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칼럼] 트럼프 돌풍은 계속될까

박종구 초당대 총장
입력일 2016-03-10 15:35 수정일 2016-03-10 15:35 발행일 2016-03-1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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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구 초당대 총장
박종구 초당대 총장

도널드 트럼프의 인기가 식을줄 모른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를 노리는 부동산 재벌의 거칠 것 없는 행보에 미국 사회가 들끓고 있다.

그는 뉴햄프셔, 네바다,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에서 승리했고 3월 1일 ‘슈퍼 화요일’ 경선에서도 가장 많은 대의원을 확보했다. 전통적인 공업벨트인 중부 미시간주에서도 승리함으로써 막강한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다. 기독교 복음주의자의 지지를 등에 업은 텍사스주 상원의원 테드 크루즈의 맹추격을 받고 있으나, 돌풍을 이어가고 있다.

그의 인기 비결은 무엇인가. 백인 유권자의 분노가 그를 유력한 대선 후보로 끌어올리고 있다. 유권자의 약 60%를 차지하는 백인, 특히 백인 근로계층의 불만이 정치 초년병의 최대지지 세력이 되었다. 버니 샌더스가 “미국인이 분노하고 있다”는 선동적 슬로건으로 민주당 경선 판도를 뒤흔드는 것처럼, 자극적 발언으로 공화당 표심을 끌어 모으고 있다.

대중에 어필하는 그의 메시지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미국 정치를 쥐락펴락하는 워싱턴에 대한 비판 정서다. 스스로를 워싱턴 아웃사이더로 포장하고 있다. 둘째, 현행 시스템이 부당하게 왜곡되어 있어 변화가 불가피하며 자신이 변화를 견인할 정치인이라는 것이다. 셋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포퓰리즘적 화두를 던져 경기침체와 소득정체 등으로 의기소침해진 국민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트럼프주의(Trumpism)에는 국민들의 분노가 밑바탕에 깔려 있다. 이는 지난 수십년 간 국민의 삶의 질이 계속 나빠진 데 크게 기인하고 있다. 근로자에게 돌아가는 몫을 나타내는 노동분배율이 1970년 68.8%에서 2013년 60.7%로 악화되었다. 중산층의 삶을 가능케 했던 제조업 일자리가 1979년 1930만명에서 2015년 1230만명으로 36% 줄어들었다. 소득분배도 악화되어 전체소득의 약 8%를 차지하던 상위 1% 계층의 몫이 20%선으로 늘어났다.

멕시코 국경에 담을 쌓고 1100만명에 달하는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고 무슬림 입국을 금지하는 극단적 발언으로 공화당 내부 분열이 가속화되고 있다. 트럼프주의는 공화당의 핵심가치에 배치되고 본선에서 민주당 후보에게 필패할 것이라는 우려가 반 트럼프 정서를 부추기고 있다.

‘네버 트럼프(Never Trump)’ 운동이 밋 롬니, 존 매케인 전 대통령 후보를 중심으로 힘을 얻고 있다. 독일의 슈피겔지는 트럼프를 ‘지구촌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로 묘사했다. 프랑스의 마누엘 발 총리는 “증오를 부추기고 있다”며 비판했다. 뉴욕타임스는 사설에서 “트럼프가 공화당을 불관용과 분열의 상징으로 변질시키고 있다”며 조기 낙마를 주장했다.

트럼프가 7월 클리블랜드 전당대회 전까지 대의원 과반수에 해당하는 1237명을 확보할 지가 관건이다. 3월 15일 승자독식의 플로리다, 오하이오 경선이 결정적 분수령이 될 것이다. 그가 당내 반대 여론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잠재울 수 있을 지 의문스럽다.

“당을 수십년간 과거로 후퇴시켰다”는 정치분석가 마이크 머피의 비판처럼, ‘트럼프 필패론’이 당심을 지배하게 되면 제3의 대안론이 힘을 받을 것이다. 트럼프의 정치적 생명력과 포퓰리즘이 계속 이어질 지 지구촌의 관심이 뜨겁다.

박종구 초당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