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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칼럼

[브릿지칼럼] 저출산 해소책 재택근무

윤기설 한국폴리텍대학 아산캠퍼스학장일본 도요타가 오는 8월부터 일주일에 2시간만 회사에 출근하고 나머지는 집에서 일하도록 하는 형태로 재택근무제도를 도입한다고 한다. 생산직 직원을 제외한 본사 직원 2만5000명(35%)이 적용 대상이라고 하니 가히 파격적 조치이다. 도요타가 재택근무를 도입하는 이유는 육아나 노부모 간병 때문에 직장을 쉬거나 그만두는 여성 직원들을 줄이기 위해서다. 또한 아베 신조 정권이 추진 중인 인구 1억명 유지 정책에도 보조를 맞춘 사회적 책무의 일환이다.일본 사회에서 맞벌이 부부의 육아와 노부모 간병문제는 큰 고민거리다. 65세 이상 인구가 30%에 육박하는 등 초고령사회가 되면서 육아와 간병 퇴직자가 연간 10만명에 달한다. 도요타에선 지금까지 육아와 부모 간병을 원하는 직원들에게 복지제공 차원에서 재택근무나 휴직을 적극 권장해 왔다. 아이를 돌보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루 4시간은 회사에서 근무하고 나머지 는 재택근무를 하도록 하고 부모간병을 위한 직원에게는 길게는 1년 이상의 휴직을 허용해 왔다.재택근무 아래에서는 하루에 몇시간 일을 했는지, 업무의 양 보다는 주어진 업무나 성과목표를 위해 시간을 어떻게 배분하고 몰입했는지, 업무의 질을 더 중요시하게 된다. 따라서 재택근무는 일· 가정 양립을 가능케 함으로써 인력의 손실을 최대한 줄이고 업무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결국 도요타의 이번 조치는 유능한 직원이 육아나 간병 문제로 휴직을 하거나 회사를 그만두는 일을 막는 동시에 생산성을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포석이다. 여기에 일과 가정을 양립하는데 앞장서는 기업이라는 이미지 개선도 함께 노리고 있다. 도요타는 재택근무제도가 정착되면 대상자의 1% 안팎에 달하는 수백명의 직원들이 재택근무를 원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도요타의 파격적인 재택근무 실험은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육아와 부모 간병문제는 한국사회도 똑같이 겪고 있는 문제이다. 우리나라 민간기업에선 많은 여성들이 출산 후 직장을 그만두는 사례가 많다. 근무형태가 경직된데다 기업내에 낡은 권위주의 문화가 팽배해 있어 일·가정 양립이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한경좋은일터연구소가 기업 인사담당자 3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근무실태에 조사에서도 이러한 실태는 그대로 드러났다. 응답자의 64.0%가 아예 유연근무제를 실시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유연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는 응답은 36.0%였고 이중 재택근무는 2.6%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탄력적근로시간제(20.9%), 선택적근로시간제(7.7%), 자율출퇴근제(7.1%), 단축근무제(5.4%) 등으로 선진국형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기업들은 별로 없었다.일부기업에서 유연근무제 도입을 위해 나름대로 경영혁신을 꾀하려는 노력도 있지만 전향적인 유연근무제 형태는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나라도 수출대기업과 공기업을 중심으로 여성에 대해 육아휴직을 늘리고 재택근무를 확대할 시점에 와 있다. 일· 가정 양립이 가능해지면 직장을 그만두는 경력단절여성들이 줄어들게 되고 저출산문제에도 숨통이 트일 것이다. 이제 기업들도 저출산 고령화시대를 맞아 환경변화에 맞는 과감한 인력운영시스템을 도입해야 할 때다. 그래야 전국에 아기울음소리가 울려 퍼지게 돼 저출산문제도 많이 해소될 것이다.윤기설 한국폴리텍대학 아산캠퍼스학장

2016-06-20 11:34 윤기설 한국폴리텍대학 아산캠퍼스학장

[브릿지 칼럼] 무슨 생각으로 '법인세 인상'인가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여소야대로 새 국회가 열리면서 정치권이 법인세율을 올리자는 주장을 내놨다. 우리 경제가 심각한 위기 상황에 빠져 들고 있음을 고려한다면, 세금 올리자는 말을 할 수 없을텐데 말이다. 우리 정치인들이 현실에 대해 얼마나 안이한 인식을 하고 있는지가 드러난 순간이다. 민간 경제의 어려움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정부 씀씀이만 늘리겠다는 속셈이다.우리 경제의 활력이 줄어들고 기업들의 수익률이 떨어지고 있음을 고려한다면 법인세율은 인하해야 한다. 정상적인 정치라면 법인세율을 인하하자고 주장했을 것이다. 투자와 고용을 늘리려면 주변국과 비교해 법인세 부담을 낮추는 정책적 노력이 필수이기 때문이다.많은 나라에서 법인세를 상당기간 면제해 주면서까지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이 세계적 흐름이다. 그래서 정상적인 나라들은 법인세율을 내리고 있고, 내리려고 준비하고 있다. 선진국들 가운데 아일랜드는 법인세율을 12.5%로 낮춰 세계적인 기업들을 유치해 경제활력을 높였다. 우리 주변국인 대만·싱가포르는 17%, 홍콩은 16.5%이다. 영국과 캐나다는 각각 17%, 15%로 낮추려고 하고 있다. 투자유치를 위해 법인세율을 10%대로 낮추는 것을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우리나라도 투자에 우호적인 환경을 제공하려는 세계적 흐름에 부합하여 상당기간 법인세율을 낮춰왔다. 노태우 정부에서 34%였던 법인세율이 김영삼 정부에서 28%로 낮춰진 데 이어 김대중 정부에서 27%, 노무현 정부에서 25%로 낮췄다. 이명박 정부에서도 22%로 낮춘 바 있다. 과거 정부들이 낮춰온 법인세율을 다시 높이려는 것은 시대적 흐름을 역행하는 일이다. 특히 노무현 정부시절 수준으로 복원해야 한다는 주장은 지나치게 정치적이다. 정치적 싸움에 경제를 이용하겠다는 것으로 경제를 희생시키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흔히 법인세 실효세율이 낮다는 오해가 있다. 실효세율은 기업마다 다르고 그 기준에 따라 수치가 달라진다. 기업의 법인세 부담이 실질적으로 어느 정도인지는 그 비중을 보면 알 수 있다. 2014년 우리나라 GDP 대비 법인세수의 비중은 3.2%로 주요국가 가운데 8위로 상당히 높다. 그만큼 법인세 부담이 크다는 뜻이다. 또 우리나라 세수 전체에서 차지하는 법인세 비중도 12.8%로 주요국가 가운데 3위에 해당해 법인세 비중이 상당히 높음을 알 수 있다.법인세는 기업이 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모두 국민과 소비자가 부담하는 세금이다. 수익을 많이 내는 몇몇 기업에게 부담을 지우자는 주장은 겉만 보고 속을 보지 않은 단견이다. 기업에 법인세를 부과하면 그 부담은 먼저 해당 분야의 소비자가 져야 하고 그 다음에 기업에 투자하는 주주, 그리고 기업에 속해 있는 근로자와 이해당사자에게 부담이 넘어간다. 결국 법인세는 국민에게 그 부담이 귀결되는 것이다.법인세를 인상하려는 나라들은 대부분 방만한 정책으로 재정파탄을 맞은 곳들이다. 이제 우리 정치인들은 인심쓰기 함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안 그래도 경제가 어려운데 세금을 늘려 국민 부담을 늘리면서 자신들의 인기만을 추구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

2016-06-19 17:11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

[브릿지 칼럼] ‘태양의 후예’, 송중기 그리고 슈퍼스타 신드롬

정인호 VC경영연구소 대표얼마 전 막을 내린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제 52회 백상예술대상의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태양의 후예’는 최근 몇 년새 지지부진했던 지상파 미니시리즈 시청률을 무려 40%대 가까이까지 끌어올렸고, 한·중 최초 동시방영을 비롯해 국내 사전제작 드라마의 첫 성공 사례로 이름을 올렸다. 이처럼 ‘태양의 후예’가 성공한 원인은 무엇일까? 130억원의 어마어마한 제작비와 이를 뒷받침하는 각본과 촬영 방법, 편집 등도 중요하지만 어떤 배우를 캐스팅하는 것도 빼 놓을 수 없는 요소다. 만약 송중기와 송혜교가 아닌 아이돌이 캐스팅 되었다면 이렇게까지 성공할 수 있었을까? 따라서 대중예술인 드라마, 영화 등과 같은 문화산업에서는 ‘슈퍼스타’가 매우 중요하다. 매일 매일 수많은 배우와 가수들이 탄생되고 새로운 작품도 넘쳐나지만 성공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슈퍼스타가 작품을 맞게 되면 성공가능성은 높아진다. 이러한 현상을 ‘슈퍼스타 신드롬’이라고 한다. 미국 시카고대 셔윈 로젠(Sherwin Rosen) 교수는 문화산업 종사자들의 작은 재능차이가 소득에 엄청난 차이를 낳는 현상을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설명했다. 수요 법칙이 적용되는 일반 재화는 가격에 따른 재화의 대체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빵집에서 5000원짜리 빵을 팔았는데 어느 날 다 팔려서 이보다 작은 2500원짜리 빵 2개를 5000원에 팔았다고 생각해보자. 2500원짜리 빵의 맛과 품질이 5000원짜리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2500원짜리 빵 2개를 살 가능성이 높다. 즉 2500원짜리 빵 2개가 5000원짜리 빵 하나를 대체한 것이다. 그런데 대중문화상품에서는 이런 원리가 적용되지 않는다. 연기를 아무리 잘하는 아이돌 가수 3~4명이 배우 ‘황정민’ 하나를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현대 시청자들은 값싼 가격으로 질 낮은 콘텐츠를 경험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위에 예시한 빵집의 법칙이 통하지 않는다. 공급자의 측면에서 보면 드라마나 영화를 제작할 때 공급자의 노력은 수요자의 수와 상관없이 동일하다. 10명이 소비를 하건 1000명이 소비를 하건 총제작비는 같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황정민이 나오는 드라마와 아이돌이 나오는 드라마를 보는 시청료는 차이가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공급보다는 수요에 집중하게 된다. 대량공급, 대량수요 시스템에 힘입어 모든 공급자와 소비자들이 1명의 슈퍼스타에 집중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원인에는 소비자의 ‘스타 편향성’과 ‘정보 탐색비용’이 한 몫을 한다. 소비자는 기왕이면 이미 알고 있는 대상을 추구한다. 굳이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싶어 하지 않고 편한 것을 원한다. 또한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얻기 위해 가급적 탐색비용이 적게 드는 대상을 찾고 그 대상만을 소비한다. 그래서 오늘날 스타가 되기가 이처럼 어려운거다.정인호 VC경영연구소 대표

