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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릿지칼럼

[브릿지 칼럼] 실리콘밸리, 우리 벤처의 세계화기지로 삼아야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겸 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미국 서부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실리콘밸리는 애플, 구글 등 글로벌 IT(정보통신)기업들이 탄생한 지역으로 유명하다. 왜 실리콘밸리라 했을까. 몇 가지 설이 있지만 반도체산업이 활발했기 때문에 반도체에 필수적인 실리콘을 본뜬 것이란 설이 가장 유력하다. 그러나 그 유명한 실리콘밸리도 여간해선 지도에서 찾긴 어렵다. 별칭일 뿐이지 지명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벤처활성화에 공을 들이고 있는 지금, 벤처의 메카라 할 실리콘밸리는 어떤가. 한마디로 1990년대 후반의 벤처 붐에 버금갈 정도로 활발해서 미국에서 경기 톱 지역 중 하나라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미국 국내 뿐 아니라 중국, 인도 등 해외로부터 입주가 급증해서 부동산가격이 뛰고 최근엔 실리콘밸리를 넘어 샌프란시스코 시내로도 벤처기업, 벤처캐피탈 사무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실제 벤처투자를 봐도 벤처 붐이 붕괴한 2000년대 초중반의 연 100억 달러에서 2014년 이후론 200억 달러, 약 2배로 급증해서 닷컴버블기에 육박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벤처임에도 대형 딜들이 늘고 있는 점인데, 이유는 구글, 페이스북 등이 경쟁적으로 벤처를 엄청난 가격에 사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페이스북은 2014년 2월 왓츠앱(WhatsApp)이라는 벤처기업을 무려 190억 달러(19조원)에 사서 벤처업계를 놀라게 했다.그럼 현재 붐에 대한 시장판단은 어떤가. 물론 투자금액이 더블로 늘고 있어서 버블위험이 있단 얘기도 있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IT뿐 아니라 의료바이오, 대체에너지, 자동운전차 등 투자분야가 다양하기 때문에 각 분야로 보면 딱히 버블이라 보기 어렵단 게 다수의견이다.핵심적인 비즈니스영역을 몇 가지 들어보자. 첫째, IT기술 중에서도 최근 뜨고 있는 비즈니스로 소위 ‘온 디맨드 이코노미’(On Demand Economy)를 꼽는다. 이미 널리 알려진 배차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버테크놀로지(Uber Technologies)나 민가숙박을 소개하는 에어비앤비(Airbnb)가 대표적이다.둘째, 자동차업계의 벤처바람도 무섭다. 테슬라의 전기자동차에 이어 구글의 자동운전차가 220만km 무사고주행으로 화제다. 이쯤 되면 차는 더 이상 엔진을 달고 가솔린에 의해 움직이는 과거의 차가 아니다. 전기배터리에 온갖 IC회로를 장착한 첨단전자로봇이다. 그만큼 고성능 전기배터리, 단단하고 가벼운 차체와 타이어, 감도 높은 센서를 제조할 수 있는 벤처수요가 늘어나고 있다.셋째, 실리콘밸리 남쪽의 샌디에고를 중심으로 활발한 의료바이오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미국의 의료기기시장은 세계시장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거대한 시장인데, 고령화에 오바마케어까지 예정돼 있어 시장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의료비삭감이 예상되기 때문에 앞으론 예방의료, 전자칼테시스템, 내시경수술, 수술로봇 등 의료 인력을 적게 쓰는 새로운 의료기술도 빠르게 부각되고 있다.현재 세계는 새로운 기술에 의해 제조방정식이 통째로 바뀌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돌입하고 있다고 한다. 과거에 경험했듯이 혁명기에 변화의 물결에 올라타지 못하면 나락으로 떨어지는 건 순식간이다. 벤처의 메카, 실리콘밸리를 우리 벤처의 세계화기지로 삼을 필요가 있다.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겸 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

2016-04-10 13:40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겸 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

[브릿지 칼럼] '파나마 리스트' 파나마나?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X파일, 성상납리스트, 마약리스트…. 철마다 연예계에 터지는 리스트 파문은 이제 그다지 놀랍지도 않다. 그런데 이번에 불거진 ‘파나마 리스트’는 좀 다르다.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들도 정재계 거물급 인사들처럼 조세회피처를 이용한 탈법행위를 자행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특정 지역이 아닌 전 세계를 무대로 떳떳치 못한 일을 벌였다는 점에서 새롭고 경이롭다.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하다. 가진 자들의 잔치에 소외된 고독한 군중들의 박탈감 때문에 파나마 리스트에 등재된 이름들은 한동안 차가운 눈초리에 시달릴 것이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 협회(ICIJ)가 파나마 소재 로펌인 모색 폰세카의 자료를 통해 최근 공개한 ‘파나마 페이퍼’에는 할리우드에서도 인정받는 쿵푸액션스타 성룡과 ‘아메리칸 아이돌’(American Idol) 등의 프로그램에서 독설가로 유명한 사이먼 코웰, 그리고 컬트영화의 대부로 추앙받는 영화감독 스탠리 큐브릭 등을 비롯한 문화, 예술계 인사의 이름이 올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성룡은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이하 BVI)에 돈세탁을 위한 6개의 회사를 소유하고 있으며 회사 명은 재키 찬 Ltd.를 비롯해 드래곤 스트림 등으로 알려졌다.사이먼 코웰은 2개의 회사를 BVI에 두고 2007년부터 바베이도스에서 음악 사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등록돼 있다. 이들 페이퍼 컴퍼니는 각각 2007년 2월과 10월에 설립됐는데 그 직후 코웰은 남태평양 섬 휴양지 바베이도스의 토지 두 곳을 사들였다가 되팔기도 했다. 그 토지는 유명인사의 호화 별장을 짓는 용도로 사용되었다고 알려진다.스탠리 큐브릭 감독은 자신의 딸 명의의 회사를 포함해 3개 업체를 BVI에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의 톱스타로 인기를 끌고 있는 오기륭(우치룽)의 이름도 ‘파나마 페이퍼’에 포함돼 있다. 오기륭이 자신의 회사인 호라이즌 스카이 테크놀로지 리미티드를 통해 홍콩 기업인 태양오락과 합작을 한 기록이 있다는 것이다. 오기륭은 “그 동안 법을 존중해 왔으며 회사는 정상적이고 합법적으로 경영하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팬들의 분노는 이미 치솟고 있다. 이 밖에 스페인 영화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와 비틀즈 멤버 폴 매카트니의 전 부인 헤더 밀스 등도 등재되어 있다. 스포츠스타들도 조세회피에 가담해 팬들에게 실망을 안겼다.이미 탈세 의혹 때문에 오명을 쓰고 있는 FC 바로셀로나의 축구 선수 리오넬 메시 뿐 아니라 유명 골프선수 닉 팔도 등도 파나마 페이퍼스에 언급됐다. 영국 기사 작위를 받은 골프선수 닉 팔도가 1995년부터 2009년까지 버진 아일랜드에 ‘블렌힘 로드’라는 페이퍼 컴퍼니의 단일 주주로 있었던 것이 확인됐다. 브라질 국가대표 축구 선수이자 EPL 첼시의 간판선수인 윌리안도 첼시로 이적하고 한 달 뒤인 지난 2013년 9월 버진 아일랜드에 유령회사를 설립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연예계든 스포츠계든 팬들의 박수로 사는 유명 스타들은 자신들의 부와 명예가 어디에서 비롯됐는지를 금새 까먹게 되는 모양이다.시간이 또 흐르면 조세회피를 일삼았던 스타들의 모습도 서서히 잊혀지고 대중은 또다시 성룡의 액션연기와 메시의 화려한 플레이에 열광할지도 모른다. 파나마 리스트를 더 파고들어봤자 무슨 의미가 있을까? 팬들과 이 사회가 그들을 단죄하지 아니하는 이상, 도덕적 해이는 쉽게 사라지지 아니할 테니 파나마나지 싶다.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2016-04-07 15:57 이재경 건국대 법학전문 대학원 교수/변호사

