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파나마 리스트' 파나마나?

이재경 건국대 법학전문 대학원 교수/변호사
입력일 2016-04-07 15:57 수정일 2016-04-07 18:50 발행일 2016-04-0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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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X파일, 성상납리스트, 마약리스트…. 철마다 연예계에 터지는 리스트 파문은 이제 그다지 놀랍지도 않다.

그런데 이번에 불거진 ‘파나마 리스트’는 좀 다르다. 연예인이나 스포츠 스타들도 정재계 거물급 인사들처럼 조세회피처를 이용한 탈법행위를 자행했다는 점에서, 그리고 특정 지역이 아닌 전 세계를 무대로 떳떳치 못한 일을 벌였다는 점에서 새롭고 경이롭다.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하다. 가진 자들의 잔치에 소외된 고독한 군중들의 박탈감 때문에 파나마 리스트에 등재된 이름들은 한동안 차가운 눈초리에 시달릴 것이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 협회(ICIJ)가 파나마 소재 로펌인 모색 폰세카의 자료를 통해 최근 공개한 ‘파나마 페이퍼’에는 할리우드에서도 인정받는 쿵푸액션스타 성룡과 ‘아메리칸 아이돌’(American Idol) 등의 프로그램에서 독설가로 유명한 사이먼 코웰, 그리고 컬트영화의 대부로 추앙받는 영화감독 스탠리 큐브릭 등을 비롯한 문화, 예술계 인사의 이름이 올라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룡은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이하 BVI)에 돈세탁을 위한 6개의 회사를 소유하고 있으며 회사 명은 재키 찬 Ltd.를 비롯해 드래곤 스트림 등으로 알려졌다.

사이먼 코웰은 2개의 회사를 BVI에 두고 2007년부터 바베이도스에서 음악 사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등록돼 있다. 이들 페이퍼 컴퍼니는 각각 2007년 2월과 10월에 설립됐는데 그 직후 코웰은 남태평양 섬 휴양지 바베이도스의 토지 두 곳을 사들였다가 되팔기도 했다. 그 토지는 유명인사의 호화 별장을 짓는 용도로 사용되었다고 알려진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은 자신의 딸 명의의 회사를 포함해 3개 업체를 BVI에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의 톱스타로 인기를 끌고 있는 오기륭(우치룽)의 이름도 ‘파나마 페이퍼’에 포함돼 있다. 오기륭이 자신의 회사인 호라이즌 스카이 테크놀로지 리미티드를 통해 홍콩 기업인 태양오락과 합작을 한 기록이 있다는 것이다. 

오기륭은 “그 동안 법을 존중해 왔으며 회사는 정상적이고 합법적으로 경영하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팬들의 분노는 이미 치솟고 있다. 이 밖에 스페인 영화 거장 페드로 알모도바르와 비틀즈 멤버 폴 매카트니의 전 부인 헤더 밀스 등도 등재되어 있다.

스포츠스타들도 조세회피에 가담해 팬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이미 탈세 의혹 때문에 오명을 쓰고 있는 FC 바로셀로나의 축구 선수 리오넬 메시 뿐 아니라 유명 골프선수 닉 팔도 등도 파나마 페이퍼스에 언급됐다. 

영국 기사 작위를 받은 골프선수 닉 팔도가 1995년부터 2009년까지 버진 아일랜드에 ‘블렌힘 로드’라는 페이퍼 컴퍼니의 단일 주주로 있었던 것이 확인됐다. 

브라질 국가대표 축구 선수이자 EPL 첼시의 간판선수인 윌리안도 첼시로 이적하고 한 달 뒤인 지난 2013년 9월 버진 아일랜드에 유령회사를 설립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연예계든 스포츠계든 팬들의 박수로 사는 유명 스타들은 자신들의 부와 명예가 어디에서 비롯됐는지를 금새 까먹게 되는 모양이다.

시간이 또 흐르면 조세회피를 일삼았던 스타들의 모습도 서서히 잊혀지고 대중은 또다시 성룡의 액션연기와 메시의 화려한 플레이에 열광할지도 모른다. 

파나마 리스트를 더 파고들어봤자 무슨 의미가 있을까? 팬들과 이 사회가 그들을 단죄하지 아니하는 이상, 도덕적 해이는 쉽게 사라지지 아니할 테니 파나마나지 싶다.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