2016-06-16 16:23 정인호 VC경영연구소 대표

[브릿지 칼럼] 청년 일자리 창출에 올인해야

박종구 초당대 총장청년 실업 문제가 심각하다. 청년 백수 백만 시대, 청년 실신시대 같은 말들이 널리 회자되고 있다.지난 4월 15~29세 청년 실업률은 10.9%로 1999년 이래 4월 기준으로 가장 높은 수치다. 지난해 청년 실업률 평균은 9.2%로 역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작년 청년 고용률도 사상 처음 30%대로 낮아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국가 중 29위에 머물렀다. 2014년 대졸 취업률은 평균 67%이며 문저이고(文低理高) 현상이 뚜렷하다.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최고경영자는 “청년 실업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심각한 사회적 문제에 직면할 것”이라며 범사회적 대처를 강조한 바 있다. 작년에 정부도 청년 일자리 50만 개를 창출해 2017년까지 청년 고용률을 47.4%로 끌어올리겠다는 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그 실효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팽배하다.고용 창출은 기본적으로 기업의 몫이다. 기업 투자가 활성화돼야 청년 고용이 창출될 수 있다. 안타깝게도 기업 투자는 계속 뒷걸음치고 있다. 설비투자 증가율이 2004~2008년 연 5.2%에서 2009~2013년 연 3.5%로 떨어졌다. 기업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친기업적 분위기 조성과 과감한 규제 혁파가 시급하다. 하지만 국민과 기업이 체감하는 규제개혁의 성과는 미흡한 형편이다.그런 점에서 최근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법인세율 인상 논의는 우려스럽다. 선진국은 기업경쟁력 제고를 위해 법인세율을 경쟁적으로 인하하고 있는 추세다. OECD 평균 법인세율은 1981년 47.5%에서 1991년 39.6% 2010년 31.6% 2015년 23.2%로 계속 낮아졌다. OECD 회원국의 평균 법인세 비중은 8.5%인데 우리는 14%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노동시장의 비효율과 경직성이 고용의 발목을 잡고 있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노동시장의 경쟁력은 조사 대상 61개국 가운데 51위다. 노사관계 59위 근로자에 대한 동기부여 59위, 숙련노동자 확보 48위 등이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고(故) 게리 베커 교수 주장처럼 비정규직 비율과 청년 실업률이 높은 것은 경직적인 노동시장 때문이다. 노동개혁 관련 법안이 시급히 제정되어야 할 이유다.임금피크제 확대, 호봉제 폐지 등 고용구조 선진화 노력도 강화돼야 한다. 기업의 임금 부담도 줄여 주어야 한다. 노동생산성을 상회하는 임금인상이야 말로 ‘고용 절벽’의 주범이다. 2010년 이후 평균 임금인상률은 5%대인 반면 노동생산성은 2011~2014년 1.2%에 불과한 실정이다.대학도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전문인 양성에 노력해야 한다. ‘잘 다듬어진 보석’ 보다 ‘잠재력 있는 원석’을 추구하는 것이 새로운 트렌드다. ‘인문학과 기술의 접목이 애플의 혁신적 제품 탄생을 이끌었다’는 고 스티브 잡스의 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마이스터고·특성화고의 활성화 노력도 계속되어야 한다. 직업계 고교 학생 수 비중이 19%로 OECD 평균 47%보다 크게 떨어지고 있다. 백화점식 운영으로 경쟁력이 약화된 전문대도 일자리 중심의 특성화 교육 기관으로 변신해야 한다. 청년 일자리가 늘어야 우리의 미래가 열린다.박종구 초당대 총장

2016-06-15 16:32 박종구 초당대 총장

[브릿지 칼럼] 최고경영자 리더십 전형의 대전환

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국가가 있고 야구가 있다”는 명언을 남긴 국가대표 야구 감독의 어록도 있듯이 스포츠 명장의 리더십은 강한 여운을 남긴다. 축구 국가대표팀을 세계 4강에 올린 히딩크 감독의 예는 한동안 리더십에 관한 한 교과서적 전형으로서 통하다시피 했다. 그런데 히딩크 리더십에 정면으로 대치되는 성공사례가 같은 축구분야에서 최근 등장하여 주목을 끌고 있다. 다름아닌 영국프로축구리그 우승팀 레스터시티 팀 감독에 관한 이야기다. 감독 특유의 카리스마라고는 찾아볼 길 없는 온유함의 화신 같은 그의 인상부터 특이하다. 포지션 경쟁 위주로 선수들을 무한경쟁으로 내몰았던 전술 대신 선수들에게 무한신뢰를 보내는 따뜻함으로 시종일관 팀을 운영하면서 ‘영혼의 승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고 피력한 그. 우승이 선수들과 팬들의 영혼에 힘입었다는 유체이탈적 수사를 남긴 그는 누구인가.이태리 태생으로 주로 이태리, 스페인 프로리그 팀을 전전하며 가는 데마다 늘 경질되는 불운을 경험하던 중 그리스국가대표축구팀 감독직을 맡은 것은 2년전.한데 그것도 며칠뿐, 부임 후 얼마 안돼 잉글랜드 북부 해안의 인구 5만명도 되지 않는 무명의 작은 섬 나라에게 패배 수모를 겪으면서 또 한번 경질 당하게 된다. 직후 영국축구의 변방에 해당하는 레스터시티팀 감독으로 1년 전 부임한다. 전화위복 신화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만년 꼴찌 자리를 자처하다시피 한 이 팀의 시즌 전 우승확률은 겨우 5천분의 1. 그러니 우승은 꿈 속에서나 가능할 법한 이야기였다. 그러나 감춰진 비밀이 있다는 듯 리그 중반부터 역사와 전통의 첼시, 맨유, 맨시티 등을 위시한 상위 팀들을 연파하는 기력을 보여줬다.감독의 일방적인 부드러운 리더십은 선수의 잠재력을 극대로 자극하게 됐다. 급기야는 평소 무능했던 선수를 유럽 최고의 선수로 부활케 하는 신화까지 불러 일으켰다.선수생활 말년에 즈음한 어느 날 그 선수는 해외 2부 리그로 이적을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협상 팀으로부터 자격미달이라는 일방적 거절통지를 받고는 상심에 빠져있던 중 팀에 잔류하게 됐다. 신임 라니에리 감독의 계속되는 희망을 끈을 놓지않는 리더십에 힘입어 ‘나도 잘 할 수 있어.’라는 자신과의 약속을 다시 한 번 되뇌면서 그는 마치 대하드라마 각본을 미리 본 것처럼 신들린 듯 활약했다. 리그 최다골을 기록하는 스트라이커로 등극하게 되리라고는 누구도 몰랐다. 그의 변신은 팀 동료들에게 보이지 않는 스승의 역할을 하기에 이르렀고 팀 분위기를 과거와 180도 다르게 바꾸는 초석이 됐던 것이다. 라니에리 감독의 리더십의 요체는 과연 무엇이었던가. 가장 돋보이는 것이 오버페이스 금물 원칙이었다. 장거리 레이스 초반에 1킬로미터 당 10초만 앞당겨도 후반에 어떤 화를 자초할 수 있는지 마라톤 경기 주자라면 잘 알 것이다. 체력 고갈 시점에 이를 때마다 팀에 1주간 휴식을 주는 당근과 동시에 경기 전술을 미리 익혀 오라는 채찍도 줬다. 동화 속 조연 역할을 한 사람은 히딩크였다. 1위 자리를 넘보는 토트넘과의 리그 종반 게임에서 첼시는 극적인 무승부를 연출하면서 레스터에게 조력 우승이라는 선물을 건냈다. 히딩크 첼시 감독의 우승 축하 전화는 리더십 덕목 대전환을 만천하에 선포하는 듯 했다. 무한경쟁이 무한신뢰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순간이었다. 문송천(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영국뉴캐슬대 교수)