[브릿지 칼럼] 전세난에 주목받는 3가지 상품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올 들어 주택 거래가 대폭 줄어든 것은 물론, 가격이 떨어지는 곳도 나타나고 있다. 전세가격은 여전히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다. 거래 관망세가 확산되면서 임대수요가 다시 늘어나는 양상이고, 전세난이 장기화된 지역을 중심으로 전세가율은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2월말 기준 전국의 아파트 전세가격비율은 74.4%까지 상승했다.대출규제 강화와 주택 과잉공급에 대한 우려 탓에 이처럼 매매거래가 둔화되는 대신 전세가격 상승 부담과 국지적 전세난은 지속될 전망이다. 그 가운데 전세난을 피하려는 실수요자들의 관심을 얻는 상품들이 주목받고 있다. 바로 신규분양과 경매, 그리고 임대주택이다.‘신규분양’이 주목 받는 이유는 높아진 새아파트 선호와 분양대금 분할 납부의 편의성 외에도 비교적 투자가치가 높은 유망지역 물량들이 연내 공급될 계획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주거환경이 우수한 지역에서 공급되는 재건축, 재개발 아파트에 무주택자들의 관심이 높다. 특히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일반분양물량이 증가할 전망이어서 로얄층·로얄동 당첨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는 모습이다. 지난 3월부터 서울 강남권 재건축을 시작으로 전국 주요 도심 주거단지에서 잇따라 분양공급에 나선다.관심이 높은 만큼 주의도 필요하다. 입지와 분양가에 따라 청약결과도 양극화 될 것으로 우려돼, 장기 보유가치가 높은 상품에만 선별적으로 청약하고 중도금 대출과 잔금마련 등 자금계획을 꼼꼼히 세워야 한다.‘경매’는 시세보다 저렴하게 부동산을 매입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주목받고 있다. 올 들어 주택거래가 둔화되는 데 반해 전국의 법원경매 낙찰가율은 소폭 상승하는 양상을 보였다. 전세난이 지속되면서 환금성과 주거환경이 양호한 중소형 아파트 경매물건을 중심으로 실수요 관심이 이어진 결과로 분석된다. 다만 최근 시세보다 저렴하게 낙찰받는다고 해도 물건의 적정가치, 미래가격보다 저렴하다고 보장할 수는 없다. 경매 투자의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물건분석에 집중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임대주택’ 중에서는 정부가 집중 공급에 나선 뉴스테이와 10년 공공임대, 행복주택 등에 대한 관심이 높은 편이다. 민간건설사가 공급하고 8년간 거주할 수 있는 뉴스테이는 입지가 비교적 양호해, 임대 거주를 고려하는 중산층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0년 공공임대는 공공임대주택이긴 하지만 10년 동안 임대로 거주한 후, 분양전환을 통해 내집마련이 가능한 상품이어서 안정적인 거주와 내집마련을 동시에 해결하려는 무주택자들이 선호하는 상품이다. 올해는 구리갈매, 하남미사, 화성동탄2지구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2만 1천여 가구 가량 공급될 예정이다. 신혼부부와 대학생 등 젊은 층에 주로 공급되는 행복주택은 2015년에 이어 올해도 1만 1천여 가구 입주자를 모집할 계획이다. 취업준비생이나 대학원생에게도 공급기회가 확대됐다.올해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은 9만6000여 가구에 이른다. 기본적으로 무주택자 요건은 물론, 임대주택의 유형별로 소득요건 등이 까다롭기 때문에 미리 본인의 청약자격을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

2016-04-06 11:27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

[브릿지 칼럼] 모호해진 선진국 정책 색깔… 펀더멘털 살펴야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바닥 없이 내려갈 것만 같던 신흥국 통화가 강세 반전했고, 주가와 원자재 가격이 크게 상승했다.상황이 개선되긴 했지만 선진국 금융정책의 색깔은 약간 모호해졌다. 2월 말에 중국이 지급준비율 인하와 위안화 절상을 동시에 단행했다. 유럽 중앙은행도 여러 부양책을 내놓았지만 더 이상 마이너스 금리를 확대하지 않겠다고 얘기해 정책 효과를 스스로 까먹어 버렸다. 일본은 추가적인 부양 조치를 내놓지 않았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적 기조가 약해졌다. 예상했던 정책에 반대되는 정책을 끼워 넣음으로써 진정한 정책 기조가 무엇인지 파악하기 힘들게 만들었다. 그래서 ‘G20 상하이 비밀 합의설’이라는 음모론이 제기됐다.3월에 신흥국 통화가 강세가 되고 국제 원자재 가격이 상승했지만 아직 추세적인 전환은 아니다. 현재 국면이 좀 더 연장될 수는 있어도 계속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다. 2분기에는 3월과 다른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달러 강세와 원자재 가격의 조정이 나타날 확률이 높은데, 이에 맞춰 원화도 추가 강세보다 약세로 기울 것이다.3월과 상황이 바뀌는 가장 큰 이유는 펀더멘털 때문이다.시장 지표의 속도를 조절하기 위한 정책들이 시행되고, 금융시장이 거기에 반응했지만 전체 상황이 달라진 게 아니다. 환율이 대표적인데, 달러를 강하게 만드는 힘이 더 세지고 있다. 자금유출 속도를 조절하기 위해 중국이 위안화 절하에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지만, 위안화 고평가 정도를 감안할 때 절상을 마냥 늦출 수 없다. 유럽 역시 마이너스 금리를 확대해야 하는 처지여서 유로화 강세를 기대하기 힘들다. 미국은 금리 인상 횟수가 예상보다 줄긴 했어도 추가 인상 가능성이 사라진 게 아니다. 유가를 제외한 물가 상승률이 2%에 달하는데다 고용지표가 완전고용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서다. 미국은 다른 나라보다 정책적 부분의 역할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연준은 금리를 올릴 수 있을 때 조금이라도 정상화시켜 놓아야 상황이 좋지 않을 때 대응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실물 부분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는 내수소비 여력이 크지 않아 대외 부문에 의존해야 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주요 교역국의 대외수요가 부진할 경우 수출이 큰 폭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올들어 수출이 두 자릿수로 줄어들고 있는 건 심각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이미 한은이 경제성장률 전망을 3%대에서 2%대 중반으로 하향 조정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추가적으로 원화가 강해져 수출 증가율이 낮아질 경우 경제 전망치가 2%대 초중반으로 낮아질 수밖에 없다.외부 상황 호전을 발판으로 2000까지 상승한 종합주가지수가 더 이상 전진하지 못하고 있다. 2주 넘게 횡보를 거듭해 상승 동력이 떨어진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종합주가지수가 2000을 넘지 못하고 조정에 들어가면 이는 단기 시장뿐 아니라 중장기 흐름에서도 적신호가 된다. 과거보다 박스권의 고점이 낮아져 바닥을 두드리는 횟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지수가 위치해 있는 박스권은 6년을 이어온 틀이다. 이렇게 장기에 걸쳐 만들어진 구조가 바뀌려면 박스권을 뚫기 위한 여러 번의 시도가 있어야 한다. 위든 아래든 마찬가지인데 고점이 낮아지는 건 바닥을 뚫기 위한 시도가 빈번해진다는 신호가 되고, 저점이 높아지는 건 반대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얘기가 된다.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2016-04-04 13:46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브릿지 칼럼] 제4차 산업혁명을 어디다 담을까

박봉규 건국대 석좌교수제4차 산업혁명이 화두이다. 제4차 산업혁명은 인터넷을 매개로 한 정보혁명의 바탕위에 IoT(사물인터넷)를 통해 사람과 모든 사물을 연결하고, 이를 인공지능과 빅 데이타로 분석해 산업경쟁력은 물론이요 경제시스템 전체를 한단계 더 높이는 전략이다.산업단지는 제조업을 포함해 모든 산업을 담는 그릇이다. 현실 세계에서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사이버세상을 다루는 일도 허공에 앉아서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사무실이 있어야 하고 땅에 발을 딛고 일하는 사람이 머무르는 공간도 있어야 한다. 현실세계와 가상의 세상이 연결된 제4차 산업혁명을 위해서도 우리가 다시 산업단지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다.우리는 60년대 이래 제조업 중심의 수출주도형 정책을 추진하면서 산업발전 단계에 맞추어 여러 형태의 산업단지를 개발해 왔다. 한정된 국토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이 전략은 대단히 성공적이었다. 산업단지 안에 둥지를 튼 제조업은 경제성장과 고용을 견인함은 물론 경제위기를 당할 때마다 그 위기를 극복하는 데 중심적 역할을 수행해 왔다.그러나 조성된 지 40~50년이 된 이들 단지들은 재개발을 기다리고 있는 오래된 아파트처럼 산업입지로서의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 단지 내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인프라가 부족하고 특히 정주여건이 열악하여 삶의 질을 중시하는 청년들에게는 매력없는 공간이 되고 말았다. 이에 정부는 넓은 도로와 녹지공간은 물론이요, 교육과 문화복지 시설을 함께 갖춘 새로운 첨단단지 건설에 매달리고 있다.그러나 신규산업단지에 대한 개발계획의 수립과 건설 그리고 기업이 입주하여 도시기능이 제대로 갖추어지기 까지는 적어도 10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막대한 자금과 시간이 소요되는 신규단지의 개발보다는 이미 건설되어 있는 단지에 대한 기능개선과 리모델링을 통해 단지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더 적절한 방안이다.우리는 도심 속 낡은 산업단지를 새롭게 변모시킨 사례를 서울 디지털 산업단지에서 찾을 수 있다. 노동집약적 경공업 단지의 대명사였던 구로공단은 90년대 중반 아파트형 공장이라는 새로운 공장개념과 젊은이들을 위한 시설이 갖추어지면서, IT와 중소기업형 첨단산업을 중심으로 새로운 산업생산 공간으로 변모했다.단지기능 개선에는 큰 돈도 들지 않는다. 기본적인 인프라만 보강하고 단지용도에 대한 일부 규제만 완화하면 구체적인 사업추진은 개별기업에 맡겨도 된다. 신규단지 건설에 투입되는 재정의 일부를 기존단지의 공공인프라 확충과 기능개선에 투입하자. 생산시설구역 내 입주가능업종을 전통적인 생산기능 외에 기업지원이나 지식서비스산업 등으로 확대하고 생산시설 구역의 일부를 지원시설이나 생활환경 개선을 위한 용도로 변경해 주는 것이다.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이미 기반이 갖추어져 있는 것을 잘 활용하는 것이 시간과 돈을 절약하면서 효과도 극대화할 수 있는 대안이다.박봉규 건국대 석좌교수

