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실리콘밸리, 우리 벤처의 세계화기지로 삼아야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겸 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
입력일 2016-04-10 13:40 수정일 2016-04-10 13:46 발행일 2016-04-1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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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투자 2배 급증, 닷컴버블기에 육박
과거와 달리 의료바이오, 대체에너지 등 투자분야 다양
신기술로 제조방정식 바뀌는 4차 산업혁명시대 도래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겸 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겸 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

미국 서부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실리콘밸리는 애플, 구글 등 글로벌 IT(정보통신)기업들이 탄생한 지역으로 유명하다. 왜 실리콘밸리라 했을까. 몇 가지 설이 있지만 반도체산업이 활발했기 때문에 반도체에 필수적인 실리콘을 본뜬 것이란 설이 가장 유력하다. 그러나 그 유명한 실리콘밸리도 여간해선 지도에서 찾긴 어렵다. 별칭일 뿐이지 지명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벤처활성화에 공을 들이고 있는 지금, 벤처의 메카라 할 실리콘밸리는 어떤가. 한마디로 1990년대 후반의 벤처 붐에 버금갈 정도로 활발해서 미국에서 경기 톱 지역 중 하나라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미국 국내 뿐 아니라 중국, 인도 등 해외로부터 입주가 급증해서 부동산가격이 뛰고 최근엔 실리콘밸리를 넘어 샌프란시스코 시내로도 벤처기업, 벤처캐피탈 사무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실제 벤처투자를 봐도 벤처 붐이 붕괴한 2000년대 초중반의 연 100억 달러에서 2014년 이후론 200억 달러, 약 2배로 급증해서 닷컴버블기에 육박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벤처임에도 대형 딜들이 늘고 있는 점인데, 이유는 구글, 페이스북 등이 경쟁적으로 벤처를 엄청난 가격에 사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페이스북은 2014년 2월 왓츠앱(WhatsApp)이라는 벤처기업을 무려 190억 달러(19조원)에 사서 벤처업계를 놀라게 했다.

그럼 현재 붐에 대한 시장판단은 어떤가. 물론 투자금액이 더블로 늘고 있어서 버블위험이 있단 얘기도 있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IT뿐 아니라 의료바이오, 대체에너지, 자동운전차 등 투자분야가 다양하기 때문에 각 분야로 보면 딱히 버블이라 보기 어렵단 게 다수의견이다.

핵심적인 비즈니스영역을 몇 가지 들어보자. 첫째, IT기술 중에서도 최근 뜨고 있는 비즈니스로 소위 ‘온 디맨드 이코노미’(On Demand Economy)를 꼽는다. 이미 널리 알려진 배차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버테크놀로지(Uber Technologies)나 민가숙박을 소개하는 에어비앤비(Airbnb)가 대표적이다.

둘째, 자동차업계의 벤처바람도 무섭다. 테슬라의 전기자동차에 이어 구글의 자동운전차가 220만km 무사고주행으로 화제다. 이쯤 되면 차는 더 이상 엔진을 달고 가솔린에 의해 움직이는 과거의 차가 아니다. 전기배터리에 온갖 IC회로를 장착한 첨단전자로봇이다. 그만큼 고성능 전기배터리, 단단하고 가벼운 차체와 타이어, 감도 높은 센서를 제조할 수 있는 벤처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셋째, 실리콘밸리 남쪽의 샌디에고를 중심으로 활발한 의료바이오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미국의 의료기기시장은 세계시장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거대한 시장인데, 고령화에 오바마케어까지 예정돼 있어 시장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의료비삭감이 예상되기 때문에 앞으론 예방의료, 전자칼테시스템, 내시경수술, 수술로봇 등 의료 인력을 적게 쓰는 새로운 의료기술도 빠르게 부각되고 있다.

현재 세계는 새로운 기술에 의해 제조방정식이 통째로 바뀌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돌입하고 있다고 한다. 과거에 경험했듯이 혁명기에 변화의 물결에 올라타지 못하면 나락으로 떨어지는 건 순식간이다. 벤처의 메카, 실리콘밸리를 우리 벤처의 세계화기지로 삼을 필요가 있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 겸 코차이경제금융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