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칼럼] 중국 이노베이션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는 선전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겸 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
입력일 2016-06-12 10:45 수정일 2016-06-12 10:46 발행일 2016-06-12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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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드웨어의 실리콘밸리'…규모 및 범위의 경제 갖춰
'짝퉁 세계 1위' 벗고 '이노베이션 도시'로 발돋음
생산가능인구, 중국 평균보다 훨씬 높아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겸 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겸 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

최근 중국이 노동집약산업에서 자본집약, 기술 집약산업으로 구조전환을 서두르고 있는 가운데, 이노베이션 거점으로 선전이 주목받고 있다. 

이노베이션을 주도하고 있는 대표기업은 화웨이기술, 중흥통신, 텐센트, BYD, BGI(華大基因) 등과 같은 민간기업들이다.

선전만큼 정부정책과 지리적 입지의 혜택을 받은 곳도 없다. 이 곳은 1970년대까지 조그만 어촌에 불과했다.

그러나 1980년대 들어 개혁개방이 본격화될 때 선전의 일부가 경제특구로 지정되고, 당시 가장 경제가 발달하고 외국자본이 많이 들어와 있던 홍콩에 인접해 있다는 이유 때문에 그 후 30년 이상 고성장을 거듭해왔다. 

1980~2015년간 선전의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연평균 23%. 중국 전체평균 9.7%, 베이징 10.1%, 상하이 9.9%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다.

인구도 같은 기간 33만명에서 1138만명으로 거의 40배 늘어났고, 2015년 GDP는 1조 7503억 위안으로 주요도시 중 상하이, 베이징, 광저우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수출은 1993년 이래 줄곧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산업의 변천과정을 보면 1980년대엔 경제특구 우대정책을 배경으로 홍콩의 임가공 기업들이 대거 이동해왔고 땅값, 임금상승이 심해진 2010년 전후론 금융, 물류와 같은 서비스 및 첨단산업 관련기업들이 이주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그중 하이테크 첨단산업은 2009년 선전 정부의 의료바이오, 인터넷, 신에너지, 신소재 등 7대 전략산업 발표를 계기로 부가가치가 급성장, 2015년엔 7000억 위안(선전 GDP의 40%)으로 늘어났다.

업계에선 선전이 이노베이션 거점으로 떠오르게 된 이유로 다음 몇 가지를 꼽는다. 첫째, 주요 산업의 공급체인을 갖추고 있다. 전자, 자동차 등 대표적 산업의 R&D(연구개발) 센터는 물론 부품생산에서 조립까지 전 공급체인이 구비돼 있다. 차로 1시간이면 거의 모든 부품과 재료조달이 가능하다. 규모의 경제성과 범위의 경제성을 갖췄기 때문에 ‘하드웨어의 실리콘밸리’라고 불린다.

둘째, 아이러니컬하지만 모방학습을 통한 이노베이션이다. 선전은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등의 과정으로 해외기술을 빠르게 소화·흡수하는 도시로 유명하다. 일부에선 ‘짝퉁 세계 1위’라고 깎아내리고 있지만 이제 ‘모방의 도시’란 오명을 벗고 ‘이노베이션의 도시’로 발돋움하고 있다.

셋째, 외부 인구와 젊은이가 많다. 선전 인구 중 선전에 호적을 둔 인구는 전체의 31.2%. 그나마 일 때문에 호적을 취득한 사람이 많아서 출생기준으로 하면 외부인구가 90% 이상이라고 한다. 특히 중국뿐 아니라 세계 도처에서 취직과 창업을 목적으로 젊은이들이 몰려들어 생산가능인구(15~64세)의 비중도 88.4%로, 중국 전국평균 74.5%보다 훨씬 높다.

장애요인이 없는 건 아니다. 베이징, 상하이 등에 비해 산업발전역사가 짧아서 전통 있는 연구기관과 대학이 적다. 이에 선전 정부는 세계의 명문대학이나 연구기관과의 제휴, 인재유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조만간 후강퉁에 이어 선강퉁(선전과 홍콩의 주식시장 개통)을 앞두고 있는 선전이 ‘중국의 실리콘밸리’라 불리는 베이징의 중관촌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겸 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