2016-04-03 16:00 박봉규 건국대 석좌교수

[브릿지 칼럼] ‘주유소 카드 수수료’ 인하해 줘야

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올해 1월 말부터 영세·중소가맹점에 대한 신용카드 수수료가 인하됐다. 연매출 2억 원 이하 영세가맹점은 1.5%에서 0.8%로, 연매출 2~3억 원 이하 중소가맹점은 2.0%에서 1.3%로 0.7% 인하됐다. 하지만 카드 수수료 인하를 줄기차게 주장해 온 주유소 업계는 인하 대상에서 제외돼 실망감을 줬다. 정부의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에 대해 오는 4월 국회의원 총선을 앞두고 영세자영업자들의 표를 의식한 국회의원들의 압력에 못이긴 생색내기용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현재 주유소 업계의 카드수수료는 1.5%이지만 기름 값의 60%에 육박하는 세금 수수료까지 부담하고 있어 사실상의 수수료는 3% 이상이라 볼 수 있다. 휘발유 1500원(리터당) 기준으로 볼 때 22.5원이 카드 수수료인데 이 중 13.5원이 유류세 수수료인 것이다.2015년도 정부가 거둬들인 유류세액은 23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사가 전체 주유소로부터 거둬들인 수수료는 약 6000억 원에 이른다. 주유소 한 곳당 5000만 원 가량을 카드 수수료로 납부한 셈이다. 이중 3000만 원 가량은 유류세 부분에 대한 카드 수수료다. 정부가 부담해야 할 유류세 수수료를 정부를 대신해 세금을 거둬들이고 있는 주유소(징세협력업자)가 부담을 하고 있으니 주유소 입장에서는 억울할 따름이다.더욱이 지난해 한국주유소협회가 분석한 전국 주유소 경영실태에 따르면 주유소 당 영업 이익율은 1.0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해마다 폐업하는 주유소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영업 이익률 보다 많은 1.5%의 수수료를 부담하고 있으니 업계의 불만이 크지 않을 수 없다.그동안 석유유통업계는 주유소 업종의 특수성을 고려한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나 유류세 수수료에 대한 특별세액공제 제도의 도입을 기재부와 국회 등에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하지만 정부는 유류세 항목만 별도로 분리해 카드 수수료 징수에 예외 항목을 둘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이러한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부가 2016년 부가가치세법 개정을 통해 매출액 10억 원 이상 사업자를 신용카드 매출세액공제 대상에서 제외함에 따라 일부나마 세제 혜택을 받았던 주유소들이 모두 제외되고 말았다. 그동안 정부는 납세에 협력한 개인사업자의 세 부담 경감을 목적으로 신용카드 매출세액공제를 도입해 연간 500만원 한도까지 부가세 공제 혜택을 줬었다. 기존의 혜택마저 없애버린데 대해 주유소 업계는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는 반응이다.정부가 올해 1월말부터 전체 가맹점의 81.5%를 차지하고 있는 200만개의 ‘영세 및 중소가맹점’에 대해 수수료를 인하했지만 이들이 차지하는 매출은 전체 신용카드 매출액의 14.2%밖에 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번 수수료 인하로 카드사들의 전체 수수료 수익은 5% 정도 밖에 줄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국회 김영환 의원에 따르면 현재 카드사의 수수료 인하 여력은 여전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기준금리는 3.25%에서 1.5%로 하락했으며, 카드사의 당기순이익은 2012년 1조 3000억 원에서 2013년 1조 7000억 원, 2014년 2조 1700억 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일반가맹점과 대형가맹점에 대한 카드사들의 수수료 인하 요인이 충분이 있는 것이다.정부는 유류세를 거둬들이는 ‘창구역할’을 하고 있는 주유소 업계에 대해 수수료 인하나 특별세액공제제도를 도입해줘야 한다. 그것이 어렵다면 유류세라도 인하해 카드 수수료로 인해 겪고 있는 주유소 업계의 고통을 덜어주길 바란다.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

2016-03-30 10:46 양진형 한국석유유통협회 상무

[브릿지 칼럼] '이쁘냐?'

한상우 순천향의대 교수여자를 말할 때 모든 남자가 딱 한 가지 질문만 한다고 하지요! “이쁘냐?”남자가 예쁜 여자를 싫어한다면 그건 이상한 일입니다, 그러니 이런 인간의 본능적 욕구가 무슨 문제가 되느냐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그러나 여기에 중요한 비밀이 숨겨져 있습니다. 인간의 아름다움을 화려한 외면으로 평가하는 것은 쉽고, 내면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된다는 것은 그 사람을 존중하고 아끼는 마음입니다. 내 마음 속에서 상대방을 소중하게 아끼는 마음이 생기게 하는 힘(에너지)을 외부의 공급에 의존하는 것이 “이쁘냐”이고 이것은 쾌락본능의 모습입니다.상대방을 존중하는 마음이 내 마음에서 자연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자극(아름다움)에서 얻는 것이므로 사실 내 마음에는 존중도 없고 아끼는 마음도 없고 사랑하는 마음도 없는 것입니다. 아름다움에 대해 싫증이 나는 순간 내 마음 속에 불타던 사랑이 사라져 버리고 무관심만 남게 됩니다. 이렇게 쾌락본능을 충족시키는 아름다운 외모는 쉽게 사랑에 빠지게 하지만 정신의학은 이것을 ‘거짓 사랑’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면 진짜 사랑은 무엇일까요? 참 사랑은 내 마음 속에서 끊임없이 샘솟는 사람에 대한 따뜻한 감정입니다. 사람에 대한 우리의 감정은 가까운 관계일수록 때로는 온화하지만 때로는 냉정합니다.또 어떤 사람에 대해서는 호감을 느끼지만 어떤 사람은 못 마땅하고 화가 나기도 합니다. 우리 모두가 바라는 내 자신의 모습은 인자하고 편안한 사람이지만 현실에서 내 속 마음은 미워하고 화내는 모습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내 불편한 마음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속으로 감추는 억압(Repression)이라는 방어를 흔히 사용하기 때문에 겉으로 편안해 보이는 사람도 마음의 바다에는 태풍과 비바람이 몰아치고 있으며, 이런 감춰진 내면의 모습 때문에 혼란과 갈등을 느끼게 됩니다. 마음 속 갈등을 대하는 우리 사회의 일반적 경향은 해결할 수 없는 것으로 치부하거나, 갈등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아주 잘못된 우리의 관습입니다.정신의학은 이런 마음의 상태를 분열(Splitting)된 상태라고 합니다. 좋은 마음과 나쁜 마음이 분열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왜 우리의 마음은 이렇게 갈팡질팡 하는 걸까요? 인간의 정신 발달은 좋은 마음(따뜻한 모성에 대한 반응)과 나쁜 마음(모성이 결핍됐을 때 느끼는 마음)이 주도권 싸움을 하는 영유아기부터 시작됩니다. 이상적 부모에 의해 양육될 때 아이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만족스런 반응을 ‘좋은 마음’이라 하고 이런 이상적 부모의 역할이 결핍됐을 때 아이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불안하고 두려운 반응을 ‘나쁜 마음’이라 합니다.인간에 대한 따뜻한 마음은 어린 시절 좋은 부모가 내게 만들어준 좋은 마음이 인간에 대한 사랑의 원천인 것입니다. 자 이제까지 “이쁘냐”에 목 메고 살아온 분들은 자신이 결핍과 억압 그리고 분열의 문제를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 아닌지 스스로 자문해 보시기 바랍니다. 한상우 순천향의대 교수

2016-03-28 14:24 한상우 순천향의대 교수

[브릿지 칼럼] '메기' 덕에 더 강해진 까사미아

이해익 경영컨설턴트“이케아는 홈 퍼니싱 산업의 세계적인 공룡기업입니다. 재작년에 굉음을 내며 한국에 상륙했습니다. 그야말로 ‘이케아 공포’가 엄습했습니다. 한국의 토종 기업들은 모두 초토화 될 것이라고 벌벌 떨었죠. 당연히 혁신에 박차를 가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케아의 등장으로 동종업계 ‘빅 10’간의 경쟁은 치열해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들 회사들은 더 강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랭킹 3위의 까사미아도 그렇습니다. 이른바 ‘메기 효과’인 거에요. 이케아가 메기 구실을 한 셈이죠. 반면에 경쟁력이 없는 기업들은 대부분 고꾸라졌습니다. 까사미아 차원에서는 이케아 제품이 중저가라면 중저가 전략으로 맞서고 있습니다.”창립 34돌을 맞는 까사미아의 창업자 이현구 회장(67)의 뜨거운 술회다. 까사미아는 홈 퍼니싱 시장의 강소기업이다. 매출액 순위는 3위지만 영업이익률은 금메달감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보다 14.2% 늘은 1380억원이지만 영업이익율은 9.5%로 전년(2.5%)보다는 낮아졌다. 치열했던 경쟁 때문이다. 부채비율은 31.8%. 코스피 상장기업 부채비율(122%)의 약 4분의1 수준이다. 내부유보율은 1000%가 넘는다.이렇게 탄탄한 기업경영을 토대로 이회장은 사회적 환원에도 적극적이다. 모교인 성균관대 경영대학 동문회장을 역임하는 등 그의 아호를 딴 중봉(中峰)재단을 통해 총14억원을 기부했다. 또한 현재는 모교인 서울고 총동창회장을 맡아 적극 봉사하고 있다.20여년 전 S그룹 L회장이 등장하면서 한국인들에게 알려진 ‘메기 효과’라는 게 뭔가? 한마디로 가혹한 환경에서 발전이 이뤄진다는 경제법칙이라고 할 수 있다.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북해에서 청어를 잡아 수조에 넣어 육지로 운반할 때 중간에 많이 죽었다. 또 싱싱하지 않아 제 값에 팔 수 없었다. 어떻게 하면 청어를 싱싱하게 유지 할 수 있는냐가 문제였다. 그 당시는 당연히 냉장시스템도 없을 때였다. 그런데 노르웨이의 한 어부는 늘 싱싱한 청어를 운반하면서 큰 돈을 버는 게 아닌가? 다른 어부들이 그 비결을 알려고 갖은 노력을 했다. 하지만 그 어부는 비법을 알려주지 않았다. 그 어부가 죽은 후에야 사람들은 그의 배안에 있는 수조 속에서 메기를 발견하고 비결을 찾아냈다. 그 어부는 청어를 운반할 때 수조에 청어의 천적인 큰 메기 몇 마리를 넣었던 것이다. 청어들은 메기에게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죽기 살기로 도망쳐 다녔을 것이다. 물론 수백마리 중 몇 마리는 메기에게 잡아 먹혔지만 다른 청어들은 배가 육지에 도착할 때까지 싱싱하게 살아오는 것이었다.이를 ‘메기 효과(catfish effect)’라고 한다. 영국의 역사가인 아놀드 토인비도 이 메기효과의 일화를 즐겨 사용했다. 가혹한 환경이 문명을 잉태하고 인류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었다는 자신의 역사이론을 설명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했다. 세상 일이 지나치면 미치지 못함보다 못하다는 뜻이다. 미꾸라지로 꽉 찬 수조에 메기를 집어넣으면 일정기간은 미꾸라지들이 자극을 받아 생기가 돈다. 하지만 한계를 넘으면 산소와 에너지 고갈로 오히려 사망률이 놓아질 수 있다. 세심한 관찰과 정책판단이 필수적이다. 그게 경영이고 또한 정치다.이해익 경영컨설턴트