2016-06-13 16:53 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브릿지칼럼] 중국 이노베이션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선전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겸 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최근 중국이 노동집약산업에서 자본집약, 기술 집약산업으로 구조전환을 서두르고 있는 가운데, 이노베이션 거점으로 선전이 주목받고 있다. 이노베이션을 주도하고 있는 대표기업은 화웨이기술, 중흥통신, 텐센트, BYD, BGI(華大基因) 등과 같은 민간기업들이다. 선전만큼 정부정책과 지리적 입지의 혜택을 받은 곳도 없다. 이 곳은 1970년대까지 조그만 어촌에 불과했다.그러나 1980년대 들어 개혁개방이 본격화될 때 선전의 일부가 경제특구로 지정되고, 당시 가장 경제가 발달하고 외국자본이 많이 들어와 있던 홍콩에 인접해 있다는 이유 때문에 그 후 30년 이상 고성장을 거듭해왔다. 1980~2015년간 선전의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연평균 23%. 중국 전체평균 9.7%, 베이징 10.1%, 상하이 9.9%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인구도 같은 기간 33만명에서 1138만명으로 거의 40배 늘어났고, 2015년 GDP는 1조 7503억 위안으로 주요도시 중 상하이, 베이징, 광저우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수출은 1993년 이래 줄곧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산업의 변천과정을 보면 1980년대엔 경제특구 우대정책을 배경으로 홍콩의 임가공 기업들이 대거 이동해왔고 땅값, 임금상승이 심해진 2010년 전후론 금융, 물류와 같은 서비스 및 첨단산업 관련기업들이 이주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그중 하이테크 첨단산업은 2009년 선전 정부의 의료바이오, 인터넷, 신에너지, 신소재 등 7대 전략산업 발표를 계기로 부가가치가 급성장, 2015년엔 7000억 위안(선전 GDP의 40%)으로 늘어났다. 업계에선 선전이 이노베이션 거점으로 떠오르게 된 이유로 다음 몇 가지를 꼽는다. 첫째, 주요 산업의 공급체인을 갖추고 있다. 전자, 자동차 등 대표적 산업의 RD(연구개발) 센터는 물론 부품생산에서 조립까지 전 공급체인이 구비돼 있다. 차로 1시간이면 거의 모든 부품과 재료조달이 가능하다. 규모의 경제성과 범위의 경제성을 갖췄기 때문에 ‘하드웨어의 실리콘밸리’라고 불린다.둘째, 아이러니컬하지만 모방학습을 통한 이노베이션이다. 선전은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등의 과정으로 해외기술을 빠르게 소화·흡수하는 도시로 유명하다. 일부에선 ‘짝퉁 세계 1위’라고 깎아내리고 있지만 이제 ‘모방의 도시’란 오명을 벗고 ‘이노베이션의 도시’로 발돋움하고 있다.셋째, 외부 인구와 젊은이가 많다. 선전 인구 중 선전에 호적을 둔 인구는 전체의 31.2%. 그나마 일 때문에 호적을 취득한 사람이 많아서 출생기준으로 하면 외부인구가 90% 이상이라고 한다. 특히 중국뿐 아니라 세계 도처에서 취직과 창업을 목적으로 젊은이들이 몰려들어 생산가능인구(15~64세)의 비중도 88.4%로, 중국 전국평균 74.5%보다 훨씬 높다.장애요인이 없는 건 아니다. 베이징, 상하이 등에 비해 산업발전역사가 짧아서 전통 있는 연구기관과 대학이 적다. 이에 선전 정부는 세계의 명문대학이나 연구기관과의 제휴, 인재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조만간 후강퉁에 이어 선강퉁(선전과 홍콩의 주식시장 개통)을 앞두고 있는 선전이 ‘중국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베이징의 중관촌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겸 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

2016-06-12 10:45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겸 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

[브릿지 칼럼] 패러디, 넌 내게 모욕감을 줬어!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루이비통, 프라다, 에르메스…. 이 세상의 모든 여성들, 심지어 그런 여성들에게 구애해야 하는 남성들까지도 열망하고 또 열망하는 명품 브랜드로 알려진 이름들이 요즘 수난과 비난을 동시에 겪고 있다. 명품 브랜드에 대한 패러디를 둘러싼 각종 분쟁들이 우리에게 안심과 근심을 한꺼번에 선사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양평의 어느 치킨집은 ‘루이비통닭’(LOUIS VUITON DAK)이라는 상호로 영업을 하면서 루이비통의 유사한 마크 및 ‘모노그램’과 동일한 패턴의 포장을 사용해 루이비통 본사로부터 사용금지 가처분을 당했다. 상호 사용 금지 및 위반시 1일당 50만원의 지급결정도 뒤따랐다. 그러나 치킨집 사장님의 패러디 열정은 여기에 쉽게 굴하지 않았다. ‘Loisvui tondak’으로 상호를 바꾸고 일부 집기에 ‘cha’를 붙어 ‘Cha Loisvui tondak’으로 적으면서 가처분의 결정문에 의문의 1패를 안기려 노력했다. 그러나 법원은 “비록 띄어쓰기를 달리했더라도 문자 표장을 이루는 알파벳이 완전히 동일하다”며 “바꾼 이름도 루이비통 상표를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상표가 갖는 식별력이나 명성을 손상하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루이비통에게 불문의 1승을 안겨줬다. 에르메스의 유명 핸드백인 ‘켈리백’, ‘버킨백’을 놓고 사진을 찍은 뒤 그 사진을 천, 나일론에 프린트해서 만든 가방 진저백도 브랜드의 집요한 공세를 피해가지 못했다. 국내의 모 업체가 1000만원대의 에르메스 명품 가방 스타일에 눈모양을 첨가한 속칭 ‘눈알 가방’ 유행도 10~20만원대 모방 제품임을 명시했음에도 에르메스의 부정경쟁 주장에 무릎을 꿇었다. 반면 안동의 ‘버버리’ 찰떡, 악마도 입는다는 프라다를 맛갈지게 패러디한 ‘프라닭’ 치킨집, 마치 샤넬의 자매 치킨집 같은 ‘꼬꼬샤넬’은 해당 소송에서 이기거나 비교적 무난히 영업을 지속하고 있다. 부정경쟁방지법상 부정경쟁행위는 기본적으로 ‘오인 가능성’을 요건으로 한다. 하지만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건들은 혼동 가능성 및 관련 시장의 경제적 가치 훼손 보다는 유명 상표가 가지는 좋은 이미지나 가치를 손상시키는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는 규정을 내세워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것이다. 그 동안 일종의 패러디로 너그럽게 넘어가던 관행은 기존 상표법, 저작권법이 아닌 부정경쟁방지법 덕분에 바뀔 전망이다. 물론 위 판결들이 시사하는 바는 지식재산권 보호 측면에서 박수를 받을만 하다. 동일한 제품으로 혼동할 우려가 없고 타깃시장 및 소비자가 다르더라도 타인의 제품을 무단으로 사용한 행위는 부당하다고 브랜드의 소중한 가치를 지켜준 의미도 있다. 하지만 엄연히 구별되는 업종인데다 경제적인 피해도 거의 없는 상황에서 무작정 모욕감을 줬다는 이유로 한바탕 웃음을 주던 패러디에 가혹한 철퇴를 가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동시에 명품 브랜드의 손을 쉽게 들어줘야 했던 것인지 의문도 든다. 경쟁조차 안되는 소규모 패션업체, 영세한 치킨집의 패러디에 함께 웃으면서 훌훌 털고 용서할 수 있는 브랜드 대기업의 관용과 유머감각을 기대하기는 힘든 것일까? 웃음을 읽어버린 민족, 재치와 위트를 평가하지 못하는 사회 그리고 패러디의 종말은 바로 우리의 각박한 자화상, 무뚝뚝한 미래가 아닌가 싶다.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2016-06-09 16:18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브릿지 칼럼] 무주택자여, 내 집 마련 상품에 주목하라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서울 인구 1000만 시대는 막을 내렸다지만 전세난은 여전하다.한국감정원의 주택가격 동향을 보면 서울의 집값은 지난 3월부터 다시 오르고 있다. 지방 어느 도시에서는 집값이 하락하고 ‘청약 제로’ 단지도 출현했지만, 수도권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 고민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지속되는 전월세난과 주거비 부담에서 벗어날 방법이 달리 없는 까닭이다.생애 최초로 집을 사는 젊은 무주택자들은 ‘디딤돌대출’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올 들어 4·28 대책을 통해 디딤돌대출 금리를 낮췄다. 지난달 30일부터 생애 최초로 집을 사는 무주택자에게는 디딤돌대출을 최저 연 1.6%의 금리로 지원한다. 연소득 3500만원의 무주택자가 1억원을 원리금균등상환 조건으로 대출 받으면 매달 50만원을 갚으면 돼 연간 36만원을 아낄 수 있다. 오는 11월 30일까지 6개월 동안만 한시적으로 신청할 수 있다. 부부 합산 연소득이 7000만원 이하인 무주택자여야 하고, 주택가격은 6억원 이하로 전용면적 85㎡ 이하의 소형 주택만 대출 받을 수 있다. 대출한도는 최대 2억원까지이다. 청약저축 납입횟수 등에 따라 우대금리가 추가된다.새 아파트를 분양 받으려는 무주택자들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하는 ‘공공분양아파트’와 ‘10년공공임대주택’에 주목한다. 청약경쟁을 거쳐야하고 실제 입주까지 시간이 걸리지만, 올해 수도권 공급계획이 많고 입지가 양호한 지역이 많아서 관심이 높다.LH는 올해 전국 13개 택지지구에서 1만3000여가구의 공공분양아파트를 공급한다. 지난해보다 6000여가구 이상 물량이 늘었고, 입지도 양호해 무주택자들이 선호하는 편이다. 하반기 수도권 공급지역은 △화성 동탄2신도시(6~7월)를 비롯해 △수원호매실지구(10월) △시흥은계(10월) △하남감일지구(11월) 등이다.10년공공임대주택은 연내 약 2만1000가구가 공급된다. 10년 동안 상대적으로 저렴한 월세를 내고 임대로 거주한 후, 분양전환을 받으면 내집마련이 가능하다. 안정적인 월세 거주와 내집마련을 동시에 해결하려는 무주택자들이 선호한다. 분양전환할 때 분양가격은 시세보다 낮은 감정가로 결정되는 것이 특징이다.공공분양과 10년공공임대주택은 무주택자로서 청약저축통장을 보유해야 청약할 수 있다. 공공주택인 만큼 소득과 자산요건이 까다롭다. 10년공공임대와 전용면적 60㎡이하 공공분양은 가구당 월평균소득이 전년도 도시근로자 월평균소득 이하여야 한다. 생애최초, 신혼부부 특별공급도 마찬가지다. 맞벌이 신혼부부나 다자녀가구, 노부모부양 특별공급의 경우에는 월평균소득의 120%까지 인정해준다.LH가 공급하는 공공주택 중에서 공공분양과 10년공공임대는 청약경쟁이 가장 치열한 상품이다. 입지와 상품성에 비해 분양가격과 임대료가 저렴하고, 최종적으로 내집마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전에 공급계획을 조사한 후, 본인의 청약자격을 미리 확인해둬야 한다. 인기지역의 경우에는 무주택기간과 납입액 순으로 당첨자를 가린다. 최근 수도권 청약결과를 보면, 5년 이상 무주택자이고, 청약통장 저축액은 적어도 700만~800만원 이상이어야 당첨이 가능하다.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리서처

