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답답한 증시…거시경제 둔화에 상승동력 난망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입력일 2016-05-04 16:49 수정일 2016-05-04 16:49 발행일 2016-05-0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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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만간 주가방향이 결정될 듯…2000선에서 에너지 소모
시장, 여러 종목을 끌어올릴 힘 갖지 못해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올해 1분기 실적이 나쁘지 않았다. 실적 발표를 마친 150개 기업의 영업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4.5% 늘었다. 실적 발표 전 예상치(-3%)는 물론 발표 과정에서 상향 조정됐던 전망치 모두를 뛰어넘었다. 작년 1분기에 거래소 기업들이 사상 최대인 35조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는데, 올 1분기는 거기에서 또 4.5%가 늘었다.

문제는 선진국이다. 미국의 기업 이익 증가율이 -7%대를 기록했다. 이익 감소 기간이 작년 2분기부터 4분기째 이어지고 있는데, 금융위기 이후 최장 기간이다. 감소율도 2009년 1분기 -26.9% 이후 가장 높다. 2009년은 금융위기의 영향력이 최고조에 달하던 시기였으므로 이익이 줄어드는 게 당연하다. 지금이 그 때 실적과 비교된다는 건 이익이 굉장히 안 좋다는 의미다.

독일, 일본, 중국 등도 비슷하다. 독일의 경우 이익 전망치가 계속 올라가고 있지만 속도가 빠르지 않아 주식시장에 얼마나 힘을 실어줄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일본과 중국은 최근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이익 전망이 계속 내려오고 있어 전망이 밝지 않다.

거칠게 보면, 기업 이익은 경제 성장을 구성하는 부가가치를 기업 단위로 잘라 놓은 것이다. 따라서 세부적인 숫자에서 차이가 있어도 전체적인 흐름은 거시경제 지표와 비슷한 경우가 많다. 올해 1분기 국내 경제 성장률이 2.7%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2분기에 높아졌다가 하반기에 다시 2.5%로 낮아질 걸로 전망하고 있다.

다른 나라의 성장 전망도 좋지 않다. 미국의 1분기 성장률이 0.5% 상승에 그쳤다. 2014년 1분기 이후 최저치이며 작년 4분기와 비교해 3분의 1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올해 남은 기간 성장률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지만 성장률이 뚜렷하게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일본과 유럽은 1%를 넘기는 것도 버거울 지경이다. 당분간 거시경제 지표 둔화가 기업이익을 압박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거침이 없을 것 같던 한국 증시의 주가가 한달 반째 2000선에 묶여 있다. 움직이는 폭이 상하 50포인트를 넘지 않을 정도로 좁다. 1분기 이익에 대해 시장의 기대가 컸었다. 정체돼 있는 주가를 풀어낼 수 있는 유일한 키였기 때문이다. 이익이 두드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으면서 시장 전망이 답답해졌다. 1분기 이익이 나쁘지 않아 실적 발표가 계속되는 5월 중순까지는 그럭저럭 시장을 유지해 갈 것 같은데 그 이후는 마땅한 재료가 없다.

국제유가가 바닥 대비 70% 상승했다. 신흥국 통화도 추가 상승이 힘든 수준까지 올라왔다. 이번 상승을 촉발시켰던 낮은 가격과 신흥국으로의 쏠림 현상이 대부분 해소됐다. 조만간 주가의 방향이 결정될 것 같은데 약세가 될 확률이 높다. 2000선에서 강력한 저항력을 봤고, 이를 뚫기 위해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했기 때문이다.

당분간 대형주, 중소형주를 가리지 않는 빠른 순환매가 나타날 것 같다. 낙폭 과대 대형주는 주가가 많이 올랐고, 중소형주는 최일선에 있는 주식조차 하락해 주의가 필요하다. 새로운 성장주를 찾아내든지, 아니면 3~4월에 상승했던 건설, 철강, 화학주의 주가가 떨어질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 시장이 여러 종목을 끌어 올릴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