2016-03-27 10:28 이해익 경영컨설턴트

[브릿지 칼럼] 노새의 짐과 성공

정보철 이니야 대표어떤 사람이 노새에게 물었다. “오르막길이 좋으냐, 내리막길이 좋으냐?” 그러자 노새가 비웃듯이 말했다. “오르고 내려가는 길이 무슨 문제인가. 중요한 것은 수시로 얹고 내리는 내 등에 실린 짐이다.”사람들은 노새의 등짐을 보지 못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성공의 경험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등짐을 헤아릴 줄 모른다. 그들이 바라보는 것은 오직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다. 올라가면 환호하고 내려가면 낙담한다. 그들은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은 하나이며 같다는 것을 모른다.성공과 실패 역시 마찬가지이다. 성공과 실패는 하나이며 같다. 성공이 성공을 불러들이는 게 아니다. 실패가 실패로 귀결되는 것도 아니다. 성공은 실패로 이어지고, 실패는 성공으로 연결되는 일이 다반사이다.전쟁의 역사는 이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천년제국 로마가 번성할 수 있었던 여러 요인 중 하나는 실패를 인정하는 사회 분위기였다. 기원전 3세기경 제2차 포에니 전쟁 당시 로마가 지휘관으로 선택한 자는 수년전 카르타고에 포로로 잡힌 그나이우스 스키피오 장군이었다. 실패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경험과 교훈을 바탕으로 그는 카르타고 군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었다.성공이 실패를 불러들인 사례로는 태평양 전쟁이 있다. 태평양 전쟁에서 일본이 패배한 원인 중 하나는 아이러니하게도 일본의 막강한 해군력이다. 근세에 벌어진 청일전쟁, 러일전쟁에서 일본은 막강한 해군력으로 예상외의 대승을 거둔다. 일본의 수뇌부는 이후 수십 년간 해군력의 강화에 힘썼다. 반면 해전은 종전과 같은 전함의 싸움이 아니라고 판단한 미국은 항공기와 항공모함의 증산에 치중했다. 결과가 말해주듯 일본의 해군력은 미국의 항공기와 항공모함에 철저히 유린되고 말았다.성공과 실패가 하나이며 같다는 것을 빈번하게 보여주는 곳은 역시 비즈니스세계이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하지만 10년을 유지하는 승자를 보는 것은 극히 어렵다. 워크맨, 비디오카메라 등 숱한 핫 아이템으로 세상에 충격을 준 소니의 화려한 등장과 몰락은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이 대목에서 두 가지 물음이 있다. 하나는 성공의 경험이 왜 실패로 이어지는가? 또 다른 하나는 실패의 경험이 어떻게 성공을 불러오는가?물음에 대한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현실을 바라보는 시야의 문제이다. 성공하면 시야가 좁아지고 실패하면 역으로 시야가 넓어지는 것이다. 성공은 모방을 의식 없이 받아들이고, 권력을 지향하게 만든다. 모방과 권력은 고정관념이다. 고정관념에 사로잡히면 변화에 반응할 수 없다. 혁신과 창조는 이미 물 건너간다.시야의 확보가 그토록 중요한 것은 현실은 항상 변하기 때문이다. 흐르는 강물을 영원히 붙잡을 수는 없듯이 현실에서 변화를 고정시킬 수는 없다.앞서 말한 노새의 짐은 현실을 풍자한다. 항상 변하는 현실을 볼 수 있는 시야의 확보가 성공의 지렛대이다. 성공은 현실고착을 원할 것이다. 실패는 현실변화를 눈여겨볼 것이다. 여기에 성공과 실패가 뒤바뀌는 원칙이 숨어 있다.정보철 이니야 대표

2016-03-24 15:10 정보철 이니야 대표

[브릿지 칼럼] 전기차 활성화 아직 멀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필자는 한국전기차협회장이다. 그러나 아직 전기차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안하고 있다. 아직 내연기관차 대비 가격이 높고 불편한 게 많아 서다.충전시설은 물론 운행거리, 내구성 등 어느 하나 만족스런 부분이 업다. 최근 제주 국제 전기차 엑스포가 3회째 개최되어 분위기를 돋구고 있지만 본격적인 전기차 시대는 멀었다고 판단된다.일생 동안 약 4~5번의 자동차를 교체할 만큼 자동차 교체는 쉽지 않은 과정이다.수년 이상의 계획을 세우고 열심히 자금을 모으고 좋아하는 차종과 특징은 물론 가족들의 의견 등 다양한 계획을 기반으로 최종적으로 차량을 구입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약점이 크게 작용하면 당연히 후보대상에서 탈락하게 된다. 전기차가 구입대상이 되려면 내연기관차 대비 강력한 장점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전기차 판매는 구입시기와 지자체별 차량대수, 선택의 폭 등 각종 약점까지 누적되어 있어서 구입하고자 하는 욕구가 발생하기는 쉽지 않다.국제 환경 규제의 강화로 인하여 현실적으로 완전한 무공해 자동차인 전기자동차는 그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이에 따른 주도권 확보가 국가별로 현안이 되면서 아직은 상징적이지만 전기자동차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는 것이다.기술적 진보는 당연하고 상기한 각종 약점을 누가 빨리 극복하고 활성화시키는 가가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특히 국민의 긍정적인 인식은 중요한 현안이다. 전기차의 각종 약점을 지우고 각종 인센티브를 누적시키면서 전기차 구입을 당연시 하는 분위기 조성은 더욱 중요할 것이다. 이웃 중국은 우리보다 약한 기술력임에도 불구하고 중앙정부 차원에서 전기차 시대를 앞당기고자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인들의 전기차 인식과 정책적인 지원은 우리가 이미 수년은 뒤졌다고 확신한다.당연히 유럽이나 미국은 물론 일본도 우리보다 훨씬 앞서 있다. 가장 대표적인 국가가 노르웨이이다. 수십 %에 이르는 신차 가격의 할인과 무료 충전, 무료 주차,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은 물론 도심지 버스 전용차로에도 전기차를 운행할 수가 있다. 모든 것이 전기차 활성화에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작년 판매된 모든 신차의 약 20%가 전기차일 정도이다. 전기차의 약점은 아직 많지만 이를 극복하는 각종 지원정책이 약점을 덮고 있다.우리나라의 올해 전기차 공급대수는 약 8000대이다. 내년은 2만대다. 그러나 전기차를 구입하려는 분위기는 살리지 못하고 있다.한국형 선진 시스템 구축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당분간 지속적인 보조금 지원과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문턱 낮추기는 기본이다. 특히 일년 내내 전국적으로 지원을 받으면서 전기차를 아무 때고 구입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시급하다. 두 번째로 도심지의 아파트에 거주하는 특수성을 고려한 충전기 설치방법에 아이디어를 모아야 한다.무엇보다도 전기차 소유자들의 강력한 운행 상의 인센티브가 중요하다.전기차 전용 번호판은 물론 도심지 버스 전용차로 비보호 진입이 가장 큰 관건이다. 당연히 고속도로 통행료 할인 등 경차 이상의 혜택도 기본이라 할 수 있다. 전기차 구입을 고려하는 개인들에게 강력한 유인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어야 할 시기이다.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2016-03-23 14:27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브릿지 칼럼] 베이직석 도입 '항공사의 꼼수'