2016-06-08 16:26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리서처

[브릿지칼럼]'중소형주 전성시대'…기대와 우려 교차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당분간 시장은 뚜렷한 상승도, 그렇다고 하락도 하지 않는 어정쩡한 상태에 머물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갑자기 제기되면서 주가가 하락했지만 6월에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 현실화된다 하더라도 오랜 시간 대비해온 만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다. 종합주가지수가 2000을 넘으면서 외국인들의 매수가 급감하고 일부 매도로 돌아서기도 했지만 부담스러울 정도로 큰 액수는 아니다..주가를 끌어올릴 동력도 마땅치 않다. 1분기 영업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3.9% 늘었다. 작년 1분기에 거래소 기업들은 사상 최대인 35조의 영업이익을 올렸는데, 올 1분기에는 거기에서 또 14%가 늘어난 것이다. 전망도 괜찮다. 분기별 수치를 보면 2분기 이익 전망치가 35조2000억 원, 3분기 37조8000억 원, 4분기 34조1000억 원으로 1분기를 포함한 4개 분기 모두 이익이 작년보다 15%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이런 양호한 사정에도 불구하고 실적이 주가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 실적이 발표될 당시는 물론 발표가 끝난 지금까지도 이익에 맞게 주가를 재편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익과 주가가 따로 움직인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데, 거시경제 변수가 좋지 않아 투자자들이 이익 증가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반등이 마무리 국면에 들어가면서 주가를 유지하는 힘이 약해지고 있다. 가격 부담이 계속 커지는 데다, 악재는 늘고 있어 당분간 답답한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시장이 정체 상태를 벗어나지 못함에 따라 중소형주를 둘러싼 투기적 매매가 성행할 걸로 전망된다. 2011년 이후 5년간 주가 흐름을 보면 시장간에는 코스닥이, 자본금면에서는 중형주가 대형주나 소형주보다 상대적 우위를 계속해 왔다. 반면 작년 4분기 이후에는 거래소가 코스닥보다, 대형주보다는 중형주가 상대적으로 강했었다. 이 둘을 같이 놓고 생각해 보면 장기 추세로는 코스닥과 중형주의 강세가 두드러지는 상태이지만 지난 몇 개월 사이에는 정반대 상황이 벌어져 이제 반대 방향의 움직임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가 된다. 지금 코스닥과 중형주가 다른 어떤 때보다 유리한 상황에 있다.이를 반영하듯 최근 개별 종목의 움직임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몇몇 종목은 2~3주 사이에 주가가 배가 될 정도로 급등했다. 주식시장에서 중소형주를 대신할 대안이 아직 없다는 점, 상당 기간 중소형주가 상승의 중심에 있어 투자자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는 점, 1997년과 2000년 중소형주 급락은 외환위기와 IT(정보기술) 버블 붕괴라는 재료가 있었던 반면 지금은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당분간 중소형주의 강세가 계속될 것 같다. 빠른 순환매와 핵심주와 비핵심주를 가리는 작업이 중소형주의 강세를 유지하는 도구가 될 것이다.중소형주가 강세를 유지할 수 있는 건 성장성에 대한 기대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주가가 오를 때마다 거론되는 부분이 생겼다. 영업 성적은 적자를 면치 못하는데 어떻게 시가총액이 몇 조원까지 늘어날 수 있느냐 하는 점이었다. 중소형주는 매력이 많은 만큼 걱정해야 할 부분도 많은 주식이다.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2016-06-06 13:50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브릿지 칼럼] 중소기업 정책 근본부터 바꾸자

박봉규 건국대 석좌교수중소기업 육성은 일자리 창출과 서민경제의 활성화는 물론 지역산업의 육성을 통해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도 중요한 과제이다. 허리가 튼튼한 산업구조를 만들고 대기업과 건전한 산업생태계를 조성해 사회의 역동성을 제고한다는 측면에서도 필수적인 정책분야이다.그러나 선거를 치를 때마다 또는 정부가 바뀔 때마다 중소기업 지원정책의 가짓수는 늘어나고 지원자금 규모도 계속 커지는데, 왜 중소기업들은 오늘도 어려움을 호소하는가?중소기업 정책에 대한 인식과 정책 수행방식을 근본부터 다시 정립해야 할 시점이다. 무엇보다 정부는 다수의 중소기업에 균등한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모두를 살려 나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한정된 재원을 더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안에만 집중하자. 중소기업은 보호 대상, 지원 대상이라는 고정관념에도 사로잡히지 말자. 정부의존적 경향을 불식시켜야만 자생력을 갖춘 기업의 성장이 촉진되고 경쟁력은 없으면서 정부지원책에 기대어 연명하는 좀비기업이 퇴출될 수 있다.시장경제와 법치주의의 원리를 기업규모에 관계없이 동일한 잣대로 적용해 경제적 약자라는 이름아래 요구되는 온정주의에서 탈피하자. 지원기준을 정하기 어렵고 욕먹기 싫은 까닭에 규모중심의 일률적 지원, 기업에 대한 직접지원, 전부지원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지원정책의 방향을 혁신역량 중심의 선별지원, 인프라 구축 등의 간접지원으로 바꾸자.보호 대상이 되어야 할 분야와 육성 대상이 되어야 할 분야를 이원화해 영세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와 같은 보호 대상은 오히려 복지차원에서 다루고 산업정책의 대상이 되는 중소제조업에 대해서는 경쟁원칙을 적용, 선택과 집중을 명확히 하자. ‘한손에는 기술, 다른 한손에는 세계시장’을 목표로 하는 지식기술 중심의 혁신기업을 육성하는데 역량을 집중하자.정치사회적 압력으로 인해 중소기업 지원정책은 일단 시행되면 정책에 대한 평가나 폐지는 없는 반면 잘되는 정책은 오히려 기관별로 유사한 정책이 남발되어 지원정책의 효과가 반감되고 있다. 맞춤형 정책이라는 명분아래 지원내용에는 차이도 없으면서 각 부처와 기관별로 나누어 운영되는 제도를 정책 수혜자인 중소기업의 입장에서 재정비하고 단순화하자. 이를 통해 중간관리에 소요되는 에너지와 낭비를 없애자. 개별 중소기업에 대한 졸업제도를 확실히 해 정부지원에 안주하는 기업이나 약간의 경쟁우위를 이용해 자기보다 뒤쳐진 중소기업의 지원 수혜기회를 좀먹는 일이 없도록 하자.개별기업에 대한 금융이나 기술지원보다는 모든 기업이 공통적으로 이용할 수 있고 전체기업의 생산성 향상에 도움 되는 기업환경 개선 등의 인프라 구축에 치중하자. 기업체에 지원되는 혜택의 일부라도 중소기업 종사자에게 돌아가게 하자. 기업에 대한 세금 감면이나 고용장려금 지급보다는 중소기업 장기근속자에 대한 세제지원이나 근로자에 대한 취업보조금 지원확대 등으로 관심을 돌려보자. 이러한 정책전환을 통해 청년들이 중소기업 현장에 관심을 갖게하고 장기근무를 유도할 수 있는 작은 유인이라도 제공하자. 지원정책의 패러다임이 바뀌지 않는 한 정책의 비효율을 둘러싼 정부와 업계의 불만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박봉규 건국대 석좌교수

