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 칼럼] '메기' 덕에 더 강해진 까사미아

이해익 경영컨설턴트
입력일 2016-03-27 10:28 수정일 2016-03-27 10:40 발행일 2016-03-28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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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익 경영컨설턴트

“이케아는 홈 퍼니싱 산업의 세계적인 공룡기업입니다. 재작년에 굉음을 내며 한국에 상륙했습니다. 그야말로 ‘이케아 공포’가 엄습했습니다. 한국의 토종 기업들은 모두 초토화 될 것이라고 벌벌 떨었죠. 당연히 혁신에 박차를 가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케아의 등장으로 동종업계 ‘빅 10’간의 경쟁은 치열해졌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들 회사들은 더 강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랭킹 3위의 까사미아도 그렇습니다. 이른바 ‘메기 효과’인 거에요. 이케아가 메기 구실을 한 셈이죠. 반면에 경쟁력이 없는 기업들은 대부분 고꾸라졌습니다. 까사미아 차원에서는 이케아 제품이 중저가라면 중저가 전략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창립 34돌을 맞는 까사미아의 창업자 이현구 회장(67)의 뜨거운 술회다. 까사미아는 홈 퍼니싱 시장의 강소기업이다. 매출액 순위는 3위지만 영업이익률은 금메달감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보다 14.2% 늘은 1380억원이지만 영업이익율은 9.5%로 전년(2.5%)보다는 낮아졌다. 치열했던 경쟁 때문이다. 부채비율은 31.8%. 코스피 상장기업 부채비율(122%)의 약 4분의1 수준이다. 내부유보율은 1000%가 넘는다.

이렇게 탄탄한 기업경영을 토대로 이회장은 사회적 환원에도 적극적이다. 모교인 성균관대 경영대학 동문회장을 역임하는 등 그의 아호를 딴 중봉(中峰)재단을 통해 총14억원을 기부했다. 또한 현재는 모교인 서울고 총동창회장을 맡아 적극 봉사하고 있다.

20여년 전 S그룹 L회장이 등장하면서 한국인들에게 알려진 ‘메기 효과’라는 게 뭔가? 한마디로 가혹한 환경에서 발전이 이뤄진다는 경제법칙이라고 할 수 있다.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북해에서 청어를 잡아 수조에 넣어 육지로 운반할 때 중간에 많이 죽었다. 또 싱싱하지 않아 제 값에 팔 수 없었다. 어떻게 하면 청어를 싱싱하게 유지 할 수 있는냐가 문제였다. 그 당시는 당연히 냉장시스템도 없을 때였다. 그런데 노르웨이의 한 어부는 늘 싱싱한 청어를 운반하면서 큰 돈을 버는 게 아닌가? 다른 어부들이 그 비결을 알려고 갖은 노력을 했다. 하지만 그 어부는 비법을 알려주지 않았다. 그 어부가 죽은 후에야 사람들은 그의 배안에 있는 수조 속에서 메기를 발견하고 비결을 찾아냈다. 그 어부는 청어를 운반할 때 수조에 청어의 천적인 큰 메기 몇 마리를 넣었던 것이다. 청어들은 메기에게 잡아먹히지 않으려고 죽기 살기로 도망쳐 다녔을 것이다. 물론 수백마리 중 몇 마리는 메기에게 잡아 먹혔지만 다른 청어들은 배가 육지에 도착할 때까지 싱싱하게 살아오는 것이었다.

이를 ‘메기 효과(catfish effect)’라고 한다. 영국의 역사가인 아놀드 토인비도 이 메기효과의 일화를 즐겨 사용했다. 가혹한 환경이 문명을 잉태하고 인류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었다는 자신의 역사이론을 설명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고 했다. 세상 일이 지나치면 미치지 못함보다 못하다는 뜻이다. 미꾸라지로 꽉 찬 수조에 메기를 집어넣으면 일정기간은 미꾸라지들이 자극을 받아 생기가 돈다. 하지만 한계를 넘으면 산소와 에너지 고갈로 오히려 사망률이 놓아질 수 있다. 세심한 관찰과 정책판단이 필수적이다. 그게 경영이고 또한 정치다.

이해익 경영컨설턴트