정인호 VC경영연구소 대표최근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여객기에서 가장 저렴한 이코노미석보다 더 낮은 단계인 베이직(Basic) 등급 좌석을 도입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해 이미 델타항공이 베이직석을 도입한 데 이어 올해 유나이티드항공과 아메리칸항공도 베이직석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전했다.베이직석은 이코노미석과 좌석 크기는 같다.하지만 이코노미석 승객이 누리는 주요 권리를 포기해야한다. 비용적 부담이 적다보니 경치를 볼 수 있는 창가석과 기내 앞쪽은 엄두도 못 낸다. 일단 예약 시 좌석 선택 권리가 없기 때문에 주요 기피 좌석인 기내 뒤쪽의 통로석 사이에 강제로 배정받는다. 예약 후 24시간이 지나면 취소나 환불도 안 된다. 기내 사정에 따라 간혹 제공되는 좌석 업그레이드 서비스에서도 배제된다. 항공사들은 왜 이런 서비스를 내놓았을까?기내에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구별이 심해지는 양극화 현상을 노골적으로 드러낸다는 사회적 비판을 무릅쓰고 말이다. 만약 당신에게 싼 가격을 매겨 좌석이나 서비스에서 악조건을 제시해 굴욕적인 느낌이 들게 만든다면 어떤 결정을 내리겠는가? 진정 경제적 어려움이 있는 고객이 베이직석을 타며 여객기를 이용할까? 결국은 돈을 더 내고서라도 이코노미석을 이용하도록 유도하려는 의도다. 더구나 좌석 등급을 세분화하려는 명분으로 베이직석을 만들어놓고 이코노미석의 가격을 살짝 올리는 전략을 쓴다면?항공사의 3단계 등급 좌석 도입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다.학생 그룹에서 무작위로 선택한 사람들에게 2만원을 준다. 그 2만원을 그대로 가지고 있어도 되고 고급 제품인 파커 볼펜과 바꿔도 된다고 했다. 실험결과 120명 중 65%가 2만원을 그대로 보관했고 35%가 볼펜과 교환했다. 다음은 제3의 선택으로 파커 볼펜보다 싼 모나미 볼펜을 추가해 위와 마찬가지로 교환 희망자를 조사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50%가 2만원을 보관했고, 48%가 고급 볼펜과 바꾸기를 바랐다. 나머지 2%는 싼 모나미 볼펜을 희망했다. 싼 볼펜인 모나미 볼펜이 제3의 선택 대안으로 등장하자 2만원과 고급 볼펜 사이의 선호가 바뀐 것이다.이처럼 여러 대안 가운데 양극단을 배제하고 중간에 위치한 대안을 고르는 심리현상을 ‘타협효과’(Compromise Effect) 또는 ‘극단 회피성’이라고 한다. 쉽게 말해 적당히 중간선에서 타협하는 심리인 것이다.이런 식으로 선택을 바꾸는 일은 실로 매우 빈번하다. 이는 사람들이 종종 비교하기 힘든 두 가지 대안 중에서 결정을 내리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발생하는 현상이다.즉 두 가지 모두 매력적이며 하나를 선택했다가는 나중에 후회할지 모른다는 염려와 걱정 때문에 어느 한쪽을 쉽게 선택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 관련성이 무관해 보이는 새로운 대안을 살짝 끼워 넣으면 그것이 인간의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항공사들이 주로 팔고자 하는 상품인 이코노미석을 의도적으로 한중간 위치에 두기 위해 베이직석을 도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인간의 극단 회피성을 고려해 베이직석을 도입한 항공사의 꼼수를 칭찬해 줄 수는 없지만 인간의 본성을 제대로 아는 것은 중요하다. 사회든 경제든 정치든 결국은 인간의 본성에 답이 있기 때문이다.정인호 VC경영연구소 대표

2016-03-21 15:08 정인호 VC경영연구소 대표 기자

[브릿지 칼럼] 시장 무지가 초래한 면세점 정책실패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공든 탑이 무너진다’는 말이 어울리는 상황이다. 세계 1위 면세점 점유율을 자랑하는 대한민국 면세점 시장이 흔들리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 국회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이로 인해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 사업을 접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고, 대규모 투자자금과 관련 일자리들이 사라지게 되었다. 마치 조선의 금난전권과 같이 정치가 경제를 쥐고 흔들고 짓밟은 것이다.사업권을 줬다 뺏었다 하는 정치인들의 전근대적 행태는 시장에 대한 무지에서 나온다. 자본주의에 대한 반감과 경쟁력 있는 기업을 옥죄는 것이 정의라고 믿는 반시장적 정서가 만든 정치실패다.이 법은 흔히 ‘홍종학법’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 홍종학 의원이 대표발의한 관세법 개정안이 부른 참상에 정부는 왜 수수방관 했을까? 관세청과 관련 부처는 관료사회의 속성에 충실해 경제를 통제할 수 있는 규제와 심사 권한을 거부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면세점 사업은 정치적으로 안배하고 적당히 통제해도 되는 그런 시장이 아니다. 우리 경제는 개방된 체제이며 면세점 시장 또한 글로벌 경쟁에서 예외일 수 없다. 글로벌 브랜드를 갖춘 세계적인 기업들도 쓰러져 나가는 상황이다.글로벌 수준에서 투자전략을 짜고 효율적 경영구조를 만들지 못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 시장의 파이를 더 키우고 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시기에 국회의 무지와 정부 관료들의 통제 욕망이 시장의 경쟁력을 파괴한 것이다. 더 이상 면세점 시장을 우물 안 개구리의 관점에서 보면 안된다.정부가 자의적 기준을 가지고 사업자를 심사하고 선택하려 해서는 안된다. 특허권을 차지하기 위한 정치인·시민단체·관료 눈치보기는 소모적인 경쟁이다. 누가 사업을 할지는 소비자가 결정할 일이다. 소비자를 위한 경쟁에 충실해야 기업도 발전하고 일자리도 늘어날 수 있다. 이제는 심사제를 폐지하고 다시 신고제로 전환해야 한다.계속해서 심사제를 유지한다면 사업자들은 어떻게든 정치적 이득을 얻기 위한 이전투구 싸움에 나설 것이다. 정부는 정치적 이득을 얻기 위해 선심성 결정을 할 것이고 이는 또 다른 정책실패를 부른다. 정책실험이 반복될 뿐이다.정부가 시장을 통제하려는 욕구를 버리고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해법이다. 경쟁을 통해 소비자 선택을 받는 기업이 살아남고 사업을 지속하는 것이 건강한 시장이다.특허권의 특성을 고려해 수수료율을 적절히 정하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지금의 수수료율에도 적자를 면하지 못해 특허권을 반납하는 업체가 있다. 수수료율이 너무 높은 것도 너무 낮은 것도 모두 기업 생태계에 해롭다.수수료율이 무리한 진입을 야기할 정도로 너무 낮은 것도 문제지만, 너무 높아 채산성을 떨어뜨리고 경쟁을 막는 진입장벽이 되어서도 곤란하다. 경쟁을 유도하고 업계의 생산성을 높이는 적정한 수준에서 결정될 필요가 있다.정부는 자의적인 판단을 지양하고 경쟁 환경이 유지 되도록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 나머지는 소비자의 선택에 맡겨두는 것이 국내외 관광객, 나아가 한국 경제를 위한 올바른 길임을 명심해야 한다.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

2016-03-20 18:00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

[브릿지 칼럼] TV포맷 사용설명서

이재경 건국대 법학전문 대학원 교수/변호사‘무한도전’, ‘아빠 어디가’, ‘꽃보다 할배’, ‘나는 가수다’…. 최근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 예능 프로그램이다. 이제는 우리나라 방송프로그램의 포맷이 외국 안방을 찾아가는 시대가 된 것이다. K-팝, K-드라마를 넘어서 ‘K-포맷’ 수출이 한류의 또 다른 젖줄이 되었다.그러나 K-포맷의 미래는 멀고도 험난하다. 한국 포맷에 대한 무단 베끼기가 골칫거리로 등장했기 때문이다.일례로 중국 상하이 동방위성TV의 ‘사대명조’(四大名助)는 KBS2 인기 예능 ‘안녕하세요’를 표절해 중국 내에서 논란이 됐다.국내외가 시끄러워지자 포맷권리 소유자인 KBS는 동방TV에 표절로 인한 권리침해에 대해 즉각 방송중단과 정당한 판권 구입을 공식 요구했고 중국 규제기관인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이하 광전총국)에 행정구제 등의 절차를 요청한 상태다. 더욱이 이 같은 불법적인 제작 과정에 한국에서 건너간 인력들이 관여하고 있어서 우리 방송계에서도 자성론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당국의 직·간접적인 규제도 K-포맷 열풍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한국의 방송통신위원회 격인 중국 광전총국은 방송국당 포맷 수입을 연간 1편으로 제한하고 있다. 동시에 미성년자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엄격하게 통제하면서 중국판 ‘아빠 어디가’의 제작이 전격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한국 프로그램에 대한 보이지 않는 견제가 시작된 것이다.전통적인 저작권법 구조에서는 ‘아이디어’가 아닌 ‘표현’만 보호하고 있기 때문에 방송 포맷 권리 보호가 아직 미흡하다. 영국, 미국 등 대부분의 외국 법원에서는 아직 아이디어의 영역에 있는 방송 포맷을 저작물로 적극 인정하고 있지 않고 있다.방송시장에서 포맷의 비중이 점점 더 커지는 추세를 감안할 때 포맷의 저작권 인정에 대한 전향적인 태도가 전 세계적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포맷의 유사성 판단기준도 막연하다. 편집저작물의 성격을 지닌 포맷 고유의 특성을 고려해 유사성 및 침해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따라서 포맷 분쟁에서는 저작권법 외에도 부정경쟁방지법, 비밀유지 및 경업금지의 법리까지 동원해 적절한 보호정책이 강구돼야 한다. 포맷거래 협상과정에서 비밀유지조항, 인력채용제한조항을 통해 제2, 3의 침해행위를 막고 국내 인력의 유출에도 대비해야 한다. 또한 중국 등 해외당국과 긴밀히 협조해 행정적 규제를 완화하는 외교적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 무엇보다 TV프로그램 포맷 수출을 염두에 둔다면 분쟁해결을 위한 국제적인 인프라를 갖추는 일이 급선무이다. 이를 위해서는 TV 프로그램 포맷 관련 비영리 국제기구인 ‘포맷등록 및 보호협회’(FRAPA)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FRAPA는 세계지식재산권기구 WIPO와 제휴해 포맷 중재기구를 운영하고 있으며, 한국콘텐츠진흥원도 작년부터 FRAPA 등록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한국 TV포맷이 제값을 받고 해외로 수출되려면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이 같은 난관을 극복하려는 노력은 곧 해외시장에서 K-포맷이 제2, 제3의 한류 전성기를 이끌 토대가 될 것이다.이재경 건국대 법학전문 대학원 교수/변호사

