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태양의 후예’, 송중기 그리고 슈퍼스타 신드롬

정인호 VC경영연구소 대표
입력일 2016-06-16 16:23 수정일 2016-06-16 16:33 발행일 2016-06-1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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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호 VC경영연구소 대표

얼마 전 막을 내린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제 52회 백상예술대상의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태양의 후예’는 최근 몇 년새 지지부진했던 지상파 미니시리즈 시청률을 무려 40%대 가까이까지 끌어올렸고, 한·중 최초 동시방영을 비롯해 국내 사전제작 드라마의 첫 성공 사례로 이름을 올렸다. 

이처럼 ‘태양의 후예’가 성공한 원인은 무엇일까? 130억원의 어마어마한 제작비와 이를 뒷받침하는 각본과 촬영 방법, 편집 등도 중요하지만 어떤 배우를 캐스팅하는 것도 빼 놓을 수 없는 요소다. 만약 송중기와 송혜교가 아닌 아이돌이 캐스팅 되었다면 이렇게까지 성공할 수 있었을까? 

따라서 대중예술인 드라마, 영화 등과 같은 문화산업에서는 ‘슈퍼스타’가 매우 중요하다. 매일 매일 수많은 배우와 가수들이 탄생되고 새로운 작품도 넘쳐나지만 성공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슈퍼스타가 작품을 맞게 되면 성공가능성은 높아진다. 이러한 현상을 ‘슈퍼스타 신드롬’이라고 한다. 

미국 시카고대 셔윈 로젠(Sherwin Rosen) 교수는 문화산업 종사자들의 작은 재능차이가 소득에 엄청난 차이를 낳는 현상을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설명했다. 수요 법칙이 적용되는 일반 재화는 가격에 따른 재화의 대체가 가능하다. 예를 들어 빵집에서 5000원짜리 빵을 팔았는데 어느 날 다 팔려서 이보다 작은 2500원짜리 빵 2개를 5000원에 팔았다고 생각해보자. 2500원짜리 빵의 맛과 품질이 5000원짜리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2500원짜리 빵 2개를 살 가능성이 높다. 즉 2500원짜리 빵 2개가 5000원짜리 빵 하나를 대체한 것이다. 

그런데 대중문화상품에서는 이런 원리가 적용되지 않는다. 연기를 아무리 잘하는 아이돌 가수 3~4명이 배우 ‘황정민’ 하나를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현대 시청자들은 값싼 가격으로 질 낮은 콘텐츠를 경험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위에 예시한 빵집의 법칙이 통하지 않는다. 

공급자의 측면에서 보면 드라마나 영화를 제작할 때 공급자의 노력은 수요자의 수와 상관없이 동일하다. 10명이 소비를 하건 1000명이 소비를 하건 총제작비는 같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황정민이 나오는 드라마와 아이돌이 나오는 드라마를 보는 시청료는 차이가 없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공급보다는 수요에 집중하게 된다. 

대량공급, 대량수요 시스템에 힘입어 모든 공급자와 소비자들이 1명의 슈퍼스타에 집중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원인에는 소비자의 ‘스타 편향성’과 ‘정보 탐색비용’이 한 몫을 한다. 소비자는 기왕이면 이미 알고 있는 대상을 추구한다. 굳이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싶어 하지 않고 편한 것을 원한다. 또한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얻기 위해 가급적 탐색비용이 적게 드는 대상을 찾고 그 대상만을 소비한다. 그래서 오늘날 스타가 되기가 이처럼 어려운거다.

정인호 VC경영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