠진다. 

거짓말은 더 큰 거짓말을 낳고 매 번 잠재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그 속에서 결국 피해를 보는 사람은 자기 자신이다. 

가습기 살균제로 피해를 입은 이들의 분노가 갈수록 거세지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글. 정인호 VC경영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