2016-03-16 15:06 이재경 건국대 법학전문 대학원 교수/변호사

[브릿지 칼럼] 제2의 구글을 탄생시키려면

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천재 한 명이 나라를 먹여 살린다”는 말을 기업 총수나 국가 지도자가 종종 하지만 제대로 짚어본다면 실은 한 명이 아니고 늘 두 명이었다.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구글 모두 예외가 아니다. 관점을 바꿔 “기업 하나가 국가를 먹여 살린다”고 한다면 그 후보는 어딜까. 지난 10여년에 걸쳐 전세계 업종을 통틀어 본다면 세계시장 점유율 각각 90%를 거뜬히 상회한 온 MS와 구글, 단연 이 두 기업이 아닐까 한다. 40여년 역사 관록의 MS에 비해 구글은 여전히 약관이다. 현재 구글세(Google Tax)라는 새로운 관문을 통과하고 있는 점에서도 그렇다. 구글의 시작은 매우 평범했으나 지금은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어떻게 가능했던 것일까. 왜 미국땅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는 불가능했던 걸까.“왜 우리나라에는 구글 같은 기업이 하나도 없는가”라는 이른바 ‘구글 타령’은 이제 더 이상 한국에만 국한된 의문이 아니다. 영국에서도 토니 블레어 전 수상이 대학 교수들을 초대해 똑같은 질문을 던진 것이 지금으로부터 8년 전이었다. 이에 대해 속시원한 대답을 들은 이는 아직까지 아무도 없다. 그후로도 구글의 성장세는 멈출 줄 몰랐고 지금은 구글세라는 새로운 명목으로 영국을 비롯한 유럽 각국에서 큰 홍역을 치르고 있다.구글세가 유럽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주된 이유는 과세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프랑스와 영국의 입장 차이에서 비롯된다. 프랑스가 연간 무려 3조원에 달하는 거액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영국은 대조적으로 십 분의 일도 되지 않는 수준인 2000억원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정부의 처사가 굴종적이라는 여론이 비등했으나 영국정부는 더 이상 요구할 계획은 없다는 종전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구글세 논란은 이제 유럽이라는 테두리를 넘어 한국 일본 등으로 확산할 전망이다. 한국정부는 이런 가시화된 현안에 대한 대응책을 정부가 마련하는 일과 구글타령에 대한 해답을 구하는 일, 이 두 가지 숙제 중 어느 것부터 먼저 착수하는 것이 중요한지 고심해봐야 할 것이다. 구글이 구글다움을 갖추기까지는 미국정부가 집요하게 맏형 노릇을 해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더욱 그러할 것이다.한마디로 요약하면 구글은 1940년대 컴퓨터, 1950년대 운영체제(OS) 그리고 1960년대 인터넷에 이어 미국정부가 탄생시킨 또 하나의 야심작이다. 구글의 최초 창업소재가 미국내 공공도서관 문서 디지털화 작업이었다고 하면 더 이상 증거를 댈 필요가 없을 것이다. 교과서적으로 보면 컴퓨터는 펜실바니아 대학이, OS는 MIT가, 인터넷은 UCLA 대학이 탄생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숨은 진실은 겉으로 드러난 기록과 사뭇 다르다.모두 다 예외 없이 미국 국방부의 주도면밀한 전략계획 차원의 산출물들이다. 이 4개의 걸작품은 또 모두 예외 없이 단 몇 년이 아닌 무려 10년씩에 걸친 노력의 결과물들이다. 정부 차원의 이런 수준의 끈질긴 노력을 전제하지 않고는 한국이든 영국이든 어느 정부도 구글 타령을 늘어놓을 자격이 없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숙제 현안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해답의 발원지에 도달하기 위해 문제를 원천적으로 파고 들어가는 자세가 한국정부에 요구된다.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2016-03-14 14:40 문송천 카이스트 경영대학원 교수

[브릿지 칼럼] 핀테크의 핵심 인프라, 빅데이터에 관심을

정유신 핀테크지원센터장 겸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nbsp;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대결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뜨겁지만, 인공지능도 빅데이터가 구축돼 있지 않다면 힘을 발휘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금융산업에서의 핀테크 활용도 빅데이터가 핵심 중의 핵심이다. 지금까지 금융업계의 데이터 활용은 고객 재무정보에 따라 신용도를 평가, 대출금리를 계산하는 정도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고객의 비(非)재무정보가 대량 축적되면서, 새롭고 다양한 핀테크 서비스들이 선을 보이고 있다. 고객의 재무 및 비재무정보를 포함한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이미 미국, 영국, 중국 등 핀테크가 활발한 국가에선 대출, 증권, 자산 운용 등 금융의 전 분야에서 빅데이터가 활용되고 있다. 대표사례론 P2P(개인간) 대출로 유명한 미국의 렌딩클럽을 꼽는다. 방대한 SNS 데이터분석을 통해 신용분석이 은행보다 훨씬 빠르고, 성과도 은행 이상이란 평가다. 또 구글 출신 데이터분석가와 금융전문가들이 창업한 제스트파이낸스(ZestFinance)는 은행들보다 훨씬 많은 수 천 개의 평가요소를 이용해서 통상 대출이 어렵다는 저신용자들에게도 대출 가능한 수익모델을 제공한다. 이를 이용할 경우 금융기관은 대출자의 저변을 확대할 수 있어 경쟁자보다 더 나은 비즈니스 기회를 갖게 되고, 대출자는 이제껏 불가능했던 대출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한다.중국에선 알리바바가 빅데이터의 선두주자다. 2011년부터 전자상거래 사이트 내 거래량, 재구매율, 만족도 등 정량 데이터와 구매후기, 판매자와 구매자간 대화 등 정성 데이터를 구축, 소액대출서비스인 알리파이낸스를 출시했다. 특히 알리바바의 빅데이터는 전자상거래상의 실거래정보여서 그만큼 대출여부 판단에 유용하다는 평가다.보험업계는 어떤가. 아직 빅데이터 활용이 크진 않지만, 통계와 확률의존도가 높은 보험산업의 성격상 향후 빅데이터는 보험의 전 프로세스를 혁신시킬 잠재력을 갖고 있다고 한다. 예컨대 미 개척영역의 보험상품을 개발할 수 있고, 적시에 필요한 사람에게 최적화된 보험상품을 판매할 수 있으며, 알고리즘을 통해 보험금 지급심사, 보험사고 조사 등을 빠르고 정확하게 진행할 수 있다. 해외에선 운전습관 연계보험이 활성화돼서 안전한 운전습관을 가진 운전자들은 보험료를 할인 받는다. 일부 국내 IT(정보기술)업체와 보험사들도 이들 상품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IoT(사물인터넷) 및 빅데이터 기술과 보험상품을 융합할 경우 운전자들에게 합리적인 보험료를 산정해주고 안전운전습관을 유도해줄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한다.빅데이터는 증권사 리서치나 자산운용방식을 다변화시킬 수 있다. 증권이나 운용사 내 리서치 영역도 핀테크의 SNS 빅데이터 분석과 결합할 경우 새로운 수익모델로 독립될 수 있다. 영국의 켄쇼가 대표사례다. 최근 뜨고 있는 로보어드바이저들도 빅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고객맞춤형 자산운용회사다. 원조격인 미국의 웰스프론트는 이미 핀테크 평가기관들이 최고의 혁신서비스로 평가할 정도로 기술력이 앞서 있다.아무튼 올해는 핀테크가 성장 2단계로 도약해야 할 시점이다.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결이 인공지능과 빅데이터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킨 만큼, 핀테크의 핵심 인프라, 빅데이터 활용에도 적극 나서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정유신 핀테크지원센터장 겸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2016-03-13 13:58 정유신 핀테크지원센터장 겸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브릿지칼럼] 트럼프 돌풍은 계속될까