2016-06-02 16:18 박봉규 건국대 석좌교수

[브릿지 칼럼] 북한의 급변과 19대 대선

한승범 맥신코리아 대표19대 대선이 1년 반 앞으로 다가왔다. 필자는 이번 대선에서는 북한 정권의 변화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한다.기억을 27년 전인 1989년으로 되돌려 보자. 당시 ‘철의 장막’으로 불리던 크레믈린의 붕괴를 그 어느 누가 예측할 수 있었을까?그때와 마찬가지로 지금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강권통치로 지탱하는 북한 현 체제가 상당기간 유지되리라 전망하는 전문가가 꽤 있다. 엄동설한에 세찬 바람과 얼음을 보고 겨울이 한없이 지속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처럼 말이다. 하지만 한 겨울에도 지면 근처에서 아른거리며 올라가는 아지랑이를 보고 봄이 오는 것을 알아채는 이들도 있다.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에 언급된 데이비스(Davies)의 이론에 따르면, 혁명은 경제적으로 생활 전반이 호전되고 있다가 갑작스럽게 악화되는 시점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혁명의 주체 세력은 전통적으로 억압받아온 사람들이 아니라, 호전되는 경제적, 사회적 상황에 의해서 보다 나은 삶의 맛을 조금이라도 경험해 본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미국 남북 전쟁, 1960년대의 흑인 폭동, 프랑스 혁명, 러시아 혁명의 공통점은 삶의 질이 점차 향상되다가 갑자기 악화된 시기에 발생했다는 것이다.필자가 보기에 김정은 체제 붕괴의 아지랑이는 유엔제재로 인한 급격한 경제난이다. 밖에서 보면 견고해 보이지만 단 한 발의 총알이나 폭탄으로 모래성처럼 무너질 수도 있는 것이 현 북한체제다. 같은 맥락으로 최근 들어 미 정보기관과 미 연구소에서 북한 급변사태 전망과 대응방안이 자주 언급되고 있다.월터 샤프 전 주한미군 사령관은 최근 하와이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북한 내부의 불안정 때문에 현 주한미군사령관 임기내에 북한 정권이 붕괴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북한의 급변사태는 한반도를 송두리째 블랙홀로 빠지게 만들 것이다. 그러면 2017년 대선에서 최고의 화두는 통일이 될 것이며, 대한민국의 시대정신은 ‘통일 연착륙’이 될 전망이다. 독일 통일이 가능했던 것은 대외적으로 소위 ‘2+4회담(서독, 동독 + 미국, 영국, 프랑스, 소련)’이 만들어낸 통일조약이다. 통일 독일에 대한 주변 국가들의 불신을 씻지 않았다면, 아직도 독일은 분단국가로 남아있었을 것이다.한반도 통일도 마찬가지이다. 북한의 급변사태가 자동적으로 통일에 이르지 않는다. 통일 한국이 주변 강대국인 중국, 러시아, 일본, 그리고 미국에 한 치의 위협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북한 정권의 변화가 일어날 경우 내부의 안정화도 중요한 문제다.실제로 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는 지난 달 “ 북한 정권이 급변하면 우리 정부와 함께 북한 전역의 민생을 안정화하고 전반적인 개혁개방 문제를 함께 풀어갈 수 있는 친한 통일세력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따라서 이번 대선에서는 통일에 대한 국제적 합의와 북한 정권의 급변시 내부를 안정화 시킬 수 있는 역량을 갖춘 후보가 누구인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한승범 맥신코리아 대표

2016-06-01 15:57 한승범 맥신코리아 대표

[브릿지칼럼] ‘무늬만 알뜰인 주유소’ 개선책은 없나

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사전적 의미로 ‘계약 (契約)’은 ‘어떤 일에 대하여 지켜야 할 의무를 미리 정해놓고 서로에게 어기지 않을 것을 다짐함’으로 정의된다. 통상 개인 간에도 어떤 계약을 체결하게 되면 이를 반드시 지켜야 하고, 이를 어길 경우는 그에 따른 책임이 따른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계약을 어겨도 강하게 책임을 묻기 어려운 느슨한 계약이 있다. 석유공사와 알뜰주유소 사업자 간에 맺은 석유공급 계약이 그것이다.석유공사는 5월 초 공급계약 의무사항을 위반한 알뜰주유소들에 대해 시정을 촉구하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공사와 맺은 계약서에 따라 모든 알뜰주유소는 분기별 총 판매량의 50% 이상을 공사로부터 의무구매 해야 한다. 그런데 이를 지키지 않는 주유소가 많아 공사가 계약을 지키라며 촉구하고 나선 것이다. 문제는 이런 공문발송이 어제 오늘만의 일이 아닌데 있다.왜 이러한 일들이 계속되는 것일까? 정부는 고유가 시대이던 2012년 유가인하를 목표로 알뜰주유소를 도입했다. 당시 정부는 기존 주유소보다 리터당 100원이 싼 주유소를 만들겠다며 알뜰주유소에 직·간접 혜택을 줬다. 그리고 해외자원 개발과 석유비축사업을 주로하면서 석유시장을 감시하는 역할을 하던 석유공사를 알뜰주유소 운영자로 직접 투입시켰다.석유공사는 바잉 파워를 활용해 국내 정유사들로부터 저렴하게 제품을 구입하는 한편, 국제 석유시장에서 싼 기름을 수입해 알뜰주유소에 공급하는 전략을 세웠다. 알뜰주유소로 전환하는 사업자들에게는 시설개선비용과 외상거래지원, 품질보증서비스지원, 법인세 혜택 등 각종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주유소 부대 서비스 등을 없애 주유비용을 낮췄다. 그러면서 판매량의 50% 이상을 석유공사로부터 공급받도록 의무계약을 체결했다.하지만 알뜰 도입 초기부터 상당수의 주유소가 공사 의무사항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국정감사 시 드러났다. 공사 공급 가격이 시중 가격보다 비싼 경우가 많아 알뜰 사업자들은 공사와의 계약을 어기며 싼 기름을 구입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저유가 시대로 접어든 최근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시중에는 공사 기름보다 싼 기름이 많이 돌아다닌다. 기존 주유소와 경쟁을 해야 할 알뜰주유소 입장에서는 공사의 눈치를 보면서도 어쩔 수 없이 싼 기름을 구입할 수밖에 없는 입장에 처한 것이다.이를 관리해야 할 공사 입장에서는 계약이행을 촉구하는 공문발송 외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 의무를 지키지 않는 알뜰주유소에 대해 계약 해지는 물론 그동안 공사가 지원했던 각종 지원금의 전액 환수 및 위약금까지 물릴 수 있지만 그럴 수 없는 게 공사의 딜레마다. 실제로 계약위반의 책임을 물어 문제의 주유소들을 퇴출시킬 수 있지만 이럴 경우 상호간에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알뜰 주유소 숫자도 그만큼 감소하게 되면 그렇지 않아도 현재 답보상태인 알뜰주유소 운영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의무계약을 지키지 않는 문제의 알뜰 사업자들은 공사의 이러한 입장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공사로부터 공문이 오면 우선 ‘소나기는 피해자는 식’으로 공사 구매량을 늘리다가 차츰 시중의 싼 기름으로 대체해 나가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그래서 상표는 알뜰을 달고 있지만 내용물은 다른 제품인, ‘무늬만 알뜰’인 주유소가 많다는 비아냥이 시장에서 나온다.결국 정부가 유가인하를 목표로 도입한 알뜰주유소 운영에 한계점을 드러낸 것이다. ‘무늬만 알뜰’인 주유소를 없애기 위해서는 공사가 시중보다 더 싼 기름을 상시 제공하든지, 아니면 계약위반 주유소를 퇴출시켜야 하는데 이 두 가지 다 사실상 쉽지 않다. 그렇다면 유가인하라는 알뜰주유소의 도입취지를 살리면서 관리의 내실화를 꾀하는 방법은 없을까? 현재 알뜰의 3개 축인 ‘농협 알뜰’, ‘고속도로 알뜰’, ‘자영 알뜰’ 등 각각의 주체가 특성에 맞게 알뜰을 운영토록 권한을 위임하고 공사는 시장을 감시하고 관리하는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는 게 그 해답이다.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

