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북한의 급변과 19대 대선

한승범 맥신코리아 대표
입력일 2016-06-01 15:57 수정일 2016-06-01 15:57 발행일 2016-06-0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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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범 맥신코리아 대표

19대 대선이 1년 반 앞으로 다가왔다. 필자는 이번 대선에서는 북한 정권의 변화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기억을 27년 전인 1989년으로 되돌려 보자. 당시 ‘철의 장막’으로 불리던 크레믈린의 붕괴를 그 어느 누가 예측할 수 있었을까?

그때와 마찬가지로 지금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강권통치로 지탱하는 북한 현 체제가 상당기간 유지되리라 전망하는 전문가가 꽤 있다. 엄동설한에 세찬 바람과 얼음을 보고 겨울이 한없이 지속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처럼 말이다.

하지만 한 겨울에도 지면 근처에서 아른거리며 올라가는 아지랑이를 보고 봄이 오는 것을 알아채는 이들도 있다.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에 언급된 데이비스(Davies)의 이론에 따르면, 혁명은 경제적으로 생활 전반이 호전되고 있다가 갑작스럽게 악화되는 시점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혁명의 주체 세력은 전통적으로 억압받아온 사람들이 아니라, 호전되는 경제적, 사회적 상황에 의해서 보다 나은 삶의 맛을 조금이라도 경험해 본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미국 남북 전쟁, 1960년대의 흑인 폭동, 프랑스 혁명, 러시아 혁명의 공통점은 삶의 질이 점차 향상되다가 갑자기 악화된 시기에 발생했다는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 김정은 체제 붕괴의 아지랑이는 유엔제재로 인한 급격한 경제난이다. 밖에서 보면 견고해 보이지만 단 한 발의 총알이나 폭탄으로 모래성처럼 무너질 수도 있는 것이 현 북한체제다.

같은 맥락으로 최근 들어 미 정보기관과 미 연구소에서 북한 급변사태 전망과 대응방안이 자주 언급되고 있다.

월터 샤프 전 주한미군 사령관은 최근 하와이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 “북한 내부의 불안정 때문에 현 주한미군사령관 임기내에 북한 정권이 붕괴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북한의 급변사태는 한반도를 송두리째 블랙홀로 빠지게 만들 것이다. 그러면 2017년 대선에서 최고의 화두는 통일이 될 것이며, 대한민국의 시대정신은 ‘통일 연착륙’이 될 전망이다.

독일 통일이 가능했던 것은 대외적으로 소위 ‘2+4회담(서독, 동독 + 미국, 영국, 프랑스, 소련)’이 만들어낸 통일조약이다. 통일 독일에 대한 주변 국가들의 불신을 씻지 않았다면, 아직도 독일은 분단국가로 남아있었을 것이다.

한반도 통일도 마찬가지이다. 북한의 급변사태가 자동적으로 통일에 이르지 않는다. 통일 한국이 주변 강대국인 중국, 러시아, 일본, 그리고 미국에 한 치의 위협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북한 정권의 변화가 일어날 경우 내부의 안정화도 중요한 문제다.

실제로 박세일 서울대 명예교수는 지난 달 “ 북한 정권이 급변하면 우리 정부와 함께 북한 전역의 민생을 안정화하고 전반적인 개혁개방 문제를 함께 풀어갈 수 있는 친한 통일세력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따라서 이번 대선에서는 통일에 대한 국제적 합의와 북한 정권의 급변시 내부를 안정화 시킬 수 있는 역량을 갖춘 후보가 누구인지 살펴봐야 할 것이다.

한승범 맥신코리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