박종구 초당대 총장도널드 트럼프의 인기가 식을줄 모른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를 노리는 부동산 재벌의 거칠 것 없는 행보에 미국 사회가 들끓고 있다.그는 뉴햄프셔, 네바다,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에서 승리했고 3월 1일 ‘슈퍼 화요일’ 경선에서도 가장 많은 대의원을 확보했다. 전통적인 공업벨트인 중부 미시간주에서도 승리함으로써 막강한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기독교 복음주의자의 지지를 등에 업은 텍사스주 상원의원 테드 크루즈의 맹추격을 받고 있으나,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그의 인기 비결은 무엇인가. 백인 유권자의 분노가 그를 유력한 대선 후보로 끌어올리고 있다. 유권자의 약 60%를 차지하는 백인, 특히 백인 근로계층의 불만이 정치 초년병의 최대지지 세력이 되었다. 버니 샌더스가 “미국인이 분노하고 있다”는 선동적 슬로건으로 민주당 경선 판도를 뒤흔드는 것처럼, 자극적 발언으로 공화당 표심을 끌어 모으고 있다.대중에 어필하는 그의 메시지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미국 정치를 쥐락펴락하는 워싱턴에 대한 비판 정서다. 스스로를 워싱턴 아웃사이더로 포장하고 있다. 둘째, 현행 시스템이 부당하게 왜곡되어 있어 변화가 불가피하며 자신이 변화를 견인할 정치인이라는 것이다. 셋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포퓰리즘적 화두를 던져 경기침체와 소득정체 등으로 의기소침해진 국민들에게 어필하고 있다.트럼프주의(Trumpism)에는 국민들의 분노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 이는 지난 수십년 간 국민의 삶의 질이 계속 나빠진 데 크게 기인하고 있다. 근로자에게 돌아가는 몫을 나타내는 노동분배율이 1970년 68.8%에서 2013년 60.7%로 악화되었다. 중산층의 삶을 가능케 했던 제조업 일자리가 1979년 1930만명에서 2015년 1230만명으로 36% 줄어들었다. 소득분배도 악화되어 전체소득의 약 8%를 차지하던 상위 1% 계층의 몫이 20%선으로 늘어났다.멕시코 국경에 담을 쌓고 1100만명에 달하는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고 무슬림 입국을 금지하는 극단적 발언으로 공화당 내부 분열이 가속화되고 있다. 트럼프주의는 공화당의 핵심가치에 배치되고 본선에서 민주당 후보에게 필패할 것이라는 우려가 반 트럼프 정서를 부추기고 있다.‘네버 트럼프(Never Trump)’ 운동이 밋 롬니, 존 매케인 전 대통령 후보를 중심으로 힘을 얻고 있다. 독일의 슈피겔지는 트럼프를 ‘지구촌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로 묘사했다. 프랑스의 마누엘 발 총리는 “증오를 부추기고 있다”며 비판했다. 뉴욕타임스는 사설에서 “트럼프가 공화당을 불관용과 분열의 상징으로 변질시키고 있다”며 조기 낙마를 주장했다.트럼프가 7월 클리블랜드 전당대회 전까지 대의원 과반수에 해당하는 1237명을 확보할 지가 관건이다. 3월 15일 승자독식의 플로리다, 오하이오 경선이 결정적 분수령이 될 것이다. 그가 당내 반대 여론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잠재울 수 있을 지 의문스럽다.“당을 수십년간 과거로 후퇴시켰다”는 정치분석가 마이크 머피의 비판처럼, ‘트럼프 필패론’이 당심을 지배하게 되면 제3의 대안론이 힘을 받을 것이다. 트럼프의 정치적 생명력과 포퓰리즘이 계속 이어질 지 지구촌의 관심이 뜨겁다.박종구 초당대 총장

2016-03-10 15:35 박종구 초당대 총장

[브릿지 칼럼] 청년아, 네가 어떻게 지내고 있느냐?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정책연구실장.청년이란? 말 그대로 젊음과 생동감을 상징한다. 청년은 다소 부족하지만 가능성이 있으며, 미래가 충만한 세대를 의미한다. 계절로 비유하자면 청년은 4월과 5월이며 그 자체로 푸름과 싱그러움을 드러낸다. 청년은 우리의 미래세대로 나라를 이끌어가야 할 주역이다.하지만 최근 이러한 청년의 표상이 흔들리고 있다. 지난 1월 청년실업률은 9.5%로 16년 만에 최악의 취업률을 기록하고 있다. 아르바이트와 단순노무직, 비정규직 등을 포함할 경우 20%가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취업난에 더하여 청년들의 삶을 옥죄는 또 하나의 문제는 주거난이다.청년들이 말이 없어지고 있다. 희망을 노래하지 않는다. 자조 섞인 하소연이 난무하고 있다.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청년층이 스스로를 ‘3포세대’라고 부르기 시작하더니 얼마 되지 않아 내집마련, 인간관계까지 포기했다는 의미의 ‘5포세대’가 등장했다. 이제는 끝내 희망과 꿈을 포기했다는 ‘7포세대’를 넘어 ‘N포세대’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청년에게 있어 희망과 꿈을 포기한다는 말은 “청년, 우리는 죽었습니다”라는 의미이다.끝이 안 보이는 고용절벽 속에 ‘대학 7학년생(대학 4년+스펙 준비를 위한 졸업유예 2년+졸업 후 구직 1년)이 늘어가고, 설상가상으로 10만원도 버거운 청년에게 주거비는 날로 증가하고 있다. 주거비 부담이라도 낮아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청년 주거의 단상을 보자. 많은 청년들이 인생을 시작하기도 전에 주거빈곤계층으로 전락하고 있다. 청년층이 살고 있는 주택유형은 대부분 다가구 주택이나 다세대 주택이며, 고시원이나 허름한 오피스텔과 같은 준주택에도 상당히 거주하고 있다. 주택점유형태는 대부분 보증금이 있는 월세로 보증금 부담과 월세 부담을 동시에 느낀다. 청년층의 약 23.6%, 서울은 약 36.2%가 최저주거기준 미달가구로 옥탑방, 반지하 등 열악한 환경에서 살고 있다. 주거비 부담은 어떤가? 전체 소비지출 대비 주거비 부담비율은 평균 37%로 전체 가구의 17.5% 보다 거의 2배 이상 높다. 이 비율이 25%를 넘을 경우 일반적으로 주거비 부담이 과도한 주거빈곤층으로 본다. 결국 “우리나라 청년층은 주거빈곤층이다” 라고 말할 수 있다.청년들에게 주거비 부담이라도 줄여 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적 차원의 청년 주거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청년주거를 미래 세대에 대한 국가적 투자로 인식하여 지원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청년 주거 문제는 정부 정책에서 크게 다루어지지 않았다. 전체를 보다 보니 청년층 주거에 대한 심각성을 깊이 인식하지 못했다. 청년 주거의 문제는 고용절벽으로 인해 심화되고 있다고 보아 고용문제가 해결되면 자동적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보는 인식이다.주요 선진국의 청년주거지원 특징을 보면 주거비 보조가 가장 일반적인 형태이다. 미국과 영국의 주거비 보조, 네덜란드의 독립지원금, 덴마크의 학생지원금 등 저소득 대학생이나 젊은층을 대상으로 주거비 보조가 이루어 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특별예산으로 청년 주거바우처(주거수당)를 도입하거나 주택기금이나 사회적 금융을 통해 소액보증금을 지원하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작금 청년 주거대책은 행복주택 공급에 전념하고 있으나 청년주거문제가 해결되고 있다는 세간의 평가를 찾아 보기는 쉽지 않다. 효과가 제한적이고 더디기 때문이다. 보다 직접적인 정책효과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주거수당이나 소액보증금 지원제도와 같은 수요자 지원방식을 고려해야 한다.또 하나는 경험상 공공주도적 지원방식은 늘 한계가 있다. 정부가 행복주택 14만호를 공급하려고 계획하고 있으나 공급기간 제한, 공급주체 제한, 입지제한, 재정비용 제한 등 한계가 많다. 청년주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간주체를 활용하거나 기존 주택을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셰어하우스나 원룸, 투룸 등 청년을 위한 주택을 전문적으로 공급하는 임대사업자를 육성할 필요가 있다. 청년들이 다양한 형태의 제도권 주거지원 대책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취업도 하기 어려운 판에 전월세 비용 증가로 더 열악한 주거환경을 찾아 떠도는 청년들을 생각해야 한다. 골방에서 들려오는 청년들의 한숨 소리를 그치게 해야 한다.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정책연구실장

