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TV포맷 사용설명서

이재경 건국대 법학전문 대학원 교수/변호사
입력일 2016-03-16 15:06 수정일 2016-03-16 17:14 발행일 2016-03-17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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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경 건국대 법학전문 대학원 교수/변호사

‘무한도전’, ‘아빠 어디가’, ‘꽃보다 할배’, ‘나는 가수다’….

최근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한국 예능 프로그램이다. 이제는 우리나라 방송프로그램의 포맷이 외국 안방을 찾아가는 시대가 된 것이다. K-팝, K-드라마를 넘어서 ‘K-포맷’ 수출이 한류의 또 다른 젖줄이 되었다.

그러나 K-포맷의 미래는 멀고도 험난하다. 한국 포맷에 대한 무단 베끼기가 골칫거리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일례로 중국 상하이 동방위성TV의 ‘사대명조’(四大名助)는 KBS2 인기 예능 ‘안녕하세요’를 표절해 중국 내에서 논란이 됐다.

국내외가 시끄러워지자 포맷권리 소유자인 KBS는 동방TV에 표절로 인한 권리침해에 대해 즉각 방송중단과 정당한 판권 구입을 공식 요구했고 중국 규제기관인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이하 광전총국)에 행정구제 등의 절차를 요청한 상태다. 더욱이 이 같은 불법적인 제작 과정에 한국에서 건너간 인력들이 관여하고 있어서 우리 방송계에서도 자성론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당국의 직·간접적인 규제도 K-포맷 열풍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한국의 방송통신위원회 격인 중국 광전총국은 방송국당 포맷 수입을 연간 1편으로 제한하고 있다. 동시에 미성년자의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엄격하게 통제하면서 중국판 ‘아빠 어디가’의 제작이 전격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한국 프로그램에 대한 보이지 않는 견제가 시작된 것이다.

전통적인 저작권법 구조에서는 ‘아이디어’가 아닌 ‘표현’만 보호하고 있기 때문에 방송 포맷 권리 보호가 아직 미흡하다. 영국, 미국 등 대부분의 외국 법원에서는 아직 아이디어의 영역에 있는 방송 포맷을 저작물로 적극 인정하고 있지 않고 있다.

방송시장에서 포맷의 비중이 점점 더 커지는 추세를 감안할 때 포맷의 저작권 인정에 대한 전향적인 태도가 전 세계적으로 예상된다. 나아가 포맷의 유사성 판단기준도 막연하다. 편집저작물의 성격을 지닌 포맷 고유의 특성을 고려해 유사성 및 침해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라서 포맷 분쟁에서는 저작권법 외에도 부정경쟁방지법, 비밀유지 및 경업금지의 법리까지 동원해 적절한 보호정책이 강구돼야 한다. 포맷거래 협상과정에서 비밀유지조항, 인력채용제한조항을 통해 제2, 3의 침해행위를 막고 국내 인력의 유출에도 대비해야 한다. 또한 중국 등 해외당국과 긴밀히 협조해 행정적 규제를 완화하는 외교적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 

무엇보다 TV프로그램 포맷 수출을 염두에 둔다면 분쟁해결을 위한 국제적인 인프라를 갖추는 일이 급선무이다. 이를 위해서는 TV 프로그램 포맷 관련 비영리 국제기구인 ‘포맷등록 및 보호협회’(FRAPA)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FRAPA는 세계지식재산권기구 WIPO와 제휴해 포맷 중재기구를 운영하고 있으며, 한국콘텐츠진흥원도 작년부터 FRAPA 등록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 TV포맷이 제값을 받고 해외로 수출되려면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이 같은 난관을 극복하려는 노력은 곧 해외시장에서 K-포맷이 제2, 제3의 한류 전성기를 이끌 토대가 될 것이다.

이재경 건국대 법학전문 대학원 교수/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