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중소기업 정책 근본부터 바꾸자

박봉규 건국대 석좌교수
입력일 2016-06-02 16:18 수정일 2016-06-02 16:19 발행일 2016-06-0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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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규 석좌교수
박봉규 건국대 석좌교수

중소기업 육성은 일자리 창출과 서민경제의 활성화는 물론 지역산업의 육성을 통해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도 중요한 과제이다. 허리가 튼튼한 산업구조를 만들고 대기업과 건전한 산업생태계를 조성해 사회의 역동성을 제고한다는 측면에서도 필수적인 정책분야이다.

그러나 선거를 치를 때마다 또는 정부가 바뀔 때마다 중소기업 지원정책의 가짓수는 늘어나고 지원자금 규모도 계속 커지는데, 왜 중소기업들은 오늘도 어려움을 호소하는가?

중소기업 정책에 대한 인식과 정책 수행방식을 근본부터 다시 정립해야 할 시점이다. 무엇보다 정부는 다수의 중소기업에 균등한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모두를 살려 나가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한정된 재원을 더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안에만 집중하자. 중소기업은 보호 대상, 지원 대상이라는 고정관념에도 사로잡히지 말자. 정부의존적 경향을 불식시켜야만 자생력을 갖춘 기업의 성장이 촉진되고 경쟁력은 없으면서 정부지원책에 기대어 연명하는 좀비기업이 퇴출될 수 있다.

시장경제와 법치주의의 원리를 기업규모에 관계없이 동일한 잣대로 적용해 경제적 약자라는 이름아래 요구되는 온정주의에서 탈피하자. 지원기준을 정하기 어렵고 욕먹기 싫은 까닭에 규모중심의 일률적 지원, 기업에 대한 직접지원, 전부지원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지원정책의 방향을 혁신역량 중심의 선별지원, 인프라 구축 등의 간접지원으로 바꾸자.

보호 대상이 되어야 할 분야와 육성 대상이 되어야 할 분야를 이원화해 영세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와 같은 보호 대상은 오히려 복지차원에서 다루고 산업정책의 대상이 되는 중소제조업에 대해서는 경쟁원칙을 적용, 선택과 집중을 명확히 하자. ‘한손에는 기술, 다른 한손에는 세계시장’을 목표로 하는 지식기술 중심의 혁신기업을 육성하는데 역량을 집중하자.

정치사회적 압력으로 인해 중소기업 지원정책은 일단 시행되면 정책에 대한 평가나 폐지는 없는 반면 잘되는 정책은 오히려 기관별로 유사한 정책이 남발되어 지원정책의 효과가 반감되고 있다. 맞춤형 정책이라는 명분아래 지원내용에는 차이도 없으면서 각 부처와 기관별로 나누어 운영되는 제도를 정책 수혜자인 중소기업의 입장에서 재정비하고 단순화하자. 이를 통해 중간관리에 소요되는 에너지와 낭비를 없애자. 개별 중소기업에 대한 졸업제도를 확실히 해 정부지원에 안주하는 기업이나 약간의 경쟁우위를 이용해 자기보다 뒤쳐진 중소기업의 지원 수혜기회를 좀먹는 일이 없도록 하자.

개별기업에 대한 금융이나 기술지원보다는 모든 기업이 공통적으로 이용할 수 있고 전체기업의 생산성 향상에 도움 되는 기업환경 개선 등의 인프라 구축에 치중하자. 기업체에 지원되는 혜택의 일부라도 중소기업 종사자에게 돌아가게 하자. 기업에 대한 세금 감면이나 고용장려금 지급보다는 중소기업 장기근속자에 대한 세제지원이나 근로자에 대한 취업보조금 지원확대 등으로 관심을 돌려보자. 이러한 정책전환을 통해 청년들이 중소기업 현장에 관심을 갖게하고 장기근무를 유도할 수 있는 작은 유인이라도 제공하자. 지원정책의 패러다임이 바뀌지 않는 한 정책의 비효율을 둘러싼 정부와 업계의 불만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박봉규 건국대 석좌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