2016-03-09 10:23 김태섭 주택산업연구원 정책연구실장

[브릿지 칼럼] 대세 상승의 마지막 동력 '유동성 공급'의 한계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주가가 하락을 멈추고 반등에 들어갔다.향후 주식시장을 예측하기 위해 2014년에 주가가 지금과 비슷했던 상황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그 해 10월에 유럽은행의 양적 완화와 일본의 아베노믹스가 시행됐다. 둘 다 유동성 공급에 초점이 맞춘 정책이었는데, 이에 힘입어 국내외 주식시장이 크게 상승했다. 독일 DAX 지수는 9000에서 1만3000까지 50% 가까이 상승할 정도였다.이번에 주가가 상승 이전 수준까지 내려온 걸 감안하면 유동성에 의한 상승은 이미 사라졌다고 판단된다. 지난 2009년 이후 6년 반 동안 미국 주식시장이 3배 올랐다. 상승률만 보면 호황기였던 90년대보다 높다. 그리고 작년 한 해 주가는 옆 걸음을 계속했다. 그 사이 경제성장률은 2%대 중반을 정점으로 점차 내려오고 있다. 기업 이익도 좋지 않다. 2010년 이후 미국 기업들이 사상 최고 이익을 기록하고 있지만, 거시지표와 괴리 때문에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장기간 만들어진 가격 형태가 바뀌기 전에 펀드멘털 변화가 먼저 나타나는데, 최근 미국 경기 둔화가 그런 모습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금융위기 이후 미국 경기가 항상 좋았던 건 아니다. 중간에 소규모 경기 둔화 사이클로 인해 주가 하락의 위험이 높아졌던 때도 있었다. 그 때마다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이 빠져 나오는 힘이었다. 2, 3차 양적 완화가 대표적인데, 유동성 공급이 실물 경기를 빠르게 돌려 놓지는 못했어도 주식시장을 안정시키는 역할은 했다.지금은 이 모든 것이 흔들리는 상태다. 미국 주식시장은 한때 2014년 10월 저점이 위협받을 정도로 하락했다. 영국 같은 경우 이미 이 지수대를 밑돌고 있다. 해당 지수는 유럽이 3차 양적 완화를 시행하는 첫 지점인데, 주가가 이 밑으로 내려갔다는 건 대세 상승의 마지막 동력인 유동성에 의한 상승이 마무리됐다는 걸 의미한다. 일본 주식시장 역시 아베노믹스에 의한 상승의 상당 부분이 사라졌다.이런 상태에서 선진국의 정책에 대한 기대가 낮아지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은 1960년 대공황 때보다 강한 정책들을 계속 시행해 왔다. 사상 최초로 금리를 마이너스(-)로 만든 걸 보면 그 강도가 얼마나 강했는지 알 수 있다. 참고로 대공황 당시 미국의 정책 금리는 1.0%였다.정책이 6년 넘게 계속되면서 반응도가 현저히 떨어졌다. 동일한 정책이 반복되면서 정책의 신뢰도마저 하락하고 있다. 6년 동안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정책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실물 경제가 회복되지 않는 걸 보면서, 추가적으로 쓸 수 있는 카드도 별로 없고 설혹 카드를 쓴다 하더라도 효과가 나겠는가 하는 의문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정책만으로 시장을 끌고 가기 힘든 상황이 됐는데, 1~2월에 정책에 대한 회의감이 힘을 얻으면서 선진국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좀 더 열린 생각을 가지고 시장에 접근했으면 한다. 선진국 주가가 2014년 10월 기록했던 저점에서 반등했다. 반등이 지지선의 안정성을 더 강화하기 위한 건지, 아니면 지지선을 무너뜨리기 위한 수차례 시도중 하나인지 아직 판단하기 힘들다. 어느 쪽이 됐든 당장에 주식시장은 유동성 공급을 늘리거나 미국이 금리 인상을 늦추는 걸로 진정되기 힘든 상황에 있는 건 분명하다. 지난 5년간 계속돼 온 선진국 주식시장의 대세 상승과 우리 시장의 박스권 내 횡보가 계속 유효한지 의심해 봐야 할 때가 됐다.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2016-03-07 14:49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브릿지 칼럼] 21세기형 토지개혁

박봉규 건국대 석좌교수고려말 토지제도의 문란을 전하는 기록이다. ‘권문세족이나 지방토호들은 남의 토지를 강제로 빼앗아 산천을 경계로 할 만큼 큰 규모의 농장을 소유한 반면, 가난한 농민들은 송곳 꽂을 땅도 없었다’고 한다.자기 땅이 없는 농민이 택할 수 있는 방법은 연 50% 이상의 비싼 소작료를 내고 지주들로부터 땅을 빌려 경작하거나, 그것도 아니면 아예 가족을 이끌고 부호들의 집에 의탁하여 농노로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백성들의 삶의 형편과 불만을 짐작할 수 있다. 백성만 가난한 것이 아니었다. 나라도 힘들었다. 세력있는 자들이 토지와 백성을 사사로이 지배하고 있었으므로 세금은 걷히지 않았고 병역자원으로 동원할 수도 없었다.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할 수 있었던 것은 물론 군사력도 그 바탕이 되었지만 결정적인 것은 고려를 떠나고 있는 백성들의 마음을 잡을 수 있었던 탓이다. 백성들을 감격하게 한 것은 극단적인 토지편중을 바로잡은 것이다. 개혁세력들은 전국의 토지를 백성들에게 고루 나누어 주어 모든 농민이 농토를 가진 자작농이 되어 자기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살도록 배려하였다. 당연히 빈부격차는 완화되고 국고도 넉넉해졌다.소작농을 자작농으로 만들고자 한 고려 말의 전제개혁을 오늘에 적용하면 일자리를 제공해 주고 중산층을 두텁게 만드는 일이 될 것이다. 중산층은 생산과 소비의 주체인 동시에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수호하는 계층적 기반이다. 중산층이 튼튼하지 않고서는 경제성장은 물론이요 자유민주주의 이념에 충실한 어떠한 정치적 프로젝트도 성공하기 어렵다.그런데 불행하게도 지금 우리사회는 중산층이 무너지고 있다. 소득 불안정이 가속화되고 있어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조차도 오늘이 불안하고 내일은 더 두려운 형편이다.우리 경제는 자본소득과 노동소득간의 심각한 불균형이 경제적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것은 물론 사회통합까지 저해하고 있다. 노동소득분배율과 실질임금이 높아져야만 성장이 가능한 상황이다. 고려 말 대농장의 번성과 소작농의 몰락을 개선한 전제개혁과 같은 혁명적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 경제운용의 패러다임을 획기적으로 바꿔야 한다.지금까지 우리가 자랑하던 성공모델인 기업중심의 신자유주의 성장정책의 한계가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대기업에 대한 규제완화와 기업지원을 중심으로한 정책은 분명히 기업소득 증가에는 기여했으나 서민이나 중산층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만드는 데는 실패했다. 이제 종래의 기업소득 증대 중심에서 노동소득과 가계소득 증대 중심으로, 수출주도에서 실질임금 향상을 통한 내수촉진으로,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통계숫자에 매달리기보다는 숫자로 표시되지 않는 삶의 질의 향상에 초점을 맞추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물론 자주 다녀본 길이 익숙하고, 새로운 도전은 불안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우리를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달라진 것을 구태여 외면하고 과거의 성공경험에 젖어 어제의 정책을 반복하다가는 점점 데워지는 물속의 개구리처럼 언제 죽는지도 모르고 죽게 될 것이다. 우리에게는 결코 시간이 많지 않다.박봉규 건국대 석좌교수

2016-03-06 14:43 박봉규 건국대 석좌교수

[브릿지 칼럼] 불안한 3당체제의 현실정치

김우일 대우Mamp;A 대표4·13총선을 앞두고 정치판이 요동을 치며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극심한 경제침체의 소용돌이 속에 민생을 헤아려야 할 정당이 득표를 위한 전투에만 집중하고 있을 뿐이다.오랫동안 양당 체제를 유지하던 한국정치가 국민의 당 출현으로 더욱 요지경을 연출하고 있다. 거대여당과 거대야당의 프레임이 거대야당과 2개 중소야당의 프레임으로 변환되어 권력을 창출시켜할 국민을 더욱 혼란스럽게 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의 상황에 대해 필자는 중국의 고사를 인용해 각 정당들에게 ‘원정정(願正鼎)’이라는 화두를 던지고 싶다.원정정이란 정정(正鼎)을 원한다는 뜻인데, 정(鼎)은 옛날 중국천하를 제패한 제왕의 상징물인 솥을 의미한다. 정정(正鼎), 즉 바른 솥은 같은 힘을 가진 세 개의 다리로 받침을 하고 있어 넘어지지 않고 안정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현실에서는 새누리당, 더민주당, 국민의 당, 3당이 삼각다리로 안정된 솥의 형상을 유지해야 하는데 왠지 그럴 것 같지 않다. 최고의 정정(正鼎)이 되기 위해서는 다음의 3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세 다리는 시초부터 같이 만들어져야 더욱 튼튼하고 바르게 잡힌다. 둘째, 세 다리의 힘이 같아야 한다. 셋째, 세 다리의 존재 이유가 솥을 지탱한다는 점에서 같아야 한다.그러나 현재 펼쳐진 3개의 다리는 솥을 지탱하기에 너무 부족하다. 국민의 당은 시초부터 있던 연륜있는 정당이 아니라 더민주당에서 탈당해 급조해 만든 당이다. 또한 현재 힘으로 봤을때 국민의 당은 너무 연약하고 힘이 없다. 창당 동기도 확실치 않다.3개의 균형있는 다리가 되기 위해서는 정당의 정체성이 각각 다르게 확고히 구분돼야 하고 창당과정이 개인의 욕심에 따르기보다는 정책이 중심이 돼야 한다. 또 오로지 힘을 합쳐 국가의 정치를 지탱한다는 순수한 동기가 정말로 필요하고 이럴 때 국민들은 3개의 다리 중 약한 다리에 힘을 보태준다.3개의 다리가 받쳐주는 솥도 문제다. 이 솥 안에 무엇인가를 담고는 세 개의 다리 사이로 장작불을 때 영양가 있는 요리를 만들어내야 한다.아무리 균형있는 정정(正鼎)으로 3당이 굳건하게 받쳐 준들 솥 안에 아무 것도 없이 먼지가 쌓이거나 혹은 불을 때 요리를 하더라도 맛없고 형편없는 음식이 나온다면 더 낭패다.정당이 다리라면 장작불은 국가자원을, 솥은 정책을 뜻하고, 불을 지피는 이는 바로 정부다. 이렇게 만든 맛있는 요리를 국민 모두 즐겁게 누리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정치라고 말할 수 있다. 정치는 극심한 경기침체와 소득 양극화 및 빈곤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국민 대다수에게 희망을 되돌려 줘야 한다. ‘정치(政治)’라는 한자에 ‘바를 정(正)과 물 수(水) 변이 있는 것은 바르게 정책을 펴서 물이 온 사방에 골고루 흘러가도록 하라는 의미이다. 총선에 임하는 정당이나 국회의원 후보들이 더욱 갈고 닦아 국민들의 근심을 덜어줄 수 있는 정책을 내놔야 하고, 국민들은 주인으로서 부화뇌동(附和雷同)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에 따라 투표해야 할 것이다.김우일 대우MA 대표

2016-03-03 15:19 김우일 대우M&A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