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칼럼] 저출산 해소책 재택근무

윤기설 한국폴리텍대학 아산캠퍼스학장
입력일 2016-06-20 11:34 수정일 2016-06-20 13:09 발행일 2016-06-2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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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기설 한국폴리텍대학 아산캠퍼스학장

일본 도요타가 오는 8월부터 일주일에 2시간만 회사에 출근하고 나머지는 집에서 일하도록 하는 형태로 재택근무제도를 도입한다고 한다. 생산직 직원을 제외한 본사 직원 2만5000명(35%)이 적용 대상이라고 하니 가히 파격적 조치이다. 도요타가 재택근무를 도입하는 이유는 육아나 노부모 간병 때문에 직장을 쉬거나 그만두는 여성 직원들을 줄이기 위해서다. 또한 아베 신조 정권이 추진 중인 인구 1억명 유지 정책에도 보조를 맞춘 사회적 책무의 일환이다.

일본 사회에서 맞벌이 부부의 육아와 노부모 간병문제는 큰 고민거리다. 65세 이상 인구가 30%에 육박하는 등 초고령사회가 되면서 육아와 간병 퇴직자가 연간 10만명에 달한다. 도요타에선 지금까지 육아와 부모 간병을 원하는 직원들에게 복지제공 차원에서 재택근무나 휴직을 적극 권장해 왔다. 아이를 돌보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하루 4시간은 회사에서 근무하고 나머지 는 재택근무를 하도록 하고 부모간병을 위한 직원에게는 길게는 1년 이상의 휴직을 허용해 왔다.

재택근무 아래에서는 하루에 몇시간 일을 했는지, 업무의 양 보다는 주어진 업무나 성과목표를 위해 시간을 어떻게 배분하고 몰입했는지, 업무의 질을 더 중요시하게 된다. 따라서 재택근무는 일· 가정 양립을 가능케 함으로써 인력의 손실을 최대한 줄이고 업무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결국 도요타의 이번 조치는 유능한 직원이 육아나 간병 문제로 휴직을 하거나 회사를 그만두는 일을 막는 동시에 생산성을 최대한 끌어올리겠다는 포석이다. 여기에 일과 가정을 양립하는데 앞장서는 기업이라는 이미지 개선도 함께 노리고 있다. 도요타는 재택근무제도가 정착되면 대상자의 1% 안팎에 달하는 수백명의 직원들이 재택근무를 원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도요타의 파격적인 재택근무 실험은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육아와 부모 간병문제는 한국사회도 똑같이 겪고 있는 문제이다. 우리나라 민간기업에선 많은 여성들이 출산 후 직장을 그만두는 사례가 많다. 근무형태가 경직된데다 기업내에 낡은 권위주의 문화가 팽배해 있어 일·가정 양립이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 2013년 한경좋은일터연구소가 기업 인사담당자 3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근무실태에 조사에서도 이러한 실태는 그대로 드러났다. 응답자의 64.0%가 아예 유연근무제를 실시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유연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는 응답은 36.0%였고 이중 재택근무는 2.6%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탄력적근로시간제(20.9%), 선택적근로시간제(7.7%), 자율출퇴근제(7.1%), 단축근무제(5.4%) 등으로 선진국형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기업들은 별로 없었다.

일부기업에서 유연근무제 도입을 위해 나름대로 경영혁신을 꾀하려는 노력도 있지만 전향적인 유연근무제 형태는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나라도 수출대기업과 공기업을 중심으로 여성에 대해 육아휴직을 늘리고 재택근무를 확대할 시점에 와 있다. 일· 가정 양립이 가능해지면 직장을 그만두는 경력단절여성들이 줄어들게 되고 저출산문제에도 숨통이 트일 것이다. 이제 기업들도 저출산 고령화시대를 맞아 환경변화에 맞는 과감한 인력운영시스템을 도입해야 할 때다. 그래야 전국에 아기울음소리가 울려 퍼지게 돼 저출산문제도 많이 해소될 것이다.

윤기설 한국폴리텍대학 아산캠퍼스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