2016-05-30 10:45 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

[브릿지 칼럼] 강남역 살인사건과 조현병

한상우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강남 20대 여성 살인사건’ 피의자가 조현병 치료 사실이 드러나면서 우리나라 국민들이 커다란 심리적 충격에 휩싸인 가운데 이사건의 심각한 사회적 파장으로 정신질환에 대한 심각한 오해의 소지가 있어 국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알리는 것이 요구되고 있습니다.첫 번째 오해는 이번 사건이 조현병과 정신질환을 가진 환자들에게 낙인을 찍게 된다는 점입니다. 피의자가 조현병(정신분열병)으로 치료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등에서 정신병자들을 사회와 격리해야 한다”는 식의 편견이 현실화 되고 있습니다.조현병과 범죄의 일반적인 관계에 대해 알아보면, 조현병 환자들이 망상에 대한 반응이나 환청의 지시에 따라 기괴하거나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범죄를 저지를 위험성은 일반 인구보다 낮으며 살인과 같은 극단적인 행동은 매우 드뭅니다. 조현병은 급성기에 환청과 망상에 의해 불안과 초조, 충동 조절의 어려움이 동반될 수 있으나 이는 적절한 약물치료를 통해 조절될 수 있으며, 꾸준한 유지치료로 상당부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이 시기 이외에 조현병 환자들은 대체로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합니다. 일반적으로 범죄를 하려면 계획적인 생각과 행동이 필요한데, 조현병 환자는 범죄를 계획하는 데 필요한 계획능력이 일반인보다 현저히 부족합니다. 또한 대부분의 조현병 환자들은 공격적이지 않고, 반대로 수동적인 면이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사건의 피의자를 조현병 환자의 일반적인 형태로 보기 어렵습니다. 현실에서 일반인들에 의해 더 많은 살인사건이 발생함에도, 정신질환자들의 범죄가 보도되는 과정에서 이들이 더 무섭고 위험한 인물이라는 뉘앙스가 대중들에게 전파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조심해야 합니다.보도에 따르면, 가해자의 경우 약물치료를 중단하고 가출을 하며 증상이 악화되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합니다. 자발적으로 투약을 원치 않는 성인을 가족이 억지로 투약하거나 행동을 제한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몹시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이들의 치료와 관리, 그리고 병으로 인해 나타난 비극적 결과에 대해 환자와 그 가족의 문제로만 치부하여서는 안되며, 사회적, 국가적 테두리에서 보다 전문적인 돌봄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많은 환자들에서 특히 급성 악화기에 본인이 병에 걸렸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치료를 거부하기 때문에 가족이나 국가 기관 등에 의한 동의 입원 즉 강제 입원을 통한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습니다. 현재는 강제 입원 이후 증상이 안정된 후에는 자의에 의해 입원 연장을 결정하며 6개월마다 국가에서 정한 심판위원회에서 입원적합성을 판단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5월 19일 정신보건법 개정법률안이 19대 국회를 통과하며 정신질환자의 강제 입원 절차가 강화되어서 정신질환자가 치료를 거부하는 경우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입원이나 약물치료를 하는 것이 더 어려워졌습니다. 이로 인해 환자의 인권과 치료, 환자가족과 정신보건 종사자 등을 비롯한 이들의 안전과 삶의 질에 문제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국가와 전문가 단체는 지속적으로 상의하고 노력해나가야 할 것입니다.두 번째 오해는 재난이나 충격적 사건이 발생 했을 때 언론 보도로 인해 직접 피해자가 아닌 대다수의 국민들이 정신적 외상을 입게 되는 간접 피해를 막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번사건에서도 피해자의 남자 친구가 오열하는 장면을 보여주는 선정적인 보도로 국민들의 마음에 정신적 외상을 유발할 가능성에 대해 재난정신의학자들이 유감을 표하고 있습니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서는 재난이나 비극적인 사건들을 보도할 때에 국민의 정신건강에 미치는 파급 효과 등을 고려한 언론 보도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약자에 대한 폭력으로 인해 전국민이 분노하고 있습니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부정확한 정보에서 기인하는 편견과 낙인은 또 다른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격과 혐오가 될 수 있습니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이 커지면 환자와 가족은 낙인으로 인해 질환을 인정하기 더 어려워지고 돌봄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으로 숨을 가능성이 높으므로, 편견을 조장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은 물론 적극적으로 편견을 해소하기 위한 사회적 뒷받침이 필요합니다.비극적인 상황 앞에서 분노의 대상을 찾고 서로에 대한 불신과 불안, 공포에 압도되기보다는 서로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갖고 함께 애도하며, 사회적 안전망 구축을 위한 제도적 개선에 힘쓸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한상우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2016-05-29 10:14 한상우 순천향대학교 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브릿지 칼럼] 칭기스칸의 첨단기술사랑

이해익 경영컨설턴트칭기즈칸은 유럽과 아시아를 평정한 위대한 CEO였다. 그는 전쟁마다 승리했다. 그리고 적을 무자비하게 응징했다. 하지만 칭기즈칸이 절대 죽이지 않은 적진의 사람들이 있다. 바로 기술자들이다. 신기술을 지닌 자만이 세계를 지배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특히 숫자가 적은 그의 군대가 멀리 수만km를 달려가서 원정전쟁을 벌이자면 숫자적 열세와 속도를 반드시 기술력으로 보완해야만 했다.그래서 칭기즈칸은 자기네 개발품이든 아니든 기술을 흡수하고 향상시키려고 무단히 힘썼다. 당시 충격적인 신무기는 훈족으로부터 지혜를 물려받은 말의 안장과 등자였다. 그는 이것으로 동유럽을 점령하고 로마까지 괴롭히며 흔들었다.칭기즈칸군의 말은 마치 기수와 한 몸인 것처럼 날쌨다. 그것은 안장 때문이다. 로마 안장은 말 몸통에 가죽 끈으로 잡아매는 밋밋한 방식이었다. 반면 훈족 안장에는 나무 버팀목이 있었다. 앞뒤로 우뚝하게 올린 기둥과 안장머리는 말이 움직이고 달릴 때 기수에게 안정감을 줬다. 버팀목이 없는 로마기병들은 전투 중 균형을 잃고 툭하면 낙마했다. 또 칭기즈칸군은 등자도 활용했다. 등자란 말을 탈 때 두 발을 디디는 기구다. 말안장에 매달아 양쪽 옆구리로 늘어뜨리게 되어 있다. 간단하기 짝이 없지만 등자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다. 등자에 발을 디디면 무게 중심이 아래로 내려가 고삐를 쥘 필요가 없다. 허벅지로 말 등을 조여가며 마상쇼도 가능하다. 앞으로도 뒤로도 탈 수 있다. 물론 옆으로도 밑으로도 말을 탈 수 있다. 이게 12~13세기 칭기즈칸을 무적의 정복자로 만든 신기술 신무기였던 것이다. 어떤 학자의 주장처럼 지난 1000년 동안 인류가 거둔 가장 위대한 발명품 중 하나가 등자라고 할 수 있다.최근 20세기의 가장 큰 기술혁명의 산물은 다름 아닌 정보기술 IT라고 할 수 있다. IT는 바이오테크(BT), 나노테크((NT), 환경테크(ET), 항공테크(ST), 문화테크(CT) 등과 어우러지며 21세기를 선도하는 신기술로 자리잡았다. IT의 총아 마이크로소프트는 신기술 소프트웨어를 통해 세계의 표준을 장악하면서 가공할 만한 거대기업이 되었다. 그래서 빌 게이츠는 세계 제일의 갑부 반열에 올랐다. 그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돈을 기부하는 자선사업가로도 유명세를 타고 있다. 한국정부도 생물산업과 정보기술, 광(光), 초전도, 멀티미디어, 환경설비산업 등을 21세기 ‘돌파산업’으로 선정하여 힘을 모으려 하고 있다. 요란하지는 않지만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한국형 소스 개발’에 여념이 없는 샘표식품의 박진선 CEO의 열정도 주목할 만하다. 장수기업의 저력을 살려 ‘우리의 맛’을 새롭게 세계에 전파하기 위해 열중이다. 일본의 ‘기코만’과 ‘미소 된장국’ 등이 세계화에 성공한 것은 타산지석이다. 경영혁신과 기술증진뿐 아니라 모든 구성원들의 마인드테크가 시너지를 냈기 때문이다. 한국은 대기업의 우렁찬 해외시장 개척도 소중하지만 강소기업, 중견기업들의 끊임없는 열정과 도전도 소중하다. 한국에 1만개 이상의 강소기업, 중견기업이 절실하다.이해익 경영컨설턴트

2016-05-27 07:00 이해익 경영컨설턴트 기자

[브릿지칼럼] 젊은 그들이 투표로 해 낸 민주의거

이해익 경영컨설턴트젊은 그들이 해냈다. 대한민국의 2030이 선거혁명을 이뤘다. 고등교육을 받은 그들이 조용하게 투표로 일궈낸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무능과 책임회피 그리고 오만하고 뻔뻔한 친박 · 비박 패거리의 새누리당을 응징한 것이다. 개헌선 단독 돌파를 꿈꾸는 집권당을 참패시켰다. 180석 이상을 장담하던 여당을 징치했다. 제 1당의 오만을 꺾고 제 2당으로 주저 앉혔다.누구도 예측치 못했다. 누구도 몰랐다. 그래서 혁명이다! 밥먹고 정치만 한다는 황새도 몰랐고 뱁새도 몰랐다. 주야 없이 떠드는 앵무새도 몰랐고 재재대는 참새들도 몰랐다. 언론도 새카맣게 몰랐다. 잡새들도 모르긴 마찬가지였다. 모두가 마비되고 불순했기 때문이다.사실 이렇게 큰 일이 될 줄 젊은 그들도 몰랐을 게다. 수십년 기득권을 누려온 그들을 이렇게 패배시킬 줄 사실 2030들도 몰랐을 게다. 그냥 처절하게 분노했고 순수했을 뿐이었다.가깝게는 박근혜 정부 출범기인 2013년 방미 외교현장이 창피했다.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에 아연실색했고 절망·분노했다. 대통령의 입이라는 자가 한국대사관 여성인턴을 호텔방으로 불러 허리(엉덩이)를 더듬다니. 2014년은 더 참혹·처참했다. 세월호 사고로 숨진 꽃다운 소년 소년들 때문이다. 해운사의 부조리와 선장의 부도덕과 정부의 무능에 삼중사중으로 오열했고 또 분노치 않을 수 없었다. 2015년도 답답했다. 메르스 사태 때문이다. 정부의 늑장 대응과 ‘모르쇠’ 태도에 분노했고 한국 제일 큰 병원의 미흡한 대응 때문에 안전 공포로 시달렸다.그 뿐인가.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친일과 반일의 하염없는 논쟁에 시달려야 한다. 애초부터 경제민주화는 오염됐고 복지는 빛 좋은 개살구였다. 새누리당 직전 정권인 MB정부의 사자방(4개강 폐해, 자원외교비리, 방위산업부정)은 두고두고 역겨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젊은 그들에게 2016년 총선은 답답한 현실을 송두리째 타개하려는 조용한 운동이요, 혁명거사였다. 사실 이 울분의 토로는 뿌리가 깊다.1960년 4월19일, 4·19혁명이 큰 형이며 1987년 6월 항쟁이 작은 형인 셈이다. 29년전 일이며 또 그로부터 27년 전 일이다. 그렇다면 1919년 3·1운동은 어버이가 되는 셈이다. 보라, 네 혁명 모두 고등교육 받은 2030들, 이른바 젊은 시민(市民)들이 중심이었다. 현대사를 변혁시킨 국가적 대역사였다. 무식하면 잘 속는다. 무식한 게 죄다. 교육을 받아야 세상을 분별할 수 있는 시민의 존재가 되고 국가의 미래를 바꿀 수 있다. 그래서 미국의 초대 대통령 워싱턴이 그렇게 강조한 것이 교육이었다. “독립의 쟁취는 전쟁으로 이뤘지만 독립을 지키는 것은 교육이다.” 오늘의 오바마 대통령도 교육에 열렬하지 않은가.세 번은 길거리에서 피 흘렸으며, 이번에는 무혈로 스마트하게 민주주의를 썼다. 27년, 29년이란 세월이 흘러야 하는 모양이다. 그 나이가 되어야 자기 밥벌이하는 성년이 되듯이. 그러나 아직도 숙제는 끝나지 않았다. 젊은 그들도 알 것이다.이해익 경영컨설턴트

