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노새의 짐과 성공

정보철 이니야 대표
입력일 2016-03-24 15:10 수정일 2016-03-24 15:10 발행일 2016-03-2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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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철 이니야 대표

어떤 사람이 노새에게 물었다. “오르막길이 좋으냐, 내리막길이 좋으냐?” 그러자 노새가 비웃듯이 말했다. “오르고 내려가는 길이 무슨 문제인가. 중요한 것은 수시로 얹고 내리는 내 등에 실린 짐이다.”

사람들은 노새의 등짐을 보지 못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성공의 경험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등짐을 헤아릴 줄 모른다. 그들이 바라보는 것은 오직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다. 올라가면 환호하고 내려가면 낙담한다. 그들은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은 하나이며 같다는 것을 모른다.

성공과 실패 역시 마찬가지이다. 성공과 실패는 하나이며 같다. 성공이 성공을 불러들이는 게 아니다. 실패가 실패로 귀결되는 것도 아니다. 성공은 실패로 이어지고, 실패는 성공으로 연결되는 일이 다반사이다.

전쟁의 역사는 이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천년제국 로마가 번성할 수 있었던 여러 요인 중 하나는 실패를 인정하는 사회 분위기였다. 기원전 3세기경 제2차 포에니 전쟁 당시 로마가 지휘관으로 선택한 자는 수년전 카르타고에 포로로 잡힌 그나이우스 스키피오 장군이었다. 실패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경험과 교훈을 바탕으로 그는 카르타고 군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었다.

성공이 실패를 불러들인 사례로는 태평양 전쟁이 있다. 태평양 전쟁에서 일본이 패배한 원인 중 하나는 아이러니하게도 일본의 막강한 해군력이다. 근세에 벌어진 청일전쟁, 러일전쟁에서 일본은 막강한 해군력으로 예상외의 대승을 거둔다. 일본의 수뇌부는 이후 수십 년간 해군력의 강화에 힘썼다. 반면 해전은 종전과 같은 전함의 싸움이 아니라고 판단한 미국은 항공기와 항공모함의 증산에 치중했다. 결과가 말해주듯 일본의 해군력은 미국의 항공기와 항공모함에 철저히 유린되고 말았다.

성공과 실패가 하나이며 같다는 것을 빈번하게 보여주는 곳은 역시 비즈니스세계이다.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하지만 10년을 유지하는 승자를 보는 것은 극히 어렵다. 워크맨, 비디오카메라 등 숱한 핫 아이템으로 세상에 충격을 준 소니의 화려한 등장과 몰락은 대표적인 사례일 것이다.

이 대목에서 두 가지 물음이 있다. 하나는 성공의 경험이 왜 실패로 이어지는가? 또 다른 하나는 실패의 경험이 어떻게 성공을 불러오는가?

물음에 대한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현실을 바라보는 시야의 문제이다. 성공하면 시야가 좁아지고 실패하면 역으로 시야가 넓어지는 것이다. 성공은 모방을 의식 없이 받아들이고, 권력을 지향하게 만든다. 모방과 권력은 고정관념이다. 고정관념에 사로잡히면 변화에 반응할 수 없다. 혁신과 창조는 이미 물 건너간다.

시야의 확보가 그토록 중요한 것은 현실은 항상 변하기 때문이다. 흐르는 강물을 영원히 붙잡을 수는 없듯이 현실에서 변화를 고정시킬 수는 없다.

앞서 말한 노새의 짐은 현실을 풍자한다. 항상 변하는 현실을 볼 수 있는 시야의 확보가 성공의 지렛대이다. 성공은 현실고착을 원할 것이다. 실패는 현실변화를 눈여겨볼 것이다. 여기에 성공과 실패가 뒤바뀌는 원칙이 숨어 있다.

정보철 이니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