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최고경영자 리더십 전형의 대전환

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입력일 2016-06-13 16:53 수정일 2016-06-13 16:55 발행일 2016-06-14 23면
인쇄아이콘
사진(SONG Moon)
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국가가 있고 야구가 있다”는 명언을 남긴 국가대표 야구 감독의 어록도 있듯이 스포츠 명장의 리더십은 강한 여운을 남긴다.

축구 국가대표팀을 세계 4강에 올린 히딩크 감독의 예는 한동안 리더십에 관한 한 교과서적 전형으로서 통하다시피 했다. 

그런데 히딩크 리더십에 정면으로 대치되는 성공사례가 같은 축구분야에서 최근 등장하여 주목을 끌고 있다. 

다름아닌 영국프로축구리그 우승팀 레스터시티 팀 감독에 관한 이야기다. 

감독 특유의 카리스마라고는 찾아볼 길 없는 온유함의 화신 같은 그의 인상부터 특이하다. 

포지션 경쟁 위주로 선수들을 무한경쟁으로 내몰았던 전술 대신 선수들에게 무한신뢰를 보내는 따뜻함으로 시종일관 팀을 운영하면서 ‘영혼의 승리’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고 피력한 그. 우승이 선수들과 팬들의 영혼에 힘입었다는 유체이탈적 수사를 남긴 그는 누구인가.

이태리 태생으로 주로 이태리, 스페인 프로리그 팀을 전전하며 가는 데마다 늘 경질되는 불운을 경험하던 중 그리스국가대표축구팀 감독직을 맡은 것은 2년전.

한데 그것도 며칠뿐, 부임 후 얼마 안돼 잉글랜드 북부 해안의 인구 5만명도 되지 않는 무명의 작은 섬 나라에게 패배 수모를 겪으면서 또 한번 경질 당하게 된다. 

직후 영국축구의 변방에 해당하는 레스터시티팀 감독으로 1년 전 부임한다. 

전화위복 신화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만년 꼴찌 자리를 자처하다시피 한 이 팀의 시즌 전 우승확률은 겨우 5천분의 1. 그러니 우승은 꿈 속에서나 가능할 법한 이야기였다. 

그러나 감춰진 비밀이 있다는 듯 리그 중반부터 역사와 전통의 첼시, 맨유, 맨시티 등을 위시한 상위 팀들을 연파하는 기력을 보여줬다.

감독의 일방적인 부드러운 리더십은 선수의 잠재력을 극대로 자극하게 됐다. 급기야는 평소 무능했던 선수를 유럽 최고의 선수로 부활케 하는 신화까지 불러 일으켰다.

선수생활 말년에 즈음한 어느 날 그 선수는 해외 2부 리그로 이적을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협상 팀으로부터 자격미달이라는 일방적 거절통지를 받고는 상심에 빠져있던 중 팀에 잔류하게 됐다. 

신임 라니에리 감독의 계속되는 희망을 끈을 놓지않는 리더십에 힘입어 ‘나도 잘 할 수 있어.’라는 자신과의 약속을 다시 한 번 되뇌면서 그는 마치 대하드라마 각본을 미리 본 것처럼 신들린 듯 활약했다. 

리그 최다골을 기록하는 스트라이커로 등극하게 되리라고는 누구도 몰랐다. 

그의 변신은 팀 동료들에게 보이지 않는 스승의 역할을 하기에 이르렀고 팀 분위기를 과거와 180도 다르게 바꾸는 초석이 됐던 것이다.

라니에리 감독의 리더십의 요체는 과연 무엇이었던가.

가장 돋보이는 것이 오버페이스 금물 원칙이었다. 장거리 레이스 초반에 1킬로미터 당 10초만 앞당겨도 후반에 어떤 화를 자초할 수 있는지 마라톤 경기 주자라면 잘 알 것이다.

체력 고갈 시점에 이를 때마다 팀에 1주간 휴식을 주는 당근과 동시에 경기 전술을 미리 익혀 오라는 채찍도 줬다. 

동화 속 조연 역할을 한 사람은 히딩크였다. 1위 자리를 넘보는 토트넘과의 리그 종반 게임에서 첼시는 극적인 무승부를 연출하면서 레스터에게 조력 우승이라는 선물을 건냈다. 

히딩크 첼시 감독의 우승 축하 전화는 리더십 덕목 대전환을 만천하에 선포하는 듯 했다. 무한경쟁이 무한신뢰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순간이었다.

문송천(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영국뉴캐슬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