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규제개혁 마냥 반갑지 않은 이유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입력일 2016-05-23 15:56 수정일 2016-05-23 16:50 발행일 2016-05-24 23면
인쇄아이콘
김필수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정부가 며칠 전 규제개혁 정책을 발표하면서 드론, 자율주행차 등 다양한 정책에 대한 규제를 풀기로 결정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중 초소형 친환경 교통수단인 일명 ‘마이크로 모빌리티’에 대한 개방이 눈에 띄는 항목이다. 일본 등에서 이미 10여년 전부터 ‘퍼스널 모빌리티’라는 명칭으로 판매되는 1~2인승 전기차다. 이 차종에 대한 규제가 풀려 매우 다행이지만 아쉬운 대목도 많다.

약 10년 전 국내에서는 CT&T와 AD 모터스라는 중견 회사가 저속전기차 시장에 진출했었다. 속도는 느리지만 초소형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의미 부여를 하면서 국내는 물론, 전세계에서도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몇 년 못가 망했다. 이유 중 한 가지가 바로 60㎞ 미만인 도로에서만 운행할 수 있는 금지사항 때문이다. 포지티브 정책으로 안전이라는 미명하에 아예 길거리를 나올 수 없게 만든 정책으로 중소기업은 견디지 못하고 망했다고 할 수 있다.

이 시장은 전세계적으로 무궁무진할 정도로 큰 시장이다. 바로 이번에 발표한 초소형 교통수단 개방이 이 저속전기차를 포함한 차종이다. 또 한 가지 아쉬운 사건이 있었다. 작년 초 르노삼성이 르노의 ‘트위지’ 모델을 수입하면서 서울시와 치킨업체인 BBQ가 손잡고 대대적으로 이 초소형 교통수단을 활성화하겠다고 발표한 사건이다. 이 발표 후 세 단체는 국토교통부로 불려가 호된 경고를 받고 계획을 철회했다. 바로 관련 법령이 없는 만큼 누가 감히 시작하느냐는 이른바 ‘갑질’ 논란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사안 발생 이전인 6개월 이전 필자는 국토부 간부와 해당 국회의원 등이 모여 관련 간담회를 하면서 관련법 마련 등 다양한 정책을 마련하기로 논의한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두 사안을 보면 중앙정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 지 확인할 수 있다. 망한 기업은 땅을 치고 통곡을 하고 있고 담당 임원은 아직도 해외를 떠돌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쉽게 한 번에 풀면서 당시에는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안 된다고 하는 사안을 보면 중앙정부가 얼마나 경직되어 있는지 알 수 있다.

필자는 그 동안 칼럼이나 해결방법 등은 물론이고 자문을 하면서 선진 사례를 바로 벤치마킹하고 한국형 모델로 정립할 수 있는 방법을 수도 없이 강조했다. 관심도 없고 놀다가 갑자기 실적용으로 한 순간 발표하는 것을 보면 아쉽다는 생각에 앞서 불쌍하다는 생각이 앞선다. 최근 정부는 갑질에 대한 논란을 언급하면서 대기업의 중소기업 갑질에 대한 철퇴를 선언하고 다양한 정책을 펼쳐왔다.

국민의 세금을 먹고 사는 공무원은 특히 국민의 공복이라는 사실을 더욱 인지했으면 한다. 기업은 관련 규정에 대해 세종시에 하루가 멀도록 찾아가 읍소하지만 중앙정부는 나몰라라하기 일쑤다. 더욱이 기업들은 알만 하면 사라지는 순환 보직제로 백지에서 다시 시작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한다. 기업의 갑질 처리도 중요하지만 우선 중앙정부의 뼈를 깎는 자정 노력이 중요한 이유이다. 이번 초소형 친환경 교통수단의 개방이 매우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된 시스템으로 좋은 기회를 놓치는 사례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