2016-05-26 15:06 이해익 경영컨설턴트

[브릿지 칼럼] 기업의 생존, 클라우드에 달려있다

서정인 GS네오텍 이사디지털은 빠르게 산업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기업 관계자들은 일년이 아닌 하루 앞을 내다볼 수 없다는 고민을 토로하기도 한다. 특히 글로벌화에 따라 국내 비즈니스만을 바라볼 수 없는 현실은 지금이라도 기업이 디지털이라는 새로운 문명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만들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가상의 서버공간으로만 생각됐던 클라우드(cloud)는 이제 디지털 시대에 꼭 필요한 기술로 인정받고 있다. 빅데이터에 효과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대표 기술로 꼽히는 클라우드는 네트워크가 연결되면 언제 어디에서나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이제 막 사업을 시작하는 스타트업 기업들뿐만 아니라 새로운 서비스를 계획 중이거나 인프라 확장을 원하는 기업에게 클라우드는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IT환경을 구축할 수 있어 쉽게 비즈니스를 확장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게임사의 경우 새로운 게임을 개발할 때 필요하던 서버를 대량으로 구매하는 대신 클라우드를 활용할 수 있고 최고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해 쉽고 편하게 해외 서비스를 하기도 한다.특정 기간에 데이터 양이 몰리는 비즈니스에도 클라우드는 효과적이다. 신학기에 많은 정보가 몰리는 대학들은 이미 추가 서버나 설비를 구매하지 않고 클라우드를 통해 안전하게 데이터를 처리하고 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사업이나 글로벌 비즈니스를 위해서 클라우드는 이미 꼭 필요한 기반 시스템으로 자리잡았다.하지만 금융서비스의 경우 아직까지도 ‘규제’를 이유로 클라우드 도입을 꺼리고 있다. 금융사들은 보안을 그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잊을 만하면 발생하는 금융기관의 보안사고를 보면 쉽게 와 닿지 않는 해명이기도 하다.대부분의 금융사는 각자의 데이터센터를 이용해 폐쇄된 환경에서 금융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보안 사고가 날 때마다 더 강력한 보안 체계를 구축하고 정비하는 것이 일이지만 솔직히 사건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관련 비용만 증가하는 것이 현실이다.최근 클라우드 서비스의 보안 신뢰성이 가장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면서 대부분의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들은 일반 기업보다 훨씬 강한 보안시스템을 적용해 이중 삼중으로 보안을 강화하고 있다. 관련 전문가들이 하나의 비즈니스가 아닌 모든 비즈니스에 적용할 수 있는 보안을 연구하고 적용하기 때문에 금융사의 보안체계와는 차별화된 보안 시스템을 유지해 아직 클라우드의 도입을 꺼리는 금융사의 변화도 시간문제로 보인다. 국내외의 많은 기업들이 생존을 위해 디지털 흐름에 편승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움직임이 큰 방향성을 무시한 채 ‘그들 만의 리그’에서 이뤄진다면 고립을 피할 길이 없다. 기업의 디지털화는 보편적이고도 전 세계에서 통하는 기술력을 기반으로 이뤄져야만 한다.늦었지만 공공클라우드 지원센터가 국내에도 설치된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공공시장을 중심으로 금융권까지 클라우드가 확산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이다. 이를 기반으로 클라우드 시대에 맞지 않는 규제가 철폐되고 산업 전반에 걸쳐 대대적인 혁신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클라우드를 통해 과거에는 없었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창출과 함께 효율적인 기업 혁신이 가능해 제2의 애플, 아마존, 구글이 대한민국에서 나오길 꿈꿔본다.서정인 GS네오텍 이사

2016-05-25 15:45 서정인 GS네오텍 이사

[브릿지 칼럼] 규제개혁 마냥 반갑지 않은 이유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정부가 며칠 전 규제개혁 정책을 발표하면서 드론, 자율주행차 등 다양한 정책에 대한 규제를 풀기로 결정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중 초소형 친환경 교통수단인 일명 ‘마이크로 모빌리티’에 대한 개방이 눈에 띄는 항목이다. 일본 등에서 이미 10여년 전부터 ‘퍼스널 모빌리티’라는 명칭으로 판매되는 1~2인승 전기차다. 이 차종에 대한 규제가 풀려 매우 다행이지만 아쉬운 대목도 많다.약 10년 전 국내에서는 CTT와 AD 모터스라는 중견 회사가 저속전기차 시장에 진출했었다. 속도는 느리지만 초소형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의미 부여를 하면서 국내는 물론, 전세계에서도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몇 년 못가 망했다. 이유 중 한 가지가 바로 60㎞ 미만인 도로에서만 운행할 수 있는 금지사항 때문이다. 포지티브 정책으로 안전이라는 미명하에 아예 길거리를 나올 수 없게 만든 정책으로 중소기업은 견디지 못하고 망했다고 할 수 있다.이 시장은 전세계적으로 무궁무진할 정도로 큰 시장이다. 바로 이번에 발표한 초소형 교통수단 개방이 이 저속전기차를 포함한 차종이다. 또 한 가지 아쉬운 사건이 있었다. 작년 초 르노삼성이 르노의 ‘트위지’ 모델을 수입하면서 서울시와 치킨업체인 BBQ가 손잡고 대대적으로 이 초소형 교통수단을 활성화하겠다고 발표한 사건이다. 이 발표 후 세 단체는 국토교통부로 불려가 호된 경고를 받고 계획을 철회했다. 바로 관련 법령이 없는 만큼 누가 감히 시작하느냐는 이른바 ‘갑질’ 논란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사안 발생 이전인 6개월 이전 필자는 국토부 간부와 해당 국회의원 등이 모여 관련 간담회를 하면서 관련법 마련 등 다양한 정책을 마련하기로 논의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두 사안을 보면 중앙정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지 확인할 수 있다. 망한 기업은 땅을 치고 통곡을 하고 있고 담당 임원은 아직도 해외를 떠돌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쉽게 한 번에 풀면서 당시에는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안 된다고 하는 사안을 보면 중앙정부가 얼마나 경직되어 있는지 알 수 있다.필자는 그 동안 칼럼이나 해결방법 등은 물론이고 자문을 하면서 선진 사례를 바로 벤치마킹하고 한국형 모델로 정립할 수 있는 방법을 수도 없이 강조했다. 관심도 없고 놀다가 갑자기 실적용으로 한 순간 발표하는 것을 보면 아쉽다는 생각에 앞서 불쌍하다는 생각이 앞선다. 최근 정부는 갑질에 대한 논란을 언급하면서 대기업의 중소기업 갑질에 대한 철퇴를 선언하고 다양한 정책을 펼쳐왔다.국민의 세금을 먹고 사는 공무원은 특히 국민의 공복이라는 사실을 더욱 인지했으면 한다. 기업은 관련 규정에 대해 세종시에 하루가 멀도록 찾아가 읍소하지만 중앙정부는 나몰라라하기 일쑤다. 더욱이 기업들은 알만 하면 사라지는 순환 보직제로 백지에서 다시 시작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기업의 갑질 처리도 중요하지만 우선 중앙정부의 뼈를 깎는 자정 노력이 중요한 이유이다. 이번 초소형 친환경 교통수단의 개방이 매우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된 시스템으로 좋은 기회를 놓치는 사례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2016-05-23 15:56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브릿지 칼럼] 노후용 부동산 자산의 리모델링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지난해 은퇴한 A씨는 얼마 전 서울 강남의 아파트를 팔았다. 아파트를 처분한 대금으로 대신 상수동의 낡은 단독주택을 샀다. 연면적 120평 정도의 2층짜리 주택인데 리모델링이 한창이다. 새 단장이 끝나면 1층엔 세를 놓고, 2층에선 A씨 부부가 거주할 예정이다. 적어도 매달 200만원 정도의 월세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최근 노후를 걱정하는 중장년층들의 부동산 자산 리모델링이 한창이다. 국내 부동산 자산시장의 성장 속도가 둔화되고, 금리인상과 대출규제 등 부동산 자산의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 있는 투자환경의 변화가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노후용 부동산 자산이 가져야 할 덕목은 환금성과 유동성, 그리고 효율적인 자산승계 등이다. 필요할 때 좋은 가격에 잘 팔려야 하고, 부족한 노후 생활자금을 보충할 월세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최종적으로는 투자성과 보유가치가 높은 부동산 자산을 자녀에게 성공적으로 넘겨줄 수 있어야 한다.이러한 중장년층의 요구에 부합하는 리모델링은 두 가지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지역의 이동’을 통한 부동산 자산 리모델링이다. 최근 10년 간 많이 오른 곳, 또는 추가 발전 가능성이 낮은 지역의 부동산을 처분하고 향후 10년간 성장할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규모 주거복합업무지구가 개발되는 서울의 영동권이나 재정비사업이 본격화되고 있는 도심권 등 개발호재 지역이 그 대상이 될 수 있다. 활발한 진행이 예상되는 한강변의 재건축 아파트지구나 거점 개발이 시급한 용산, 여의도 일대도 다시 돌아볼 필요가 있다.보다 직접적으로 노후용 부동산으로 갈아타는 ‘종목의 이동’이 부동산 자산 리모델링의 두 번째 방법이다. 아파트로 대표되는 주거용 부동산에서 벗어나 비주거용 부동산, 상업용 부동산으로 자산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것이다. 수익형 부동산으로 불리는 다양한 상업용 부동산은 부동산 자산의 유동화를 실현함은 물론이고, 충분한 수요시장과 투자가치를 겸비해 환금성도 높다. 절세전략을 활용하면 효과적으로 상속이나 증여 계획도 세울 수 있다.관심이 뜨거운 상품은 상가주택이다. 직접 거주하면서 임대 수익도 낼 수 있어 중장년층의 기대요건에 잘 맞는다. 이미 자리를 잡은 도심 상권의 상가주택을 매입하거나, 낡은 주택을 매입해서 새로 짓거나 리모델링을 하는 경우가 많다. 투자비용이나 수익성에서는 신도시 등지에서 분양하는 상가주택용지를 분양 받아서 신축하는 방법이 유리하지만, 개발 경험이 없는 중장층년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다. 안정적인 수익을 예측할 수 있는 도심 노후주택을 사서 리모델링하는 방법이 적당하다.소액 분산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오피스텔을 찾는 중장년층도 많다. 지역에 따라 연평균 5~6% 수준의 목표수익률을 기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5년간 20만실 이상의 많은 오피스텔이 공급됐고 임대수익률도 내림세다. 지역별로 평균 매매가격과 임대수익률의 격차가 크기 때문에 매입시 신중해야 한다. 분양가격이 오른 신축 오피스텔만 살펴보지 말고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기존 오피스텔과 수익성을 비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

2016-05-22 15:41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

[브릿지 칼럼] 꿀벌의 우화와 김영란법

윤기설 한국폴리텍대학 아산캠퍼스 학장‘개인의 이기심이 사회 전체적으로 도움이 된다.’ 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아담 스미스가 주장한 내용이다. 스미스는 1776년에 쓴 ‘국부론’에서 “개인은 공익을 추구하려는 의도가 없이 오직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지만 이 과정에서 보이지 않는 손에 이끌려 의도하지 않는 공익을 얻게 된다”고 말했다. 그런데 스미스 보다 반세기 이상 앞서 이 같은 내용을 주장한 학자가 있다. 네덜란드 출신 철학자이자 의사인 버나드 맨더빌이 그 주인공. 그는 ‘꿀벌의 우화’(1714년)라는 저서에서 경제가 굴러가는 것은 인간의 도덕심이나 자비, 선에 의해서가 아니라 인간의 이기심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금욕과 절제, 고결함을 최고의 덕목으로 여기던 시대에 도발적인 이 책은 당시 유럽 지식계에 커다란 파장을 일으켰다.우화 형식으로 된 이 책의 골자는 이렇다. ‘사치와 탐욕, 이기심이 지배하던 꿀벌의 왕국에는 늘 일자리가 넘쳐 났다.그런데 어느날 자신들의 잘못을 깨달은 꿀벌들이 사치와 탐욕 대신 검소하고 절제된 생활을 하기 시작하면서 일자리가 줄어들고 실업자가 넘쳐나 결국 꿀벌의 왕국이 망하게 됐다는 것.’ 맨더빌은 온갖 부도덕과 이기심을 번영의 원동력이라고 추겨 세운다.꿀벌의 왕국에서 사치는 가난뱅이 백만에게 일자리를 만들어 주었고 거드름과 오만은 또 다른 백만을 먹여 살린 고마운 덕목이다. 사치와 탐욕, 부도덕을 경제를 살리는 성장에너지로 해석한 이러한 시각은 시장을 중시하는 스미스에 영향을 미쳐 ‘국부론’의 핵심 명제로 등장했다. 맨더빌은 경제학이론의 기초를 닦은 스미스의 사상적 스승인 셈이다. 이 이론은 개인의 행복추구를 더 이상 악덕으로 생각하지 않도록 만들며 공리주의 형성의 토대가 되기도 했다.지난주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령안이 예고된 뒤 찬반 논란이 뜨겁다.식사 3만원, 선물5만 원, 경조사비 10만원 이상이면 과태료를 물겠다는 시행령안이 발표되자 농수축산물 생산단체와 중소기업들은 매출에 큰 타격을 받는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고가의 선물과 접대문화를 뿌리뽑아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지금은 경제를 살려야 할 때라는 인식이다. 우리 사회가 한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투명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가꾸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일자리창출과 경제살리기라는 현실적 측면을 모른 척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학연과 지연, 온정주의 문화가 만연한 한국사회에서 어느 정도의 접대와 선물 관행이 유지되어야 ‘꿀벌’들의 일할 의욕을 부추기고 경제가 굴러갈 수 있기 때문이다. “부정부패가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만 규제가 심한 나라에서는 오히려 경제효율성과 시장의 힘을 증대시킬 수도 있다”(장하준 케임브릿지대학 교수)는 분석도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새뮤얼 헌팅턴은 “경제성장의 관점에서 보면 부정직한 관료보다 정직한 관료가 존재하는 사회가 더 나쁘다”고 갈파한다. 부패보다 규제가 더 나쁘다는 얘기이다. 정부와 여당은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감안해 김영란법 개정을 신중히 검토하는 것 같다. 경제살리기와 깨끗한 사회만들기 가운데 어느 것에 방점을 찍을 것인가. 꿀벌의 우화에서 그 답을 찾아보면 어떨까.윤기설 한국폴리텍대학 아산캠퍼스 학장

2016-05-19 07:00 윤기설 한국폴리텍대학 아산캠퍼스 학장

[브릿지 칼럼] 동일성과 동일임금이 시대적 요구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동일노동 동일임금’은 조금만 뜯어보면 가당치 않은 주장임이 드러난다. 같은 노동을 했으니 같은 임금을 받아야 한다는 건 언뜻 들으면 그럴 듯하다. 하지만 보상은 투입량이 아니라 산출량과 성과에 따라야 비즈니스가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열심히 노력했는데도 성과가 없다면 인지상정으로 안타까운 마음이야 들겠지만 보상이 충분할 수는 없다. 성과와 무관하게 보상을 제공한다면 성과평가 체계가 무력화되고 사회활동성이 위축될 것이다.그런데도 노동계에서는 철 지난 동일노동 동일임금 논리를 금과옥조인 양 여긴다. 특히 정규직의 노동자가 누리는 특혜적 지위를 지속하기 위해 노조 세력이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생존을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대체 왜 그런 안이한 이야기가 오간단 말인가.프로야구에서는 3할 타자와 2할 5푼 타자의 연봉이 같지 않다. 두 선수가 똑같이 동계 훈련을 소화하고 출장한 경기 수가 같고 심지어 타석에 들어선 횟수까지 모두 똑같다고 해도 그렇다. 두 선수가 동일한 노동을 했는지는 몰라도 팀과 팬들에게 동일한 가치와 효용을 가져다 주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비슷한 안타를 쳤더라도 그 팀 승리에 끼치는 효과가 다르다. 보상이 비슷하다면 운동선수들은 경기에 이기려 하지 않을 것이다. 단지 운동장에서 오래 머물러 있기만 할 것이다. 거기서 그냥 버티고만 있어도 보상이 저절로 나올 테니 말이다.얼마 전 용접공의 월급 명세서가 공개되어 화제가 되었다. 천만 원에 달하는 급여에 모두가 혀를 내둘렀다. 물론 용접 일은 전문적이고 숙련된 노동행위라 그 용접공의 숙련도에 따라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기업의 수익성을 떠나 모두가 동일하게 근속년수에 따라 높은 보상을 받는 것이라면 이는 분명 문제가 있다.노동계는 노동자의 평등화를 추구하는 속성이 있다. 회사 내에서 임금을 똑 같이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나 심지어 같은 업종에 있는 기업들은 임금을 같은 수준으로 맞춰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하지만 근속년수나 노동시간이 같다고 모두 똑같은 임금을 받는 게 맞는가? 보상의 공평성을 논하기 위해서라면 동일노동 동일임금보다 ‘동일성과 동일임금’을 이야기하는 것이 더 옳을 것이다.이제는 우리 산업 현장에서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틀을 깰 때가 되었다. 이제 우리 노동시장이 혁신을 이루고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보수체계를 합리화하는 개혁이 필요하다. 근속년수가 많아지면 무조건 급여가 늘어나는 호봉제를 직무에 따라 급여를 제공하는 직무급 방식으로 전환하여야 한다. 또한 동일한 노동 행위라 하더라도 성과가 다르면 임금도 다를 수 있어야 한다. 이제 우리 사회의 임금방식은 성과연봉제가 시대적 요구인 셈이다.‘만인은 평등하다’는 말을 동일노동 동일임금으로 해석하기보다 동일성과 동일임금으로 해석하는 것이 자본주의의 경제적 성과보수 체계에 잘 부합한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성과에 따라 다른 대우를 받는 것이 자연스런 경제질서이며 이것이 오히려 평등한 세상으로 나아가는 현대적 방식이다.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

2016-05-18 18:00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